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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호랑이처럼(1)
한여름의 스텔라에는 매미 괴담이 라는 소문이 반짝 떠오르고는 한다·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괴담이다·
여름이 시작됨과 동시에 매미 소리 가 시끄럽게 울려대는데 그 어디에 서도 매미를 찾아볼 수 없다는 데에 서 나온 괴담이었으니까·
실상은 스텔라 측에서 학생들이 정 원에서 공부할 때 방해받지 않도록 매미를 격리해서 키우는 공간이 있 다는 그런 허무한 진실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은 매년 여름만 되면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 고는 하였다·
“덥네···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계절이 되スト 푹 퍼지는 것은 풀레 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1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과거의 시간 속에 갇혔던 그날들이 마치 꿈이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
오자 즉시 적응을 해야만 했다·
곧바로 1학기 기말고사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으으 집중 안 돼···!”
“저도요···
시간 여행의 후유증이 너무 컸던 탓일까 풀레임을 비롯한 세 명의 소 녀들은 도저히 학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분명 과거로의 여행은 위험천만했 고 또 대부분 기억을 잃고 활동했던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또 그만큼 환상적이었다·
그저 기억 속에 갇혀 있어야만 하 는 과거··· 심지어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선의 과거로의 여행이라 니·
방학에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후유 증으로 깊게 남아서 일상으로 돌아 오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 지만 시간 여행은 특히나 그 후유증 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하여 소녀들은 특단의 대책을 세 우기로 하였으니 세 명의 모두 방과 후에 모여서 자그마한 스터디 그룹
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학업에 열중 하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고충을 서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 으니까 이런 멤버 구성에 지적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뭐 해? 공부한다며?”
‘3천 년 전 그 당시에도 마법이 존재했을까’라는 딱 봐도 졸려 보이 는 수상쩍은 역사 다큐멘터리 책을 읽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백유설의 존재까지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물론 그는 스터디 그룹의 정식 멤
버는 아니다· 당장 챙겨온 커피 보 온병만 해도 고작 세 개뿐이었으니 까· 다만 그녀들이 또 언제 사고를 칠지 불안하다며 백유설이 괜시리 이 자리에 끼어든 것이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는 알고 있을까·
본인의 존재가 그녀들의 집중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공부 안 해요?”
“나? 으음···
정곡이다·
그러고 보면 그녀들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전혀 보인 적이 없던가·
‘이건 예상 못했는데····’
백유설은 백유설 나름대로 정곡을 찔린 탓에 굉장히 당황스러운 와중 이었지만 사실 질문을 던진 에이젤 을 비롯하여 나머지 두 소녀 모두 별로 궁금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냥 본인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 는 주제에 이 자리에 끼어있다는 사 실에 괜히 심술을 부렸을 뿐·
“에라 때려치워!”
결국 책을 엎어버리며 풀레임이 기 지개를 켜スト 스스로의 입으로는 도 저히 그만두자고 말할 수 없었던 홍 비연과 에이젤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조용히 책을 덮었다·
“내일 해 내일· 지금 공부해 봤자 마유성 그 자식은 못 이기고 안 해 도 순위권은 유지할 거야·”
“마유성을 이기면 되잖아?”
“···걔 지금까지 필기 과목 전부 다 만점 받은 건 알고 말하는 거야?”
“만점 받으면 되잖아?”
···라고 또 다른 필기 과목 만점 자가 말하니 순간 풀레임은 극심한 ‘재수 없음’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됐고· 좀 이따 다시 할 거니까 두 뇌 환기용으로 이야기나 들려줘·”
“무슨 이야기?”
“있잖아 그때 그····”
풀레임은 슬며시 눈치를 보며 말했 다·
“우리가 갔던 과거의 시간··· 거 기 말이야 결국 어떻게 되는지 알 아?”
그 질문에 에이젤과 홍비연 역시 궁금하다는 듯 백유설을 바라보았 다· 확실흐] 지금은 떠나왔지만 마지 막 순간 은세십일월이 발악을 하지 않았던가·
풀레임 너로 인해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게 될 거야··· 라고·
물론 백유설이 무수히 많은 시간대 를 여행했다지만 그쪽 세계에 대해 서까지 전부 알고 있으리라는 보장 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들은 백유설이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고 강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흐음···
그 질문에 백유설은 눈동자를 깜빡 이더니 잠시 고민했다·
대답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과연 대답을 해도 되는지 궁금해서였다·
일전에도 백유설은 자신의 비밀에 대해서도 그리고 미래에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서도 털어놓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던 전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서사력] 이 부족하다며 가로막히고는 했는데 과연 이번에는 가능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가능하
긴 한가 보군·’
만약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였다면 말하려고 생각한 그 순간 경고 메시 지가 떴을 터·
‘이 정도까지 이야기해도 되는 수 준이 됐다는 건가···?)
이는 자신의 [서사력]이 올라온 덕 도 있겠지만 저 소녀들이 너무나도 많은 진실을 보아버린 탓이 더욱 클 것이다·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멸망해·”
“여 역시 그런
백유설의 대답에 풀레임의 표정이 순식간에 죽어가자 그는 황급히 덧 붙였다·
“물론 네 탓은 아니야· 이런 말까 지 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우 리의 세계를 포함해서 모든 세상은 언젠가 반드시 멸망해야만 하는 운 명이야· 어떤 이유로든 반드시·”
이를테면··· 백유설이 본래 게임 으로서 플레이하던 세계는 ‘흑야십 삼월의 존재로 인해 멸망했다·
그러나 모든 세계가 그런 방식으 로 멸망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백유설은 그렇게 생각한다·
해적왕 블랙 벨리즈가 폭주하여 세 상이 모두 얼어붙는다거나 담갈토 이월의 태동으로 인해 대지의 생명 력을 모두 빼앗긴다거나 세계수가 이 땅을 등져 버려서 우주로 떠나간 다든가·
정말 무수히 많은 멸망의 가능성이 존재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세상이 멸망하여 이제는 남은 세계가 거의 없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그렇게 세상은 반드시 멸망하도록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세계가 있다 면 그 세상에는··· 비로소 ’흑야 십심월’이 강림하는 것이다·
흑야십삼월이 강림하는 세계라·
말은 거창하지만 그런 세계는 정 말정말 많았다·
당장 지구에서 아이테르 월드를 끝 까지 그만두지 않고 플레이한 수천 의 플레이어에게 모두 나타났으니·
그런데 왜?
왜 멸망하지 않은 세계에 흑야십삼 월이 나타난 것일까·
이름으로 추측해 보았을 때 흑야
십삼월은 시조 마법사가 숨겨둔 또 다른 십이신월일 가능성이 높은 데····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고민은 나중으로·
백유설은 풀레임을 향해 웃으며 말 했다·
“설명이 너무 간단했나?”
“으응····”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음·”
솔직히 백유설도 그 세계가 대체 뭘 하다 멸망했는진 모른다· 무수히 많은 세계 중 하나일 뿐인데 백유설
이라고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저 소녀들이 자신을 맹신 하고 있으므로 안도를 주기 위해 약 간의 거짓말을 치기로 했다·
“그 세계는··· 은세십일월에 의해 멸망하게 돼·”
“···뭐어?”
“본디 은세십일월은 시간의 십이신 월이지만 그것을 막 다뤄서는 안 되 거든· 그가 다루는 시간 여행은 유 리 태엽이라고 봐도 좋아· 아주 조 금의 충격에도 고장나버리는·”
조금 극단적인 비유여서 약간 양심 에 찔렸지만 어쨌든 믿고 있는 눈치
였으니 설명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쪽 세상의 은세십일월은 태엽을 마구마구 감아버렸거든· 오 지도 않은 멸망에게서 도망치기 위 해 계속 과거로 달려간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어?”
“시간이 꼬여 버렸지· 과거와 미래 가 공존하게 된 거야· 미래의 자신 이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이 범인을 역으로 살해한다든가 원한을 품은 사람이 과거의 사람을 죽인다든가 심지어는 미래의 사람 이 과거의 자기자신을 죽이는 일도 발생했더라지·”
꾸민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사건은 게임 내에서도 발생한 적이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SF소설에서 봤던 내 용을 읊었거늘 세 명의 소녀는 굉 장히 흥미로운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서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풀레임의 죄책감 역 시 상당히 가신 모양이다· 자신 때 문에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덕분에 안심이 된 것일까·
역시 거짓말 치길 잘했다고 생각하 며 백유설은 웃었다·
“뭐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우리 의 세상은 내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거니까·”
그 말에 소녀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크게 안도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백유설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안심하라’고 했던 부분에서 그녀들이 안심한 것이 아니라 ‘우 리의 세상’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그 녀들이 안도했다는 것을·
백유설은 언제나 다른 세상으로 넘 어갈 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에 이 세상을 ‘우리’라고 지칭한 것 에 또다른 안정감을 얻은 것이다·
그날 저녁·
백유설은 기숙사로 찾아온 은세십 일월과 이야기하던 도중 뜻밖의 사 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미래와 과거가 섞 이는 일이 실제로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깁니까?”
-그래· 우리 세계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만 가능성은 존재하지· 그런데 너는 그것도 알다니 역시 대단한 인 간이로군· 끌끌·
“그건 아닌데····”
백유설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냥 SF소설에서 봤던 내용을 공 상하는 느낌으로 대충 만들어낸 이 야기가 실제로도 가능할 수 있다니·
-아무튼 다른 세상은 잠시 잊도록 하거라· 지금의 너는 어디까지나 우 리의 세상에 속해있으니까· 나는 네 가 어디로 떠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당연히
그래야죠·”
-끌끌 그러면 다행이군·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쩔 셈이지?
“···아마 풀레임을 과거로 보낸 것도 회공시월의 영향이었겠죠· 조 만간 또 움직일 거 같은데 거기에 대항할 만한 능력이 저에게는 없어 요·”
-그렇지· 네가 아무리 우리를 담을 그릇이 된다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 은 채니까·
“그러면 뭐 뻔하죠· 요즘에는 바쁘 게 지내느라 잊고 살았지만··· 늘 하던 걸 해야겠어요·”
-늘 하던 것?
“네·,,
백유설은 머릿속으로 누군가를 떠 올렸다·
마녀의 왕 스칼렛·
그 살벌한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백의 소녀를·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마력누설지체라는 특이 체질을 가 진 자신이 단기간에 성장하기 위해 서는 또 다른 마력누설지체를 상대 해보았던 그녀의 도움이 크게 필요 하다는 것을·
이를 위해 스칼렛을 스텔라 아카데 미에 붙잡아두지 않았던가?
여태까지 그녀를 제대로 이용해먹 지 못한 게 아까워서 죽을 지경이었 으니 아주 약간의 여유가 생긴 지 금이라도 단물을 뽑아야 한다·
“늘 하던 대로··· 죽을 때까지 수 련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