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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뒤바뀐 이야기⑺
백유설이 에이젤에게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다·
풀레임과 백유설 사이에 어떠한 비 밀이 있는 것처럼 그와 에이젤 사 이에도 프라이버시는 존재했으니까·
그중 몇몇은 에이젤도 잘 알고 있
다· 이를테면 ‘맛집 동아리’라든가·
“마유성 잠깐 나 좀 봐·”
“응? 무슨 일이야?”
검은 머리칼에 훤칠한 키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 벽한 비율을 가진 미소년 마유성·
이 시간대에서 풀레임과 그의 접점 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너 동아리 없지?”
여름방학이 다 끝나갈 때까지 동아 리를 들지 않는 학생은 드물다·
동아리에서 얻을 수 있는 학점이 꽤나 상당했기 때문·
“없기는 한데
마유성은 비스듬히 웃었다·
명백한 경계의 표시였다·
···어색해·’
원래 시간대에서의 마유성은 풀레 임에게 항상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 어 보이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억지로 짓는 미소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타인에게는 항상 저렇게 대한다는 건가····’
미묘한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풀레 임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응· 동아리 부원을 구하려는데 사 람이 부족해서·”
“···글쎄· 나는 별로 하하·”
당연히 마유성은 칼같이 거절했으 나 풀레임은 필살기를 알고 있다·
‘이 세계가 만약 원작과 비슷하다 면····’
침을 꿀꺽 삼키고서 지나가둣 말한 다·
“아쉽네· 한 명만 더 모이면 될 것 같은데··· 후우 어쩔 수 없지· 에 이젤한테 말해야겠다·”
움찔· 마유성의 커다란 덩치가 반
응한다· 마치 시베리안허스키 같아 서 꽤 귀여운 몸짓이다·
“잠깐만· 멤버가 총 두 명이라고?”
“어? 응· 관심 없다며?”
“아니 어떤 동아리인지 들어나 보 고 싶어서····”
“맛집 동아리야·”
“맛집?”
“에이젤이 먹거리에 관심이 많거 든· 왜? 흥미가 생기니?”
잠시 머뭇거리던 마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
좋았어
풀레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를 꼬시는 과정은 꽤 생각보다 쉬웠다·
‘역시 마유성은 에이젤을 짝사랑하 고 있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며칠 안에 동아리 창설 신청서 가져올 테니까· 그동안 다른 동아리 들면 안 된다?”
그리 말한 뒤 풀레임은 서둘러 복 도를 뛰었다· 마유성을 설득하느라 하마터면 다음 수업에 늦을 뻔했다·
드르륵!
허겁지겁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니 학생들의 시선이 쏘아진다· 교수 님은 그녀를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았으나 이내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풀레임의 성적이 우수했기에 한 번 은 눈감아 넘어가 주는 모양이다·
‘하아 시험을 제대로 치러놓길 잘 했지·’
두리번거리던 풀레임은 곧 에이젤 을 발견하고서 그녀의 옆자리에 앉 았다· 벌써 반년이 넘도록 해오던 일이기에 이제는 에이젤도 뭐라 나
무라지 않는다·
물론 그녀와의 사이가 가까워지지 는 못했다· 여전히 커다란 벽이 느 껴졌지만··· 이렇게 근처까지 다가갈 수 있는 점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마유성을 꼬셔놓긴 했지만 에이 젤을 데려오는 게 중요하지·’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원래 시간대의 백유설은 에이젤이 한눈팔기 전에 후다닥 맛집 동아리 로 데려왔지만 과거 시간대의 에이 젤은 다르다·
그녀는 원작의 전개대로 스칼벤 제 국의 황태スト 제레미의 동아리에 들
어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좋았을 것이다·
무려 황태자가 뒤에서 봐주고 있으 니까·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심 해지는 제레미의 집착에 에이젤의 정신은 점점 더 피폐해져만 갔는데 훗날 마유성과 해원량이 구원의 손 길을 뻗지 않았다면··· 극단적 선 택으로 소설이 완결 났을지도 모른 다·
‘하긴 그런 소설을 쓰는 정신 나 간 로판 작가가 세상에 어디 있어·’
옆자리를 힐끗 쳐다본다·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에이젤이
힘겨운 숨소리를 내면서 교수의 말 을 필기노트에 받아적고 있었다·
이미 정신적 스트레스가 한계에 도 달했을 텐데도 공부를 향한 열정은 끝나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보며 다시 한번 다짐 한다·
‘···홍비연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에이젤만큼은 어떻게든 구하겠어·’
딩-동!
수업 종료 종이 울리 スト 교수님은 칼같이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오늘 도 역시 자신을 무시한 채 돌아가는 에이젤을 황급히 붙잡았다·
“···또 무슨 일인가요?”
그래도 몇 번 마찰이 있기도 했고 도와준 적도 가끔 있었기 때문일까 아예 꺼지라고는 하지 않는다·
“너 동아리 들지 않을래?”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고서 풀레임 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동아리 가 있어서요·”
“그래? 하지만 골키퍼가 있다고 해 서 골을 못 넣는 건 아니잖아? 그 동아리에서 나오면 우리 동아리 들
어올래?”
“그건···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 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레미의 손 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불가능해요· 저는 그 동아리에서 나올 수 없어요·”
“뭐 여튼 나오면 오겠다는 소리잖 아· 그건 확실하지?”
그녀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잠시 생 각하는 듯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나올 수만 있다면 어디든 못 들어갈까요·”
그러고선 강의실을 나서는 에이젤·
아마도 제레미가 있을 동아리실로 가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좋았어!’
확답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간단하 다· 제레미의 동아리를 찾아가서 깽 판을 놓는 것·
“연장을 챙겨야겠어·”
* * *
스칼벤 동아리·
이름부터 티가 팍팍 날 정도로 오 로지 사교 모임 그 자체가 목적인 곳으로 현재는 2학년 여학생 베라 제인이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다·
당연하지만 1학년 신입생으로 제레 미 황태자가 입학했기에 실질적인 권력은 그가 거머쥐고 있었다·
동아리 부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 도로 호화로운 장식품으로 꾸며진 드넓은 부실의 한가운데에 제레미가 황좌를 연상케 하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있었다·
···대단하셔·’
베라제인은 그런 그에게 고개를 숙 였다· 황태자의 핏줄은 학교에 와서 도 숨길 수 없는 것일까 그는 스텔 라 내에 자신만의 자그마한 왕국을 세워두었다·
이 동아리실에는 스칼벤 제국의 귀 족뿐만 아니라 타국의 귀족 역시도 섞여 있었는데 모두 제레미의 달콤 한 말에 홀려 그를 추종하게 된 귀 족 자제들이었다·
그리고·
황태자의 곁에 앉아 있는 푸른 머 리칼의 소녀 한 명 에이젤 모르프·
배신자 모르프로 낙인찍힌 그녀를 왜 황태자가 아끼는지 그 누구도 이 해할 수 없었으나 지금의 에이젤은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 분이 되었다·
무려 황태자의 애인이 되었는데 그 누가 감히 에이젤을 나무라겠는가?
천적이나 다름없던 홍비연을 제외 하고서는 그 누구도 에이젤을 건드 리지 않았기에 어찌 보면 그녀의 세 상이 왔다고 봐도 좋았으나····
“에이젤 오늘 표정이 왜 그래?”
제레미의 집착이 너무 강한 게 문 제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집착·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 리 감시하는 것은 물론 밤에 잠드는 시각마저도 학생들을 시켜서 체크하 고 있으니 에이젤이 불편하지 않다 면 거짓이리라·
하지만 그만큼 제레미는 에이젤을 사랑하고 있었다· 다른 누구에게 넘 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죽고 싶어·’
제레미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어오자 에이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왜 이런 꼴을···
처음에는 감언이설에 혹했다·
스칼벤의 황태자라는 그늘에 숨을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성장의 동력 을 얻게 된다면··· 언젠가 아돌레 비트 왕가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멍청한 판단이었다·
제레미 스칼벤은 자신의 복수에 아 무런 관련도 없다·
사랑? 이건 애착에 가깝다·
그는··· 나를 애착인형 정도로 생 각하고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 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는다·
그저 예쁘게 앉아서 예쁘게 웃는 그런 살아있는 애착인형·
제레미가 그녀에게 바라는 역할은 고작 그것뿐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 까·’
이미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에 는 늦었다· 제국의 황태자가 그녀에 게 집착하기 시작한 이상··· 졸업 한 뒤에도 죽을 때까지·
어디로 도망치든·
그는 반드시 나를 찾아올 것이다·
”에이젤· 오늘 저녁에 네가 좋아하
는 요리를 준비해 뒀어· 특급 코스 로· 같이 먹을 거지?”
끄덕· 거부할 여력은 없다·
‘좋아하는 음식····’
제레미가 유일하게 에이젤에게 신 경 써주는 부분이었으나 그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여태 음식을 맛있다 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 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부담스러운 자리였으니까·
차라리 쫄쫄 굶던 시절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배부른 생각일까·
“그래서 말인데····”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걸까· 제레 미의 달콤한 목소리가 떨어지려는 그때 갑작스레 동아리 부실 문 쪽에 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쾅!!
“으악”기”
몇몇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 지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이 순간을 방해받은 게 진심으로 기분이 나쁜 듯 제레미가 표정을 구 기자 추종자들이 서둘러 입구로 향 했다·
에이젤 역시도 이때다 싶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레미의 손 에서 벗어나 입구를 바라보았고·
•···어? 저분은?’
그곳에는 스냅백에 선글라스를 착 용한 특이한 복장의 풀레임이 야구 배트를 어깨에 걸친 채 불량한 자세 로 서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넌 뭐야? 여기가 어딘 줄 알 고감히····”
,,헉!,,
“역시 네 잘못을 눈치챘나 보군!”
“나 그 대사 사극에서 많이 본 거
같아!”
“···무슨 헛소리냐!”
추종자들은 소리를 지르면서도 함 부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도 그럴 게 그녀의 앞에 다섯 명의 남학생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섯 명의 남학생을 기절시 켜 버린 것이다·
‘대체··· 저 복장은 뭐야?’
그보다도 에이젤이 기겁한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풀레임의 복장이 스 텔라 생도라기에는 너무 해괴했기 때문·
스냅백에 선글라스까지는 그렇다 쳐도 검은색의 가죽바지와 가죽 재 킷 거기에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 티까지· 팔뚝에는 색연필로 그린 듯 한 가짜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입 에는 담배를 흉내 낸 듯한 막대 사 탕이 물려 있었다·
···풀레임 딴에는 삼류 영화에서 보았던 불량배를 흉내 낸 것이었지 만 귀족으로 자라온 그들의 눈에는 그냥 괴상망측한 복장으로밖에는 보 이지 않았다·
“흠· 쉰 명 정도가 있다고 들었는 데 지금은 열 명 정도밖에 없네?”
“그게 어쨌단 거지?”
“때려눕힐 가치도 없겠다 싶어서·”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
“나? 동아리 도장 깨기·”
그녀는 씨익 미소지으며 당당하게 도 헛소리를 내뱉는다·
“강해 보이는 동아리에 찾아가서 박살 내고 가장 예쁜 여인을 쟁취 한다! 이것만이 나의 목표다·”
“대 대체 무슨 개소리야!”
“죽어!”
까앙
말끝마다 대꾸하는 남학생이 짜증 났는지 풀레임이 풀스윙으로 야구배 트를 휘두르자 일격에 기절해 버린 다· 황급히 다른 추종자들이 지팡이 를 꺼내서 그녀를 겨누었지만····
“멍청한 새끼들· 교내에서는 기본 적으로 마나 제어가 발동되고 있는 걸 몰라?”
학생 간의 개인적인 다툼에 마법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병기급으로 강한 능력을 지닌 그들이 순간 감정 이 엇나갔다는 무슨 참사가 일어날 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대부분의 명
문 마법학교는 이런 조치를 취해둔 다·
즉 눈앞의 천재 마법사 지망생들 은 모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머 저리들이라는 소리·
“그에 베해 나는 마법에 의존하지 않고 어렸을 적에 킥복싱을 배웠거 든? 그래서 야구배트를 아주 잘 휘 두르지·”
“커헉 복싱이랑 야구배트가 대체 무슨 상-”
빠악!
“이 새끼는 기절을 해서도 자꾸 내 말에 태클을 거네····”
남학생을 마무리한 풀레임은 추종 자들에게 까딱까딱 손짓했다·
“자 다 덤벼·”
“너··· 이런 짓을 했다가 교수님 들이 가만둘 줄 알아?”
“아니?”
가만두지 않겠지· 아무리 그래도 스칼벤 동아리를 박살 낸 이상 최소 한 정학 최대로는 퇴학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가·
‘여태까지 너무 무르게 생각했어·’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원래의 세계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은 이곳에서도 하지 않았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곳은 과거의 시간대이자 또 다른 차원· 어차피 그녀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텐데 이곳에서 조심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 백유설의 비결이었어·’
교수님들에게 언제나 당당하고 때 로는 그들을 엿 먹이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치기도 하는 백유설 의 행동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
‘당장 내일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 각으로 살았기 때문에··· 가장 시 원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거야·’
풀레임은 제레미를 향해 야구배트 를 내밀었다· 그는 표정을 찡그린 채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이미 그녀의 퇴학은 확정·
법이고 나발이고 아무래도 상관없 는 미친 여자가 등장했으니 제레미 역시 자신의 신분으로 그녀를 몰아 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돈과 권력은 미친개에게 통하지 않 는다·
“야 거기· 네가 여기 두목이지?”
”···그래·”
“나랑 맞다이 함 뜰까? 내가 이기 면··· 그래 네 옆구리에 그 여자 내놔·”
“내가 이기면?”
그녀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뭐 없는데? 지면 진 거지·”
“하 어이가 없군·”
“싫으면 말고·”
그녀는 야구배트를 손에 툭툭 두드 리며 말한다·
“나는 몰라도 내 조나단은 널 용 서하지 않을 것 같거든·”
제레미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어처구니없는 내기 조건이었지만 여기서 거절했다가는 저 무식한 야 구배트에 휩쓸릴 뿐이다·
“후후 내 브라이언에게 겁먹은 모 양이군·”
“···방금은 조나단이라고 하지 않 았나?”
“너도 자꾸 트집 잡을래?”
“미안하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일단은 이 상황을 넘어가서 지팡이를 손에
쥐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래· 좋다· 결투를 하도록 하 지·”
“생각보다 쿨한걸?”
까앙
“컥!,,
풀레임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 던 남학생의 머리통을 야구배트로 후려치고서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 다· 그러고선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이민다·
“スト 사인해·”
“이건···!”
그것의 정체는 ‘마력의 서약서’·
계약을 어긴 쪽은 모든 마력을 잃 게 되는 무시무시한 서약서였다·
”조건은 아까 말한 그대로· 내가 이기면 에이젤을 내놔· 그뿐이야·”
“왜· 하기 싫어? 그럼 쳐맞···
”하겠다·”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진 제레미 는 이를 꽉 깨물고서 서약서에 억지 로 사인을 했다·
어차피 마법전으로 가서 이기면 그 만이지만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그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가 된 것이다·
“유후 좋았어· 날짜는 바로 오늘 저녁이다· 스케줄 널널하지?”
“···그래·”
본디 에이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 라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저 미친 여자의 퇴학은 확 정이니 마법전에서 철저하게 짓밟아 놓으면 다시는 더러운 꼴을 볼 일도 없을 것이다·
“좋아쓰· 난 간다? 좀 있다 보자구·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상쾌하게 대답한 풀레임이 깡! 깡!
소리를 내며 추종자들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동아리 부실 밖으로 나가 자 제레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어설프게 주먹으로 벽을 치는 등 싸구려 화풀이는 하지 않는다·
그는 황태자였기어】·
분노를 가다듬고 그것을 풀기 위 해 머리를 더욱 차갑게 식힌다·
···그런 그를 뒤에서 지켜보며·
‘어···라··?
에이젤은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 다·
마력의 서약서와 뒷일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무대포 깽판·
그건 틀림없이 어떤 누군가의 강력 한 특징이었다·
익숙하다·
너무 익숙한데····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대체 누구지···?’
에이젤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