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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입생(12)
혹마인 시절의 아넬라는 인간의 모 습을 유지한 채로도 남다른 괴력을 낼 수 있었다·
별다른 육체 변이가 없는 순수한 신체 스펙의 강화·
그녀만의 특별한 재능 중 하나였는 데 그것은 완전히 인간으로 되돌아
온 지금에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음에도 일반인 을 가뿐히 상회하는 체력을 보여주 었다·
‘조심히···
아넬라는 나무와 나무를 타고 다니 며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이동하 였다·
몸에 소음을 어느 정도 제거해 주 는 마법을 둘렀고 몸무게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바닥의 탄성을 늘려주 는 마법을 사용하여 도약력도 크게 상승하여 은밀하게 움직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목적지가 거의 코앞이야·’
미리내 영애가 지도에 표시해 주었 던 낭떠러지가 거의 지척이다·
그녀의 존재를 눈치챈 마물은 없 다·
애당초 나무 위까지 신경 쓰는 마 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일부러 스 텔라 측에서 난이도 조절을 위해 그 렇게 설정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마물의 등급이 3리스크인 것 만 해도 17세 소년소녀들의 고등학 생 입학 심사치고 충분히 파괴적인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기는 하지만····
-크르르르
“흡!”
근처에서 곰과 개를 합친 듯한 형 태의 마물이 지나치자 아넬라는 즉 시 나뭇가지 무더기로 몸을 숨겼다·
‘갔나···?)
역시나 마물은 그녀를 발견하지 못 했다·
‘이대로라면 금방 도착하겠어!’
다만 미리내 영애가 조금 걱정이 었다· 과연 마물 소환사를 무사히 이곳까지 유인해 올 수 있을까?
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지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생각이 많아
질 수밖에 없었다·
‘아냐 걱정 없어· 잘 해낼 거야·’
지도를 확인해 보니 어느덧 절벽의 끝자락 부근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동 서 남쪽 방향이 모두 낭떠러 지였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목밖에 는 존재하지 않아서 만약 마물 소환 사를 이곳으로 유인한다면 퇴치하는 것도 아주 쉬울 것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미리내 영애의 고국은 전쟁 중이다·
그런 나라에서 전사가 되기 위하여 평생을 공부해온 미리내 영애였으니
아마 단순한 독서로만 전쟁을 공부해 온 아넬라보다는 더욱 잘 알 것이다·
흑마인들은 전략을 세우는 행위 자 체를 불명예스럽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어 아넬라에게 참 낯선 단어이기 도 했고·
‘뭔가 굉장한 작전이 있을 거야·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이제 와서 익숙해지려 해보아도 역 시 아직 인간보다는 안 되는구나·
아넬라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파사삭!
그때 아래쪽에서 들리는 풀숲 헤 치는 소리· 소형 동물의 것이라기엔 심상치 않다· 아넬라는 즉시 몸을 숨기려고 했으나····
파다닥! 파닥!
-까악! 까아아악!
갑작스레 하늘에서 보랏빛의 날개 를 가진 거대한 덩치의 까마귀가 등 장하였다·
“이런···!”
저 까마귀 역시 마물이다·
아넬라는 잽싸게 벼락 줄기를 날려 마물을 격추시키려고 했으나 이미 까
마귀는 온 동네방네 울부짖으며 사방 에 포진해 있던 마물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아넬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절벽의 끄트머리에 도착했기에 이 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
-쿠워어어어!!
-끼에아아악!!
설상가상으로 까마귀의 울음 소리 를 듣고서 반응한 마물들이 이곳으 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아넬라의 머릿속이 새하얘졌으나 금세 정신 을 차렸다·
‘도망쳐야 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한 다· 일단 절벽의 끝까지 달려보기로 결심한 아넬라는 풀숲을 헤치고서 오르막길을 전력 질주하였다·
-그워어어어!!
마물 중에는 네 발 달린 사족보행 괴수가 상당히 많았기에 평범한 마 법사였다면 금세 따라잡힐지도 모르 겠으나 아넬라는 다르다·
양손을 모아 푸른 마법진을 발산하
자 신체와 발바닥에 문양이 새겨졌 다·
그녀는 발바닥에 마법을 인챈트해 가며 전력으로 질주하였다·
‘바람의 마찰력을 줄이고 신체의 무게를 줄여··· 발바닥에 탄성을 높이고 저항력을 없애는 거야·’
나이트 계열의 마법사들은 파워 점 프를 이용하여 높은 기동성을 보여 주지만 아넬라에게는 그런 고급 기 술이 없었다·
대신에 그녀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무수히 많은 마법 지식을 조합하였 는데 그 덕분일까· 인간이라고는 믿
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을 가르며 절벽으로 향하는 오 르막길을 질주하고 있는데 어째 그 녀의 감각이 적신호를 보내온다·
‘마물이··· 더 늘어났어?!’
믿을 수 없다·
이런 절벽 끄트머리의 외진 장소에 는 마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게 정상이지 않은가?
저런 마물들이 대체 어디에서 튀어 나왔단 말인가?
‘뭔가 이상해·’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소환사가 직접 조종하지 않는 이상 저렇게까지 마물들이 조직적으로 움 직일 수는 없다·
현재의 아넬라가 소환사에게 감지 되었을 리는 절대로 없을 터·
심지어 이곳은 학생들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장이기 때문에 더더 욱 이런 상황을 시스템적으로 만들 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본능적으로 이질감을 감지한 아넬 라는 눈으 질끈 감았다·
외부에서는 10초·
그러나 그녀의 정신 세계에서는 고 작 0·1 초밖에 되지 않는 찰나·
순간적으로 두뇌 회전을 빠르게 가 속시킨 그녀는 이 상황에 가장 걸맞 는 마법을 꺼내서 발동하였다·
[아자란의 눈동자]
번뜩!
다시 눈을 뜬 아넬라의 눈동자가 초록색 안광을 빛냈다·
단순한 마나 감지가 아닌 초음파를 보내서 위치를 탐지한다는 마법계 에서는 조금 이질적일 수도 있는 과
학적인 마법·
삽시간에 반경 1km의 범위를 감지 한 아넬라는 마나 장막으로 은신한 채 몸을 숨기고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충격을 받는다·
“···미리내 영애·”
무려 1km나 떨어진 거리였거늘 아 넬라가 정확히 그곳을 응시하자 미 리내 영애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고 말았다·
‘설마 여기를 감지한 거야?’
3클래스의 탐지 마법 중에 이 정 도 거리의 위치를 감지하는 마법이
존재하던가? 그런 건 없다· 탐지 마 법의 성능은 순전히 사용자의 실력 에 따라서 갈리게 마련이니까·
미리내 영애는 미리 ‘추적 냄새를 찍어두었기 때문에 이렇게 먼 거리 에서 바라보는 게 가능하다지만 아 넬라는 그렇지도 않단 말이다·
미리내 영애는 표정을 와락 구기고 서 입술을 떼었다·
“용케도 여기를 봤구나·”
무려 1km나 되는 거리·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들을 수 없었 겠지만 아넬라는 그것을 손쉽게 캐 치할 수 있었다·
입술의 움직임만으로도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며 미 세한 음파까지도 해석하는 마법까지 발동한 것·
동시에 두 개 이상의 광범위 마법 을 발동했음에도 아넬라의 정신력에 는 티끌만큼도 지장이 가지 않았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아넬라의 목소리 역시 ‘추적 냄새’ 덕분에 미리내 영애에게 전달되었다·
다만 기분 나쁜 점이 있다면·
‘추적 냄새는 내 마법이 아니야••····’
이것은 그녀에게 특별한 능력을 선
물해 준 미지의 존재가 걸어준 마법·
미리내 영애의 능력으로는 이런 먼 거리에서 대화는커녕 바라보는 것조 차도 불가능하다·
순간 가슴속에서 울화통이 치솟아 올랐으나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서는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
“너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야·”
“나의··· 능력?”
“너는 네 능력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 하고 있어· 백유설이 선물해 준 그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고· 만약 내게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쓸데없는 말까지 하고 말았다·
미리내 영애는 뒷말을 생략하고서 곧바로 대화를 이었다·
“그러니까 잘 해봐· 너의 모든 능 력을 보여줘· 네 진실된 힘을·”
미리내 영애는 알고 있다·
아넬라는 인간이면서 흑마인의 능 력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는 특이종 이다· 그것은··· 일종의 ‘진화’라고 도 볼 수 있지 않은가?
흑마인의 뛰어난 스펙을 가진 채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 면 인간들은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백유설이 가장 먼저
발견하여 아넬라에게 실험한 것이고·
‘틀림없어· 그 여자가 말해준 사실 이니까·’
온통 노란색의 복장을 갖춰 입은 그 여인의 말은 지금까지 단 한 번 도 틀린 적이 없었다·
미성년자이면서도 전쟁에 큰 공적 을 세울 수 있던 것도 그녀가 가르 쳐 준 전략전술 덕분이 아니던가?
지금의 미리내 영애가 ‘미리내라 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도 그녀의 덕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어머· 잡담을 할 때야?”
도저히 미리내 영애의 생각을 이해 할 수 없었던 아넬라가 무어라 반박 하려고 했으나 이미 상황은 최악으 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덧 마물 일곱 마리가 아넬라의 지척까지 다다른 것·
파스스···
“으 ”
그러나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절벽 끝의 낭떠러지에 도달한 아넬 라는 굳은 표정으로 마물들을 돌아 보았다·
하나하나가 3리스크를 상회하는 마 물들이었기에 모두 상대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여기서··· 떨어지는 거야?’
흑마인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 위하여 스텔라에 입학하기로 하였 다·
흑마인 사회에서 인간으로 도망친 아넬라는 척살 대상이었기에 홀로 사회에 남겨진다면 그 즉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단 말이다·
지금까지는 젤리엘의 도움을 받았 지만 그것은 곧 백유설에게도 민폐 를 끼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스스 로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스텔라에 입학해야만 하는데····
’···여기서 탈락할 수는 없어·’
아넬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서 양 손가락을 삼각 형태로 마주 대었다·
“날카로운 바람이여·”
그러자 하늘에서 바람의 기요틴이 떨어져 내리더니 절벽을 그대로 두 부 자르듯 절단하였다·
서걱!
그녀의 행동에 도리어 놀란 것은 미리내 영애였다·
“무슨 짓을···r
절벽을 수직으로 절단한 탓에 아 넬라가 밟고 있던 땅이 그대로 낭떠 러지로 떨어져 나간 것!
저대로 있다가는 추락할 것이 분명 했으나 아넬라는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마법 하나를 더 캐스팅했다·
“떠올라라·”
우웅···!!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 덩어리 는 중력을 무시하고서 공중에 부유 하여 떠올랐다·
이로써 공중에 자그마한 섬을 만
들어낸 아넬라는 마물로부터 거리를 벌렸으나 아직 상황은 좋지 않다·
‘뒤쪽에는 도망칠 곳이 없어·’
그렇다고 이 거대한 바위를 움직이 는 것도 그녀의 능력으로는 불가능·
아직 비행 마법을 배우지 않은 데 다가 혹여나 날아오른다고 해도 아 직까지 하늘을 배회하는 한 마리의 저 비행체 마물이 문제였다·
-크르르···
-크아아아!!
아넬라가 공중으로 떨어져 나가자 마물들이 분개하여 괴성을 질러댔으 나 그녀를 공격할 수단은 없다·
-끼에에엑!!
단 까마귀 형태의 마물에게는 예외 적인 상황· 그것은 발톱을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서 아넬라를 향해 쇄 도했으나 재빠르게 실드를 펼쳐서 튕겨낸 뒤 검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콰르릉!!
허공에서 내리친 벼락 한 줄기·
비록 캐스팅이 길지 않아서 위력은 약하나 정확도는 100%·
까마귀가 공중에서 정신을 못 차리 는 틈을 타 날개를 향해 결박 사슬 을 날려서 묶어버리자 그대로 낭떠 러지 아래로 추락해 버린다·
3리스크의 마물 하나를 가뿐히 처 리한 아넬라는 바닥에 양손을 짚고 서 식은땀을 홀렸다·
‘역시 연속으로 3클래스의 마법 여 러 개를 사용하는 건 무리였어···
또래의 천재 마법사라 불리는 해선 우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통상적으로 3클래스의 마법사가 3 클래스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할 수 있는 한도는 2개까지라는 것은 당연한 상식· 아넬라는 그 한계를 깨트리고서 4개 이상의 마법을 동시 에 사용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버텨야 해·’
남다른 정신력을 보유한 그녀였기 에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어?”
그때·
어디에선가 수십 개의 시선이 느껴 지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넬라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착각···인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백유설은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 감이 뛰어나긴 하네····”
아마도 아넬라가 느꼈을 시선의 정 체는 백유설과 함께 심사를 관찰하고 있을 수많은 마법사들의 것일 테지·
마물의 집결이 알려진 직후 꽤 많 은 마법사들이 아넬라를 주목하였고 해선우 이상의 마법 실력을 보여준 그녀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어디서 또 저런 천재가 나왔단 말 이지?”
“맙소사· 신상 정보를 확인해 보니 출신지도 불명인 평민이잖나·”
“작년에도 그렇고 평민 출신의 천 재들이 자꾸만 튀어나오는군·”
“허허 좋은 의미 아니겠소? 귀족이 집권하던 마법 사회의 썩어빠진 뿌 리가 송두리째 뽑힐지도 모르겠어·”
“그게 문제가 아니잖나!”
아넬라에게 모이는 시선의 숫자가 점차 늘어만 간다· 그만큼이나 그녀 가 보여준 능력은 상상 이상으로 대 단하다는 증거·
‘놀라운데····’
백유설조차 아넬라가 저 정도일 줄 은 몰랐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 그녀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 현 실이다· 3클래스의 마법을 저만큼이
나 구사하는 것은 놀라우나··· 저 정도로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다못해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다 면 좋을 텐데 보호자는 결코 개입 해서는 안 된다·
백유설은 엄지손가락을 질근질근 깨물며 고민했다·
‘답이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3클래스의 마법으 로는 힘들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오오?”
“설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
“뭐야?,,
백유설도 영상을 확인하고서 황당 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밟고 있던 바위를 공중으로 띄워 올린 아넬라가 양손을 모으고 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기 때문·
“아니 잠깐· 말이 돼?”
멀티 캐스팅을 동시에 2개까지 하 는 것도 주문이 필요없는 간단한 마 법 정도만 가능하다·
하지만 긴 시간의 준비 과정이 필
요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 드시 부유 마법을 풀어야만 한다·
···그것이 평범한 3클래스의 마법 사라면 말이다·
“믿을 수가 없군·”
“꼭 작년의 모르프 가문의 후계자 를 보는 것 같아·”
그런데 아넬라는 그러한 상식을 깨 뜨리고서 부유 마법을 유지한 채 멀티 캐스팅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세 개를 동시에·
-··n
아넬라가 주문을 외치며 양손을 힘
껏 펼쳐 들자 허공에 새겨진 푸른 색의 마법진에서 물벼락이 떨어지며 그와 동시에 벼락 다발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거기에도 모자라 감전된 마물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물폭탄을 얼 려서 움직임을 멈춰 버린 그녀는 다 시금 주문을 외쳤다·
화르륵!
허공에 생성된 거대한 불덩어리가 태양처럼 이글거린다·
신체가 감전된 데다가 발이 얼음에 묶인 마물들은 그저 멍하니 그 불덩 어리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퍼펑!!
이윽고 불꽃 덩어리가 지상을 내 려치자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며 마물들이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그것으로 상황종료·
긴장이 풀린 아넬라가 부유 마법을 풀어버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추락하 였으나 그 와중에도 놀라운 낙법을 펼쳐서 데굴데굴 구른 그녀는 우아 하게 착지하였다·
“···저거 마법 전사가 시험 보는 척 잠입한 것은 아니겠지?”
어느 마법사의 진지한 혼잣말에 꽤 많은 마법사들이 동감하였다·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넬라의 수준이 너무나도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합격은 확정이겠군·’
위험 상황이 종료되자 백유설은 비 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소환사? 굳이 그것을 사냥하지 않 아도 아넬라는 이미 충분히 압도적 인 실력을 증명하였다·
‘스칼렛 누님을 걱정할 때가 아니 었어·’
힘 조절에 실패한 스칼렛을 보며 혀를 찼던 게 바로 몇십 분 전이다·
그런데 아넬라를 보고 스칼렛을 생 각하니 차라리 그녀가 선녀로 보일 정도였다·
‘눈에 띄든 어쨌든··· 합격만 하 면 되니까·’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왜 미리 내 영애가 이런 짓을 벌였냐는 것·
하지만 그 이유는 대략적으로 짐작 이 갔다· 일전에 미리내 영애가 마 물을 몰이하는 찰나의 순간 직박구 리 안경에 무언가가 포착된 것·
‘천황정팔월 (淺黃情八月)····
드디어 나올 놈이 나왔구나·
백유설은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은 심사를 보고 있을 필요 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