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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입생(H)
스텔라 신입생 후보의 보호자들은 그들이 입학 심사를 치르는 동안 따 로 마련된 공간에서 심사를 관찰하 는 것이 가능했다·
백유설은 비록 성인은 아니었으나 2학년 선배로서 보호자의 역할을 자 처하였다·
본래는 같은 학교의 선배가 보호자 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아넬라의 보호자였던 젤리엘이 그 권리를 포기해 버리는 바람에 누구 라도 보호자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백유설은 스텔라 아카 데미의 교장과 총괄기사단장에게 아주 이쁨 받는 사람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권력남용을 해준 것으로 추정되었다·
‘뭐 나니까·’
예전에는 이런 호의가 부담스러웠 으나 이제는 태평하게 받아들이는 백유설이었다·
그는 팝콘 대신 감자칩을 씹으며
스칼렛과 아넬라의 움직임에 집중하 였다· 허공에 떠오른 두 개의 모니 터· 그 속에는 흰색 머리칼을 휘날 리며 마법을 난사하는 스칼렛과 신 중하게 움직이는 아넬라의 모습이 동시에 송출되었다·
*···저 미친 마녀왕이 진짜·’
적당히 힘 조절하라고 그렇게 신신 당부했는데 그새 까먹기라도 한 걸 까· 스칼렛은 3클래스 수준의 마법 을 양손으로 펑펑 쏴대고 있었는데 저건 결코 이제 막 열일곱이 된 학 생의 수준이 아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가히 스텔라 입 학식에 등장했던 마유성과 해원량이
일으켰던 컬쳐쇼크와 비슷한 수준·
그들의 등장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얼마나 놀랐던가· 자신들이 수십 년 에 걸쳐 수련해야만 도달할 수 있었 던 3클래스를 고작 열여섯에 도달한 것에도 모자라 세 가지 이상의 속성 까지 다루던 그들은 천재 중의 천재 라고 불러도 부족할 정도였다·
그런데 스칼렛이 딱 해원량 마유 성과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불꽃과 얼음 그리고 전격을 다루 는 그녀는 나름대로 힘 조절을 한 것인지 그 이상의 속성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오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봐 저 여자애 봤어?”
“김박사· 아무래도 또 천재가 나타 난 것 같군·”
“세상에 황금의 세대 직후에 또 다른 황금이 나타나다니···!”
“게다가 천재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곱고 예쁜데 이건 뭐···
“신은 불공평하군·”
보호자 자격으로 참가한 마법사들 혹은 마법학회 위원장이나 마탑의 부탑주 등 거물급 인물들이 스칼렛 을 모니터링하며 감탄사를 내뱉고 있다·
‘골 때리네·’
출신이 불분명한 스칼렛은 어디에 도 소속이 없다고 신상 정보에 공개 되어 있기 때문에 분명 거물급 마법 사들이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따로 만남을 가질 것이다·
혹은 평민 소녀가 빼어난 미모를 가졌을 경우 고위층 혹은 귀족들이 불법적인 만남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만약 스칼렛에게 그런 놈들이 접근했다가는 아주 큰 난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안 그래도 가십거리 좋아하 는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
하니 그들이 필시 귀찮게 굴 터·
‘차라리 내가 보호자라고 밝히는 편이 나을 것 같기는 한데···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내 이름에 그 정도의 영향력이 있 을까?’
과연 고위층 귀족과 거물급 마법사 들이 스칼렛에게 손대지 않을 정도 의 영향력이 백유설이라는 이름에 존재하는가·
그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백유설이 다방면으로 영향 력을 끼치고 있다지만 진짜배기 권 략자들 앞에서는 코흘리개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백유설에게는 묘 한 거품이 껴 있다·
별구름 상회 아돌레비트 하늘꽃요 람 연금성 등 초거대 권력층과 묘 한 연결점이 있다는 의혹이 있는 것·
실상은 별 관계도 없는데 말이다·
‘시도는 해봐야지·’
어차피 달리 부탁할 사람도 없다·
심사가 끝나면 곧장 스칼렛을 자신 의 품으로 데려올 생각을 하며 이번 에는 아넬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를 모니터링하는 시선의 숫자
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아넬라는 아직 마땅히 활 약도 하지 않았고 실력을 드러내지 도 않아서 흔하디흔한 평범한 마법 사일 뿐이었으니까·
“음?,,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던 백유설은 고개를 갸웃했다·
‘미리내 영애와 합류했잖아?’
아까 전 미리내 영애와 그 친구들 의 위치를 일일이 파악해 뒀을 당시 만 해도 그녀는 한참 반대쪽에 위치 한 용암 지대에 있었다·
심사를 보는 동안은 둘이 마주칠
일이 딱히 없으리라 생각해서 안심 했거늘 그 잠깐 사이에 둘이 마주 쳤을 줄이야·
···어떻게?’
추적 마법을 걸어뒀나?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직박구리 안경에 특 수 마법 탐지라며 포착이 되었을 텐 데 말이다·
‘마법이 아니라면?’
아주 간혹 특수한 재능을 타고나 서 마법으로도 해석이 불가능한 감 각을 지닌 이들이 존재하고는 했다·
미리내 영애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애당초 그녀는 무언가 수상한 구석이 있지 않았던가?
‘미리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석 해 뒀어·’
그녀에게는 흑마인의 기운이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다· 즉 스텔라 돔에서 아넬라를 공격할 수단은 전 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아주 예외의 상황을 상정 해야만 했다·
만약 아넬라를 해치는 것이 직접적 인 목표가 아니라면?
‘무슨 꿍꿍이냐 도대체···
백유설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 들어 갔다· 만약 미리내 영애가 ‘합법적 인 수단’으로 아넬라를 괴롭힐 경 우 그가 이곳에서 도와줄 방법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 * *
“유인하자·”
아넬라와 미리내 영애가 합류한 이 후 대략 40분 가량이 흘렀을 무렵·
울창한 숲속의 어느 드높은 고목
위에 올라탄 미리내 영애가 먼저 운 을 뗐다· 아넬라는 살짝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유인하자고?”
“으”
아넬라는 슬쩍 나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세 마리의 마물이 근방을 어슬렁거린다· 그녀들이 남긴 냄새 를 쫓아서 이곳까지 다가온 것·
급히 나무 위로 대피하기는 했지 만 역시 마물이 득시글대는 이곳을 돌파하기란 쉽지 않았다·
‘쳇 조금만 더 가면 소환사의 위 치가 틀림없는데···
과연 마물 소환사의 근처로는 접 근하는 것이 어려웠다·
마물 소환사는 심사가 시작된 직후 부터 지금까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 은 채 일정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마 물을 소환한 것인지 소환사 인근 지 역에 상당수의 마물이 존재했던 것·
여타의 평범한 판단력을 가진 학생 이라면 마물을 피해 멀리 돌아갈 것 이다· 이한월 교관이 무엇보다도 생 존을 우선시하라고 했으니 굳이 위 험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
하지만 통찰력이 뛰어난 극소수의 특별한 학생들은 소환사를 치러 가
장 위험한 마물의 근원지 깊은 곳 까지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까지 직접 들 어가는 건 멍청한 행위야·”
미리내는 그렇게 판단했다·
“우리는 백유설 선배님에게 힌트까 지 받았어· 남들보다 한 발 앞서는 판단을 내려야 해·”
“그건 맞기는 한데····”
힌트까지 받아놓고서 남들과 똑같 은 결과물을 가져온다면 백유설이 크게 실망할 것이다·
그는 세기가 낳은 천재 중의 천재·
눈높이도 틀림없이 높을 터·
아넬라가 자신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실망할 것이다·
···물론 백유설은 순수하게 아넬 라를 돕고 싶은 마음에 힌트를 준 것이기에 저러한 생각은 순전히 그 녀만의 착각·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성취도를 이뤄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짊어진 아넬라의 귀에 미리내 영애의 말은 꽤 솔깃하게 들렸다·
“마물 소환사를 어떻게 유인하겠다 는 거야?”
그녀는 자신의 어깨 아래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만 할까·
소환사는 어지간해서 위치에서 움 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스스로 를 보호하는 능력이 전무하다 보니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게 보통 소환사들의 습성이었 다·
그때 잠시 숨을 가다듬은 미리내 영애가 말한다·
“내가 유인해 올게·”
“어? ス] 진짜로? 위험할 거야· 탈 락할지도 모른다고?”
“괜찮아·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이니
까 내가 해야지·”
“무슨 방법을 쓰려고···r
“가문의 비기 중에 특별한 마법이 하나 있어· 이걸 사용하면 가상으로 만들어진 마물 소환사라도 틀림없이 반응할 거야·”
“특별한 마법?”
흑마인에게 반응하는 특별한 마법 이 존재하던가? 과거에 흑마인이었 던 아넬라조차 처음 듣는 마법이었 다·
“그런 마법이 어디에
순간 의구심이 샘솟은 아넬라였으 나 이내 접어두었다·
미리내 영애가 여기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녀를 믿으면 된다·
“계획을 설명해 줄게· 나를 믿고 따라주겠어?”
“물론이지!”
밝게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 넬라에게 지도 한 장을 꺼내서 보여 주는 미리내 영애·
그녀는 근처의 지형을 가리키며 말 했다·
“동굴에 데려가는 건 힘들기도 하 고 전투 시에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어· 여기 절벽이 제일 적당할 것 같아· 세 방향이 막혀 있고 낭떠러 지 아래쪽으로는 가시 협곡이 펼쳐 져 있어서 소환사를 몰아 놓기에 제격이야·”
”··그런가요?”
아넬라는 머리가 꽤 똑똑한 편이 다· 마법은 물론 전략 교본까지도 독파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로는 동굴이 불리한 이유를 이 해하지 못했으며 절벽에 굳이 유인 하려는 이유도 알 수 없었으나····
“알겠어요·”
믿어보기로 했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살아온 아 넬라에게 백유설과 젤리엘이라는 든 든한 우군··· 아니 친구가 생겼다·
그녀는 친구와 인연의 소중함을 알 게 되었고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나 가고 싶었다·
인간관계의 신뢰·
그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 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말은 하지 말라고 했어·’
언젠가 마법서적 대신 잠깐 취미로 읽었던 사회생활과 관련된 책이 떠 올랐다·
‘나는 인간이 된 지 얼마 안 됐잖 아·’
흑마인의 사회에 너무나도 오래 찌 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인간의 사회 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인간이 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아넬라는··· 그렇게 인간을 맹신하게 되었다·
“제가 절벽에 가서 잠복할게요·”
“응· 내가 몰아넣으면 함께 포위해
서 해치우는 거야· 분명 우리가 가 장 처음일 거야· 기대해도 좋아·”
“···네· 기대하고 있어요·”
아넬라가 지팡이를 움켜쥐고서 지 도에 표시된 절벽으로 떠나자 미리 내 영애는 삽시간에 미소를 싹 지우 고서 고개를 떨궜다·
지끈
머리가 찢어질 것처럼 고통스럽다·
끊이질 않는 두통·
-그 아이의 재능이 탐나지 않아?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재능? 그런 단순한 게 아니야·’
미리내 영애가 대답하자 그 매혹 적인 목소리 역시 화답한다·
-정답이야· 아넬라는 백유설이 만 들어낸 아주 특별한 전략 병기ス1!
‘전략 병기···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백유설은 여타의 마법사들이 모르 는 독특한 마법을 다수 알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세간에 보이는 점멸의 제어법이나 연금마공학의 창조는 빙산의 일각일 뿐· 그는 진정한 마법을 세상에 숨 긴 채 자신만을 위해 이용하고 있 다·
-그중에 고작 하나를 알아내려는 것뿐이잖아?
*···말 안 해도 알아·’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아니고 그냥 조금 위 험에 빠뜨릴 뿐이잖아· 애당초 친구 라고 생각한 적도 없잖니?
‘친구? 저런 천박한 평민을? 웃기 는 소리·’
一그래· 그러니까····
머릿속을 울리는 웃음소리·
마치 꽃이 만개하는 듯한 그 황홀 한 목소리에 미리내 영애는 순간 눈
이 풀려 버리고 말았다·
-백유설의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 쳐보는 거야!
“ I n
직후·
미리내 영애가 정신을 차렸을 때 는 이미 모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 었다·
-쿠워어어어어!!
– 카르르륵!
-키에에!
사방에 포진해 있던 3리스크 수준 의 마물들이 난데없이 어딘가를 향
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소환사의 명 령조차 듣지 않은 채·
그리고 그 방향은 다름 아닌 아넬 라가 향했던 가시 절벽·
미리내 영애는 쿵쾅쿵쾅 뛰는 심장 을 가다듬었다·
“미안 아넬라· 스텔라에 불합격한 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니? 너와는 달리··· 나는 상당히 급하다구·”
미리내 영애의 고국은 현재 전쟁중 이다· 더 강력한 마법을 더 많은 병 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더욱 뛰어 난 재능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미리내 영애가 가지
고 있는 사명·
그에 비해 아넬라는 어떠한가?
아무것도 없는 평민이 아니던가·
스텔라에 입학하면 뭐··· 그래· 인생역전은 가능하겠지·
하지만 입학에 실패한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너와는 달리 나는 고국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거든·”
그러니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미리내 영애는 마지막 말을 삼키고 서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