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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입생(8)
금강칠월의 정신을 성공적으로 되 돌려놓은 꽃서린은 우선 그 사실을 드워프 제왕에게 전달하여 알렸다·
“···그렇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꽃서린의 눈을 잠시 응시한 금강팔정은 이내 그녀의 말을 믿고서 즉시 부하들에
게 명령하였다·
“두암리를 불러오게·”
제왕의 보좌관이자 외교관으로서의 능력도 출중한 두암리를 부른 금강 팔정은 곧장 금강칠월에게 향하였 다·
며칠 만에 다시 보게 된 위대하신 선조는 그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는데 현명하게 가라앉은 눈빛 을 보고서 금강팔정은 안심할 수 있 었다·
‘정말로··· 돌아오셨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꽃서린이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는
가? 궁금한 점이 산더미였으나 꾹 눌러 참고서 금강팔정을 향해 고개 를 숙였다·
“선조를 뵙습니다·”
-다시 보니 반갑군· 최근··· 내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더라지·
“아닙니다· 선조께서 어떤 모습을 보이든 영원토록 모시겠습니다·”
-그건 미안한 말이로군·
“한데····”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린 금강팔 정은 현명하게 빛나는 십이신월의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보고서 말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 아도 되겠습니까?”
금강팔정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다·
눈앞의 위대한 선조에게 발생한 일 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누군가가 무언가 수작을 가했 으리라는 점은 예상이 가능한 브卜·
하지만 상대는 무려 십이신월이다·
애당초 인간 마법사들은 아직 감정 과 마음을 조종하는 법조차 아예 모 르고 있는데 하물며 십이신월을 상 대로 감정을 조작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천황정팔월 (淺黃情八月)····”
그때 두암리의 입에서 어떠한 단 어가 흘러나왔다·
“그게 무슨 뜻인가?”
제왕이 되묻자 두암리가 말했다·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십이 신월 중 한 명입니다· 태어난 직후 시조 마법사에 의해 재차 봉인되어 다른 십이신월들과는 달리 역사에 전혀 기록이 되어 있지 않아 신도가 존재하지 않지요·”
“그런 십이신월이 있다는 말은 태
어나서 처음 듣는군····”
꽃서린이 물었다·
“그 십이신월의 능력은 어떻게 되 는 거죠?”
두암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 부분 까지는 그도 알 수 없던 탓이다·
대답은 금강팔정이 대신 해주었다·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조종한다· 특히 요망,의 건드릴 때 아주 특출 한 힘을 발휘하지·
“···감정을 조종한다구요?”
곧바로 연홍춘삼월이 떠오른 꽃서 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감정을
다스리는 십이신월이 이미 있는데 또 한 명이 더 있다고?
-둘의 능력은 다르다· 연흥춘삼월 은 흔들리지 않는 감정의 보호막이 라면 천황정팔월은 타인의 정신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부수는 데에 능통한 칼날과 비슷하지·
“그런····”
-얼마 전의 일이지· 이백 년 전쯤 이었나 그녀가 내게 찾아온 적이 있다·
금강팔정과 꽃서린의 표정이 묘해 졌다· ’얼마 전’이라는 단어와 이백 년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
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은 나도 처음이었기에 잠깐의 담소를 나누었 다·
“어떠 했습니까?”
두암리가 서둘러 묻자 금강팔정이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지· 우 리 중에서 유일하게 야욕을 지니 고 있었어· 세상을 갈구하고 있더군·
“그럴 수가····”
십이신월은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닌 대신 욕망이 거세되어 속세에서 벗 어나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는 시조 마법사가 의도한 것·
그러나 유일하게 천황정팔월만큼은 시조 마법사의 제어가 전혀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떠나가며 말했다· 자신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겠다고·
그 뒤로 이백 년·
금강팔정은 탐욕이라는 감정을 강 렬하게 지니게 되었고 드워프를 괴 롭히는 못된 십이신월이 되어있었 다·
더욱 무서운 점은 그 스스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당시의 내가 오랜 기간 싸움에서 휴식하느라 물러진 탓도 있으나 새 삼 무시무시한 능력이군· 내가 눈치 채기도 전에 권능을 걸어버리다니·
“감정과 정신의 영역은··· 위대한 십이신월이라고 해서 안전할 수 없 다는 뜻이군요·”
-그렇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두암리가 뭔 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한데 그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째서 이백 년 아니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활동 을 하지 않는 겁니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천황정팔월의 능력은 인간 사회에 서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을 자 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쯤이야 아주 손쉬울 터· 그런데 천황정팔월에 대 한 이야기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 다는 건 분명 어떤 제약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때 그녀가 찾아와서 말했지· 자신에게 협조하라고· 나는 거절하 였기에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과연 내 협조가 필요했을지도 의문 이군
“협조라···
혼자서도 이미 완벽한 그녀가 대체 왜 금강팔정을 찾아왔는가·
십이신월마저 지배가 가능할 정도 라면 그 능력으로 세상의 모든 지 성체를 세뇌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렇군요·”
그때 두암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세 개 펼쳤다·
“가설이 있습니다· 첫째 시조 마법 사는 그녀에게 다른 십이신월과 전 혀 다른 제약을 걸었다는 겁니다·”
-다른 제약?
“예· 욕망을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 니 아마 물리적인 제약을 걸었겠지 요· 세상 바깥으로 자유롭게 돌아다 닐 수 없는 등의·”
–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내게 찾아왔던 당시의 그녀는 본체였다·
“그렇다면 둘째· 그 능력이 생각보 다 만능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 말에 금강팔정이 눈을 가늘게 떴다·
– 그게 무슨 의미지?
“위대한 선조를 무시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제 말은··· 아마 천황정 팔월이 정신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인원의 숫자가 한정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으음····
“과연 그렇군· 역시 두암리· 그럴 듯한 가설이야·”
“그리고 셋째· 이건 두 번째 가설 과 연결됩니다만 아마 천황정팔월 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장악에 인 원의 한계가 있다면 높은 계층의 일 부만을 장악하여 그 뒷배에 숨어서 조종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세계 정복은 불 가능하다· 설령 세계 최강대국 스칼
벤 제국의 황제를 정신지배한다고 쳐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 면 곧바로 주변 국가에서 합심하여 스칼벤을 무너뜨릴 테니까·
당장 근처에 아돌레비트와 풍제국 이 멀쩡히 버티는 중이고 마법사 협회와 아르카니움의 다섯 마법학교 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즉··· 천황정팔월은 꽤 높은 신분 을 가진 누군가를 조종하며 세계 정 복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숨어서 지 내고 있다는 것·
이 가설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하겠지요·”
과연 천황정팔월은 누구의 정신을 꼭두각시처럼 지배하고 있는가?
아돌레비트의 여왕?
스칼벤 제국의 황제?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장?
만월탑의 마탑주?
그 누구라도 십이신월의 권능을 피 해갈 수는 없다·
전 세계 모든 권력층이 용의자이자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존재했다·
“제왕이시여· 만일 제왕께서 세상 에서 단 한 명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ロ ・
금강팔정은 고민했다·
자신의 목표가 세계정복이고 단 한 명만을 지배할 수 있다면····
“그래도 역시 스칼벤 제국의 황제가 아니겠는가· 스칼벤의 군사력은 가히 세계 최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엘프왕께서는 어떠십니까?”
“저는··· 글쎄요· 스텔라 아카데미 의 엘트먼을 고르지 않을까요···r
“그렇군요·”
두 사람의 의견은 뻔하디뻔했으나 정답에 가까워 보였다·
스텔라의 교장과 스칼벤의 제왕은 세계정복을 노리기에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니까·
“제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그렇다면?”
“스칼벤에 필적하는 군사력 엘트 먼에 필적하는 강력한 능력을 지니 고 있으나 영토와 세력이 숨겨져 있 어 그 활동이 자유로운 세력이 더 있습니다·”
두암리는 손가락을 네 개 펼쳤다·
북극 빙백산맥의 수호자 설파람 대공·
남쪽 하월평야의 심장 상인 멜리안·
동해 용오름파도 함대의 사령관 할리스베일 제독·
서부 사막의 기둥 만월탑주 해성월·
“중앙대륙에서 벗어나 각 대륙에 서 어마어마한 세력을 펼치고 있는 위인들입니다·”
“과연 그렇군요···
“일리가 있군·”
저들은 단 한 명이라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힘과 권력을 지 니고 있었다·
“우선··· 별구름 상회의 멜리안 상단주는 아닐 거예요·”
“오호 엘프왕께서 그렇게 생각하 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신뢰하는 사람이 멜리안 상 단주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있 거든요·”
“아 그 소년 말입니까?”
이야기를 듣던 금강팔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유설의 통찰력이라면 믿을 만하 지· 만약 멜리안 상단주가 세뇌되었 다면 가장 먼저 눈치챘을 것이다·”
“아마 삭월탑주와도 만난 적이 있 을 거예요· 저희가 따로 만나봐야 알겠지만 우선은 후보에서 지워도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남은 두 사람이 문제라 는 건가···
금강팔정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 었다·
설파람 대공과 할리스베일 제독·
그 두 사람의 성격이 얼마나 무시 무시한지 알고 있는 그로서는 영 만 나기가 꺼림칙한 것이다·
“아 그렇지·”
그러다 퍼뜩 떠오른 금강팔정은 꽃 서린에게 말했다·
“이번 건을 백유설에게 의뢰해 보 는 건 어떻겠나?”
“백유설에게···T
“그래· 솔직히 우리가 직접 찾아간 다고 뭐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지 는 않군· 눈을 마주치자마자 세뇌가 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있었다면 여태까지 교류하면서 진작에 알아내 지 않았겠는가?”
“그것도··· 그렇겠지요·”
그들은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무수 히 많은 교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중에는 9클래스의 마법 사도 포함되어 있을 터·
그런데도 아무도 이상한 점을 알아 내지 못했다면··· 평범한 방법으로 는 알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없는 눈을 가진 그 소 년이 필요할듯 싶군·”
“네· 안 그래도··· 선물을 주기 위해서는 이곳에 불러올 필요가 있 었거든요·”
“선물? 웬 선물?”
꽃서린은 화사하게 웃었다·
“제 개인적인 마음을 담은 선물이 에요·”
“허 참· 그 소년은 축복받았군·”
무려 엘프왕이 개인적인 선물을 준 비할 정도라니· 참으로 신기하고 이 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 * *
극동부 아이테르 대륙에서 수백 키로미터 떨어진 바다의 심층부·
‘알라만카 심해’
해왕 알라만카가 지배하는 이 바다 는 수백 년 전 육지가 모조리 가라 앉는 바람에 인간이 결코 출입할 수
없는 ‘절대금역’으로 지정되었다·
만약 인간이 이곳에 발을 들인다면 끝없이 가라앉는 심해의 공포가 마 주하게 될지니··· 라는 건 전설에 불과했고 실상은 이곳에 터줏대감 으로 자리한 십이신월 ‘적하유월’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아 소식이 없군·
어느 이름없는 섬의 해변가·
분신체로 모래사장에 누워서 썬글 라스를 낀 채 썬텐을 즐기는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한 명 있었으니·
-슬슬 찾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바로 위대한 십이신월 중 하나 적
하유월이었다·
얼마 전 그는 자신의 예비 신부 홍비연에게 찾아가 그녀의 심장에 축복을 걸어두었다·
자신과 함께하고 있을 때는 축복이 겠으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제어가 불가능하여 저주가 되어버리는 아주 특별한 적하유월의 권능·
그는 짜증 난다는 듯 백유설과 홍 비연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서로를 애틋한 감정으로 바라보는 그 모습은 참으로 짜증 나기 그지없 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즐거웠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운명에 굴복하
여 어쩔 수 없이 연인을 바쳐야만 하는 그 순간의 백유설을 보고 싶었 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 상황에서 백유설을 억지로 쓰러뜨리고 홍비연을 데려와도 좋았 겠으나 그러지 않고서 복귀한 것도 그러한 이유가 컸다·
절망에 일그러진 백유설이 홍비연 을 직접 이곳까지 데리고 온다면 그것은 적하유월의 삶에서 가장 즐 거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소식이 없는 거지?!
백유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신
에게 곧바로 소식이 전해질 터·
학교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라고 하니 속이 답답할 노릇이다·
거기에 더해 홍비연의 저주도 어째 서인지 진척이 없었다·
불꽃이 심장을 잠식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자연스레 자신에게 이끌리게 되어 있는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 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감히 인간주제에 자신의 축복을 제 거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
-안 되겠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아봐야····
그때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치며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회색의 금기 가기 시작했다·
쩌적!!
이윽고 공간이 열리며 그곳에서 걸어 나오는 회색 머리칼의 사내·
-회공시월··· 중요한 순간인데 왜 또 찾아온 거야?
그는 감정 하나 없는 무뚝뚝한 기 계 같은 말투로 말했다·
-자력일월 (紫靂一月) 까지 협조를
약속받았다·
-와우 진짜로? 그럼 벌써 다 모은
거야?
-그건 아니다· 곧바로 모이기로 했 으니 이동할 준비를 하도록·
-뭐? 우리 십이신월은 결코 모여 서는 안 되는 거 아니었어?
적하유월이 당황하여 묻자 그는 제 대로 된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 상관없다·
그러고선 대뜸 회색의 공간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회공시월· 상당히 재 수 없는 모습이었으나 어찌 되었든 그의 사상에 협조하기로 했으니 적 하유월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쓰읍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
지····
당장 예비신부를 어떻게 꼬셔야 할 지부터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 만 귀찮은 일에 휩쓸려서 곤란하다·
-뭐 그래도 저놈 아니었으면 내가 자유롭게 지상으로 나오지도 못했겠 지만····
내리쬐는 뙤약볕을 바라보며 적하 유월은 투덜투덜 회공시월의 공간 속으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