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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신입생(4)
마법의 도시 아르카니움·
공중을 부유하는 이 거대한 도시에 는 다섯 개의 명문 마법 학교가 있 었으며 그 기관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편의 시설이 설비되어 있었다·
미리내 영애·
본명 달레인 리히나 슈타르즈·
심리학과 점성술로 유명한 슈타르 즈 공작가와 전쟁 영웅 리히나의 이 름이 모두 담겨 있는 달레인의 풀 네임은 그녀가 얼마나 부유한 환경 에서 자랐을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 었다·
프레이야 호텔 78층·
WIP급의 최상층의 계급만이 이용 할 수 있는 이곳은 일 년에도 극소 수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달레인은 달빛 쏟아지는 하늘을 가 만히 바라보았다·
스텔라 아카데미 입학 대기를 하는
학생들은 스텔라 학구 내부의 호텔 에서 머물고 있으나 그녀는 따로 이렇게 시간을 내서 아르카니움 시 내로 나와 호텔을 잡고 시간을 보낸 다·
사치를 부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돈을 써본 적이 없다·
“와아 이게 VII룸···r
이런 최고급 호텔을 처음 이용해 보는 듯 순수한 눈으로 감탄하는 소 녀 아넬라를 위한 것이었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 정도 의 과금은 별로 아깝지도 않다·
“치 침대에 올라가도 돼? 추가금 내야 올라갈 수 있어?”
아넬라가 겁 먹은 듯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대형 스위트 침대를 가 리키자 달레인은 방긋 웃으며 답했 다·
“올라가도 돼· 오늘 거기서 잘래?”
“정말?! 그래도 돼?”
“응·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ス 1· 우리 는 친구잖아·”
“와아····”
아넬라의 표정이 풀려버렸다·
평민 아니 그 이하의 삶을 살아
오던 아넬라였기에 이런 호화로운 귀족의 삶을 동경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으음 미안· 그래도 오늘 밤에 잘 때는 스텔라에 돌아가야 할 것 같 아·”
“···어째서?”
“유설이가 외박하지 말랬거든· 꼬 박꼬박 스텔라 기숙사로 돌아와서 자기한테 출석 체크 하라더라·”
달레인은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없다·
저 소녀는 백유설의 명령이라면 용
암 속으로라도 뛰어들 것이다·
마법 심리학의 전문가나 다름없는 미리내 영애였기에 손쉽게 그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디저트는 같이 먹을 거지?”
“물론이지!”
달레인은 옅게 웃으며 호출 버튼을 눌렀다· 잠시 기다리니 웨이트리스 가 케이크와 사탕 쿠키와 마시멜로 등 디저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카트를 끌고 왔다·
“와아··· 이렇게 많이?”
“이 정도는 대접해 줄 수 있지· 친
구니까·”
“고 고마워!”
아넬라가 쿠키 하나를 집자 달레인 도 똑같은 쿠키를 집으며 말했다·
“이건 살짝 구워 먹으면 더 맛있는 쿠키야·”
,,정말?,,
“보여줄게·”
달레인은 입술을 달싹이며 짧게 주 문을 외워서 금세 불꽃을 소환했다·
또래 아이들 증에서도 불과 1초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자연계 발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녀가 노력을 해왔다는 증 거가 실생활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렇게 이 부분을 불에 갖다 대면 더 맛있게 구워져· 해볼래?”
“응!”
대답이 떨어진 직후 아넬라의 검 지 손가락에서 불꽃이 화르륵! 피어 오른다·
“아앗! 너무 세게 피웠어·”
그리 말하며 불꽃의 세기를 천천히 줄이더니 달레인과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서 쿠키를 굽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는 거 맞지?”
헤벌쭉 바보처럼 웃으며 자랑하는 아넬라· 순간 표정이 굳었던 달레인 은 이내 부드럽게 웃었다·
“맞아· 잘하네····”
“오오 정말 맛있어!”
정신없이 쿠키를 먹는 아넬라를 보 며 달레인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재능의 차이·’
달레인이 아넬라를 알게 된 시점은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당시 친목 교류의 일환으로 별구 름 상회의 젤리엘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어린 소녀 한 명이 눈에 띄지 않았 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이다운 귀여운 행동과 말투를 보 여주었지만 남다른 총명함과 연륜 이라도 쌓인 듯한 지식으로 젤리엘 을 도와주고 있었으니까·
제아무리 천재라 불리는 젤리엘조 차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공백은 어쩔 수 없었는데 그것을 아넬라가 순진무구한 말투로 채워주고 있어서 더욱 인상에 남았었다·
당시
아넬라는 마법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짜라고 하였다·
저 아이를 스텔라에 보내는 게 목 표라고 했던 젤리엘의 말을 처음 들 었을 때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달레인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지금까지 미친듯이 노력하 여 간신히 이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이제 막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평 범한 소녀라면 간신히 마나의 흐름 정도나 감지하는 수련을 하고 있을 터· 그런데 아넬라는 놀랍게도 마법 의 시연을 연습하고 있었다·
고작 한 달만에 마법을 실제로 사 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천재라고 생각했지·’
그 뒤로 달레인은 그녀에게서 시 선을 뗄 수 없었다·
아넬라의 수준은 폭발적으로 상승 하였고 성장세에 가속도라도 붙어 버린 듯 미친듯이 달려나가 마침내 는 또래의 ‘천재’들마저 앞질러 버 렸다·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았 다·
그건 본능이었다·
빠르게 마법을 터득할 수 있고 강 해질 수 있는 비밀에 대한 갈구·
우연히 백유설이라는 소년과 아넬 라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는 사실을 알았다·
백유설· 그가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최근 일 년간 신문에 가장 많이 출현한 인물· 유명하면서도 누구보 다도 신비로운 사람·
극히 일부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 남들이 생 각하지 못했던 것 남들이 불가능하 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것들 모두·
백유설은 가능하다·
그래서 그의 뒤를 캐보았으나 아 무것도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의 평소 행적은 너무나도 평범한 10대의 소년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대신··· 미리내 영애는 아넬라의 뒤를 철저하게 캐냈다·
젤리엘의 철통 보안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회 경험이 매우 적은 아넬라의 부주의함을 이끌어내 기란 아주아주 쉬웠다·
그리고 마침내··· 미리내 영애는 아넬라의 비밀을 알아냈다·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아 주 특별하고 독특한 체질·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어·’
미리내 영애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 으로 순진하게 쿠키를 먹고 있는 아 넬라를 바라보았다·
저런 특별한 재능은 고작 아넬라 처럼 생각 없이 사는 소녀가 가질 만한 것이 아니다·
고국을 지키기 위해 전장의 최전 방에서 ‘성녀’가 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는 자신이 가져야만 한다·
‘앞으로 조금이야·’
아넬라를 꾀어내는 것은 아주 손쉬 웠고 거기에 백유설을 끌어들이는 것까지 성공했다·
···생각보다 아넬라의 입이 무겁 고 천진난만한 행동과는 달리 사고 회로가 굉장히 빠르게 굴러가서 아 직까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기는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
“와 이것도 맛있겠네·”
미리내 영애는 방긋 웃으며 아넬라 에케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넸다·
‘아넬라 어서 너의 비밀을 보여줘·’
이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된다·
* * *
입학 시험 D-4·
백유설은 주말을 틈 타 아르카니움 바깥으로 외출했다·
일전에 후송 중 습격 사건 이후로 스텔라에 복귀한 뒤 수련에 맹진하여 단 한 번도 학교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었기에 정말 간만의 외출이었다·
달리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 니고 겨울이 되면 자라나는 아주 희
귀한 야생초 하나를 얻기 위함이다·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비행선을 타고 5시간·
기차를 타고 17시간·
워프 흘을 무려 4번이나 갈아타며 찾아온 이곳은 킬리만 산맥·
험준한 지형과 인간에게 불친절한 자연현상 때문에 어지간한 등산객들 도 철저하게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이제 백유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갖추게 된 백유설은 이제 어딜 가도 얼어 죽거 나 힘들어서 죽을 일은 없다·
철저한 장비로 무장해도 모자랄 판 에 단검 하나 달랑 들고서 교복을 입은 채 등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쿠워어어!!!
반달가슴곰을 닮은 붉은 피부의 곰 이 나타나서 괴성을 질러댔으나 그 것의 뒷쪽으로 점멸하여 가볍게 단 검을 그으니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이제 어지간한 야생의 괴수는 백유 설의 점멸에 반응할 수도 없다·
산맥을 한참이나 헤치며 진입흐!■자 마침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던전 냉혹한 바람의 노래’를 발견 하였습니다·]
“음 확실하네·”
직박구리 안경에 기록되어 있는 어 떤 유저의 가이드에 따르면 정상에 서 ‘냉혹한 바람의 노래’ 던전이 열 리는 타이밍은 일 년에도 한두 번으 로 정말 가끔이라고 한다·
그러나 던전에 진입하지는 않을 것 이다· 저것은 야생초를 숨기기 위한 함정· 들어가면 보상도 얻지 못하고 하루종일 산만 타다 나와야 한다·
“분명 이쯤에··· 아 찾았다·”
던전 입구 근처를 맴돌며 풀숲을 뒤적이자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약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체내의 냉기를 빼내고 활기를 되 찾게 해주는 이것은 백유설이 먹어 도 좋겠지만 당장은 에이젤을 위한 선물이었다· 최근 들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어떤 마법에 적응하지 못 하고 하루종일 끙끙 앓기만 하는 그 녀가 안쓰러워서 보다 못한 백유설 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음 이건 됐고··· 윽?!”
약초를 아공간에 넣어서 하산하려 고 하는데 갑작스레 거세게 바람이
휘몰아쳤다·
“···뭐야?”
이제는 공기의 흐름마저도 감각으 로 파악하고 있는 백유설이었기에 방금의 바람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
-그대여··· 내 목소리가··· 들 리는가···?
백유설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뭐야? 이런 구시대적이고 구닥다 리 방식의 인사는 대체···
그대여 초면에 무례가 심하
구나·
“초면? 얼굴도 안 보이는데?”
배낭을 짊어진 백유설은 발을 툭툭 털고서 말했다·
“나 간다· 말걸지 마·”
-그 그대여! 잠깐 기다리게나····
휘이잉···!!
바람이 다시 한번 세차게 몰아쳤으 나 백유설은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 릴 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는··· 우윳 빛 흰색 머리칼에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 한 명· 흰색의 드레스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마녀의 왕 스칼렛·
“안녕! 오랜만?”
설마 이런 황당한 장소에서 만날 줄은 몰랐기에 백유설은 저도 모르 게 뒷걸음질 치며 테리폰 소드를 뽑 아 들었다·
“아이 장난 좀 쳤다고 경계하는 거야?”
그러다 그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는 사실을 떠올리고서는 다시 무장 을 해제했다· 어차피 스칼렛이 진심 으로 나오면 상대도 되지 않는다·
“뭔 일입니까?”
“어쭈 교수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말하기 싫으면 가십쇼·”
“어어? 어? 야! 너무 무례한 거 아 니니? 나 그래도 스텔라 교수님 출 신에 나름 마녀의 왕이라구?! 게 게다가 내가 너 도와준 건····”
“아·”
스칼렛이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자 백유설은 뒤돌아 그녀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지팡이를 건네주신 일 그때는 진
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어어··?”
백유설이 예상 외의 행동 패턴을 자꾸만 보이자 스칼렛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덕분에 담갈토이월을 원래대로 돌 리고 수많은 인명을 구했습니다·”
“어 응· 그래· 내 덕분···이지····”
“그럼 이만·”
“아?!”
거기까지 말한 뒤 백유설이 냉큼 점멸까지 사용해가며 도망치자 스칼 렛은 허겁지겁 그의 뒤를 쫓았다·
“자 잠깐마아안! 나 이런 장소가 아니면 너를 만나기도 힘들다고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 는지 백유설의 속도에는 아예 가속 도가 붙어버렸다·
‘뭐 이렇게 빨라?!’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백유설의 스피드에 스칼렛은 황당함을 느끼면 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 지는 그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기다려어어!!”
그 뿌듯함과는 별개로 쫓아가기가 매우 벅찬 것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