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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특별한 일족(2)
쿠구궁···!!
구름에서 거꾸로 솟아내린 일라 젤 리든 리버스 마운틴에서 난데없는 요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자그마한 충격에도 눈사태가 금방 발생하고 마는 설산이었기에 어마어 마한 눈의 폭격이 휘몰아쳤으나 걱
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애당초 리버스 마운틴에는 생명이 거의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율의 천칭]
풀레임의 손끝에서 마법진 두 개가 생성되더니 곧바로 하늘에 새겨져 저울의 형태로 변이되었다·
기이잉!
이윽고 천칭이 한쪽으로 기울자 천 사 사냥꾼 알파의 가슴에 자그마한 문양이 새겨졌다·
“···귀찮은 짓을 하는군·”
상대방의 능력치가 자신보다 강할
경우 그것을 빼앗아 자신을 축복하 는 천사 일족의 특별한 마법·
“하지만 그 반대는 몰랐겠지!”
[천벌의 천칭]
“윽?!,,
검붉은색의 천칭이 하늘에 생성되 는 순간 풀레임의 몸에서 약간의 힘 이 빠져나갔다·
이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강할 경우 그 대상을 저주하여 약화시키는 악 마의 마법·
풀레임의 마법과 완전히 상극이 되 는 형태였다·
비록 풀레임이 알파보다 강력한 힘 을 지니고 있지 않은 덕분에 저주를 크게 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가 내세운 모든 수법이 카운터당해 버 렸다는 점이 중요했다·
‘미치겠네 악마의 마법이라니!’
그녀는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활강 하여 리버스 마운틴의 날카로운 절 벽 사이를 지나쳤다·
“도망만 칠 셈인가?”
최고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고 생각 했는데 알파는 어느 사이엔가 따라 붙어 풀레임에세 손을 뻗었다·
[오라 지옥으로]
알파의 마법진이 허공에 분산되 スト 검붉은 손아귀가 풀레임의 몸을 향 해 쇄도하였다· 어떻게든 피해 보려 고 했으나 그중 하나가 날개에 닿고 말았다·
쫘악!
“아악···!”
허무하게 찢겨 나가버리는 천사의 날개·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람에 풀레임의 눈에 눈물이 핑 돌 았다· 어찌나 아팠는지 실드조차 제 대로 전개하지 못한 채로 추락하는 풀레임을 보며 알파는 코웃음 쳤다·
‘어리군 형편없고·’
문헌에 기록된 천사들은 하늘을 반 으로 갈라서 거대한 창을 소환해 대 지의 악마를 심판했다고 한다·
그전설 속 천사에 비해 눈앞의 저 소녀는 터무니없이 약하고 보잘 것없는 존재였다·
대마법사가 일으킨 폭풍조차 헤치 고서 날아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 하다는 천사의 날개는 가벼운 마법 몇 번에 찢어질 정도로 연약했으며 악마왕의 일격조차 막아낼 정도로 튼튼한 천상의 방패는 아주 조금의 충격만 주어도 금세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저기서 더 성장하게 두었 다가는··· 위험할 뻔했어·’
풀레임의 나이는 대충 가늠해 보아 도 고작해야 10대 후반·
그럼에도 자신에게 대항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누리다니· 역시 천사의 핏줄이란 말인가·
‘여성체 천사는 빠르게 제거해야만 한다·’
고대 시절부터 천사와 악마는 여성 체가 극히 드물었고 그 때문에 번식 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찌 보면 생태계의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나 할까·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지닌 천사와 악마가 그 번식력마저 인간을 뛰어 나다면 지상은 이미 그들이 지배했 을 것이다·
‘여기서 죽인다·’
저 아래까지 추락하던 풀레임은 천 상으로부터 또다시 힘을 받아 날개 를 재차 펼쳐서 날아올랐다·
알파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면 서 허공을 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 에 소환되는 검붉은색의 창·
“도망쳐도 소용없다·”
이 창은 그의 시야에 들어온 천사 를 반드시 격추시키는 마법으로 천
사 사냥꾼 일족이 악마의 힘을 빌려 서 개발한 특별한 계승 마법이었다·
回둠의 징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는지 정신없이 도망치던 천사가 허겁지겁 금색의 방패를 소환하였다·
하지만 소용없다·
이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 차이라면 저따위 방패는 가뿐히 꿰뚫어버릴 수도 있다·
“수백 년 만에 나타난 천사치고는 상당히 시시하지만···
불끈!
“잘 가라 마지막 천사·”
오른팔에 흑색 마나를 쏟아부은 알 파는 두 눈을 부릅뜨고서 어둠의 징 벌을 풀레임에게 집어 던지려는····
···그 순간·
쿠쿠구구구구구!!
갑작스레 리버스 마운틴 전체가 의 지를 가진 것처럼 거칠게 포효하기 시작하였다·
“··아?”
난데없이 발생한 자연재해에 알파 는 뒤로 물러나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또 뭐야···r
그 위대한 일라 젤리든 리버스 마 운틴이 알파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개의 눈동자·
쩌억 벌어진 거대한 입·
그 흉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은 알파 를 향해 경고를 보내는 듯하였다·
‘어서 이곳에서 꺼져라·’
믿을 수 없는 현상에 알파는 허탈 하게 미소 짓고 말았다·
“이제는··· 자연마저도 천사를 돕 는가?”
어째서 인가·
왜 자연이 천사를 돕느냔 말인가·
천사는 지상의 적이 아니던가?
“대체 왜···
그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 * *
백유설은 아이테르로 넘어온 그 시 점부터 이미 ‘점멸이라는 마법에 완벽히 통달해 있었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을 플레이하 던 시절의 경험을 현실에서도 고스 란히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하나 착각한 부분이 있었다·
그건··· 점멸을 조절하는 법에 대 해 완벽히 통달했을 뿐 사실 점멸의 원리 같은 건 아예 알지도 못하지 않던가?
여타의 마법사는 점멸 마법을 사용 할 때 많은 양의 마나를 소모하는데 백유설은 마력누설지체의 덕분에 그 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일까?
백유설은 그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여타의 마법사는 점멸의 방향을 조 절할 수 없지만 백유설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일까?
이 역시도 알지 못한다·
그냥··· 처음부터 가능했으니까·
그런 ‘설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상은 현실·
설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고 개연성과 법칙이 존재하는 진짜 현 실에서는 설정이라는 보기 좋은 단 어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즉 백유설이 점멸을 자유자재로 조 종할 수 있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다만 여태까지 그 원인을 전혀 알
지 못했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뿌
이는 꽤 중요한 문제였다·
백유설의 점멸은 ‘게임의 설정’에 따라 쿨타임과 사거리가 묶여 있다·
이는 스킬의 레벨을 올리거나 천기 일체 등의 리스크가 높은 스킬을 사 용하지 않는 이상은 벗어날 수 없는 크나큰 제약이었는데····
만약 여타의 마법사처럼 점멸이라 는 마법 그 자체를 분석하여 수련을 통해 위와 같은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점멸]
타닥!
지그재그 불규칙적으로 놓인 허수 아비 사이로 점멸을 사용하여 검을 휘두른 백유설은 순간적으로 다가온 날카로운 가시를 보고서 간담이 서 늘해 졌다·
인공지능을 가지고서 움직이는 허 수아비의 공격은 훈련용이었기에 실 질적인 타격은 없었으나 점멸을 사 용하던 도중에 피격되면 어마어마한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홍춘삼월의 가히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공포심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곧바로 평정심
을 되찾아 또다시 반대편을 향해 점 멸을 사용하였다·
타악
멀찍이 떨어진 허수아비를 향해 최 대 사거리로 점멸한 뒤 검을 휘두르 자 팔목에 강렬한 반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고통은 없다·
[천기일체 상태 돌입!]
어마어마한 자연 에너지가 그의 팔 목을 감싸고서 보호하고 있었기 때 문· 백유설은 신체 전체를 아우르는 천기일체를 만끽하며 점멸을 마구잡 이로 사용하였다·
계산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육감에 의존한 연속 점멸·
자칫 잘못하다간 훈련용 허수아비 와 부딪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건 만 그는 자신의 육감을 믿었다·
애당초 마력누설지체에도 파생 스 킬로 [육감]이 달려 있었으나 자연 천기지체에서 파생되는 육감은 그것 과는 차원이 달랐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그곳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허수아비가 움직이는 시간을 0·001 초 단위로 느낄 수 있었으며 허수
아비가 움직이는 반경을 1mm 단위로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치 잠시 뒤의 미래가 보이는 것 만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로 다음의 움직임을 훤히 예측할 수 있었다·
‘역시 뭔가 이상해·’
훈련을 하면 할수록 점멸의 컨트롤 역시 늘어만 갔으나 백유설의 목적 은 그게 아니었다·
천기일체의 발달된 감각을 통해 점 멸을 분석하려는 것이다·
‘점멸을 아무리 사용해도 마나에 전혀 유동 현상이 보이지 않아·’
백유설의 체내에는 마나가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점멸은 어마어마 한 양의 마나를 소모하기 때문에 반 드시 어떤 연료를 사용할 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백마 법이 푸른색 마나를 사용한다는 것 을 생각하면 이는 참 기이한 현상이 었다·
‘대체 뭐지?’
백유설은 아예 눈까지 감아버리고 서 점멸을 사용해 보았다· 굉장히 위험천만한 행위였지만 그는 천기일 체의 육감을 믿었다·
[점멸]
공간을 접는 듯한 혹은 몸을 무언
가가 거칠게 잡아당기는 듯한 감각·
그 과정에서 자연 에너지에도 변화 가 없었으며 마나조차 소모되지 않 았으나 백유설은 아주 미세하게 무 언가가 변했음을 감지했다·
,이건···!)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 중력 을 깨달은 뉴턴이 이런 기분이었을 까· 혹은 상대성이론을 깨우친 아인 슈타인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유레카·’
아주아주 희미하고 작은 실낱같은 무언가였으나 틀림없이 백유설의 감
각 안에 그 무언가가 들어왔다·
한 번 실마리가 잡힌 이상 두 번 째는 어렵지 않다·
점멸 또 점멸·
백유설은 무아지경으로 허수아비 사이를 점멸으로 종횡무진하며 방금 의 그 감각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보통은 손가락 틈새 사이로 빠져나 가는 물처럼 금방 흩어지고 말았지 만 아주 간혹 백유설의 손끝에 그 감각이 잠시나마 남아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거야·’
마나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공간
을 구성하는 근원의 힘이다·
마법사들은 근원의 힘을 끌어와 마 법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 는 것이고
하지만··· 세상은 ‘공간’이라는 3 차원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공간에 더해 ‘시간’이라는 개념을 하나 더 추가해야만 비로소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다·
공간(마나)과는 또 다른 근원의 힘·
‘점멸의 원리는··· 시간과 관계가 있던 거였나?’
공간이동을 하지 않고서 불과 0·1
초 만에 10m가 넘는 거리를 도약하 는 이 마법은 어딘가 공간의 물리 법칙에 위배되어 있다·
하지만 그 원리가 시간이라면?
‘뭔가 알 것 같은데···
연속 점멸을 멈추고서 목검을 늘어 뜨린 백유설은 왼손을 들어 올리고 서 조용히 심장에서부터 기운을 끌 어모았다·
방금 전 점멸이 발동됨과 동시에 사용되었던 그 미지의 마나가 자신 의 가슴 속 어딘가에서도 감지되었 기 때문이다·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그것의 정체
는 뻔했다·
[은세십일월의 가히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특별하다 고 할 수 있는 시간의 마나·
웅웅웅···!!
그 은색빛의 기운이 지금 백유설 의 손바닥 위에서 아주 옅게 빛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아···!”
눈을 뜬 백유설은 그것을 보고서 하마터면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해냈다····”
점멸의 원리를 완벽히 파악하지도
못했다· 은세십일월의 권능 중 하나 를 깨닫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진리로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고야 말았다·
。와 1은 다르다·
0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지 만 1은 얼마든지 10에서 100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으니까·
꽈악!
주먹을 움켜쥔 백유설은 은색의 마 나를 천천히 가다듬었다·
‘좋아 장소를 옮겨야겠어·’
점멸의 근원을 파악했으니 더 이상
허수아비를 때릴 필요는 없다고 판 단하여 명상을 위해 훈련장을 나서 려는데 허리줌에서 진동이 울렸다·
우우웅!!
“웅?”
스마트폰도 없는 시대인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허리를 더듬던 백유설 은 진동의 원인을 금세 찾을 수 있 었다·
“회중시계···r
스텔라의 생도임을 뜻하는 회중시 계· 달칵! 버튼을 눌러 그것을 열어 보니 웬 위험 신호가 발생하고 있었 다·
“아· 구조 요청 신호인가·”
스텔라 기사단장 아레인이 백유설 의 회중시계에 특별히 달아놓은 기 능이었다·
스텔라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외부 로 나갔을 때 혹여나 곤경에 처하면 그 즉시 스텔라 기사단으로 위험 신 호를 보낼 수 있었는데 그 신호를 백유설도 받을 수 있는 것·
아직까지 학생의 신분인 탓에 마땅 히 쓸모있는 기능은 아니었으나 아 레인은 그에게 특별한 기능도 한 가 지 추가해 주었다·
모든 위험신호를 받지 않는 대신
그가 가깝게 여기는 친구들의 위험 신호를 받도록 해놓은 것·
“이건··· 풀레임과 에이젤인가?”
그 둘은 현재 스키장에 놀러 갔을 텐데 또 뭔가 변수가 발생했단 말인 가?
웅웅웅!!
머리가 혼란스러워진 와중 회중시 계에 또다시 울리는 위험 알람·
“또?”
신호는 한 개가 아닌 두 개였다·
[위험 신호 – 풀레임 에이젤]
[위험 신호 – 홍비연]
풀레임과 에이젤 그리고 홍비연·
그 둘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신호 를 보내오고 있는 것·
“이게 무슨 일이야···r
겨울방학에 난데없이 위험 신호라 니·
지금 당장 도우러 간다고 해서 저 들을 도울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보 장이 없으나 만약 돕는다면 둘 중 한쪽을 선택해야만 했다·
풀레임과 에이젤이냐·
아니면 혼자 있을 홍비연이냐·
“나는···
백유설은 짧게 고민한 뒤 회중시 계를 닫고서 곧장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