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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겨울방학(6)
평생을 장님으로 살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음에도 전혀 알 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깨달았다·
[자연천기지체가 해방되었습니다·]
나는 평생을 장님으로 살았고 이 제야 간신히 눈을 뜨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빛을 본 장님이 이런 기분일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었고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답답해·’
고개를 내리니 수술용 나이프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 이것을 던져서 흑색의 마력을 가진 무언가를 죽여 버린 기억은 있지만 그게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건가····’
미래의 백유설 또 다른 백유설에 게 빙의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 이었다· 마치 하늘에 위성을 띄워놓 고 광학 망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보 는 듯한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신체는 그에 비 해 한참이나 부족했다·
이제야 간신히 실눈을 뜨고서 앞가 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봐도 무 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였음에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50층 높이의 건축물·
그 내부 사람들의 움직임이 하나 하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소리를 치고 누군가는 마법을 영창 하고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고·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들이 흘리 는 땀방울 하나하나조차 느껴졌다·
어떤 마법이 사용되는지 마법진을 보지 않고서도 깨달을 수 있었고 그 것을 베어버릴 궤적이 선명하게 그 려 졌다·
[천기일체 상태 돌입!]
[자연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당신의 신체를 침식합니다·]
[자연 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정상 치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과부하 상태 돌입까지 7분 37초]
[자연 에너지 과부하 상태가 지속 될 경우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이 발 생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신체가 버티지를 못한다·
자연 에너지가 신체를 맴돌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7클래스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한계를 맞 이하는 순간 금방 쓰러지고 말 것이 다·
원작 게임에서는 이것을 ‘극딜형 버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소위 말하는 ‘현자 타임’이 매우 길고 버 프가 끝난 뒤 큰 페널티가 주어지지 만 순간적으로 아주 강력한 힘을 발 휘할 수 있어 굉장히 희귀한 스킬이 었다·
그리고··· 자연천기지체의 ‘천기 일체’는 오로지 백유설만이 사용할 수 있는 s랭크의 버프였는데 순간 적으로 강력한 항마력을 보유하게 되며 모든 능력치가 2단계 상승하고 공격력이 어마무시하게 상승하기 때 무
일전에 원작 게임에서 최종보스 흑
야십삼월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결정적인 스킬이 바로 이 천기일체였다·
‘여기는··· 어디지?’
병실은 아니다·
호화로운 장식과 쓸데없이 커다란 베개를 보아하니 어딘가의 고급 호 텔로 추정·
“유설 학생···T
구석에 쓰러져 있던 알테리샤가 한 쪽 팔을 부여잡고 일어나 엉금엉금 이곳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피가 고여있었 는데 특별한 마법진이 그려진 붕대 로 감싸여 출혈은 멎은 듯하였다·
“···누가 그런 겁니까?”
“유 유설 학생? 그런 눈빛으로 말 하면 나 무서워···
그녀는 조심스레 뒤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쓰러진 흑마인의 시체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순간 분노가 끓어올랐다·
‘죽이지 말고 조금 더 고통을 줬 어야 하는 건데···
“유설 학생!”
“··?”
내가 주먹을 꽉 쥐고서 시체를 바 라보고 있자 알테리샤가 소리쳤다·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단호한 표정 을 짓고 있었는데 스텔라에서 조수 를 하던 시절에 아주 가끔 보여주었 던 선생님으로서의 표정이었다·
“화를 내면 안 돼··· 나는 괜찮 아·”
“···알겠습니다·”
“어서 가봐· 아래층에서··· 큰 싸 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알테리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
이고서 가뿐하게 도약하였다· 영화 에서 보던 것처럼 점프 한 번에 수 십미터를 도약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점멸]
[점멸]
[점멸]
3초의 쿨타임과 1·5초의 딜레이가 있던 점멸을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마 구잡이로 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세계를 날아다니는 느 낌이다· 이전에는 점멸의 사정거리 를 정확히 재고서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 점멸을 끊어서 사용해야만 했 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아예 없어 졌다·
주어진 사거리 안에서 원하는 위치 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동하는 게 가능했던 것·
심지어 점멸 하나를 충전하는 데에 3초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고작 1초만에 점멸 이 회복되어 연속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해 졌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답답하고 온갖 제약에 둘러싸여 있 던 점멸에게서 아주 약간의 리미트
만 해제하면 이렇게까지나 자유로 운 기분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쿠궁-!!
호텔에서 난동을 피우는 흑마인의 능력치는 대략 7리스크로 추정·
예전에는 도망치느라 급급했겠지 만 천기일체를 각성한 지금이라 면····
‘이길 수 있어·’
이제 남은 제한 시간은 고작해야 7분 남짓·
그러나 나는 급하지 않았다·
‘7분이면 충분해·’
지금의 내 능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 * *
콰과광···!!
건물의 천장 일부가 무너 ス1자 그 위쪽으로 그림자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더니 잔해를 쥐어서 마구잡이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우왁?!,,
풀레임은 날개를 펼쳐서 잔해를 막 아내다가 빛의 화살을 소환하였다·
– 풀레임! 그 이상 우리의 힘을 활 용했다가는····
“나도 알아!”
천사의 힘은 사용하면 할수록 천사 에게 잠식된다· 좋은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천사들은 천상계 에 갇혀 지내는 처지였기에 천사화 가 되는 순간 그녀 역시도 완전히 격리된 삶을 보낼 수밖에 없다·
– 이젠 그만둬야 해·
– 네가 우리를 미워하는 건 싫어·
– 너는 천사화를 싫어하잖아·
– 이미 머리카락이 거의 금색으로
물들었어!
본래 혹단발이었으나 천사 강림을 사용한 직후 백금색의 장발로 변했 던 풀레임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완 전한 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5분 안에 완전히 천사화가 되고 말 거야····
그녀도 알고 있다·
이 힘을 남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
**그게 뭐 어쨌다고!”
천사가 되는 게 뭐 대수란 말인가·
지금 당장 이 힘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백유설을 지켜낼 수 없을 텐 데 말이다·
“내가 천사가 되면 백유설이 천상 계까지 기어 올라와서 꺼내주겠지!”
지이이잉···!!
빛의 화살에 천사의 힘을 끌어모아 장전하자 이단심판관 카에나가 반 응하여 이곳을 향해 시선을 홀겼다·
‘젠장 갑자기 폭주를 해버리다니!’
원작 로판에서는 등장했던 적이 없 는 장면이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설마하니 ‘조련사’가 사망하면 카 에나가 완전히 날짐승이 되어 힘을 폭주할 줄이야·
‘저대로 가다간 악마가 되고 말 거야·’
풀레임이 천사의 힘을 사용할 때마 다 천사화가 되는 것처럼 카에나 역 시도 악마화가 되고 있었다·
조련사들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카에나에게 제약을 걸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스텔라 기사단이 아래층 에서 조련사를 성공적으로 해치웠는 지 그녀가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
쩌저저적!!
거대한 얼음의 기둥이 여섯 방향에 서 솟구치더니 허공에 육망성의 마 법진을 형성하였다·
‘얼음의 신전 소환’
원작 로판에서는 2학년 2학기가 되었을 때 주인공 에이젤이 배우는 마법으로서 공간 전체를 자신의 얼 음으로 장악하는 기술이었다·
“저걸 벌써···?”
그러나 에이젤의 신전 소환은 그림 자 칼날에 의해 부서져 저지되고 말 았다· 그녀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자 그 뒤에 서 있던 젤리엘이 나 무 뿌리로 에이젤의 몸을 감쌌다·
은은하게 피어나는 초록색 기운·
비록 속세에 찌들었으나 젤리엘도 나름대로 하이엘프로서 세계수의 치
유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대로는 이길 수 없어·’
각자 가문의 비기를 사용해가며 카 에나와 접전을 벌이고는 있었으나 그녀들에게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 다·
능력을 과하게 사용할 경우 반동이 심하게 따라오기에 도중에 멈출 수 밖에 없는 것·
그에 비해 카에나는 능력을 사용하 면 할수록 더욱 강해지니 도저히 이길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아직 학생들이 버티고 있다! 기사
단! 당장 전열을 재정비하여 지원하
도록!!”
스텔라 기사단이 조련사를 처치하 고서 도착한 것인지 사방에서 발소 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풀레임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기서 천사 강림을 해제하더라도 항마 결계를 다시금 설치한다면 카 에나를 해치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 은 아닐 터·
마침 지형도 건물 안쪽이었던 덕분 에 결계를 치기에도 굉장히 좋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 키에아아악악악악앆!!!!!
“으윽···!”
카에나가 초고음파를 사방으로 발 산하더니 난데없이 건물 벽을 뚫고 서 바깥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아 안 돼!”
항마 결계는 좁은 공간에서 효과적 이기 때문에 넓은 장소로 도망치게 되면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서둘러 건물 바깥으로 날아간 풀레 임은 재차 빛의 화살을 겨누었으나·
“···뭐야 이게?”
뒤늦게 목격한 광경에 허탈한 목소 리를 내뱉었다·
꾸물꾸물 건물 벽 전체를 감싸고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흑색의 물체·
그것은 박쥐의 날개를 떠올리게 만 들었는데 달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비쳐지던 실핏줄이 서서히 아물며 크기를 점차 줄여나갔다·
“설마····”
그제야 저 변화가 무엇인지 깨달은 풀레임은 천사들에게 외쳤다·
“신성의 심판을 준비해! 어서!”
-알았어!
지이이잉!!!
새하얀 빛무리에 스며드는 무지갯 빛 아우라·
풀레임은 있는 힘껏 빛의 마나를 끌어모아 카에나에게 조준했다·
-악마화가 90% 진행됐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악마가 강림할 거야····
“나도 알아·”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저 여자를 죽 일 수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신성 의 심판을 준비하였다·
먼 옛날 천사와 악마가 전쟁을 벌
였을 시절·
포로로 잡은 악마의 권능을 제한하 기 위해 만들어낸 마법 신성의 심판·
비록 진짜 천사들이 사용하는 것에 비해 위력과 효력은 확실하게 떨어 지겠지만····
“지금은 이거라도 사용하는 수밖에 없어·”
그러나 카에나도 바보는 아니었다·
풀레임에게서 본능적으로 아주 위 험한 마법이 느껴지는 것을 직감하 고서는 박쥐의 날개를 펼쳐 이곳으 로 날아오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얼음의 송곳
이 건물에서부터 튀어나와 카에나 의 허벅지를 관통하였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움직임 을 묶었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서 젤리엘이 거대한 나무뿌리로 카 에나를 옭아매었다·
기본적인 상식·
마른 나무는 불에 잘 탄다·
화륵-!
-키에에에엑!!
소리 없이 고요한 불길이 나무를 타고 번지더니 카에나의 몸을 잠식 하기 시작하였다· 그림자 날개를 펼 쳐내는 바람에 불꽃은 금방 소화되
고 말았으나 그것은 곧 풀레임에게 있어 아주 결정적인 빈틈이었다·
‘지금!’
파앙-!!
한 줄기 빛이 되어 날아간 신성의 심판· 그것은 그대로 카에나의 가슴 팍에 적증하였고 어마어마한 빛무리 를 발산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스르륵···
그 마법을 마지막으로 풀레임의 날 개가 사라지더니 바닥으로 추락하 기 시작하였다·
-풀레임! 방금의 마법으로 마나가 모두 소진돼서 날개가···!
– 아 안 돼!
“윽···?!,,
금색의 머리칼을 휘날리며 풀레임 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하려는 그때·
[점멸]
몸이 한 차례 진동하는 기묘한 느 낌이 그녀의 몸을 애워쌌다·
,으··?!
갑작스레 느껴지는 현기증과 멀미·
마나를 과도하게 사용한 대가로 따 라온 탈진 증세일까· 그렇게 생각하 며 고개를 들어 올리니····
“백유설···r
익숙한 얼굴이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다가와 있었다·
“어 어라?”
뒤늦게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백유 설은 옆 건물의 옥상에 우두커니 선 채로 풀레임을 공주님 안기로 들고 있었다·
어째서 백유설이 깨어 있는가·
그 의문보다도 먼저·
“미 미친놈아 내려놔!!”
공주님 안기라는 사상 최악의 창피 함을 자랑하는 자세로 안겨 있다는 사실을 버틸 수 없었던 풀레임은 백
유설의 가슴팍을 퍽퍽 두드렸다·
아프지도 않은지 백유설은 예의 그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 아니 그 것과는 다른 조금 무거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어 어···?”
“고생 많았다·”
풀레임을 옥상에 앉힌 백유설은 은 색의 막대 하나를 꺼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었던 테리폰 소드· 그 끝에는··· 이전과 는 차원이 다른 은백색의 빛이 진하 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맡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