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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겨울방학(5)
혹색의 빛무리가 일렁이자 벽과 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잠식되었다· 근처에 서 있던 호텔 관리인 한 명이 그림자에 닿더니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끄아아아아!!”
마치 블랙홀에 흡수되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민간인을 바라보며 스텔라 기사단 백유설 호위팀의 총 지휘관 텔릭스는 식은땀을 줄줄 흘 렸다·
“젠장···厂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여자가 나 타난 걸까·
푸르게 물든 창백한 피부에 새카만 머리카락과 새카만 눈자위·
눈동자 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똑똑히 눈을 마주 쳤다가 온몸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 이 있기에 텔릭스는 몸서리를 쳤다·
“3중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3인
1 조로 전방위 실드를 전개하라! 건 물의 붕괴가 저지되었으니 지형을 수복해가며 싸운다! 2중대는 나와 함께 전선을 유지해가며 조금씩 후 퇴하나 만약 진형이 흐트러지면 망 설이지 말고 전장을 이탈했다가 복 귀하도록!”
지금은 병력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상황· 상대는 7리스크 수준의 혹마인이었지만 자신들이 제대로 힘 을 합친다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비록 스텔라 기사단이 흑마인을 전 문으로 상대하는 마법 전사는 아니 었지만 이런 상황은 수도 없이 많이 겪어본 베테랑·
“각자 위치로!”
기습 공격에 조금 밀리기는 했으 나 제대로 전열을 갖추고 싸운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으리라·
-흐으으으··· 귀찮아····
“놈이 움직인다! 1중대는 3중대가 위치를 잡는 동안 견제한다!”
웅웅웅웅-!!
텔릭스의 명령이 떨어진 즉시 사방 에서 고농도의 마나가 응집되었다·
비록 건물 내부였기에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으나 애초에 ‘대인 전을 상정하여 훈련을 받은 마법
기사들이었기에 좁은 범위를 집중 타격하는 마법을 배웠다·
인간과 싸우게 되면 필시 도심지 등에서의 시가전이 발생하게 될 테 니까· 즉 이런 건물 내부에서의 전 투는 기사단에게 유리하다는 의미·
“집중 포화 개시!”
이윽고 텔릭스의 신호가 떨어지자 호텔 복도 내부에서 마나의 소용돌 이가 몰아쳤다·
천장에서 스파크가 형성되더니 벼락 한 줄기가 떨어지는가 하면 불꽃의 써클이 형성되어 이단심판관의 몸을 덮쳐들었고 거대한 얼음의 칼날이 그
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타격을 먹겠지!’
···그렇게 생각했으나·
기사단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 다· 이단심판관 카에나는 평범한 7 리스크의 흑마인이 아니라 악마의 마법을 가진 흑마인이라는 사실을·
스르륵!
“어 어어?”
“뭐야···!”
“마법이 흡수되다니···?”
기사단이 날린 마법은 카에나가 펼 친 그림자 장막에 모조리 빨려들어
가더니 그대로 소멸되고 말았다·
“이럴수가····”
텔릭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다 물지 못했다·
‘마력 결속계인가···!
기본적으로 마법 전사와 마법 기 사는 배우는 마법의 종류가 다르다·
마법 전사는 몸놀림이 빠르고 피부 가 질긴 육체 강화 형태의 흑마인 을 상대하기 위해 속사가 가능하거 나 흑마력 그 자체에 충격을 입히기 위한 마법을 배운다·
그에 비해 마법 기사는 움직임이 느리지만 강력한 실드를 보유한 마
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시전 속도가 길고 한 방의 위력이 강력하여 실드 의 구성을 파괴하기 위한 마법을 위 주로 배운다·
마법의 수준이 높아지면 두 마법의 구분이 없다시피 했기에 지금까지는 대인전 마법으로도 흑마인을 잘 상 대해왔으나····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적은 마력 결속계의 흑마인이다!”
텔릭스의 외침에 삽시간에 분위기 가 반전되었다· 마력 그 자체를 원 천차단하는 아주 특수한 체질을 가 진 그들은 그 존재 자체로 마법사
를 사냥하기 위한 존재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 던 기사들이 처음으로 패배를 예상 하고서 표정을 어둡게 물들였다·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훈련받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작전을 변경하겠다· 2중대는 즉시 흑마 결속을 무효화하기 위한 항마 법을 펼친다· 1중대는 항마법이 완 성될 때까지 마력 관통계 마법을 전 개하도록!”
통상의 강력한 대인 마법이 소용없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비록 위
력도 낮고 수준도 낮을지언정 이럴 때를 대비해 어느 정도 배워둔 대흑 마인전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어!’
텔릭스는 힘껏 자리를 박차고 공중 으로 뛰어올라 지팡이를 하늘로 겨 누었다·
쿠르릉···!!
구멍이 뻥 뚫린 천장 위쪽으로 먹 구름이 끓어오르더니 푸른색 스파크 를 마구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흐으읍! 내리쳐라!!”
번쩍! 콰르릉-!!
하늘에서부터 쏜살같이 내리쳐 떨 어지는 거대 벼락 한 줄기·
카에나는 그것을 그림자로 막아냈 으나 충격을 완전히 흘려낼 수는 없었는지 몸을 휘청거렸다·
그 틈을 노리고 지척까지 접근했던 기사 3명이 폭발 마법진을 발동시키 려고 했으나·
휘릭!
“크윽?!”
촉수처럼 내뻗은 그림자가 기사를 그대로 낚아채고 말았다·
“이런 흡수하려는 건가!”
다급히 지팡이를 뻗었으나 늦을 수 밖에 없다고 텔릭스는 직감하였다·
쩌저적!
一흐 으 ···!
“이 개자식! 내가 가만히 당해줄 것 같으냐!”
하지만 과연 스텔라의 기사라고 할 까· 그림자에 묶인 상태에서도 어떻 게든 마법을 발동해 잠깐이나마 촉 수를 얼리는 데에 성공하였고 그 틈에 텔릭스가 날린 벼락 줄기가 그 것을 잘라낼 수 있었다·
“접근은 불허하겠다! 큰 피해를 입 힐 수 없더라도 원거리에서 사격하
도록!”
“예!”
하는 수 없이 거리를 두었으나 그 림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제한조차 없는 듯 멀리 떨어져서 견제하는 스 텔라 기사들을 한 명씩 낚아챘다·
“항마진은?! 어떻게 됐나!”
“거의 다 됐습니다!”
웅웅웅-!!
어느덧 호텔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 들어 허공에 다이아몬드 문양의 마 법진이 아로새겨지기 시작하였다·
흑마 결속을 원천차단하여 무적처
럼만 보이는 저 그림자를 해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
“좋아! 이대로 가면···!”
항마진이 거의 완성되어 텔릭스가 승리를 직감한 순간·
파칭-!
갑작스레 호텔 전체를 잠식해 나 가던 항마 결계가 산산조각으로 부 서지더니 그림자가 수십 개의 촉수 로 나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이게 무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텔릭스는 자세를 낮추어 실드를 전 개 그 즉시 덮쳐온 그림자의 칼날
이 그의 실드를 난도질하였다·
“크으으윽···!!”
그림자의 쇄도를 막아내는 그 순간 조차도 텔릭스는 쉬지 않고 상황을 파악하였다·
다른 스텔라 기사들은 모두 3인 1 조를 이루어서 이동하고 있던 덕분 인지 서로 힘을 합쳐 트라이앵글 실드를 전개하여 무사한 것을 확인 했다·
‘항마 결계가 부서진 이유는?’
제아무리 이단심판관이라도 직접적 인 접촉 없이는 항마 결계를 쉽사리 무너뜨릴 수 없을 터·
‘적이 하나 더 있는 건가···!
그래 백유설을 노리고 쳐들어온 놈들이 혹마인 하나만을 보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여태까지는 기척을 전혀 내지 않아 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제는 확실 하게 알았다·
그와 동시에 텔릭스는 패배를 직감 했다·
카에나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타개책이 부서진 것도 모자라 저만 한 적이 하나 더 있다니·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으로···
차라리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자폭한 뒤 백유설을 빼내는 방향으 로 작전을 변경하려는데·
번쩍!
하늘에서 황금색 기둥이 떨어져 내 리더니 카에나의 몸에 직격하였다·
– 키에아아아아악!!
안 그래도 인간 같지도 않았던 카 에나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괜찮으세요?”
고개를 들어 올리니 금색 머리칼 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인이 자신
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신님?”
“예? 그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어서 정신 차리세요!”
“아 풀레임···이로군···?”
장난꾸러기에 귀염상의 이미지였던 풀레임이 완전히 성숙하여 온화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탈피했으니 경황 이 없는 와중 착각할 만도 했다·
쉬릭!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데 이쪽으로 날아드는 그림자 다발·
쩌저저적!!
그 순간 나선형으로 얼음의 장벽이 세워지더니 그림자를 모조리 비껴냈 다· 직후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그마 한 불꽃 하나·
-··?
고작 손톱보다도 작은 그것을 보고 서 카에나가 고개를 갸웃하자·
···콰콰쾅-!!
그것은 삽시간에 폭발하여 그림자 를 모두 휩쓸었다·
“이건···
“여긴 저희가 맡을게요 기사님은 나머지 한 놈을 맡아주세요·”
“···음! 그렇지·”
적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학생 이 눈치챈 것은 대단했으나 지금 당장 그것을 칭찬할 겨를은 없었다·
꾸드득 콰득! 콰드득!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텔 릭스는 호텔의 벽면을 타고 나무뿌 리와 넝쿨 등이 자라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젤리엘이 신성 결계를 두르고 있 어요· 본인 말로는 수백 년 역사를 가진 가문의 비기를 통째로 구입했 다는데··· 아무튼 흑마인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 거에요·”
“그래··· 고맙다·”
고작 10대의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으나 따지고 보면 그들은 혹마인 을 상대하기 위해 길러진 엘리트 중 의 엘리트·
무려 스텔라 아카데미의 마법 전 사 생도였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 다·
“전 대원 37층에서 집결한다! 아 래층에서 항마 결계를 부수기 위해 흑마력이 포착되었으므로 지금부터 감지 마법을 사방으로 퍼뜨려 감시 망을 좁혀 나가겠다!”
“예!”
텔릭스가 부대원을 데리고 순식간 에 빠져나가자 풀레임의 옆으로 세 명의 소녀가 모였다·
젤리엘 에이젤 홍비연·
소녀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초록색 과 황금색 푸른색과 붉은색을 띤 스태프를 카에나에게 겨누었다·
“평민· 이길 수 있는 거 확실해?”
“확실하냐고·”
“모 몰라! 못 이긴다고 하면 도망 칠 거야?”
“설령 패배를 확신해도 도망치지
않아·”
풀레임은 길게 자라난 머리카락을 대충 질끈 묶고서 사방을 경계했다·
‘예상대로 [조련사]가 따라온 건 틀림없어·’
카에나는 이성이 없는 짐승이기에 결코 혼자서 활동할 수 없다· 다만 이곳이 도심지에다가 호텔이었기에 따라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기사단을 보내야 해·’
놈이 여태 모습을 숨기고 있던 이 유는 카에나처럼 인간 마법사의 마 법에 대한 면역이 거의 없는 평범한 흑마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텔라 기사단이 놈과 싸움을 벌인 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승 전보를 올릴 터·
‘하지만 우리는 이길 수 없어···
스텔라 기사단의 도움 없이 네 명 의 학생으로 7리스크의 흑마인을 상 대하는 것은 불가능·
당장에 각자의 특별한 비기를 꺼내 서 6클래스의 힘을 얻었다고는 해 도 거기에는 한계가 존재했기에 완 전한 7리스크의 흑마인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에이젤이 입술을 떼었다·
“해봐야죠·”
“응· 우리들의 힘으로도 할 수 있다 는 걸 아저씨가 깨면 보여주자고·”
풀레임이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소 녀들은 그에 힘입어 각자의 마력을 발동하였다·
■•키에에···!
그에 대응하듯 사방으로 그림자를 뻗치는 카에나· 풀레임은 그것을 바 라보며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렸다·
¹···잠깐·’
원작 로판에서는 카에나의 조련사들 이 워낙 엑스트라급으로 등장했다가
조력자들에게 사망하는 것으로 나오 는 바람에 순간 깜빡하고 말았다·
‘카에나의 조련사는··· 2명이 함 께 활동하잖아···?’
풀레임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 다·
* * *
···그시각·
호텔의 꼭대기 50충 VIP룸·
tt 〇 〇 〇··”
백유설의 신체를 안정시키기 위한 생명유지장치는 이미 반쯤 파손되어 있었고 그 지척에 분홍색 머리칼의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연금마공학자 알테리샤·
“이야 대단하군요· 이 건물 전체의 구조를 연성한 것으로도 모자라 방 의 위치를 뒤바꾸다니· 처음에는 공 간 마법사라도 있는 줄 알았다니까 요? 엘트먼이 따라왔을까 봐 어찌나 겁이 났던지〜”
정장을 입은 눈앞의 사내는 흰색의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새겨진 마크가 눈에 익는다·
“월영교···r
“오 저희를 알아보시는 겁니까? 하 흐卜 인지도가 거의 없어서 요새 조금 마음이 아팠는데 기쁘군요· 제 이름 은 마렉 월영교의 조련사이지요·”
“어째서 이런 짓을····”
알테리샤는 마렉에게 말을 걸면서 은근슬쩍 백유설을 향해 손을 뻗었 다· 그의 몸을 반쯤 감싸고 있는 생 명유지장치를 연성하여 어떻게든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만·”
콰직!
·····
그러나 손등을 꿰뚫는 칼날에 의 해 알테리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す 〇 윽·
제대로 훈련조차 받지 않아 이런 고통을 난생 처음 느껴보는 알테리 샤였기에 방금까지 머릿속에 떠올렸 던 모든 연성진이 흩어져 사라졌다·
“당신의 연금술은 솔직히 귀찮거든 요· 후우 백유설 군은 동료가 많군 요· 고작 학생 하나를 잡겠답시고 이 단심판관을 대동해야만 할 정도라니·”
“이단···심판관···r
“그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련 사인 제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상황이 꼬였군요·”
그리 말하며 마렉이 가까이 다가오 자 그 순간 알테리샤의 눈빛이 분 홍빛으로 번쩍였다·
본인도 모르게 발동된 [구성안]·
물질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 본질을 읽어낼 수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상처를 입었어?’
눈앞의 사내가 이미 치명적인 상처 를 입고 있음에도 버티고 있다는 사 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누군가와 싸 움을 벌였다는 의미일까·
“···이런 눈치채셨나요?”
움찔·
알테리샤가 그의 상처 부위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마렉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말했다·
“왕자님이 어찌나 방해를 해대던ス 1 뿌리치고 오기까지 참으로 힘들었답 니다· 여러모로 귀찮단 말이지요·”
“으··«
그에게서 스산하게 퍼져 나오는 묵 직한 흑마력· 알테리샤는 고개를 드
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이 정도의 압박감은··· 도저히 버틸 수가···
순간이나마 그에게 치명상이 있다 는 것을 깨닫고서 희망을 느낀 자신 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 인 실력 차이· 연금술사 따위가 아 니라 제대로 된 기사가 오더라도 상처 입은 그를 상대하는 것은 힘겨 우리라·
“왕자님은 미처 죽이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방해하는 것들을 하나하 나 모조리 죽일 생각입니다· 우선은 당신부터 말이죠·”
“큭 커억!”
꽈악!
알테리샤의 멱살을 잡고서 들어 올 린 마렉은 가면 너머로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그럼 안녕히-”
서걱 툭!
알테리샤의 목을 움켜쥐어 가볍게 부러뜨려 죽이려고 했던 마렉은 손 에 힘이 들어가지 않자 의문을 표했 다·
“으 ワ”
쿨럭 커홉!”
알테리샤는 바닥에 떨어져서 막혔 던 숨을 몰아쉬며 헛구역질을 하는 중이었는데···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다 그는 자신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어?’
없다·
오른손이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푸슉!!
그리고 뒤늦게 터져 나오는 피분수·
그것은 알테리샤를 흠뻑 적신 뒤에 야 흑마인 특유의 재생력으로 간신
히 멎어들었다·
“···이게 무슨?”
비록 조련사이나 마렉 역시 6리스 크 이상의 능력을 갖추었다· 이따위 의 상처는 피가 나오기도 전에 회복 되어야 정상이거늘·
마치 몸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조 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처럼 뒤늦게 재생 능력이 발휘되었다·
‘아니 그보다도···
대체 언제 팔목이 잘려 나갔는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친 마렉은 허 겁지겁 뒤로 도약하였다·
그제야 뒤늦게 마렉이 보게 된 것 은··· 생명유지장치에서 유령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난 채 수술용 나이 프를 쥐고 있는 백유설이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흑색의 두 눈동자에서 푸른 안광이 번쩍였다·
,뭐야 이 분위기는···
마렉은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백유설은 이미 월영교의 흑마인을 숱하게 사냥해왔으나 그래봐야 6클 래스 정도의 수준일 것이라고 월영 교 내부에서 추측하고 있었다·
‘아니야 그건 틀렸어!’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년은··· 과연 6클래스라고 봐도 좋은가?
애당초 마력누설지체로 인해 마력 의 농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그 힘을 가늠하기 어려웠거늘·
‘그런데 이 마력은 대체 뭐냔 말 이다···
그의 몸 주위에는 여타의 마법사들 과는 다른 분위기의 고요하고 잔잔 한 마나가 회오리치고 있었는데 흡 사 폭풍의 눈을 보는 것 같아서 마 렉은 아찔한 위기감을 느꼈다·
‘계획 변경이다· 카에나 카에나를 데리고 와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즉 시 뒤돌아 도망치려고 한 마렉이었 지만
푸욱!
수술용 나이프가 가슴을 꿰뚫고 지 나치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아···
털썩!
심장은 흑마인의 유일한 약점·
다리에 힘을 잃고서 쓰러지며 마 렉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 순간 마렉이 본 것은····
한 생명체를 죽였음에도 아무런 감
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백유설 의 공허한 푸른 눈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