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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새로운 교수님(5)
새로운 혹마법 대응 과목의 교수님 스칼렛에 대한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아무래도 필수 과목이었던 탓인지 스텔라의 생도들은 대부분 위의 과 목을 수강하였는데 예전에는 칙칙한 할아버지 교수님밖에 없었기에 어린
외모를 가진 예쁘장한 교수님에 대 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도 스칼 렛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의 사 랑을 듬뿍 받는 교수가 되었다·
매혹 마법 탓도 있겠지만 스칼렛 이라는 사람 자체가 말을 애교스럽 게 하는 것도 있어서 사랑스럽다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스칼렛 교수님?”
무료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서 멍 하니 창밖을 내다보던 마유성은 흥 미로운 주제거리가 들려오자 귀를 쫑긋 세웠다·
“응· 마유성 너도 오늘 흑마법 대 응 과목 듣지 않아?”
그 말에 마유성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 자리에 백유설이나 풀레임 이 있었다면 ‘이 새끼 자기가 오늘 무슨 수업을 듣는지도 모르고 있어’ 라며 한소리 했겠으나 설마 학년 1 등인 마유성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 한 학생들은 이어서 떠들었다·
“진짜 중학생 같았다니까?”
“증학생? 엄청 동안이시네·”
“그렇다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마유성의 질문에 친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마법사가 높은 클래스에 도달하게 되면 젊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성인 에서 더 어려질 수는 없어· 거기부 터는 ‘회춘(回春)’의 영역이거든·”
”어··· 그 그렇지?”
“9클래스에 도달하여 인간의 한계 를 초월한 대마법사라면 모를까··· 어떻게 교수님이 중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싱글벙글 웃으며 내뱉는 마유성의 질문에 친구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당연히 들어야만 했던 의문이다·
그런데 그런 의문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 그러지 말라고 강제한 것처럼 말이다·
친구들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마유 성은 결론을 내렸다·
“아 그럼 혹시 교수님이 정말로 중학생인 건 아닐까? 엄청난 천재라 면 가능할지도 모르잖아·”
“아아···! 그러네! 생각해 보니 스 칼렛 교수님이 어느 대학의 어디 마 탑 출신인지 듣지도 못했어·”
“실력은 있는데 너무 어려서 경력 이 없으실 수도 있겠네·”
“중학생한테 배우다니···
“자존심 상하지만 뭔가 굉장한걸·”
그냥 내뱉은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바보 같은 친구들을 보 며 마유성은 표정을 굳혔다·
쟤들이 정말 바보라서 바보 같은 말을 내뱉는 걸까? 그럴 리가·
저들이。칸이든 D반이든 결국 천 재라 불리는 엘리트만 모인 곳이 이 스텔라 아카데미다·
그런 그들의 사고회로를 강제로 막
아버릴 정도로 강력한 암시 마법·
이 학교 전체가··· 단 한 사람의 마법에 동요하고 있었다·
‘교수님들에게는 통하지 않았겠지·’
스텔라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광범 위한 암시 마법은 그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을 터·
‘어째서 가만히 계시는 거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해 보니 결론 은 간단하게 내려졌다·
‘학교에 뒷배가 있구나· 교장 선생 님이 통과시켰을 리는 없으니····
정답은 교감 아키헤이든·
거기까지 생각한 마유성은 자리에 서 일어났다·
“다음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가볼 게·”
“그래!”
“스칼렛 교수님 수업 듣고나서 후 기도 꼭 알려줘! 나는 이번주에 수 업이 없단 말이야·”
“알았⁰1· 그렇게 할게·”
당장 다음 수업이 흑마법 대응 과 목이었으나 그는 그 수업을 먼저 들을 생각이 없었다·
이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정체불병의 마법사를 아무 런 대책없이 만날 정도로 그는 바보 가 아니었다·
* * *
태초의 산맥 죽은 거인의 땅·
인간의 발길이 끊긴 지 벌써 100 년도 더 지난 이곳에 300명이 넘는 마법사들이 모여 주문을 외우고 있 었다·
허공에는 세계수의 가지로 연결된 아홉 개의 비석이 둥실 떠다니며 아 홉 가지 색의 빛을 뿜어대었고 마
법사들이 주문을 외울 때마다 그 빛 이 더욱 강렬하게 퍼져나가며 거대 한 반원형의 보호막을 형성하였다·
“쿨럭···r
마법사 한 명이 입에 거품을 물고 서 쓰러지자 마도 의료팀이 급히 달 려 나와 그를 싣고서 사라졌다·
며칠 밤낮으로 이중 삼중 봉인 작 업을 개시하고 있던 터라 체력이 한 계에 다다른 것·
마도재난대응협회에서 파견 나온 의료팀은 실신해 쓰러진 여인이 무 려 7클래스의 대선배 마법사라는 사 실을 알고서 아연실색하였다·
“이런 대단한 분조차 체력이 버티 지 못하고····”
“다른 분들은 교대로 작업을 진행 하셨지만 이분은 며칠 동안 쉬지도 않으셨어·”
“대 대단하시군·”
아무래도 십이신월과 관련된 일이 다 보니 마법사들이 온 기력을 쏟아 붓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 다·
“그래도 봉인은 거의 끝났어·”
“맞아· 엘프왕과 드워프 제왕 스텔 라의 교장은 정말 대단하시군·”
첫 번째 봉인을 거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단 세 명의 힘으로 해냈다·
두 번째 세 번째 봉인을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달려들어야 간신히 며 칠에 걸쳐서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마법사들은 그들이 얼마나 위 대한 대마법사인지 새삼 체감하였 다·
“이제 거의 끝냈으니 조금만 더 힘 내자고·”
마법사들이 희망을 품고서 봉인 작 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그때·
“어 하늘에 저거 뭐야?”
누군가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야?”
태양빛에 시야가 가려져 하늘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눈을 가 늘게 뜨고서 손으로 이마를 가린 채 간신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홉 개의 봉인석·
그 사이에··· 회색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허공을 걷고 있었다·
“뭐 뭐야· 저 남자 누구야?”
“외부인이 왜 여기에!”
“당장 끌어내려!”
즉시 호위팀이 파워 점프로 솟아올
라 마법으로 그를 요격하려고 하였 으나 허공이 구체로 비틀리더니 모 든 마법을 그대로 흡수하였다·
“무슨···
당황하는 것도 잠시 허공이 다시 금 뒤틀리며 자신들이 쏟아부었던 마법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 그들은 급히 방어를 펼쳤다·
콰콰쾅!!
“끄아아악!”
마법은 호위팀만을 향하지 않은 채 사방팔방으로 떨어져 봉인을 진행 중이던 마법사들에게까지 피해가 가 고 말았다·
“이 자식···
“공간계 마법人卜야! 흡수하지 못하 도록 발사형 마법을 자제하도록 해!”
마법사들은 지팡이를 휘저어서 또 다른 마법을 시전하였다· 마법을 흡 수하여 되돌린다면 좌표에 직접 마 법을 생성한다면 어떨까?
“···시도는 좋군·”
그러나 회색 남자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법사들의 모든 마법이 애꿎은 허공을 타격하였으니까·
콰콰쾅!!
분명 회색남자의 미간을 노리고 터 뜨린 불꽃 마법이 난데없이 지상에 서 터지는가 하면 얼음의 가시가 이상한 데서 피어올랐고 압축된 공 기의 폭발이 도리어 자신의 목을 옥 죄이기도 했다·
‘좌표 교란!’
타겟팅 마법을 회피하기 위한 공간 계 마법사 특유의 방어법·
그러나 이건 너무··· 과했다·
‘이 정도까지 광범위하다니!,
상공 수백 미터에서 발사한 마법을
지상으로 유도할 정도로 넓은 공간 을 장악할 수 있는 공간계 마법사는 그들이 알기로 단 한 명 엘트먼 엘 트윈밖에 없다·
“설마···
“9클래스의··· 대마법사라고?”
엘트먼 엘트윈을 제외한 또다른 공간계 9클래스의 마법사가 이 세상 에 존재한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마법사 취급은 기분 나쁘군·”
회색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スト 하 늘로 날아올랐던 호위팀이 모조리 바닥으로 처박혔다· 플라잉 마법이 강제로 해제되어 버린 것이다·
이윽고 그가 양손을 펼쳐 마나를 있는 힘껏 모은 뒤 주먹을 꽉 움켜 쥐자 봉인석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 작하였다·
쩌적 쩌저적!!!
엘프왕 꽃서린이 이어놓은 세계수 의 가지가 찢어지기 시작하며 봉인 석의 빛이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아 안 돼!”
“당장 막아!”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회색 남자를 저지하기 위해 마법을 발사해 보았 으나 그에게 닿는 건 아무것도 없었 다·
오히려 마법 궤도가 모조리 교란되 어 서로를 공격하여 피해만 누적될 뿐이었다·
“이럴수는 없어···广
난데없이 대마법사가 난입하여 봉 인을 왜 방해한단 말인가·
절망적인 상황에 마법사들이 무릎 을 꿇기 시작하는 그때 갑작스레 이 공간 전체가 푸른빛으로 일렁이 기 시작하였다·
자그마한 오로라가 봉인석 전체를 뒤덮은 것만 같은 환상적인 모습·
“···귀찮게 구는군·”
여태 그 어떤 마법에도 반응하지 않던 회색 남자가 처음으로 표정을 찡그린 채 뒤로 물러섰다·
쿠구궁···
찢어지던 봉인석들이 도로 붙기 시 작하며 하늘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의 기다란 머리칼을 가진 앳 된 외모의 소년·
엘트먼 엘트윈·
그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서 회 색 사내에게 말했다·
“십이신월 회공시월이라· 잘생겼네?”
회공시월은 그에 응답하지 않고서 엘트먼 엘트윈을 조용히 응시하였 다·
“공간을 어설프게나마 다룰 줄 아 는 인간이로군·”
“어설프다니 너무하네·”
나름대로 여유롭게 말하는 엘트먼 이었으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인지 하고 있었다·
‘큰일이네· 스텔라로 돌아가서 휴 식기를 가지려고 했더니만····’
강력한 봉인 마법을 구축해야만 했 던 터라 현재 엘트먼은 잔뜩 지친 상태였다· 꽃서린은 진작 기절하여
하이엘프 기사들이 호송하였고 드 워프 제왕은 맥주 한 잔이면 거뜬히 낫는다며 끝까지 자존심을 세우다가 현재 잠에 골아 떨어졌다고 한다·
다른 평범한 마법사들은 회공시월 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없으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
‘만전의 상태였더라도 나는 저 남 자를 이길 수 없어·’
엘트먼 엘트윈이 공간계 마법사라 면 회공시월은 말 그대로 ‘공간’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의 스승 삭월탑주 루드릭이 찾아오더라도 저 남자를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체력과 심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 기 위해 엘트먼은 회공시월에게 말 을 걸었다·
“어째서 방해하는 거야? 너희는 서 로를 싫어하잖아· 그래서 내가 재워 주려는 건데 싫어?”
그에 회공시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 답했다·
“우리는 서로 만나야 한다·”
“흐음~ 그래? 친한 사이일 줄은 몰랐어· 하지만 자던 사람을 깨우는 건 담갈토이월도 싫어하지 않을까?”
“지금이 아니면 그를 깨울 수 없 다·”
“하지만 너도 알잖아· 너희 십이신 월은··· 결코 서로 마주해서는 안 돼· 그건 ‘시조 마법사’께서 만든 룰· 그걸 어길 셈이야?”
“룰이라····”
회공시월은 코웃음을 쳤다·
“그따위 룰은 이미 수천만 번도 더 깨졌다·”
**···수천만 번이라고?”
천년 전 십이신월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난 이래로 단 한 번도
서로가 마주했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 엘트먼이 알기로는 그렇다·
“인간의 두뇌로는 이해할 수 없 다·”
“나 그래도 인간치고는 똑똑한걸? 설명해 줘·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 유라면 네 뜻대로 하게 해줄게· 알 고는 있겠지만 내가 귀찮게 굴면 너도 상당히 힘들걸?”
엘트먼은 굳이 자신이 이길 수 있 다는 식으로 도발하여 회공시월을 자 극하지 않았다· 당장의 전투를 피하 고 최대한 말로 설득하기 위함이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엘트먼을 바라 보던 회공시월은 방해받지 않고 넘 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천천히 꺼냈다·
“운명에 따라 모든 십이신월을 모 여야 한다·”
“모이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영원한 밤이 깨어난다·”
“···우리에게 좋은 일이야?”
“좋은 일이다·”
“어우 진짜 믿어도 돼? 끝나지 않 는 영원한 밤이라니· 듣기만 해도
무서운데?”
“정해진 운명을 따라 걷는 것이 너 희의 역할이다· 별의 분노를 사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수긍하도록 해 라 대마법사·”
“별의 분노라····”
애당초 회공시월의 입에서 좋은 이 야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구전 설화나 전래동화 혹은 전설과 신화 속 모 든 이야기가 통틀어서 공통적으로 ‘십이신월은 결코 만나서는 안 된 다’라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뭘까·
왜 역사 속 전설 속 모든 이야기 가 입을 모아 십이신월을 만나지 못 하도록 막는 것일까·
뻔하다·
그들이 모두 모이는 순간 크나큰 재앙이 발생하기 때문이겠지·
“너는 인간 중에서도 극히 드물게 하늘의 뜻을 맛보았으니 잘 알고 있 겠지·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응· 잘 알지·”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비켜라·”
회공시월은 이쯤에서 엘트먼 엘트 윈이 납득했으리라 생각했다·
그에게는 세상의 정해진 순리를 따 르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으니 대 마법사도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회공시월조차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인간들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는···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사실·
엘트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 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마 치 죽어버린 듯한 눈빛이었다·
“미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역시 그럴 수는 없겠네·”
“···별의 분노를 사도 좋다는 이
야기인가?”
엘트먼 엘트윈은 양손에 공간을 한 가득 움켜쥐었다·
“인간의 생존 욕구는 운명마저도 초월해 십이신월· 설령 그것이 신의 뜻에 반하는 일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