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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네크로맨서의 습격(1)
봄이 되었다·
스텔라 아카데미의 1학기는 1월에 시작되며 봄에는 i차 고사’를 전부 끝마친다· 1차 고사는 한국으로 따 져서 중간고사 정도로 생각하면 되 겠다·
그맘때 즈음 나는 꾸준히 알테리
샤와 교류를 하였다·
“앗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매 직 펜에 버튼식으로 색깔 변형 기능 을 추가해 보려고 했거든·”
“덤으로 꼭다리에 지우개도 달아봐 요·”
“흐음 샤프펜처럼? 괜찮겠어!”
덕후는 덕후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연금술 덕후였던 알테리샤는 금세 내 기질을 알아보고서 친해졌고 나 는 은근슬쩍 그녀에게 내가 가장 갖 고 싶었던 ‘발명품’들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물론 은근슬쩍이다·
아예 아이디어를 제대로 줘버렸다 가는 그녀의 창의력이 성장할 가능 성이 닫혀 버릴 위험이 있다·
어떤 무언가를 창조해 내면서 그 발상의 전환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 를 창조해 내는 게 바로 알테리샤의 방식이었으니까·
그러면서 틈틈이 ‘연공난수 교차 술식어] 대한 팁을 알테리샤에게 던 져주었다· 처음에는 교수님이 화낸 다며 거부하던 그녀였지만 내가 생 각 외의 힌트를 몇 번 보여주자 결 국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는지 그녀 는 눈에 불을 켜고 밤에 몰래 공식 풀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게 부족 해·’
알테리샤는 뛰어난 연금술사였지만 유난히 공식 풀이에 약했다· 아무리 내가 힌트를 줘도 ‘서사력’에 위반 되지 않는 수준으로는 알테리샤가 공식을 완벽히 풀이하기는 힘들 것 이다·
”흐음···
어떻게 한다· 메이젠 티렌보다 먼 저 풀어야 하긴 할 텐데 알테리샤 가 공식의 해답에 도달하도록 유도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아저씨· 뭘 그렇게 멍하니 다녀?”
연구실에서 빠져나와 사색에 잠긴 채 복도를 걷고 있는데 뒤에서 풀 레임이 말을 걸어왔다· 순간 확 열 이 뻗쳐 올랐다·
“누가 아저씨야?”
“너 말이야 너·”
저번 대화 이후로 풀레임은 이런 식으로 부쩍 말을 걸어왔다· 호의가 담긴 목소리는 아니었다· 원래 말투 가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항상 틱틱 대는 단어 선정을 한다·
“내가 왜 아저씨라는 건지 모르겠 네·”
“왜? 2000크레딧 비싸졌냐?”
“뭔 소리야·”
“봐· 아저씨네· 요즘 애들 신조어도 모르고· 이것도 나온 지 한참 된 유 행어거든?”
전혀 모르겠다· 요즘 애들은 왜 저 렇게 어려운 말을 쓰는지 원·
그래도 나는 아저씨가 아니다· 스 물아홉이면 아직 20대잖아?
“암튼 멍청하게 다니지 말라고· 부 딪칠 뻔했잖아·”
그러면서 구시렁거리는 게 속내가 훤하다· 또 나한테서 정보라도 캐내
려는 속셈이겠지· 어림도 없다· 서사 력 때문에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없 다만 알려줄 수 있어도 안 알려줄 거다·
그나저나 알려줄 건 없어도 주의 해 줄 건 하나 있다·
“야· 그 네 친구 있잖아·”
“어· 제키?”
“응· 그친구말인데····”
“너 그거 범죄야·”
뭔 말을 하기도 전에 끊는다·
“아니 내가 언제 소개시켜 달랬
냐? 네가 잘 보살피라고 말하려고 했거든?”
“그러냐? 난 또· 워낙 늑대 같은 개새끼들이 주변에 하도 많아서· 어 휴 씹새들· 처맞아도 처맞아도 정신 을 못 차려요·”
늑대 같은 개새끼는 뭔데·
“···흠흠· 그래서 나더러 제키 보 살피라고?”
“어· 걔 지금 상태가 엄청 안 좋을 수도 있어· 네가 가장 친한 친구니 까 잘 좀 케어해 줘·”
아마 지금쯤은 흑마 침식의 영향을 받아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일 터·
나도 제키가 왜 힘들어하는진 모른 다· 또 이유를 알더라도 ‘서사력’ 때문에 설명할 수도 없고·
지금은 그저 풀레임을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
“으음 가장 친한 친구는 아니지 만··· 마침 주말이라서 저녁부터 동아리 부원들이랑 같이 사냥 가기 로 했거든· 그때 챙겨보면 되겠네· 암튼 난 가 본다!”
수업이 있다며 저 멀리 종종걸음으 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된 거 남은 아이들도 케
어해 볼까?’
제키 아르슈앙 해원량·
그중에서도 제키와 해원량이 가장 유력하지만 아르슈앙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그 아이는 과연 누가 케어를 해줘 야 할까· 솔직히 내가 홍비연 그룹 과 친한 것도 아니고 가까이 갈 일 도 없어서 아르슈앙이라는 소녀의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겠다·
‘설마 제키와 해원량에게 이상 반 응이 있는 와중에 아르슈앙까지 그 러진 않겠지?’
흑마 침식이 진행되는 인물은 무조
건 세 명 중 한 명이다· 아르슈앙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지만 일단은 혹시 모르니 홍비연에게 찾 아가 보기로 했다·
홍비연은 현재 ‘속성 변형학’이라 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학생에게 두 번째 속성을 가르치기 위한 과목 으로서 강사가 훌륭한 덕분에 하나 의 속성만 가지고 있던 학생도 이 수업을 듣고 나면 두 개의 속성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물론 나나 풀레임처럼 특이한 부 류나 홍비연처럼 어중간하게 다른 속성을 건들 바에야 하나의 속성으 로 대성하려는 마법사들에게는 쓸모
가 없는 과목이었다·
그냥 정말 필수 과목이라 듣는 거 다·
보통 마법 실습은 넓은 훈련장에서 이뤄지는데 다른 강의와 겹치는 경 우가 많아서 학생들이 상당히 북적 거렸다·
거의 올림픽 축구 경기장의 절반만 한 강의실에 들어선 나는 유난히 학 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섰다·
예상대로 학생들이 모여 있던 이 유는 홍비연 공주의 마법 시연을 구 경하기 위함이었다·
화르륵!!
단정하게 묶은 은색의 머리칼을 휘 날리며 붉은색의 눈동자가 번뜩일 때마다 화려한 불꽃이 휘날렸다·
“와··· 진짜 엄청 예쁘시다·”
“사람 아니겠지? 천사 아냐?”
확실히 홍비연은 현실로 따지면 연 예인 같은 존재이기는 했다· 마법 최강국 아돌레비트 왕국의 공주로서 세상에 널리 얼굴이 알려진 데다가 또 심지어 역사에 등장한 적 없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화염술사라고 알려졌으니 말이다·
“후우····”
스태프를 거둬들이고서 식은땀을 살짝 닦은 뒤 숨을 고르던 홍비연은 자신을 구경하러 온 학생들을 무심 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러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딱 시선이 멈추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표정을 찌 푸리더니 고개를 홱 돌려서 다시 스태프를 치켜세웠다·
화르르륵!!! 콰콰쾅! 콰직!!
···어째서인지 아까보다 화염의 위력이 몇 배는 강해진 것처럼 보이 는데 착각이겠지·
강의가 끝난 뒤 그녀를 구경하던
학생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홍비연 이 학생들에게 온갖 지랄을 다 해댄 덕분이다· 근데 저렇게 한 소리 들 으면서 다음에 또 모인다· 사생팬도 아니고·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기다 렸는데 홍비연이 이쪽을 힐끔 쳐다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뭐야·”
“할 말 있어서·”
그때 홍비연의 곁을 지키던 그룹원 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공주님· 사냥 외출 준비가 끝났습 니다·”
“그래· 잠깐 이야기 좀 듣고 갈 테 니까 먼저 가 있어·”
“네·,,
홍비연은 그룹원을 돌려보내고서 말했다·
“뭔데·,,
나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가는 홍비 연의 그룹원들을 안경으로 살펴보았 다· 아르슈앙은 없었다·
“너네 그룹원 중에 아르슈앙이라고 여자애 있지 않아?”
내 질문에 홍비연이 진심으로 황 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경우가 좀 잘못됐다 고는 생각 안 하니?”
“웅? 뭐가?”
“공주인 나한테 찾아와서 다른 여 자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는 거 야?”
“그러면 안 되나?”
내 답에 홍비연은 그 붉은색 눈동 자를 껌뻑거리더니 이마를 짚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원래 이런 뻔뻔한 놈이 었지· 아르슈앙은 저녁 사냥 준비 때문에 바빠· 됐니? 나는 이제 가 본다·”
사냥? 그러고 보니 그 [에피소드] 가 발생할 시기이기는 했다·
“잠깐 너 혹시 아르슈앙이랑 싸우 거나 그런 건 없지?”
“하 내가 내 백성과 싸울 이유가 있을까? 고민이라면 들어주고 있다 만·”
“그래 그거야!”
“까 깜짝이야· •••뭐가 그건데?”
“걔 요즘 고민 많아 보이더라고· 네가 고민 좀 들어주고 그래·”
어이가 없는 듯 혹은 짜증이 난 듯 홍비연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내가 왜 다른 여자를 챙겨줘야 하 는데?”
뭐라는 거야 얘는· 3초 전에 자기 가 했던 말을 벌써 까먹었나?
“네 백성이잖아·”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 려주자 홍비연은 나를 이글이글거리 는 붉은색 눈동자로 노려보다가 그 대로 홱 돌아서 걸어갔다·
하지만 아직 말을 끝마치지 못해 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탁!
“···이 손 뭐야? 평민이 너무 건 방진 거 같은데?”
“그냥 하는 얘기 아니야· 너 걱정 해서 하는 말이니까·”
이 정도 얘기해 주는 건 서사력에 영향이 없는지 경고가 뜨지 않았다·
홍비연은 나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더니 팔을 탁 뿌리치고서는 가버 렸다·
“해줄 거지? 믿을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부정하 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그녀가 ¥녀’로 각성하게 된 미래 라면 모를까 과거에는 그렇게 인성 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니 까·
‘그나저나 사냥 시즌이라·’
스텔라 아카데미는 학생이 사냥 등 의 실전 활동하는 것을 막지 않는 다· 다른 마법 학교라면 모를까 스 텔라의 학생들은 당장 전장에 투입 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마법 전사 지망생들이 모여 있었으니까·
그들이 스텔라의 교복을 입고 외부 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그 위상 을 증명하므로 오히려 외부 활동을 권장하기도 한다·
물론 그건 2학년 이상의 선배들에 게나 해당되는 일· 1학년도 외출이 가능하긴 하나 조건이 조금 까다롭 고 애초에 사냥 외출을 하겠다는 학생이 굉장히 드물었다·
홍비연처럼 능력이 뛰어난 극히 일 부의 학생들이나 동아리를 형성해서 팀 단위로 사냥을 다니며 실적을 쌓 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풀레임도 사냥 을 간다고 했었지·’
듣지 않아도 그들의 목적지는 뻔했 다·
‘마르테비스 공동묘지’·
바로 [네 번째 에피소드]가 터지는 장소였다· 게임에서는 단순히 경험 치를 쌓는 에피소드였기에 스토리를 제대로 봐두지는 않았다만 아마도 에이젤과 풀레임 홍비연이 전부 참 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공동묘지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네크로맨서의 습격’으로서 5클래스의 네크로맨서가 나타나 난 데없이 스켈레톤을 펑펑 소환해대는 데 이게 꽤 짭짤한 경험치와 상당량 의 보상을 주었다·
나 또한 참여할 생각이었다· 네크 로맨서 사냥에 관여할 생각은 없지 만 여기서 ‘히든 보상’을 얻어두면
조만간 예정되어 있는 ‘패밀리어 계 약식’에서 도움이 될 테니까·
순수하게 재능 하나로 결정되는 패 밀리어 계약식인 만큼 재능이 바닥 을 기는 나에게는 필수적으로 필요 한 것이었다·
제2본탑 이한월 교관에게 찾아간 나는 외출증을 끊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수련이라· 어디서 하는 거지?”
“물 좋고 공기 좋은 마디프 산맥에 서 바람 좀 쐬다 올 생각입니다·”
”하긴··· 스텔라에서는 검술이나 기사도를 배울 수는 없을 테니·”
,,예?,,
“아니다·”
2학년부터는 S반에 한정해서 사냥 외출을 혼자서 나가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1학년은 결코 혼자서 사냥 외출을 혼자 할 수 없으며 3리스크 이상의 위험도가 있는 지역은 ‘특수 외출’ 허락을 받지 않는 이상은 출 입 금지다· 매년 꼭 그런 위험 지역 에 가서 사상자가 발생한다고·
만약 걸리면?
정학에서 최소 퇴학·
근데 뭐 걸리지만 않으면 돼서 나
는 그냥 몰래몰래 잘만 다니고 있 다·
외출 신청서를 읽는 이한월·
거짓말이 들킬 염려는 없다· 여태 껏 몇 번이나 이런 식으로 혼자 사 냥 외출을 하고는 했으니까· 교수들 도 확인하기 귀찮아서 암묵적으로 허락해 주는 편이었고·
여유롭게 기다리는 와중 그의 책 상 위에 올려져 있는 다른 외출 신 청서가 눈에 띄었다·
‘마유성의 외출 신청서잖아?’
나는 은근슬쩍 물었다·
“요즘 사냥 외출하는 애들이 많네 요·”
“그래· 다들 동아리 활동으로 마르 테비스 공동묘지로 가더군· 상점을 따려는 것이겠지·”
“역시· 마유성이나 해원량은 점수 도 높은데 참 부지런하단 말이죠·”
이건 그냥 한번 물어본 것이었다· 예정된 미래 벌어질 사건을 확인하 기 위해·
그런데·
“···글쎄다· 마유성이 마르테비스 공동묘지에 간 적은 없는 것 같다 만·”
“예? 지금 걔 공동묘지로 간 거 아니었어요?”
“그래· 주말 동안은 ‘본가에 가겠 다고 외출증을 끊었더군· 해원량이 라면 음· 그래· 풀레임과 함께 움직 이는군·”
잠깐 뭔가 이상하다·
‘마유성 없이는 결코 네크로맨서의 습격 이벤트를 극복해 낼 수 없는 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 자식 은 갑자기 본가로 돌아갔단 말인가?
마유성이 본가로 돌아갈 때는 두 가지의 경우밖에 없다·
어떠한 특정한 사건 때문에 아버지 가 호출했거나 스스로 수련을 하기 위해서라거나·
아직은 특별한 사건이 예정에 없을 거고 지금은 굳이 수련할 이유가 없는데····
훗날 철저하게 준비해 온 해원량 에게 탈탈 털리고서 마유성이 수련 하는 파트도 있긴 있다만 지금은 너 무 이르다·
‘돌겠네 진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해 보 았다· ‘본가’로 돌아간 마유성에게 연락할 방법은 전무·
슬쩍 이한월의 눈치를 살폈다·
외부에 파견 나간 학생이 위험에 처했다고 알리면 분명 지원 병력을 파견해 주긴 할 거다· 하지만 확실 한 증거를 대야 한다· 스텔라의 정 예 마법사단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 으니까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이 들어오 기 시작하면 그땐 나도 곤란해져·’
게임에서도 주인공 풀레임이 특정 선택지를 ‘분기’를 잘못 골랐을 때 흑마인으로 몰려서 처형을 당해 ‘배 드엔딩’이 났던 적이 있었다·
미래에 발생할 사건을 미리 마법사
들에게 알렸다가 너는 어떻게 알았 냐면서 도리어 풀레임을 흑마인으로 몰고 간 것이다·
또한 애초에 ‘서사력’ 때문에 제대 로 된 정보를 알리는 것도 불가능·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내가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