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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고결한 영혼(15)
철리번이 소야를 간단하게 제압하 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둘의 능력은 극상성이었으며 아이 테르 월드 온라인에서 싸웠을 적에 도 철리번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전적이 숱하게 있었으니까·
또한 철리번이 백유설의 존재를
눈치채리란 것도 그는 알았다·
자신이 아무리 기척을 숨긴들 9리 스크의 흑마인에게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그런데····
“네가 소야의 배후인가?”
이런 전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 다· 그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철리번의 앞으로 도약하여 뛰어내렸 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아졌다지만 마나를 다룰 수 없기에 무릎이 아작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최대한 멋진 착지를 위해 점멸을 섬세하게
컨트롤하였다·
탁!
바닥에 착지하고 보니 소야는 거의 반쯤 실신한 채 눈물 콧물을 홍수 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원래는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 기에 저렇게까지 망가진 게 안타까 울 수도 있겠으나··· 신기하게도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통쾌하고 가슴이 시원했다· 애당초 이 상황을 노리고 철리번에 게 보냈으니 당연한 일일까·
‘너는 조금 더 고통받아야 해·’
감히 잎하넬의 심장을 노리고 거 기에도 모자라 그녀의 고결한 영혼 을 타락하게 만든 쓰레기 같은 흑마 인·
“흐음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도 더 평범한 고등학생이군·”
“고등학생 맞아·”
“재미없게 여기까지 와서 시치미 를 뗄 생각이야? 이 친구의 표정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데 말이지·”
소야는 고통 가득한 표정을 지은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시선을 돌려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애원하듯 살려달라고 비는 그 처
절한 눈빛은 백유설이라는 존재를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 였으나··· 그는 그녀를 구제해 줄 생 각이 전혀 없었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
“정말로··· 평범해·”
철리번은 눈썹을 찡그렸다·
사상통제라는 능력을 수백 년 동안 갈고닦은 그는 상대방이 아무리 기 운을 숨기려고 노력해도 그 내면에 잠들어있는 힘을 간접적으로 파악하 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백유설에게서는 그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일반인 그 이상도 이하 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수상하다·
‘평범한 일반인이 스텔라 아카데미 에 입학하는 게 가능하던가?’
애당초 스텔라 아카데미에 일반인 의 신체로 입학했다고 치더라도 지 금까지 벌어졌던 무수히 많은 사건 들을 저 평범한 몸으로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는가?
‘이상하군····)
철리번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바닥을 짓밟았다· 나뭇가지가 으스 러지며 동시에 소야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으으윽···
고작 나뭇가지를 부러뜨렸을 뿐이 지만 아마도 그녀는 팔목이 박살 나 는 고통을 느끼고 있을 터·
남을 고통 주는 행위에 쾌락을 느 끼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지금 당장 소야의 목을 처리하기엔 눈앞의 저 소년이 너무나도 거슬린다·
“순순히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이 는군· 어쩔 수 없지· 이런 건 내 타 입이 아니다만····”
철리번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남 아있는 흑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
렸다· 몸 주위에서 붉은빛 아지랑이 가 넘실거리며 공기의 흐름을 뒤틀 어 놓았다·
“강제로 입을 열게 하는 수밖에·”
소야를 컨트롤하여 철리번과 싸우 도록 한 배후가 백유설인 것은 확실 하다·
그렇다면 저 멍청한 소야를 통해 신령의 심장을 빼앗도록 지시한 사 람 역시 동일인물이라고 봐도 무방 할 터·
당연한 사고의 흐름이다·
하지만 부정할 방법이 없었다·
‘곤란한데····’
정황상 철리번의 의심은 타당했으 나 백유설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 었기 때문이다· 꼴사납게 ‘내가 안 그랬는데?’라고 변명해보아도 통하 지 않는단 사실 정도는 안다·
‘싸우는 건 싫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는 철리번이 세 계관 최강자들과 맞붙고서도 살아남 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서이기도 하 지만 그가 ‘악인’이면서도 동시에 원작 게임을 플레이하던 당시 백유 설이 상당히 애정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등장인물도 캐릭터도 아닌
실존 인물이었기에 그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쐐액-!
“흡!”
철리번이 바닥을 한쪽 다리로 쿵 찍고서 팔을 휘두르자 검붉은 마력 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공기의 저항을 가볍게 무시하여 음속의 몇 배로 휘둘러지는 마력의 채찍·
백유설은 순간적으로 섬뜩한 감각 을 느끼고서 재빠르게 옆쪽으로 점 멸하여 구르는 것으로 간신히 공격
을 회피해 냈다·
,미친···!’
보이지도 않았다·
간신히 [육감]의 끄트머리 언저리 에 ‘무언가 위험하다’라는 경고가 울려서 온몸을 날려 회피했을 뿐 채 찍의 섬세한 경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곧 죽어도 9리스크라는 건가···!’
일전에 철리번의 공격력이 상당히 낮다고 표현했으나 그건 ‘마법전’만 을 상정한 극단적인 예시다·
철리번은 사상통제라는 능력 하나 만으로 9리스크의 반열에 올라섰지
만 그 자체의 신체능력 역시 굉장 히 뛰어났으니까·
지금까지는 그 신체 능력을 드러낼 필요가 전혀 없었기에 그 누구도 신 경 쓰지 않았으나 모든 마력이 바닥 나 직접 움직여야만 하는 지금 철리 번의 본 실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 내기 시작했다·
쿠궁!!
철리번이 가볍게 자리를 박차고 뛰 어오르자 지반이 움푹 파이며 무너 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대지가 찢 어지는 고통을 고스란히 고통으로 이어받은 소야가 비명을 지르며 바 닥을 데굴데굴 굴렀으나 그녀를 신
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걱!
과거에는 세계수의 일부였을 두꺼 운 나무가 아주 간단히도 두 동강으 로 갈라져 무너졌고 그 자리에 서 있던 백유설이 잔상처럼 사라져 10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백유설은 점멸을 사용한다· 그 특 이사항을 알아낸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빈틈을 파악했다·
‘점멸과 점멸 사이의 딜레이는 고 작해야 0·3초·’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짧은 찰나 의 순간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9리스크의 흑마인에게는 아주 충분 하고도 여유로운 시간·
‘이런 젠장···!
하지만 자신의 점멸 틈새에 순식간 에 공격이 쇄도해 오리란 것쯤은 백 유설도 예상했다·
그러나····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다음의 점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거 리를 잰 뒤 점멸을 끊어내는 컨트롤 을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것을 인
간의 평범한 집중력으로는 순식간에 해내기가 불가능한 것·
하는 수 없이 백유설은 최대한 장 애물이 적은 공간을 향해 점멸을 최 대한으로 전개하여 간신히 철리번의 공격을 피해낼 수는 있었으나 도중 에 나뭇가지에 팔뚝을 긁히는 바람 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뚝!
핏방울이 떨어진다·
백유설은 뒤로 폴짝 뛰어 물러나면 서 상처 부위를 감싸 쥐어 지혈하였 다· 그는 간단한 치료 마법조차 사 용이 불가능하여 전투 도중에 입은
상처는 아주 치명적이다·
···이상하군·’
철리번은 표정을 굳혔다·
자신의 공격을 몇 번이나 피해낸 것만 보아도 그는 분명 대단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 보였다·
전투 센스는 굉장히 뛰어난 것 같 은데 그에 비해 신체 능력이 따라주 지를 못하는 것만 같았다·
‘뭐··· 상관없나·’
어떠한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 가 약해진 상태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현재는 철리번도 절대방어 라는 칭호에 무색하게도 그 어떠한
특성도 능력도 발동할 수 없는 상황 이었으니까·
즈
‘지금은 철리번도 베고자 하면 벨 수는 있어!’
쐐액-!
쇄도해오는 흑색 마력의 채찍 수십 다발을 피해내며 백유설은 눈빛을 날카롭게 가라앉혔다·
싸움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
아무리 철리번이 좋아했던 인물이 라고 한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심 으로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
‘이길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툭!
연속 점멸을 통해 나뭇가지에 도달 한 백유설은 자리에 잠시 멈춰서 호 홉을 골랐다·
단순히 점멸의 사용 횟수를 회복하 기 위한 행위였으나 철리번 역시도 채찍을 회수하기 위해 잠깐의 대치 상태가 되었다·
‘집중해야 해·’
전투 도중 눈을 감고 다른 곳을
향해 집중하는 것은 미친 행위다·
그러나 정말로 찰나의 순간·
철리번이 채찍을 회수하여 다시 휘 두른다는 그 0·5초도 되지 않는 그 틈에 백유설은 눈을 감고서 순식간 에 자신의 심상 세계로 빠져들었다·
[연홍춘삼월의 가히
지금까지 어떻게 싸워왔는가·
점멸의 사용 가능 횟수 3회·
최대 이동거리 15m·
그것이 그의 물렁한 신체에 새겨진 명명백백한 ‘한계’·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신체능력은 허점투성이다·
점멸은 9리스크의 흑마인조차 순간 움직임을 놓칠 정도로 아주 재빨랐 으나 그렇다면 그가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어떻던가?
‘느려터졌어·’
저들의 눈에는 마치 초고속 카메라 에 담긴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지 않 을까· 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느릿느 릿한 거북이와도 같아 점멸이 아무 리 재빨라 봐야 공격을 피하기란 아 주 쉬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검격을 빠르게 휘두르는 것은 불가능·
여태 수련을 끊임없이 해왔고 단련 을 게을리하지 않았다지만 결국 성 장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방법을 바꿔야 해·’
시조 마법사와 맞서 싸웠다던 선대 마력누설지체의 보유자 하태령의 심 법서는 모두 정독하였다·
그는 마력누설지체를 지닌 검사로 서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한 비법을 하나부터 끝까지 모두 공유했으나 거기에는 ‘흑마인 상대법’이 적혀 있지 않았다·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우월하여 단 순한 검술 따위로는 상대할 수 없는
그들에 대한 대책은··· 하태령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만들어야 해·’
스스로 생각해야만 한다·
여태까지는 어떻게든 요행으로 상 대해왔다지만 철리번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천운일까·
그의 절대능력은 완전히 꺼진 상태 였기에 나의 대응만 충분하다면 일 격을 먹이는 것도 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차라리····’
베어낸다는 행위를 포기하고 찔러
넣는다·
···점멸의 가속도를 이용하여 정 면을 향해 돌진하는 거야·’
간단한 방법이다· 여태 고민했던 게 우스울 정도로· 하지만 백유설이 바보라고 여태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겠는가?
그는 단 한 번이지만 점멸을 통한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던 전적이 있 다· 아주 예전··· 그러니까 학기 초반 네크로멘서의 습격 당시·
이미 상처를 입을 대로 입어 거의 죽어가던 네크로멘서를 향해 백유설 은 정면 돌진으로 최후의 일격을 날
렸고··· 하마터면 똑같이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왜?
상대방 역시 백유설이 정면 돌진을 해온다면 날카롭게 공격을 펼쳐 대 응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그가 여태껏 적의 측면을 노려가며 싸워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방어력이 제로에 가까운 백유설 자 신이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 문에· 방어력이 없다는 그 치명적인 결함 하나만으로 그는 귀찮은 싸움 을 해올 수밖에 없었다·
‘집중해· 집중하면 할 수 있어·’
더더욱 백유설의 심상세계가 짙어 진다· 인간으로는 할 수 없는 인간 을 초월한 집중력·
[연홍춘삼월의 가호의 파생 스킬
‘초집중이 발동됩니다·]
그렇게 0·5초가 지나갔고·
[점멸]
서걱!
“···음!”
철리번은 눈을 감은 채 허공에 고개 를 치켜들고 있던 백유설을 향해 채찍
을 휘둘렀으나 순식간에 그가 모습을 감춰버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은 놈•이로군· 도망치는 것밖 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나?”
천천히 시선을 돌리니 1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백유설이 모습을 드 러낸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백유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 상치 않다· 마치··· 사사로운 바람 의 흐름조차 모두 흘려보내는 듯한 그런 느낌·
철리번은 직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놈이 예전의 힘 을 되찾고 있군·’
그렇게 둘 수는 없다·
흐읍!”
철리번이 양팔을 아래로 펼쳐 채찍 을 휘두르자 그것들이 마치 검붉은 색의 손바닥이 된 것처럼 양쪽으로 크고 넓게 퍼져나갔다·
안 그래도 9클래스의 마법사 둘을 동시에 상대하고 심지어 사상간섭 이라는 능력의 보유자로서 반은 마 녀로 추정되는 소야를 상대하느라 체력이 모두 바닥난 상황·
최대한 마나를 아껴가며 상대하려
고 했거늘 상대방이 진심으로 나온 이상 자신 또한 진심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힘을 모두 다해 죽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내 신체는 이제 한계다·’
아마도 이 공격이 마지막의 마지막 이나 다름없을 터·
주륵!
철리번의 입가에서 핏줄기가 흘러 내렸다· 흑마력을 억지로 바닥에서 부터 끌어올린 탓에 내장이 뒤틀리
고 있는 것· 그 고통은 일반 사람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으나 철리번에게는 전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눈앞의 적 단 한 병·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저 건방 진 어린 소년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 하여 흑색 손바닥을 휘둘렀고·
···휘이잉!
가을바람을 타고서 나뭇잎이 흔들려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흘 러가는 잔잔한 바람은 두 남자의 뺨 을 훑고 스쳐 지나갔다·
“···울컥!”
철리번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자신 의 가슴팍을 관통한 은색의 마력검 을 내려다보았다·
‘방심··· 했군···
감각이 둔해졌다· 그것은 그가 피 로하고 약해져서인 것도 있었으나 너무나도 오랜 세월 ‘대지가 그를 사랑하여 지켜주는 바람에 스스로 감각을 전개할 필요가 없어져 그 날카롭던 감각이 옅어진 것이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것일까·
“망할····”
검을 놓쳐버린 백유설은 천천히 뒷 걸음질을 치다가 나무에 등을 부딪 쳐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 더··· 집중했어야 하는데·’
정면으로 쇄도해 오는 모든 공격을 틀림없이 포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 사실 역시도 알아내고서 빈틈의 빈틈의 빈틈까지 도 노리고서 공격을 유연하게 꺾어 서 들어왔다·
”이거··· 진짜 죽겠는데····”
허리를 관통한 흑색 마력의 칼날·
치명상이다·
얼마 가지 않아 죽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나의 공격은 어땠는가·
덜그럭!
백유설의 마력 주입이 사라지자 테 리폰 소드가 철리번의 가슴에서 툭 떨어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기는 했으나··· 치명상은 아니었다·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는 순간 철리번이 마력을 발산하여 그 궤도 를 비틀어 버린 것·
정말 말도 안 되는 반사신경에 전 투 센스라고도 할 수 있었으나 이
제 와서 존경하기에는 자신이 목숨 걸고 상대해야만 하는 적이었다·
“···유감이군·”
철리번은 남아있는 모든 흑마력을 끌어올려 가슴의 상처를 회복하였 다· 평상시 같았으면 순식간에 아물 었겠으나 지금은 지혈하는 것조차 도 벅차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내 가슴팍에 상처를 입힌 놈은 그 남자 이후로 네가 처음이거든·”
비록 지금 그가 약해진 상황이라지 만 절대무적의 칭호를 가진 사내에 게 치명상을 입힐 뻔했으나 마법사
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지 않겠는 가?
물론 마법 전사가 아닌 백유설은 그 어떤 자부심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조금만 더 빠르게 찔러 넣을걸·’
점멸을 조금만 더 빠르게 사용할 걸· 조금 더 집중하여 피해낼걸·
내게 아주 약간의 경험만 더 있었 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공격 정도는 피해낼 수 있었을 텐데·
‘마무리를 해야겠지·’
철리번은 백유설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멀찍이서 느껴지는 섬 뜩한 감각에 표정을 굳혔다·
재빠르게 고개를 돌리니 저 멀찍 이 떨어진 하늘에 보랏빛 날개를 달 고 있는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프왕··· 그새 기운을 차렸나·’
이 상황을 목격한 것일까 무시무시 할 정도로 빠르게 쇄도해 오는 꽃서 린을 보며 철리번은 고개를 떨어뜨렸 다· 지금 백유설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으나 그랬다가는 늦는다·
···자리를 떠야겠군·’
이 같잖은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부지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철리번은 바닥에 쓰러진 채 눈물 콧물을 흘려대며 뒹굴다 기절해 버 린 소야를 들춰 멨다·
이대로 자신이 죽어버린다면 그녀 의 처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터·
소야를 짊어진 채로 걸어가던 철리 번은 뒤돌아 마지막으로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복부를 움켜쥔 채 눈을 감은 그는 참으로 무방비했으나 어째서인지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서 전혀 ‘악색(惡色)’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야를 컨트롤하여 세계수를 난장 판으로 만들었다기에는 기이할 정 도로 순결하고 고결했던 눈빛·
‘당장은 살려둬도 괜찮겠지·’
이윽고 철리번의 신체가 대지와 융화되어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