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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고결한 영혼(14)
절대무적 철리번·
참으로 특이한 흑마인이다· 아마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지 않을까·
한때 플레이어들은 캐릭터들의 능 력치를 단순한 성이나 클래스 혹은
리스크만으로 세분화할 수가 없어서 저들끼리 ‘전투력을 농담 삼아 숫 자로 세분화한 적이 있다·
전투력에는 공격력과 방어력 스피 드나 유틸리티 등 상세한 부분까지 플레이어들의 주관적인 생각을 모아 서 기록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법공 격력,과 ‘방어력,이 되겠다·
9클래스 마법사의 경우에는 평균적 인 전투력이 100 정도로 나왔는데 엘트먼 엘트윈은 공격력이 120이고 방어력이 80이었으며 꽃서린은 공 격력이 90이고 방어력이 130이었 다·
그런 전투력 산출치를 두고서 대다 수의 플레이어들은 그럭저럭 얼추 들어맞는다고 판단하고는 했으나 반 대하는 입장도 당연히 많았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의견이었으니 까· 그러나 누구나 고개를 주억이며 공감했던 전투력이 있었으니·
[철리 번]
9리스크 흑마인
마법공격력 : 10
마법방어력 : 300
바로 철리번이었다·
수치만 두고 보자면 참으로 기형적 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공격력은 풋내기 마법사 수준밖에 되지않는 주제에 방어력은 이 땅에서 가장 강한 수준이었으니까·
단적으로 말해서 ‘순수 공격력’만 으로 따졌을 때 9클래스 마법사가 최소 둘에서 셋은 모여야 철리번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다는 의미다·
사기 아니냐고?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특성 [사상통제]·
상대방의 마법을 제어하고 장악하 여 자신의 것으로 휘어잡는 능력·
스킬 [담갈토이월의 가히·
모든 종류의 공격에 대하여 완벽히 방어하고 반격하는 능력·
철리번이 가진 두 가지 능력의 주 체는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즉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철리번 이 마음먹고 누군가를 죽이려 해도 상대방이 대항하지 않은 채 방어만
펼친다면 승부가 결정나지 않는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만약·
철리번의 모든 방어능력이 사라지 게 된다면? 극단적으로 예시를 내밀 었던 9클래스급 마법사 두 명을 동 시에 상대한다는 상황이 실제로 발 생하여 그의 ‘절대방어’에 금이 가 있는 상태라면?
“어머나〜 그 절대무적 철리번도 보호막이 모두 벗겨지면 결국 상처 를 입기는 입는 모양이네?”
“···쿨럭!”
소야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철리번
은 입가에서 주르륵 흐르는 피를 소 매로 닦아냈다·
“신령살해자인가····”
일전에 아류문과 꽃서린을 상대하 던 때와는 달리 철리번의 눈빛이 살 벌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러든 말든 소야는 눈웃음 을 지을 뿐이다·
눈앞의 철리번은··· 그저 이빨 빠 진 호랑이에 불과했으니까·
‘그 꼬맹이의 말이 사실이었어·’
백유설이 말해주었던 철리번의 약 점은 참으로 간단했다· 그의 취약점 이나 트라우마 급소를 건드리는 것
이 아닌 ‘성격’ 그 자체가 약점이라 고 말했으니까·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전력을 다해 서 진심으로 싸운다···
100의 힘을 가진 자가 10의 힘을 가진 자에게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작 15 정도의 힘만을 사용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철리번에게는 그런 게 불가 능하다· ‘절대방어’라는 것이 그리 편리한 기능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설령 1의 위협밖에 주지 못 하는 적을 만나더라도 300의 힘을 모두 다해 전력으로 싸운다·
심지어 그 상대방이 9클래스 마법 사 두 명이었다면?
“자랑하던 보호막이 깨져 버린 기 분은 어때? 응?”
소야가 싱긋 미소지으며 말하자 철 리번은 그녀 몰래 주먹을 쥐락펴락 하며 마나를 체크했다·
‘그렇군··· 기회를 노리고 있었나·’
여태껏 그는 신령살해자를 죽이기 위해 추격하고 있었으나 반대로 먹 잇감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가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절대무적의 신체를 지녔다는 사실 정도는 흑마인이라면 알고 있
을 테니까·
하지만 아류문과 꽃서린이 자신에 게 접근할 거란 사실을 예측하고 있 었다면?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는 몰라 도··· 역으로 공격해 오는 것도 썩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현재 마나가 거의 바닥 나 담갈토이월의 가호는커녕 능력 조차 몇 번 발동하기 힘든 상태였으 니까·
‘정보도 빠르고 판단도 좋군·’
이상하다·
소야 신령살해자·
겉보기에는 퍽 대단한 흑마인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철리번의 통찰력에 따르면 그녀는 뛰어난 지 성을 갖추지 못했다·
계획? 지략?
당장 눈앞의 쾌락을 취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져가며 달려드는 멍청 한 여자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 가·
“네 배후에··· 누가 있지?”
철리번이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묻 자 소야는 눈썹을 움찔 떨었다·
한순간 그 위압감에 압도된 것·
“배후? 흐} 내게 그딴 게 있을 것 같아? 나는 오롯이 나의 의지만으로 움직여!”
“글쎄···
“이제 힘도 남아 있지 않는 주제에 허세 부리기는!”
척!
소야는 양팔을 위로 크게 펼쳐 들 었다· 붉은색이 가미된 흑색의 마법 진이 불쾌하게 넘실거린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 법과는 전혀 다르다·
흑마인들이 ‘이면 세계’와 계약하
여 만들어낸 페르소나의 마법이자 마녀들의 마법을 융합하여 만든 오 리지널 능력·
[사상간섭]
소야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문제없어· 나는 할 수 있어·’
기억도 나지 않는 먼 과거 신령 잎하넬조차 무너뜨린 힘이다·
비록 당시의 잎하넬이 신수에서 신 령으로 탈피하기 직전인 탓에 완전 무방비 상태였다고는 해도··· 어쨌든 승리한 것은 맞지 않던가?
‘나는 신령도 타락시킬 수 있어!’
꾸득! 꾸드득!
소야의 흑마력이 사방에 퍼져 나가 서서히 모든 것을 잠식시켰다·
바위 나무 풀 꽃 나비 비둘기 매미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주변에는 눈에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참 많았고 세상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을 만물(萬物)이라 통칭 하기로 하였다·
그녀의 능력은 바로 이 세상에 존 재하는 만물에 간섭하는 것·
살아 있는 인간에게 간섭하여 꼭두 각시로 만들고 시체에게 간섭하여 분신으로 만들며 신령에게 간섭하
여 심장마저 빼앗는다·
‘이면 세계의 마법과 마녀의 마법 을 합쳐낸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어!’
패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마법을 사용하는 대가로 압도적인 수명을 내다 바쳐야만 했지만 철리 번을 처리하기만 하면 ‘신령의 심 장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것도 가능 할 터·
어쩌면 수명에 제약이 없는 영원불 멸한 육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 다·
‘수명이라는 제약이 없어지기만 하
면 나는 무적이야!’
쿵 쿠쿠궁!!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기가 주먹을 꽉 쥐어 철리번을 옭아매었고 바닥 에서 탄소가 솟아올라 다이아몬드와 도 같은 경도로 발목을 부여잡아 움 직일 수 없도록 붙들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인위적으로 몰아친다·
하늘의 구름이 철리번의 머리 위로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기후를 조절할 수는 없으나·
파직 콰과과광!!!
벼락을 내리치는 것 정도는 그녀에 게 있어서 아주 쉬운 일이니·
까드드득-!
지반이 마치 소용돌이처럼 요동치 며 철리번을 지하로 끌어당겼다· 만 물에 간섭한다는 것은 원소 그 자 체를 제어한다는 것·
그야말로····
“신의 힘과 다를 게 없잖아? 그렇 게 생각하지 않아? 백유설!”
소야는 세상이 떠나가라 외치면서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수명 수명의 제약만 없으면 나
는···!”
진정한 무적이 될 수 있다·
우뚝
···갑작스레 시간이 정지하기 전까 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
휘날리는 공기와 나뭇잎 소용돌이 치던 지반과 꿈틀대는 구름·
모든 게 정지하였다·
‘이 게 무슨···?’
시간이 정지한 건가?
아니·
착각이다·
시간이 정지한 게 아니다·
그녀가 간섭하였던 모든 만물이··· 제어에서 벗어나 다른 누군가의 의 지에 의해 멈춰 버린 것이다·
‘뭐라고···?
동공이 크게 떨려왔다·
한 발자국 뒷걸음질을 치니 풀숲 흔들리는 소리가 선명히 울린다·
만약 정말로 시간이 멈췄다면 소리 가 들리지도 않았겠지·
그러니까 즉 이건·
‘마치 시간이 멈춘 것과도 같은···
사상간섭이라고···?
사상간섭·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자신의 이 위대한 능력보다도 뛰어난··· 상위 의 능력·
[사상통제]
파스슥!
하늘까지 닿을 듯 솟아올랐던 대지 의 소용돌이가 내려앉고 공기의 격 렬한 몸부림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곳에 철리번이 있었다·
그는 잔뜩 지친 표정으로 허공에 멈춰 있는 나뭇잎에 손을 대었다·
“그거 알아?”
“뭣···
철리번은 손가락으로 나뭇잎을 툭 건드렸다· 그 정말로 간단한 동작 한 번에 나뭇잎이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뭣···
대체 무엇을 하려는가·
의문이 드는 순간
그 순간·
“으 으윽··· 으아아악?!!”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이 소야는 목 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목? 고통의 근원이 목인가?
팔목? 허리? 허벅지? 머리?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분명히 고통스러운데 어디가 아픈 지··· 그 통점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만물에 간섭하기 위해서는 반드 시 본인의 영혼을 담을 필요가 있단 말이지····”
철리번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고 어딘가 지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게 ‘간섭’의 한계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 자식은·
말을 하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 다· 철리번이 발을 들어 돌멩이를 즈려밟아 터뜨리자 마치 심장이 터 져버린 듯한 괴로움이 온몸을 잠식 해 버린 것이다·
“커헉···广
침을 줄줄 흘리며 쓰러진 소야는 온몸을 비틀며 바닥을 기었다·
“켁 커혹···!”
어서 사상간섭을 풀어야 한다· 모 든 흑마력을 회수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미 내가 전부 통제했거든· 허튼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다른 무언가에 간섭하는 계열의 능 력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만약 그 런 계열의 마법사가 서로 만나게 된 다면··· 그들은 현명하게 판단해야 만 할 것이다·
만약 상대방의 능력이 더 상위호환 이라면 자신의 능력이 완전하게 봉 쇄되어 버릴 테니까·
물론 단적으로 말해서 철리번의 능력이 소야보다 완벽한 상위호환이 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경험’의 차이였다·
처음에는 고작 나뭇잎 하나를 조종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런 쓰레기 같은 능력이라도 가진 게 이것뿐이 없었으니 철리번은 사상통제를 극한 까지 단련하였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하여 수련하고 또 수련하였다·
그로 인해 사상통제를 극한까지 단 련하게 된 철리번·
그런 철리번을 과연 소야가 이겨내 는 게 가능할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순전히 경험 그리고 숙련도의 차 이· 소야는 그 단순한 차이 하나로 승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짓밟히고 있었다·
콰득!
나무를 부수고 공기를 흩어버리고 돌멩이를 짓밟을 뿐인데도 소야는 온몸을 떨며 경련하였다·
기절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는 흑마인이 언제 죽는지 언제 의식을 잃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 다· 인간을 초월하여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갖게 된 혹마인은 결코 이런 고통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그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소야의 영혼을 갉아먹 었다·
“신령을 살해하다니··· 참으로 몹쓸 짓을 했어· 그렇지 않아?”
너는 흑마인이잖아·
왜 신령을 편드는 거야?
소야는 그리 묻고 싶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아서 불가능했다· 입으로 추정되는 감각이 철리번의 발끝의 돌멩이와 동기화되어 산산조각 부서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령은 너 따위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야·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너를 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처럼 오늘 만나게 된 거야·”
마침내 소야의 앞에 도달한 철리번 은 그녀를 벌레 보는 둣 혐오스러운 눈으로 내려보았다·
“기구하지? 나도 몰랐어· 하필이면 내 능력과 너의 능력이 겹칠 줄이야···”
소야도 철리번도·
자신이 가진 능력의 진정한 이름을 철저하게 감춰두었다·
“그런데 이건··· 참으로 이질적이 야· 기분이 좋지 않아· 너를 잡았는 데도· 나와 너에 대해 아주 잘 아는 듯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 상황
을 만들었단 생각이 자꾸 들거든·”
소야도 제 목숨 하나는 챙길 줄 아는 여자가· 그렇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 도망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 겠지·
그런 그녀가 대뜸 자신을 공격해 온다? 분명 누군가가 소야의 이성을 흐트려놓은 것이다·
달콤한 말로 현혹하여·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까 부터 숨어서 지켜보느 거기 너·”
철리번은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 라보았다·
통상적인 마력감지로는 전혀 느낄
수 없었으나 그는 사상통제 덕분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일대를 모두 제어하려고 시도 했어· 그런데 단 한 부분 네가 서 있는 그 공간만에 제어가 불가능하 더군·”
그건 철리번으로서도 처음 겪어보 는 난해한 일·
그 말에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거 리에서 어떤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 다·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복·
오랜 세월 속세와 떨어져 살았음에 도 그 사실은 쉽사리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체 역시도·
“백유설이라· 소문은 들었다만····”
어둡게 가라앉은 소년의 얼굴을 보 며 철리번은 간만에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도 위험한 놈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