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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고결한 영혼(2)
마법의 본고장 도시 카멜른·
지금에 와서는 구색밖에 남지 않은 이곳에도 단 하나 특별한 기관이 존 재했다·
‘마법원로회’·
마법계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들은 모든 법칙과 규율의 간섭에 서 벗어난 초월적인 권한을 갖추고 있었는데 원로회 전원 최소 8클래 스 이상에 도달하여 어지간한 사안 이 아닌 이상 모이는 일이 적었다·
그러나 오늘은 특별하게도 원로회 의 12인 중 7인이나 모여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원로회 의 장로이자 9클래스 마법사 ‘사엘 리’가 3년 만에 의회를 소집했기 때 문이었다·
평상시의 모임 때는 출석률이 극히 저조하였고 모이고 싶은 사람만 모 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심지어
모이더라도 각자 시끌벅적하게 잡담 을 나누고는 했는데 오늘따라 원로 회가 고요하였다·
“···몇 명 보이지 않는군·”
노인의 입에서 홀러나온 중저음의 목소리에 원로회의 평의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보통의 마법사는 성장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젊어지고는 한다·
6클래스의 마법사는 더 이상 외모 가 나이를 먹지 않게 되며 7클래스 의 마법사는 아주 약간의 젊음을 얻 게 되고 8클래스의 마법사는 20대 에서 30대의 외모를 유지할 수 있
게 된다·
최종적으로 9클래스에 도달한 마 법사는 반로환동 혹은 바디 체인지 라 불리는 현상을 겪게 되는데 신 체 자체가 마법을 사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탈태하여 어린 외 모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엘 리는 달랐다·
9클래스의 현자가 되면 외모에 대 한 집착을 완전히 내려놓고 본인의 외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마련 이었는데 그는 특이하게도 노인의 모습을 고집하였다·
가슴까지 닿는 희게 센 수염에 고
깔모자를 쓴 그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정통적인 마법사 복장을 갖추 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가 상당히 고 지식하며 옛 풍습을 버리지 못했다 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예· 헤다론은 영지에 일이 생겨서 급히 돌아갔고 팔라트는 깨달음을 얻겠다며 수행에 들어간 지 반년 정 도 되었습니다·”
“개인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ス 1· 다른 이들은?”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불참 하였습니다·”
“그러한가·”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몇몇 평의 원이 식은땀을 흘렸다·
사엘 리가 원로회를 소집했음에도 이유 없이 불참할 경우에는 막대한 페널티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놈들은 이제 큰일났군·’
어찌 되었든 오지 않은 이들을 당 장 데려올 방법은 없었기에 그들의 존재를 제외하고서 회의가 시작되었 다·
“연녹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사엘 리가 그 말을 꺼 내자 몇몇 평의원이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젓는다·
“10년이 넘도록 가만히 있던 놈들 이 이제 와서 왜···「
연녹탑과 원로회는 그 성질이 비슷 했다· 8클래스 마법사 극소수 이루 어진 모인 집단이며 꼭대기에는 9 클래스의 마법사가 존재하였으니까·
다만 연녹탑은 마법계의 ‘범법スト’ 에 가까웠으며 마법원로회는 마법계 의 ‘지배자’에 가까웠기에 둘은 서 로 상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연녹탑은 마법계의 정점에 위치한 마법원로회를 위협할 수 있 는 몇 안 되는 존재였기에 평의원들 이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마녀가 모습을 드러냈고 일개 마 법사에게 살해당했다· 어찌 보면 당 연한 일이다· 연녹탑주의 스승이 마 녀라는 존재에 예민하니까·”
“그 또한··그렇지요·”
“멍청한 년들· 숨어서 지낼 것이면 제대로 숨지 괜히 모습을 드러내서 죽어버리기나 하고···
“이봐 자네가 감금했다는 그 마녀 는 어떻게 되었나?”
“죽었어· 실험을 버티지 못하더군·”
“쯧· 괜찮은 재료를 막 다루니까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아니라 나 였으면 10년은 두고두고 우려먹었
을 것을···
“조용· 잡담은 그만하도록 하지·”
사엘 리가 지팡이로 바닥을 퉁! 치 자 금세 고요해졌다· 침묵 마법이라 도 걸린 것처럼·
“연녹탑이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문 제가 하나 있다면··· 삭월탑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예? 삭월탑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 세계에는 ‘거탑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단 두 곳이 존재했는데 세 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탑인 만월의
거탑과 세상의 음지에 숨어 있는 삭 월의 거탑이었다·
삭월탑 또한 마법원로회를 위협하 는 세력 중 하나로서 어떻게 해서 든 놈들을 잡아내려고 몇십 년 동안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하였으나 자취 를 남기지 않아서 난항을 겪는 중이 라고 하였다·
사실상 삭월탑은 흑마인을 척살하 는 이로운 존재이기는 했으나 그 과 정에서 워낙 수많은 범법 행위를 저 질렀기에 마법계에서는 그들을 범죄 자로 규명하고서 추적하도록 하였는 데 그건 표면상으로 ‘일하는 시늉’ 만을 하고 있을 뿐 삭월탑을 제대로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녹탑에 삭월탑까지··· 이번 사 건이 그 정도로 중대한 일입니까?”
고작 마녀 하나가 등장했고 살해당 했을 뿐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마 녀라는 존재가 특별할지는 모르겠으 나 삭월탑과 연녹탑에게는 마녀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을 터·
“평범한 마녀가 아니다· 그 마녀 는··· ‘마지막 마녀’의 제자였다·”
“무 무슨···!”
“설마··· 마지막 마녀의 계승자가 아직도 남아 있었단 말입니까!”
“그래·”
원로회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지막 마녀의 마법이란 곧 환상 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지상 최강 궁 극의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마법사와 연금술사와 마공학 자가 침을 줄줄 홀리며 탐내는··· 세 상에서 가장 ‘완벽한 마법’·
“그 그 마법은 어찌 되었습니까?”
원로회가 다급히 물었으나 사엘 리 는 고개를 저었다·
“소실되었다· 아공간 저편에서 스 텔라 아카데미의 생도에게 죽임을 당하여 시체조차 남지 않았더군·”
“아아· 그럴 수가···
**그 아까운 마법을 캐내지도 못하 였다니···
그러나 그 순간·
원로회의 모든 의원들은 동시에 같 은 의문을 품었다·
마지막 마녀의 마법은 환상적이다 못해 위대할 정도였다· 시조 마법사 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 중 하 나였으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그 정도의 마법을 가진 존재가 어 찌하여 스텔라의 생도 따위에게 죽
임을 당했는가?’
그런 의문이 들고 마는 것이다·
,,백유설·”
사엘 리는 담담하게 그 이름을 읊 었다·
“연녹탑과 삭월탑 모두 그 아이에 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사엘 리가 그 이름을 이 자리에서 언급했다는 것은 그 역시 도 백유설이라는 소년에게 짙은 관 심을 품고 있다는 의미
“백유설은··· 저희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의회로 데려오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가 오 고자 하면 올 것이며 그렇지 않다 면 너희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데려 오지 못할 것이다·”
“예? 일개 생도를 움직이는 건 별 로 어렵지도 않은 일입니다·”
“이해를 하지 못하는군·”
사엘 리는 혀를 차며 말했다·
^ユ 소년은··· 운명에서 벗어난 특별한 아이다· 최대한 간섭하지 않 고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 것이 너 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거늘· 어째 서 이흐!]흐]■지 못하는가·”
그 말에 의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 었다· 사엘 리는 아주 간혹 저렇듯 뜻 모를 말을 하고는 했는데 거기에 는 반드시 깊은 뜻이 있었기에 이해 하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했다·
“하나 연녹탑이 그 아이에게 눈독 을 들이는 건··· 조금 신경 쓰이는 군·”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마법회의를 소집하여 연녹탑을 견 제하도록·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을 묶고 활동을 억제하 도록 하라·”
명령은 간단했으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연녹탑의 마법사들은 온순 한 성향을 띠고 있었으나 연녹탑주 와 그 스승인 그 여자’를 합치면 9 클래스의 마법사가 무려 둘이나 되 었으니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스텔라 의 그 애송이도 연녹탑을 견제하려 는 생각이더군·”
<コ···렇습니까·”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장 엘트먼 엘 트윈은 9클래스의 마법사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를 가지고 있었으나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
여 그가 도운다는 말에 의원들은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이것으로 회의는 종료·
사엘 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 スト 의원 한 명이 급히 물었다·
“장로님· 삭월탑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삭월탑이라·”
그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세 개의 달이 모두 구름 뒤 로 모습을 감추어 하늘이 어둡다·
“달이 차군·”
“예?”
그의 영문 모를 소리에 의원이 되 물었으나 사엘 리는 대답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십이신월이 움직이는가·’
삭월탑과 연녹탑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십이신월이 이 시기에 갑자 기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왜일까·
‘회공시월· 그를 만나야겠군·’
세상은 과연 운명대로 흘러가고 있 는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은 세십일월과 회공시월을 만나서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사엘 리는 그렇게 신기루처럼 모습 을 감추었고 대답을 기다리던 평의
원은 멍청한 표정으로 허탈한 듯 헛웃음을 쳤다·
“또 우리가 모르는 사이 무언가 일 이 일어나려는 모양이군···
8클래스의 마법사?
권력 외의 집단 마법원로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세계는 아주 극소수의 위대한 존재들로 인해 굴러가고 있다·
그들은 운명을 읽을 수 있으며 또 한 운명에서 벗어나 걷는 법까지도 깨우쳤다·
그런데 자신들은 어떠한가·
운명에 속박된 줄도 모르는 채 그 저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고 착각 하여 권력과 힘에 취해 살아가지 않 던가· 나보다도 더 높은 곳에 위치 한 저들조차 무언가 목적을 쫓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단 말이 지·”
9클래스는 노력이나 재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건 말 그대로 하늘의 계시·
어떤 이는 밤하늘이 차고 아름다워 서 9클래스에 도달하였다·
어떤 이는 잠을 설치다가 꿈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9클래스에 도달하였 으며 어떤 이는 명상을 하다 신의 목소리를 듣고 9클래스가 되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천재?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9 클래스의 벽에 가로막혀 절망하였던 가· 9클래스는···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한 신의 영역·
저들이 사는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
의원들은 그렇게 이해하고서 힘없 이 발걸음을 돌렸다·
9클래스의 끝자락이라도 엿보고 싶
어서 마법원로회를 구성한 지도 수 십 년· 아직도 그들은 신의 영역을 한 톨도 이해하지 못했다·
* * *
휘이이잉···!
바람 불어오는 절벽의 끝자락에 서 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보면 몸 이 흔들리는 감각에 취할 때가 있다·
실제로 나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도 말이다·
‘세상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어·’
아주 먼 옛날 마법사이자 철학자 인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다·
세상의 모든 근간을 뒤흔들었던 그 한 마디로 인해 마법계의 모든 마법 은 발칵 뒤집혀 재구성되었고 그 뒤 로 어언 수백 년이 흘렀다·
“느껴져? 세계의 흐름이·”
루드릭 할로우·
삭월의 거탑주이スト 9클래스의 위 대한 대마법人ト·
그는 절벽 끝에 서서 세상이 태양 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감각을 즐기 고는 했는데 당연하지만 범인(凡人)
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다·
“그런 것에는 관심없다·”
“시시하긴·”
루드릭의 말에 대답한 이는 회색의 머리칼에 회색의 눈동자를 가진 특 이한 복장의 사내였다·
느껴지는 기운부터가 범상치 않은 그의 이름은··· 회공시월·
최강의 힘을 지닌 십이신월이었다·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는 뭐야?”
“거기에 자빠져 자고 있는 노인네 와 대화하러 왔다·”
회공시월이 시선으로 어딘가를 가
리키スト 루드릭은 미소를 지었다·
절벽의 바깥쪽 허공에 평상을 깔아 두고 술에 꼴은 채 잠이나 퍼질러 자고 있는 그 노인 역시도 십이신월 중 한 명 은세십일월이었으니까·
“십이신월 둘이 마주치는 일은 흔 치 않을 텐데··· 그래도 되는 거야?”
십이신월은 ‘운명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 다·
루드릭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저들이 모두 모이는 날에는 아주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이 라고··· 시조 마법사가 유언을 남
겼기 때문이다·
“상관없다·”
“뭐어 그렇겠ス】· 너를 제외한 모든 십이신월들은 제각각 스스로 족쇄를 차고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까·”
“잡담은 되었으니 그를 깨워라·”
회공시월이 그리 말하자 루드릭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건 조금 곤란한걸·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할아버 ス]야· 간만 에 주무시는데 깨워서야 되겠어?”
“너 따위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회공시월이 그리 말하며 한 발자국
내딛 スト 루드릭이 그 앞을 가로막았 다·
“이 이상은 갈 수 없어 회공시월·”
“···나를 막겠다는 것이냐?”
그래·”
루드릭은 착잡한 눈으로 은세십일 월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예ス]’ 능력이 제대로 발현 되지 않게 된 지도 벌써 몇 개월이 흘렀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은세 십일월을 직접 찾아왔다·
하지만 알고보니 은세십일월 본인 역시도 제대로 된 미래를 예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회공시월이 찾아왔다 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회공시월은 그 누구보다도 정해진 운명에 예민하였고 정해진 수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들을 굉장히 혐오 하였으니까·
설령 그 끝에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회공시월의 선택은 변치 않는다·
‘운명은 별의 뜻을 따라서 흐른다·’
그는 그 말을 누구보다도 맹신하였 으니까
“좋은 때에 이러지 말자구 우리·”
루드릭은 회공시월과 반대된 생각
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초신 성과도 같은 존재가 빛을 발하고 있 는데 그것을 방해하려고 하다니·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한때는 은세십일월의 가호를 받았 던 몸으로서 그의 뜻을 반드시 이행 할 의무가 있다·
루드릭은 그리 생각하여 손가락 위 에 ‘공허’를 피워올렸다·
회공시월과 완전히 같은 성질의 능 력 차원력·
그것을 보고서 회공시월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에게··· 공허로 덤비겠다 는 것이냐?”
“네가 비록 공허로 이루어져 있으 나 그렇다고 해서 그건 공허를 가 장 잘 다룬다는 말이 아니잖아?”
“재미있는 이론이군· 너희 마법사 들의 오만함은 예전부터 마음에 들 지 않았다·”
회공시월은 그리 말한 뒤 한 발자 국을 걸어 그에게 다가갔다·
세상에서 가장 짧으나 어쩌면 가 장 길 수도 있는 단 한 발자국
쿠궁!!
차원과 차원이 충돌하여 공간이 무 너져 내렸고 중력이 역전하여 모든 것이 차원의 빈틈으로 떠오르는 그 때·
“커허어···
은세십일월은 간만에 단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어떤 소년과 포커를 쳐서 아주 압도적으로 이겨버리는··· 행복한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