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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옛날이야기(16)
결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과정을 알지 못했을 뿐·
직접 목도한 그 ‘과정’이라는 것은 참으로 처참하고 끔찍했다·
추정등급 9리스크·
세간에서는 ‘재앙’ 등급으로 분류
되며 출몰하는 즉시 국가 단위의 마법 전사단이 출정해야만 하는 바 로 그 존재가·
-···나는 또다시 약속을 이행하 지 못하는구나·
지금 이 순간 단 한 명의 마법사 에 의해 쓰러진 채 마지막 숨을 준 비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는 마법사가 아니라 흑마인이겠지만·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모 르프 대공가의 자랑 모르프란 숲은 모조리 태워져 깨끗하게 지워져 버
렸고 그 위에 차디찬 빙하의 산이 우뚝 솟아 있다·
흰색의 불길 위로 자라난 빙산은 참으로 이질적이었으나 가히 아름 답다고도 말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 가운데 거대한 흰색의 여우 마 수가 쓰러져 있다·
-너는··· 무엇을 위해 나를 막아 섰는가· 너 또한 세계를 위해서였다 며 거짓을 고할 것인가·
백요호 화령은 힘겹게 눈을 떠 아 이작 모르프에게 물었다· 푸르게 물 든 창백한 피부에 희게 센 긴 장발 의 머리카락 무엇보다도 등에 돋아
난 얼음의 날개는 그를 더 이상 ‘아 이작 모르프 대공’이라고 불러도 좋 은지 의문스러웠으나 그의 인격은 여전히 아이작 모르프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대답하였겠지·
“···내 딸을 위해서겠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정상적으로 말을 내뱉는 것조차도 힘겹다· 자꾸만 머릿속으로 어떠한 욕망이 스며든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얼려 버리 고 싶다는 욕망이·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서 몸을 웅크 렸다· 백요호 화령을 상대하느라 아 이작의 상태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한쪽 날개는 완 전히 찢어져 있었고 몸에 옮겨붙은 흰색의 불꽃으로 인해 흑마력이 거 의 증발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흑마력은 일반적인 푸른 마 나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 더욱이 혹마력이 이렇게 고갈되었을 땐 ‘욕 망,을 폭주시켜 주변의 마나를 홉수 하려는 것이 본능이었기에····
‘위험해·’
백유설은 아이작 모르프를 이 자리 에서 제거해야만 한다는 그런 판단 을 내렸다·
어떻게?
아무리 아이작 모르프가 약해졌다 지만 저런 괴물 같은 존재를 혼자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법 기사단은 전원 전투 불능이이었으니까· 홍시화 아돌레비 트마저 지금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 져 있었다·
‘아니 어차피 이대로 둬도··· 어 차피 아이작 모르프 대공은 죽겠지·’
굳이 힘들게 상대할 필요는 없다·
9리스크 정도로 강력한 흑마력이 발생하면 그 즉시 주변의 모든 마 탑에 긴급 알람이 가서 마법 전사들 에게 출동 명령이 떨어진다·
강력한 흑마인을 상대하기 위해 마 법 전사단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서 올 것이고 힘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 한 아이작 모르프는 그들에게 살해 당하겠지·
길어야 1시간?
아니·
30분 안에 그들이 올 것이다·
‘내가 더 할 일은 없어·’
이곳에서 진실을 목도하였으니 그 것으로 만족하자·
이제는 슬슬 돌아갈 때다·
이만 미련을 놓자·
그렇게 생각하려는데·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의 로딩이 완료되었습니다·]
대뜸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ス]·
“···하하· 일부러 그러는 거냐?”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다시 나타날
건 또 뭐란 말인가·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려는 것처럼·
그는 고개를 들어 저 하늘 높이 별자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번에 약속했던 선물 아직 받지 못했어· 지금 받아도 괜찮지?”
[당신은 세 개의 보상을 선택하거 나 등급의 보상 하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전에 수많은 에피소드를 완료하 며 보상을 약속받았지만 무엇을 받 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고 믿었다·
“이제는 조금··· 좋은 걸 받아도
되겠지·”
서사력이 대체 뭔지는 모르겠으나 이 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 조금은 관대해지지 않았을까·
밤하늘을 표류하는 저 무수히 많은 별자리들이 그의 대답에 응한다는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니면 원래 부터 반짝였던가·
“···’새벽의 수레바퀴’·”
[보상 아이템으로 ‘새벽의 수레바 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백유설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간 기다리니····
번쩍!
난데없이 허공에 거대한 수레바퀴 가 나타나 서서히 굴러가기 시작하 였다· 아직까지는 다른 누구의 눈에 도 보이지 않은 채 백유설의 시야에 만 보이는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서 비축할 수 있는 신비로운 발전소이다·
원래의 용도는 이렇다·
주변의 마나를 조금씩 끊임없이 흡 수하여 비축한 뒤 주인에게 홀려보 내 별다른 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조 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다·
그래서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을 플 레이하던 당시에는 ‘자동 성장 아이
템’ 및 ‘경험치 보너스 아이템’ 정도 로밖에는 사용할 수 없었으나··· 현 실이 된 지금이라면 어떨까·
원래의 설명처럼 세상의 모든 에너 지를 비축할 수 있다면 조금쯤 다 른 용도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로테이션 어썰트 모드·”
백유설은 새벽의 수레바퀴의 기능 중 하나를 가동하였다·
‘적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주변 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주인에게 보 급한다’라는 기능을 한 달 동안 사 용할 수 없는 대신 순간적으로 어 마어마한 에너지를 한 번에 흡수하
여 주인을 일시적으로 강화시켜 주 는 기능·
···쿠궁!!
그것이 가동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모습을 드러낸 새벽빛의 수레바퀴가 서서히 굴러가 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백요호 화령과 흑마인 아이 작이 방사해 놓은 마나를 모조리 빨 아들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은색의 찬란한 별빛을 흩뿌렸다·
[백요호 화령의 흑마력을 흡수하였 습니다·]
[1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〇성 8 〇%만큼 상승합니다·]
[혹마인 아이작의 혹마력을 흡수하 였습니다·]
[1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〇성 8 〇%만큼 상승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태령신공 에게 흡수된 파생 스킬 [신수의 숨 결]을 사용하였다·
[신수의 숨결 제2식]
[민첩: 89% 강화]
[지속시간: 1분]
[신수 침식도가 증가합니다·]
[사용자가 스킬에 비해 과한 힘을 지니고 있어 효과가 약화됩니다·]
은세십일월의 가호로 인해 태령신 공의 효과 역시 몇 배나 증폭되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스킬의 효과가 지 나치게 약화되었다·
그래도 괜찮다·
약화된 아이작을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 충분하니까·
“···너는 백설기로군·”
백유설이 어마어마한 마력의 소용 돌이를 발생시키スト 아이작이 뒤돌 아 그와 마주하였다·
“나를··· 막으러 왔나?”
,,예·,,
“지금의 나는 아주 위험한 상태라 네··· 그래도 괜찮겠나?”
“제가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백유설이 ‘백설기’라는 장난스러운 이름으로 아이작 모르프 대공에게 받은 단 하나의 부탁·
“에이젤을 지키기로·”
“···그렇군· 그렇단 말이지·”
이를 거세게 깨물며 아이작은 슬 픈 눈으로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부디 나를 막아주게·”
이제 더 이상은 멈출 수 없게 되 었다· 그의 몸은 완벽히 흑마력에 물들어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었으 니까
“···알겠습니다·”
보는 눈은 없으니 과감해져도 괜 찮을 것이다·
그는 테리폰 소드를 꺼내 마나 소 드를 뽑았다· 이전보다 훨씬 굵고 선명해진 그것은 흰색의 불꽃과 푸 른색의 얼음을 띠고 있는 듯하였다·
징징징!!
아무리 테리폰의 성능이 좋다고 해 도 너무나도 과한 마나가 과열되어 서 그런 걸까 지팡이가 비명을 지 르듯 진동하였다·
‘조금만 버텨라·’
태령신공의 호흡을 전신에 두르고 점멸을 사용하여·
단숨에 아이작 모르프에게 달려든 그는 검을 휘둘렀다·
비록 본체의 능력치가 강력해졌다 고는 해도 아직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점멸의 개수는 고작해야 네 개·
그래서 백유설은 ‘새벽의 수레바퀴’ 로 끌어들인 마력의 일부를 [점멸] 이라는 스킬 자체로 돌려 버렸다·
그런 의문이 한 번쯤 들고는 했다·
이 세상이 정말로 게임이 아닌 현 실이라면 사실은 3초라는 ‘쿨타임’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여타의 마법사들이 점멸을 사용하 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마나를 사 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백유설은 그렇지 않다·
체내에 마나도 없는 주제에 3초만 기다리면 얼마든지 점멸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 원리는 지금 생각해 보면 간단 하다· 그는 마력누설지체이기에 자 연의 마나를 언제나 항상 체내로 흡 수하였고 [점멸] 사용을 통한 마력 의 공백은 금세 메워진다·
그렇다면 이 쿨타임이 사실은 백유 설의 체내에 점멸이라는 마법을 사 용하기 위한 마나를 자연에서 다시 금 흡수하는 공백 시간이 아닐까?
아주 만약·
체내의 마나를··· 아주아주 빠르 게 가속할 수만 있다면·
그 점멸의 쿨타임마저도 줄여 버릴 수 있는 게 아닌 걸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
하지만 온갖 스킬과 아이템의 버프 에 더불어 심지어는 십이신월의 가 호마저도 받아서 8성 이상의 막강한 힘을 지닌 지금이라면·
[스킬 ‘점멸의 쿨타임이 2·4초로 조정됩니다·]
어쩌면 게임 속 ‘캐릭터 백유설’에 게조차 불가능했던 말도 안 되는 일 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콰가가각!!
아이작 모르프가 손을 뻗자 무지 막지한 속도로 달려오던 백유설을 향해 얼음의 사슬이 뻗어져 나갔다·
그것을 보고도 백유설은 질주를 멈 추지 않고서 테리폰 소드를 크게 휘 둘러 얼음의 사슬을 모조리 베어내 었다· 이따위의 수작질은 방해도 되 지 않는다는 듯·
“흡!”
아이작이 주먹을 움켜쥐자 사방으 로 뻗어 나갔던 얼음 사슬이 한꺼번 에 백유설에게 쇄도하였다· 기동성 은 전투 시작 즉시 파악하였고 그 것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마법
과 효율적인 전략을 생각하여 이행 한 것이다·
하지만·
[점멸]
너무나도 손쉽게 그곳에서 백유설 이 빠져나오자 제아무리 아이작이라 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점멸이라니···!”
살아생전 저 마법을 컨트롤하는 존 재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이작은 있는 힘껏 하늘을 향해 뻗은 손을 움켜쥐더니 무언가를 잡 아서 끌어당기듯 아래로 내렸다·
쿠구구구!!!
그러자 구름의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으며 나타난 거대한 얼음 덩어리·
일전에 백요호 화령을 쓰러뜨리기 위해 캐스팅하였으나 흑마력이 바닥 나는 바람에 사용하지 못했던 마법·
“얼어붙은 유성이여 추락하라·”
푸른색의 빙산이 이곳을 향해 떨어 져 내리기 시작하자 백유설은 그것 을 잠시 바라보았다·
’···터무니없잖아·’
현재는 아이작의 힘이 약화되어 8 클래스 정도라고 생각했거늘 이전
에 사용했던 마법의 캐스팅은 여전 히 유효한 것일까·
쩌적 쩌저적!
그러나 역시 흑마력이 부족한 탓인 지 얼음의 빙산이 허공에서 여러 갈 래로 쪼개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과연 다행이라 고 할 수 있을까· 얼음의 유성이 이 제는 소나기가 되어 쏟아질 예정이 었는데·
“부디 잘 피해주게···广
쿵! 쿠궁! 콰콰쾅!!
얼음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백유설은 그 사이를 질주한다·
공간을 접어서 몇 번이고 이동하여 얼음의 유성을 분쇄하고 빙산을 가 르며 마침내는 아이작 모르프와 검 을 맞대었다·
살아생전 검이라는 것을 단 한 번 도 다뤄본 적 없는 아이작 모르프였 거늘 흑마인이 된 지금은 어째서인 지 결정으로 이루어진 검을 휘두르 게 되었다·
쩌엉!!
테리폰 소드와 결정의 검이 부딪치 자 마력이 충돌하여 공기의 균형을 무너뜨려 어마어마한 파동을 사방으
로 퍼뜨렸다·
하나의 합을 나눌 때마다 흰색의 불꽃이 꺼지고 빙산이 새로 생성되 었다가 무너졌다·
이제 더 이상 떨어지는 얼음 유성 은 백유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것을 발판으로 이용 해 입체적인 기동을 하며 날개를 달 고서 날아다니는 아이작 모르프를 추격하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에이젤 모르프는 무릎 꿇고서 처절 하게 울었다·
一 아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의 목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광경은 정말 꿈에서조차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앞의 광경은 이미 과거에서 발생한 일이었기에·
-제발 그만 멈춰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닿지 못 한 채 허공에 메아리처럼 흩어졌다·
고통스럽다·
이제 그만 보고 싶어요·
쿠궁!!
빙산의 일부가 백유설의 팔뚝을 꿰 뚫었고 그의 테리폰 소드가 마침내 아이작 모르프의 남은 한쪽 날개를 갈라내었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
바닥에 추락한 아이작 모르프의 복 부를 관통하는 백유설의 칼날· 그와 동시에 그의 전신을 얼음이 뒤덮어 온몸에 동상을 입고 말았다·
[청동십이월의 가히
백유설은 억지로 몸에서 얼음을 떼 어낸 뒤 검을 뽑아 다시 한번 심장 을 향해 검을 찌르려고 했으나 아이
작이 한 손으로 테리폰의 칼날을 붙 잡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꾸드드득!!
아이작의 손이 테리폰의 칼날에 의 해 갈려 나가며 서서흐】 조금씩 푸 른빛을 띤 잔인한 약속이 그의 심장 을 향해 다가간다·
‘나는 곧 죽겠군·’
그런 와중에도 아이작은 웃고 있었 다· 차라리 이대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였다·
이 손으로 직접 근처에서 꿀 같은 단잠을 청하고 있을 딸을 해치지 않 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는 마지막 순간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푸욱!
마침내 백유설의 칼날이 아이작의 심장을 푸르게 관통하였고·
一아 안 돼에에에!!
에이젤 모르프는 비명을 지르듯 소 리를 쳤다· 얼굴은 이미 눈물로 범 벅이 되어 눈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거늘 그녀는 백유 설의 가슴을 쿵쿵 치며 말렸다·
-그러지 마! 제발 그러지 말란 말
이야! 아빠가 아빠가 죽는다고!
하지만 백유설에게는 그녀의 목소 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이작의 심 장을 관통한 검을 쥐고서 그는 한 참이나 기다렸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 했던 것일까·
-제발 제바알····
언제나 항상 나의 말이라면 무엇이 든 들어주고 나를 위해 달려와 주었 던 백유설이··· 어째서 이번에는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단 말인가·
풀레임은 착잡한 눈으로 뒤에서 그 런 에이젤을 바라보았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제아무리 백유설이라도 이 사건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말이 이런 것이라니·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더 이상 바라보는 것조차 괴로워 고개를 돌리려는데·
-···아?
슉!
아이작 모르프의 몸에서 생기가 서 서히 빠져나가며 마침내 완전히 죽
음을 맞이하려는 순간 백유설은 그 를 마무리 짓지 않은 채 테리폰 소 드를 뽑아 거두었다·
흑마인의 특성상 심장을 완전히 파 괴하지 않으면 또다시 재생하고 만 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을 백유설일 텐데 어째서 저런 판 단을 내린단 말인가?
“아이작 모르프· 제가 아는 역사 속에서··· 당신은 홍시화 아돌레비 트에게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이작은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였 다· 살아 있으나 의식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태였기에·
으윽·”
저 멀리 홍시화 아돌레비트가 서 서히 몸을 일으킨다·
가장 멀리서 지휘하는 역할이었기 에 백요호 화령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이다·
그리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수천 수만 명의 마력 파동·
9리스크의 흑마인을 감지한 마법 전사단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사를 그대로 놔두되·
아무도 모르는 진실만을 조금 비틀
어버린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이렇게 기억할 것입니 다· 아이작 모르프가 흑마인이 되어 폭주하였다 그러나 홍시화 아돌레 비트가 저지하였다·”
“···이게 무슨?”
뒤늦게 정신을 차린 홍시화는 백유 설의 뒷모습을 보고서 어안이 벙벙 한 표정을 지었다·
쓰러진 백요호 화령과 아이작·
그리고 그 앞에 홀로 서 있는 가 면 쓴 정체불명의 남자·
백유설은 홍시화를 잠시 바라본 뒤 아이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사실··· 당신은 여행을 떠 날 것입니다· 이건 저와 당신밖에 모 르는 비밀이겠죠·”
백유설은 ‘새벽의 수레바퀴’를 또 다시 가동하였다· 이번에는 반대로 회전하기 시작하는 그 수레바퀴 속 에는··· 무수히 많은 ‘아이작 모르 프의 마력’이 담겨 있다·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있다·
새벽의 수레바퀴는 이 세상의 물건 이 아니기에 이대로 사라진다면··· 백 유설조차 알지 못하는 어딘가 또 다 른 세상을 표류하겠지·
새벽의 수레바퀴가 역회전을 하며 서서히 주변의 혼령을 빨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쓰러진 아이작 모르프의 육신 위로 떠오르는 새하얀 영혼·
-··아!
그 순간·
아주 잠깐이나마·
아이작 모르프와 에이젤의 눈이 마 주하였다·
一 아 빠···
그러나 손을 뻗기도 전에 아이작
의 영혼이 수레바퀴를 향해 걸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백유설은 그의 뒷모습을 마지막으 로 바라본 뒤 허공을 향해 말했다·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
[말씀하십시오·]
“새벽의 수레바퀴를 돌려보내겠다·”
[알겠습니다·]
[아이템 ‘새벽의 수레바퀴’가 삭제 됩니다·]
번쩍!
은색 빛이 잠시 번쩍였고·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거대한 수레바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
이윽고 백유설 또한 환영처럼 모습 을 감추었고····
두두두두두!!
뒤늦게 들이닥친 수만 명의 마법 전사단이 이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 였다·
흑마인 아이작 모르프의 시신· 그 앞에 서 있는 홍시화 아돌레비트를·
그 순간 서서히 세상이 수축되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앞당겨지는 기묘한 감각 속 에서도 에이젤은 여전히 허공을 멀 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一 아·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에이젤은 웃었다· 여전히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 었으나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 렇구나··· 아버지는 돌아가신 게 아니었어····
이것이 진실된 역사·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이제 그것을 알아버렸기에 에이젤
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희망이 생겼기에 이제 더는 불행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서 양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떨리듯이 뛰는 이 심장을 어떻게 진정하면 좋을까·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버지가 과연 어디로 떠난 건ス 1·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는지·
하지만 결국·
죽지만 않았다면·
영혼이 남아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에이젤은··· 울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