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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사도(3)
사실 여기에는 베레이언의 사심이 약간 섞여 있었다·
굳이 백유설을 괴롭힐 생각보다도 자신을 후원해 주는 도르덴 가문의 모르소를 띄워주려는 계획이었다·
현재 모르소는 B반으로서 A반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성적을 가
지고 있다· 하지만 만약 S반과의 모의 대련에서 더 훌륭한 마법을 펼 쳐 보였다는 커리어가 쌓이게 된다 면?
A반으로 승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둘 다 단상으로 올라가도록·”
,,예·,,
스텔라 아카데미는 안전장비를 착 용했다는 전제하에 학생 간의 대련 을 장려하고 있었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기다란 일자의 형태를 가진 단상의 한쪽 끝으로 백유설이 당당하게 올
라서자 반대쪽으로 모르소가 올라 섰다·
“모르소! 그놈을 아예 짓뭉개 놔!”
유슬렉의 옆에 서 있던 소년이 소 리쳤다· 던전 실습 때 백유설에게 호되게 당했던 라이덴이었다·
‘쪼잔하긴·’
그때 일을 아직까지도 마음에 품고 있었는지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모르소는 그런 라이덴을 힐 끗 쳐다보다가 기세등등한 표정으 로 백유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물론이ス】· 기다리고 있으라고·”
백유설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는 던전 실습 때 라이덴 일당을 농락한 것은 물론 그 이후로도 홍비연과의 결투에서 승리했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점멸’의 덕이 컸다· 그러한 점멸을 봉인한 채 무조건 공격과 방어를 턴제로 주 고받는 이 단상 위에서만큼은 자신 이 저 백유설을 이길 수 있으리라·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해주 지·’
학생들이 단상의 양옆으로 쭉 갈라 져 옹기종기 모여 수군거렸다·
“모르소가 이기겠지? 방어도 방어
인데 쟤는 대지 계열 마법을 공격 적으로 익혔잖아·”
“어지간해서는 모르소의 공격을 받 아내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근데 쟤는 매직 실드도 안 쓰고 무슨 수로 막겠다는 걸까?”
베레이언이 손을 들자 학생들의 잡담이 멈췄다·
“선공은 모르소· 준비·”
모르소와 백유설이 지팡이를 뽑아 서 서로에게 겨누었다·
“개시·”
호령이 떨어진 즉시 모르소는 이
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더니 허공에 갈색의 마법진을 생성하였다· 그것 을 본 몇몇 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초 마법 실습이기에 1클래스 정 도의 낮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는데 그는 무려 파괴력이 강한 도르덴 가문의 2클래 스의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도르덴 스톤 피어스!”
모르소의 지팡이에서 갈색빛이 번 쩍이고 바닥에서부터 돌덩어리가 솟 아올라 허공에 사람 얼굴만 한 크 기로 뭉치더니 백유설에게 쇄도하였 다·
아무리 실습복에 1클래스의 마법 배리어가 내장되어 있다지만 방어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학 생이 맞으면 꽤 위험할 수도 있는 강력한 마법·
학생들의 대련이 도가 지나칠 경우 교수가 제지해야만 했거늘 베레이 언 교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지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다·
쐐애애애액!!
근데 사실 안 막아줘도 상관없긴 하다·
휙! 백유설은 느긋한 동작으로 지 팡이를 사선으로 그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 럼 잠잠해졌다·
모르소의 마법이 허공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완전한 소멸(消滅)·
“어 어?”
“방금 뭐야?”
“마법이 사라졌는데···r
갑작스러운 마법 소멸에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법 을 시전한 모르소 본인과 수준이 높 은 몇몇 학생들 그리고 교수는 단 번에 알아차렸다·
모르소의 마법은 제대로 발동되었 다· 단지 백유설이 소멸시켰을 뿐·
그러나 알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 을 뿐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원리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건 베레이언 교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원리는 간단하다·
전기 제품에 전선이 존재하듯 모 든 마법에는 마나의 결이 반드시 존 재했는데 그것을 정확히 갈라낼 경 우 마법이 소멸한다·
게임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기술
이었고 현실에서는 더욱 극악의 난 이도를 자랑하는 바로 그 기술·
일반적인 인간의 동체 시력으로는 마법이 날아오는 것조차 파악하기 힘든데 심지어 그 마나의 결을 정 확히 갈라내야만 했으니까·
‘아직은 고작해야 1〜2클래스에서 높아 봐야 3클래스 정도를 간신히 잘라내는 게 고작이지만····’
며칠 동안 피칭 머신을 연습한 성 과였다·
“크으···”
모르소는 이를 악물고서 재차 지팡 이를 치켜들었다· 허공에 생겨나는
세 개의 돌덩어리·
그제야 베레이언 교수를 비롯한 학생들은 백유설이 어떤 식으로 방 어를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뻗어 나온 새 하얀 광선· 돈은 많지만 공격 마법 은 사용할 줄 모르는 일부 부자들이 호신용으로 갖고 다닌다는 최상급 무형 마법 검 이 었다·
‘무형검이 아무리 출력이 약한 무 구라지만 그렇다고 쳐도 출력이 심 하게 약해 보이는데···?’
무형검을 본 적이 있던 베레이언 교수는 의문이 들었지만 금세 접어
둘 수밖에 없었다·
그 마법검에 스톤 피어스가 닿는 순간 모조리 소멸해 버린 것이다·
많은 동작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 다· 아무리 재빨라도 1성의 민첩으 로는 결코 연속으로 날아드는 마법 을 야구선수처럼 크게 크게 쳐내서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최소한의 동 작·
검을 살짝 흔들어서 왼쪽 어깨를 막고 손목을 꺾는 것만으로 오른쪽 허벅지로 향했다가 다시 선풍기처 럼 회전하여 머리를 막는다·
5단계 피칭 머신에게 구타를 당하 며 배운 효율적인 동작이었다·
‘괜찮은데 이거?’
위력이 강한 마법이라면 이렇게 막 을 수 없겠지만 2클래스는 이 정도 로도 충분하다·
백유설이 자신의 검술에 만족하고 있는 와중 베레이언은 식은땀을 흘 리며 그의 방어술을 분석하였다·
‘여기서 모르소가 패배하면 나도 골치가 아파진단 말이지···!
있는 힘껏 잔머리를 굴리던 베레이 언 교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그래 조금 독특하기만 할 뿐 어 차피 약점은 정해져 있었군·’
그래서 그는 일부러 과장되게 짝짝 짝 박수를 쳤다· 대련 도중이지만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 그 러고선 기름 발린 칭찬을 한다·
“마법을 쳐내다니· 소문대로 대단 해· 네 방어술이 쓸 만한 건 인정하 겠다· 하지만····”
그는 모르소에게 슬쩍 눈치를 주었 다·
“결국 그 방어술은 하나하나 쳐내 는 게 고작일 뿐이라 결국에는 한계 가 있다· •••만약 다량의 공격이 날
아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즉 베레이언은 쳐내기를 통한 방 어법의 한계인 ‘물량’으로 공략하라 며 모르소에게 힌트를 준 것이다·
‘저 아저씨가 쓸데없는 소리 하기 느
모르소는 말귀를 귀신같이 알아듣 고서 이번에는 하늘을 향해 지팡이 를 겨누었다· 갈색빛 마름모 형태의 마법진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수식과 공식을 서서히 더해갔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돌멩이들을 서 서히 뭉치고 뭉쳐 무려 열한 개의 ‘스톤 피어스’를 만들어냈으나 이전
보다는 각각의 크기가 훨씬 작아져 있었다·
위력을 줄이는 대신 다수를 공격하 는 마법으로서 단일 대상에게 사용 하기에는 적합하지는 않지만 백유 설에게는 딱 안성맞춤인 마법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자 잠깐· 저건 너무한 거 아냐?”
“너무 많은데····”
모르소는 지금 도를 넘어섰다· 그 래 확실히 지금 그가 사용하는 마 법은 평범한 고등과정 1학년을 재학 중인 또래의 마법사에 비해 대단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것을 1학년의
대련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다·
애초에 저 정도의 스톤 피어스를 한꺼번에 맞으면 실습복이 버티질 못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베레이언 교수는 외면을 택했고·
“볼리르 스톤 피어스!”
마침내 바위 조각이 하늘에서 연 속으로 쏟아져 내렸고····
카가가각!!
···또다시 모조리 소멸하였다·
백유설이 검을 풍차처럼 회전시켜 자신의 몸을 보호한 것이다·
“뭐 뭐야?”
“어떻게···「
착! 돌아가던 무형검을 다시 똑바 로 쥔 백유설은 살짝 땀을 흘렸다·
무협지를 보다 보면 검을 회전시켜 날아오는 화살 다발을 막아낸다는 묘사가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일명 ‘패닝(Fanning)’이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 역시 5단계의 피칭 머신을 막아내면서 엄청나게 연습한 기술이다·
패닝은 테리폰의 형체를 유지하는 데에 몇 배나 더 많은 심력을 필요
로 하는 데다가 한꺼번에 많은 호홉 을 들이마셔야 했기 때문에 사용 직 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었다·
또한 단일 개체의 마법을 막을 때 보다 방어력이 약해져서 만약 모르 소가 저기서 더 강력한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었더라면 막는 도중에 검의 형체가 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
“어···!,,
“와 와우·”
“거의 매직 실드랑 비슷한 거 같은 데···r
이윽고 학생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교과서에서조차 본 적 없는 새로운 기술이 상당히 놀라웠던 것이다· 고 작 검 따위로 저 정도의 묘기를 부 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 이나 존재할까·
“미쳤네····”
“나 저런 거 처음 봤어·”
“마방술 중에 저런 게 있던가? 어 디 특별한 가문 출신인가·”
“없어· 저건 애초에 검이잖아·”
시끌벅적한 와중 베레이언이 여전 히 대련을 중지시키지 않자 누군가 가 나섰다·
“교수님·”
그 목소리에 학생들이 갈라지며 교수에게 길을 터주었다·
제레미 스칼벤 황태자· 뒤에서 사 태를 조용히 관망하던 그가 직접 나 선 것이다·
미소 가득한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서 베레이언은 물론 모르소의 안색 까지 창백해졌다·
“그 그래· 말해보거라·”
“대련을 왜 중지시키지 않는 건가 요?”
‘왜?’라고 묻는 그의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모르소 학생이 사용한 마법은 1학 년의 기초 대련에는 맞지 않는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학생이 크게 다 칠 수도 있다 이미 승패가 갈린 것 같다 등등·
베레이언은 그제야 천천히 학생들 을 둘러보았다·
모든 학생의 눈빛이 싸늘하게 착 가라앉아 있었다·
끝이다· 베레이언 교수는 자신의 커리어가 여기까지임을 직감했다· 제레미 황태자에게 찍힌 이상 더 이상 회생할 방법은 없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줄
줄 흐르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입술 을 떼었다·
“선공을··· 변경하겠다·”
그렇게 공격의 주도권이 백유설에 게 넘어갔고·
“매직 실··· 커헉!”
점멸을 사용할 수 없다지만 어차 피 상대방도 매직 실드밖에 사용하 지 못한다· 그저 여유롭게 걸어서 접근한 백유설이 검을 한 번 휘두르 는 것으로 모르소의 매직 실드가 산산조각 부서졌다·
무형검을 목에 겨누는 것으로 대련 은 종료·
베레이언은 눈가에 실핏줄을 세운 채 목에 턱 걸려서 나오지 않는 단 어를 목에 머금었다·
제레미 황태자가 지켜보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온몸에 족쇄가 채워진 듯 고통스러운 압박감이 느 껴 졌다·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억지 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백유설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