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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옛날이야기(15)
에이젤과 풀레임은 백유설의 행보 를 꾸준히 뒤쫓았다· 어느덧 하루가 지나 출정식이 되었고 빠르게도 나 온 모르페의 제복을 입은 백유설은 그 자리를 함께하였다·
그곳에서 아이작은 다른 세력의 마 법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아돌레비 트·
마법사 협회·
마탑 연합·
세계 마법사 기구·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거대 마법 세력들이 즐비해 있었다·
– 이게 뭐야····
에이젤이 알기로 자신이 어린 시절 까지만 해도 모르프 대공가의 힘은 꽤 강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돌 레비트 왕가와 맞먹으면 맞먹었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하지만 눈앞의 저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홉사 모르프 대공가를 견제 하려는 것 같지 않은가·
– 그런 거였나····
아버지는 당시 압박을 받고 계셨던 것이다·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홍시화는 어떤 ‘미끼’를 사용했는 지 몰라도 저들을 모두 매수하여 이 자리까지 함께 나와 있었다·
– ···알아봐야겠어요·
작전 지휘 막사에 모인 마법사들은 하나하나가 에이젤과 풀레임의 입장 에서도 감히 눈빛조차 마주치기 버 거울 정도로 거물급이었다·
백유설은 작전 지휘 막사에 당당히
자리한 와중 아이작 모르프와 홍시 화 아돌레비트가 주도하여 회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말로만 회의일 뿐·
실상은 아이작 모르프에게서 어떻 게든 빈틈을 찾아내 깎아내려는 일 방적인 말싸움에 불과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에이젤은 분노한 표정으로 홍시화 를 바라보았다·
모르프 가문의 결계가 무뎌지니 어 쨌느니 하는 핑계로 모르프란 숲에 대뜸 이만한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
왔다는 것인데 이게 상식적으 로··· 외교적으로 과연 옳은 일인 것일까·
-현실에서 일어난 일 같지가 않아 요·
-원래 현실은 영화보다 더 판타지 거든·
물론 아이작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돌레비트 왕가의 무례함을 진중 하게 다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야 겠군· 이번 일이 끝난 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시 보게 될걸세·”
그의 말은 상당히 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었는지 다 른 마법사들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자신들이 얼마나 무 례하고 위험한 짓을 감행했는지 새 삼 깨달은 것이다·
제아무리 홍시화를 방패처럼 들이 밀었다 하더라도 뭔가가 잘못되면 모르프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흥시화는 그런 아이작 의 분노를 전혀 신경 쓰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도 이야기는 점점 더 거칠게 진행되었다· 홍시화는 백요호 화령 을 두고서 ‘전쟁무기’라는 단어까지 언급하여 아이작을 분노케 하였다·
아이작은 그에 대해 충분한 반박을 하였으나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 아듣지 않았다·
이미 자신들만의 확고한 정의를 가 지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홍시화는 주제를 조금씩 자 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틀었다·
“저희는 이 마수에 대해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견해라고?”
“그렇습니다· 전설의 마수 백요호 화령에게서··· 마법계에서 절대적 으로 금기된 어떠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지요·”
대화가 진행되는 와중 고개를 돌 려보니 어느덧 백유설이 모습을 감 추고 사라져 있었다·
– 어라?
-뭐야 언제 나간 거야?
그녀들이 두리번거리는 人1•이 이야 기는 점점 더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 되었다·
“금기된 가치라···· 설마 ‘마력 결정체’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저는 거기까지 말하지 않았습
니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말의 의 중을 못 알아들을 나이가 아닐세 홍시화 공주·”
마력 결정체·
높은 등급의 마수에게서만 아주 낮 은 확률로 등장하며 이것은 어지간 한 마나석보다 몇백 배 뛰어난 에너 지 효율과 파워를 보여주어 그 가격 이 상상을 초월했는데··· 음지에서 는 또 다른 용도로 쓰인다·
‘마나 용적 확장’·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껴 마나 최대 치를 느끼기 위해 마수의 마력 결정
을 홉수하는 행위·
당연하지만 위험하다·
극히 일부의 마법사가 1클래스에서 높게는 3클래스까지 성과를 보이기 는 했다만 대부분의 마법사가 마수 의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흑마화’ 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마법사들은 자꾸만 마력 결정석에 손을 댄다·
스스로에게 한계가 찾아왔음을 누 구보다 더 잘 알기에·
“···세간에 그런 이야기가 있지· 더 욱 높고 순수하고 농도 높은 마수 에게서 나오는 마력 결정체는 더욱
많은 마나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그것을 노리고 찾아온 것인가?”
마법사들은 시선을 피했고 홍시화 는 묵묵부답으로 아이작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입술을 떼었다·
“그 반대입니다·”
“반대라고?”
“그렇습니다· 저희는 얼마 전 마수 에게서 마력 결정체를 양산하는 방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 다·”
“허허· 그래서 내가 백요호 화령을 봉인해 놓은 뒤 마력 결정체라도 양
산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는 농담식으로 던졌으나 이 자 리의 누구도 그 농담을 받아주지 않 았다·
이렇게 된 거였나·
아이작은 저들이 어떤 이유로 합심 을 했는지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순도 높은 마력 결정체·
그것은 마약이었고 불법이었으며 아주 위험했으나··· 동시어】 높으 신 분들에게도 아주 탐나는 진귀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 ···더 들을 필요는 없어 보이네· 나는 아저씨를 쫓아가야겠어·
저들의 추잡한 진상을 파악하게 되 었으니 이제는 슬슬 백유설을 찾아 야 할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풀레임 과 에이젤은 자신의 영혼을 그에게 묻혀두어서 그 위치를 빠르게 알아 낼 수 있었다·
– 저도 갈게요·
一응· 저쪽이야·
그녀들은 벽을 관통하여 유체 상 태로 하늘을 날아 숲을 가로질렀다·
우지끈! 쿠드득!
-으윽?!
그러다 살아 움직이는 나뭇가지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자 화들짝 놀라 바닥으로 추락할 뻔했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 게 아닐 텐 데도 순간 놀라고 말았다·
– 이건··· 거생목이네요·
에이젤은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을 느끼며 사방에서 꿈틀거리는 징그러 운 거생목을 바라보았다·
– 저 위에 아저씨다·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로 백유설이 가장 높은 거생목의 꼭대기에 걸터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재빠르게 향해 날아가니····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 오 히려 너희를 구원하러 왔지·”
그곳에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 서 있었다·
-레이딘 교수님···? 어째서 저분 이 여기에····
레이딘의 정체를 알고 있는 풀레임 은 표정을 찌푸렸으나 아무것도 알 지 못하는 에이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一 혹마인이야·
-네?
-저 사람 흑마인이라고· 가슴의 마 크 보여?
그는 자신이 흑마인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내보이려는 것처럼 ‘흑마신 교’의 문양을 당당히 달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또다시 욕심에 취하 여 이 세계에 재앙을 초래하려 하 고 있다· 우리 흑마인에게는 그런 게 존재하지 않지· 너희는 우리를 흑마인이라 칭하여 악으로 몰아가지 만 그 반대다· 너희는 항상 세계를
위협하였고 우리는 언제나 이면에 서 세상을 구해왔으니까·”
-역겨운 흑마인 주제에···!
에이젤은 당장이라도 저 가식적인 얼굴에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세계의 해충과도 같은 흑마인 따위가 세상을 구하느니 구 원하느니 하는 모습은 참으로 역겹 기 그지없었다·
-뭐라고 말 좀 하시지····
그러나 백유설은 그런 레이딘을 앞 에 두고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 다· 그저 지팡이를 겨눈 채 위협할 一배一
이상하게도 레이딘은 백유설과 굳 이 싸우려고 들지 않았는데 아마도 제대로 격돌을 벌였다가는 둘 중 한 명이 무사히 살아나가기 힘들 거라 는 사실을 알아서인 듯싶다·
그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잠시 뒤 레이딘은 안개가 되어 모 습을 감추었고 백유설은 지팡이를 늘어뜨린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유난히도 깊은 밤이었다·
* * *
그날 밤·
에이젤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막사 로 흘러들어 갔다· 이제 그의 모습 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최대한 눈에 담아두려는 것이
아버지는 지금 알고 계실까·
철부지 어린 에이젤이 아닌 아버지 를 그리워하는 소녀 에이젤이 지금 이 자리에 찾아와 있다는 사실을·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어···?
그때 대뜸 아이작의 입에서 흘러 나온 말에 에이젤의 심장이 덜컥 내 려 앉았다·
-아 아빠! 제 모습이 보이세요? 아빠!
상체를 천천히 일으킨 아이작은 품 에서 지팡이를 꺼내 에이젤을 겨누 었다·
– 어···?
어째서?
그러나 아이작의 초점은 자신이 아
닌 자신의 뒤쪽을 향하고 있었다·
서둘러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 는 아까 전 보았던 레이딘 교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생각에 변화가 없는지 묻기 위해 찾아왔다·”
“말했을 텐데? 나는 내 목숨이 붙 어 있는 한 너희를 끝까지 쫓아서 모조리 척결할 것이라고· 흑마인 주 제에 언제까지 고결한 척 가면을 쓸 생각이더냐?”
레이딘은 아이작의 말을 듣고도 무 덤덤하게 눈을 마주하였다·
“나를 찾게 될 거다·”
“그럴 일은 없다·”
“만약 그때가 되면···
그는 아이작에게 흑색의 수정 하나 를 던졌다· 마법으로 허공에서 그것 을 캐치한 아이작은 수정의 정체를 깨닫고서 표정을 심각하게 굳혔다·
“그것을 삼키도록 해라·”
레이딘은 또다시 안개가 되어 사라 졌고 아이작은 홀로 남아 흑색 수 정을 바라보았다·
一 저건···
– 흑마력의 정수야·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풀레임이 말하였다·
一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야· 강력한 마법사는 보다 더욱 강력한 이면 세계와 계약하는 법· 저 흑색 의 수정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내 포하고 있어· 대마법사가 가졌다가 는 재앙이 발생할지도 몰라·
– 그런····
어째 상황이
점점 더·
자신이 아는 그 ‘역사’대로 흘러가 고 있다·
아이작 모르프 대공의 흑마화·
그리고 배신·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요· 아버 지는 저것을 버리실 거예요·
그러나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 부 수기라도 하겠다는 듯 아이작 모르 프는 그것을 소중히 품에 갈무리하 였다·
표정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 어 무언가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보였으나··· 도저히 그것을 알 수 가 없어서 답답하였다·
– 이건 말도 안 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에 이젤은 막사를 뛰쳐나갔다· 풀레임 은 씁쓸한 눈으로 아이작 모르프 대 공을 바라보았다·
여주인공의 아버지이자 누구보다도 강한 신념을 지녔던 위대한 마법사·
그러나 그 끝에 무언가가 비틀리 는 바람에 좋지 못한 최후를 맞이한 사내·
– 후우····
슬슬 에이젤이 ‘진실’을 알게 될 때가 왔는가· 풀레임은 한숨을 내쉬 며 아이작의 막사에서 빠져나왔다·
에이젤은 달빛을 받아 유난히도 반 짝이는 푸른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제는 저도 모르겠네요·
– 그래····
– 돌아가고 싶어요· 이대로 더 봤다 가는 견딜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괜찮은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에이젤의 마음은 이미 확고하였다·
– 이렇게 된 이상 모조리 알아내야 겠어요·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다른 막사를
찾아 나섰다· 그곳은 다름 아닌 홍 시화 공주의 텐트·
경비나 마법 결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내부로 진입한 그녀들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 고통스러운 신 음을 내뱉는 흥시화를 목격할 수 있 었다·
“0으···”
—ロ «
“조금만 참으십시오 공주님·”
홍시화는 상의를 반쯤 탈의한 채 의사에게 주사를 맞고 있었는데 그 붉은색의 액체가 상당히 불길하다·
“다 되었습니다·”
”···그래·”
식은땀을 흘리며 상의를 갈무리한 홍시화는 야전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리고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은 고통이 아물지 않을 것입 니다·”
“···아픈 건 상관없어· 죽지만 않 으면 그만이야·”
그리 말하며 홍시화는 그런 말을 툭 내뱉었다·
“나는 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아·”
一언니···?
-응· 아마도 홍에린이라는 이름이 었을 거야·
-처음 들어봐요
-···우리가 어렸을 때 돌아가신 분이니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도 이맘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 어째서····
“홍시화 공주님· 정말로 백요호 화 령에게서 ‘아돌레비트 낙인의 저주 를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하십니까·”
의사가 조용히 묻자 홍시화는 표 정을 찡그리고서 답했다·
”몰라· 가능성은 0·01% 정도·”
“···고작 그런 가능성으로 이런 큰일을 벌이셨습니까·”
“당연하지· 여태까지는 제로였으니 까 0·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던 져보는 게 맞아·”
그것이 다른 마법사들은 알지 못하 는 그녀의 진실된 목적· 모르프 대 공가를 척지면서까지 홍시화는 무언 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백요호 화령은 ‘생령하■(生令火)’를 다루고 있어· 불꽃을 살리는 불꽃이 라는 뜻이지· 그것을 구해 갈 수만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 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마수를 쓰러뜨릴 자신은 있으 십니까?”
“충분해·”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말 을 꺼내는 것조차 버거웠으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기에 말을 끝 까지 이었다·
“초대 아돌레비트의 마법 극야화살 주(極夜火殺呪)를 사용하면 그 어떤 불꽃이라도 태워버릴 수 있으니까·”
이 싸움은 시작하기도 전에 상성에 서 이미 승리했다· 초대 아돌레비트 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존재하
는 모든 불꽃은 나의 불꽃으로 꺼뜨 릴 수 있으리라’라고 하셨다·
그 전설적인 마법이 바로 아돌레 비트 혈족에게만 전해지는 ‘화살주’·
이 마법의 준비를 위해 8클래스의 마법사 30인과 6클래스 이상의 마 법사를 500명이나 준비하여 초거대 마법진형을 갖추었으니 제아무리 백 요호 화령이라고 할지라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저 공주님도 뭔가 사정이 있기는 있나 본데?
잠자코 홍시화를 지켜보던 풀레임
은 착잡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 러나 에이젤의 분노한 표정은 여전 히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용서할 수 없어요····
설령 사정이 있어서 백요호 화령의 봉인을 해제한 것까지는 좋다· 그렇 다면 아버지는 왜 죽였는가?
-···때가 되면 알게 되겠スI·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고·
화르륵!
세상을 뒤덮는 흰색의 불꽃이 최 정예 마법사들이 펼친 붉은 불꽃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며·
에이젤과 풀레임은 더 이상 그 어 떤 희망도 품을 수 없게 되었다·
-오만하구나 아돌레비트의 후손이 여····
그것은 산보다도 높았고 절벽보다 도 가파랐으며 하늘보다도 푸르렀 고 구름보다도 가벼웠다·
신비로운 존재였다·
신수라고 착각해도 좋을 정도로·
온통 흰색의 모습을 한 거대한 여 우는 무릎 꿇은 홍시화 아돌레비트 를 향해 말하였다·
-너의 불꽃으로 나를 태울 수 있
을 것이라고 생각했느냐·
-틀렸다· 그 불꽃 또한 내가 창조 한 것· 아돌레비트의 후손은 오만하 고 멍청하기 짝이 없구나·
그런 사실 전혀 알지 못했다·
선조가 말했단 말이다·
자신의 마법은 이 세상의 모든 불 꽃을 태울 수 있다고· 그런데 그게 모두 거짓말이었단 말인가?
“아···
8클래스의 대마법사들은 모두 마나 역류 현상이 일어나는 바람에 쓰러
지거나 사망하였고 기사단은 전원 불꽃에 휩쓸려 전멸·
남은 병력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에 비흐H··· 백요호 화령은 털끝 조차 상처 입지 않았다·
완벽한 상성의 패배·
-내가 다시 눈을 떴으니 ‘약속’에 따라 세상을 모두 나의 불꽃으로 뒤 덮을 것이다· 그곳에 앉아서 깨닫거 라 아돌레비트여·
무엇을?
백요호 화령은 그 뒷부분을 말하지 않은 채 거대한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우아한 발걸음을 옮겼다·
마법사들은 더 이상 싸울 의지도 의욕도 모조리 상실해 버린 채 누 구도 일어서지 못하였다·
···단 한 명·
“너는 이곳을 지나갈 수··· 없 다·”
아이작 모르프를 제외하고서·
화르륵!
온몸에 흰색의 불꽃으로 태워지는 바람에 사지의 절반이 날아갔음에도 그의 눈빛은 전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돌레비트의 불꽃보 다도 더욱 선명히 타오르고 있었다·
-아빠··I
에이젤은 이를 악물고서 아버지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아무리 애써도 그녀의 손길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너는··· 모르프의 후손이로군·
백요호는 미소를 지은 듯하다·
「그 시절,이 떠오르는군····
“아니 틀렸다· 나는 더 이상 모르 프의 후손이 아니다·”
그는 힘겹게 한쪽밖에 남지 않은 팔을 들어서 품을 뒤적거려 무언가
를 꺼내 들었다·
어젯밤 레이딘 교수에게 선물받은 흑색의 수정·
아이작은 그것을 보고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를 어찌나 거세게 깨물었 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 지경이 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에 이젤····”
-아빠····
서로에게 닿지 못할 이름을 속삭이 며 아이작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 었다· 에이젤은 그 위에 자신의 손 을 얹으려 했으나 맞잡지 못하고 통
과하였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아빠 제발·
“나는···
에이젤의 목소리는 허무하게 허공 으로 흩어졌고 아이작은 피로 물든 눈을 번쩍 떠서 백요호에게 말했다·
“오늘부로 흑마인이 되겠다·”
그것이 바로·
에이젤 모르프라는 열일곱의 소녀 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아버지 에 대한 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