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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시간과의 도박(4)
보통의 마법사는 3클래스의 수준을 달성해야만 비로소 ‘마법 전사’로서 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평범한 재능을 지닌 이들이 평범하 게 노력하면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에 3클래스를 달성한다고 생각 하면 마법 전사로서의 길이 생각보
다 참 쉽지만은 않다·
정식 마법 전사가 된다고 끝이 아 니다·
임무를 병행하여 스펙을 쌓으며 공 부와 수행을 끊임없이 정진해야만 간신히 4클래스를 달성할 수 있었는 데 그쯤 되면 이미 몇 년이나 흐른 뒤였기에 마탑 혹은 길드 내에서 어 느 정도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자면 4클래스 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어마어마한 노력과 많은 시간이 필 요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 진짜라니까? 아저씨· 사람 말
못 믿어?”
“허 참· 요 꼬맹이들이···
강철 소나무 모험가 길드 도시 라 헨다르크 지부의 지부장 게러윈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눈앞의 두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너희 두 명이 모두 4클 래스의 마법사이 니··· 카라코른 산 탐사대에 끼워 달라는 말이냐?”
“씁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강철 소나무 길드 사무소 내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모험가들 역시 두 소녀를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푸른 폭포가 흘러내리는 듯 청량한 머리 색을 가진 소녀와 흑색 똑단발 의 소녀는 성인들조차 눈이 휙 돌아 가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 지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방에서 시선이 몰려들 지경인데 거기에 더 해 자신들이 4클래스의 마법사라고 주장하니 더욱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쓰텔라 교복 안 보여? 이거 봐· 쓰텔라야 쓰텔라· 여기 회중시계도 있어·”
흑단발 소녀 풀레임이 찰지게 발
음하며 스텔라 회중시계를 내밀자 게러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고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진짜로군·”
“그렇지? 그건 알아보겠지?”
“그래· 너희들이 스텔라라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 로 고작 1학년에 4클래스라는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풀레임과 에이젤의 얼굴은 신문을 통해 몇 번 등장한 적은 있으나 세 상 사람들이 신문에 등장한 모든 얼 굴을 외우고 있지는 않았다·
거기에 더해 정식 마법사는 클래스 를 달성할 때마다 자격증이 갱신되 지만 학생은 아직 정식으로 자격증 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풀레임과 에 이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방법 이 달리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게 10대의 아이들이 3 클래스를 달성하는 경우가 극히 드 물었고 끽해야 스텔라 등의 5대 명 문 마법 학교에서 나오는 정도였기 에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이다·
“아오 진짜 이 답답이 아저씨야!”
속이 콱 막히는 기분에 풀레임이 자신의 가슴을 퍽퍽 쳤다·
포부 당당하게 은세십일월의 신물 을 찾겠다며 스텔라 밖으로 나선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풀레임이나 에이젤이나 4 클래스의 마법사라지만 아직은 어리 고 경험이 부족했으며 또한 위험한 지역을 단둘이서 다니는 것은 비효 율적이었기에 아예 탐사대에 소속된 다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마침··· 그녀들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탐사대가 몇 년째 계속 꾸려지 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이 있었으니 사회는 생각보다 어린
마법사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끄응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너희 는 너무 어리잖니· 스텔라의 학생들 이 가끔 임무를 받겠다고 파견 나오 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그래도 최 소 2학년이었거든·”
이쯤되면 풀레임도 어느 정도 눈치 챘다· 게러윈은 스텔라 생도라는 거 물급 학생들을 괜히 탐사대에 끼워 넣기가 꺼려지는 것 같았다·
자칫 사고라도 발생하면 괜히 불똥 이 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스텔라의 생도가 파견을 나갈 땐 본인이 당한 상해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진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럼 에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 씨···
풀레임이 분홍색 입술을 꾹 다물고 서 답답함을 꾹꾹 눌러 삼키는 그 때 멀찍이 떨어진 테이블에서 혼자 독한 술을 마시던 웬 까무잡잡한 피 부의 여인이 일어나며 말했다·
“게러윈· 그냥 데려가자·”
“카일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그 꼬맹이들한테 관심이 있거 든· 내가 책임질 테니까· 응?”
“네가 책임지겠다고?”
P■흐·
게러윈은 카일라와 풀레임을 번갈 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서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뭐 사실 4클래스의 마법 전사면 경험이 없다 고 쳐도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할 테고····”
“현명한 선택이야 지부장!”
퍼억!
“컥!”
게러윈의 등짝을 세게 후려친 카일 라는 두 소녀에게 다가와 어깨동무
를 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자 새 동료가 된 기념으로 우 리는 한잔하러 갈까?”
“···저희 미성년자예요·”
“에잇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에이젤은 이 카일라라는 여인이 묘 하게 껄끄러웠으나 풀레임은 얼굴 에 미소를 만개하고서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턱 붙잡고서 위아래로 크 게 흔들었다·
“같이 한잔하죠 언니!”
“응 동생은 나랑 잘 맞네!”
“그럼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커허어···「
미성년자인 주제에 정말로 술을 진 탕 마시고서 꼴아버린 풀레임을 바 라보며 에이젤은 깊게 한숨을 내쉬 었다·
“걸리면 정학이에요···
틀림없이 경고했거늘 풀레임은 ‘마 음만은 성인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뒤 무식하게 술을 퍼마셔 댔다· 마치 예전에도 마셔본 적 있 는 듯한 모습을 보아하니 틀림없이 불량 학생이었을 것이다·
“에휴·”
그녀는 침대에 몸을 반만 걸친 예 술적인 자세로 자고 있는 풀레임의 몸을 똑바로 눕힌 뒤 샤워를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여관 바깥으로 나가니 어젯밤 풀레 임과 함께 진탕 술을 마시던 카일라 가 본관 앞에 쪼그려 앉아서 죽상을 지은 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어 귀염둥이· 일났냐·”
“예· 속은 좀 괜찮나요?”
“아니· 뒈질 거 같아·”
“···오늘 바로 출발하는데 왜 그 렇게 무리하셨어요·”
“어쭈· 걱정해 주는 거냐?”
“그런 건 아니고···
카일라는 담배를 깊게 들이마신 뒤 연기를 크게 내뱉고서 일어났다·
“꼬맹이· 내가 왜 너네 데려가자고 했는지 알아?”
“네? 글쎄요···?”
“신문으로 너희 얼굴을 몇 번 본 적 있거든· 저 무식쟁이들은 신문도 제대로 안 보는 모양이지만·”
“아 아··· 그런가요····”
“응· 그래서 흥미가 있었어· 화제의 스텔라 생도들은 과연 ‘카라코른 산
맥’에서 어떨까 해서· 이번에 우리 가 왜 탐사 나가는지는 알지?”
“물론이죠·”
카라코른 산맥은 옛날부터 불가사 의한 현상이 많이 일어나기로 유명 했다·
모험가들이 통째로 실종되더니 10 년 뒤 같은 장소에서 나이를 하나도 먹지 않은 채 나타나지를 않나 3년 뒤 미래에서 작성된 어린아이의 일 기장이 바닥에 버려져 있지를 않나·
그 외에도 낙하하던 물체가 허공에 멈춰선 채 몇 년 동안 미동도 하지 않더니 어느 날 갑자기 떨어져서 등
산객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고 먼 옛날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방금 만든 듯 새것으로 발견 되기도 하는 둥 여러모로 미스테리 가 가득한 장소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모험가들이 그곳 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도전하였 으나 번번이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 한 채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는 탐사대가 잘 꾸려지지 않았다· 가 봐야 별다른 소득이 없으니까·
“뭐··· 우리도 최근에 일어난 실 종 사건만 아니었으면 이런 헛짓거 리 안 해도 됐을 텐데·”
사실 이런 탐사대가 꾸려지는 이 유야 뻔했다· 높으신 분들의 자제가 실종되거나 하는 이유로 돈 많은 부 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험가들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다·
마법 전사와 모험을 하는 마법사는 명백히 그 분류부터가 다르다·
페르소나 게이트를 부수고 흑마인 을 사냥하는 마법 전사와는 달리 모 험가들은 이런 불가사의한 사건을 전문으로 해결하고는 했는데····
그런 모험가들조차 두 손 두 발 모두 든 게 바로 카라코른 산맥의 미스테리라고 한다·
“헛짓거리··· 인가요?”
“엉 맞아· 가 봐야〜 또 허탕일 게 뻔하거든·”
그녀는 담배를 툭 털어냈다·
“내가 용병 짓거리 올해로 12년 차인데 벌써 카라코른만 다섯 번째 야· 근데 죄다 허탕이야· 가 봐야 알아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거든·”
아마도 모험가들은 모르고 있겠지 만 카라코른 산맥에서 발생하는 불 가사의한 현상의 정체는 ‘은세십일 월의 신물’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 다·
에이젤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 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땅히 달라질 건 없었다·
그곳에 뭐가 있는지 안다고 해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너희들을 한 번 데려가 보려고·”
“···네?”
“스텔라의 생도쯤 되면 대가리 굴 러가는 게 기똥 차지 않을까 싶었거 든· 게다가 너희 둘 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고 아주 소문이 무성하던데?”
“그 그건 과장이 너무 심해요·”
“아하핫 부끄러워하긴· 아무튼 이 번 탐사 때 잘 부탁한다구·”
카일라는 그리 말한 뒤 여관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후우····”
그래도 이런 낯선 탐사대에 들어왔 는데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 이 한 명쯤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것쯤은 에이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뭘까·
이 기묘하고 애매한 느낌·
아직은 잘 모르겠다·
* * *
결론적으로 꽃서린의 판단은 옳았 다· 치고받고 싸우는 결투가 아니라 야밤에 도심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 내는 것만으로도 신물의 공명을 이 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꽃서린에게서 능력의 일부를 흡수해 올 수 있었
[꽃서린에게서 ‘연홍춘삼월의 가호’ 를 일부 흡수합니다·]
달밤이 지고 해가 뜬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아침·
꽃서린은 남몰래 면사포를 벗고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들였다· 마치 태양과 포옹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양팔을 벌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 자니 다른 무엇보다도 뿌듯한 마음 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 었다·
[경고! 이 이상 대상의 능력을 홉 수할 경우 저주 낙인이 발생할 수 도 있습니다·]
결국 나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아직 꽃서린의 저주를 완벽하게 흡 수하지도 못하였는데 마력누설지체 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연흥춘삼 월의 가호를 깊게 받아버린 것·
[청동십이월의 가호가 당신을 과도 한 기운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또 다른 십이 신월의 가호가 과도한 기운이 충만 하는 것을 막아주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꽃서린의 가호는 앞으로도 최소한 두 번은 더 받아들여야 될 텐데 내 가 완벽하게 성장하기까지는 최소한 몇 년이 더 걸릴 테니까·
‘풀레임은 이걸 대체 어떻게 한 거 지?’
원작 게임에서 ‘캐릭터 풀레임’은 스토리상 꽃서린의 저주를 단번에 해결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도··· 추측이지만·
꽃서린의 마음을 완전히 사랑의 힘 으로 함락시켜서 그 강렬한 감정으 로 연홍춘삼월의 저주를 이겨내도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고?
로맨스 판타지 게임에 많은 걸 바 라지 말자· ‘로맨스’라는 단어부터가 일단 판타지인데 거기에 ‘판타지’라 는 단어를 한 번 더 써버렸으니 이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일 투성이다·
“괜찮으십니까·”
“응··· 네···· 너무 좋아요····”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들이며 미소 짓는 꽃서린· 나 따위가 감히 그녀 의 마음을 훔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그 녀의 저주를 해소해야만 할 것이다·
성장이 필요하다·
그것도 꽃서린의 저주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폭발적인 성장이·
하지만··· 성장이란 급하게 하면 할수록 더뎌지고 먼 길을 돌아서 가 야만 차곡차곡 쌓이는 것·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또 다른 십이신월의 힘을 받아
들이는 것·
벌써 두 명의 십이신월을 만났고 그 힘을 받아들였는데 너무 급한 게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나는 십이신월이 이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핵심 키워드라 고 생각한다·
그러니 졸업하기 전까지 만날 수 있 는 십이신월을 최대한 많이 만나볼 예정이다·
지금 당장만 해도 가호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십이신월이 몇 명 있으니 막연히 불
가능한 일도 아니다·
‘찾아가는 것 정도는 상관없겠지·’
어차피 남은 여름방학은 얼마 되지 도 않고 이런 짧은 기간 내에 십이 신월의 마음을 돌려서 가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않는다·
그냥 얼굴을 맞대고 호감도를 올려 놓는 정도로도 당장은 만족이다·
그러니 다음에 만날 십이신월은····
‘은세십일월·’
은빛의 시간을 다루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졌으나 그 모든 힘을 숨긴 채 속세에 숨어들어 사람들과 어울 려 사는 아주 독특한 신워
그 사람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