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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던전 실습(5)
‘무合 미친!’
서둘러 몸을 회전시켜 가슴팍이 전방을 향하도록 만든 뒤 점멸을 사 용한 백유설· 직후 아주 찰나의 차 이로 그가 착지하려던 곳에 불꽃이 작렬하였다·
콰쾅!!
흡사 자그마한 폭탄이 터진 것 같 은 어마어마한 위력·
백유설은 낙하 가속도로 인해 점멸 을 끝낸 뒤에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서 바위에 머리를 처박은 바람에 머 리가 굉장히 따가웠다·
“끄응···」
또각 흙바닥 위에서도 선명하게 울리는 구두 굽 소리· 백유설은 머 리를 쓰다듬으며 주섬주섬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홍비연····’
그녀가 지팡이를 이쪽으로 겨눈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백유설은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니 쟤는 또 왜 여기에 있어?’
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다들 이 러는지 모르겠다· 홍비연은 백유설 에게 스태프를 겨누며 말했다·
“평민· 방금 왜 그놈들에게서 스틱 을 하나 더 뺏어오지 않았지?”
“뭔 소리야· 못 뺏은 건데·”
“헛소리·”
“아니 애초에 내가 걔들 스틱 뺏 어오든 말든 뭔 상관이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백유설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너 설마··· 내가 그거 다 뺏어오 면 네가 한꺼번에 차지하려고 했 냐?”
이번에도 묵묵부답이었지만 대답 이 들려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뻔뻔한 놈·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왕족이다·”
애초에 백유설의 스틱을 당연히 뺏 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왕 족으로서의 자만심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에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자신감인
듯싶다·
“아니 야· 너무한 거 아냐? 그래 도 그렇지 내가 특강까지 해줬는 데·”
“흥· 평민들은 공과 사도 구분할 줄 모르나?”
그녀는 스태프를 위아래로 까딱였 다·
“빨리 일어나· 평민 따위의 물건을 그냥 뺏는 건 왕족으로서의 품격이 살지 않으니 널 제대로 쓰러뜨리고 가져가겠어·”
“품격은 개뿔이· 약자한테 그렇게 삥뜯으니까 좋아?”
“•••약자? 네가? 헛소리하지 마·”
홍비연은 눈쌀을 찌푸렸다· 진심으 로 기분 나쁘고 역겹다는 듯이·
“여태껏 그놈들한테 장난치던 거 전부 다 봤어·”
홍비연은 라이덴 일당과 백유설이 막 조우했을 때부터 쭉 그들의 싸움 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포인트 스틱이 탐났으나 여섯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체력 소모가 심하니 싸움이 결판났을 때 끼어들어서 한꺼번에 포인트 스틱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그녀의 포인트 스틱은 4개였
으며 몬스터도 꽤 처치하여 점수가 무려 144점이다·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직전에 만났던 해원량이 무려 200 점대 였으니까·
‘이번에도 또 허접한 성적을 가지 고 돌아갈 수는 없어·’
어머니어0】 체벌을 받을 테니까·
그녀는 필사적이다· 스텔라의 누구 보다 더 필사적으로 성적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 고 있었다·
반드시 1등을 해야만 한다· 각국에 서 수많은 천재와 귀족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1등을 차지해야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모자란 평민 놈은 장 난질이나 쳐대고 있고·’
항상 진심으로 노력해 왔던 홍비연 이었기에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백유설이 진심 으로 불쾌해졌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는 놈은 점수 를 가질 자격이 없어·’
상대방이 평민이든 어쨌든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홍비연은 정신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방금 전 호되게 당했던 라이덴을
떠올려본다· 그놈들은 평소 행실이 아무리 한심한 놈이라지만 그 마법 적 재능조차 한심하지는 않다· 그래 도 스텔라에 입학했을 정도였으니 까·
비록 흥비연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 한 수준이라도 그들 또한 나름대로 마법사 가문에서 자라온 엘리트 중 의 엘리트· 라이덴을 따라다니는 소 년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 장난을 칠 정 도의 실력이라면····
‘전력을 다해서 불태워 버리는 수 밖에·’
여태까지는 마법조차 사용하지 않 고 장난이나 쳐대던 백유설도 자신 이 진심으로 나온다면 결국 진심으 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나 진심이었던 백유설로서 는 굉장히 억울한 부분이지만 아무 튼 홍비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화르륵!!
그녀의 몸에서 튄 불똥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계하며 사방으로 번 지기 시작했다·
불꽃의 파도가 나무를 잡아먹고서 넘실거린다·
4클래스의 파이어 필드를 아직까지
구현할 수는 없으므로 1클래스의 불똥 마법과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 용하여 유리한 환경을 탄생시킨 것 이다·
‘생각보단 똑똑한데·’
백유설은 식은땀을 흘리며 불타오 르기 시작한 필드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이 상대해야 된다는 생 각에 포인트 스틱을 겨누자 홍비연 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팡이 제대로 안 꺼내?”
“네가 가져갔잖아·”
“입학 때 주어지는 기본 지팡이가 있을 거 아니야?”
아 맞다· 그게 있었구나?
애초에 지팡이가 있어 봐야 별 쓸 데도 없어서 백유설은 그것을 새까 맣게 깜빡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군인이 항상 K-2 소총을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마법사 역시 지팡이를 항상 몸에 지 니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여전히 장난질을 치는군·”
홍비연은 분노한 표정으로 스태프 를 크게 휘둘렀다·
“다른 머저리들은 몰라도 나한테 는 진심으로 하는 게 좋을 거야·”
화륵!! 마치 뱀처럼 똬리를 튼 불 꽃의 세례가 저 하늘 높이 솟구쳤 다·
“안 그러면 진짜 죽을 거야·”
이윽고 작렬하기 시작하는 불꽃의 세례!
점멸을 연달아 두 번 이상 사용해 도 저 광범위한 불꽃의 파도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 보였 다·
백유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서 홍비연은 그에 따른 대비책을 벌써 세워둔 것 이다·
‘이건 좀 힘들겠는데···
심지어 홍비연의 몸 근처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저 자그마한 불꽃들은 그가 접근하는 순간 폭발해 버릴 것 이다· 불꽃 계열 마법사들과 PVP를 하다가 저거에 하도 당해봐서 잘 안 다·
수준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높다·
‘평지에서의 실전이었으면 1분 안 에 털렸겠어·’
애초에 싸움이 성립되기나 했을까? 1분은 무슨 30초 안에 정리됐을지 도 모른다· 고작 두 개의 점멸 따위 로는 홍비연이라는 괴물같은 존재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 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형들과 백유 설의 손에 쥐어진 포인트 스틱이 변 수로 크게 작용하고 있었으니까·
이 포인트 스틱은 방어력이 취약하 기로 유명한 홍비연의 허술한 매직 실드 정도는 얼마든지 부술 수는 있 올 것이다·
‘그렇다고 때려눕히는 건 힘들겠지 만····’
적어도 무력하게 당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화르르륵! 펑! 펑!
홍비연의 지팡이 끝에서 불꽃의 덩 어리가 발사되거나 백유설의 발밑 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타깃 슈팅을 번갈아 사용하여 상 대방에게서 흐름을 빼앗으려는 속셈 이었다·
“미친 장난 없네 진짜·”
과연 가공할만한 위력이다· 하나라 도 맞으면 그대로 끝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공격도 백유설에 닿지 않았다·
뺨을 스쳐 지나가는 불꽃의 세례를 고개를 비트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크게 덮쳐지는 불의 파도는 점멸을 유연하게 사용해 자리를 회 피한다·
심지어 이 포인트 스틱으로는 ‘패 링’을 하는 것도 가능했는데 날아 오는 불꽃 화살을 육안으로 확인하 고서 그대로 쳐버린 것!
“뭐 뭐야···!”
마법을 무기로 쳐낸다는 난생 처 음 보는 광경에 홍비연이 크게 당황 하였다·
불꽃 화살 역시 어지간한 화살만큼
이나 빠르기에 일반인에게는 불가 능할지 몰라도 게임을 하던 당시의 백유설은 ‘마력누설지체’의 레벨을 최고로 끌어올린 덕분에 그 모든 마 법의 ‘공격 범위’를 두 눈으로 선명 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비록 레벨이 낮아서 육감으 로 감지하는 정도이지만 그것으로 도 충분하다·
텅 터엉!!
연달아 날아들던 불꽃 구체를 모조 리 튕겨낸 뒤 바위 뒤쪽으로 점멸 을 타자 불꽃의 파도가 애꿎은 허공 을 덮쳤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거야!”
물론 백유설도 도망치기만 하는 건 아니 었다·
포인트 스틱을 휘둘러 순간적으로 마력을 발산하여 마법을 쳐내거나 찾아내어 최소한의 점멸로 최적의 길을 개척하는 등 감각을 서서히 일깨우고 있는 것이었다·
실전을 통한 감각 개화·
그렇다· 그는 지금 홍비연을 이용 하여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타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다· 아직 수준은 낮지만 여태 그가 상대했던 그 누구보다도 ‘진
짜’ 마법사에 가까웠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3D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의 백유설이 직접 움직여 마법사를 상대하는 그 감각을 이 ‘실전으로 서서히 깨우 치고 있었다·
‘선명해·’
마력의 흐름이 손끝에 잡힐 것처럼 넘실거린다· ’육감’이라는 것이 촉각 과 시각 청각만큼이나 익숙하게만 느껴졌다·
‘으으 대체 어떻게 피하는 거야·’
홍비연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지금도 끊임없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고 있는 이 장소에서 어떻게 저리도 자유롭게 움직이는가?
단 한 번이라도 맞히기만 한다면 충분히 격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데 자꾸만 아슬아슬하게 빗나간다·
‘나무로 가득한 이 지형은 분명 내가 더 유리할 텐데?’
홍비연은 나무에 불을 피워서 지형 지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이 살아 움직이는 지 형지물은 불이 붙든 안 붙든 항상 백유설의 편이었다·
오히려 불붙은 나무가 높이 솟구쳤
다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며 그녀 의 시선을 가릴 때마다 백유설이 그 빈틈을 파고들 수 있지 않던가?
“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쏘아대는데도 그에게 불꽃이 닿지 않자 홍비연이 더욱더 거세게 불을 피워올렸다·
큰 마법을 준비하기 위한 동작!
그리고 그 순간이 곧 빈틈이었다·
[점멸]
백유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엇박 자로 홍비연의 정면을 향해 점멸을 사용하였다·
“아···
아주 잠깐의 순간 눈이 마주쳤고 우악스럽게 표정을 구긴 홍비연이 입을 악 다물었다·
‘아이어 크래쉬!’
홍비연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 의 폭발·
백유설은 저 마법을 잘 안다·
불꽃 계열 비숍들이 접근해 오는 상대방에 대한 카운터로 사용하는 마법으로서 몸 주변 반경 2m 범위 로 자그마한 넉백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이 다·
하지만 저 마법에 수도 없이 당해 봤던 백유설이기에 저런 초보적인 대응에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었 다·
딱 한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그는 홍비연에게서 정확히 2m의 거리를 벌릴 수 있었고·
퍼엉!
넉백 폭발이 허공을 때린 즉시 단 0·1 초의 틈조차 두지 않고서 접근해 백유설은 쭈욱 내뻗었다·
···포인트 스틱을·
쨍그랑!!
“···아!,,
홍비연의 가슴팍을 포인트 스틱으 로 찌르자 그 허술한 매직 실드가 부서지며 그녀의 몸이 뒤쪽으로 밀 려 났다·
미래의 홍비연이었다면 우아하게 낙법을 했을지도 모르고 혹은 찔리 기도 전에 두 번째 대응책을 준비했 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전투 경험이 전무해서 그런 것인지 뒤로 넘어지 고 말았다·
털썩! 바닥에 엉덩이를 부딪친 충 격 때문인ス 1 아니면 공격당했다는 충격 때문인지 홍비연의 표정이 크
게 흔들렸다·
불꽃이 사그라들고 그것을 대신하 여 침묵이 피어올랐다·
입을 먼저 연 사람은 백유설이었 다·
“내가 이겼네·”
“···아니· 아직이야 내 주위에는 불 꽃의 오라가 쳐 있어· 네가 두 번째 공격을 했으면 그 즉시 폭발에 휩쓸 렸을 거야·”
“알아· 그래서 안 들어간 건데·”
“아는 척하기는!”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금세
우울해져서는 입을 다물었다· 여기 서 만약 그가 진짜 지팡이를 꺼내서 싸웠다면 진작 패배한 건 자신이었 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대체··· 정체가 뭐야?’
그런 그녀의 생각과는 별개로 백 유설도 착잡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 는 구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풀레임· 이제 그만 숨어 있고 나 오지 그래·”
“뭐···?,,
홍비연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 자 정말로 바위 뒤에서 흑단발의 소녀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