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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던전 실습(4)
백유설은 육감에 의해 무언가 공격 마법이 날아오는 것이 감지된 즉시 나무 위로 점멸하여 이동했다·
퉁! 빛의 탄환 같은 것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가 나무에 부딪혀 사라졌다·
백유설은 식은땀을 홀리며 바닥에
자빠져 있는 풀레임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사람 죽일 일 있나·’
마력누설지체의 등급이 올라 이제 18m 바깥에서 날아오는 마법도 감 지할 수 있게 되었기에 망정이지 하 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하며 식은땀을 닦는다·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얇은 방어 마법을 몸에 한 겹씩 두르고 있는 반면에 그에게는 그런 게 아예 없었 으니까·
‘게다가 라이트 불릿은 좀 아니잖 아·’
너무 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게 아닌가· 사회에 나가면 17세의 마법 사가 1클래스의 마법만 사용해도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스텔라에서는 범재일 뿐이 다· 1학년 학생들은 벌써 2클래스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풀 레임처럼 뛰어난 학생들은 3클래스 의 마법을 다루고 있었으니까·
공격 속도도 빠르고 공격력도 강하 면서 치유까지 능통한 저 개사기 ‘광휘’ 계열 속성 마법은 상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래도 지금은 점멸이 두 개라서
지형지물만 잘 이용하면 어느 정도 상대는 가능하겠지만···
[앞점멸]
클래스 : 1
최대 사거리 : 12m
최대 충전 개수 : 2개
쿨타임 : 3초
새벽 수련의 결과로 점멸의 개수
가 무려 2개가 되었다· 이제는 그럭 저럭 자유로운 기동이 가능해진 것·
‘그래도 쟤랑 싸우는 건 힘들어·’
저 개사기 주인공을 상대하는 건 미친 짓이었으므로 백유설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의 목표는 5순위 안에 드는 것· 아니 정확히 5위를 하는 게 목표였 다·
5위의 보상은 백유설이 기억하기로 ‘에델릭 뿌리’였었다· 섭취하면 체력 과 근력이 일정 수치 상승하는 것으 로 그렇게 막 좋은 건 아니지만 젊 은 학생들 공부할 때 원기보충하라
고 상품으로 넣어둔 것이다·
‘1 등은 제레미였고 2등은 해원량 이고 3등은 홍비연이 했었던가· 4 등은 마유성이었는데 설렁설렁하다 가 풀레임한테 빼앗기는 분기가 있 었고···
어차피 4등부터의 점수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에 그 위로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5등의 커트라인은 대 략 70점대· 포인트 스틱을 3개만 더 획득하면 된다·
하지만 제아무리 백유설이라도 포 인트 스틱이 어디에 있는지 죄다 기 억할 수는 없다· 그저 점멸의 빠른 기동성을 믿고 수색할 뿐·
“아 또 막다른 길이냐·”
길을 잘못 들었다· 애초에 지형이 자꾸 변하는 바람에 너무 헷갈린다·
하는 수 없이 뒤돌아서 다른 길로 빠져나가려는데·
스슥!
전방에 있던 풀숲이 갈라지며 다 섯 명 정도 되는 소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이게 누구야? S반의 백유설 아니신가?”
이름표를 확인해 보니 라이덴이라 는 소년이었다· 저놈들은 최근 학교
내에서 꽤 유명해서 잘 안다· 일전 에 제레미 빵셔틀’로 기록해 뒀던 유슬렉이라는 놈의 파벌원이었다·
그러니까 파벌원이 만든 파벌의 파벌원이라는 말이 되겠다· 그 옆에 는 역시 유슬렉 파벌로 추정되는 소 년들이 서 있었는데 백유설은 솔직 히 감탄하고 말았다·
라이덴이 왼손에 세 개의 포인트 스틱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이도 모았네·’
라이덴 패거리가 가까이 다가오며 거들먹거렸다·
“쟤가 백유설이야? 마법 하나도 못
쓰면서 야매로 S반 들어간 그 낙제 생?”
“그 이상한 문제 세 개 맞혔다고 S 반이라니· 요즘 스텔라도 많이 죽었 다니까 진짜·”
“이번에는 대단하신 중상급의 지팡 이와 공명했다면서? 어디 한번 보여 줘 보지 그래· 마법도 못 쓰는 주제 에 별 쓸데도 없겠지만·”
하나도 안 웃긴데 지들끼리 낄낄거 리는 게 전형적인 고등학교 일진 무리였다·
‘오랜만에 보니까 감회가 새롭네·’
백유설이 학교 다닐 때도 저런 애
들은 많았다·
“왜 말이 없어? 됐고 네 포인트 스틱이나 내놔·”
“싫은데·”
백유설이 슬쩍 포인트 스틱을 뒤로 감추자 라이덴이 헛웃음을 쳤다·
“하 너 뭘 믿고 깝치는 거냐? 설 마 ‘대미지 슈트’를 입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대미지 슈트란 아공간 내에서 실습 할 때 주어지는 슈트로서 자체적으 로 보호막이 걸려 있어 안전이 보장 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으 면 경기장 바깥으로 쫓겨난다·
즉 탈락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죽음’을 방지 해 줄 뿐 통증은 격감해 주지 않는 단 말이ス 1· 실전을 그대로 체험하라 고 말이야· 크흐흐 아마도 죽을 만 큼 아픈 고통을 겪게 될 거다·”
“흐음···「
백유설은 잠시 견적을 짜봤다·
1클래스의 점멸로는 어지간한 하위 권 학생들을 상대로 먹히기야 하겠 지만 라이덴처럼 나름대로 명문가 에다가 재능까지 충분한 마법사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 다· 최소한 세 개의 점멸이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변수가 있다·
바로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포인트 스틱’과 이 장소가 던전이라는 점 이었다·
“자·”
“그렇게 나와야지·”
백유설이 은근슬쩍 포인트 스틱을 다시 내밀자 라이덴이 거만한 표정 으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포인트 스 틱을 넘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점멸]
펄럭! 백유설의 형체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로브 자락 휘날리는 소리 가 들려오는 0·1 초라는 그 찰나·
,어라···?)
라이덴은 자신의 왼손을 향해 손을 뻗어오는 백유설과 정확히 눈을 마 주쳤다·
어느 틈에···
뻐억!!
컥! 라이덴은 자신의 이마를 강타 하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정신을 차 리지 못했다· 항시 몸에 두르고 있
는 매직 실드가 산산이 깨어지며 머 리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한 와중에도 라이덴은 마나 파동을 퍼뜨려 본능적으로 대응하였 다·
파앙!!
‘어이쿠 위험할 뻔·’
이미 공격한 장본인은 빠져나간 뒤 였기에 마나 파동은 허공을 강타했 을 뿐이지만·
뒤늦게 머리를 흔들어서 정신을 차 린 라이덴은 자신의 왼손에 들려 있 던 포인트 스틱 중 하나를 빼앗겼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젠장···!”
백유설이 그 짧은 사이에 빼앗아간 것이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예상대로 다른 양아치들은 반응하 지도 못했다· 라이덴은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백유설 이 두 개의 포인트 스틱을 장난스럽 게 흔들고 있었다·
“너 이 새끼····”
그의 분노와 별개로 백유설도 솔 직히 조금은 감탄했다· 마나를 단련
하는 마법사는 일반인보다 감각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전투 경험조차 없는 1학년이 점멸에 대응할 줄은 몰랐다·
‘하긴 아무리 머저리처럼 보여도 스텔라의 학생이라는 건가?’
놈들이 점멸에 대해 모를 때나 이 렇게 포인트 스틱을 슬쩍해 오는 게 가능하지 대비하기 시작하면 조금 힘들다·
‘그래도 역시 포인트 스틱· 성능 확실하구만·’
게임을 플레이하던 당시 수많은 플레이어가 이 에피소드를 진행하면
서 우연히 발견한 사실 중 하나·
포인트 스틱이 사실 ‘버그성 아이 템’이라는 것이다·
설정상 학생들의 마법에도 파괴되 지 않도록 교수진이 직접 제작했다 는 이 포인트 스틱은 내구도가 비정 상적으로 높았는데 이걸 휘두르면 어지간한 마법 무구 수준의 강도를 보여주고는 했다·
덕분에 ‘던전 실습’ 에피소드를 진 행하면서 마법 사용에 미숙한 초보 게이머들이 포인트 스틱으로 몬스터 를 때려잡는 웃지 못할 상황도 심심 찮게 발생했었더란다·
물론 정말로 초보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였고 어지간해서는 마법을 사용하는 편이 더욱 유리하겠지 만····
백유설에게는 다르다·
그는 물리 공격이 주력이었으며 공격력이 강한 무기가 주어지면 점 멸을 100% 활용할 수 있다·
“이건 잘 받았다·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하나 선물로 줘야겠네·”
“너 이 개자식이!”
라이덴이 스태프를 휘두르자 백유설 이 서 있던 자리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옆쪽의 나무 위 로 점멸을 탄 상태· 라이덴의 부하 들이 백유설에게 얼음의 송곳과 불 꽃의 구체를 연달아 날렸지만 그는 나뭇가지 아래로 슬쩍 뛰어내리는 것으로 피했다·
“지금이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다른 두 명의 소년이 각각 바람과 물의 밧줄 을 날렸으나 갑작스레 허공에 거대 한 바위가 떨어져 내려 마법을 가로 막았다·
백유설을 노리고 떨어진 던전의
‘함정’이었다·
“어 어어?”
바닥에서 흙이 솟아나더니 발목을 옭아매거나 갑작스레 주변에 자라 있던 나무가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등 던전 의 함정이 소년들을 당황하게 만들 었다·
그렇다· 이곳은 던전· 전투조차 쉽 게 이뤄지지 않는다·
심지어 백유설이 마력누설지체의 육감으로 함정을 자유자재로 피하는 건 물론 오히려 유동적으로 방어막 혹은 시야 가림막으로 사용하고 있
으니 라이덴 일당은 닭 쫓던 개 신 세가 되어버렸다·
“젠장! 그 개자식 어딨어! 빨리 찾 아내!”
“너 너무 빨라서 못 찾겠어!”
뻐억!
“끄악!”
잠깐 빈틈을 보이면 백유설이 함 정의 사각으로 점멸을 이용해 달려 들어 포인트 스틱으로 머리를 후려 친다·
언제 어디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년들이 이를 악물고서 사 방을 견제하였다·
“저기에 있다!”
“어디? 없잖아!”
“방금 사라졌어!”
흙이 솟구치고 나무줄기가 사방으 로 채찍질을 하며 땅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와중 순간이동을 해대며 툭툭 건드려대는 백유설을 찾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백유설은 다년간의 PVP 덕분에 지 형지물을 아주 기가 막히게 이용할 줄 알았으니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던 백유
설은 어떤 소년의 빈틈을 발견하고 서 눈빛을 반짝였다·
[점멸]
판단이 내려 ス1자마자 가장 끄트머 리에 서서 마법을 시전하던 소년에 게 접근하였다·
그러고는 소리를 꽥 지른다·
“왁!”
“으아악?!”
갑작스레 눈앞에 사람이 나타나 소 리를 지르자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놈은 일진의 체면조차 잊은 채 지팡 이를 놓치며 바닥에 자빠졌다·
그 순간 캐스팅 실패의 영향으로 ‘매직 리바운드’가 발동되었다·
점멸의 쿨타임은 충분히 남아 있었 기에 피할 수 있었지만 고작 1~2 클래스 수준의 매직 리바운드는 그 다지 피해가 크지 않아서 피하지 않 아도 된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매직 리바운드가 일어나기 직전인 소년의 복부를 걷어차서 라이덴 일 당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밀어버린 것!
떠엉!!
복부에 둘러 있던 로브의 매직 실
드에 백유설의 발길질은 가볍게 가 로막혔지만 놈을 뒤로 날려 보내기 엔 충분한 충격량이었다·
팡!
“우와아악?!”
“끄악!”
고작해야 폭죽이 터진 정도의 충격 파였지만 안 그래도 던전의 함정 때문에 정신도 없는 데다가 신출귀 몰하는 백유설 때문에 심장이 벌렁 벌렁 떨리고 있었는지 양아치들이 비명을 살짝 내지르고서 와르르 뒤 로 물러났다·
아직 전투 초보인 소년 마법사들이
상대라 그런지 이런 수법도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
[점멸]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는 라이덴 의 뒤로 이동하여 또 하나의 포인 트 스틱을 빼앗았다·
“너 너 이 개···广
“아이고 사장님· 원 플러스 원 행 사까지 해주시네· 이러다 가게 망하 겠어!”
“그거 이리 갖고 와-!!”
라이덴이 벼락을 쏘아댔지만 나무
뒤로 숨어버린 백유설에게는 닿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를 더 빼앗기는 힘들 것 같고·’
여기까지만 만족해야겠다 싶어서 백유설은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었 다·
“재밌게 놀았고 난 이만 가 볼게· 오늘 저녁에 데이트 약속이 있거 드 ”
“너···!”
라이덴이 무어라 소리를 쳤으나 이미 점멸을 타서 자리를 벗어난 백 유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흐흐 이게 웬 횡재람·’
평범하게 싸웠다면 탈탈 털렸겠지 만 이곳이 던전이라는 점을 잘 이 용한 덕분에 포인트 스틱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어른의 연륜이라는 거 다·’
그렇게 격전지에서 빠져나가던 백 유설의 시야에 무언가가 포착되었 다·
익숙한 흑단발의 뒤통수·
‘•••풀레임? 저 꼬맹이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대상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육 감으로 위치를 알아챌 수 없어서 전 혀 몰랐는데 그녀는 꽤 거리를 벌 린 채 한참 전부터 자신이 라이덴과 실랑이하는 걸 보고 있었다·
‘스토킹이 취미인가?’
그나저나 이상하다· 게임대로라면 여기서 풀레임이 선택할 분기는 두 개뿐이다·
본래는 에이젤이 사냥할 예정이던 ‘히든 보스’를 처치하거나 해원량과 마유성의 대결에 끼어들어 그들의 승패를 확실하게 가르거나·
‘쟤는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닐 텐
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나무를 타 고 지나가려는데 갑작스레 육감이 소름끼치는 감각을 캐치해 냈다·
“어···?”
고개를 돌려보니·
화르륵!!
거대한 불덩이가 정확히 백유설의 착지 지점으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