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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매직 서바이벌⑻
한 번에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여 환자들을 치유한 풀레임은 무사히 응급실로 옮겨졌다·
물론 단순한 마나 탈진 현상이었 기에 별다른 치료 없이 회복제를 투 여받은 뒤 가까운 병실로 곧바로 옮 겨 졌다·
“으··· 대가리 터질 거 같애···「
정신을 잃고서 깨어나기까지는 불 과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바다 와도 같은 마력 용적에 더해 뛰어 난 회복력까지 갖춘 덕분이었다·
“···괜찮아?”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얼굴은 아넬 라였다· 그녀는 본인의 정체를 숨기 고 있다는 설정이었지만 풀레임은 그 사실을 선명하게 꿰뚫고 있었다·
“어 네가 왜 여기에 있냐·”
“···나도 같이 왔는데·”
“그랬냐·”
“그나저나···
아넬라는 초조한 얼굴로 뒤쪽을 힐 끗힐끗 쳐다보았다· 풀레임에게 어 서 한시라도 빨리 그쪽을 바라보라
,,엥·,,
그곳에는 꽤 낯선 인물의 누군가가 벽면의 스크린 도어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제 깼니·”
홍비연 공주였다·
“에··· 댁이 여긴 왜?”
생각지도 못한 등장이었기에 풀레
임이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 으나 홍비연은 그 질문을 무시하고 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 매직 서바이벌에서 무슨 일 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 그거·”
원작 로판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 던 완전히 새로운 방향의 전개·
원작에서는 매직 서바이벌에 흑마 인이 침투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아 넬라가 도움을 줄 일도 없으며 홍비 연이 그곳에 관여하는 일 역시··· 모 두 없던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은 ‘등장인물이 만들
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나와 상대방이 만들어가는 실제의 현실·
이제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을 받 아들이는 것도 익숙해졌다·
“무슨 일이겠어· 뻔하지·”
풀레임은 대충 툭 내던지듯 말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다음 기지개 를 쭉 켜며 말한다·
“흑마인이야· 또 그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 잠입했거든· 질리지도 않나 봐· 혹시 여기에도 있는 거 아냐?”
움찔·
일부러 그렇게 말하자 아넬라가 시
선을 다른 데에 두고서 손가락을 꼼 지락대며 눈치를 살핀다·
설정상 나이가 평범한 학생보다는 훨씬 많다고 들었는데··· 30대였 던가 40대였던가· 전혀 그렇게 보이 지 않아서 우스웠다·
“뭐 너도 이런 건 알고 있었을 거 고· 흐음 보아하니 그 아저씨의 안 위가 궁금한 거 같네?”
날카롭게 찌르듯 말해보았으나 홍 비연의 붉은색 눈동자는 흔들림 없 이 고요할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풀레임은 고개를 절
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사실 나도 잘은 몰라· 안에서 대 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만 알 수 있는 건···· 가상의 세 계 속에 잠입한 흑마인이 실제로 마 법사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거スL 게다가 그 수준도 상당할 거고· 최 소한 5리스크 정도·”
“어째서 대회를 중단하지 않는 거 야?”
“그럴 수가 없대· 완전히 별개의 공간을 창조한 거라 다시 데려오기 위해서는 캐스팅이 필요하다나· 그 랬다가는 희생자가 나올 수 있어서 교장 선생님이 아저씨에게 흑마인의
상대를 맡긴다고 했어·”
꿈틀 홍비연의 눈썹이 흔들렸다·
무언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교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일을 스 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학생에게 부 탁하는 거야?”
“엉··· 뭐 그렇게 되겠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홍비연은 다시 벽면의 스크린 도어 를 바라보았고 풀레임 역시 얼떨결 에 시청하게 되었다·
이곳은 스텔라 돔 내부의 병실이었 기에 매직 서바이벌을 실시간 모니 터링으로 관람하는 것이 가능했다·
리모컨으로 조작하여 원하는 참가 자를 찾을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편리하단 말인가·
물론 스테이지 내부의 태양과 달빛 이 비추는 장소에 서 있는 참가자만 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지만 마침 백유설은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던 듯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지형지물과 아티팩트 심지어는 싸움을 걸어오는 적마저도 모두 무시한 채 다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백유설이 왜 저 러는지를 눈치챌 수 없겠지만 이 자 리에 있는 소녀들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흑마인을 발견하여 그곳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겠지·
상대는 5리스크의 흑마인·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학생에게 승산이 없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 학생이 다른 누구도 아 닌 백유설이라면··· 어쩌면 승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동 시에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싸움은 일방적으로 공 격해오는 흑마인의 공세를 버텨내며 싸워야만 했으니까·
그녀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은 채 가만히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오늘 만큼은 참 지독하다고 느껴졌다·
* * *
콰르릉!! 번쩍!
세상을 반으로 가르려는 듯 새하
얀 벼락 한 줄기가 지상으로 내리꽂 힌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벼락처럼 보이 지만 사실은 최상위 등급의 일회성 아티팩트 [Lv·5 천둥벼락 기원]의 효과였다·
정말 특수한 장소에 가서 다섯 가 지의 부적 아티팩트를 모두 모으면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워낙 조건 이 까다로워서 100번의 경기에 단 한 번 등장할까 말까 한 수준이다·
다섯 가지의 아이템을 의도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은 없었고 찾으려 고 시도한다 하더라도 워낙 뿔뿔이 홑어져 있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으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다 모은다고 해도 발동조 건이 워낙 까다로운 게 문제였다·
‘지정 위치에 발동 人】 5분 뒤 낙 뢰가 떨어진다·’
파괴력 자체는 상대방을 단 일격에 보내버릴 수도 있었으나 범위가 굉 장히 좁고 심지어 캐스팅 시간이 5 분이나 걸린다·
상대방이 5분 뒤에 어디에 있을지 를 어떻게 알고 낙뢰를 떨어뜨린단 말인가?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대신 말도 안 되는 리스크를 몇 개나 보유하고
있어서 애당초 재미 삼아 만들어진 아티팩트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물론 나는 다섯 가지 아이템의 위 치를 직박구리 안경을 통해 모두 파 악하고 있어서 일단은 모조리 수집 하여 ‘천둥벼락 기원을 제작해 두 긴 했었다· 혹시 쓸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데 마침 서포트가 들어왔다·
교장 엘트먼 엘트윈이 흑마인 베런 칼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준 것·
젤리엘과 베런칼이 조우하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그 장소에 대충 벼락 을 지정하였다·
제발 천운이라도 따라줘서 둘 중 아무나 맞으라는 생각으로·
젤리엘이 맞는다면 무사히 탈락하 여 바깥으로 송환될 것이고 베런칼 이 탈락되더라도 바깥에서 대기 중 이던 전사들에 의해 제압될 테니·
“허억 헉···「
한참을 달려 언덕에 도착하니 상 황은 거의 종료되어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하는 젤리엘· 그녀는 온몸에 지독한 화상을 입은 채였는데 제대로 재활이 가능할지조 차도 의문이었다·
‘베 런칼은····’
벼락으로 인한 잔해가 사방에 가득 하여 제대로 시야 분간이 되지 않 았다· 우선은 젤리엘에게 서둘러 다 가가 그녀의 목을 살짝 받쳤다·
“야 괜찮냐? 안 죽었지?”
그러자 살포시 눈을 뜨는 젤리엘·
황금률을 볼 수 있는 아버지를 닮 아 그녀 역시 선명한 금색의 눈동 자를 가지고 있었다· 온몸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는 와중에도 그 눈동 자만큼은 보석처럼 아름답다는 생각 이 퍼뜩 들었으나 서둘러 머리를 흔 들어 지워냈다·
“당 신은····”
“됐고 빨리 돌아가· 지금이라면 치 료받을 수 있을 거야·”
푹!
보조용 단검을 심장에 꽂아 넣자 그녀의 몸이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탈락되어 바깥으로 송환된 것이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상황은 종료·
‘자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있 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 을 텐데····’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 위해서는 자 연재해에 뛰어들거나 경기 지역 바
깥의 결계에 노출되거나 실드를 모 두 꺼버리고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 리는 행위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탁 트인 언덕이었고 자연재해조차 발생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 다· 젤리엘이 이만큼 버텨준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그녀를 돌려보낸 뒤 나는 눈을 감 고 집중하여 사방으로 [육감]을 흘 려보냈다· 마법사들의 마나 스캔보 다도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내 감각은 숨어 있는 모든 마나의 기척 을 선명하게 포착해 낸다·
아무리 그래도 벼락에 맞고 즉사했
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펼쳤던 육감이었거늘·
퍼석!
갑작스레 내가 밟고 있던 바위가 부서지더니 검붉은 불꽃을 두른 손 이 튀어나와 내 멱살을 노렸다·
마침 육감을 활성화한 덕분에 재빠 르게 반응하여 뒤로 폴짝 뛰는 것으 로 간신히 피해낼 수 있었다·
후두두둑····
타버린 나무의 잔해 흙무더기 돌 조각 등을 온몸으로 털어내며 무언 가가 서서히 상체를 드러냈다·
“하아··· 제기랄 왜 자꾸 귀찮게 굴지 못해서 안달인 건지·”
그리 말하며 베런칼은 내게 눈을 부라렸다· 벼락에 맞아 몸이 절반쯤 탔지만 여전히 멀쩡해 보였다·
그에게 벼락을 방어할 만한 수단이 있을 리는 없으므로 재수가 좋게도 살짝 스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 였다· 하기야 그러니까 근처에 있던 젤리엘이 벼락에 별 영향을 받지 않 았겠지·
나는 서둘러 무기를 꺼냈다· 아쉽 게도 검은 아니고 방망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문제는 없다·
애당초 내가 검을 사용했던 이유는 마력을 칼날의 형태로 만들 수밖에 없어서였을 뿐 상대방의 실드를 관 통하여 직접 타격을 가할 수만 있다 면 그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은 없 다·
“하 그래· 백유설! 계속 너를 찾고 있었지· 도중에 자꾸만 방해가 들어 와서 짜증 났는데 마침 잘됐어·”
화륵!
그는 양손에 검붉은 불꽃을 띄우더 니 입꼬리를 살벌하게 치켜올렸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로 도저히 지을
수 없는 기형적인 미소였기에 본능 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섬뜩함이 등 골을 타고 내려왔다·
“너를 불태우면··· 이 답답함도 해소되겠지? 응?”
정면전이다· 상대방도 지쳤고 나도 지쳤지만··· 흑마인의 회복속도는 인 간을 가뿐히 초월한다·
제대로 싸운다면 이길 수 없다·
틀림없이 내 점멸 패턴을 파악당하 여 저 괴물 같은 동체 시력이 나를 뒤쫓아 모든 것을 불태울 테니까·
그래서 사실은··· 제대로 싸울 생
각이 아예 없기도 했다·
이곳은 매직 서바이벌의 경기장·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방을 탈락 시키만 하면 그만 아닌가? 지금쯤 바깥에는 베런칼을 처리하기 위한 전사들이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평범한 싸움이었다면 내가 베런칼 을 죽일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질 테 지만 서바이벌에서 상대를 탈락시키 는 방법에 대해 따지기 시작하면 이 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자 베 런칼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너는 나이트였던가? 그렇다면···
나도 비슷한 방식으로 상대해 주지!”
쾅!
파워 점프도 아닌 순수한 도약력 만으로 바닥을 박찬 베런칼은 순식 간에 내게 접근하였다·
평범하게 굴러서는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옆쪽 대각선으로 2m 정도 짧게 점멸을 사용한 뒤 베런칼의 등 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어딜!,,
그러나 그는 귀신같이 반응하여 몸 을 빙글 돌리더니 불꽃을 두른 손으 로 내 방망이를 쳐냈다·
순수 근력으로는 압도적으로 밀리 는 바람에 얼얼한 손목을 부여잡고 서 뒤로 폴짝 뛰었다· 그러자 베런 칼이 바닥에 손을 박아넣는다·
“터져 버려라!”
콰쾅!!
바닥이 쩌적 갈라지며 나를 향해 솟구치며 다가오는 검은색 불꽃의 화산 폭발! 그러나 저 공격은 고작 해야 일직선으로밖에 나아갈 수 없 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나는 가뿐 히 옆으로 피해낸 뒤 점멸을 연달 아 두 번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베런칼의 뒤쪽으로·
[점멸]
“똑같은 수작을!”
그다음으로는 다시 반대쪽으로·
[점멸]
화르륵!
베런칼이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노 리고 불꽃을 크게 휘두르는 틈을 타 그 측면으로 이동하여 방망이를 내려치자 정수리에 명중하였다·
쩌엉!!
,,컥!,,
능력치 [민첩]을 올려주는 아티팩 트를 온몸에 두른 덕분일까 움직임
이 바깥에서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것이 바로 매직 서바이벌의 장 점· 아티팩트 파밍이 잘만 되어 있 으면 현실에서보다 월등히 강한 힘 을 발휘할 수 있다·
심지어 민첩이나 근력을 올려주는 아티팩트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일 명 잉여 아티팩트였기에 아무도 수 집하지 않았고 어딜 가나 널려 있었 기에 파밍이 어렵지도 않았다·
···이것이 바로 똥캐의 장점?
아무도 관련 아티팩트를 쓰지 않아 서 파밍이 쉽다니·
눈물겨운 장점이다·
“이 새끼··· 날파리 같다는 이야 기를 듣기는 했다만····”
“내가 좀 여름철의 모기 같은 타입 이기는 해·”
“죽어라!”
점멸의 쿨타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해볼 생각이 었거늘 베런칼은 그럴 생각이 없었 는지 무식하게 돌진해 왔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점멸은 단 하나·
하지만 내가 무식하게 점멸을 난사 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점핑 스퀘에
바닥에 상자 하나를 던지고서 짓밟 자 내 몸이 전방으로 솟구쳤다· 본 래는 함정으로 깔아두고서 상대방을 엿 먹이기 위한 아티팩트였지만 나 는 이것을 입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꽤 많은 연습을 거쳤다·
설마 자신을 향해 직접 돌진해 을 줄은 몰랐는지 베런칼의 눈이 크게 떠졌으나 이내 검붉은 불꽃을 두른 손톱으로 내 멱살을 움켜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나는 몸을 빙글 회전시켜
가슴팍이 하늘을 바라보게 한 뒤 정 확히 1m를 점멸하여 몸을 상승시켰 다·
“뭐···?”
베런칼의 손은 허공을 가르고 그 의 머리 위로 이동하게 된 나는 운 동량을 그대로 이용하여 몸을 회전 해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뻐억!
“흡···!”
그 충격에도 개의치 않고 베런칼 은 내게 손을 뻗는다· 정말 귀신 같 은 집착이었으나 그 손을 짓밟고서 텀블링한 뒤 베런칼에게 구슬 몇 개
를 집어 던졌다·
퍼퍼퍼펑!!
일종의 피해를 일으키는 연막탄으 로서 시야를 가리는 게 고작이었으 나 맞으면 꽤 기분이 나쁘다·
물론··· 이런 아티팩트는 그에게 유 의미한 피해를 주지는 못한다·
화르르륵!!
그 증거로 훨씬 더 강렬하게 불타 오르는 검붉은색의 불꽃을 댈 수 있 겠다·
“이 새끼····”
베런칼은 거의 모닥불만 해진 양손
의 불꽃을 주먹으로 콱 움켜쥐고서 내게 서서히 걸어왔다·
언뜻 여유를 부리는 것 같지만 내 가 움직이는 타이밍에 맞춰서 반응 하기 위한 준비동작이었다·
여기서 쉽사리 점멸을 사용해 봐야 쿨타임을 낭비할 뿐·
그래서 나는··· 아티팩트 [개구리 혜를 꺼내 베런칼을 향해 집어 던 졌다·
“큭?!”
분홍색의 혓바닥이 쭉 내뻗어지더 니 베런칼의 가슴팍에 그대로 접착 되어 순식간에 내가 있는 방향으로
끌어당겨졌다·
매직 서바이벌의 모든 선수들은 시 스템으로 보정받았기에 ‘아티팩트’의 영향력은 제아무리 흑마인이라도 완 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저항은 가능하다는 듯 개구 리 혀를 양손으로 움켜쥐어 불태워 버린 베런칼이었으나 이미 그는 빈 틈을 보인 상태·
띠띠띠
···콰쾅!!
개구리 혀 위에,5초 뒤 폭발하는 선물상자’를 설치해 두었던 나는 그 대로 뒤쪽으로 몸을 날렸고 베런칼
은 그 충격에 직격당했다·
“크으으··· 제대로 싸우지 못하나! 이따위로 싸우는 것도 마법 전사라 고 할 수 있겠나!”
거리를 벌리고서 원형으로 크게 질 주하는 나를 향해 그가 소리쳤다·
“비겁하고! 치졸하고! 더럽게도 싸 우는군! 명예는 바닥에 내던졌는가! 스텔라의 마법 전사!”
그 말을 듣자니 나도 모르게 입꼬 리가 씰룩였다·
“칭찬 고맙다· 싸움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지·”
더럽고 치졸하다?
그건 그야말로 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 아니겠는가!
[점멸]
언덕을 넘어서 건너편의 나무를 향 해 달리スト 베런칼은 무시무시한 표 정으로 나를 뒤쫓았다·
그의 이마에는 뿔이 불쑥 솟아 있 었고 손바닥은 기형적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거대해져서 얼굴 하나 를 통째로 덮을 정도였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던 방금과는 달리 분노가 극에 달하여 완전한 흑 마인의 모습을 취해버린 것이다·
‘윽 조금 위험하겠는데···!
쐐액!
콰콰쾅!!
검붉은 불꽃의 구체 덩어리가 발사 되어 내가 디뎠던 바위를 산산조 각··· 아니 그대로 증발시켜 버렸다·
아까보다 월등히 강해진 파괴력·
저거에 하나라도 직격당하면 치료 고 뭐고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 각에 들었다·
‘안 되겠는데···
아직은 ‘그것’이 올 때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정말 쓰기 싫었던 이 스킬을 사용 하는 수밖에·
[태령신공: 신령의 숨결 제2식]
[민첩 150% 강화]
“후우····”
내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결에 잎 하넬의 호흡이 담긴다· 그 선명한 신령의 기운은 나의 몸을 서서히 맑 은 기운으로 물들이며 능력치 하나 를 극한까지 보조해 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느려진 듯한 착 각마저도 들었다· 쏟아져 내리는 소 나기가 거의 멈춘 것처럼 보였다·
당장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방 울지며 터져 버릴 것처럼·
저 멀리 번쩍이는 천둥벼락이 마치 꽃처럼 만개하였다·
아름답다·
느려진 세상은 이토록이나 아름답 고 눈부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 늘 처음 깨닫고 말았다·
···화르륵!
소리조차도 가르며 내게 쇄도하는 검붉은 불꽃조차도 더 이상은 위협 이 아니었다·
단 15초·
모든 것이 느려진 세상 속에서 나 는 점멸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 모든 것을 피해낼 수 있었다·
한 발자국 그것은 내 허리를 스치 며 바스라지고·
두 발자국 내가 디뎠던 자리에 허 망하게 부딪히며·
세 발자국 이제는 나를 쫓지도 못 하여 엉뚱한 데에 처박힌다·
콰콱!!
하지만 불꽃을 날려대는 것도 아주 잠시였을 뿐· 결국 참다못한 베런칼 은 그 우월한 신체 능력으로 자리를 크게 박차고 점프하여 금방 나를
따라잡고 말았다·
쏴아아아一!
쿠르릉····
여전히 소나기가 거세게 내려친다·
막다른 길·
절벽의 끄트머리에 도달한 나는 천 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덧 지척 까지 다가온 베런칼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였다·
“끝이군·”
두 발자국 물러나면 천리 낭떠러 지가 있다· 도망칠 곳은 없다· 여기 서 결착을 지어야만 하거늘 지형이 좁아서 내 유일한 장점인 기동성을 살리지 못한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베런칼은 느긋 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궁지에 몰 린 쥐새끼를 사냥하는 고양이처럼·
하지만····
베런칼이 부리는 그 모든 여유가 내게는 그저 고맙게만 느껴졌군·
“그래· 끝이네·”
“••하 이제야 현실을 받아들였나?”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나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먹구 름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스파크가 번 쩍였으며 하늘을 울리는 굉음도 그 주기가 잦아졌다·
이곳은 스테이 ス]·
자연 발생하는 기후 현상은 존재하 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모든 ‘자연재해’가 언 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모두 꿰차고 있다·
쿠르르릉···콰쾅!!
“무 무슨···r
저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서 갑작 스레 ‘벼락의 소나기’가 내려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아직 이곳까지 닿지는 않았 지만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상황·
‘천둥의 신 하일게스의 저주를 받 은 자들이여 그의 시선에 닿는 모 든 것은 불타버릴 것이다·’
절벽의 끝에서·
벼락의 소나기를 등진 채·
나는 베런칼을 향해 말했다·
“네가 끝이라고· 이제 알겠어?”
···이윽고·
새하얀 빗줄기가 일대를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