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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학교 대항전(3)
학교 대항전은 매년 다른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재재작년은 카이카렌 사립 마법학교 에서 재작년은 별꽃나무 마법학교에 서 작년은 몰론도 마법학교에서·
올해의 학교 대항전은 스텔라 아카 데미에서 펼쳐진다·
덕분에 학교 대항전의 준비로 스텔 라의 학생들은 굉장히 분주할 수밖 에 없었다·
당연히도 무보수는 아니다·
학교 대항전의 준비를 돕는 학생들 에게는 꽤 많은 보수와 혜택이 주어 졌기에 스텔라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꿀 알바’로 소문이 나 서 여름방학이고 뭐고 아르바이트를 뛰겠다고 남은 평민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지든 말든 신 경 쓰지 않고 제각각 할 일을 해나 가는 이들도 있었다·
쿵!
“가져왔어·”
스텔라 마법 도서관·
풀레임은 두꺼운 서적을 한가득 책 상 위에 올려두었다·
저런 자그마한 몸집이라고 믿기 힘 들 정도의 괴력이었으나 다른 두 명의 소녀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 것을 한 권씩 각자의 앞으로 가져가 서 읽어내려 갔다·
‘십이신월·’
에이젤 홍비연 풀레임이 모여서 조사하고 있는 존재는 전설 속 존재 라고도 일컫는 십이신월이었다·
천 년 전 돌연 잠들어버린 이후로 지금은 신앙의 형태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이 바로 세계 멸망의 키워 드라고 추측한 것이다·
별의 서고에서 보여주었던 열두 개 의 빛무리·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십이신월 이 남긴 잔상이 틀림없었다·
덤으로 소녀들은 각자가 알고 있 던 정보나 사건 등을 서로에게 공유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풀레임·
“···만약 백유설이 정말로 ‘은세 십일월’의 힘으로 회귀했다면 우리
에게 그 사실을 말할 수는 없을 거 야·”
“어째서 그렇죠?”
“별의 서고에서 보았던 지식을 타인에 게 말하려는 순간 저지당하는 것과 비 슷해· 미래에서의 일을 발설하는 순간 ‘천기누설’의 금제력으로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릴 수도 있어·”
어째서 풀레임이 그 사실을 알고 있 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존중해 주기 위함 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백유설 씨와 직접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단 거네요·”
“그렇지· 그 아저씨는··· 아무것 도 대답해 줄 수 없을 거야· 어쩌면 비밀을 알아버린 우리를 회피할 수 도 있어· 자칫 미래의 지식이 우리 에게 새어 나왔다가는····”
어떻게 될 뻔했는지는 에이젤이 선 명하게 겪었기에 창백한 표정을 지 었다·
“···별의 서고의 비밀을 듣기 위 해 마법을 사용하던 엘트먼 교장 선 생님이 각혈하며 쓰러지셨어요· 그 건 절대로 옳은 선택이 아니에요·”
“그 정도였다니···
세계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엘트먼 엘트윈조차 버티지 못했다는 말에 소녀들의 안색이 어둡게 죽어 버렸다·
다음으로는 홍비연·
“패밀리어 계약식 그 마지막 날을 기억하고는 있겠지?”
“당연하지·”
“죽을 뻔했으니까요···
“그때 나는 꽤 신기한 광경을 봤 어· 백유설이 메이젠 교수를 쓰러뜨 린 뒤 기절한 동안··· 십이신월 중 한 명인 ‘연홍춘삼월’이 그 평민을 껴안고 있었거든·”
“뭐 뭐라구요?”
“십이신월이··· 직접 모습을 드러 냈었다고?”
이건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기에 풀 레임과 에이젤의 눈이 동그랗게 떠 졌다·
“그래· 틀림없는 연홍춘삼월이었어· 나는 그 존재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했지만 신기하게도 보는 순간 알게 되었어· 저자는 십이신월이다· 마음 의 힘을 다스리는 존재다···라고·”
그런 존재가 어째서 백유설을 껴안 고 있었던 것일까· 그와 연홍춘삼월 에게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오갔던 것일까·
···그렇다면·
백유설은 정말로 십이신월을 모으 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 인가?
“어쩐지··· 그분은 항상 매주 주말 마다 외출하고는 했거든요·”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나 했더니 학교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주말 에는 세계를 여행하고 있던 거야·”
새삼 참으로 대단한 체력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아니ス1 어쩌면 평소에 저렇게 빡센 일정을 소화해서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것일까?
“그것도 그렇네요· 그분 정도의 지 식이라면··· 굳이 아카데미에 다닐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게· 당장 세계를 여행하며 십이 신월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굳이 학교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을까?”
“있겠ス】• 수만 번의 경험을 통해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이유를 찾았 을 거야·”
백유설·
그의 학창생활은 참으로 특별하면 서도 평범하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단 점으로 유 별나게 톡톡 튀었으나 성적 순위는
항상 중간을 유지하는 편이다·
즉 성적이 중요해서 학교에 다니 는 것은 아니란 의미
“그렇다면 남은 건 역시···
“인간관계···뿐이겠네요·”
만약 이번 생에도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그 는 진작 학교를 자퇴하고 세계를 떠 돌며 스스로의 힘을 비축하고 있었 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옳지 않았다·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한 가장 올 바른 선택지는 스텔라 아카데미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입학한 직후 가장 짙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들은····
“•••우리 아냐?”
풀레임의 공허한 목소리에 에이젤 과 홍비연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입학 직후 백유설이 유난히도 신 경썼던 세 명의 인물이 바로 이 자 리에 있는 자신들이었으니까·
그런 건가···
원작 로판의 존재를 아는 풀레임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은 이계 빙의자이며 에이젤은 원작의 주인공이고 홍비연은 그런 주인공과 맞먹는 재능을 가진 최고 의 라이벌이었으니까·
거기에 더해 마유성을 포함하여 다 양한 생도들에게도 은근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나 스텔라의 생도들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의 소녀는 조금 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이었다·
‘굳이 왜? 나를?’
미래에 자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대
마법사가 될 운명인ス】 아직은 제대 로 감조차 잡히지 않는 채였으니까·
그래도····
백유설이 처음부터 자신들에게 은 근히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 는 썩 마음에 들었기에 소녀들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태초의 산맥 가장 높은 봉우리·
이름 없는 고성·
보좌관 오렌하는 모든 요정과 엘프
를 다스리는 자신들의 왕 꽃서린을 만나기 위해 혼자의 몸으로 이곳을 찾았다·
고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수호대를 지나쳐 꼭대기에 도착해 무릎을 꿇 자 꽃서린이 인기척을 냈다·
-···오셨군요 오렌하·
“예 폐하·”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쉬어 있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지 꽤 시간이 흐른 것이다· 목소리에도 매혹의 힘 이 담겨 있기에 주변인을 홀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그나마 마음 터놓고 대화할 수 있
는 유일한 상대가 온 것에 꽤 반가 움을 느꼈는지 꽃서린의 발소리가 문 앞으로 바짝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오렌하는 눈을 마주 볼 수 있을 정도의 저주면역을 갖추고 있었지 만 오랫동안 자주 노출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물론·
오렌하에게 ‘저주면역’이 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그는 진작 꽃서린의 마력에 홀려버 린지 오래였으나 그 사실을 꽁꽁 숨기고 감췄다·
상사병?
그런 건 의지가 약한 것들이나 걸 리는 병이다·
사랑하는 이가 생겼다면 자신의 능 력을 갈고닦아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그 여인을 차지하겠다고 마음 을 독하게 먹어야지 왜 혼자 끙끙 앓다가 죽어버린단 말인가?
오렌하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철저 하게 숨겼다·
그녀와 얼굴을 마주할 때 당장이 라도 달려들어 사랑을 고백하고 싶 었던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특성 [강철의 의 ス1]를 가지지 못했
더라면 진작 다른 이들과 똑같은 꼴 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꽃서린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있자 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 최대한 침 착하게 무감정을 연기하며 말문을 텄다·
“올해의 학교 대항전이 다음 주에 곧바로 시작됩니다· 폐하께서 직접 관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초대 장이 날아왔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갈 수 없어요·
다른 중요한 일도 아니고 고작해 야 학생들끼리 펼치는 학교 대항전
에 엘프왕이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 요는 없다·
굳이 저주가 없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삼십여 개의 명문 학교에 서 참가하는 만큼 왕이나 고위 귀족 이 관람을 위해 찾아오는 일은 흔한 편이었기에 엘프왕이 찾아간다고 해 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지간한 나라의 국왕 이상으로 큰 힘을 가졌다는 엘트먼 엘트윈이 대 항전을 직접 관람하기에 그를 만나 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
“저는 올해의 학교 대항전에 폐하 를 꼭 모시고 싶습니다·”
-그런가요···?
오렌하가 이토록 단호한 목소리로 말할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
그는 꽃서린이 가장 믿는 최측근이 었기에 나무라지 않고 이유를 물었 다·
– 어째서 인가요?
“일전에 폐하께서 애토록 찾고 계 시던 ‘신령살해자’의 자취를 발견했 다고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꽃서린에게 있어서 가장 예민한 단 어가 나오자 분위기가 살짝 차가워
졌다·
왕의 힘으로 인해 기온이 내려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오렌하는 멈추지 않고 확 신을 담아서 말했다·
“그 확실한 증거를 제가 잡은 것 같습니다·”
학교 대항전은 스텔라 아카데미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백유 설,이 재학 증이다·
오렌하는 뒤에서 몰래 힘을 써서 그 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착수하였다· 오 죽하면 흑마인을 생포하여 백유설의 정체를 캐물었을 정도였으니까·
그 결과 내려진 판단·
‘백유설은 평범한 학생이 아니다·’
‘백유설에게는 모종의 배후 세력이 있다·’
그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유로 학교를 다닌다· 9클래스의 대마법사 도 아닌 주제에 인간이 어린 소년의 외형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히 신기 했으나 거기까지다·
‘흑마력도 숨기고 타락한 영혼도 숨 기는 마당에··· 외모를 숨기지 못할 것도 없지·’
심지어 그는 꽤 최근에 외모를 뒤 바꿀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이들을
직접 만난 적도 있다·
‘삭월의 거탑·’
세상의 이면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그들은 압도적인 마법 기술력을 보 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만 어쨌든 중요한 건 외모 변형이 가능하다는 사실·
백유설도 틀림없이 그런 최첨단 마 법 기술을 몸에 두르고서 자신의 모든 정체를 숨긴 채 스텔라에 재학 중이었다·
이건 단순히 자신 혼자만의 추론이 아니었다·
수많은 흑마인 집단을 들쑤시며 그
들이 백유설에게 짙은 관심을 가지 고 있다는 점을 캐내고 그들이 가 진 정보를 모두 흡수하였으며 또한 직접 그의 행적에 대해 모조리 조사 한 결과 내린 결론이었다·
‘나를 속일 수는 없다·’
역사상 최고의 하이 엘프라 손꼽히 는 오렌하는 백유설에게서 느껴지는 선명한 신령의 기운을 아직도 기억 한다·
그의 몸에 지니게 한 ‘영혼의 보 주’는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즈
백유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다·’
이번 학교 대항전은 세계 각국에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 학생이 모이는 만큼 굉장히 특별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리에서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독차지하는 백유설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것····
그건 단순히 꽃서린의 마음을 사로 잡는 용도를 넘어서··· 정치적 외교 적 이미지적인 이유에서도 상당한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요····
아직 범인이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 은 채 자신의 계획을 어느 정도 얼
버무려서 설명하자 꽃서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납득하였다·
-잘··· 부탁드릴게요····
거기까지 말한 뒤 꽃서린의 목소리 가 멀어졌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또다시 흘로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다·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그녀가 심 히 안타까웠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 다·
‘조만간 저를 그 방으로 들여보내 시게 될 겁니다·’
오렌하는 그리 생각하며 자리를 떴 고 흘로 남게 된 꽃서린은 작은 쟁 반만 한 크기의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신령살해자···
그에 대한 증오가 아직 가라앉은 건 아니다· 분명히 범인을 잡고 싶 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욱 중요한 것을 알아버렸다·
‘잎하넬이 살아 있다·,
어떤 은혜로운 누군가가 살려준 덕 분에 잎하넬이 지금도 목숨을 부지 하고 있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달빛이 청명하게 세상을 내리치는
그날 밤·
도복을 입은 채 서 있던 한 명의 자그맣고 어린 소년을·
마치 우주를 닮은 듯한 검은색의 눈동자와 잠시 마주쳤을 땐 그에게 빨려들어 가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일었다·
‘그를 만나야 해·’
정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
잎하넬을 살려주었다는 은혜를 넘어 서서 그는··· 자신의 ‘저주에 완벽 한 면역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언젠가 바깥세상에 자유로이 나 갈 수 있다면·’
그를 찾아다닐 것이다·
꽃서린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