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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학교 대항전(1)
간혹 아주 쓸데없는 이야기도 기 사에 실려 약간의 화젯거리가 되기 도 한다·
[우상을 만나서 기쁜 나머ス 1 기절 해 버린 소녀?]
[스텔라 생도 백유설에게 사인을 받다가 쓰러진····]
스텔라의 유명한 소년 마법사 백유 설을 만난 직후 쓰러져버린 아넬라 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백유설이 자주 가는 카페에는 꽤 많은 숫자의 파파라치들이 대기 중 이었고 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종이를 내미는 순간 그대로 기절해 버리는 아넬라가 아주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기고 말았다·
—1コ ・
부스스 눈을 뜬 아넬라는 깨질 듯
한 두통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재잘거리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조곤 조곤 울렸다·
“야야 아넬라 일어났다·”
“어? 진짜네?”
¹¹오~ 공주님의 기상〜”
천천히 눈을 떠서 고개를 돌린 그 녀는 자신의 근처에 둘러앉아 있는 저 소녀들이 어쩐지 익숙하다는 것 을 인지했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스텔라의 교 환학생 신분으로 잠입했다가 백유 설에게 ‘악몽의 재림,을 발동····
•···헉!’
급하게 상체를 벌떡 일으키니 머 리가 찢어질 듯 아파져 왔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여 여긴 어디야···r
“깜짝아· 너 그렇게 급하게 안 일 어나도 돼·”
“맞아· 조금 더 쉬지그래?”
“후훗 너 왜 쓰러졌는지는 기억 나?”
친구들이 음흉하고 장난스러운 눈 으로 아넬라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 삭였다·
‘소원 성취했네? 네 낭군께서 널 기다리고 계신다고?’
“뭐···r
그 말에 순간 소름이 끼친 아넬라 는 삐걱거리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 다· 이곳은 병실· 그것도 꽤 넓은 크기의 병실이었는데 구석에는 백 유설이 의자 하나를 갖다 놓고서 책 을 읽고 있었다·
자신이 깬 탓인지 책을 덮고서 이 곳을 지긋이 바라보는 백유설·
아넬라는 그에게서 압도적인 공포 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고 말았다·
“나 난 죽을 거야····”
“죽을 정도로 좋아?”
“백유설 スR 생각보다 더 스윗하더 라?”
“그러니까 말이야· 자기 때문에 쓰 러졌다고 하루 내내 자리도 안 뜨 고 너 일어나는 것만 기다려줬어·”
,,무 뭐···?,,
그맘때쯤 슬슬 아넬라의 안색이 창 백해지기 시작했으나 그 누구도 눈 치채지 못했다·
남들에게는 스윗하게 보일지 몰라 도 그녀에게는 그저 먹잇감을 노리 는 맹수가 서서히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윽 백유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녀들은 요란을 떨더니 그대로 병 실 바깥으로 도망쳤다·
화이팅!’
그러면서 주먹을 불끈 쥐여 보이는 장난까지 치는데 평소에는 짜증 나 고 재수도 없는 소녀들이었거늘 지 금 이 순간만큼은 제발 떠나지 말라 고 소리치고 싶었다·
,,틱·,,
침대의 지척에 다가와 백유설이 털 썩 의자에 걸터앉자 아넬라는 저도 모르게 새된 소리를 내었다·
“···아넬라 디 폴란체·”
“네 네···r
“세베룬 왕국에서 하날레야 마법학 교를 재학 중이고 현재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스텔라에 들어와 있네·”
“네에···
“그리고 흑마인이고·”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능숙한 흑마인들과는 달리 자신은 혹마력이 봉인된 상태에서 스스로 그것을 개방할 수 있는 능력 이 없다· 또한 그에게는 특성조차
먹히지 않고····
*···뭐 뭐야·’
게다가 온몸에서 마나가 전혀 느껴 지지 않았다· 굳어버린 것처럼·
이렇게까지 무기력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다· 아니 애초에 마나가 있었 다고 해서 그에게 대항하는 게 가능 하기나 했을까·
“〇 。〇··”
아넬라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자 백유설 은 한숨을 내쉬었다·
협박을 하려던 건 맞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겁먹은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다·
‘아넬라 디 폴란체라···
가명이 아닌 본명으로 잠입을 하 다니
솔직히 말해서 백유설은 그녀의 이 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 만 직박구리 안경에는··· 역시나 ‘아넬라’에 대해 기록되어 있었다·
[운이 좋으면 간혹 등장하는 조력 자 NPC]
[적으로 나타나지만 감화에 성공
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음]
아넬라는 히든 NPC로서 ‘아이테 르 월드 온라인에서도 무수히 많은 선택지를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 등장 여부가 결정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 등장 조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지만 ‘캐릭터 마유 성,을 플레이어가 차츰 공략해 나갈 경우 일정 확률로 등장한다고 적혀 있었다·
즉 아넬라는 마유성의 변화에 대 해 감시하기 위하여 잠입한다는 것·
그 생각이 맞았는지 직박구리 안경 에도 역시 [흑마도왕의 오른팔 블 랙킹던의 명령으로 스텔라에 잠입 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물론 그런 사정을 가진 것과는 별 개로 상대방은 나의 트라우마를 자 극하여 정신을 붕괴하려고 했고 그 것을 봐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넬라·”
“···네?”
“나를 죽이려고 한 이유는 뭐야?”
하지만 일단 캐낼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캐내는 게 좋겠지·
백유설이 덤덤하게 묻자 아넬라는 목울대를 힘차게 움직여서 침을 삼 켰다·
“그건···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 서 너를 정말로 죽여야 할 수도 있 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 까 제대로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서 우물쭈물 고민 하던 아넬라는 우선순위를 천천히 따져보았다·
마유성의 감시와 백유설의 배제·
모든 임무를 실패했으니 이대로 돌아가 봐야··· 자신은 죽는다· 그 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좋은 취급을 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배 신할 수는 없다· 심장에 묶여 있는 이 흑마력의 봉인을 스스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블랙킹던을 배신했다가는 자신은 영영 반쯤 불구의 신체를 가진 채 살아가야만 할 터·
“말해·”
그렇다고 당장 눈앞의 백유설을 상 대로 입 꾹 닫고 가만히 있을 정도 로 블랭킹던을 향한 충성심 따위는 없었기에 일단 목숨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아넬라는 입을 열어 사실대 로 고했다·
블랙킹던의 명령으로 스텔라에 잠 입했으며 당신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역시 그런가···
자세한 내막은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을 알아들은 백유설은 고개를 끄
덕였다·
‘역시 혹마인 쪽에서도 내 존재를 신경 쓰고 있어·’
그건··· 백유설이 가장 원하지 않 았던 상황이기도 했다· 혹마인의 세 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금의 허약한 몸으로는 감히 막아 낼 수 없으니까·
최대한 음지에서 조용하게 움직이 기를 원했거늘 어쩌다 보니 주인공 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 해져 버렸으니 그들의 시선에서 벗 어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 다·
“···그건 이제 됐고·”
“네····”
흑마인에 대한 정보보다는 아넬라 의 저 특성에 대해 더욱 궁금했다·
“네 능력 ‘악몽의 재림’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말이지·”
“제 능력이요···r
“어· 그건 정확히 뭘 하는 능력이 야? 내가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게 확실한 거지?”
끄덕끄덕끄덕·
그렇기에 아넬라는 백유설이 두려 웠다· 대체 무슨 과거를 겪었으면
그토록 무수히 많은 ‘죽음’이 트라 우마 속에 잠들어 있단 말인가·
그때의 일은 너무 충격적이라 하나 하나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 만··· 살면서 가장 끔찍했던 경험 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넬라는 여태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장 불쌍하고 고통스러우며 괴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타당한 이유도 있다·
바로 그녀의 능력 ‘악몽의 재림’을 통해 타인의 트라우마를 엿보는 것
으로 누가 더 불행한지를 알 수 있 는 것이다·
그러나 여태 단 한 명도·
아넬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트 라우마는 없었다·
타인이 겪은 트라우마 따위··· 그 녀에게는 그저 조금 따끔하고 슬픈 이야기에 불과했을 뿐·
하지만 백유설의 과거를 겪은 뒤 그 생각을 정리해야만 했다·
그의 트라우마는··· 자신의 정신 력으로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죽음 그 뒤에 죽음· 또 다른 죽음·
그래서 아넬라는 백유설에게 협박 을 당하는 와중에도··· 묻고 말았다·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뭔가요?”
그러나 백유설은 대답하지 않고서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자 리에서 일어났다·
“놓아줄 테니 이제부터는 알아서 해·”
“···네?”
“돌아가라고· 갈 수 있으면·”
“그 그건··”
그녀에게서 모든 전투 의지가 상실 된 것을 알아버렸는데 더 이상 협
박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어차피 직박구리 안경을 통해 [살 려 보내도 무해함]이라는 정보를 미 리 얻기도 했고 아넬라라는 인물의 심정 자체가 유약하다는 사실을 알 아서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여태 인간을 제대로 죽이거나 잡아 먹은 적도 없으며 그나마 간간이 피를 얻어먹으며 연명해 왔다는 설 정이었으니까·
그나마 쓸모가 증명되는 유일한 능 력인 ‘악몽의 재림’으로 타인의 정 신에 파고들어 정보를 캐내는 정보 요원으로 활동하는 수준이었으니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서 딱히 죽거
나 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유성 감시라는 임무를 포기하고 돌아갈 정도의 깡이 있는지는 모르 겠지만···
백유설은 그리 생각하며 병실을 떠 났고·
···도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 라고?’
자리에 혼자 남은 아넬라는 콱 조 여오는 심장을 간신히 붙들어 맸다·
그건 흡사 ‘돌아가기만 해봐라 정 말로 죽는 수가 있다’라고 들리기도 했으니까·
‘이대로 돌아가려고 시도하면··· 곧
바로 응징하겠다는 뜻이겠지···?’
온몸을 벌벌 떨며 아넬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스텔라에서의 모든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정식으로 돌아가 도 좋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 이곳 을 떠날 수는 없을 것 같다····
* * *
[매직 서바이벌 합격자 통보]
며칠 뒤·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역시나 이번 서브 이벤트의 주연 이 되는 주인공들은 단 한 명도 참 여하지 않았다·
마유성 풀레임 홍비연 에이젤을 포함하여 아주 간혹 해원량이나 제 레미 또한 참여하기도 했던 이벤트 였거늘·
1학년 합격자 명단에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1 학년〉
[S반 백유설]
“들었어? 올해는 1학년에서도 참 가자가 나왔다는데?”
“알지· 백유설이잖아·”
“1학년인데 선배 상대로도 승률이 굉장하대·”
“걔라면 뭐··· 흑마인을 몇 번이 나 상대해 봤는데 실전 경험은 확실 하잖아?”
백유설에 대한 이야기는 교내에 스 멀스멀 퍼져나갔다· 유일한 1학년 참가자라는 점에서 그 이름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백유설로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주인공들이 불시에 미참해서 갑자 기 모든 주목을 받아버린 꼴이 되었 으니까
‘이걸 어부지리라고 해야 할까····’
기분은 전혀 좋지 않았다· 애초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마유성 이 빠져버린 덕분에 스텔라의 우승 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옳 다·
‘우승 보상으로 받는 물건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꽤 쓸만한데 말이지·’
아쉽지만 어쩔 수 있나·
없으면 없는 대로 노력해야지·
애당초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우승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백유설은 조금 다른 계획을 세워나 가고 있었다·
“저 저기····”
“어·,,
학급 게시판을 가만히 보는 와중 옆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목소리·
“왜 또·”
“뭐 도와드릴 건 없나 해서요···
아넬라였다·
얼굴에 울상이 가득한 그녀는 백유
설의 눈치를 힐끗힐끗 살피고 있었 는데 그 모습이 퍽 안쓰러웠으나 그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돌아가라니까 여기서 뭐 하는데?’
아니면 본부에서 버림받았나?
그는 딱히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던 사람과 무언가 일을 같이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심력이 유약하고 주변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흑마인이 된 아넬라를 직접 죽이고 싶지는 않 아서 놓아줬거늘·
자꾸만 들러붙으니 뭐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기숙사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넵!”
정말로 기숙사에 틀어박힐 생각으 로 돌아가려는 아넬라·
“···아니 야 잠깐·”
“네?”
“친구들이랑 지내는 것까지는 봐줄 게····”
“넵!”
뭐 저런 독보적인 캐릭터가 다 있 나 싶다· 하긴 원작 게임에서도 말 잘 듣는 부하 이미지라고 했던가·
여기서 조금만 더 호감도를 올리면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캐내거나 흑 마인 측에 보내서 이중첩자 활동을 시킬 수도 있다고 했으니 차라리 저 대로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백유설·”
“···엉?”
이번엔 또 누군가 싶어서 옆을 보 니 홍비연이 벽에 어깨를 기댄 채 이곳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뭔가가 영 마음에 들지 않 는단 표정이었다·
“즐거워 보이네·”
그 목소리에는 마치 ‘나는 이렇게 고생하다 왔는데 넌 즐겁나 봐?’라 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였다·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다가 이제야 나타난 건지도 의문이었으나 물어 보기가 참으로 애매한 분위기였다·
“방금 그 아이는?”
”어? 어····”
뭔가가 불안하다·
변명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만 같 은 기분이 들어서 서둘러 말했다·
”그냥 빵···셔틀···
그녀는 말을 듣기나 한 것인지 말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백유설의 눈 을 빤히 바라보았다·
“백유설·”
“어 네···· 말하세요·”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분명 그녀 와 나누는 대화는 처음이 아닌데 이전에 알던 흥비연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이전보다 더욱 성숙하고 더욱 가까워진 것만 같은 감각·
‘대체 뭐지···?’
모르는 사이에 미래의 홍비연이 회 귀해서 정신을 뒤집어쓴 건가?
그런 망상까지 할 무렵 그녀는 사 뿐사뿐 그에게 다가와 백유설의 가 슴을 손바닥으로 살짝 밀어서 벽에 기대도록 만들었다·
그러고서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그러면 생각을 읽을 수라도 있다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혀왔다·
제아무리 백유설이 성인이라지만 요정처럼 신비로운 외모를 한 홍비 연이 숨 닿을 거리에서 이러고 있으 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으음·’
결국 백유설이 먼저 시선을 피하 는 것으로 눈싸움의 패배를 선언·
흥비연은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더 니 낮은 목소리로 그의 가슴에 못을 박듯이 말했다·
“너 혼자서 어디 갈 생각하지 마·”
그러더니 그녀는 복도로 새어 들
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저 멀리 사라 져버린다·
“대체 뭔···
아직도 홍비연의 온기가 느껴지는 가슴께를 만지작대며 그녀가 떠나 간 복도의 저편을 바라보았다·
‘요즘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원작 속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바 뀌어서 이제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욱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