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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코로코로족의 부락(2)
마법의 시대가 열린 이래 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마법사들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은 참 으로 드넓고 많았다·
‘저 하늘 위에는 무엇이 있는가?’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은 이론적으 로 가능한가?’
‘마나의 입자는 과연 관측이 가능 한가?’
···등등· 지금도 무수히 많은 미 지의 분야를 마법 학자들이 파고들 었지만 ‘미지의 영역’이라 불리는 학문답게 답은 보이지 않는 듯싶다·
그리고 그런 마법사회에서도 유난 히 미지로 남는 존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던전’이었다·
던전이란 무엇인가·
페르소나 게이트와는 달리 이면 세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 ‘자연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고대의 마법사들이 창조한 던전이
있는가 하면 공간 그 자체가 왜곡되 어 던전화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모든 던전에는 단 하나 공통 된 목적이 있다·
‘한 번 진입하면 던전의 형태를 유지하는 코어를 부술 때까지 탈출 할 수 없다·’
어떠한 특별한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페르소나 게이트와는 달리 정 말로 간단명료한 목적이 아닐 수 없 다·
던전을 클리어할 경우 영구적인 능 력치 상승이나 마나의 최대 용적을 늘려주기도 하는 등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희귀한 보상이 주어지기도 했기에 이 세상의 모든 마법사는 던 전에 얽매이는 편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마나가 없기는 하다만 그 외 의 부가 능력치 상승을 노려볼 수도 있었기 때문·
거기다 현 시대에 개발된 ‘아이템’ 과는 다른 머나먼 고대 시대의 유 품 ‘아티팩트’를 운 좋게 구할 수도 있었으니 던전은 갈 수만 있다면 꼭 가는 게 좋았다·
물론····
던전이 아무 때나 발견되는 건 아
니다·
분명 어제까진 평범한 공터였는데 오늘 새벽에 갑자기 던전의 입구가 열린다든가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 열린다든가 하는 등 던전은 정말 제 멋대로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던전을 전문적으로 노리 는 트레저 헌터’도 쉽사리 발견하 지 못하는 것을 명문 스텔라의 학 생이 발견한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던전이라· 인원은 이렇게 셋인가?”
교관 이한월은 내가 제출한 ‘던전 공략 신청서’를 꼼꼼히 읽으며 물었
다· 나와 마유성 해원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장 주목받는 3인이 외출을 하는 군· 파파라치가 따라붙을 수도 있으 니 유의하도록·”
게임에서는 그런 경험을 겪어본 적 이 없어서 모르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유명한 마법사는 현실의 연예 인과 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파파라치가 따라붙기도 한단다·
아마도 마유성과 해원량은 그 천재 성과 인간의 기준치를 벗어난 듯한 조각 같은 미모 때문에 1학년부터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는 모양이었 다·
“특히 백유설·”
,,예?,,
“네가 제일 조심해라·”
“뭘요?”
“방금 말한 거 못 들었나? 파파라 치한테 괜히 쓸데없는 트집거리 잡 히지 말고 얌전히 던전만 공략하고 와·”
,,···보통 이럴 땐 격언을 해주시지 않나요?”
“격언은 무슨· 알아서 해라·”
그래도 옛날엔 좀 차갑긴 해도 막 걱정도 해주고 그랬던 거 같은데····
“아무튼 최대한 주말 내에 돌아오 도록 해라· 사흘이 지나면 구조대를 보내겠다·”
“알겠습니다·”
2학년부터는 특수 임무를 받을 수 있어 일주일 내내 수업을 빼먹는 게 가능했으나 1학년은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햇 병아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 셋은 던전 탐사를 명 목으로 외출을 하게 되었다·
주말에는 교직원이든 학생이든 외 출을 위한 인파가 상당히 몰리는 편 이었기에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출 발하여 워프 홀 게이트를 빠르게 타 고 빠져나왔다·
워프 흘은 참으로 편리한 이동 수 단이었지만 지구의 KTX처럼 어디 에나 존재하는 게 아닌 탓에 아직까 지 아이테르 월드의 주요 이동 수단 은 비행선과 열차였다·
특히나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가 상 당히 외딴 지역인 만큼 열차를 상
당히 자주 갈아타야만 했는데 여기 서는 해원량이 참으로 큰 도움이 되 었다·
“블랙 멤버스의 티켓을 이용하면 1 7번 레드 라인의 열차를 갈아타지 않고도 아델 사의 플랫폼을 바로 이 용할 수 있다·”
“아 그래? 그럼 그걸로 하자·”
“이번 열차는 종착역까지 가지 않 으니까 보내는 게 나아· 차라리 좌 석을 따로 잡는 것도 괜찮다· 탑승 감은 타사의 것이 훨씬 좋으니까·”
“어··· 그러자·”
아이테르 월드의 열차를 타면서 느
낀 건데 새삼 대한민국의 지하철 시스템은 참으로 편리하고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아이테르 월드의 열차 시스템은 그 야말로 거미줄 그 자체였기 때문이 다·
심지어 몇 분 뒤에 열차가 도착하 거나 무슨 열차를 어떻게 갈아타면 최단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고 알려 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던 현대에 비해 이곳의 열차는 어지간한 지식 이 없다면 최단 거리는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해원량은 어째서인지 열차 시스템을 굉장히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혹시 싶은 마음에 직박구리 안경으로 해원량의 정보를 슬쩍 확 인했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특징 하나·
[남몰래 열차 덕질함]
···뭔가 좀 굉장한 친구였네· 겉 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 특이한 덕질을 즐기고 있었다· 꼬마 기관차 토마스 보여주면 아주 난리 나겠는 데·
직박구리 안경에 기록된 정보는 성 별에 따라 특징이 달랐다·
제아무리 썩은물들이 필드에서 전 쟁을 즐기고 괴수나 때려잡느라 평 범한 RPG로 전락했다지만 본질은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이었던 만 큼 남성 등장인물들의 정보에는 유 난히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 많았다·
,흐음···
열차를 갈아타는 人卜이 잠시 플랫 폼에서 대기하게 된 우리는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게 우리 셋은 전혀 친
하질 않았으니까·
마유성과 해원량은 라이벌 관계였 을 뿐이지 사적인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고 나 또한 에이젤이 없으면 마유성과는 상당히 서먹했다·
거기서 나는 직박구리 안경의 정보 를 이용해 이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풀고자 했다·
“야 저기 떡볶이 판다· 배고픈데 저거라도 먹을래?”
해원량의 특징 중 하나 길거리 노 점상 음식을 굉장히 좋아함·
하지만 스스로 엘리트라는 자각 때 문에 자주 먹지는 못한다는 뭐 그
런 흔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됐다·”
예상대로 ‘난 그딴 저급한 음식 따 위 먹지 않아’라는 티를 팍팍 내며 해원량은 싸늘하게 거절했으나 마 유성이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나는 좋아· 저런 거 한 번쯤 먹어 보고 싶었어·”
“그렇다는데?”
마유성의 대답에 해원량은 한심하 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과반수가 동의했으니 어쩔 수 없 겠군·”
저러면서 아마 본인이 제일 신났을 거다·
그렇게 우리는 떡볶이에 순대 어묵 까지 시켜서 거하게 식사를 했다·
평화롭지만은 않은 식사였다· 도중에 ‘순대를 무엇에 찍어먹느냐’에 관한 분쟁이 살짝 발생했기 때문이다·
“순대는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어 야지· 너는 혀가 없냐? 입이 없어? 위대한 만월탑주의 후계자가 미각 상실이라니· 하늘이 탄식하겠다·”
“순대는 소금에 찍어먹어라· 그렇 게 먹도록 만들어진 음식이다·”
“저기 얘들아· 순대는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
“넌 좀 닥쳐봐·”
“너는 닥쳐라·”
“으 ヵ
하여간 쿨한 척한다고 말수도 적 고 뭐든 고지식하게 제멋대로 하려 고 구는 해원량과는 성격이 영 맞질 않았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우리는 마지 막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메스텔 횡단 열차]
[토즈믹 히
[마지막 칸]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른 말이 아니라 ‘토즈믹 호 마 지막 칸’ 그 자체가 던전으로 향하 는 입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말했다시피 던전의 생성은 이유도 모르고 원인도 모른다· 왜 토즈믹 호의 마지막 칸에 던전 [코로코로족 의 부락]으로 향하는 입구가 생성되 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그저 히든 피스였기에 현실이 된 지금은 그저 자연 현상이었기에 받아들일 뿐·
‘이제야 좀 쉬겠네···
던전의 입구가 열릴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으므로 나는 눈을 감았다·
* * *
토즈믹 호는 총 9칸으로 구성된 열차였다· 그다지 큰 열차도 아니었 고 애초에 메스텔을 횡단하는 인원 도 적었으며 워낙 탑승감이 저조하 였기에 토즈믹 호에 탑승하는 사람 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흐음〜 홈
아즈믹 코스탈린은 콧노래를 부르 며 자신의 손톱에 검은색 매니큐어 를 발랐다· 그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 칼라반은 짜증스럽 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즈믹· 냄새 지독해·”
“조금만 참아· 일전에 마법 전사를 사냥하느라 손톱을 일곱 개나 소모 해서 어쩔 수 없어·”
“하여간 거슬리는 짓만 골라서 하 는군···
아즈믹과 칼라반·
그들은 언뜻 보기에 한쪽은 인간 한쪽은 드워프처럼 보였으나 실상 속내는 이면 세계에 영혼을 바친 흑 마인이 었다·
아즈믹은 모처럼 기분이 좋았다·
인간 사회에 숨어들 수 있게 된 이후부터 그녀는 유난히 인간들의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이 ‘열차 타고 여행 가기’ 또한 그런 취미 중 하나였다·
정작 그 파트너인 칼라반은 그저 짜증만 날 뿐이었지만·
“마법 전사라도 하나 붙잡고 뜯어 먹고 싶군·”
“마법사가 그렇게 맛있어?”
“적어도 짐승보단 맛있지· 놈들은 잡아 먹히는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 해 머리를 굴리고 마나를 운용하거 든· 그 살아움직이는 마나가 얼마나 신선한지 아나?”
“음〜 몰라!”
알게 뭐람·
아즈믹은 채식주의자인데 말이다·
지이잉-!
얌전히 매니큐어를 바르던 아즈믹 의 품에서 진동이 울렸다· 매니큐어 를 내려놓을 순 없었기에 칼라반에
게 말했다·
“좀 꺼내줄래?”
“네 역겨운 몸에 손을 대고 싶지는 않다·”
“힝~ 너무행·”
하는 수 없이 매니큐어를 다섯 개 밖에 칠하지 못하고 내려놓을 수밖 에 없었던 아즈믹은 품에서 자그맣 고 네모난 상자를 꺼냈다·
그것을 달칵! 열어젖히니 공간이 뒤틀리며 허공에 웬 글자가 그려졌 다·
-아즈믹 칼라반·
“예예 확인!”
-현재 위치를 보고하라·
“음〜 어디 보자〜”
아즈믹은 창밖을 가만히 주시하다 가 말했다·
“창밖에 나무와 산이 보여!”
-···장난치지 마라·
“메스텔로 여행간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토즈믹 호에 탑승했겠 군· 정확히 열차 번호가 어떻게 되 지?
“1097호·”
이번엔 칼라반이 대답했다· 그러자 만족스럽다는 듯 메시지가 몇 번 그 려졌다가 수정되었다·
-너희들은 운이 좋군· 여행 중에 미안하다만 ‘월영교’에서 내려온 임 무다· 지금 당장 열차의 마지막 칸 을 추락시켜라·
-그곳에 스텔라의 생도 세 명이 타고 있다·
“그래? 근데 고작 스텔라 생도 잡 겠다고 월영교에서 임무를 내려?”
-그건 우리도 모른다· 특별한 생도 가 탑승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ス1·
아무튼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 면 휴가를 일주일 더 붙여주도록 하 겠다· 수고하도록·
뚝!
연락이 끊어진 즉시 아즈믹은 흥분 한 표정으로 칼라반에게 말했다·
“들어썽? 휴가 일주일이래!”
“추가수당은 안 주는군·”
“휴가 일주일이라고!”
“쳇 공짜 임무는 하기 싫은데···· 애송이들은 맛도 없단 말이다·”
“휴가! 일주일!”
“알았다고 젠장할· 빠르게 처리하
고 돌아오도록 하지·”
칼라반은 그 육중한 덩치를 일으키 며 목을 뚜두둑 꺾으며 풀었다·
스텔라의 생도가 제아무리 천재적 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 봐야 생도는 생도·
한 입 거리도 못 되는 수준이겠지 만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으면 좋겠 다고 생각하며 칼라반은 아즈믹과 함께 열차의 뒤 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