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5화
종언의 운명(16)
귀도 교단 총본산· 비탄의 협곡 최심부 만신전·
두 눈이 아릴 만큼 창백한 대리석 공동이 거칠게 요동쳤다·
쿵!!
광활한 공동 중심부에 새겨진 피로 물든 거대한 의식법진·
법진의 중앙에 전신이 묶인 채 기괴한 신음을 토해내는 사도의 모습·
[아아아아아아]
[기기기기기기]
[에에에에에에]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 사이로 빼빼 마른 팔다리가 수십 개씩 튀어나와 꿈틀거린다·
지네처럼 기괴하게 변형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법진이 일그러지며 형태를 잃었다·
그때마다 법진 사방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는 사제들이 하나씩 죽어나갔다·
푸슛!!
“···아·”
비명 한번 없이 기도하는 자세를 잃지 않은 채 오공에서 피를 뿜어내며 절명하는 사제들의 모습·
11대 신녀 우레카 나이드리는 법진의 바깥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관망하고 있었다·
“짜증 나게 구는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단 말이야?”
눈이 아릴만큼 새하얀 예복을 입고 석장을 쥔 채 화려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
하지만 그녀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쪽 팔을 단단하게 휘감은 푸른 성해포의 존재였다·
성해포 사이로 그녀의 것이 아닌 뇌광이 희미하게 빛날 때마다 곁을 지키는 교정기사들의 안색이 굳었다·
6사도 아나타메의 유해를 회수하는 것과 동시에 우레카가 ‘누군가’에게 입은 부상의 증거·
그동안 저 뇌광에 당해 죽은 교단의 사제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우레카는 팔을 난자하는 뇌광을 안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역대 사도들 중에서도 살상력으로는 손꼽힌다길래 기대했는데 이건 그냥 지능이 없는 벌레나 다름없군·”
화려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우레카가 가로로 눕힌 석장을 짜증스레 두들기며 표정을 찌푸렸다·
“사제들을 이만큼 죽였으면 눈치껏 깨어나야지· 언제까지 내 시간을 낭비하게 할 생각이야?”
“9사도는 역대 사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간을 잡아먹은 화신체입니다·”
우레카의 뒤에 서 있던 추기경이 조용히 말했다·
“개중에서 가장 식인이나 금술을 맹목적으로 탐했으니 광증이 영혼까지 뻗쳐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이봐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나도 그러니까 저 징그러운 인간지네를 재활용해 보려고 하는 거잖아·”
우레카가 고개를 휙 틀어 서늘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저딴 상태로는 안돼· 적어도 먹이를 주는 주인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들어야지·”
“····”
석장을 들고 앞으로 걸어나온 우레카가 눈을 감고 심력을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시도해 볼 거야· 그때까지 말을 듣지 않으면- 아·”
퍼뜩 시선을 들어 올린 우레카가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돌아왔군·”
“···돌아왔다는 말씀은?”
추기경의 질문을 무시한 우레카가 석장을 휙 내던지고 곧바로 걸음을 돌렸다·
허둥지둥 석장을 받아든 사제와 당황한 추기경을 뒤로 한 우레카가 거침없이 의식장을 빠져나갔다·
총본산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길· 장엄한 백색의 신전과 기둥이 줄지어 늘어선 광활한 거리·
그 끝에 위치한 거대한 제단의 공간균열에서 사제들의 부축을 받아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다·
“저리 비켜· 다 내려와!!”
우레카의 날선 목소리에 당황한 사제들이 제단에서 내려오는 걸음을 빨리했다·
중절모를 쓴 노인의 몸을 수십 명의 사제들이 부축하며 치료하고 있었다·
치이익···!!
전신이 검게 그슬리고 피부가 불타 뭉개지며 매개한 연기를 내뿜는다····
살과 근육이 타는 냄새가 제단 아래까지 흘러나와 절로 신녀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쥐고 있던 검과 손이 녹아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다·
교단 최고위 화신체 5사도 엘드리히·
왕도를 탈출하기 직전 ‘비애’의 포격을 정면에서 허용한 대가는 사도조차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던 것이다·
무어라 말도 하지 못한 채 제단 아래 기대앉아 힘겹게 고개를 숙인 엘드리히의 모습·
5사도를 향해 기도술식과 성법을 영창하는 사제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세포조직이 괴사하고 있어요· 치유나 재생계열의 술식이 전혀 듣지 않습니다·”
“사도의 강인한 육체로 버티고 있을 뿐· 이대로면 당분간 운신조차 어려울 겁니다·”
“토커퍼즈에서 잃어버린 금기병장 ‘비애’의 흔적입니다· 설마····”
하지만 우레카는 그런 엘드리히를 본 척도 하지 않고 그가 업고 있던 시체를 가리켰다·
“그거 내 앞에 잘 보일 수 있게 내려놔·”
“····”
5사도를 부축하고 있던 사제들이 시체를 떼어내 우레카의 발아래 내려놓았다·
얼어붙은 온몸이 녹아내리다 멈춰버린 처참한 몰골· 고통과 배신감에 일그러진 흉측한 표정·
카바힘의 군주 아론바이거 카바힘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우레카가 손을 내밀었다·
“이리로·”
척!
석장을 들고 있던 사제가 그녀의 손에 석장을 공손하게 올려두었다·
길쭉한 석장을 잡아채듯 낚아챈 우레카가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술식을 영창·
“유사신언 전개· 보존성 부여· 영자 집속· 영성 추출·”
알아들을 수 없는 영창을 몇번 읊고는 석장으로 아론바이거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까발려라·”
으직!!
뼈나 근육이 아니라 얼음이 부서지는 듯한 기묘한 파열음·
석장의 끄트머리가 아론의 미간을 파고 들어가며 그대로 머리를 관통한다·
아론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바닥에 퍼져나가 복잡한 법진을 형성했다·
우우웅 쩌적 쩌적!!
기묘한 공명음과 스파크가 튀며 법진 위에서 아론의 몸이 천천히 떠오른다·
석장에 꿰인 채 녹아내리는 아론의 머리를 쥐고 거침없이 그 안으로 멀쩡한 손을 밀어넣는다·
쩌어어억···!!!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차갑고 끈적이는 체액·
“이봐·”
하지만 아론의 시체를 내려다보는 우레카의 얼굴은 차갑고 섬뜩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예?”
“없잖아· 안에 아무것도·”
추기경의 반문에 우레카는 싸늘하게 대꾸하며 몸을 휙 돌렸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제단 아래쪽에 쓰러진 5사도를 노려보던 그녀가 소리쳤다·
“카바힘 왕도까지 가서 대체 뭘 하고 돌아온 거냐 엘드리히!!!!”
신경질적으로 석장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창백한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우레카의 머리 위에 나타난 새하얀 거인의 팔이 5사도의 몸을 거칠게 찍어눌렀다·
콰아앙!!!
“아아악!!”
“꺽···!!”
5사도를 치료하고 있던 사제들이 그 술식에 깔려 몸이 짓뭉개진다·
하지만 5사도의 육체는 신녀의 ‘벌’에도 손상되는 일 없이 신전의 바닥을 나뒹굴었다·
사제들이 죽어가는 신음소리 속에서 의식을 잃은 5사도를 노려보던 우레카가 핏발 선 눈으로 말했다·
“아론바이거 카바힘의 양면성이 망가졌다· 이대로는 ‘열쇠’로 못 써먹겠군· 계획은 실패다·”
“하지만 이자는 틀림없이 카바힘의 군주인 본인이····”
“추기경· 쓸데없이 말꼬리 잡지 마· 누가 아론바이거의 얼굴을 몰라서 물어?”
아론의 눈꺼풀을 뒤집자 초점이 흐릿해진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가락으로 눈꺼풀 사이를 파고들어 눈동자를 파낼 것처럼 잡아당긴다·
수정액이 질질 흘러나오는 아론의 눈동자를 우레카가 보며 말했다·
“이중동공이 아니야· 이 불신자는 죽기 전에 양면성의 재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거다·”
우레카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끊고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이 자의 재능에 손을 대어 기원을 훼손시켰군· 그 과정에서 이딴 꼴이 되어버린 건가?”
“····”
“어처구니가 없군· 8레벨의 초인이 가진 재능과 위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 능력자가 하필 왕도에 있었다라·”
5사도에게 일체 설명을 듣지 않고 아론의 시체를 잠시 들춰보는 것만으로 정황을 파악한다·
동시에 1사도의 운명봉인을 풀기 위한 기존의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사실 역시·
석장을 쥔 우레카의 손에 핏줄이 솟았다·
“덕분에 계획을 멀리 돌아가게 생겼잖아· 감히····”
“나 나이드리 신녀님····”
“카바힘에서 아론바이거와 마지막으로 싸운 자가 누구인지 알아내·”
휙 걸음을 돌려세운 우레카가 사제들을 지나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에게 오늘 교단이 겪은 수모를 갚아주기 전까지는 이름을 기억해둬야겠다·”
“····”
“열쇠에 대한 안건은 차후 다시 결정하지· 그때까지는 저걸 영혼분향소에 보관해 둬·”
아론이 가지고 있던 양면성의 재능이 망가져 있긴 하지만 그 육신을 아예 써먹을 곳이 없는 건 아니다·
한 나라의 군주였던 8레벨의 육체능력자· 용도는 다를지언정 어디든 유용하게 써먹을 구석이 있을 터·
“5사도의 신변은 이대로 호송하여 치료하면 되겠습니까?”
“···아 그래·”
걸음을 멈춘 우레카가 혼절한 5사도를 바라보며 냉소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해도 기록에 남아 있던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약해졌구나· 아직 7사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군·”
“····”
“하지만 모시던 주군을 제 손으로 죽인 인과를 쥐었다면 전성기의 권능을 되찾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
그렇게 말한 우레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해서 분향소로 옮겨둬· 나중에 내가 직접 상태를 확인할 테니까·”
“···그 말씀은·”
“제 손으로 옛 주군을 죽였으면 그 시체도 본인이 취하는 게 그림이 좋겠지·”
머뭇거리는 사제를 보며 우레카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다섯 번째는 인간의 숫자라· 왕과 신하가 하나로 합쳐지면 어떤 사도가 탄생할지 궁금하지 않나?”
“····”
영혼분향소는 만신전에 존재하는 모든 시설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고 독특한 성소 중 하나·
교단이 인간을 공양해 저지른 배덕과 금기 중에서도 최하단에 위치해 있는 비밀이다·
일반 사제들은 물론 추기경이나 대사제 중에서도 분향소에 출입이 허락되는 이들은 몇 없는 바·
침묵에 빠진 사제들을 이끌고 만신전을 가로지른다·
신녀를 알아보고 공손하게 예를 갖추는 신도들을 무시하고 우레카가 물었다·
“필두사도의 복귀 일자는?”
“···그분께서 중앙전선으로 걸음 하신지 아직 보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고위 사제들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몇 달에 걸쳐 외부일정을 소화하시는 분이시니 아마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지····”
“하 꼭 필요할 때 자리에 없단 말이지···”
짜증스럽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우레카가 중얼거렸다·
실핏줄이 선 눈으로 만신전의 곳곳에서 수만명의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축성(祝聖) 의식이 머지않았어· 저 정도 신앙으로는 부족해· 조금 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하다고·”
“····”
“전대 신녀가 남겨둔 아직 내가 모르는 그분의 안배나 비밀이 있을거다· 그 자라면 틀림없이 알고 있을텐데····”
“필두사도가 아니더라도 저희 추기경의 권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단의 기록이라면····”
“아니· 2사도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분명히 있어· 10사도의 케이스 역시 그랬었지·”
우레카가 성큼성큼 걸으며 대꾸했다·
“전대 10사도 암리타 프라우벨의 시체에 아주 강력한 저주가 걸려 사도술식을 회수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렸다고 들었다· 이번 일과 방향성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아 됐어·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망설이는 사제들을 보며 우레카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에게 그럴듯한 대답을 기대한 내 잘못이지· 미물 따위랑 어떻게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겠어?”
“···송구스럽습니다·”
“됐으니까 극동지부에서 있던 일에 대한 자료를 모두 반출해서 집무실로 가져와·”
서슴없이 걸음을 옮기는 우레카의 눈빛이 강렬하게 번뜩였다·
“이젤 나이드리라고 했던가? 제 몸을 사도와 교환하려고 한 늙은이의 실패에 대해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군·”
* * *
끝없이 펼쳐진 평야 위로 거대한 암흑이 미끄러진다·
어둠을 뭉쳐 만들어낸 장엄한 흑관이 부유하며 전진했다·
중앙전선 외곽에 걸쳐 형성된 사람의 흔적 하나 느껴지지 않는 광활한 벌판·
한때는 대륙에서 제일가는 곡창지대의 일부였으나 이제는 망가진 승천자의 안뜰로 전락해버린 마경·
진와의 실낙원·
고오오오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과수원의 정경·
자줏빛으로 물든 나무와 그곳에 매달린 종이로 이루어진 과실들·
과수원 사방에 뿌리내린 수십미터를 넘는 거대한 언령석이 진동할 때마다 사방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맛 있 어]
[알 겠 어]
[더 먹 고 싶 어]
[더 알 고 싶 어]
우우우우우웅-!!!
언령석의 공명에 따라 드넓은 과수원이 흔들리며 보라색 흙더미 속에 파묻힌 나무뿌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뿌리 끝에 박힌 채 자양분이 되고 있는 것은 과수원의 흙이 아니라 죽은 인간의 시체들뿐·
환희에 찬 얼굴로 숨이 끊어진 시체들이 과수원의 자양분이 되어 지식의 열매를 피워올린다·
[알 알 알 알 알 알 겠 -]
[같이같이같이같이같이]
[기다린다기다린다기다린다]
언령석이 공명한다· 과수원이 흔들린다·
언령석이 공명한다· 과수원이 무너진다·
언령석이 공명한다· 과수원이 개방된다·
인지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하게 일그러진 이형의 구조물이 사방에서 솟구치며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인간의 단위와 측량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비현실적인 크기의 오직 숭배를 위해 마련된 이단의 성역·
그녀가 그곳에 ‘담겨’ 있었다·
[인 정 하 지]
쿠우우우우우웅!!!!!
그녀가 자신의 몸을 꿈틀거려 의사를 전달했다·
[네 놈 의 저 열 한 운 명 이 아 주 잠 깐 이 나 마 내 게 닿 았 다 는 사 실 을]
“····”
[벌 레 들 중 에 서 조 금 이 라 도 정 답 에 가 까 운 선 택 을 하 였 음 을 칭 찬 해 주 마]
그녀가 취하고 있는 모습을 인지할 수는 없었다·
이미 명의 감각은 겉잡을 수 없을정도로 확장되고 망가지며 더 이상 인간의 범주에서 기능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눈앞에서 흔들리는 그것이 아주 거대하고 아련하며 장엄하고 또 흉측하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끝없이 저질러온 죽음의 기억을 마지막까지 들이마시며 자기 자신조차 남지 않을 만큼 깊게 가라앉힌다·
현실과 죽음의 경계조차 잊고 한없이 추락하며 영속되어 간다·
이 싸움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분명 여기가 마지막이겠지·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명은 후회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언젠가 다가올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런 결말만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종말이라 믿었으니까·
실패할 걸 알면서도 끝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마침내 여기에서 멈출 수 있어 다행이다·
가비행을 마무리 짓기 전에 ‘그’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결국 명은 이 세계에 다음이 있는지를 끝내 알 수 없겠지만·
이제는 설령 그렇다 해도 괜찮겠지·
못다 한 비원도 설명해 주지 못한 비밀도 가비행의 종착지조차·
언젠가는 그 스스로 찾아내어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몇 번이고 그것을 확인하며 감탄하고 부러워하며 안도해 왔으니까·
덕분에 마지막을 향해가는 이 순간에도 의미를 남길 수 있었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헛되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은 아득한 의식의 저편에서 두 초월자의 시선이 동시에 서로를 향했다·
말은 하지 않는다·
지평선을 물들이는 장엄한 암흑의 파도와 반대편에서 솟구친 실낙원의 성역이 격돌한다·
천지가 사방으로 기울어지며 뒤틀리고 행성의 대기가 일그러지며 그 빛을 외해 바깥으로 흩뿌린 순간·
세계에 끝나지 않는 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