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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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9화

종언의 운명(10)

콰아앙!!!

황금빛으로 빛나는 파문을 부수고 레녹과 광대가 뛰쳐나온다·

장엄한 금빛의 복도 저편에서 뒤따라 질주하며 마력을 끌어올리는 왕정 기사단의 모습·

하지만 두 사람은 뒤를 쫓아오는 기사들을 무시하고 달리며 동시에 시선을 들어올렸다·

우우우우웅···!!!!

아름다운 현악기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제국 황성의 아득한 환상 속·

저편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함께 ‘기척’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나유타신궁(那由他神宮)은 제국 황성에 존재하는 일종의 징벌방을 가리키는 이명입니다·”

광대가 레녹과 속도를 맞춰 달리면서 말했다·

“말 그대로 끝없는 방이 이어지는 거대한 미로 같은 곳인데 지도 없이 갇히면 극위급의 초인조차 나오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고 하지요·”

“····”

“물론 진짜 나유타신궁은 제국 황성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지금 이 성역 역시 나유타신궁을 흉내낸 수준입니다만-”

촤악!!

왼쪽 복도 모서리를 돌자마자 벽에 기댄 광대가 엄지를 깨물어 피를 흩뿌린다·

공기중에 번져나간 피를 타고 환술이 발동· 복도의 방향과 풍경을 속이고 굴절시켜 순식간에 왔던 길을 속였다·

“이쪽이다!! 오른쪽으로 갔어!”

“아니 그림자와 마력패턴을 보면 정면이다!”

환술에 감쪽같이 속은 기사들을 따돌리고 무릎을 털며 일어난 광대가 웃었다·

“따지자면 이 성역 전체가 환상의 일종이라 이렇게 이용해 먹을 여지가 있다는 거지요·”

“그 방법으로 지금까지 이 성역 안에서 혼자 움직이면서 멀쩡히 살아 있던 거냐·”

“아니 빅터의 눈에는 지금 이게 멀쩡해 보입니까?”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광대를 무시하고 레녹이 시선을 돌렸다·

“기사단을 모두 죽이는 것과 따돌리고 길을 찾는 것 중에서 어느쪽이 더 빠를지 모르겠군·”

“길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사실 빅터가 오기 전에 아론바이거보다 먼저 도착해 침을 발라두기는 했습니다만·”

한 손으로 단검을 휙휙 돌리면서 광대가 말했다·

“죽은 신을 훔치는데 필요한 ‘권리’가 없다 보니 실컷 두들겨 맞고 쫓겨나 버렸거든요·”

“그 열쇠라는게 이걸 말하는 건가?”

철컥!!

레녹이 건틀렛을 들어올리자 광대가 히죽 웃었다·

“예 바로 그겁니다· 채프먼이 그래도 나름 일을 잘해주었- 에엥?”

건틀렛 위로 나무 뿌리처럼 새겨진 균열을 본 광대의 표정이 순식간에 떨떠름해졌다·

“아니 이건 좀· 누가 건틀렛에 이런 그림을 그려준 겁니까?”

“뭐가 문제지?”

“쓸데없이 불길하지 않습니까· 우연이겠지만 멸목이 엮여 있다면 곤란해요·”

순식간에 말을 바꾼 광대가 투덜거렸다·

“애초에 그건 흑율의 피 밖에 못 다루는 힘이라구요· 이 자리에 명왕을 불러오기라도 할 셈입니까?”

“어렵겠지· 명은 방금 막 진와의 실낙원에 진입했으니까·”

“그래요· 애초에 명은 여러모로 바쁜··· 뭐라구요?”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치던 광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녹도 거의 처음보는 듯한 광대의 경악한 듯한 표정·

하지만 레녹은 건틀렛을 왼팔에 장착한 채 마력을 끌어올렸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건틀렛의 통제를 놓칠 일은 없을거다· 그 부분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린 거였으니까·”

“····”

“방법은 이해했어· 남은 건 이 성역에 존재하는 신의 유해를 정당한 방식으로 훔쳐내는 것 뿐이다·”

치이익···!!

건틀렛 이음새 사이로 증기처럼 뿜어져나오는 검은 파문을 두르고 걸음을 옮겼다·

환술로 감춘 복도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살기의 폭풍·

멀리서 속도를 높이는 기사들과 걸음을 맞춘 레녹이 말했다·

“이쪽에서 먼저 시작하지· 그쪽이 환술로 보조하면서 길을 열어라·”

“···흠· 관심을 많이 못 받는 역할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침묵하던 광대가 팔짱을 낀 채 씩 웃었다·

“하지만 빅터랑 일할때는 어쩔 수 없죠· 같은 특질계 좋다는 게 뭐겠습니까?”

“그딴 관용어구는 없어·”

콰직!!

레녹이 그렇게 대꾸하며 건틀렛으로 허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건틀렛의 다섯 손가락이 공간을 꿰뚫고 얇은 실금을 퍼트렸다·

검은 파문이 회전하는 순간 레녹이 건틀렛을 비틀고 광대한 복도가 통째로 회전하며 뒤집혔다·

콰아아아앙!!!

“큭···!!”

“성역의 공간에 간섭한다고!!”

복도를 타고 달려들던 기사들이 뒤집힌 공간에 맞춰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직후 균형을 되찾은 기사들이 뒤집힌 벽과 천장 사이에서 검을 뽑아 들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레녹이 거침없이 기사들의 대열을 파고들었다·

파앙-!

그림자로브가 길게 늘어지며 한줄기 검은 섬광으로 화한다·

은빛의 갑주과 칼날 사이를 꿰뚫는 섬광과 충돌· 달려들던 기사들이 엄청난 속도로 튕겨나갔다·

터터터터터텅!!!

“우웨에엑!!

“술사 주제에 무슨 힘이···!!”

벽에 머리부터 처박혀 절명하거나 구토하고 팔다리가 부러져 쓰러진 기사들의 비명·

그 와중에도 힘싸움에서 버틴 기사들이 몸을 틀어 번개같이 검을 휘두른다·

쐐애애액!!!

마력을 덧입힌 칼날이 다각도로 회전하며 믹서기처럼 레녹의 신형을 저미고 갈아버렸다·

하지만 레녹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광을 모조리 흘려보내며 마력사를 뽑아 휘둘렀다·

“비켜·”

기사들의 갑주와 칼날 손등과 무릎 사이에 검은 마력사를 이어붙인다·

뒤엉킨 전장 속에서 마력사로 연결된 기사들이 서로를 잡아당기며 넘어뜨리고·

레녹을 스치지도 못한 채 덩어리가 되어 충돌하며 부러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콰직!!

우두두두둑!!

“크아아악···!! 컥!!”

“움직이면 안-”

“마력사를 끊어야···꺼억!!”

“푸하하핫!! 좋습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죠!!”

기사들의 투구를 밟고 머리를 뻥뻥 걷어차며 광대가 폭소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는 기사들의 목에 광대의 단검이 틀어박힌다·

혼란에 빠진 기사들을 밟고 뛰어넘으며 정수리에 단검을 꽂아넣는다·

두 눈이 뒤집힌 기사들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며 좌우로 길을 열어젖혔다·

“빅터 저기 보입니까?”

복도 너머 펼쳐진 거대한 장벽· 황금빛 파동이 물결처럼 번지며 공간을 격리한다·

기이한 공명음을 내면서 다가오는 모든 것을 거절하고 밀어내는 듯한 장벽의 모습·

“저 안쪽입니다· 제가 도망친 사이 길을 막아둔 모양이네요·”

“····”

“특정한 좌표에 같은 기억을 무한히 겹쳐 넣어 계속해서 공간을 복사하고 있는 겁니다· 나유타신궁에 사용된 건조기술 중 하나죠·”

광대가 느긋하게 말했다·

“성역에 구현된 풍경은 황성의 일부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이나 그 기술을 재현하는 지식만큼은 굉장히 세련되어 있어요·”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죽은 신의 유해를 손에 넣고 벌이는 짓의 일종이라는 건가·”

“여기까지 오면 그 친구가 뭘 원하는지 대충 보이지 않습니까?”

레녹의 반문에 광대가 물었다·

“그는 이 얼어붙은 왕국에 만족할 생각이 없어요· 아르스노바의 지식을 이용해 황제 흉내를 내려 하는 겁니다·”

“····”

생각은 하고 있었다·

왕가의 피를 타고 전해지는 혈계이능이 아르스노바의 유전형질 개조와 유사했던 이유·

카바힘의 군주가 아카이브의 지식을 손에 넣고 최종적으로 꿈꾸는 비원의 정체·

“굉장하기 그지없는 소원입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죠·”

광대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단언했다·

“황제가 어떤 존재였는지 안다면 감히 그런 일을 꿈꿀 수도 없을 텐데· 아니 오히려 ‘알고’ 있어서 시도하려는 걸까요?”

“····”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 친구의 허황된 소원 때문에 저희 물건에 손상이 가면 안 되겠죠·”

단검을 쥐고 복도 벽면에 꽂아넣은 광대가 레녹을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할 수 있겠죠?”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건틀렛을 들어 올린 레녹이 그것을 장벽에 박아넣으며 대꾸했다·

콰직!!

분명 이 장벽을 이루는 것은 아론이 아카이브에서 손에 넣은 지식의 결과물이겠지·

아르스노바에서 사용되던 공간조형· 하나의 공간에 풍경을 중첩하는 건조기술·

틀림없이 대륙의 모든 지식이나 문헌을 통틀어 최상급의 가치를 지닌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 레녹은 그런 기술조차 정면에서 깔아뭉갤 수 있는 무구를 가지고 있었다·

치이이익···!!

건틀렛 사이로 검은 파문이 번뜩인 순간 렌즈의 굴절처럼 천장과 바닥이 둥글게 왜곡된다·

굴절된 복도의 풍경이 한바퀴를 돌아 원을 그리면서 처음과 끝이 맞닿은 그 순간·

거대한 장벽이 유리처럼 깨지면서 조각나 흩날리기 시작했다·

와장창!!!

부서지는 장벽 저편에서 장엄한 로비 홀이 펼쳐졌다·

드넓은 로비 뒤에 굳게 닫혀 있는 화려하게 치장된 내문의 모습·

그 앞에 검을 쥐고 선 무표정한 인상의 청년·

“왕도 예하 십정 1기사단장 우르윈·”

흩날리는 금빛 파편 사이로 시간조차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순간적으로 느려진 의식 속에서 눈을 뜬 청년이 중얼거렸다·

“왕가의 뜻에 거역한 반역자를 처형한다·”

“피해···!!”

뇌리를 깊숙하게 찌른 기시감이 사선을 넘고 의식이 순식간에 속도를 되찾았다·

마력사를 뽑아낸 레녹이 광대의 멱살을 쥐고 전력으로 몸을 회전시킨 순간·

우르윈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검광이 수백 미터 로비 홀을 사선으로 베어냈다·

쩌어어어엉!!!!

공간이 베이면서 억지로 이어붙을때 발생하는 귀가 아려오는 파열음·

그 반동만으로 레녹과 광대의 신형이 튕겨 나가 로비 아래로 처박혔다·

“8레벨의 검사· 결과로서 공간에 간섭하는 검기의 보유자입니까?”

콰아아!!!

바람을 맞으면서 데구르르 뒹군 광대가 가늘게 뜬 눈으로 우르윈을 바라보았다·

“기사단장 중 한 명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용하는 검기의 스케일이 말도 안 되네요· 저것도 축복입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지?”

한발 늦게 광대의 옆에 내려선 레녹이 머리 위에 남겨진 검흔을 바라보았다·

공간째로 잘려나간 풍경이 수십미터 가까이 남아 불길하게 일렁이고 있다·

사용하는 검기의 크기와 범위가 말도 안 될 만큼 거대해 파도처럼 넘실대는 수준·

“이 공간 전체가 저 검사의 사정거리 안이겠군·”

“한 번이라도 못 피하면 사지가 개구리처럼 잘려나가겠군요·”

자연스럽게 서로 거리를 벌리며 레녹과 광대가 말을 주고받았다·

광대가 단검에 피를 바르고 레녹이 건틀렛 위로 마력사를 감으며 말했다·

“오래 싸우고 있을 시간은 없어· 빠르게 돌파한다·”

“그런 믿음직한 무기를 혼자만 갖고 말하는 건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광대가 툴툴거리는 사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기사단장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 건틀렛··· 그게 예의 병기인가·”

“아론의 측근답군· 금기병장을 알아보는 건가?”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른다· 다만····”

검을 쥐고 걸어 나온 우르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것이 아론이 추구하는 수단의 일종이라는 건 알고 있지·”

“····”

왕실에 충성하는 기사단장이면서도 아론을 이름으로 부르는 건가·

그동안의 정황으로 보아 저 검사가 다른 기사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레녹은 그것보다도 눈앞의 우르윈에게서 무언가 독특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성대의 울림이나 발음이 굉장히 특이하군···· 목소리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수준이다·”

“예?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광대가 힐끗 시선을 돌렸다·

“그것보다 만나는 사람마다 목소리의 패턴과 발성을 기억하고 있는 건 조금 기분나쁘지 않습니까?”

“입 닥쳐·”

레녹이 광대의 말을 무시하고 물끄러미 우르윈을 바라보았다·

“발성이나 발음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있다· 마치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다 뒤늦게 공용어를 배운 듯한····”

“····”

“그렇군· 너 설마 대륙 바깥의 인간인가?”

바라체다 해방전선처럼 이해의 바다를 건너 온 이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언어적 위화감·

하물며 레녹이 본 대륙 바깥의 인간 중에서도 처음 보는 8레벨의 육체능력자·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직접 포섭해 기사단장 직에 앉혀둔 대륙 바깥의 인간인 건가·

“다른 기사단장들이 너희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이유를 알겠군·”

하지만 우르윈은 레녹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에 손을 올렸다·

“이 대륙에서는 유독 눈치가 빠른 이들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

“어라· 헛소리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 정답을 짚기라도 한 겁니까·”

광대가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건 좀 흥미롭네요· 당신네 왕이 가진 ‘지식’이 대륙 바깥까지 뻗어 있다는 즉-”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까지만 하지·”

키이이잉!!!

부드럽게 허공을 내리긋는 것만으로 칼날을 따라 공간이 잘리면서 공간의 이면을 드러낸다·

공간절단이라는 최상위 검예를 아무렇지도 않게 숨쉬듯이 시전하는 8레벨의 육체능력자·

느릿하게 검을 옆으로 그어 공간을 베어낸 우르윈이 무거운 눈빛으로 레녹을 바라보았다·

“이곳을 지나가게 두지는 않겠다·”

“그런 미적지근한 태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레녹이 냉소하며 걸음을 옮겼다·

양손에 묶은 마력사를 쥐었다 펴며 빠르게 로비 사방에 설치한 레녹이 말했다·

“그리고 이미 늦었어·”

“늦었···?”

후욱!!

그 순간 레녹의 뒤에 서 있던 광대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우르윈의 뒤에 나타난 광대가 화려한 내문을 열며 씩 웃었다·

“연기 좀 괜찮았죠?”

“····!!!”

처음으로 표정이 굳은 우르윈이 검을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머리 위로 휘둘렀다·

검집에서 뽑힌 광채가 허공에서 세번 꺾이면서 가속을 더하고 초음속의 속도로 광대를 뒤쫓았지만·

내문 안으로 몸을 날린 아슬아슬하게 스치지 못하고 빗나가며 광대한 천장을 세로로 베어냈다·

콰아아앙!!!

“쯧···!!”

놓쳤다·

순식간에 판단을 마친 우르윈의 검광이 허공을 타고 두 번 더 꺾이면서 방향을 전환·

로비의 벽을 찢어발기고 순식간에 레녹의 목을 향해 공간을 뛰어넘어 짓쳐든 찰나·

레녹의 앞에 나타난 안타레스가 한 손으로 우르윈의 검격을 받아쳐 튕겨냈다·

쩌어어어엉!!!

폭발하는 충격파 속에서 우르윈과 안타레스가 서로를 마주본다·

담담한 얼굴로 손을 쥔 안타레스가 우르윈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이쪽은 내가 맡지·”

“···안타레스?”

“이제부터는 나도 예지할 수 없는 영역이야·”

안타레스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목을 꺾었다·

“여기까지 오면 내가 힘을 보탠다 해도 미래와 크게 어긋나는 일은 없겠지·”

“····”

“가봐·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예지를 사용해 레녹을 아카이브로 안내한 뒤 왕도에 남아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건가·

레녹이 이 왕도 지하에 숨겨진 것과 가장 가까워진 바로 이 순간·

공략작전의 결과를 예지할 수 없어지며 작전의 성패조차 흐려지는 지금 안타레스가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면·

적어도 광대가 이 예지자를 이번 작전에 참가시킨 의미만큼은 확실히 다 했을지도 모르지·

침묵하던 레녹이 곧바로 속도를 높여 로비를 주파했다·

안타레스와 마주 선 우르윈을 지나 열린 내문을 향해 발을 디딘 그 순간·

화아아악!!

레녹은 성역 최심부에 펼쳐진 눈이 펑펑 쏟아지는 거대한 설원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부서진 하늘 위에 떠오른 흑색의 고리· 그 아래 흐르는 검은 눈물을 맞으며 얼어붙은 옥좌·

검은 얼음처럼 얼어붙은 옥좌에 잠든 온몸이 낡고 금이 간 거대한 기사의 모습·

차가운 혜성·

북대륙에 추락해 그 기후를 반영구적으로 뒤바꾼 재해·

승천자에게 죽어 그 유해와 잔재만이 남은 죽은 외신·

그 죽은 신의 품에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눈을 감은 채 마주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신의 힘을 금기병장으로 삼아 휘두르기 위한 의식을 진행 중이었는지 레녹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

‘아론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유해를 빼앗아야 한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직감한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걸음을 내디딘 찰나·

쩌어어어엉!!!!

눈앞의 모든 것이 새하얗게 일그러지며 레녹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죽은 신의 유해를 인지한 찰나 레녹의 시선 자체를 얼려 붙이는 신기·

마치 바라보는 것조차도 감히 허락하지 않는다는 그 압도적인 위용·

“빅터···!!”

콰앙!!

왼팔이 새하얗게 얼어붙은 광대가 레녹의 옆에 추락해 나뒹굴었다·

옆구리에는 날카로운 얼음파편이 군데군데 박혀 있고 발목과 등이 얼어붙은 모습·

하지만 광대는 그 와중에도 고통을 무시하고 일어서며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래쪽입니다· 피해요!!”

“···!!”

쩌저저저저정!!!

발아래 눈밭이 폭발하듯 솟구치며 수십 미터 크기의 얼음기둥이 솟구친다·

날카로운 얼음파편이 말뚝처럼 떨어지며 몸을 찢어발길 것처럼 쇄도했다·

공간 전체가 동결되고 응축하며 존재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문] 너머 존재하는 이계의 성역· 그 최심부에 잠든 죽은 신이 내뿜는 메아리·

죽은 신의 잔재가 자신과 하나가 되려는 아론의 존재를 거부하며 반동을 토해내고 있는 것일까·

콰직!!

광대가 떨어지는 얼음파편을 어깨로 받아내며 단검을 물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사방에서 튕긴 얼음이 매끄러운 거울처럼 번뜩이며 반사광으로 서로를 녹였다·

“길을 열겠습니다· 빨리···!!”

안타레스가 우르윈의 발을 붙잡고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

조금 있으면 살아남은 기사단이 돌아와 도망칠 길을 남기지 않고 포위하겠지·

무엇보다 아론이 의식을 마치고 깨어나기 전에 죽은 신의 유해를 훔쳐내야 한다·

하지만-

팟!!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억누르고 레녹이 점멸을 사용· 붕괴하는 크레바스를 타고 가속했다·

쿠과과과과!!!

까마득한 절벽처럼 펼쳐진 거대한 얼음 파편 사이로 낮게 비행하며 속도를 높인다·

차가운 혜성을 향해 다가설수록 냉기가 강해지며 공간이 뻑뻑해지고 감각이 둔해지지만·

그때마다 광대가 환술로 주변의 환경을 바꾸면서 길을 열어주었다·

쾅!!

건틀렛을 내리쳐 반동 삼아 몸을 튕겨 올린다· 무게중심을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력사를 뽑았다·

견갑 사이에 마력사를 건 레녹이 그 품안에서 눈을 감은 아론의 얼굴을 코앞에서 스쳐 지나가고·

아론의 뒤에 잠든 죽은 신의 유해· 그 심장 부근을 향해 그대로 유리색 건틀렛을 때려 박았다·

파아아아앙!!!!

개기월식 같은 거대한 흑색의 파동이 얼어붙은 기사의 몸을 그대로 휩쓸고 회전했다·

거대한 기사의 갑주 전체가 크게 들썩일 정도로 강렬한 충격· 직후 찾아오는 고요한 정적·

하지만 가면 안쪽에서 레녹의 표정은 미묘하게 굳어 있었다·

‘역시 이건····’

죽은 신의 유해가 반응하지 않는다·

얼음작인을 통해 대화했을 때는 분명 의식이 있었는데 직접 마주한 뒤에는 일체 반응이 없던 이유·

레녹이 성역에 들어온 직후 기척을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반응이나 동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역시 그건-

반응하지 않는다·

얼음작인을 통해 대화했을때는 분명 의식이 있었는데 직접 마주한 뒤에는 일체 반응이 없던 이유·

레녹이 성역에 들어온 직후 기척을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반응이나 동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역시 그건-

“어느쪽이 먼저였으리라 생각하느냐?”

레녹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

어느새 눈을 뜬 아론이 무표정한 얼굴로 레녹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신의 잔재를 손에 넣는 것이 먼저일까· 승천자의 위신권역을 손에 넣는 것이 먼저일까?”

“····”

“정답이 없는 질문이나 그렇기에 대답을 정해야 했지· 과인이 내린 답은 간단하다·”

쩌어어엉!!

그 순간 아론의 등 뒤에서 얼어붙은 빛의 고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얼어붙은 헤일로처럼 일그러진 원이 강렬하게 회전하며 시공을 멈춰 세운다·

새하얗게 얼어붙은 서리고리를 중심으로 여섯 장의 날개가 솟구치며 둥글게 그 몸을 휘감았다·

콰아아아아!!!

아론을 중심으로 퍼져나온 청백색 파동이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어 성역을 가로지른다·

크레바스가 붕괴하고 눈사태가 일어나 새하얀 파도처럼 흩날렸다·

일개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의 잔상·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미 죽은 신의 유해를 손에 넣고 통제하는 것에 성공한 건가·”

천천히 시선을 내린 레녹이 아론을 돌아보았다·

“처음부터 알면서도 일부러 이쪽을 기다리고 있었군·”

레녹의 건틀렛에 차가운 혜성의 혼이 반응하지 않은 이유·

수천에 달하는 인간을 얼리고 재능을 보존해 가공하며 힘을 끌어다 제물로 삼아·

아카이브에 존재하는 지식을 양면성의 재능으로 취해 그 방법조차 손에 넣고·

아론은 죽은 신의 유해를 금기병장으로 가공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쿠구구구구!!!!

요동치는 성역의 바깥에서 수백에 달하는 강렬한 기척이 빠르게 접근해 온다·

레녹과 광대가 상대하지 않고 환술로 따돌렸던 왕도 예하 십정 기사단·

왕도의 축복을 받아 그 힘을 극적으로 증강시키고 전투준비를 마친 최정예 초인집단·

“여기가 마지막이다 조작술사·”

거대한 기사의 손 위에서 레녹과 마주한 아론이 말했다·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할 생각은 없으니· 이것으로 그대의 존재는 온전히 이 나라를 위해 ‘사용’되겠지·”

“····”

“과인의 앞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카바힘의 영광을 기리며 발에 입을 맞추도록·”

눈보라 속에서 아론의 눈동자가 새하얗게 번뜩였다·

“아니면 과인이 그대를 위해 직접 그 머리를 밟아야 하겠느냐?”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내게 필요한 것은 여기 남아 있었으니까·”

“···뭐라고?”

후욱!!

건틀렛을 쥔 레녹의 손이 죽은 신의 심장을 대신하는 검은 구체를 움켜쥔다·

[만다라 개방·]

위신권역 만다라· 승천자가 다음을 위해 남겨둔 최후의 보험·

그가 사용하는 조작술식의 극치를 담은 정수이자 외신의 죽음조차 보관하는 영원한 그릇·

하지만 레녹에게 있어서 이것은 단순히 그런 의미만이 아니다·

아카이브의 기억을 보고 세 번의 세계를 넘어·

자신이며 자신이 아니었던 미혹과 미답의 순간을 지나·

그가 만다라 안에 남겨둔 것이 눈을 뜨는 그 순간·

레녹은 어둠 속에 남겨진 안배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초월계통 고유마법 발현·]

[세계 10법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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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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