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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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7화

종언의 운명(8)

왕도 중심부에 떨어진 금기병장 ‘비애’의 포격·

인간의 고통을 원료 삼아 시동을 건 배덕의 병기가 거리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아!!!!

창백한 빛이 복잡한 시가지를 관통하며 지나가는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유기물과 무기물을 가리지 않고 대상에게 동력이 된 감정을 강제로 부여·

그 원형이 남지 않을 만큼 채워 넣고 부풀어 통째로 터트리고 증발시킨다·

수백 가지 구조물을 휩쓸어 지도에서 지워 버리고 그 사이의 생명조차 일절 남기지 않는 전술포격·

팟!

기후 자체가 통째로 일변하면서 눈이 내리고 얼어붙은 왕도 시가지·

번화가 인근 시계탑에 올라탄 레녹이 혼란에 빠진 도심을 내려다보았다·

‘프레이야의 콘서트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시 밖으로 나가 있지만····’

왕도 안에 남아 있던 기사단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술주의 포격을 피하지 못했다·

레녹과 술주를 포위하고 있던 9기사단이 전멸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기사단까지 피해가 미친 바·

설마하니 금기병장을 왕도 중심에 냅다 쏘아서 포위망을 뚫고 혼란을 부추기려 할 줄이야·

광대도 그렇지만 술주의 사고방식이나 발상 역시 범인의 수준을 아득하게 뛰어넘어 있다·

콰과과과광!!!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와 지진이 난 것처럼 거칠게 흔들리는 지축·

포장도로가 사방으로 갈라지고 지지대를 잃은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다·

얼어붙은 왕도를 관통하듯 포격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가 통째로 증발한 기괴한 풍경·

지지대를 잃고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판데모니엄이 왕도를 습격했다!!”

“십정 9기사단 전원 전멸· 생존자 없음···!!”

“8기사단 전원· 행동거지가 수상한 자를 잡아 심문에 임하라!”

“대륙 최악의 범죄집단이다· 발견 직후 왕실에 보고하여 증원을 요청하도록···!!”

콰과과과!!!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왕도의 건물 벽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다·

검과 도끼 창대를 쥐고 이를 악문 채 살기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탐색 중인 모습·

시계탑 뒤에 숨어 있던 레녹이 거리가 조용해진 다음에야 걸어 나왔다·

느릿하게 손을 쥐었다 펴며 가볍게 상태를 점검한 레녹이 생각에 잠겼다·

‘회복된 마력은 절반 정도· 금기병장을 사용하면 앞으로 두세 번 정도인가·’

건틀렛은 실재하는 물리법칙을 직접 조작가능한 신기이나 막대한 마력을 잡아먹는다·

아론과 [뒷문]을 여는 도중 고성 지하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며 마력이 크게 소모된 상황·

왕도로 복귀하는 도중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만전의 상태는 아니다·

술식을 사용할 시기와 장소를 신중하게 골라야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수 있겠지·

‘술주는 광대가 오늘 안으로 공략작전을 끝낼 생각이라 말했다· 광대는 먼저 [문]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생각에 잠겨 있던 레녹이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문]을 찾아서 곧바로 성역에 진입해 만다라를 손에 넣는다·’

왕도 지하에 위치한 [문]의 위치는 당장 레녹의 마력감지로 느껴지지 않는 상황·

하지만 레녹과 별도로 행동하던 판데모니엄의 다른 멤버들이라면 문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안타레스는 멤버들이 왕도 곳곳에 흩어져 각자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으니 일단 근처에 있는 멤버를 찾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

팟!!

건물 사이에 마력사를 걸고 튕기며 도약해 불타는 거리 위로 가속한다·

흑색 로브를 전신에 두른 채로 지면 위를 낮게 비행하는 레녹의 신형·

쐐애애액!!

스쳐 지나가는 건물과 가로등 사이에 마력사를 걸고 당기며 속도를 높인다·

중심부 번화가를 가로지르면서 마력감지를 돌리고 사방의 기척을 탐색해 나간다·

수십에서 수백· 수천에서 수만·

지금 이 순간에도 왕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명반응을 모조리 읽어내 판별하고·

빠르게 확장되는 감각 속에서 익숙한 기척을 발견해낸 레녹이 마력사를 잡아챘다·

끼익!!

“···찾았다·”

대략 5㎞ 근처에서 느껴지는 얼음처럼 싸늘하고 날카로운 기척 소류다·

여기서 대략 몇 블록만 넘어서면 육안으로 들어올 만한 거리·

다만 특기한 점이라면 소류와 비슷한 기척이 몇 개 더 있다는 점일까·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소류가 있는 곳에 도착한 레녹은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콰아앙!!

불타는 거리 사이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무수한 얼음파편·

솟구치는 얼음 기둥 사이로 소류의 신형이 뒤로 쭉 튕겨 나갔다·

촤아악!!

얼어붙은 길 위로 미끄러지며 누군가와 빠르게 공방을 주고받는 소류의 모습·

주먹을 쥐었다 펴며 맞댈 때마다 싸늘한 한기가 폭발하며 자욱한 서리를 퍼트리고·

[빙련화(氷鍊花)]

쩌어어어엉!!!

“큭···!!”

거대한 얼음꽃이 제 자리에 피어오르며 소류가 그대로 휩쓸려 나뒹굴었다·

뺨에 서리가 어린 소류의 무표정한 얼굴· 그 시선은 폭발한 얼음꽃의 중심부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은 왕도에서 추방당한 뒤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구나·”

쿵!!

거대한 얼음꽃의 중심부에서 걸어 나오는 소류와 닮은 분위기를 가진 청년·

오만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 청년의 주변에서 새하얀 냉기가 회전하고 있었다·

“혈계이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건 물론이고 여전히 미천하고 볼품없기 그지없군·”

“카바힘에서 추방당한 왕족과 기사를 세자면 끝도 없지·”

소류가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니면 이제 와서 형 대접이라도 받고 싶어진 건가?”

“이 왕실에서 형제의 우애라는 건 다 그런게지· 아버지도 숙부의 팔을 직접 잘라내지 않았더냐·”

청년이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는 내 동생의 팔이 아니라 머리 정도는 잘라내야 속이 시원할 것 같구나·”

화아악!!

소류와 청년이 손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 손안에 막대한 냉기가 모여든다·

거리의 온도를 대번에 낮추고 순식간에 영하 아래로 끌어내리는 강력한 혈계이능·

대기를 얼려 붙인 냉기가 형태를 갖추고 서로를 향해 충돌하려던 그 순간·

허공에서 나타난 레녹이 소류의 앞에 내려섰다·

“다른 놈들은 어디에 있지?”

“···!!!”

두 눈을 크게 뜬 소류가 쏟아내려던 이능을 돌려세우고 허공에서 엇갈린 얼음파편이 사거리를 교차해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새하얀 얼음의 파도가 도로 위로 쏟아지며 버려진 차량과 신호등을 휩쓸었다·

거리의 반쪽을 완전히 뒤덮고 무너뜨리며 얼려 부숴 버리는 강렬한 이능의 발현·

하지만 레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소류를 돌아보고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빅터?”

레녹의 뒤에 펼쳐진 거대한 방패가 쏟아지는 얼음파편을 모조리 막고 있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레녹을 바라보던 소류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위장마법을··· 풀었군· 왕궁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 건 그만둔 건가?”

“그만두다 못해 공적이 되어 쫓기고 있지·”

“뭐?”

“설명은 됐다· 다른 놈들은 어디에 있지?”

“···왕도 전역에 흩어져서 각자 움직이고 있다·”

“[문]의 위치를 찾기 위해 따로 행동하고 있었군·”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순간 소류가 답지 않게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비롯한 멤버들은 개인적인 동기로 이번 작전에 참가했으니까· [문]을 찾는 겸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지·”

“····”

이 와중에 공략작전보다도 카바힘 왕도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하고 있었다는 건가·

하기야 접합술주가 그동안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었는지 생각하면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판데모니엄이 조직으로서 결속력이 전혀 없다는 건 알았지만 새삼스레 실감해 본 건 오랜만의 일·

[이런 유기체들에게 마스터의 힘을 빌려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구요·]

“그래도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다·”

다비가 품 안에서 투덜대는 사이 소류가 변명하듯 말을 덧붙였다·

“왕궁과 시청 인근에 고위 기사와 왕족들이 집결해 있다· 일단 그쪽을 탐색하고 있었는데-”

“네가 바로 폐하의 대계를 망쳐버렸다는 무도한 혈족이로군·”

쾅!!

솟구치는 얼음기둥 위에 선 청년이 싸늘한 표정으로 레녹을 내려다보았다·

왕도의 얼어붙은 이 환경 자체가 오히려 그에게는 더욱 잘 맞는 것처럼 사방의 냉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숙한 실력·

“고성에서 네가 저지른 일 때문에 왕실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쿠구구구!!!

손짓 한 번으로 사방에 얼음기둥을 만들어 길을 막고 무대를 만든 청년이 냉소했다·

“네 사지를 잘라 절단면을 얼리고 머리만 남겨 진상하면 계승서열을 올리는데 꽤나 도움이 되겠구나·”

“4왕자 오시엔· 왕실의 직계혈족이다· 왕자들 중에서도 강력한 혈계이능을 타고난 쪽이지·”

소류가 설명했다·

“왕가의 피를 강하게 물려받아 집요하고 신경질적이다· 지금까지 쫓기던 건 놈과 내 이능의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이었고·”

“자기소개를 하는 거냐? 형제답게 비슷한 성격인 모양이군·”

“···내가 놈을 잡고 있을 테니 너는 왕궁으로 가라·”

소류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의 귀빈으로 대접을 받았다면 길을 찾는 건 가능하겠지· 그동안 내가 시선을-”

쐐애애액!!!!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소류의 머리 위로 길쭉한 고드름이 내리찍혔다·

서리가 폭발하면서 얼어붙은 도로가 쪼개지고 충격으로 버려진 차량이 연달아 폭발했다·

콰과과광!!!

폭발한 차량의 열기조차 멀리 뻗지 못하고 얼어붙어 멈춰서는 냉기의 저편·

어느새 소류의 뒤에서 처음 보는 남녀 두 명이 손을 뻗고 서 있었다·

“이놈들도 너와 같은 왕족인가?”

“···그래·”

쩌저적···!!!

반신을 얼음으로 바꾸어 공격을 흘려보낸 소류가 레녹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직전에 떨어진 이능의 폭격을 정면에서 허용하고도 상처하나 없는 레녹의 모습·

눈앞의 조작술사가 소류 자신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강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

화악!!

주변의 냉기를 팔에 감아 아대처럼 만든 소류가 시선을 돌렸다·

“아까 했던 말은 전언 철회하지· 여기서부터는 네 판단에 맞추겠다·”

빅터는 광대와 함께 교단 최고위 사도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

여기서는 소류가 빅터의 판단이나 동선에 맞춰서 행동을 정하는 편이 오히려 낫겠지·

하지만 레녹은 소류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들을 포위한 왕족들을 바라보았다·

“접합술주의 기척이 잡히지가 않는군· 벌써 몸을 내뺀 건가·”

“···뭐?”

“다른 놈은 거의 다 찾았다· 이제 움직이지·”

지금껏 상황을 방관하던 것 자체가 왕도 중심에서 탐지를 돌리기 위해서였던 건가·

소류가 아연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 찰나 레녹은 4왕자의 눈앞에 서 있었다·

팟!!

“감히-!!!”

장갑을 낀 손으로 오시엔의 얼굴을 덮은 순간 왕자가 발작하듯 이능을 휘둘렀다·

자욱한 냉기를 순식간에 그러모아 날카로운 가시의 형태를 갖추고 아음속의 속도로 쏘아낸다·

하지만 레녹은 코앞에서 사출된 얼음가시를 보지도 않고 건틀렛으로 모조리 쳐내버렸다·

터터터텅!!!

“뭐 이게 뭔-!!!”

마력 없이 가볍게 주먹을 쥐는 것만으로 건틀렛 위로 검은 파문이 터져 나와 이능을 튕겨내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오시엔의 얼굴을 덮은 채 오른손으로 쥐어 쓸어내린다·

손끝에서 떨어진 마력사가 회전· 살갗 아래를 파고들며 근육과 힘줄 신경과 뼈를 통째로 베어냈다·

서걱!!

“···!!!”

레녹의 손이 스쳐 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몸을 탈출해 붕 떠오르는 오시엔의 머리·

다른 왕족들이 눈을 부릅뜬 순간 오시엔의 몸이 그 자리에서 얼음으로 화해 무너졌다·

촤아아악!!

근처의 얼음기둥이 형태를 잃고 무너지며 그 안에서 새로운 오시엔이 나타났다·

걷지도 못하고 창백한 안색으로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는 4왕자의 모습·

“허억 허억···!!! 뭐냐 이게 대체 무슨···!!!”

“전신을 얼음으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얼음 속에서 육체를 새롭게 조형할 수 있는 건가·”

레녹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결국 아론에 비하면 시답잖은 수준이다· 그자가 자기 자식들을 고작 이 정도로 키웠다고?”

“네 네놈이···!!”

가면 안으로 눈을 가늘게 뜬 레녹이 냉소했다·

“딱히 살려둘 가치는 없겠군·”

콰직!!

대답하기도 전에 레녹의 건틀렛이 오시엔의 머리를 틀어쥐었다·

일말의 반응조차 할 수 없는 마치 공간을 뛰어넘는 듯한 신속·

손목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검은 파문이 오시엔의 머리 뒤로 피어오르고·

파아아앙!!!

검은 파문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며 오시엔의 몸이 부르르 떨다 축 늘어졌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오시엔의 눈과 코에서 검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네놈!!”

“감히 왕족의 몸에 손을!!!”

처참하기 그지없는 시체의 모습에 경악한 다른 왕족들이 전력으로 이능을 발동·

저릿한 한기가 폭발하며 레녹이 서 있는 곳에 거침없이 내리찍혔다·

파아아아앙!!!!

얼음의 파도와 빙결기둥이 연달아 솟구치며 지상을 부수고 암반을 잡아 벌린다·

공기가 크게 수축하다 멈춰 서고 얼어붙는 수준의 강렬한 기온조작·

하지만 레녹은 쏟아붓는 얼음파편을 피하지 않고 손목에 감은 마력사를 잡아당겼다·

그것만으로 사방의 건물이 수십 조각으로 절단 나며 왕족들의 머리 위로 무너졌다·

콰과과광!!!

“뭐 뭐냐!! 이게 뭔···!!”

“아 앞이 안 보여···!! 감각이!!!”

무너진 건물 사이로 마력사 파편이 흩날리며 플레어처럼 감각을 교란한다·

당황해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한기를 뿜어내는 왕족들의 모습·

“조작술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건가·”

하지만 레녹은 발작하는 왕족들에게 굳이 접근하지도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

“혈계이능의 발현도를 확인해 보고 싶은데 더 뽑아낼 것도 없겠어·”

검지와 중지를 꼬아 실뜨기를 하듯 손가락 사이에 묶은 마력사의 매듭을 당겨 풀어낸 순간·

건물 사이에서 사출된 수십가닥의 마력사가 엄청난 속도로 두 왕족의 몸을 파고들었다·

파바바박!!!

“악!”

“컥···!”

외마디 비명과 동시에 두 남녀의 몸이 마력사에 꿰여 멈춰 선다·

사출된 마력사가 회전하며 살점과 근육을 파고들며 팔다리를 관통하고 붙들어 세웠다·

건물 파편 사이에 실로 꿰어 피투성이가 된 채 매달린 왕족들의 모습·

숨이 끊어진 왕족들의 시체를 뒤로하고 레녹이 걸음을 옮겼다·

“시청으로 가지· 그쪽에 인형술사가 있다·”

“····”

“그놈이라면 인형을 사용해 왕도 전역에서 정보를 수집해 왔을 테니 아는 것이 있겠지·”

“···태어날 때부터 무기와 이능을 다루는 훈련을 받아온 이들이다·”

소류가 조용히 시체가 된 왕족들을 응시했다·

“오래는 못 살 종자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장난감처럼 농락당하다 죽을 거라곤··· 조작술식은 정말 기괴한 힘이군·”

“감상은 다 끝났나?”

“····”

카바힘의 왕족 출신인 소류는 이들이 얼마나 뛰어난 초인인지 알고 있었겠지·

그럼에도 왕족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은 것이 나름 충격이었을까·

“···가지· 시청은 이쪽이다·”

빠르게 감정을 수습한 소류가 앞장서 레녹을 시청 쪽으로 안내했다·

거대한 시계탑이 세워져 있는 넓은 광장· 큼지막한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청사·

청사 입구에는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쩌어엉!!

레녹을 발견하고 검을 뽑아든 기사를 마력사로 잡아 던지고 소류의 이능으로 얼려 붙인다·

전신이 딱딱하게 얼어붙은 기사를 철퇴처럼 휘둘러 청사의 문을 열어젖혔다·

쾅!!

왕족 기사 민간인과 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피범벅이 된 채 널브러진 시체들·

앞장서던 소류가 피범벅이 된 복도와 로비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체비엔· 인형으로 만들 소체라도 찾고 있던 건가· 손속이 필요 이상으로 과하다·”

“한 명 더 있군·”

“···뭐라고?”

“인형술사가 죽인 인간과 다른 놈이 죽인 시체가 섞여 있다·”

피잉!!

아직 살아 있는 기사에게 마력사를 쏴 숨통을 끊은 레녹이 근처에 죽어 있는 다른 시체를 뒤집었다·

“피부 위를 때려 동맥을 끊어낸 거다· 굉장히 수준 높은 무예의 흔적이군·”

“····”

“다만 이 느낌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린 레녹이 자연스럽게 앞장서고 소류가 뒤를 따른다·

청사 안으로 들어갈수록 피 냄새가 강해지고 널브러진 시체의 훼손도 심해졌다·

화풀이를 하듯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할퀴어낸 듯한 시체들을 지나 가장 안쪽의 시장실로 향한 순간·

소류가 고개를 푹 숙이는 것과 동시에 복도 벽면 양쪽으로 칼날이 튀어나왔다·

콰아앙!!

레녹과 소류가 서 있는 자리를 도려내듯이 짓쳐드는 수십 갈래 검광·

동시에 복도 양쪽 벽이 박살 나며 고위 기사들이 서슬 퍼런 기색으로 걸어 나왔다·

“조작술사···!!”

“네놈들이었나· 네놈들이 한 짓이었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시장실을 포위하고 핏발 선 눈으로 검을 겨눠오는 모습·

“포위망이었나·”

살을 에는 듯한 저릿한 살기에 소류가 굳은 표정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냉기를 두르고 얼음의 칼날을 조형해 움켜쥔 소류가 레녹을 힐끗 돌아보았다·

“한쪽은 내가 맡지· 길을 뚫는 건 맡겨도 되겠나?”

“그렇군·”

레녹이 그렇게 대꾸하며 눈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쪽에서 [문]의 위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건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뭐?”

“이 청사에 모여있는 시체들· 인신공양의 제물로서 죽은 다음에도 이용당하고 있었군·”

힐끗 시선을 치켜든 레녹이 중얼거렸다·

“급한 대로 금술을 사용해 [문]의 기척이나 위치를 지우려고 한 거다· 그리고 아마 그 이유는-”

레녹말고도 [문]을 찾고 있는 또 다른 존재가 있기 때문이겠지·

“설마···!!”

말하지 않은 말의 의미를 이해한 소류가 경직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 찰나·

촤악!!

섬찟한 절삭음과 함께 레녹에게 검을 겨눈 기사의 몸이 좌우로 쩍 갈라졌다·

정수리부터 배 아래로 갈라지며 내장과 피를 그 자리에서 쏟아내는 기괴한 모습·

철퍽!!

“이런·”

순식간에 죽어버린 기사의 시체 뒤에 중절모를 쓴 노인이 미소짓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저번에도 우리 이런 곳에서 만나지 않았던가?”

중절모를 쓰고 정장을 입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우아한 몸짓·

손에 쥔 검은 피투성이에 살점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흉악한 모습이다·

기사의 목을 베어낸 노인이 인자하게 웃으며 레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꾸 자네에게는 못 볼 꼴을 보여주는 것 같군· 이거 미안하게 됐어·”

“···이자는·”

“5사도·”

딱딱하게 굳은 소류를 무시하고 레녹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귀도 교단 극대전력· 다섯 번째 사도 엘드리히·

토커퍼즈에서 상대했던 최고위 화신체이자 카바힘의 전직 기사단장이기도 한 8레벨의 육체능력자·

레녹과 광대를 상대로 패퇴했던 교단이 이 시점에 다시 왕도에 난입한 것인가·

하기야 왕도가 혼란에 빠진 지금만큼 교단이 움직이기 좋은 시기는 없을 터·

“흠 글쎄· 캄로달이 패배한 시점에서 그 계획이 얼마나 의미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엘드리히는 중절모를 매만지며 느긋하게 걸음을 돌려세웠다·

“오랜만에 왕도에 돌아온 김에 해묵은 기억을 되살릴 겸 익숙한 곳을 거닐고 있었는데····”

사방을 포위한 기사들은 완전히 무시하고 레녹과 마주한 노인이 웃었다·

“지금처럼 잠깐 정도라면 자네와 협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무슨 말이지?”

“지금쯤이면 폐하께서는 [문] 안에서 한참 성역의 힘을 조정하고 계시겠지·”

노인이 중절모를 매만지며 표정을 슬쩍 가렸다·

“다만 기사 된 도리로 왕도에 돌아와 옛 주군을 뵈러 가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않겠나·”

“····”

“왕도에 돌아온 김에 오랜만에 폐하를 뵈러 갈 생각인데 자네도 함께할 생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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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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