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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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2화

종언의 운명(3)

콰아아앙!!!

거인화한 질리언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흔들리는 지하공동·

붕괴되어가는 연구동 시설과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얼음관·

차가운 살의를 품고 검을 든 기사들과 서리거인의 품에 얼어붙은 아론바이거 카바힘의 모습·

후욱···!!

아론의 입에서 흘러나온 숨결이 그대로 얼어붙어 차가운 눈보라가 된다·

얼어붙은 온몸이 서리 사이로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이 광대한 공동 전역에 보관되어 있는 수천 개의 얼음관·

그 중심부에서 보존된 모든 재능과 마력을 한 번에 거둬들이고 있는 왕의 자태·

“위대한 목표를 향한 여정에서 어느 정도의 희생과 거짓은 필요불가결한 일이지·”

쩌적 쩌적···!!

아론이 입을 열 때마다 뺨을 뒤덮은 얼음이 갈라지며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다소 과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구나·”

“····”

“그대를 위해 억지로 자아낸 거짓말이 모래성처럼 위태로워 매사 칼날 위를 걷는 것과도 같았으니·”

천천히 눈을 뜬 아론이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이런 방식의 계책은 과인과는 어울리지 않는군·”

“거짓말을 했다는 자백을 그딴 식으로 거창하게 돌려 말할 수 있는 것도 재주로군·”

레녹이 비웃으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폐허 속에서 하나둘씩 검을 뽑아드는 기사들의 숫자를 헤아리며 레녹이 물었다·

“처음부터 전부 알면서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니 오히려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아닌가?”

“틀렸다· 이것은 과인의 실수에 대한 자백이 아니라 반성에 가까우니·”

아론이 눈을 감았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그대라는 인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과인의 잘못· 곧 부덕의 소치구나·”

“····”

“저주받은 혈족임을 알면서도 그대를 믿고 같은 목표를 위해 헌신하리라 방조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작금의 모든 사태가 과인의 책임이로다·”

쩌적!!

파아앙!!!

얼어붙은 한 팔을 들어올리는 것과 함께 산산조각 나 부서지는 서리 파편·

흩날리는 얼음조각 사이로 레녹을 내려다본 아론이 조용히 말했다·

“그러니 이제라도 오늘의 실패를 주워 담는 것은 분명 과인의 몫이 되어야겠지·”

‘분위기가····’

쿠구구구!!!

얼어붙은 목소리와 가라앉은 표정· 그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서늘하며 무겁고 둔중하다·

손짓과 음색· 의지와 시선· 그 모든 동작과 의념이 강렬한 중압감이 되어 짓누르는 듯한 기분·

죽은 신에 대해 감정적인 태도를 보이던 그 모습조차 레녹을 상대하기 위해 꾸며낸 기만이었나·

왕의 위엄이라는 형태 없는 개념을 함축해 실체화시킨다면 이러한 느낌일까·

“여기 왕가의 보고에 그대의 재능과 존재를 ‘보존’하여 영원에 이르는 다리를 놓을 것이니·”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마력을 끌어올린 그 순간 아론이 들어 올린 손이 레녹을 가리켰다·

그의 검지가 가리키는 방향이 정확하게 레녹의 심장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은 찰나·

가라앉은 눈빛으로 레녹을 바라보며 아론이 고했다·

“그대 역시 저주받은 몸과 마음을 바쳐 오늘의 과오를 속죄할 수 있도록 하여라·”

콰앙!!

아론의 뒤에 부유하던 얼음관 중 하나가 부서지며 날카로운 작살이 떨어졌다·

바다처럼 푸른 광채를 품은 길쭉한 작살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가속·

찰나의 순간 소리를 넘어 반응할 새도 없이 레녹을 꿰뚫으려던 순간·

“아니 그건 안 되지·”

레녹의 앞에 나타난 거인의 손이 떨어지는 작살을 허공에서 움켜쥐었다·

콰직!

카가가각!!!

거인의 손안에 잡힌 작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그 손바닥을 갈아버릴 듯이 경련한다·

그 마찰열로 손아귀 안쪽으로 격렬한 불꽃이 튀기면서 거센 소음을 쉴 새 없이 흩뿌렸다·

하지만 질리언은 자신이 잡아챈 작살을 내려다보지도 않고 아론을 응시했다·

“그딴 식으로 말을 돌리면 안 되잖아 형님·”

“질리언·”

“이렇게 많은 인간을 죽지도 못하게 얼려놓고 신의 힘까지 욕심이 나 도둑놈을 끌어들인 건가·”

질리언이 아론을 내려다보며 냉소했다·

“승천자를 부활시켜 써먹겠다는 그 정신 나간 발상이 정녕 이 나라의 왕이 할 일이 맞아?”

“여기 보존된 건 왕가에 거역한 범죄자와 중앙의 전쟁포로 교단의 사제로 이루어진 소체다·”

질리언의 추궁에도 아론은 담담하게 말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악이었으니 왕가의 번영을 위해 그 재능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속죄인 셈이다·”

“민간인도 네 힘으로 보존해서 얼려두었잖냐· 쓸모없으니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질리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인신공양이야· 교단과 대체 뭐가 다른 거냐···!!!”

“다르지 않다· 과인 역시 인정했지·”

부아아아앙···!!!

아론이 손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얼음결정으로 이루어진 무구들이 솟구쳤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강해져도··· 혼자서는 이 세계에서 한 줌의 메아리조차 될 수 없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말이다·”

쩌저저적!!

얼음으로 빚은 무구 위로 소체의 재능이 더해지며 이능을 품은 무기가 된다·

문양이 그려진 곡도· 절규하는 얼굴이 새겨진 대검· 핏빛 장창· 뱀의 머리를 한 언월도·

아티팩트의 범주를 초월한 금기병장의 모사품이 아론의 의지에 따라 허공에서 회전했다·

왕가의 혈계이능을 통해 인간을 ‘보존’하고 그들의 재능과 태생을 왕가의 재산으로 가공·

그렇게 만들어진 무구들은 모두 카바힘을 지배하는 군주의 재산이자 곧 무기·

얼음으로 만들어진 무수한 무구 사이에 둘러싸인 아론이 말했다·

“교단이 오지 않은 종말에 기대 구원을 얻으려 한다면 과인은 그 종말조차 지워낸 힘을 내세에 다시 가져오리라·”

아론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문] 너머에 잠든 신의 유해는 반궁 스스로 그를 꿈꾸었다는 증거· 그렇기에 오직 과인만이 그 의지를 잇고 이렇게-”

“아론! 이 미친 새끼가-!!”

질리언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마력을 끌어올리고 아론이 손을 내렸다·

거인의 주먹이 회전하는 것과 동시에 아론의 뒤에서 서리거인이 동시에 팔을 뻗고·

두 거인의 서로를 향해 동시에 주먹을 휘두르며 거대한 공동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콰아아아아앙!!!!

공동 전체가 크게 기울어지며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충격·

폭발과 동시에 자욱하게 퍼진 냉기와 안개 사이로 레녹의 신형이 뛰쳐나왔다·

그림자 로브 사이로 전신이 만신창이가 된 질리언의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폐허 사이로 몸을 숨긴 레녹이 몸을 떠는 질리언을 바닥에 휙 던졌다·

“크악···!!”

“고기방패 역할로는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시간이 생겼군·”

서리거인과 질리언이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휘두른 물리력의 충돌·

탈옥 전부터 탈진상태였던 질리언의 패배였지만 질리언은 마지막까지 기지를 잃지 않았다·

힘싸움에서 밀리는 것을 직감한 순간 전신으로 충격을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거인화를 해제·

피격면적을 넓혀 최대한 피해를 줄이면서 시야를 가리고 몸을 피할 시간을 만들어냈던 것·

거신병단 소속이라 그런지 불리한 싸움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덕분에 레녹 역시 사방이 적으로 가득한 이 공동에서 잠깐의 여유를 낼 수 있었으니·

“쿨럭!! X발···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아론바이거가 지닌 힘의 증폭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군·”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자욱한 안개 사이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서리거인의 품 안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채 기대앉은 아론의 모습·

하지만 레녹은 그의 내면에서 주체할 줄 모르고 회전하는 힘의 역류를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보존된 소체를 통해 무제한에 가까운 마력과 의념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외장형 마력노심을 수백 개 달아도 저 정도는 아니겠어·”

촤악!!

손가락 사이로 마력사를 뽑아 손목에 둘둘 감으면서 레녹이 말했다·

“작정하고 저걸 죽일 생각이라면 장소부터 바꿔야 할 테고 성공한다 해도 얻는 것이 많지는 않을 거다·”

빙결계 혈계이능으로 인간을 보존한 뒤 마력과 의념을 무기처럼 뽑아 쓰는 아론바이거의 힘·

카바힘의 군주로서 왕가의 재산을 꺼내 쓸 권리와 만병을 다루는 본신기예가 합쳐져 초월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하공동 전체를 자신의 권역으로 삼아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개념에 힘을 부여하는 왕의 권능이다·

레녹이라 해도 저 상태에 도달한 아론을 죽이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할 터·

“···싸울 거냐?”

“꼭 정면에서 힘싸움으로 승부를 볼 필요는 없지·”

가면 너머로 시선을 들어올린 레녹이 대꾸했다·

“여길 완전히 박살 내고 기사단을 몰살시킬 거다· 네가 말한 공간전이법진은 어디 있지?”

“여 연구동··· 쿨럭!! 뒤쪽이다· 내가 무너뜨린··· 반대편····”

질리언이 힘겹게 기침을 내뱉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던 질리언이 혀를 차며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X발··· 못 움직이겠는데· 이제 소우주도 몇번 밖에 사용 못 해·”

“····”

“···두고 갈 거냐?”

“네놈이 여기서 붙잡혀 아론의 ‘무기’가 되어버리면 가뜩이나 일이 더 힘들어지겠지·”

레녹이 냉소하며 질리언의 팔에 마력사를 감았다·

“일단 지금은 내 고기방패로 최선을 다해야 할 거다·”

“큭큭 고기방패라니· 이 개같은 새끼가····”

마력사를 질질 끌면서 일어선 질리언이 웃었다·

“탈출하기만 하면 살려달라 빌 때까지 두들겨 패주마·”

촤악!!

질리언의 말을 무시하고 양쪽 손목에 감은 마력사를 단단하게 잡고 당긴다·

무너져 기울어진 공동 파편 벽에 박힌 얼음관 사이에 마력사를 걸고 지지대를 형성·

마력사의 장력과 탄성을 이용해 활시위처럼 자신의 몸을 건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혀 잘리고 싶지 않으면 이 악물어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이런 X발!!”

파아아아앙!!!

투덜대던 질리언의 눈앞이 길게 늘어지며 모든 것이 빛의 선으로 변했다·

8레벨의 육체능력자인 질리언의 시력으로도 반응을 놓칠 정도로 엄청난 가속·

질리언을 매단 레녹의 신형이 자욱한 안개를 뚫고 솟구친 찰나 기사들이 즉시 움직였다·

“저쪽이다!!”

“공동 내벽을 타고 이동한다· 추적해!!”

“이쪽에서 방향을 좁힌다· 막아!!”

콰과과과!!!

무거운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고 벽을 수직으로 타고 질주한다·

마력을 운용해 속도를 높이며 따라붙는 것과 동시에 무기를 휘둘렀다·

카가가가각!!!!

벽에 박힌 얼음관 사이로 가속하는 질리언의 발끝까지 칼날이 틀어박힌다·

인간이 보존되어 있는 얼음관이 폭발하며 응축된 한기를 흩뿌렸다·

“X발 진짜 고기방패 용도였냐고!!”

기겁한 질리언이 공중에서 버둥대며 쏟아지는 칼날을 몇 개 휘둘러 쳐낸 그 순간·

레녹이 가속하는 와중 기사들의 갑주 사이로 마력사를 걸어 방향을 바꾸고·

그대로 손을 휘둘러 달려드는 기사들을 공동 벽에 처박아 갈아버렸다·

콰드드득!!!

“끄아아아!!”

“억 어억···!!”

얼음의 공동을 빙 돌아 가속하며 따라붙는 기사들을 육편으로 만들어버리는 처참한 광경·

짓뭉개진 갑주가 얼어붙은 공동 벽면을 타고 우수수 떨어진다·

“미친놈· 카바힘의 기사들을 이렇게 쉽게···!!”

그 압도적인 광경에 경악하는 질리언을 무시하고 방향을 틀어서 속도를 높이고·

직후 레녹을 향해 수십 종에 달하는 얼음무기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아아아앙!!!

공동 중심부의 얼음 속에서 손을 뻗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론의 서늘한 시선·

레녹의 움직임을 포착하자마자 저쪽에서도 즉시 요격에 나섰던 것·

하지만 레녹은 아론이 쏘아내는 폭격을 무시하고 방향을 꺾었다·

쐐애애액!!!

아슬아슬하게 따라붙은 기사들조차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할 급강하·

연구동 폐허에 수직으로 내리꽂힌 레녹의 신형이 잔해 사이를 엄청난 속도로 주파했다·

파바바바밧!!!

“···!!!”

질리언의 눈알과 코끝 뺨 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철근과 콘크리트 파편·

초인의 몸이라고 해도 이만한 속도로 저러한 장애물에 가격당하면 살점이 뜯겨 나간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문 질리언의 모습을 기사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만한 틈새를 어떻게 저런 속도로···!!”

“조작술사에게는 정녕 한계가 없는건가!!”

“다들 비키세요!”

“내가 해결하지·”

십정 기사단장 플로리아와 알비언이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리며 소우주를 발동·

사복검이 뱀처럼 가속해 레녹을 뒤쫓고 땅에 꽂아 넣은 대검이 지진을 일으켜 잔해를 쓰러뜨렸다·

쐐애애액!!!

콰과과광!!!

“이 새끼들이!!”

오른팔을 거대화시킨 질리언이 사복검을 잡아당기며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잔해를 걷어찼다·

거인화를 반복하며 기사들의 참격과 소우주를 맨몸으로 받아내는 질리언의 터프함·

비좁은 폐허 틈을 아슬아슬하게 가속하며 위치를 확인한 질리언이 버럭 소리쳤다·

“저쪽이다!!”

파아앗!!!

반파된 연구시설 뒤쪽· 원래는 비상구 표지판이 있어야 했던 자리·

본래 연구동 관계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준비된 전이법진이 희미한 광채와 함께 빛나고 있다·

질리언의 말을 따라 마력감지를 펼친 레녹이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척에 흠칫 시선을 돌렸다·

“···!!!

레녹이 반바퀴를 돌아 도달한 공동 반대편 최심부·

얼음의 요람 중심에서 새하얀 냉기를 흩뿌리며 몸을 일으켜 세운 아론의 모습·

쩌적 쩌적···!!

무리하게 움직이며 갈라지는 몸으로 돌아서는 모든 순간마다 오싹한 기시감이 작렬한다·

아론의 모든 의지와 동작이 일제히 레녹의 죽음을 가리키며 경고하고 확정짓는 듯했다·

철컥!!

팔을 가볍게 내리면서 돌아선 아론의 손에 역수로 잡힌 길쭉한 창대·

코앞까지 다가온 전이법진에 손을 갖다대어 작동시킬 시간조차 없었다·

레녹이 전력으로 방향을 꺾으며 남아있는 마력을 반대편으로 분사한 순간 아론의 팔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화악-

소리조차 없이 새하얀 빛이 넓게 퍼져나가며 레녹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지상을 향해 사선으로 솟구친 섬광이 벽면과 천장을 뚫고 끝없이 상승하며·

지하공동 반절을 통째로 증발시키고 지상으로 향하는 길을 뚫어냈다·

콰아아아아아아!!!!

한발 늦게 울려퍼지는 웅장한 굉음·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지축과 밤하늘 위로 솟구치는 빛의 기둥·

레녹과 함께 전이법진 앞으로 나뒹굴었던 질리언조차 입을 쩍 벌렸다·

“미 친····”

방금 아론이 던진 투창 한번으로 소멸한 범위 면적은 가히 ㎞단위에 달했다·

지하에서 지상을 향해 던져 쏘아낸 것이 아니었다면 왕도 인근의 시민 수만 명이 벌레처럼 학살당했을 터·

“멍청하게 정신줄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어?”

툭!

그 순간 레녹이 질리언의 등허리를 걷어차 앞으로 밀어버렸다·

질리언이 힘없이 앞으로 나뒹군 순간 전이법진의 광채가 그 신형을 휘감았다·

그제서야 레녹의 의도를 이해한 질리언이 경악한 표정으로 몸을 홱 돌려세웠다·

“도둑놈 미친거냐?!! 왜···!!!”

“너처럼 술식에 문외한인 멍청이는 모르겠지만 난 이미 전이법진의 해석을 끝냈다·”

마력사를 회수해 거둔 레녹이 남은 실을 손가락에 감으며 대꾸했다·

“그건 카바힘의 왕족만이 사용가능한 물건이다· 애초에 연구동 관계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물건 따위도 아니더군·”

“잠깐 그 말은···!!!”

“알아들었다면 꺼져라 짐덩이·”

레녹이 가면 너머로 웃었다·

“나는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도둑-”

파아아앗!!!

말을 채 잇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전이법진과 함께 사라진 질리언의 모습·

기능을 다하고 빛을 잃은 법진을 바라보던 레녹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무어라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군요·”

철컥!!

대검을 든 알비언· 피투성이가 되어 레녹을 노려보는 라일· 쓴웃음을 짓고 있는 유젤·

그 뒤로는 수백에 달하는 기사들이 대열을 갖추고 서서 레녹을 포위하고 있었다·

“대공 전하를 살려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인사는 필요없다·”

레녹이 손목을 매만지며 대꾸했다·

“법진을 작동시킨 건 신호를 숨기기 위해서였으니까·”

“···신호?”

쿠구구구구···!!

쏴아아아아아!!!!

기사들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지는 물소리 동시에 지하공동이 거세게 흔들리며 출렁이는 감각·

물냄새를 맡은 플로리아의 안색이 확 변하는 것과 함께 엄청난 양의 물이 공동에 쏟아졌다·

콰아아아아!!!

“이럴 수가·”

그제서야 레녹의 의도를 이해한 알비언이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그 와중에 지하수도 시스템에 간섭해서···!!!!”

“고성 전역을 물에 잠기게 했지· 이 지하공동과 감옥까지·”

레녹이 웃으면서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조금 있으면 고성 인근 하수도가 모조리 무너질 거다· 그렇게 되면 [뒷문]을 여는 계획 따위는 더 진행할 수 없겠지·”

“····”

아론이 양면성의 재능으로 [뒷문]을 관측할 수 있던 건 오직 이 고성 주변에서만 가능한 일·

그렇기에 레녹은 고성에 있는 다비에게 신호를 보내 하수도 시스템을 폭주시켜 버리라 명령했다·

하수도를 무너뜨리면 [뒷문]을 여는 기존의 계획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처음부터 이곳을 탈출할 생각이 아니었군요·”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물길을 보며 플로리아가 싸늘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폐하의 계획을 완전히 망치려고···!!!”

콰아아아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녹의 신형이 쏟아지는 물 속에 잠겨 사라진다·

사방에서 부서져 흩날리는 얼음관· 파괴되며 공동 안에서 폭주하는 빙결계 혈계이능·

천장을 타고 쏟아지는 엄청난 물길이 공동에 가득 찬 냉기와 만나 얼어붙은 순간·

“···혈족·”

얼어붙은 아론의 얼굴에 처음으로 희미한 분노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부피를 부풀린 얼음이 지하공동 위로 솟구치며 고성을 수직으로 관통하고·

거대한 얼음의 폭풍이 고성 안쪽에서부터 폭발하며 인근의 지형을 통째로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 *

철썩 철썩···!!

늦은 밤· 구름 사이로 달빛이 흐릿해지는 시간·

강물이 파도로 변하는 어느 이름 모를 하구의 부둣가·

전신이 흠뻑 젖은 검은 인영이 물길에 실려 넘실대며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

죽은 듯이 떠내려오던 그림자가 느릿하게 팔을 움직여 물길을 휘적인다·

힘없이 얼굴을 쓸어올리자 물에 젖어 반짝이는 흑요석 가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파제 사이에 기댄 레녹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여기까진 잘 도망쳐 왔군·”

고성 인근의 하수도를 터트려 지하공동을 통째로 얼려 붙인 직후·

레녹은 고성을 터트린 얼음폭발에 숨어 강줄기를 타고 하구로 도주했다·

고성에 올때만 해도 가득 차 마력이 금기병장을 여러 번 사용하며 크게 소모된 상황·

그 시점에 폭주하는 아론바이거와 다른 기사단을 정면에서 상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여기까지 흘러내려오는 동안 마력감지를 돌린 결과 추적을 피하는데는 성공한 것 같지만-

“자 그럼 어떻게 할까····”

고성에서 [뒷문]을 여는 계획이 실패한 이상 아론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

왕도 지하의 [문]을 정식으로 열고 성역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움직이겠지·

그렇다면 레녹도 곧바로 왕도로 복귀해 판데모니엄과 합류해야 한다·

지금쯤이면 광대를 필두로 한 다른 멤버들 역시 행동에 돌입했을 터·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세우려던 그 순간·

“이쪽 부둣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으면 올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과연·”

어떤 목소리가 로브를 붙잡고 레녹의 몸을 방파제에서 쭉 끌어냈다·

촤악!!

“예지자라면서 스스로는 예지할 수 없는 방향을 짚어주다니 순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너는·”

이런 오밤중에 부둣가 근처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장년 남성·

삿갓을 쓴 채 맨발로 양반다리를 한 남자가 레녹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 환술사가 좋아할 법한 사람은 아닌데 의외로 그런 부분에서는 꽤 냉정하단 말이지·”

“···뭐라고?”

예지자와 환술사를 언급하며 레녹에게 태연하게 말을 걸어오는 외부인·

하구에서 기척을 숨긴 레녹을 아무렇지도 않게 낚아 올릴 수 있는 능력자·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온갖 가능성을 제하고 골라낸 레녹이 입을 열었다·

“설마····”

[문] 공략작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 이름이 언급된 적이 있던 멤버·

카바힘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던 복마전의-

“당신이 낚시꾼인가?”

* * *

“위대한 사도시여·”

“알아·”

어둠에 잠긴 벌판·

뒤에서 조용히 다가온 사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2사도가 답했다·

“캄로달이 맡은 일에 문제가 생겼군· 북대륙 쪽이라면 죽은 외신에 대한 일인가·”

“····”

“차가운 혜성··· 아마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본교의 숭배를 받는 신은 아니어서 잘 모르겠군·”

만신을 섬기는 교리를 따르지만 모든 종말과 외신이 교단의 숭배를 온전히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중에는 교단의 신앙을 불쾌해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니·

북대륙에 추락해 사망한 외신 차가운 혜성은 교단에게 있어 그러한 존재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캄로달이 이제서야 그 유해를 회수하려는 이유 역시 짐작은 가능하지만-

“1사도의 시간봉인을 되감아 억지로 구속을 풀어낼 생각인가· 가능성 자체는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지만····”

청년이 턱을 괸 채 어둠에 잠긴 벌판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곳에서 벌어질 충돌의 전조는 내 눈으로 직접 봐두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쿠구구구···!!!

끝없는 벌판 너머에서 다가오는 짙은 어둠·

암흑 속에서 솟구치는 흑색의 배와 그 배를 떠받친 어둠거인들·

그 선박 위에 이제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흑마법사’의 형상·

“승천에 도전하지 못한 자와 도전하지 않은 자의 대결이라·”

안경을 추켜올린 2사도가 웃으며 고개를 젖혔다·

“세 번째 세계가 도래한 이래 이만한 결전은 세기를 통틀어서도 거의 없었지·”

“···초월자들이····”

“근래 중앙전선에서 벌어질 최악의 이벤트가 머지않았군·”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는 청년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명왕이 진와의 실낙원에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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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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