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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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화

종언의 운명(2)

쿤다라에서 선종과 말레온을 상대했던 마지막 결전·

타락한 분기점의 끝에서 영역을 전개하며 레녹은 생각했었다·

[문]은 반궁의 상징· 그가 근원심상을 펼치기 위해 선택한 수단·

그렇기에 문을 조사하는 것은 곧 반궁의 흔적을 뒤쫓는 일이 될 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카바힘에서 반궁의 부활을 꿈꾸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방법조차 어설픈 인신공양 따위가 아니라 아르스노바의 지식을 양면성의 재능으로 훔쳐 왔다는 건-

“···아니·”

석판을 내려다보던 레녹이 억지로 고개를 떨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중요한 건 성역에 진입하기 위해 반궁의 혈족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아론이 숨기고 있었다는 것·

카바힘 측에서 레녹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협력은 불가·

일단 여기서 손에 넣은 정보를 가지고 판데모니엄과 합류하면 충분하다·

질리언이 언급한 공간전이 법진을 사용해 고성을 탈출· 왕도로 복귀한다·

몸을 휙 돌린 레녹이 부유하는 석판 사이를 빠르게 걸어 기록실을 벗어나려던 그 순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의식이 재개되려면 시간이 좀 있을 겁니다·”

“····”

기록실 입구에 기댄 소년기사가 레녹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미 보셨겠지만 왕실에서 오늘을 위해 굉장히 공을 들였거든요·”

“유젤·”

“폐하께서 이번 일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크십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유젤이 레녹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니 여기서 있던 일은 모두 없던 걸로 하고 저와 함께 돌아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괜찮아요· 폐하께서 깨어나실 때 귀인께서 ‘적합한 자리’에 있다면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안부인사를 건네듯 타협안을 제시해 오는 소년기사·

하지만 레녹은 눈앞에 서 있는 이 소년이 평범한 기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왕도 예하 십정 6기사단장· 카바힘 전역을 통틀어 열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왕실의 칼날·

눈앞의 소년기사가 카바힘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무재임을 증명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겉으로는 레녹을 정중하게 대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를 경계하긴 했지만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뒤를 잡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던 바·

“그 잠깐 사이에 질리언이 탈옥했다는 사실을 들킨 건가·”

순식간에 그 이유를 깨달은 레녹이 가면을 내려쓰며 목소리를 바꾸었다·

“그 멍청한 거인을 풀어주겠다고 시간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헛짓거리를 했군·”

“제가 귀인의 뒤를 밟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군요?”

“미행이 있었다면 내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

레녹이 냉소했다·

“네 접근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내가 모르는 루트를 통해 접근해 왔다는 증거· 이쪽 상황을 알고 일부러 내 눈을 피해 움직였다는 뜻일 테니·”

“····”

“내 부재를 눈치채고 움직였다기엔 늦고 기록실의 칩입에 반응했다기엔 빠르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역시 그 대공 놈뿐이군·”

“하핫 어쩔 수가 없군요·”

그 순간 유젤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보신 것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귀인을 설득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리신 듯합니다·”

그렇게 말한 유젤이 천천히 걸음을 옆으로 옮겼다· 레녹 역시 자연스럽게 유젤을 따라 나란히 걸었다·

석판 사이로 서로의 모습이 가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계획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시작하기도 전부터 왕실을 의심하고 계셨다니·”

웃는 표정으로 유젤이 물었다·

“이래서는 귀인을 정성스레 대접해드린 왕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겉치레에 가까운 대접을 선심 쓰듯 내놓고는 마지막까지 생색을 내는군·”

레녹이 비웃엇다·

“이제 와서 이 계획에 내 목숨이 필요했다 말하기에는··· 대가가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나?”

“위대한 혈족께서는 굉장히 욕심이 많으신 분이셨군요·”

“의도가 다분한 선물을 굳이 마다하는 편은 아니지·”

유젤의 말에 레녹이 느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향락과 사치에 빠져 위화감을 잊기에는 왕실의 대접이 너무 보잘것없어서 말이다·”

“···그렇습니까?”

“내 환심을 사겠다고 쥐여주는 물건조차 어린아이의 장난감과 다르지 않아 눈에 차는 물건이 아무것도 없더군·”

레녹이 고개를 기울여 유젤과 시선을 맞췄다·

“오랫동안 중앙진출에 실패해 낙오된 나라답게 말이다·”

“····”

처음으로 유젤이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석판 사이로 생각에 잠겨 있던 유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역시 아무래도 왕실에서는 귀인에 대해 잘못 평가를 내린 듯합니다·”

“잘못 평가했다?”

“예· 의심이 많은 것도 사고가 빠르고 영민한 것도 혀끝이 날카롭다는 것도 그렇지만-”

철컥·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은 유젤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상종조차 해서는 안 되는 저열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놓쳐버린 거지요·”

“아까보다는 훨씬 솔직해져서 보기 좋군·”

손목에 묶어둔 마력사를 풀어내며 레녹이 웃었다·

견뢰의 만들어진 악명과는 달리 빅터는 레녹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무법자의 신분·

기사단에게 발각당한 시점에서 구태여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판이 망가졌다면 망가진 대로 날뛰며 모조리 엎어버리면 그만일 뿐·

“얼마나 더 솔직해질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콰직!!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석판을 뚫고 유젤의 검이 아음속의 속도로 튀어나왔다·

마력사를 뽑아 휘두르는 레녹과 검을 역수로 움켜쥔 유젤의 그림자가 교차한 찰나·

흑색 마력사와 은빛의 검광이 초당 수십 번에 가까운 속도로 휘둘러지며 허공을 수놓았다·

카가가가각!!!

빗발치는 마력사를 뚫고 베어내며 가속하는 검광· 검면을 뒤틀며 갑주를 묶고 장기는 마력사 다발·

그 사이로 레녹과 유젤의 신형이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충돌했다·

점멸을 사용해 전진가속하는 레녹과 두 다리만으로 레녹을 따라잡으며 검을 휘두르는 유젤·

기록실을 일직선으로 주파할 때마다 두 사람 사이에 나란히 놓인 석판이 우수수 잘려나갔다·

“빈틈·”

턱!!

순식간에 유젤의 기감을 뚫고 그의 앞에 내려선 레녹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로브 사이로 뻗어나온 레녹의 손이 유젤의 목을 움켜쥐고 유젤이 곧바로 반응하려던 순간·

갑주 사이로 단단히 묶인 마력사가 운신을 방해하고 있음을 깨달은 유젤이 얼굴을 굳혔다·

“죽어라·”

‘방향을 유도하고···!!’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유젤의 몸이 기록실 반대편으로 튕겨 나가 포탄처럼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운동량과 척력의 직접조작 자체는 아직 어렵군· 단순히 방향을 바꾸는 게 고작인가?”

건틀렛을 다루면서 척력 조작을 연습하긴 했지만 아직은 금기병장 없이 사용하기 어렵다·

역시 이런 힘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조작술식의 요체를 담은 만다라를 손에 넣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

손을 털면서 돌아선 레녹이 유젤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린 순간·

내면세계 소우주 : 검리재현(劍理再現)

카가가각···!!!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날카로운 참격이 생겨나 레녹을 향해 쏟아진다·

레녹과 유젤이 지나친 길을 따라붙듯이 저 끝에서부터 피어나는 검격의 잔상·

수십 개로 불어난 차가운 검광이 레녹의 등 뒤에서부터 거칠게 쏟아져 내린다·

콰아아아앙!!!

내리찍힌 검광 사이로 점멸을 사용해 피해낸 레녹이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유젤이 직접 휘두른 검격이 아니다· 허공에서 무기도 없이 휘둘러진 참격의 잔상·

마치 미리 휘둘러두었던 검격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타난 듯한-

“검기의 시간차 재현··· 소우주인가?”

“바로 보셨습니다·”

콰아앙!!

무너진 벽면의 잔해 사이를 걷어차고 걸어 나온 유젤이 웃었다·

충격이 어찌나 강했는지 입고 있던 경갑의 판금이 우그러진 상황·

망가진 갑주를 벗어던진 유젤이 검을 쥐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가 휘두른 검을 일정한 시간 안에 반복해 재현하는 능력이지요·”

“네 소우주가 시간의 법칙에 조금이나마 닿아 있다는 말이냐·”

“저 같은 무식한 검사가 시간을 직접 조작하거나 지배하는 일이 가능할 리 없지요·”

유젤이 웃으며 검을 쥐었다·

“하지만 검 한 자루에 생애를 걸고 나면 복잡한 술식보다 한발 먼저 본질에 가까워지기도 하는 법입니다·”

“····”

소우주 검리재현은 한번 휘두른 참격을 시간차를 두고 그 자리에 다시 재현하는 것·

시간을 직접 조작하는 힘은 아닐지언정 조금이나마 시간과 엮여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레녹조차 이제 막 손대기 시작한 시간조작을 7레벨의 어린 기사가 검 한 자루만으로 흉내 내는 기적·

분명 이것이 육체능력자들에게 허락된 기적이자 그들이 구도에 이르는 방식 그 자체겠지·

“대련을 지켜보며 생각했지만 역시 마력사를 조작해 힘의 균형을 가지고 노는 타입이군요·”

스르릉···!!

검을 옆으로 눕힌 유젤이 서늘한 웃음과 함께 마력을 끌어올렸다·

“만물의 중심을 교란해 레버리지를 당기는 방식이라··· 그런 식으로 재능과 감각에 의존하다 보면 언젠가는 허무하게 고꾸라지지 않겠습니까?”

“쓸데없는 말이 많군·”

레녹이 자세를 잡은 유젤을 보며 팔짱을 꼈다·

검리재현은 대인전에서 어마어마한 활용도를 지닌 능력이나 유젤이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고차원의 심상이다·

물론 그러한 능력을 지닌 유젤의 재능이 엄청난 수준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분명 그를 다루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터·

레녹과 한참 싸우는 도중 소우주의 능력을 설명해 위력을 높이는 주언(呪言)을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겠지·

검리재현의 약점을 분석해 파훼하는 것도 정면에서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널 상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조차 아깝다·”

레녹이 조소했다·

“여기까지만 하지· 싸움은 끝이다·”

“그렇게는 안 됩-”

쐐액!!

그 순간 유젤은 팔에 달라붙는 마력사의 감촉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무너진 기록실 잔해 사이로 솟구친 검은 마력사가 사방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출·

유젤을 반시계방향으로 휘감으며 강력한 접착성을 띠고 달라붙었다·

촤라라락!!!

솟구치는 마력사의 빗속에서 유젤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역수로 검을 쥐고 도는 것과 동시에 검의 궤적이 시간차로 발현·

마력사를 절단하며 장애물을 치워내는 것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레녹과 유젤 사이에 길이 뻥 뚫렸다·

폭발적으로 가속한 유젤이 레녹을 향해 검을 쥐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 그 순간·

터억!!

“잡았다·”

“···!!!”

유젤은 어느새 거대한 손 안에 자신의 몸이 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굳혔다·

“대공 전하···!!”

“이 시건방진 애송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질리언이 유젤을 움켜쥐고 등허리부터 거꾸로 땅에 처박았다·

콰아아앙!!!!

“아···!!”

“누가 니 전하라는 거냐?”

고통 섞인 숨을 토해낸 유젤이 한발 늦게 상황을 이해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설마 일부러 거리를 내주고···!!!”

“질리언의 소우주 발동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너 같은 기사를 대놓고 붙잡는 건 어려운 일이지·”

콰직!!

기사의 어깨를 짓밟은 레녹이 말했다·

“하지만 정면에서 달려드는 기사를 잡아채는 것 정도는 이 멍청한 거인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유젤을 마력사로 휘감아 질리언의 기척을 숨긴 뒤 레녹이 접근해서 거리를 준다·

마력사를 걷어내는 것과 동시에 거리를 내준 레녹을 향해 유젤이 정면에서 가속·

기다리고 있던 질리언이 소우주를 사용해 그대로 유젤의 몸을 잡아채었던 것·

“큭···!!”

“이 양심 없는 도둑놈이 아까부터 누굴 보고 멍청하니 뭐니 지껄이는 거냐·”

질리언이 레녹을 노려보았지만 레녹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 힐끗 고개를 돌렸다·

“재능은 뛰어난 것 같지만 경험이 부족하군· 질리언의 개입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건가?”

“대공 전하를 대접해드리는 건 처음부터 제 역할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유젤은 레녹의 질문을 듣고도 오히려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시간을 끌고 있던 것은 당신만이 아니었기에·”

“뭐?”

“아 X발·”

유젤이 튕겨나가 무너진 벽과 천장·

무너진 철근 사이에 검을 짊어지고 쭈그리고 앉은 금발 청년·

왕도 7기사단장 라일이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위대하신 혈족께서 기어코 일을 저지르셨구만· 안 그래?”

“···”

“그새를 못 참고 쳐 돌아다니다 기어코 여기로 기어 들어왔단 말이지·”

대련에서의 친근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서슬 퍼런 살기로 가득한 맹수 같은 기세·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내린 라일이 이죽거렸다·

“가만히 있으면 손님 대접을 해줬을 텐데 꼭 이렇게 사단을 내요· 그럼 대가를 치러야겠지?”

“이 양아치 같은 새끼가 감히-”

“대공 전하· 이번 일은 굉장히 유감입니다·”

쿵!!

바위처럼 단단한 인상의 거한이 옆에서 걸어 나왔다·

대검을 바닥에 박은 9기사단장 알비언이 냉엄한 표정으로 질리언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전하의 무례를 너그럽게 보아넘겨 팔 하나로 끝내셨건만 배려에 감사하며 속죄할 수는 없던 겁니까?”

“누가 보면 내가 아론에게 자비라도 구걸한 줄 알겠군·”

하지만 질리언은 순식간에 주변을 포위한 기사단장들을 보며 거꾸로 비웃었다·

“인간을 재료 삼아 상승을 꿈꾼 주제에 대체 뭘 그렇게 당당한 거냐?”

“전하· 일을 이렇게 키우시면 저희도 더 이상 도와드릴 수가 없답니다·”

채찍처럼 길쭉한 사복검을 쓰다듬은 4기사단장 플로리아가 말했다·

항상 웃고 있던 그녀의 표정은 사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어명이 내려왔습니다· 오늘 이후로 왕도 전역에서 전하의 운신을 금하겠습니다·”

“아니 됐어· 더 듣고 싶지 않군·”

콰직!!

유젤의 몸을 움켜쥔 손을 그 팔뚝까지 거대하게 부풀리며 질리언이 이빨을 드러냈다·

“죽여버리기 전에 다 꺼져· 지금부터는 머리통을 박살 낼 거다·”

“죄송합니다 대공 전하·”

그 순간 질리언의 손 안에 잡혀 있던 유젤이 미소지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저희들의 일이 아니기에· 폐하께서 기침하실 때까지는 어울려주셔야겠습니다·”

“아 그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는 질리언의 앞뒤에서 세 기사단장이 동시에 검을 뽑아든다·

아득하게 느려지는 체감시간 속에서 질리언의 심상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며 그 몸을 부풀리고·

거인이 된 질리언의 몸이 연구동 전체를 꿰뚫고 통째로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앙!!!!

“혈족!!”

비산하는 파편 사이를 밟고 가속한 라일이 레녹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금발을 휘날리는 그의 입가에 맹수처럼 잔인한 웃음이 맺혀있었다·

“저번 대련에서는 내가 두들겨 맞기만 했었지···!!”

퍼버버벙!!!

흩날리는 파편 사이를 밟고 엄청난 속도로 쇄도한 라일이 검을 휘둘렀다·

그가 휘두르는 검극을 따라서 사방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화려하게 폭발했다·

내면세계 소우주 : 참열(斬熱)

검으로 베어낸 대상에 인화성을 부여해 불을 붙여 터트리는 소우주인가·

콰앙!!!

돌진하는 라일을 따라 레녹의 몸이 떠밀리며 무너진 연구동을 종횡으로 꿰뚫었다·

벽과 천장 사이를 돌파하며 칼날이 회오리치고 시설 사이로 베인 검흔이 타오르며 불꽃을 튀긴다·

퍼버버버벙!!!

온몸에 불길을 두르고 화염을 흩뿌리던 라일이 엄청난 속도로 레녹의 앞에 떨어져 거침없이 검을 꽂아 넣는다·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흑요석 가면을 녹일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갖다댄 라일이 희열 섞인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해보자· 이번에는 네 차례다!!”

“아니· 몇 번을 다시 해도 똑같을 거다·”

콰직!!

한 손으로 라일의 검을 움켜쥔 레녹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흑요석 가면 안쪽에서 흉험한 안광을 마주한 라일이 흠칫거린 찰나·

“네 동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군·”

레녹이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똑같은 수법에 당해주는 멍청이는 상대할 가치도 없지·”

“···이 개새끼가!!”

정색한 라일이 레녹의 배에 꽂아넣은 칼날을 돌려세운 찰나·

레녹의 몸이 폭발하며 그 뒤로 거인의 손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뻐어엉!!

치덕대는 소리와 함께 라일의 배를 후려갈기듯이 움켜쥐는 거인의 손아귀·

내장을 파열시키는 충격에 숨을 들이켠 라일이 몸이 굳어버린 그 순간·

“오오오오오!!!!”

거인이 된 질리언이 지하공동의 중심에서 힘껏 팔을 휘둘러 라일을 사선으로 내던졌다·

십미터 크기에 달하는 거인이 부풀어오른 팔을 채찍처럼 휘둘러 패대기치는 전력투구·

소우주를 사용해 증폭시킨 질량으로 던져진 라일의 몸이 초음속으로 지상에 처박혔다·

콰과과과과광!!!!

“끄아아악!!”

“사 살려···!!”

“피 피해라!! 휩쓸리면 죽는다!!”

사방에서 아우성치는 비명소리· 허둥지둥 도망치는 연구원들의 모습·

폭격처럼 내리꽂힌 착탄지점을 따라 완전히 짓뭉개진 연구동의 잔해·

“끄윽··· 우웨엑!!”

구토하며 경련하는 라일의 앞에 내려선 레녹이 가면을 만지며 시선을 들어올렸다·

“도둑놈 이쪽이다!!”

콰앙!!

한 발로 폐허를 걷어차 길을 만든 거인이 소리쳤다·

“아론이 깨어나지 못했을 때 탈출해야 한다· 전이법진을 작동시키려면-”

“아니· 이미 늦었다·”

“뭐?”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얼음의 팔이 질리언의 손을 교차해 붙잡았다·

공동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인자한 미소를 지은 서리거인이 다른 거인을 막아선 모습·

쿠우웅!!!

허공에서 서로의 손을 마주잡은 두 거인이 동시에 팔을 비틀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냉기를 흩뿌리는 거인의 손 안에서 눈을 감고 얼어붙은 아론의 형상·

“···형님·”

그제서야 사태를 이해한 질리언이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못 본 사이에 신수가 아주 훤해지셨잖아·”

“···안타까운 일이로군·”

서리거인의 품 안에서 천천히 눈을 뜬 아론이 두개의 동공으로 레녹을 내려다보았다·

얼어붙은 아론의 얼굴은 전에 비할 바 없이 무심하고도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내 그대를 위해 한차례 기회를 주었으나 꽃을 피우기도 전에 과실을 탐하려 하는구나·”

“····”

“그대가 엿본 것이 전부가 아니거늘 너무 이른 시기에 결착을 내려 한다 생각하지 않느냐·”

“미심쩍은 건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

촤악!!

마력사를 채어 손목에 감은 레녹이 대꾸했다·

“여기까지 와서 그쪽을 상대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가·”

아론이 무심한 눈길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고작 그것이··· 과인의 옥체에 손을 댄 변명의 전부인가?”

“선후관계를 따지면 그쪽이 내게 할 말 따위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흑요석 가면을 고쳐 쓴 레녹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래는 끝이다 아론바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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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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