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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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화

종언의 운명(1)

“너와 내가 있는 곳은 지하 왕정보고(王定寶庫)의 2차 개조공정시설이다·”

질리언을 따라 진입한 고성 지하감옥 최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연구동·

레녹은 싸늘한 냉풍이 불어닥치는 방 안에서 투명한 얼음관 사이를 걷고 있었다·

“소체 보존실이라고도 부르는데 쓸만한 죄수들을 얼려서 보존해 왕가의 재산으로 만드는 장소지·”

치이이익!!!

사방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냉기·

숨 쉬듯이 흘러나오는 한기가 온도를 영하 아래로 유지하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자욱한 냉기의 안개 속에서 얼어붙은 채로 굳어 있는 투명한 얼음관의 형상·

방 안에 매달린 수십 개의 얼음관 안에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인간이 가득 들어 있었다·

“왕가의 피를 타고 전해지는 빙결계 혈계이능을 사용해 인간을 산채로 얼리면 그건 곧 왕가의 재보나 다름없으니·”

앞서 걷던 질리언이 침묵하는 레녹을 향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카바힘의 왕족만이 그렇게 만들어진 ‘재능’이나 ‘마력’을 왕가의 보고에서 끌어다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다·”

“····”

“아르스노바에서 재능과 유전형질을 ‘걸러내던’ 초반부 공정을 가져와 카바힘 왕가의 입맛에 맞게 조정한 결과물이지·”

두꺼운 유리격벽 사이에 따로 격리된 무구들의 진열대 사이를 걸으며 질리언이 말했다·

“인간을 재료로 삼아 재능과 마력을 보존하고 왕가의 이름으로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야겠군·”

“이 지하시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금기병장 제조공장이나 다름없다는 말인가·”

“비슷하지만 교단의 방식보다 효율 자체는 좋을 거다·”

질리언이 그렇게 말하며 얼음관 안에 갇힌 사람들을 들여다보았다·

“인간을 통째로 갈아 무구로 가공하는게 아니라 왕가의 힘으로 소체를 보존하고 능력만 추출해 사용하는 거니까· 공정의 편의성과 간단함은 금기병장보다 낫지·”

“금기병장의 제작공정에 대해 기분 나쁠 정도로 잘 알고 있군· 역시 네놈도?”

“X발 네놈이 물어봤으면서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의심스러운 눈길로 변한 레녹의 태도에 버럭 화를 낸 질리언이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며 말했다·

“거신병단에 있을 때 교단이 남긴 흔적을 몇 번 본 적이 있었지· 그때 동료들이 알려준 것뿐이다·”

“소우주도 그렇고 거신병단에 굉장히 소속감을 느끼는 모양이군·”

“하 네놈이 내 무기고에서 뭘 훔치려 했는지도 벌써 잊어버린 거냐?”

질리언이 조소하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거인의 피를 이은 놈들이 만든 병단답게 하나같이 멍청하고 아둔한 놈들이었지· 그래도 함께 있으면 머리가 복잡해질 일은 없었어·”

“····”

“제국의 말로를 따라가려는 왕실보다는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두 끝난 일이군·”

거신병단은 레녹이 이 세계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멸망해 그 족적이 완전히 끊긴 세력·

질리언이 병단 소속이었다면 그 사실에 회한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주시자의 업을 받아들인 것조차 그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던 것은 아닐까·

레녹은 그렇게 생각하며 사방에 늘어선 얼음관을 쭉 살펴보았다·

우우웅···!!

투명한 얼음관 안에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사람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각양각색이었다·

창백한 안색의 여기사· 로브를 입은 장년 마법사· 소류와 비슷한 인상의 어린 소년· 늙은 검사·

종족과 나이 성별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대륙 각지에서 소체를 모아도 이만한 다양성을 확보하기는 어렵겠지·

얼음관 안에 보존된 소체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길 듯하다·

질리언의 뒤를 따라 추운 보관실을 가로지르던 레녹의 발걸음이 어느 얼음관 안에서 우뚝 멈춰섰다·

“···이건·”

거대한 얼음관 안에 양 손을 모은 채로 눈을 감은 남성 기사·

갑옷을 입고 자세를 갖춘 그 얼굴을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

“뭐야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거냐?”

레녹의 반응에 앞서 걷던 질리언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걸음을 돌렸다·

“대륙 각지에서 포로와 노예를 사들였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건 십정 기사단원인데?”

곁으로 다가온 질리언이 얼음관 아래 적힌 이름을 힐끗 바라보았다·

“데인 아르프· 전 십정 7기사단장· 항하사미궁 공략을 위해 출정· 휘하 기사단원을 모두 잃고 생환 후 수감·”

“····”

“왕도 복귀 후 출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존처리· 7레벨의 소체 중에서도 최상급의 출력을 지닌 무구로서··· 판데모니엄이 왜 이런 녀석을 신경 쓰는 거냐?”

질리언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레녹은 대답하지 않고 얼음 안에 잠든 데인을 응시했다·

에반의 신분으로 참가했던 항하사미궁 공략· 미궁에서 마주했던 카바힘의 기사단장 데인·

자운 오디스에게 휘하 기사단원을 모두 잃고 패퇴했던 기사가 얼음관에 담겨 있던 것이다·

‘묘한 기분이군····’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던 상대를 한참이 지나서야 이렇게 그것도 얼음 속에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얼어붙은 채 보존된 데인을 보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이 난다·

“하 전직 기사단장이라····”

질리언 역시 데임을 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입매를 굳혔다·

“적합한 소체라면 기사단원까지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단장급을 보는 건 또 처음이군·”

“평범한 소체는 얼려서 도구로 삼기 어렵기 때문인 건가·”

“고위계 초인 혹은 특출난 재능이나 유별난 태생을 지닌 이들· 타고난 성정이 뒤틀리고 일그러진 이들이 조건에 부합한다고 하더군·”

질리언의 표정이 한없이 싸늘하게 변했다·

“아론은 이 모든 것이 이미 만들어진 성공을 답습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지·”

“····”

“이 섬뜩한 광경조차 결과를 알고 되짚어가는 일이라 말했지만 나는····”

이미 만들어진 성공을 답습하는 과정이라·

그건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오래전에 이러한 일을 한차례 성공시켜 본 적이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성공을 보고 그 과정을 이곳에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뜻일까·

하지만 어느 쪽이든 레녹은 공동 벽면에 그려진 유리색 건틀렛이 이 사태의 핵심과 깊게 엮여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다·

감옥 최심부에 숨겨진 이 거대한 연구동 가장 깊은 곳에 새겨진 건틀렛의 형상·

반궁의 혈족을 재료삼은 건틀렛이 여기 새겨져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레녹 역시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쿠구구구구!!!!

“····”

저 멀리서 울려퍼지는 느릿한 진동조차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 순간을 암시하는 듯하다·

[문] 너머에 존재하는 위신권역 만다라· 그것을 마지막까지 숨겼던 아론바이거 카바힘의 진의·

모든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뒤틀려 부서지는 얄팍한 신뢰·

“그렇군·”

하지만 레녹은 이 순간조차 빠르게 끝을 향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질리언이 순간적으로 변한 레녹의 기척을 느끼고 힐끗 시선을 돌렸다·

“도둑놈· 괜찮은거냐?”

“신경 쓰지 마라·”

가면 안에서 시선을 돌린 레녹이 나직하게 말했다·

로브를 움켜쥐고 걸음을 옮기며 질리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네 말대로라면 왕정보고에 아론이 말한 ‘성공’의 잔재가 남아 있을거다·”

“···너 뭔가 분위기가 변했군·”

질리언이 표정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까보다 훨씬 차분해졌는데· 아론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가 내게 설명했던 많은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을 뿐이지·”

레녹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느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으니 상관없다· 하지만 이 끝에 기다리는 것이 만약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가면 안쪽에서 붉은 안광이 차가운 의념을 품고 흘러나왔다·

“역시 지금부터는 내 방식대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

레녹의 대답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질리언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굳은 표정으로 비어 있는 연구동 복도를 걸어 더 깊은 곳으로 향했을 뿐·

저벅 저벅·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의 흔적이 강해지고 주변에서 비치는 풍경이 달라진다·

굳게 닫혀 있는 통로의 문이 열려 있다거나 반쯤 마시고 버려둔 찻잔이 보이고·

복도 위의 마력스크린을 통해 카메라 영상이 보이거나 안내판이 반짝였다·

“뭐야 너희들···!!!”

안쪽 갈림길에서 마주친 연구원이 레녹을 보고 놀라 들고 있던 커피를 떨어뜨렸다·

경악한 연구원이 허둥지둥 무언가를 꺼내 들려다 질리언을 보고 멈춰 섰다·

“대 대공 전하?! 여기에는 어떻-”

“연구동 내부 경보시스템을 발동하는 호출기인가·”

“···!!!”

어느새 연구원이 꺼낸 호출기가 레녹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약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리모컨처럼 생긴 장비를 유심히 바라보던 레녹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해킹이 되지 않는다· 마력이나 전파 송신부가 없군· 애초에 정상적인 기계장비조차 아니야·”

콰직!!

한 손으로 호출기를 쥐어 박살낸 레녹이 중얼거렸다·

“이것도 소체의 능력을 빌려 만든 시시한 발명품이겠군·”

“어 어떻···!!”

콰앙!!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구원의 머리가 연구동 벽면에 거세게 처박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벽에 머리를 박은 채 미끄러지는 연구원의 몸·

팔다리를 벌벌 떨며 경련하는 연구원을 밟고 선 질리언이 고개를 까닥였다·

“왕정보고 내부의 모든 정보를 기록해두는 기록실이 있어· 네가 원하는 정보는 아마 그쪽에 있을 거다·”

“안내해·”

여기까지 온 이상 이 거대한 냉동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론이 수천명의 인간들을 얼려 보존해 그들의 재능을 뽑아내는 이유를·

그가 아르스노바의 방식을 따라 하면서까지 종극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철컥 콰앙!!

잠겨 있는 문고리를 억지로 부수고 연구시설을 돌파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충격으로 사방에서 흩날리는 무수한 종이 다발· 온갖 복잡하고 난해한 수치가 적힌 기록표·

알아볼 수 있는 문자가 적힌 종이를 마력사로 잡아채 빠르게 읽어내렸다·

“카바힘의 성을 지닌 왕족의 신상 관리 명부군· 직계혈족은 따로 적시해서 빠져 있어·”

질리언에게 서류를 넘기며 레녹이 말했다·

“왕실의 방계혈족마저 소체로 사용해 그 재능과 능력을 뽑아내고 있는 건가?”

“운이 좋다면 소체를 ‘보존’하는 역할을 맡는 거고 아니면 본인이 소체가 되는 거지·”

질리언이 대꾸했다·

“받아들이지 않은 왕족은 이름이 파이고 이 나라에서 추방당한다·”

“····”

소류 역시 그러한 선택의 연속을 통해 추방당한 왕족으로 대륙을 떠돌고 있던 것일까·

레녹은 그 뒤로도 질리언과 함께 연구동을 오가면서 자료를 찾아 뒤졌다·

연구동 중심부를 관통하는 광활한 복도· 시설 내부를 오가는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록실·

복도를 겹쳐 막고 있는 유리문 앞에서 질리언이 키패드를 두들기며 끙끙거렸다·

“빌어먹을· 이거 비밀번호가 뭐더라?”

[PASSWORD ERROR]

[PASSWORD ERROR]

[PASSWORD ERROR]

[■]

[■]

연달아서 떠오른 비밀번호 오류· 아래에 남아 있는 칸을 보면 남은 기회는 두 번인가·

그 와중에 질리언이 한번을 더 틀리면서 남은 기회는 한번·

레녹이 한심한 눈빛으로 질리언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나쁘면 손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지금 뭘 하자는 거지?”

“좀 닥쳐봐· 나름 기억할 만한 번호라서 분명- 아 그래!!”

질리언이 욕을 뱉으며 끙끙대다 한쪽밖에 안남은 손으로 무릎을 쳤다·

삐빅·

[PASSWORD ERROR]

“···어라·”

번호를 입력한 뒤 떠오른 에러 표시에 질리언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콰직!!

경보가 울리기도 전에 레녹이 키패드 안쪽 마력회로에 마력사를 꽂아넣었다·

내부 마력회로를 마비시켜 기능을 차단하고 직후 송신되는 프로토콜까지 회수·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막은 뒤 그대로 기능을 조작해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위이이잉!!!

복도 끝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열리는 유리문들을 바라보던 질리언이 입을 벌렸다·

“도둑놈··· 너 생각보다 굉장히 똑똑한 놈이었군·”

“그쪽에 비하면 그럴지도·”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질리언을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기록실 안쪽으로 진입하자 차갑다 못해 시린 냉풍이 불어닥쳤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죽이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냉방시설··· 이 아니다·

기록실이 아니라 이 연구동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초월적인 냉기의 집약체·

마법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레녹조차 오싹해질 만큼 강렬한 한기가 공간 전역을 휘감고 있다·

“도둑놈· 저길 봐라·”

레녹이 그것을 깨달고 긴장감을 끌어올린 찰나 질리언이 조용히 기록실 창문 바깥을 가리켰다·

“저기 잘 보이지?”

“····”

기록실 바깥에 펼쳐진 거대한 제단· 그 중심부에 자리잡고 차가운 숨결을 내뿜는 서리거인·

휘오오오오!!!

온몸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푸른 빛의 거대한 서리거인이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아쥐고 있다·

눈을 감은 채 잠든 고요한 여성체의 형상· 한없이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는 거인의 손 안에·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눈을 감고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쩌저적···!!

서리거인의 품 안에서 온 몸이 얼어붙은 채 차가운 숨결을 내뿜는 아론의 모습·

질리언이 말했다·

“양면성의 재능으로 보고 있는 거다·”

“···보고 있다고?”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다만 언제부터인가 아론이 저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

레녹의 반문에 질리언이 표정을 찡그렸다·

“어딘가를 들여다보며 이 모든 일에 필요한 지식을 얻고있다는 것까지 말이다·”

“····”

“지금은 저렇게 잠들어 있지만 공정을 마치고 나면 순식간에 이쪽을 감지해 올 거다·”

질리언이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 기록실은 아론이 직접 설계한 곳으로 사용자에 따라 열람범위가 철저하게 정해져 있지·”

“····”

“왕실을 배신한 나는 열람권한이 없어· 여기서부터는 네놈이 알아서 원하는 기록을 찾아야 할 거다·”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기록실을 둘러보았다·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홀로그램 스크린· 사방에서 공명하면서 마력을 보급하는 동력장치·

마력이 담긴 석판이 부유하며 실시간으로 기록실을 오가는 정보들을 표기하고 있다·

“바로 시작할 테니 바깥에 나가서 망이라도 보고 있도록·”

“싫어· 난 아론한테 죽고 싶지 않단 말이다·”

“아까 연구원들을 보니 너를 아직까지는 왕족으로 대접해 주는 것 같더군·”

레녹이 단호하게 고갯짓했다·

“기록실에 접근하는 놈이 있다면 네가 시간을 끌어· 여길 탈출하고 싶지 않나?”

“···X발 이 자식이 누굴 집지키는 개로 알고····”

투덜대면서도 기록실 옆쪽 문으로 사라지는 질리언의 모습·

레녹은 그제서야 허공을 떠다니는 석판을 붙잡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고성 지하에 이만한 규모의 데이터 시설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되면 레녹도 정보를 색인하기 편하다·

‘벽면에 그려진 건틀렛의 형상· 단순히 이곳의 소체를 모아 금기병장을 만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반궁의 혈족을 재료 삼아 건틀렛을 만들고 싶었다면 굳이 이런 식으로 레녹을 공들여 대접하고 속일 이유가 없다·

고성까지 레녹을 데려온 시점에서 그대로 무력으로 찍어누르거나 왕가의 이능을 사용해 그 육신을 통째로 보존하려 했겠지·

‘나를 재료 삼아 무구를 만드는게 아니라 내 도움을 받아 [문] 안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면-·’

석판을 붙든 레녹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죽은 신의 힘을 원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

키워드는 문과 금기병장· 날짜를 정해 오래된 데이터는 걸러내고 최근 순서대로 정렬·

빠른 속도로 스크린을 두들기자 사방에서 부유하던 석판들이 기록실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기록실의 광대한 공간 사이로 형상을 겹치고 줄지어 늘어선 무수한 석판의 형상·

레녹은 그 사이를 걸으면서 빠르게 석판에 적혀 있는 ‘기록’을 들여다보았다·

[카바힘 왕가의 혈계이능은 죽은 외신과 계약하여 손에 넣은 빙결계 선천이능·]

[소체의 재능을 보존하는 공정을 체계화시켜 금기병장에 준하는 효율을 완성·]

석판에 적힌 기록의 제목만 보고 빠르게 지나친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 외에 자세히 볼 필요는 없는 기록·

기록실 안으로 깊게 들어갈수록 석판에 적힌 기록 역시 더 자세하고 복잡해진다·

[683차 재현실험에서 왕가의 혈계이능을 사용한 보존공정을 확립·]

[재능과 위계의 ‘물질화’ 공정을 성공적으로 재현· 소체 수급 시작·]

“이쪽이군·”

인간의 재능과 위계를 보존해 왕가의 재산으로 삼는 고성 지하의 왕정보고·

그 핵심 원리와 관리내력이 기록실 안쪽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문 너머의 성역에서 죽은 신의 유해를 회수하면 해당 보존공정을 적용가능·]

[성역의 진입 과정에서 승천자의 혈족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조건을 확인·]

“····”

레녹이 싸늘한 표정으로 석판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겼다·

기록실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장 오래되고 낡은 기록이 적힌 석판을 들어올린 순간·

[상기한 모든 공정과 의식은 아르스노바의 ‘아카이브’에서 추출하여 인용하였음을 적시·]

“···아카이브?”

흘려넘길 수 없는 단어를 본 레녹이 표정을 굳혔다·

카비힘의 군주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기록을 통해 훔쳐본 진실이 레녹의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 충격조차 그 다음 석판에 적힌 기록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양면성의 재능은 현실과 외해· 물질계와 허수차원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적성·]

[이는 중앙도시 아르스노바의 ‘아카이브’에 접근하기 위한 사서의 자격과 일치·]

“····”

그제서야 레녹은 아론이 어떻게 고성 지하에서 이러한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론바이거 카바힘이 보유한 양면성의 재능· 운명의 양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진짜 가치·

그것은 멸망한 아르스노바의 기록과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렇군·’

인간의 재능을 이렇게 쉽게 추출하고 제련해서 왕가의 힘으로 휘두를 수 있던 이유·

질리언이 언급했던 만들어진 성공을 답습하는 과정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이 기록실의 석판들이 레녹이 딥웹에서 본 아르스노바의 검색엔진을 닮아 있다는 사실마저·

[아카이브를 통해 확인한 죽은 신의 이명은 차가운 혜성· 다른 말로는 얼어붙은 빙령·]

[죽은 신 차가운 혜성의 권능은 빙결계의 극한을 넘어선 개념의 지배- 엔트로피의 정지와 감소·]

[보존공정을 성공적으로 완료 시 엔트로피의 감소를 통한 시간역행(時間逆行)을 왕도 전역에 적용·]

[상기한 권능을 승천자의 위신권역에 걸어 권역이 존재한 시간을 통째로 역행·]

[아카이브에서 추출한 ‘승천자 부활 시퀀스’를 85%의 확률로 재현·]

“잠깐 설마····”

엔트로피의 감소· 시간역행· 승천자 부활 시퀀스·

일련의 공정을 반궁의 위신권역에 걸어서 아론이 이루려는 진짜 목표는-

[승천자 반궁(叛穹)의 부활을 최종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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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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