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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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화

쇼다운(3)

둥 둥 둥···!!

스타디움 위쪽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흥겨운 전주·

콘서트 사이 휴식시간 동안 연주자들이 관객들을 위해 묘기를 부리고 있다·

대략 15분 정도 주어지는 휴식이 끝나고 나면 다시 공연이 시작되겠지·

관객들 역시 전주를 따라 흥얼거리거나 프레이야의 이름을 연호했다·

축제 분위기로 한참 즐겁게 달아오른 광대한 스타디움·

하지만 무대 아래의 준비실에는 섬뜩한 적막만이 감돌았다·

“···너·”

프레이야를 눈앞에 보란 듯이 나타난 경찰청장의 존재·

자신을 교단 5사도라 소개하며 태연하게 말을 걸어오는 언동·

그녀를 납치하기 위해 레녹과 같은 시간에 나타난 이 순간까지·

모든 상황이 상정했던 예측을 뛰어넘어 사고가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노인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인지하고도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휴게실 문을 가로막듯 기대선 채 쓰고 있던 중절모를 만지작거렸을 뿐·

“프레이야 칼린스를 데려가기 위해 시간을 냈건만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한 젊은이가 또 있을 줄은 몰랐군·”

“····”

“허허 이러면 일이 난처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바깥의 ‘거래’도 내 손으로 모두 무산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노인이 부드럽게 턱을 쓰다듬으며 허허 웃었다·

“시장 그 친구의 죽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이거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후배들이 끼어 있었어·”

“지금 그딴 말을 지껄이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인자한 미소와 함께 털털한 웃음을 짓는 노인의 모습·

정장을 입은 모습과 절도 있는 몸짓이 더해져 차분한 신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레녹은 이 노인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노인이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진 휴게실 바깥·

동시에 문 바깥에서 숨길 생각도 없이 끈덕지게 흘러들어오는 음습한 피냄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레녹이 프레이야를 따라 휴게실로 들어온 10초 전후· 그 잠깐 사이 노인은 휴게실에 있던 모든 인간을 죽여 버렸던 것이다·

“이 이 괴물이 다이애나랑 내 스탭들을···!!

프레이야 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 창백해진 표정으로 손을 떨었다·

방금 전까지 대화하며 떠들던 콘서트 관계자들이 죽은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일까·

빠득 이빨을 간 프레이야가 섬뜩한 시선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죽여 버리겠어·”

화륵!!

한발 앞으로 나서는 것과 동시에 프레이야의 전신에서 마력이 솟구쳤다·

한참 공연을 진행하며 고조되기 시작한 그녀의 체내마력이 펄펄 끓으면서 사방으로 흘러나왔다·

“음 그들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는 건가? 그렇다면 유감이군·”

하지만 노인은 그런 프레이야를 보면서도 인자하게 웃으며 소매를 다듬었다·

“오랜만에 전장에 나섰더니 손속을 조절하기 어려워서 말이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네·”

“뭔 개소리를-!!”

“그만·”

프레이야가 소리치며 거침없이 술식을 발동하려던 찰나 레녹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차갑게 변조된 목소리에 프레이야가 멈칫거린 찰나 가면 너머로 그녀를 돌아본 레녹이 말했다·

“이 자는 내가 맡지· 물러나 있어라·”

“뭐?

프레이야의 날 선 대꾸를 무시한 레녹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사도가 나선 이상 기존의 작전은 모조리 폐기다· 네가 여기 있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아까부터 자꾸 뭐래? 내가 짐이라도 된다 이거야?”

날카롭게 쏘아붙인 프레이야가 말했다·

“네가 아니라도 내 몫은 충분히 할 수 있거든?! 너나 방해하지 말고 비켜!!”

“말로 설명해서는 못 알아듣는군·”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야를 향해 돌아섰다·

마치 노인보다 먼저 프레이야를 공격하려는 듯한 서슬 퍼런 기색·

그 흉험한 압박감에 흠칫한 프레이야가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난 그 순간·

레녹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섬광이 번뜩이며 휴게실 방을 통째로 터트렸다·

콰아아앙!!!

벽면과 천장이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휴게실 뒤에 위치한 의상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꺅!!!”

의상실까지 밀려 넘어진 프레이야와 그 앞을 가로막은 레녹이 노인을 향해 돌아서 있었다·

전조도 없이 터져 나온 노인의 선공을 레녹이 막아서는 것과 동시에 휴게실이 폭발·

그 반동으로 두 사람이 휴게실 뒤에 위치해 있던 의상실까지 쭉 밀려 나온 것·

쓰러진 프레이야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휙 일어섰다·

“뭐 뭐야 그건!!”

“검기(劍氣)다·”

레녹이 대꾸하며 들고 있던 왼손을 천천히 내렸다·

“육체능력자· 그것도 아주 강력한 고위계 검사였군·”

“호오 본인의 검예를 알아보았는가·”

노인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턱을 쓰다듬었다·

“흥미롭군· 정작 그렇게 말하는 본인은 육체능력자가 아닌 듯한데·”

“····”

5사도의 시선이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은 레녹의 왼손을 스쳐 지나갔다·

“술식을 사용하지도 않고 내 검광을 막았군· 아티팩트인가? 허나 그만한 보구를 발동도 없이 사용하기란 어려운 일이거늘·”

방금 레녹은 노인의 선공을 마력이나 술식을 사용하지 않고 받아냈다·

하지만 정작 노인이 보기에 레녹은 전혀 육체능력자로 보이지 않는 바·

아티팩트 같은 외부의 힘을 사용했음이 분명한데 노인의 감각으로도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없다·

레녹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방어구를 꺼냈다 집어넣었을 뿐인지·

아니면 레녹이 보유한 장비가 노인조차 감지할 수 없을 만큼 격이 높은 병기인 것인지·

오랜 전투경험과 노련미를 동시에 갖추었기에 오히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노인이 순간적으로 고민에 빠진 찰나 레녹이 곧바로 프레이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까지 와서도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

“한 자릿수 사도다· 어설프게 협력해서 싸울 만한 상대가 아니군·”

레녹이 차갑게 말했다·

“후위면 후위답게 뒤로 빠져라· 발목 잡지 말고·”

교단 제5사도· 그것도 한 자릿수 안에 드는 최고위 화신체의 출현·

섬기는 신이 누구인지 사용하는 사도술식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지만 레녹은 듀리스 공방에서 2사도와 나눈 대화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는 인간의 숫자 여섯 번째는 짐승의 숫자라 했던가·’

6사도는 짐승의 역할· 여차할 경우 교주를 위해 마련된 그릇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5사도의 능력이나 역할 역시 인간에게 특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은 바·

하물며 눈앞의 노인은 대략 10초 사이 휴게실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을 참살한 살인귀다·

프레이야의 음계술식이 제대로 발동하기도 전에 그녀를 죽일 수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

왕도 공략 작전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무조건 그녀를 살려 보내야 했다·

“···아 진짜!!”

프레이야 역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를 빠득 갈면서도 벌떡 일어섰다·

천천히 물러선 그녀가 피냄새가 자욱한 휴게실을 돌아본다·

방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던 스태프들이 죽어있을 장소·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쪽을 바라보던 프레이야가 입술을 강하게 깨물면서 돌아섰다·

“빅터 네가 말하니까 맡기는 거야· 알았어?”

“····”

“제대로 처리 못 하기만 해·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직접 할 거니까!”

프레이야는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강하긴 하지만 성정 자체가 마냥 악한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함께 일하던 매니저나 스태프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겠지·

프레이야가 노인과 싸우려던 이유도 레녹에게 이러한 당부를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내가 알아서 하지· 비켜·”

“야!!”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은 충분히 준 것 같은데·”

프레이야가 무어라 소리치는 것과 함께 돌아선 그 순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이 어느새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이제 본인이 움직여도 되겠는가?”

“···!!!”

반응할 새도 없이 거리를 좁혀 레녹을 지나쳐 다가온 5사도의 신형·

프레이야가 흠칫 놀라 움찔거린 순간 노인의 손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우득!!

목뼈가 부러지는 듯한 섬뜩한 소리와 함께 프레이야의 신형이 크게 휘청였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프레이야를 노인이 한 손으로 받아들었다·

“캄로달은 두부만 확보하면 상관없다고 했지만 가능한 살려서 데려가는 편이 낫겠지·”

쓰러진 프레이야를 들고 돌아선 5사도가 말했다·

“음계술사는 받아가겠네· 그녀의 신분과 술식이 교단에게 필요하다 들어서 말이야·”

“···사도가 지금 이 시점에 개입했다면 이유는 하나뿐이겠지·”

가면 너머로 레녹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교단 측에서도 카바힘의 [문]을 노리고 있던 건가·”

“이런 그쪽에서는 조직원들의 입조심도 시키지 않는 겐가?”

노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따지자면 [문] 자체보다 그 안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문제라 하던데····”

“····”

“유감이군· 본인도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아· 대신 답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겠어·”

교단 측에서 카바힘의 [문]을 탈취하기 위해 프레이야 칼린스를 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5사도 엘드리히와 8사도 캄로달이라는 두 괴물이 참전한 상황·

교단 최고위 한 자릿수 사도 두 명이 동시에 토커퍼즈 스타디움에 난입한 사상 초유의 사태·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레녹은 그런 노인의 말에도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널 죽이고 캄로달이라는 사도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으니·”

“훌륭한 기개로군·”

노인이 미소지었다·

“하나 프레이야 칼린스의 신변이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자네는 내게 손끝 하나 댈 수 없을 걸세·”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쪽인 것 같은데·”

레녹이 비웃었다·

“자신이 뭘 잡았는지도 아직 깨닫지 못한 건가?”

“···뭐라고?”

턱!!

그 순간 축 늘어져 있던 프레이야가 번개처럼 양손으로 노인의 목을 움켜쥐었다·

꽈아악···!!!

그녀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악력이 순식간에 사도의 목을 조르고 쥐어짠다·

순식간에 팔다리를 움직여 노인의 온몸을 옭아매는 기민하고 기괴한 프레이야의 동작·

“···설마!!!”

노인이 그제서야 자신이 포획한 것의 정체를 깨닫고 얼굴을 굳힌 찰나·

프레이야의 ‘인형’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며 엄청난 열기를 내뿜었다·

콰아아아앙!!!!

무대 지하의 휴게실과 준비실 의상실을 관통하고 무너뜨리는 폭발·

폭심지 중심에서 엄청난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사방의 시야를 가린다·

연기를 걷어내며 걸어 나온 레녹이 무표정한 얼굴로 5사도를 바라보았다·

프레이야와 똑같이 생긴 체비엔의 인형을 노인이 움직이는 직전에 본인과 교체·

레녹의 마력사로 인형을 조작해 기절한 것처럼 보이게 한 뒤 허를 찔러 폭발시킨다·

그 직후 상황을 눈치채고 숨어 있던 아그네타가 프레이야를 데리고 대피·

전투에는 소질이 없는 아그네타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장 역시 아그네타에게 판데모니엄의 전력 역할을 맡겨둔 것일지도 모르지·

레녹은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흘려보내며 천천히 몸을 돌려세웠다·

“그렇군·”

슈우우우···!!!

폭발의 중심부에 서 있던 노인이 그제서야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우레카 신녀님께 분명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 생각이 났어·”

“····”

“가희와 인형· 가면··· 판데모니엄이라고 했던가?”

중절모를 조심스럽게 매만진 노인이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오며 웃었다·

“나이를 많이 먹고 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단 말이지· 자네가 이해해주게·”

“그 신녀의 이름을 지껄이는 걸 보니 최근에 교단에 합류했다는 건 틀림 없어 보이는군·”

촤악!!

검은 마력사를 뽑아 움켜쥔 레녹이 부서진 벽과 천장 곳곳에 걸면서 말했다·

순식간에 사방에 거미줄처럼 마력사를 드리운 레녹이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도 중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 둘밖에 없을 텐데· 왜 다섯 번째 사도가 멀쩡히 지상을 활보하고 있는 거지?”

“···음·”

교단의 사도는 외신의 힘을 내려받은 화신체· 이 세계의 법칙을 벗어난 사도술식을 다루는 괴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신이 꾸는 꿈에 정신이 잡아먹히며 미쳐버리게 된다·

현재 교단 내부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도는 2사도와 8사도 둘 뿐·

하지만 이미 진작에 미쳐 짐승이 되어 있을 5사도가 나타날 거라곤 레녹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네는 우리 교단의 치부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잘 알고 있군·”

노인이 짐짓 놀란 표정으로 레녹을 바라보다 웃었다·

“부끄럽지만 그 말대로야· 본인은 오래전에 그분을 섬기며 사도의 힘을 내려받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짐승만도 못한 신세가 되었었지·”

“····”

“하나 신녀님께서 그런 본인을 불쌍히 여기어 친히 이 몸을 구제해 주셨네·”

“하 구제라····”

대번에 노인의 말을 이해한 레녹의 표정이 가면 안쪽에서 꿈틀거렸다·

교단 11대 신녀 우레카 나이드리·

정당한 제사장의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대신 미친 사도를 통제하는 권능을 손에 넣은 이단아·

서슴없이 인신공양을 저지르며 온갖 실험을 자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결국 우레카 나이드리는 완전히 미쳐버린 사도의 정신까지도 다잡아 현장에 복귀시키고 만 것인가·

“이 엘드리히 비록 모시던 주군을 두 번이나 배신한 변절자이나 한번 받은 은혜를 잊은 적은 없으니·”

노인이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옆으로 손을 뻗은 순간·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벽을 부수고 날아온 무언가 그의 손에 잡혔다·

“총본산 지하에서 거름이 될 날을 기다리던 본인을 구해준 신녀님을 위해서라도-”

촤악!!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묻은 날카로운 철검이 격렬하게 회전하며 맥동한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철검을 움켜쥔 노인의 기세가 섬뜩할 만큼 예리하게 변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은 노인이 그대로 검을 내리그으며 말했다·

“당분간은 구세(求世)에 힘쓸 생각이네·”

후욱!!

그 순간 레녹의 눈앞에서 모든 것이 세로로 갈라졌다·

오감을 둘로 쪼개 버리는 듯한 압도적인 의념을 담은 발검·

레녹이 서 있던 자리가 폭발하며 강렬한 빛의 기둥이 스타디움 위로 솟구쳤다·

콰아아아앙!!!

무대 아래쪽 준비실이 불타 으스러지며 그 열기가 무대 위까지 뻗쳤다·

강렬한 섬광이 스타디움 하늘 위로 뻗어나가며 섬뜩한 굉음을 흩뿌리고·

무대에 남아 악기를 연주하던 연주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뭐냐고!!”

“우와아악!!”

“사 살려줘!!”

탁!!

엉망진창으로 불타 무너진 무대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동시에 내려앉았다·

한 손에 마력사를 걸고 흑요석 가면을 쓴 로브·

피범벅이 된 검을 쥐고 중절모를 쓴 늙은 신사·

프레이야 대신 박살 난 무대 위에 나타난 두 사람을 본 수만 명의 관객들이 술렁였다·

“뭐 뭔데· 저거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프레이야가 부른 게스트 아니야?”

“아저씨 우리 언니는 예민한 사람이라 게스트 같은 거 안 부르거든요?”

“아니 아무리 연출을 과하게 해도 무대를 박살 내는 건 좀 과하지 않-”

“이런·”

VIP 객석에 앉아 있던 광대가 무대를 부수고 나타난 레녹과 5사도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갑자기 나타나 잘난 듯이 지껄이던 이유가 있었군요· 그새 새로운 친구를 데려온 겁니까?”

“데려왔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구나· 굳이 말하자면 되찾았다고 해야겠지·”

캄로달이 대답했다·

“엘드리히는 우리 중에서도 가장 사도다운 사도였으니· 그가 광증에 먹혀 자리를 비운 것은 교단에게 있어 크나큰 비극이었다·”

“····”

“인간의 사도가 비로소 제 자리를 찾고 사명을 위해 돌아왔으니· 이것 또한 그분의 은혜일진저·”

징그러운 촉수를 턱 아래로 꿈틀대던 캄로달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세웠다·

객석 뒤편에 앉아 있는 안타레스를 타오르는 눈으로 바라본 캄로달이 말했다·

“오랜 악연을 이 자리에서 청산할 때가 온 것인가·”

“아 맞다·”

콰직!!

그 순간 광대의 손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캄로달의 촉수를 움켜쥐었다·

이제서야 생각난 것처럼 고개를 삐딱하게 젖힌 광대가 히죽 웃었다·

“왜 이렇게 말이 많나 했더니 일단 이걸 뽑아놓고 생각하기로 했었죠?”

으직!!

광대의 손에 쥐어진 촉수가 강하게 짓눌리며 으스러진다·

체액을 내뿜으며 경련하는 촉수를 남자의 턱 아래서 뽑아 들었다·

촤아악!!

촉수 안쪽에 접합된 신경들이 뿌리처럼 남자의 하관에서 딸려 나온다·

그 기괴한 형상을 보며 광대가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혀를 쭉 내밀었다·

“우엑 역겨워라· 징그럽게 이게 뭡니까?”

“본체가 아니야· 전령 역할로 준비한 미끼였군·”

담담한 시선으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안타레스가 시선을 들어 올렸다·

“진짜는 저 위쪽이다·”

쩌저저적···!!!

토커퍼즈 스타디움 천장 부근에서 벌어진 공간의 균열·

지퍼처럼 벌어진 공간균열 너머에서 교단의 사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사제들 속에는 경찰복을 입고 도시 안에 위장하고 있던 신도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 사제들의 가장 뒤편에 자리잡은 얼굴 전체가 촉수로 뒤덮인 기괴한 남성의 모습·

저 자가 이번 전투에서 캄로달이 자신의 인형으로 선택한 ‘사도’인가·

왜애애애애앵-!!!!!

그 순간 스타디움 천장 위쪽에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상구 출입문을 향한 경고등이 켜지고 스피커에서 차분한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1급 경보· 1급 경보· 1급 경보·]

[알려드립니다· 현재 토커퍼즈 스타디움을 목표로 한 대규모 테러가 발발하였습니다·]

[경찰청 본부에서 판데모니엄의 개입 정황을 발견· 즉시 현장에 출동중입니다·]

[안전요원과 경찰의 안내를 받아 신속하게 스타디움 밖으로 대피하십시오·]

[다시 말씀드립니다· 본 안내방송은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이며-]

“이 이거 진짜야?!”

“테러? 지금 여기 테러가 일어날 거라고?!”

“장난치지 마·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프레이야는 어디에 있는데· 콘서트 이렇게 끝나는 거냐고!!”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분위기에 당황한 관객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눈치 빠르게 도망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일어나기만 했을 뿐·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안전요원이나 경찰들이 지시를 내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지만 소용없을 걸세·”

그런 관객들을 보며 검을 쥔 노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도시의 대다수 시민들은 경찰의 통제를 따르는 일에 익숙해져 있거든· 이런 안내방송으로는 멋대로 움직이지 않지·”

“····”

“지금 사태 진압에 나선 경찰전력 대부분은 본 교단의 신도들로 이루어져 있네· 이런 상황에서 자네들이 이 도시를 탈출할 수 있을까?”

천천히 레녹을 향해 다가온 5사도 엘드리히가 검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순순히 음계술사를 양보하게· 왕도 지하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그 여성 인격체가 필요하니·”

“카바힘 왕도까지 이동하기 위해 프레이야의 신분을 원하는 것이 아니군·”

레녹이 가면을 고쳐 쓰면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왕도 지하의 [문]을 여는 데 있어 프레이야의 술식이 필요하다는 건가·”

“카바힘 왕도까지 향하는 방법을 굳이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야·”

노인이 웃었다·

“신녀님께서 본인을 깨운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니 내 오랜 기억을 되살려 그분을 도와드릴 뿐이야·”

“무슨 뜻이지?”

“음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네만·”

후욱!!

순식간에 레녹의 뒤에 나타난 노인이 그 목에 검을 바짝 붙이며 말했다·

“본인이 오래전에는 카바힘 왕실에 충성을 바치던 기사였다는 말이었네·”

“····”

“아직 더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아니·”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VIP 객석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광대와 시선을 마주친 순간·

광대가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레녹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교단 측에서 이번 작전을 위해 작정하고 인선을 했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렇다면-”

“하지만 이건 교단의 사도 따위 보다 내가 훨씬 잘하는 일이지·”

후우우웅-

그 순간 노인의 머리 위에 거대한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드리워졌다·

레녹과 함께 서 있는 수십 미터 크기의 무대 전체가 가려질 만큼 어두운 그림자·

곧바로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린 노인이 순간적으로 입을 살짝 벌렸다·

“이건····”

콘서트가 시작할 때부터 스타디움 상공을 부유하던 거대한 광고판 비공정·

전광판을 달고 콘서트를 중계하던 거대한 비행체가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비공정에 장착된 모든 추진장치가 전력으로 가동하며 지상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상공 수십 미터 위에 떠 있던 비행체의 추락속도가 너무나 빨라 몸을 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어떤 식으로 판을 엎어야 할지는 이미 정해두었지·”

레녹이 웃으면서 몸을 돌려세웠다·

“광대의 말대로 일단 저지르고 나서 생각해 볼까·”

“무슨-”

노인의 대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거대한 비공정이 무대 한복판에 처박혔다·

사방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가속한 금속 덩어리가 운석처럼 텅 빈 스타디움 중앙에 추락하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스타디움 전역을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었다·

스타디움 전역의 전광판과 스크린에 일제히 떠오르는 판데모니엄의 테러를 알리는 뉴스 속보·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테 테러다!! 진짜 테러가 벌어졌어!!!”

“파 판데모니엄이다!! 판데모니엄이 토커퍼즈에 테러를 저질렀다···!!!”

그제서야 우왕좌왕하던 관객들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스타디움 바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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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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