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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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화

잔향(17)

“사실 계획대로라면 콘서트 전까지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토커퍼즈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카지노 호텔·

불타는 로비 안쪽에 무수히 쌓인 시체더미 위에서 피로 목욕하는 광대의 모습·

보고도 믿기 힘든 기괴한 참상의 중심에서 광대가 나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글쎄 이 친구들이 카지노 호텔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인신매매를 벌이고 있다지 뭡니까·”

“···인신매매?”

“희귀한 노예나 포로를 사들이는 그런 거 있잖습니까· 꽤 본격적으로 하고 있더군요·”

욕조에 기대 고개를 젖힌 광대가 히죽 웃었다·

“이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제가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냉큼 달려와서 무슨 ‘상품’을 파는지 구경하러 왔는데 아니 글쎄-”

철퍽!!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통을 주워든 광대가 턱을 잡고 잘 보이게 내밀었다·

“짜잔~ 무려 토커퍼즈 시장이 끼어 있더라구요· 정말 놀랍죠?”

“····”

고통에 일그러진 채 잘려 있는 장년 남성의 얼굴·

토커퍼즈를 돌아다니던 도중 지나가는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안면이다·

다른 점이라면 얼굴 위로 의미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가면이 눌어붙어 있다는 점일까·

그제서야 레녹은 호텔에서 죽은 모든 사람들이 인신매매 관계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지노 호텔 자체가 인간을 거래하는 경매장이었고 토커퍼즈 시장이 거기에 엮여 있던 것·

“대충 가지고 놀면서 고문해 보니까 상품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거래를 끝내두기 위해 모인 것 같더군요·”

욕조 바깥으로 늘어뜨린 손으로 단검을 가지고 놀면서 광대가 느릿하게 말했다·

“중앙의 전쟁포로를 일종의 ‘재료’로 사용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 거래를 시장이 주도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여기 모인 사람들을 모두 죽인 건가?”

“아 그건 저보다는 이번 일을 위해 구한 자문의 결과이긴 합니다만····”

대놓고 말끝을 흐린 광대가 씩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준비운동을 좀 열심히 해봤습니다· 빅터도 그동안 잘 지내셨죠?”

“····”

핏물이 담긴 욕조에 누워 태연하게 인사를 건네는 광대의 모습·

하지만 레녹은 그 인사에 답하는 대신 광대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쩌저적···!!

몸을 잠시 움직이는 것만으로 피부가 갈라지면서 피가 줄줄 흘러 나온다·

살갗과 근육이 칼에 베인 것처럼 찢어지고 선혈이 배어 나와 욕조에 담겼다·

힘없이 축 늘어진 채 당장 운신조차도 어려워 보이는 모습·

“그렇군·”

방긋방긋 웃고 있는 광대와 눈을 마주친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전은 시작부터 실패였나·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어·”

“엥?”

“난 가보겠다·”

“잠깐 잠까안!”

후후 웃고 있던 광대가 당황해서 손을 휘저었다·

발아래까지 흘러나온 핏물을 본 뒤에야 레녹이 걸음을 멈췄다·

욕조에 벌렁 드러누운 광대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이거 우리 사이에 섭섭하게 왜 그러십니까· 그런 농담을 하면 연약한 제 심장이 펄떡이다 갈기갈기 찢어져 나간다구요·”

“그럼 그딴 몰골로 이번 작전에 참가할 생각이었나?”

레녹이 냉정한 눈길로 광대를 내려다보았다·

“당장 운신은커녕 호흡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군· 그 욕조는 네 몸의 혈액을 정량대로 유지하기 위한 용도일 테고·”

“후후 눈치채셨습니까?”

광대가 마치 애장품을 자랑하는 듯한 표정으로 욕조를 가리켰다·

“일칸타라 악마 숭배집단의 마도구 선혈의 욕조입니다· 이 안에서는 피를 얼마나 흘리든 몸을 담근 사람을 ‘살아 있는’ 형태로 만들어주죠·”

“····”

“당연하게도 원래는 인신공양이나 목욕재계 금술의 발동을 위해 사용되는 의식도구입니다만 의외로 의학적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답니다·”

“···”

“조악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출혈량과 무관하게 사용자를 살려준다는 건 굉장히 희귀한 능력이죠· 역시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광대는 초월적인 위계에 도달한 환술사이자 박사에 버금가는 뛰어난 연구자·

비록 그 분야가 금술이나 생체공학에 편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연 스스로의 탐구심 역시 상당한 자다·

그런 만큼 광대가 저 징그러운 욕조를 아끼거나 자랑거리로 여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차가운 레녹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대가 자랑스레 말했다·

“몇 년 전에 이걸 구하려고 악마숭배자들의 뇌를 대체 얼마나 들쑤시고 다녔는지··· 엣헴 큰 자랑거리는 아닙니만·”

“네 같잖은 자랑 따위에는 크게 관심이 없군·”

대놓고 자랑을 하는 광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뜬 레녹이 물었다·

“뭘 하다 그렇게 다친 거지? 여기 모인 인간들을 죽이는데 그렇게 큰 노고가 필요했을 리는 없을 텐데·”

정황상으로 카지노 호텔에서 인신매매 관계자들을 죽인 건 광대가 틀림없을 터·

하지만 광대가 여기 모인 인간들을 죽이면서 힘겨워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

지금처럼 움직이는 것만으로 온몸이 ‘갈라지는’ 부상을 입을 정도라면 애초에 다른 곳에서 부상을 입은 것이겠지·

“그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쩌억!!

광대가 욕조에 팔을 기대는 것과 동시에 어깨 근육과 팔뚝 살이 갈라진다·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태연하게 반라의 몸을 기댄 광대가 말했다·

“카바힘 왕도의 [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좀 해버렸거든요· 그쪽 경계가 말도 안 되게 삼엄하지 뭡니까?”

“····”

“왕도 전역에 내려진 축복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력해서 저도 술식을 상당히 소모해 버렀습니다·”

“···카바힘 왕도의 축복 때문에 그쪽이 애를 먹을 정도라고?”

광대는 레녹조차도 경계를 늦출 수 없을만큼 뛰어난 환술사·

위계에 장난질을 쳐가면서 사용하는 환술은 말 그대로 현실조작에 가까운 힘이다·

하물며 광대 본인의 전투력이나 판단력은 레녹과는 궤가 다른 방향으로 경지에 이른 바·

독특함이나 이질적인 재능으로 따지자면 판데모니엄에서도 단연코 최상위에 위치한 괴물이다·

그런 괴물이 카바힘 왕도를 돌아보고 오는 것만으로 술식에 손상을 입을 정도였다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운을 조정하는- 쿨럭! 과정이지요·”

기침과 함께 토혈한 광대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흐흐 웃으면서 피를 닦아낸 광대가 말했다·

“평생 있을 수 없는 행운을 가져다 쓰고 나면 평생 없을 불행도 한번 겪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어떤 의미로 보자면 공평하죠· 그래서-쿨럭! 이 도시에서 따로 조정을 거칠 생각이었는데····”

“카바힘에서 일이 꼬이면서 계산이 뒤틀렸다 이 말이었군·”

환술은 특질계통의 술식 중에서도 현실조작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는 힘·

그렇기에 환술사는 현실을 속이기 위해 종국에는 자기 자신마저 속이게 된다·

갈수록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고위계 환술사는 필연적으로 미쳐 버리게 되지만·

광대는 위계를 일부러 낮춰두었다 필요한 순간에만 끌어올려 사용하는 식으로 그 반동을 해결했다·

어쩌면 그 방식 자체가 광대가 누구보다 미쳐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광증을 조절해내는 데 성공했던 바·

행운에 의존하는 도박성 짙은 기아스를 이용해 현실을 조작하지만 외려 그렇기에 대가를 치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던 것·

‘위계의 결속이 끊어지면서 육체까지도 그 반동을 같이 받는 건가·’

행운을 끌어다 쓴 반동이 온몸이 ‘갈라지는’ 형태로 발현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얼굴에 기괴하게 칠한 새하얀 분까지도 아마 그러한 현상을 대비하기 위한 것일지도·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지?”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광대가 그렇게 말하며 욕조 안에서 손을 펼쳤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생각해 둔 방법이 있답니다·”

“···주사위?”

피로 물든 광대의 손안에는 정육면체 주사위가 몇 개 쥐어져 있었다·

표정을 찌푸리던 레녹이 곧바로 주사위의 용도를 기억해 냈다·

편람의 우물에서 광대가 위계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했던 행운조작의 매개체·

[1]부터 [6]까지의 결괏값을 통해 위계를 조작하는 광대 자신만의 아티팩트·

“여기 이 친구들을 처리하는 김에 겸사겸사 새롭게 만들어봤거든요· 바로 시험해 봅시다·”

광대가 그렇게 말하며 주사위를 휙 던졌다·

“그렇게 큰 행운도 필요 없어요· 대충 4레벨만 되어도 몸을 회복하는 데는 충분하거든요? 제발!”

데구르르···!!

욕조 바깥쪽 바닥 위로 튕겨 나가며 구르는 네 개의 주사위가 우뚝 멈춰 섰다·

[1] [3] [1] [1]

“엑·”

주사위 4개를 던져 [1]이 3개가 나온 상황·

당첨인지 꽝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푸슛!!

광대의 정수리가 살짝 쪼개지며 그 머리 위로 피가 솟구쳤다·

“끄에엣!!”

“····”

비명을 지르며 펄떡거리는 광대를 레녹이 경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작전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아니 지켜만 보지 말고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손으로 쪼개진 정수리를 막고 욕조 위에서 버둥대는 광대의 추태·

그 순간 광대의 머리 위로 무언가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동시에 맹한 목소리와 날 선 여성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데려왔어· 여기 내려주면 되지?”

“아 그래· 저쪽이 좋겠네·”

레녹을 카지노 호텔까지 안내하고 사라졌던 조작술사 아그네타가 돌아온 것·

불타는 로비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거미의 등 위에 적발 여성이 걸터앉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뚱하다 못해 표독하게 변한 그 낯익은 얼굴에 레녹이 힐끗 시선을 들어 올렸다·

“프레이야·”

대륙 전역을 순회하는 월드 투어의 주인공·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바이자 판데모니엄의 음계술사 프레이야 칼린스·

알칸타라 카지노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프레이야를 빼돌려 여기로 돌아온 것인가·

팟!!

“아 X발·”

거대한 거미가 로비 한복판에 사뿐하게 내려앉고 프레이야가 내려섰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활활 불타는 로비를 돌아본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시장 새끼가 평소 묵던 호텔이 아니라 다른 곳을 추천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

“덕분에 괜히 나도 같이 엮일 뻔했잖아· 내가 그동안 토커퍼즈에 몇 번을 왔는데 왜 이제 와서 지랄인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은 프레이야가 주변을 휙 돌아보았다·

“애초에 누가 요즘 같은 시대에 촌스럽게 호텔에 모여서 인신매매를 해· 시대에 뒤떨어진··· 아·”

광대의 정수리를 꿰매는 아그네타 옆에서 레녹을 발견한 그녀가 눈을 빛냈다·

성큼성큼 걸어 앞으로 다가온 그녀가 레녹을 올려다보며 새침하게 웃었다·

“야 빅터· 오랜만이다?”

“····”

“저번에 소식 들었어· 뭔 괴상한 무기를 훔쳐서 다른 놈들을 엿 먹였다면서·”

아나테마의 신전에서 있던 일을 프레이야 역시 전해 들은 것인가·

금기병장의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쟁탈전이 판데모니엄 내부에서도 여러모로 말이 많았던 모양·

레녹이 그 말을 무시하는 사이 프레이야가 주변을 오가면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나도 한번 보여줘 봐· 그 재수 없는 왕자가 탐내던 걸 보면 보통 보물이 아닌 것 같던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 이래 봬도 귀중품이나 아티팩트는 질릴 정도로 많이 받아봤거든·”

프레이야가 짐짓 우아하게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는 보면 바로 알아· 자기 피로 목욕하는 저 등신보단 훨씬 정확할걸?”

“····”

대륙 단위로 유명세를 떨친 디바가 그렇게 말하니 굉장한 설득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레녹은 그런 생각을 내색하지 않은 채 팔짱을 꼈다·

“이런 자리에서 꺼낼만한 물건은 아니군· 지금이 아니라도 조만간 기회가 있을 거다·”

“뭐어? 재미없게·”

프레이야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광대를 향해 휙 돌아섰다·

“야 삐에로·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광대의 욕조를 걷어찬 그녀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토커퍼즈의 시장을 죽여 버렸는데 이거 계획 그대로 진행해도 상관없어?”

“이미 준비는 다 해두었습니다·”

욕조에 누운 광대가 느긋하게 대꾸했다·

“자문을 구한 결과 콘서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라 하더군요· 저도 공연 시작 전까지는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콘서트가 시작되면 이쪽에서 소란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실은 들었다·”

레녹이 가볍게 손을 문지르며 말했다·

“다만 카바힘으로 가기 위해 왜 테러를 저질러야 하는지는 아직 듣지 못했지· 이유를 설명해 봐라·”

“아 그건 답해드리기 어렵지 않지요·”

광대가 손을 까닥였다·

“빅터도 저번에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카바힘은 외국인의 출입을 정말정말 엄격하게 제한하는 나라입니다·”

“····”

“나라 전체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건 물론이고 자국의 기사들을 위한 고대의 축복이 상시로 유지되고 있거든요·”

광대가 언제 적 일을 언급하는지는 레녹도 기억하고 있었다·

인도자의 반지를 찾기 위해 카바힘의 대공이라 불리는 질리언의 성채에 잠입한 당시·

그때 목표를 달성하고도 대공 본인에게 들켜 한바탕 싸우고 탈출하지 않았던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카바힘의 경계가 삼엄하다는 사실에는 레녹 역시 이견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콘서트 일정을 따라 이동하면 왕도의 경비체계가 모조리 갖춰져 있을 겁니다· 왕도까지 진입한다 해도 수작을 부리기는 굉장히 어려워지겠죠·”

“왕도의 경비체계를 부수기 위해 기존의 일정을 앞당겨서 움직여야 한다는 건가?”

“토커퍼즈가 뒤집힐 정도로 큰 테러가 있다면 프레이야가 다음 공연장소로 미리 이동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테니까요·”

레녹과 시선을 마주친 광대가 웃었다·

“그 과정에서 카바힘 왕도의 경계에 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

“남은 건 이 도시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탈출하는 것뿐입니다· 콘서트 시작까지 남은 시간이 대충 하루 정도였죠?”

레녹의 가면을 빤히 바라보며 광대가 히죽 웃었다·

“특질계 조작술사에게 그 정도면 준비를 마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째서 광대가 레녹에게 이러한 준비를 맡기려 하는 것인지는 이해했다·

이 거대한 유흥도시가 완전히 뒤집힐 정도의 소란이 있어야 프레이야가 콘서트를 중단하고 대피할 명분이 될 테니·

모든 것은 기존의 일정을 앞당겨 카바힘 측에서 계획한 것보다 빠르게 왕도에 도착하기 위해·

“단순히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기울인 레녹이 말했다·

“토커퍼즈를 박살 내는 것뿐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오옹?”

“하지만 네 설명대로라면 이번 일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안 되겠군· 콘서트 도중 민간인이 사망하면 쓸데없이 도시에 발이 잡힐 거다·”

레녹이 광대를 바라보며 가면 안으로 눈을 빛냈다·

“테러를 저지르면서 시도 자체는 미수에 그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적당하겠어·”

테러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오히려 토커퍼즈를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최악의 경우 계엄령이 내려지면서 도시 전역이 봉쇄당해 통행 자체가 막혀버릴 수도 있는 상황·

무엇보다 레녹은 판데모니엄의 작전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수천 명씩 죽여댈 생각 따위는 없었다·

“뭐 그 부분도 일단 자문을 구해볼 생각입니다만··· 빅터가 원한다면 마음대로 하시지요·”

광대가 턱을 괸 채 히죽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판을 엎는데 같은 특질계 술사보다 믿을만한 사람이 또 있겠습니까?”

“헛소리는 거기까지 하지·”

레녹은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이걸로 모두 모인 건가?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참가가 확정된 멤버가 더 있을 텐데·”

카바힘 왕도 지하의 [문] 공략은 광대와 낚시꾼을 필두로 입안된 작전·

하지만 정작 낚시꾼이라 불리는 자부터 이 근처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소수정예로 진행되는 작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인원으로 카바힘 왕도를 공략하는 건-

“아 빅터는 이번에 처음 보는 얼굴이 하나 있을 겁니다·”

“판데모니엄에 새롭게 입단한 인물인가 보군·”

“아뇨 신입이라기보단··· 오히려 경력직이라고 해야 할까요?”

“···경력직?”

“뭐 제 입으로 설명하자니 좀 번거롭기도 하고····”

광대가 나른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젖혔다·

“지금쯤이면 아마 연락이 닿았을 겁니다· 슬슬 돌아오고 있겠군요·”

“돌아온다니 그게 무슨-”

와장창!!!

그 순간 레녹이 서 있던 로비 홀 유리창이 부서지며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허공에서 충돌하며 빠르게 추락하는 서로 다른 두 체격의 그림자·

교차하는 그림자 사이로 예기와 냉기가 동시에 엇갈리며 흩날렸다·

카가가각!!!

판데모니엄이 어떤 조직인지는 알고 있지만 콘서트가 하루 남은 지금까지 멤버끼리 싸우고 있었나·

레녹이 짜증스레 시선을 돌리면서 마력을 끌어올린 그 순간·

콰직!!

허공에서 거칠게 충돌한 두 사람의 신형이 불타는 호텔 안쪽에 내려섰다·

반신을 얼음으로 바꾼 채 차가운 숨결을 흩뿌리며 미끄러지는 싸늘한 인상의 청년 소류·

카바힘 왕가 직계 혈족이자 혈계능력인 빙결이능을 다루는 성위능력자·

이번 작전이 작전이니만큼 왕족 출신인 소류가 참가하는 것 자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소류와 대치하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레녹은 그런 생각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

“···잠깐·”

탁!!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드러나는 훤칠한 체격· 예식을 갖춘 정장차림·

어깨에 걸친 두꺼운 털코트와 뒤로 쓸어넘긴 흑발의 청년·

그리고 레녹의 눈에 익은 평온하면서도 고요한 얼굴까지·

레녹의 기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발칸 밖에서 마주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아시겠지만 이번 작전이 여러모로 위험하고 까다로운 목표를 노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 순간 광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부득이하게 판데모니엄에서는 구할 수 없는 능력자를 작전에 넣었거든요· 빅터는 이번에 처음 보는 얼굴일 겁니다·”

“····”

“소개드리지요· 이번에 카바힘 왕도 공략의 자문 역할로 새롭게 합류한 예지자-”

욕조에 몸을 기댄 광대가 웃으면서 말했다·

“안타레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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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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