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화
잔향(15)
토커퍼즈·
대륙에서 제일가는 유흥도시이자 온갖 도박산업과 범죄의 집결지·
세상 모든 것이 화폐이자 담보로 쓰이다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곳·
온갖 호화시설과 유흥문화의 온상이자 서대륙의 현물자산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 모인 자본규모는 일개 도시국가를 뛰어넘어 지역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기능하는 바·
세상 모든 곳에서 손님을 받기에 사업가와 사기꾼들의 요람이다·
그만큼 토커퍼즈로 향하는 교통편 역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뿌우-
느릿한 뱃고동과 함께 호화로운 크루즈 선박이 강을 타고 접근한다·
토커퍼즈 인근 강을 유람하는 크루즈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카지노나 다름없다·
갑판 위에 화려하게 치장된 홀덤과 블랙잭 테이블· 그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도박에 몰두하는 손님들·
워낙 사람이 많고 오가는 돈이 큰 탓에 선박을 따라다니며 장사를 하거나 물자를 보급하는 작은 배들도 있다·
철썩!!
크루즈 선박 뒤쪽에서 움직이는 작은 요트에서 레녹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돈·”
요트 운전석에서 걸어나온 험상궂은 남성이 레녹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뱃삯 300만· 수수료 30만· 팁 120만· 깔끔하게 450만 셀만 받지·”
“····”
[팁을 뭐 이렇게 많이 달라는 거예요?]
다비의 투덜거림처럼 가격에 비해 팁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왜 뭐·”
그런 레녹의 시선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가 강을 향해 침을 퉤 뱉었다·
“설마 토커퍼즈까지 도박하러 오신 분이 장사치에게 주는 푼돈을 아까워할 리는 없겠지· 빨리 계산하고 끝냅시다·”
“푼돈이라·”
“아니면 지금이라도 토커퍼즈 경찰청에 댁을 신고해 드릴까?”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레녹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말이 경찰청이지 이곳에서는 군대나 다름없지· 허락 없이 강을 타고 들어왔다는 걸 들키면 바로 철창신세가 될걸·”
“····”
“댁도 괜히 귀찮아지기 싫어서 나를 골랐잖수· 그럼 좀 더 성의를 보여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쿤다라 붕괴사태 이후 서대륙의 많은 도시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빅터의 신분으로 토커퍼즈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 편법을 사용해야 했던 것·
따지고 보면 이 남자가 주장하는 ‘성의’ 역시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저벅·
“뭐 뭐야·”
레녹이 한 걸음 다가오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로브 안으로 비친 흑요석 가면과 가면 안쪽에서 번뜩이는 붉은 안광·
피부를 노출하지 않는 어두운 외견에 남자 역시 순간적으로 위압갑을 느꼈던 것·
하지만 레녹은 그런 남자를 향해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 있다·”
짤랑!!
눈부시게 빛나는 금화 여러 개가 남자의 손에 떨어졌다·
“오옷?!”
손에 쥐어진 금화의 개수를 확인한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500만 셀 이상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가치· 알칸타라 은행의 인증까지 새겨진 것을 보아하니 틀림없는 진품이다·
그제서야 남자가 웃으면서 황급히 금화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하 하핫! 의외로 말이 통하는 놈이었군· 그래 이 정도면-”
“얼굴을 하얗게 칠한 사람을 찾고 있다·”
레녹이 기이하게 변조된 목소리로 남자의 말을 끊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돈을 더 내지·”
“···얼굴을 하얗게 칠한 사람이라고?”
순간 금화를 쑤셔 넣던 남자가 멈칫거렸다·
질문 한 번에 수백만 셀을 쾌척하는 레녹의 모습에 욕심이 나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기억을 되새기듯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는 이내 대수롭지 않게 요트의 문을 열면서 대꾸했다·
“몰라· 난 강 근처에서 크루즈를 따라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런 놈이 도시에 있는지 없는지 알게 뭐야·”
“그래?”
“그래·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카지노에 가봐· 맛이 간 남창이라면 거기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 정도면 금화 하나 값어치는 할-”
“재미있는 대답이군·”
가면 너머 안광이 길쭉하게 휘어졌다·
“나는 아직 남자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뭐? 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의 침묵·
금화에 욕심이 났기 때문인지 알고 있는 것을 숨기고 싶어서였는지·
답지 않게 모호한 대답을 해버린 남자의 반응이 순간적으로 느려지고·
“···X발·”
철컥!!
쌍욕을 내뱉은 남자가 곧바로 허리춤의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탄환이 장전된 권총을 들어 올리고 가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순간·
남자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이 이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라?”
스르륵!!
총을 쥐고 있던 손가락이 차례대로 잘려 나간다·
보이지 않는 칼날에 베인 것처럼 깔끔한 절단면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서걱!!
마지막으로 총을 쥐고 있던 남자의 손목이 썩둑 잘려 떨어졌다·
“우아아악!!”
남자가 뒤늦게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진 손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방아쇠를 당겼군·”
레녹이 남자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럼 죽어야지·”
“자 잠깐만! 잠깐!!”
잘린 손목을 내던진 남자가 허겁지겁 레녹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말할게· 말한다고!! 그냥 이야기만 들어봤을 뿐이야!!”
“지껄여봐·”
“그게 그러니까···!”
공포에 질려 횡설수설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이랬다·
강을 오가며 밀입국을 시켜주고 있지만 사실 남자는 토커퍼즈 경찰청에게 대가를 받고 밀입국자의 정보를 넘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경찰청의 정보를 전해 듣는 일도 있었는데 얼굴을 하얗게 칠한 남자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던 것·
“최 최근에 아주 위험한 특질계 술사가 토커퍼즈에 와 있다고 들었어·”
“····”
“경찰청 특수부대가 출동했는데 1개 중대가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고····”
안색이 창백해진 남자가 실토했다·
“목격자가 아 아무도 없어서 정보를 가져오기만 해도 보상금이 상당했지· 자 잠깐 욕심이 나서 그랬다·”
“그렇군·”
“그 그럼 이제 가 가봐도 되냐···?”
잘린 손목에서 흘린 피 때문에 남자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이대로 얼마 지나지 않으면 흘린 피 때문이라도 의식을 잃고 말겠지·
하지만 남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섣불리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방금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도구가 무엇인지도 보지 못했던 바· 눈앞의 가면은 남자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살인귀가 틀림없다·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을 터·
그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내주지· 마지막 거래만 끝내고·”
“고 고맙다···!!”
화색이 된 남자가 허둥지둥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잔해물을 주워들었다·
추운 것처럼 덜덜 떨면서도 굳은 손으로 떨어진 손과 손가락을 챙겨 든다·
주섬주섬 잘린 손가락을 챙겨든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선 그 순간·
철컥!!
남자가 떨어뜨린 권총이 허공에 떠올라 그의 관자놀이를 겨누었다·
제자리에 굳어버린 남자가 눈만을 돌려 레녹을 바라보았다·
“왜····”
“네가 방아쇠를 당겼으니 나도 한번 당겨야지·”
레녹이 말했다·
“그게 서로에게 공평한 거래 아니겠나?”
끼리릭···!
보이지 않는 실이 느릿하게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권총 안쪽에서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여기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군· 토커퍼즈 룰렛?”
“이 개···!!”
핑-
작은 파공음과 함께 남자가 그대로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요트 끝에서 휘청이며 떨어진 남자의 시체가 강 위로 천천히 떠내려갔다·
풍덩!
레녹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요트의 문을 열고 선착장 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음·”
단단한 땅을 딛고 있자니 시도 때도 없이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가라앉는 듯하다·
멀미약을 복용했음에도 뱃속을 흔들던 불쾌감이 사라지고 레녹이 걸음을 옮겼다·
[엔도로즈 로테이션이라고 한다네요·]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던 다비가 품 안에서 슬쩍 말했다·
[서대륙의 엔도로즈라는 대도시가 총화기로 굉장히 유명한데 거기서 유래된 제로섬 게임이라나 봐요·]
“설명해 주지 않아도 돼·”
당연하지만 경찰청과 공모해 레녹의 정보를 팔아넘기려던 남자를 살려 보낼 생각은 없었다·
쓸데없이 자비를 베풀어봤자 빅터의 신분이 토커퍼즈 경찰청에 한 번 더 노출될 뿐이었겠지·
어느 쪽이든 레녹은 처음부터 여지를 남겨둘 생각은 없었다·
“돈과 범죄에 미쳐 있는 건 발칸과 크게 다르지 않군·”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가면을 고쳐 썼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지·”
가면 너머로 펼쳐진 밤하늘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
하늘을 찌를듯이 높게 치솟은 카지노와 호텔의 건물들·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과 사방에서 번쩍이는 전광판·
그리고 사방의 광고판 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익숙한 여성의 얼굴까지·
[프레이야 칼린스 : 17번째 월드 투어]
[토커퍼즈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
[콘서트 시작 D-1]
한밤중에도 마치 한낮처럼 환하게 조명이 번뜩이는 유흥도시 토커퍼즈·
레녹은 망설임없이 그 화려한 거리 속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 * *
귀를 터트릴 것처럼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화려한 음악 소리·
철저하게 유흥이나 도박 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거리·
[어딘가 익숙한 냄새가 마구마구 나네요·]
“거대도시에 토커퍼즈를 벤치마킹했던 에이리어가 있었지·”
인파 속에 파묻혀서 걷고 있던 레녹이 힐끗 시선을 돌렸다·
“47구역 항만이었던가? 그 거리와 풍경이 유사하군·”
데드라이즈의 소장이었던 페이샤와 처음으로 만나서 도박게임기로 승부를 벌였던 기억·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때 페이샤와 승부했던 도박게임이 꽤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났다·
격투게임의 형태를 표방하면서도 철저하게 확률놀음에 가까운 슬롯머신이었던가·
그때 레녹이 들렀던 카지노의 풍경을 되새기며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X발 이거지!!”
“안 돼 왜 에이스가 안 나오냐고···!!!”
“카드 다시 섞어! 한 판 더 해!!”
차르르륵!!
거리 한쪽을 차지한 수백 개의 슬롯머신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사방에서 카드와 도박칩을 붙잡고 환호하거나 울부짖는 사람들·
“콘서트 티켓 리셀가가 400만 셀을 넘겼다더군· 기존 판매가의 20배가 뛰었어·”
“암표도 없어서 못 구할 수준이던데 어쩌겠어· 그 프레이야의 콘서트인데·”
“음계술식이 담긴 노래는 마력사용자에게 있어 ‘축복’이나 다름없지· 대륙 어디서든 부르는 게 값일 거야·”
“어떻게든 한번 가고 싶은데 몰래 스타디움에 출입할 방법은 없나?”
거리 곳곳에서 프레이야의 콘서트를 두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벽과 기둥 곳곳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콘서트 홍보 포스터까지·
레녹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토커퍼즈의 거리 한복판에서 생각에 잠겼다·
‘광대를 찾아야 한다·’
토커퍼즈에서 열리는 프레이야의 콘서트는 카바힘 왕도로 한 번에 넘어가기 위한 수단·
하이레아는 그 계획을 위해 광대가 토커퍼즈에서 멤버를 소집하고 있다 말했다·
문제는 하이레아조차 광대가 토커퍼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녀에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일련의 작전계획과 카바힘으로 넘어가기 위한 수단뿐·
‘8레벨의 환술사다· 작정하고 자신을 숨기면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겠지·’
위계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면서 최대 8레벨까지 자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괴물이다·
그 사고방식마저 범인의 잣대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만큼 어떤 식으로 숨어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에는 광대와 접촉해야 해· 그래야 최소한 서로 움직일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광대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가 작전 시작 전까지 얌전하게 프레이야의 곁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만약 그를 찾아서 접촉해야 한다면 콘서트가 열리는 스타디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곳에서-
쿠웅!!
그 순간 거리 저편에서 묵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북적이던 인파가 갈라지며 3m에 가까운 강철의 거인들이 연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을 단단한 금속외피로 두르고 양팔과 어깨에는 대형 중화기를 장착한 기계거인의 모습·
투구 안쪽으로 비치는 녹색 안광이 번뜩이며 사방에서 웅성대는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가면 너머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녹이 중얼거렸다·
“···파워슈트?”
[자율전투인공지능이 탑재된 무인용 아머드 배럴이네요·]
다비가 즉시 품 안에서 대답했다·
[20종의 중화기와 4체의 미사일 발사대· 적외선과 마력장 감지능력· 5레벨 이상의 충격주문에 대응 가능한 방어구·]
[16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부스터와 추진제어 알고리즘· 중앙전선에서 활동하는 전쟁용병과 비등한 전투수행능력·]
[카니발리즘 시스템 장착으로 동력을 실시간으로 보급하며 반영구적으로 운행하는 첨단 전투병기라고 해요·]
순식간에 해당 무기군의 정보를 줄줄 읊는 다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레녹이 고개를 기울였다·
“토커퍼즈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무인용 전투병기인가·”
[관련 뉴스를 찾아봤는데 경찰청 내부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 분기부터 순차적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하네요·]
“····”
그 말대로 거리에 나타난 것은 아머드 배럴이라 불리는 금속거인들 뿐만이 아니다·
금속거인들의 양옆에 좌우로 도열한 제복을 입은 무표정한 경찰들의 모습·
그 순간 레녹은 몇몇 경찰들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마스터?]
“날 봤군·”
스쳐 지나가는 듯한 무심한 눈짓이었지만 레녹은 그 사소한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로브를 뒤집어썼다거나 얼굴을 가린 가면이 수상하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애초에 레녹 같은 행색을 한 손님이야 이 거리에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 있었으니·
이상한 것은 레녹이 아니라 경찰들의 반응· 레녹을 주시하면서도 의식적으로 외면하려는 듯한 반응 그 자체다·
“움직이는군· 단순한 호기심은 아니야·”
하나둘씩 이쪽을 향해 발길을 돌리는 경찰들을 보며 레녹이 고개를 기울였다·
“설마 내 마력을 감지한 건가?”
빅터의 신분으로는 대상지정 저항을 억제해 두는 만큼 마력을 감지당한 것 자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레녹의 마력을 감지하고 경찰들의 태도가 변했다면 그 이유는 마력의 특이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특질계 술사의 마력을 보고 레녹을 검문하려 한다면·
‘광대 때문이군·’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곧바로 걸음을 돌렸다·
여기서 경찰에게 발이 잡힌다면 일이 귀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터·
사방에 빽빽한 인파 속에 몸을 숨기고 빠르게 걷는다·
탁 트인 카지노 안쪽으로 들어가 반짝이는 슬롯머신으로 향한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도박칩 하나를 슬쩍해 온 레녹이 칩을 머신에 넣고 자리에 앉았다·
철컥!!
차르르르륵!!!
레버를 당기자 슬롯머신이 돌아가고 화려한 불빛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레녹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신 뒤로 가려진다·
카지노 앞을 지나가는 경찰부대를 바라보던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군· 일단 따돌렸어·”
[그냥 멀리 도망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정보를 얻으려면 일단 주변 카지노를 돌아봐야 하니까·”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힐끗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 와중에 칩 몇 개를 더 집어 머신에 넣고 레버를 당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르르륵- 쾅!!
차르르륵- 쾅!!
“이 근처에서 적당히 돈을 잃으면서 분위기를 보자· 마력을 숨기고 도박에 집중하면 경찰들도 의심하지는 않을····”
[어라·]
품 안에서 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스터 저거····]
“···뭐?”
차르르륵!!!
그 순간 레녹은 슬롯머신에서 돌아가는 숫자를 보고 그대로 시선을 멈췄다·
과일과 숫자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던 화면이 이윽고 하나의 숫자로 통일되고·
[7] [7] [7] [7] [7]
빰빠바바바바밤-!!!
카지노를 터트릴 듯한 축포와 함께 흥겨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슬롯머신의 화면 위로 큼지막한 글자가 빠른 속도로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겼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상품을 카지노를 통해 수령하세요!]
[1 : 당첨금 1541432373셀]
[2 : 토커퍼즈 귀속 카지노 VIP 회원권 5년치]
[3 : 프레이야 칼린스 월드 투어 귀빈석 티켓]
“···이게 무슨·”
레녹이 그 예상치 못한 보상에 표정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 사이
슬롯머신 아래쪽이 쩍 벌어지며 그 아래로 도박칩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악!!!
멍한 시선으로 레녹의 주변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벌떡 일어섰다·
“재 잭팟이다!!”
“X발 잭팟이 터졌어!!!”
“아니 이곳에서 진짜 대박을 터트리는 놈이 있다고?”
“다들 여기 좀 봐!! 돈 떨어진다!!”
잔뜩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카지노 사방에서 레녹을 향해 집중된 시선·
그리고 막 골목을 돌아 지나치려다 레녹을 발견하고 돌아선 경찰들까지·
“····”
차가운 경찰들의 시선을 마주한 레녹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