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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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화

잔향(10)

견뢰 토벌전·

레녹을 노리고 계획된 군단의 대규모 토벌작전이 오래전부터 준비를 거듭해 왔음은 알고 있다·

데드라이즈 7군단장 데이머스가 판데모니엄의 회의에서 그 존재를 암시하고·

견뢰와 천번의 싸움에서 계획을 공표했으며 실행에 옮길 생각임을 알렸던바·

빅터의 신분으로 가장한 레녹은 그사이에 숨어들어 군단의 계획을 모두 전해 들었다·

그렇기에 레녹은 제니가 말하는 ‘전쟁’에 대해서는 듣고도 놀라지 않을 수 있었지만

‘열병식을 시작하기 전에 본격적으로 채비를 할 생각이군·’

토벌전은 데드라이즈가 판데모니엄의 힘을 빌려서까지 시도하려는 대규모 작전계획·

당연하지만 본부에 주둔 중인 군단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 군단의 전력 대부분은 다가올 열병식을 위해 데드라이즈 본부에 집결하고 있다는 것·

‘원수가 복귀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겠지· 전쟁용병을 움직여 작전의 주체를 숨기려는 건가?’

군단의 열병식은 데드라이즈의 원수인 에단 바쥬르의 복귀를 공표하기 위한 의식·

데드라이즈 측에서 에단 바쥬르의 귀환을 발표하기도 전에 행동에 나설 리가 없다·

레녹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니의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를 입수한 것만으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

다만 제니 역시 중앙전선에서 내비치는 전쟁의 징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략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이번에 이쪽에서 입수한 정보는 파편화되어 있어서 아직 체계적인 작전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어·”

제니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청의 눈과 거래해서 등대를 돌려본 결과 제대로 된 군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어쩌면 당장 벌어질 위험은 아닐지도 모르지·”

“····”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지금부터 대비해야 해·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도 탑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생각에 표정으로 스크린을 가리키며 제니가 고개를 저었다·

“시정부는 나서지 않을 테고 중앙의회는 개입하더라도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겠지· 이번 일에서 의지할 수 있는 세력이나 편은 많지 않아·”

“그렇군·”

“그래서 말인데 반· 이쪽과 관련된 소식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줄 수 있겠어?”

제니가 물었다·

“지금처럼 중앙에서 활동할 생각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다면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해 줬으면 해·”

“····”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발칸에 계속 있어 달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 최소한 네가 없을 때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전을 짠다면-”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레녹이 담담하게 말했다·

“데드라이즈 본부에서 발칸을 향해 진군을 준비하고 있다· 네가 말하는 습격의 주체는 아마 그쪽이겠지·”

“···뭐라고?”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굳은 표정으로 변한 이들을 바라보며 레녹이 조용히 말했다·

“중앙전선을 오가는 도중 관련된 정황을 확보했다· 군단이 돌아오려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을 거야·”

“그게 무슨····”

“군단이 돌아온다고?”

“왜 이제야····”

예상하지 못한 레녹의 답변에 당황해서 굳어버린 동료들의 모습·

회의실 끝에 앉아 있던 중앙귀족 주티야마저 표정이 살짝 변해 있었다·

하지만 레녹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조용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습격 시기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알아보지· 하지만 그전에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하자·”

레녹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너희들에게 탑의 방비를 떠넘기는 일은 없을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반·”

침묵이 흘렀다·

그들이 레녹이 자리를 비울 당시의 방어작전을 짜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받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레녹은 실제로 토벌전이 일어날 당시에 자리를 비우고 있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군단이 주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토벌전이 시작될 시기는 언제든지 알아낼 수 있다·

그 전에 미리 일정을 정리하고 마탑에 복귀하기만 한다면 충분할 터·

생각해 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괜찮네 반·”

그 순간 레녹의 옆에 다가온 펠릭스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이 목숨을 걸고 몇 번이고 증명해 왔지·”

“···펠릭스·”

“마탑의 존재가 자네의 거취를 얽맨다면 그 존재의의란 대체 무엇이겠나·”

펠릭스가 차분한 눈빛으로 레녹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어디에 있어도 탑은 무사할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

[아무래도 지금은 작전을 두고 회의를 할 때가 아닌 것 같군·]

맨슨이 기계로 된 머리를 까닥이면서 일어섰다·

[반이 직접 군단을 특정했다면 더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난 다른 구역에서 군단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겠다·]

맨슨의 말을 듣자마자 웨이안을 비롯한 다른 용병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데드라이즈가 상대라면 이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민간군사기업으로 활동할 당시 흔적이 아직 미개발지구에 남아 있을걸·”

“같이 가자· 그쪽에 알고 지내는 용병 지인이 있어·”

데드라이즈는 카르텔과 함께 삼두령이라 불리면서 발칸에서 활동하던 무력조직·

당연하지만 그들이 발칸에서 활동할 당시의 인맥이나 정보가 아직 도시에 많이 남아 있다·

발칸 음지에서 굴러먹던 용병이나 프리랜서라면 해당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

맨슨이 펠릭스와 함께 웨이안을 비롯한 여러 용병들이 순식간에 목적지를 정하고 회의실을 떠났다·

타티아나와 조든마저 따라나서자 순식간에 회의실에는 제니와 주티야만이 남았다·

“···뭔가 갑자기 일이 간단해졌네· 아니 오히려 더 복잡해진 건가?”

피식 웃은 제니가 회의실 의자에 기대앉아 레녹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반· 쿤다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언제 설명해 줄 거야?”

“그곳에서 있던 일을 모두 설명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다·”

레녹이 웃으면서 맞은편 의자를 골라잡고 앉았다·

“어차피 다른 이야기는 진작 언론에 보도되었을 테니·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만 간단하게 설명하지·”

레녹은 그 뒤로 쿤다라에서 있던 일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들려주었다·

수백 년을 넘게 사는 장생종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위성도시·

그곳에서 승천을 꿈꾸면서 자격을 얻으려 했던 은룡의 존재·

마지막 순간 쿤다라와 함께 추락한 결말까지·

“어라·”

하지만 레녹의 설명에서 제니가 꽂힌 부분은 전혀 다른 부분인 듯했다·

“장생종들을 오백로로 꼬셔서 선생님 대접을 받았다고?”

“음?”

“흠 이건 꽤··· 돈이 될 만한 정보인 것 같은데·”

순식간에 진지해진 표정으로 턱을 괸 제니가 중얼거렸다·

“장생종들이 그 정도로 오백로에 미쳐 있는데 그 사실이 세간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거잖아·”

“···그렇기는 하지·”

“무조건 이용해 먹을 수 있어·”

눈을 반짝인 제니가 말했다·

“오백로 관련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인수하자· 정 안 되면 수수료를 떼어먹어도 이득이야·”

“제니?”

“잘 만하면 쿤다라에 산처럼 쌓여 있다는 희귀한 재보를 싹 털어올 기회일지도····”

혼자 이것저것 중얼거리던 제니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조금만 기다려· 기획안을 짜올 테니까!”

벌컥!!

회의록을 부랴부랴 챙겨 드는 것과 동시에 문을 박차고 사라지는 제니의 모습·

레녹이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반대편에 앉아 있던 주티야가 키득거렸다·

“바쥬르의 손녀가 군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겠지·”

“····”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야· 시답잖은 핑계인 거 제니도 알고 있을 테니까 내버려 둬·”

“그건····”

주티야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 레녹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레녹이 블랙컨슈머 프로젝트의 내막을 쫓고 있다는 사실은 일전에 이미 제니에게 말했었다·

그 과정에서 에단 바쥬르의 존재와 제니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제니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곤 했지만·

그럼에도 결국 완전히 초연하거나 무관심해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바쥬르의 혈육으로든 지금까지 함께해온 파트너로든 레녹은 제니가 모든 것을 전해 들을 자격이 있다 생각했지만

제니는 카이세와 군단에 대한 사실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미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프로젝트의 실패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그런 것에 휩쓸리며 살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던가·

어쩌면 제니의 대답이 레녹보다도 훨씬 더 올바르고 제대로 된 방향성일지도 모르지·

그만큼 레녹은 제니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땠어?”

두꺼운 안경을 추켜올린 주티야가 레녹을 보며 씩 웃었다·

“쿤다라· 내 말대로 잘 풀렸지?”

“···그렇군·”

레녹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어· 그걸 잘 풀렸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쿤다라로 떠나기 직전 레녹은 주티야와 오백로를 두면서 외겁도시에 대해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중앙귀족이라면 쿤다라의 장생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는 판단하에 한 일이었지만

주티야는 레녹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채 마냥 일이 잘 풀릴 거라고 근거 없는 확답을 주었던바·

레녹은 쿤다라로 직접 발을 들인 뒤에야 그것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설마 장생종들이 오백로라는 게임을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아주 환장을 하지· 안 그래?”

주티야가 깔깔 웃었다·

“아르스노바에서 유행을 탄 뒤로 쿤다라에서도 크게 열풍이 불었거든· 난 그쪽에서 새로운 문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걸 처음 봤어·”

“····”

“한번 마음에 든 건 수백 년 파고드는 장생종들의 특성상 보나 마나 지금도 오백로를 붙잡고 있을 줄 알았지·”

의자 위에 다리를 모으고 앉은 그녀가 과일 스무디를 홀짝이며 느긋하게 말했다·

“내가 본 네 오백로 실력이라면 장생종들에게 대우받기엔 충분했을 테고 말이야· 그렇지?”

“쿤다라의 실정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용했다는 건 인정하지·”

“당연한 일이지· 너 같은 마법사가 그런 어드밴티지를 이용해 먹지 못할 리도 없을 테고·”

주티야의 안경이 순간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쿤다라가 부서지는 건 피할 수 없었나 보네·”

“····”

침묵이 흘렀다·

스무디 컵을 만지작거리던 주티야가 물었다·

“언론에서 공개한 영상을 봤어· 단순히 승천자가 태어나 사망한 것 이상의 문제가 있던 거지?”

“···그래·”

레녹이 대답했다·

“그들은 멸망을 피해 외해 밖으로 도주하는 외겁을 포기했어· 앞으로는 서부전선에 정착해 살아가게 될 거다·”

“····”

“결과적으로 그들이 원하던 형태는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어느 정도는 내 책임이라 생각한다·”

“책임?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결국 본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일 뿐이지·”

주티야가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외겁이라는 게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는 건 그치들도 알고 있었어· 그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골랐던 거야·”

“····”

“그곳에서 살아가게 될 이들이 받아들인 결말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겠어?”

덜컹 하고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린 주티야가 말했다·

“어느 쪽이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단지 변화할 계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르지·”

“계기라····”

회의실의 책상에 턱을 괸 레녹이 눈을 감았다·

피곤한 듯이 눈가를 어루만진 레녹이 중얼거렸다·

“그걸로 충분할까?”

“글쎄? 난 모르지·”

주티야가 심드렁하개 대꾸했다·

“적어도 내 고향처럼 통째로 멸망해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

[이 유기체가 비겁하게 가불기를·]

다비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웃어버린 레녹이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조언 고맙군· 퍽이나 도움이 됐다·”

“가려고?”

“해야 할 일이 많거든·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처리해둬야겠지·”

판데모니엄의 [문] 공략 작전 참가를 확정 짓기 전까지 며칠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전에 레녹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고 다른 신분의 알리바이도 정리해 둬야겠지·

무엇보다 레녹은 쿤다라로 떠나기 전 클라리스가 남긴 말을 잊지 않았다·

클라리스가 발칸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싱클레어 마탑에서 발칸으로 복귀하는 한 사람·

아리스 리첼렌이 돌아온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머지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때가 오기 전에 레녹도 준비를 해두어야 할 터·

지팡이를 짚은 레녹이 미련 없이 회의실을 나서 탑 아래로 걸음을 돌린 순간·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을 만날 생각이라면 지하에 가보는 게 좋을걸·”

주티야가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최근에 그쪽에서 꽤 재미있는 일이 생긴 바람에 탑주도 하루 종일 그쪽에 붙어 있었거든·”

“···재미있는 일이라고?”

묘하게 성격이 나쁜 이 서기관에게 재미있게 느껴질 만한 일이라면 레녹에게는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쿤다라 때랑 똑같지·”

웃음을 참는 듯한 묘한 표정으로 주티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주면 재미없잖아? 한번 직접 보는 게 빠를 거야·”

“····”

* * *

“아 반· 왔냐?”

마탑 지하공동 입구·

공동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쪽에 레슬러 마스크를 쓴 딜런이 서 있었다·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으로 복도를 돌아다니다 후다닥 달려오는 딜런의 모습·

“흠 흠·”

딜런이 헛기침을 하면서 양손을 허리에 얹었다·

“반·”

“그래·”

“잠깐 나 좀 봐봐·”

“보고 있다·”

“나 어디 달라진 거 없냐?”

“····”

[마스터랑 말장난을 하고 싶은가 본데요?]

밑도 끝도 없는 딜런의 질문에 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레녹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딜런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마안을 회전시켰을 뿐·

딜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레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우주를 각성했나 보군· 축하한다·”

“···엑·”

“이제 7레벨이 된 건가? 어디 던져놔도 죽을 일은 없겠어·”

“아니 고작 그게 끝이야? 그 심심한 감상이 전부라고?”

딜런이 황당한 기색으로 자신을 열심히 가리켰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좀 더 격한 기쁨이나 놀라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나?”

레녹이 걸음을 돌렸다·

“네가 나와 같이 일한 지 몇 년이 넘었어· 어깨너머로 뭐라도 보고 배울 때가 되긴 했지·”

“아니 그건····”

딜런은 레녹이 마탑을 만들기도 전부터 레녹과 함께 일하고 있던 용병이다·

레녹이 우로보로스를 동료들에게 가르쳐줄 때도 권역을 구축하고 마탑을 세울 때도 함께했던 초인·

그 정도 육체능력자가 레녹의 곁에서 몇 년간 함께하며 그 마법과 권역에 꾸준히 영향을 받아왔다면·

딜런의 영감이나 직관의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장이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시무룩해진 딜런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레녹의 뒤를 따라 걸었다·

“확실히 최근에 간질간질하다가 뭔가 확 느낌이 오긴 했는데 그치만····”

“농담이다·”

“그렇지만 나도 죽어라 훈련해서 겨우- 어? 뭐라고?”

“당연히 너 스스로 노력해서 쟁취해낸 성과가 틀림없지·”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세웠다·

그런 레녹의 손 안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찬란한 단창이 한자루 들려있었다·

“바 반····”

“여러 가지 조건이 겹쳤다 해도 위계를 완성한다는 건 너 자신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딜런 오케이시는 교단의 불사체 실험의 생존자이자 강력한 재생능력을 지닌 육체능력자·

하지만 재생능력이 딜런의 본래 재능이 아니었기에 딜런은 위계를 올리는 일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구세계의 대천사 카슈인의 힘을 빌려 딜런의 재생능력에 걸려 있던 리미터를 풀어주기도 했지만·

그렇게 강해진 재생능력을 쥐고도 위계를 완성시킨 것은 딜런 본인의 엄청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

물론 딜런이 7레벨에 도달할 수 있던 것에는 레녹의 권역에 소속된 영향도 적지 않았겠지만

레녹은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면서 딜런의 노력이나 갈망을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감격한 듯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단창을 가리키는 딜런을 보며 레녹이 웃었다·

“고생이 많았어· 이건 선물이다·”

“반!!!!”

레녹이 들고 있는 단창을 넘어 양팔을 활짝 벌린 딜런이 달려 나왔다·

마치 레녹을 그대로 껴안으려는 듯한 격렬한 몸짓·

레녹이 즉시 창을 세로로 고쳐잡았다·

“찌른다·”

“아 아니··· 죄송합니다·”

대번에 얌전해진 딜런이 공손히 양손을 모으고 은빛의 단창을 받았다·

“히 히야··· 이게 대체 무슨 선물인지····”

찬란하게 빛나는 단창의 날을 바라보는 딜런의 눈동자가 헤롱거렸다·

“미 미친 물건이다···· 쥐고만 있는데 취할 것 같아····”

“고위 장생종의 신체 일부를 재료 삼아 만들어진 무구다·”

레녹이 설명했다·

“우연한 기회에 몇 개 손에 넣었는데 아무래도 내게는 쓸모가 없을 듯해서·”

“자 장생종의 무구라고···?!”

경악한 딜런이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단장을 끌어안았다·

그가 레슬러 마스크 너머로 머쓱한 목소리와 함께 말했다·

“고맙다···· 선물 같은 건 전혀 기대 안 했는데···· 그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볼게·”

“정말 기대 안 했나?”

“···사실 조금 기대하긴 했지·”

솔직해진 딜런을 보며 피식 웃은 레녹이 걸음을 옮겼다·

“토르번 마탑주는 어디에 있지? 꽤 오랫동안 지하에 머무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 그건·”

단창을 품 안에 끌어안고 징그럽게 몸을 비비던 딜런이 어색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그· 사실 말이다· 그걸 먼저 말해주려고 했는데·”

“듣지·”

“음····”

“····”

벌컥!!

레녹은 참지 않고 곧바로 지하공동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경사로 아래쪽을 쭉 걸어 내려와 어두운 공동의 내벽 쪽을 바라본 순간·

레녹은 아주 거대하고 새하얀 마시멜로 같은 것이 벽에 떨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

[?]

거대한 마시멜로가 느릿하게 꿈틀거리며 숨을 내쉬고 있다·

푸딩처럼 탱탱한 외피를 들썩이면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설마·”

그제서야 저 마시멜로의 정체를 깨달은 레녹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시선을 들어올린 순간·

레녹의 목소리를 들은 거대한 마시멜로가 그 자리에서 꿈틀거리며 돌아섰다·

쿵!!

레녹의 키에 두 배는 되는 듯한 거대한 크기· 통나무처럼 부풀어 오른 두툼한 앞발과 뒷발·

푸짐하게 앞으로 축 늘어진 뱃살과 목 아래 덕지덕지 껴 있는 지방덩어리·

[바우!]

턱이 세 개가 된 새하얀 용이 레녹을 바라보며 반갑게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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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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