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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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화

9레벨(21)

파앗!!

피의 문을 넘어 붉은 그림자가 드리운 거대한 궁전에 내려선다·

현실과 허수차원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혈영궁에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

하지만 레녹의 눈에 비친 풍경은 알현실도 두 번째로 왔던 응접실도 아니었다·

붉은 등불이 흐릿하게 비치는 적막한 침상·

수술대를 연상케 하는 여러 가지 도구와 링거가 늘어진 차가운 풍경·

“···여기는?”

“수혈관리실·”

침상 옆에 놓인 링거와 온갖 주사기를 정리하던 소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치료해 줄 테니까 제대로 누워· 일단 혈압부터 정상화시킬 거야·”

“치료라고?”

“승천자가 된 말레온이야 구겁에서 언제고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지·”

붉은 눈을 힐끗 돌린 포혈공이 말했다·

“사실상 맨몸으로 외해 바깥에서 수십 시간을 머무르고 있던 거야· 감압병과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

“일단 혈관 내부에 녹아든 불순물을 배출하고 그 자리에 마력포화도를 높인 네 혈액을 다시 집어넣을 거야·”

찰칵!!

침상 위에 매달린 혈액팩을 링거에 연결한 포혈공이 말했다·

“마약중독자나 육체능력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도핑 방식인데· 할 거야 말 거야?”

“···요령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내가 직접 하지·”

혈액 도핑에 대해서는 레녹 역시 알고 있는 만큼 타인에게 맡기느니 직접 하는 것이 낫겠지·

포혈공에게 받은 바늘을 손목에 꽂는 것과 동시에 링거 사이로 혈액이 순환한다·

머리가 핑 돌면서 강력한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후우····”

녹초가 된 컨디션으로 피를 빼고 있자니 의식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수혈을 받는 동안 시간이 조금 있겠지·”

레녹의 옆에 앉은 포혈공이 양손을 모으고 말했다·

“상황에 대한 설명· 네 입으로 직접 해줄 수 있겠어?”

“···짧게 요약하기는 어려워·”

레녹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구겁에서 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승급 의식을 치르고 난 직후의 마력 고갈· 외해를 넘어 구겁으로 건너가는 과정·

부상을 입고 홀로 구겁을 돌파하던 말레온과 십관에서 나타난 선종의 사념·

마지막 순간 홀로 구겁에 남은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의 결단까지·

“····”

어느새 레녹은 구겁에서 있던 일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복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이어진 대국을 끝내고 뒤늦게 수를 헤아리는 것처럼·

마지막 순간의 패퇴를 수십 번은 넘게 돌이켜 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올리비에라·’

승급 의식을 치르고 구겁을 돌파하는 동안 마력과 심력을 모두 끌어다 쓴 상황·

엘릭서까지 사용한 시점에서 레녹이 쓸 수 있는 패는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다·

라이프 베슬이나 부활의 술처럼 레녹 자신의 목숨만을 구할 수 있는 구명책·

말레온에게 받은 금강룡의 유해처럼 위험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도박수·

혼자 살아서 도망치는 것 자체는 그 상황에서도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레녹이 도망친 자리에 올리비에라가 홀로 남게 된다·

그렇기에 레녹은 올리비에라가 개입한 시점에서 가능한 그녀에게 협조할 생각이었지만·

설마 그녀가 레녹을 홀로 탈출시킬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카이세의 시신에 마안을 사용하기 전에 막았어야 했을까·’

피의 계약이 작동하며 진혈이 없는 존재를 구겁에서 추방하는 순간에는 돌이킬 수 없었다·

올리비에라가 레녹만을 탈출시킬 수 있던 건 그녀 역시 진혈을 보유한 존재였기 때문·

진혈 보유자는 피의 계약이 완성된 구겁 내부에서 영압에 억압받지 않고 싸울 수 있다·

그렇기에 올리비에라는 그런 몸으로도 잠시나마 말레온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지만-

“···그렇군·”

그 순간 레녹은 자신이 생각보다 그녀와의 관계를 대등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긴박한 순간 결정을 내리기 앞서 올리비에라의 판단을 가능한 존중하려 할 만큼·

목숨을 건 전장에서 내막을 알지 못했던 올리비에라의 계획에 협력하려 할 정도로·

홀로 쿤다라까지 레녹을 믿고 따라온 그녀를 언제나 냉소와 비관을 잃지 않는 대마법사를·

레녹은 그만큼 신뢰하고 있던 것이다·

“올리비에라를 구해야겠다·”

조용하게 눈을 뜬 레녹이 말했다·

“레그누스는 구겁 내부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흐른다고 말했어· 그렇다면 서두른다면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다·”

패배를 곱씹으며 상심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아직 레녹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레녹은 마지막 순간 올리비에라가 남긴 전언을 아직 잊지 않았다·

-단순한 희생이나 변덕 따위가 아니라-

올리비에라가 남긴 그 말은 말 그대로 그녀가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단언·

방법을 찾아 돌아오라는 그녀의 말은 그때까지 말레온을 잡아두겠다는 의미였으니·

“그래·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생각에 잠겨 있던 포혈공이 말했다·

“근거는 다르지만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가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은 꽤 높을 것 같거든·”

“무슨 뜻이지?”

“주술이나 선천이능 중에서는 사용자가 죽은 뒤에 오히려 더 강해지는 능력이 있어·”

포혈공이 말했다·

“타고난 재능에 막연히 의존하는 능력일수록 더욱 그래· 술자가 죽은 뒤에도 저주처럼 악착같이 현실에 달라붙지·”

“····”

“만약 올리비에라가 죽는다면 마안의 힘이 더욱 강해져서 카이세의 시신을 얽맬지도 몰라· 그러면 선종의 계획은 크게 어긋나게 될 테고·”

“···마안의 힘이 죽은 뒤에 강해지는 걸 우려해서 선종이 올리비에라를 죽이지 않을 거다?”

“네 말에 의하면 선종은 올리비에라를 보자마자 마안의 능력을 추측해 낼 정도로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어·”

포혈공이 답했다·

“그렇다면 올리비에라가 죽어서 마안의 힘을 현실에 더 강하게 남길 가능성을 좌시하지는 않겠지·”

“그건····”

“적어도 올리비에라가 그걸 노리고 구겁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이는걸·”

그렇게 말한 포혈공이 묘하게 감탄한 표정으로 시선을 들어 올렸다·

“너와 자신의 목숨을 살리면서도 선종의 계획을 막기 위해 그 순간 판단을 내린 거야·”

“····”

“여전히 영민하네 그녀는· 프로젝트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포혈공과 올리비에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를 알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두 사람이 그렇게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던 걸까·

“···선종과는 달리 말레온이 승천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

생각에 잠겨 있던 레녹이 곧바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포혈공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정보가 몇 가지 더 남아 있었기 때문·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승급 의식의 결과를 미리 전해 들은 건가?”

“승급 의식을 집도한 사람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포혈공이 시큰둥하게 반문했다·

“쿤다라 전역에서 유성우가 보였어· 그걸 보고 말레온이 실패했다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그래?”

“반대로 네가 구겁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도 쿤다라 전역에서 지켜봤겠지·”

“····”

“지금쯤이면 외겁도시의 모든 장생종들이 구겁에서 이변이 생겼다는 걸 알고 있을걸·”

소녀가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 일에 네가 아주 깊게 엮여 있다는 사실까지도 말이야·”

“생각보다 지금 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군·”

레녹이 쓴웃음을 지었다·

“니백스의 일 이후로 연락이 끊긴 것 자체가 이 일에서 완전히 손을 뗀 증거라 생각했는데·”

“····”

독성권역에서 니백스 오로시아의 진혈을 회수한 이후 포혈공은 혈려서기를 통한 연락을 완전히 그만두었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그녀의 도움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놀랍게도 포혈공은 쿤다라에 남아 있었던 것·

그리고 포혈공이 다시 레녹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이유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말레온이 9레벨에 도달한 뒤에도 그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거라 생각했군·”

“····”

“쿤다라를 장막 밖으로 움직이는 것이 평범하게 이뤄질 수 없는 비원이라는 걸 알고 있던 거야·”

흐릿한 등불 아래 레녹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카이세 바쥬르가 그런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견뢰·”

“누군가 그의 결말을 그런 식으로 훼손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손목 사이로 흘러나온 피가 링거를 타고 순환하며 수혈팩을 지나 레녹에게 흘러들어 온다·

그때마다 눈앞이 흐려졌다 선명해지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정신이 또렷해졌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치료하는 것보다 혈액 순도를 높여 전반적인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이 먼저·

포혈공이 레녹에게 권고했던 응급처치는 지극히 옳았다·

그녀가 말레온의 계획을 두고 건넨 우려조차 종국에는 옳았을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레녹은 포혈공이 카이세의 모습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묻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세의 결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

흑발의 소녀가 붉은 눈동자를 빛내면서 조용히 레녹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몰라·”

“말장난을-”

“카이세가 앉아 있던 옥좌 봤지?”

“····”

레녹의 말을 끊은 포혈공이 조용히 말했다·

“마키나의 화덕진군이 만든 거야· 그의 죽음을 멸망 이후에도 보존하기 위해 승천문의 원리를 빌려 설계한 물건이지·”

화덕진군이라·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을 레녹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기계도시에서 만난 장인 마우저 블로펠드의 스승이자 마키나 최고의 대장장이·

카이세의 흔적을 찾아 방문했던 기계도시에서 그가 남긴 간이 승천문의 설계도를 입수하지 않았던가·

마키나에서 얻은 단서를 통해 요르타와 쿤다라를 방문하며 그의 결말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카이세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마지막까지 이용하려 했어·”

포혈공이 나직하게 설명했다·

“화덕진군은 그 뜻에 공감했기에 승천문을 빌려 그의 죽음을 세계를 넘어서까지 보존하려 했지·”

“····”

“그런데도 누군가 그 속박을 뚫고 카이세의 시체를 훼손하고 그 결말을 망가뜨린 거야·”

소녀의 표정이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함구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은 거의 다 죽었고 이미 실패한 내가 개입할 자격은 없었으니까·”

“···포혈공·”

“누군가 안배를 남겼을지도 모른다곤 생각했어· 하지만 카이세를 참수한 범인을 확신할 수는 없었지· 그래서 말할 수 없었어·”

딸깍·

수혈을 끝내고 일어선 소녀가 붉은 눈동자로 레녹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불확실한 가정 따위로 너와 말레온을 흔들어봤자 의식의 성공률이 떨어지기만 했을 테니까·”

“····”

“실제로 말레온이 승천자가 된 이후로는 내 걱정이 기우라 생각했지· 하지만····”

말레온의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그녀는 말레온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말레온이 가져올 변화를 내켜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답을 얻기를 원했다·

말레온의 계획이 십관에 안치된 카이세의 말로를 해명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승천자로 태어난 말레온과 레녹이 십관에서 진실을 찾기를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일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녹이 구겁에서 추락하는 것과 동시에 그를 찾아 도움을 줄 수 있던 것이겠지·

찰칵·

레녹은 그런 포혈공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수혈이 끝난 링거를 손목에서 떼어냈다·

팔뚝에 붙이고 있던 패치를 떼어내고 어깨와 쇄골에 꽂힌 바늘도 차례대로 빼냈다·

“아직 치료가 안 끝났어·”

포혈공이 그제야 표정을 가라앉히고 돌아섰다·

“몸이 엉망진창이야· 이대로라면 회복을 위해 35가지 이상의 혈성 안정 조치가 필요해·”

“····”

“혈류가속을 걸고 몸의 세포활성도를 높일 거야· 영양소를 강제로 주입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면 리바운드 없이 회복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아· 마력 회복만 끝나면 바로 움직이지·”

레녹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꾸했다·

“바깥에서 장생종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늘의 안개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도 보았지·”

“····”

“지금 쿤다라는 중앙전선 바깥으로 떨어지고 있는 건가?”

말레온이 승천자가 되어 구겁에 진입하려 한 것은 아홉 가지 모든 겁에 생명이 자리해야만 쿤다라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

그리고 쿤다라는 멸망을 피해 세계 바깥으로 움직이도록 ‘기능’하게 만들어진 도시다·

지금 쿤다라가 장막의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그건 구겁에 자리한 말레온의 존재 때문일 터·

이해할 수 없는 건 쿤다라에서 그 사실을 두고 생각보다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

쿤다라가 중앙전선 바깥으로 떨어지는 것 자체가 계획되지 않은 사태였던 걸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앙전선 바깥으로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니야·”

살짝 시선을 내린 포혈공이 말했다·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지·”

“외겁도시가 중앙전선 한복판에 추락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건가?”

“···직접 보면서 얘기하는 게 빠르겠네·”

소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천장이 스크린처럼 투명하게 변하며 무언가를 비추었다·

쿠구구구구!!!!

안개가 자욱한 시공간을 주파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새하얀 위성·

장막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던 쿤다라가 끝없이 하늘 위로 상승하고 있다·

“도시가··· 떠오르고 있는 건가?”

“구겁에서 발생하는 ‘인력’에 도시 전체가 이끌리고 있는 거야·”

포혈공이 말했다·

“애초에 구겁이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장소였거든·”

“····”

구겁의 시공이 쿤다라 내부가 아니라 외해 바깥에 존재하고 있던 것·

거대한 우주정거장과 유사한 형태로 설계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나·

“계획대로라면 쿤다라가 움직이는 건 아주 찰나여야 했어· 잠깐의 ‘인력’만으로도 쿤다라는 관성을 받아 장막 밖으로 끌려 나왔을 테니까·”

“지금은?”

“위로· 계속해서 끌려가고 있어·”

붉은 눈의 흡혈귀가 하늘을 가리켰다·

“이제는 쿤다라가 외해 바깥으로 끌려 나갈 때까지 멈추지 않겠지·”

“···그건·”

말레온이 폭주하면서 기능을 멈추지 않는 바람에 쿤다라 역시 계속해서 구겁에 이끌리고 있다는 말인가·

“팔대용왕이 자신들의 권역을 붙여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을 거야·”

포혈공이 레녹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외해 바깥에서 버티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언젠가는 구겁과 쿤다라가 한 점에서 충돌하게 될 테니까·”

“····”

“충돌 직전까지 인력이 강해지면서 ㎞단위 초속에 도달할 테고 이 도시도 깨진 유리처럼 조각나겠지·”

포혈공이 담담하게 말했다·

“쿤다라에 거주하는 장생종은 모두 죽고 그 파편이 중앙전선으로 떨어져 내릴 거야·”

“···중앙전선에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그런 결말을 의미하는 말이었군·”

이대로라면 쿤다라의 장생종은 물론이고 레녹마저도 휘말려 죽게 될 판이다·

쿤다라가 구겁과 충돌하기 전에 말레온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할 터·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레녹이 나직하게 말했다·

“쿤다라가 외해 바깥으로 이탈하기 전에 구겁으로 다시 올라갈 생각이다·”

“····”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 지금이 아니라면 시도할 수 없는 방법이다·”

침묵하는 흡혈귀와 레녹이 시선을 맞췄다·

“구겁의 시련 앞까지만 도착하면 돼· 그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지·”

“쉽지는 않을걸· 쿤다라의 외곽을 수호하던 팔대용왕 전원이 도시에 강림해 있어·”

포혈공이 즉시 대답했다·

“그들 모두가 네가 구겁에서 홀로 살아남아 도시에 떨어지는 걸 지켜봤고·”

“····”

“네가 말레온을 폭주시킨 범인이라 생각해· 널 찾아 죽이기 위해 벼르고 있어·”

심해권역을 지키는 수신용왕 알로건과 그에 비견되는 일곱 명의 용왕·

8레벨에 도달한 초월자들이 외겁도시 전역에서 레녹을 추살하려 움직이고 있는 건가·

그들의 눈을 피해 팔겁까지 도달하는 것도 정면에서 싸워 길을 뚫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해도 과연 그들이 레녹의 말을 얼마나 믿으려 할까·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레녹을 포혈공이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딱 하나· 구겁의 입구까지 무사히 도착할 방법이 있는데 시험해 볼래?”

“무슨 방법을 말하는 거지?”

“소환계약서· 갖고 있지?”

포혈공이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 넘겨· 그걸 대가로 주면 알려줄게·”

“···장생종 소환계약서를 대가로 달라고?”

“계약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쿤다라에서 구하기 극히 희귀한 물건이거든·”

포혈공이 말했다·

“올버라는 장생종한테 여분이 남아 있던 모양인데 기회가 닿는 김에 회수해 두려고·”

“····”

강력한 장생종을 골라 소환수로 삼기 위해 아껴둔 물건인데 설마 포혈공이 계약서에 대해 알고 있었을줄이야·

니백스를 올리비에라의 소환수로 만드는 데 계약서를 사용했으니 포혈공이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인가·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언가를 아낄 만한 여유는 없었다·

레녹이 품 안에서 소환계약서를 꺼내면서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넘겨주는 건 상관없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다·”

강력한 장생종을 소환수로 만들기 위해 강제로 지장을 찍자고 다비와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혹시 몰라 미리 소환사 서명란에 마력을 각인해 두었던 것·

“이미 소환사 서명란에 내 마력을 넣어두었거든·”

뺨을 긁적인 레녹이 말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일단 내 마력을 긁어내야 할 거다·”

“···흐음 그래?”

“그래서 그 방법이라는 건 뭐지?”

묘한 대답과 함께 양손으로 계약서를 펼쳐 든 소녀를 보며 레녹이 물었다·

“팔대용왕의 감시를 피해서 팔겁의 전당까지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인 건가?”

“아마도?”

“아마라니 그런 불확실한 대답으로는-”

“에잇·”

그 순간 포혈공이 자신의 손가락을 계약서 서명란에 꾹 눌렀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새어 나온 피가 순식간에 소환수 서명란에 배였다·

“···잠깐·”

그 옆에 레녹이 미리 박아둔 소환사 서명란에 각인된 레녹의 마력이 연결·

뒤늦게 포혈공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레녹이 깨달은 순간·

키이이잉···!!!!

레녹의 내면에서 붉고 선명한 패스가 포혈공을 향해 연결되는 것이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지만 틀림없이 의식 한쪽 구석에 연결된 ‘계약’·

그것이 포혈공이 소환수 계약을 수락했다는 증거임을 이해한 레녹이 살짝 입을 벌렸다·

“무슨 짓을··· 한 거지?”

“팔대용왕의 감시를 피해 팔겁에 들어갈 방법·”

탁탁 손을 턴 포혈공이 자신의 마력이 담긴 계약서를 레녹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계약은 내가 소환수 쪽으로 되긴 했지만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든 패스가 연결되는 거였으니까·”

“설마····”

“쿤다라에서 내 위상이 그렇게 낮지 않거든· 권위로 찍어 누르는 게 먹히는 도시란 말이지·”

포혈공이 씩 웃었다·

“팔겁의 전당까지 너는 내 소환수인 척하는 거야· 간단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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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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