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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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화

9레벨(13)

“의태라····”

말레온의 어설픈 의태를 지적하면서 그를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올리비에라의 말·

하지만 레녹은 그녀의 말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지는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군· 확실히 생각해 볼 만한 이유야·”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는 8레벨의 대술사들 중에서도 뛰어난 지성과 판단을 갖춘 초월자·

잔혹하고 오만한 성정과는 별개로 레녹이 아는 이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능력자다·

레녹 역시 그녀를 처음 만난 뒤로 언제나 그 판단과 언동을 존중해 왔던 바·

이제 와서 올리비에라가 말레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헛소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그녀가 언급한 의태에 대한 위화감은 틀림없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였다·

어째서 말레온은 레녹을 만난 뒤로 단 한순간도 의태를 풀지 않았던 것인가·

쿤다라의 장생종들이 자유롭게 본체로 변하는 도중에도 말레온만큼은 처음 만났던 그 모습을 바꾸지 않았었다·

단순히 의태한 모습이 편해서 일수도 있지만 승급 의식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내내 의태를 풀지 않았다면?

승천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재구축하는 순간에도 본체를 숨기고 의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올리비에라의 말대로 가벼이 지나칠 위화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레녹 역시 인정했던 것이다·

“모종의 이유로 본체로 돌아올 수 없거나 아예 그 모습 자체가 본체일 가능성은?”

[승급 의식을 성공시킨 시점에서 그러한 가설을 고려할 시기는 지났구나·]

올리비에라가 곧바로 대답했다·

말레온과 협력하면서도 올리비에라의 말에 곧바로 귀를 기울였기 때문일까·

날카롭던 그녀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자기 자신을 재구축한 시점에서 본인이 그 모습을 가장 바래었던게다· 말레온의 내면에서 본체보다 의태가 자신의 모습이라 굳게 믿고 있는 게지·]

“····”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 보석룡에게 존재하는 흠결이라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음습하지 않느냐?]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겠나?”

올리비에라의 차가운 비웃음을 한 귀로 흘리면서 레녹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야· 말레온의 행보는 단순히 의태를 선호한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군·”

9레벨에 도달해 새로운 승천자로 태어나는 그 순간까지 의태를 유지할 정도로 강렬한 집착·

그것이 지금까지 말레온에게서 보지 못한 감정과 동기의 발로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올리비에라의 말대로 말레온이 숨기고 싶은 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할 터·

“자신을 따르는 장생종들에게도 의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어· 그 비밀이 말레온에게 있어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는 사실은 틀림없겠지·”

레녹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사실을 추궁하면 십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말레온과의 관계가 뒤틀릴 가능성이 있다·”

[놈을 이대로 놓아두고 지켜볼 심산이군·]

올리비에라가 묘한 전성으로 속삭였다·

[구겁까지 도착하면 서로에게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지금 말레온의 본심을 확실하게 알아내야 하지 않겠느냐?]

“···아까부터 자꾸 나를 떠보는 건 거기까지만 하지·”

레녹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지금 이 사실을 말해준 것부터 내가 섣부르게 행동하는 것을 말리기 위해서였을 텐데·”

[····]

“내가 추후 말레온의 의태를 눈치채고 그를 적대하지 않도록 앞으로의 행동을 상의하려 한 것 아닌가?”

올리비에라는 레녹이 애초에 타인을 완전하게 신뢰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만큼 말레온에 대한 위화감이 즉시 그를 배격하는 근거로 변질될 수 있음을 짐작하고 있을 터·

만약 레녹이 홀로 말레온의 의태에 대한 위화감을 눈치채고 말레온을 적대하려 한다면 계획이 꼬이게 된다·

그러한 일을 피하기 위해 올리비에라는 말레온이 없는 자리에서 미리 이 사실을 주지시키려 했던 것·

지금처럼 대답을 떠보는 것 자체가 레녹이 이 사실을 두고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파악하기 위해서였겠지·

“십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레온과 충돌할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도록·”

하지만 래녹 역시 올리비에라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그 저의를 읽어내고 있었다·

“카이세의 시신 앞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는 최대한 승천자와 협력해야 한다·”

[딱히 걱정 따위를 한 적은 없구나·]

“애초에 말레온의 비밀이 그가 배신한다는 결론으로 바로 이어질 수는 없어· 그러기엔 여기까지 오면서 말레온이 희생한 것이 적지 않지·”

몸을 일으켜 세운 레녹이 말했다·

“물론 그것조차도 말레온에게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야·”

말레온은 레녹과 함께 구겁에 들어오기 위해 시련을 맨몸으로 돌파하며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

구겁 외곽을 배회하는 장생종들을 손수 쓸어버린 것은 물론이고 레녹에게는 진혈종의 유해와 여의주까지 내준 바·

자신의 생명력까지 깎아 여의주를 선물해 준 승천자를 그런 비밀 하나만으로 배신자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래 그것이면 되었다·]

하지만 올리비에라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순순히 물러섰다·

[네놈의 내면에 의심의 씨앗을 심는 정도가 딱 적당하겠지· 지금 상황에서 그 이상을 바라지는 않는다·]

“····”

애초에 말레온의 도움이 없다면 구겁 내부로 진입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애를 먹어야 할 터·

올리비에라 역시 카이세의 시신을 앞에 두고 말레온을 쳐낼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겠지·

레녹이 그 사실을 두고 확실하게 방침을 정하기 위해 입을 연 순간·

쿵!

“무슨 이야기들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계시는가?”

복도 저편에서 말레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부신 별빛을 전신에 두른 채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다가오는 말레온의 거체·

끈적이는 체액을 흠뻑 뒤집어쓴 말레온의 모습을 본 레녹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또 뭐지?”

“아 이것 말인가?”

말레온이 쓰게 웃으면서 얼굴을 덮은 체액을 쓱 걷어냈다·

“이 앞에서 배회하는 창립자· 아는 분이셨거든·”

“····”

“생전에도 여러모로 까다로운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라 혼자서 조용히 그분의 죽음을 기리고 왔네·”

그렇게 말한 말레온이 마력을 펼쳐서 레녹과 올리비에라의 머리 위에 드리웠다·

원시마법(原始魔法) : 성련팔극식(星聯捌極式)

삼종(三種) – 내법(內法)

정성순환(正星巡環)

우우우웅···!!

별빛이 우산처럼 넓게 펼쳐지면서 레녹에게 가해지는 영압(永壓)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앞으로 자네들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대신 줄여줄 걸세·”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손을 내린 말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타인에게 거는 원시마법은 본질적으로 술자에게서 자유롭지 않으니·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도록·”

“혼자서 구겁의 시련을 뚫어낼 수 있겠나?”

“말했지만 자네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상황이 어려워질 걸세·”

말레온의 표정이 더없이 진중하게 변했다·

“자격이 없는 존재의 기척을 인지하면 구겁을 배회하는 창립자들은 지금보다 더욱 격하게 반응하겠지·”

“····”

“창립자들의 본체는 대부분 굉장히 예민한 감각을 갖추고 있으니 우리 역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상대한 장생종 모두가 본체를 드러낸 채로 미라가 되어 있었지·”

레녹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물었다·

“장생종들이 죽고 나면 강제로 의태가 풀리면서 본체가 드러나게 되는 건가?”

“····”

설마 이 시점에 이런 질문을 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순간적으로 말레온의 대답이 멈추고 뒤에서 올리비에라가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의태라는 키워드에 말레온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을 알면서도 바로 그를 떠보려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레녹은 말레온의 변절을 성급하게 확정 짓지 않는 만큼 확인할 수 있는 건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다분히 레녹에게 호의적이었던 것과는 별개로·

말레온 그노시스가 바라는 결말은 어디까지나 쿤다라의 구원에 가까웠으니·

구겁 내부로 향하는 이 여정 역시 언제고 말레온과 다른 방향으로 갈라질 수 있는 법·

지금처럼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장생종의 본체와 의태로 이어질 때조차 굳이 화제를 피할 이유는 없다·

순간적으로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적막·

레녹이 실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살짝 기울인 순간·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장생종의 의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설명해야겠군·”

말레온이 잠시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답했다·

“기본적으로 외형을 정한 뒤 각 신체 부위마다 따로 감각을 동조시키는 방식이네· 원하는 형태에 따라 의태 방식 역시도 판이하게 달라지지·”

“부위별로 감각을 동조한다고?”

“장생종과 인간종의 신체기관이 모두 같은 범주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레온이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앞발을 들어 올리는 감각이 인간의 몸으로는 팔을 내리는 감각이 될 수도 있겠지·”

“···”

“몸 전체로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부위별로 따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편할 걸세·”

대답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말레온의 대답이 생각보다 침착하다·

적어도 말레온 본인이 의태라는 행위 자체를 극히 민감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 건가·

올리비에라의 추측이 틀린 것인지 말레온 본인이 승천자답게 감정의 기복을 숨기는 데 있어 뛰어난 것인지·

레녹이 의태의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말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돌렸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면 움직이지· 격벽이 닫히기 전에 이동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

굳건한 걸음을 옮기면서 별빛을 손안에 피워올린 말레온이 말했다·

“말했듯이 지금부터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야·”

“····”

말레온을 따라 어두운 복도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침식률 56%]

철벅···!!

복도 안쪽으로 향할 때마다 끈적한 체액이 바닥에 흥건해지면서 달라붙는다·

마력을 가볍게 운용하는 것만으로 떼어낼 수는 있었지만 그 체액의 양이 심상치 않은 바·

말레온을 따라 한참을 걸은 뒤에야 레녹은 그 체액의 진원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쿠우웅!!

수십 미터에 이르는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지네가 반파된 격벽 아래 축 늘어져 있었다·

아직 채 식지도 않은 체액이 징그러운 다리 사이로 줄줄 흘러나오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치이익···!!!

죽어서 미라가 된 지 오래일 텐데도 체액 자체는 살아 있는 것처럼 지독한 독성을 품은 모습·

그제서야 말레온이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깨달은 레녹이 황당한 표정으로 변했다·

혼자서 이 거대한 지네를 완전히 죽여버리고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 되돌아왔던 것인가·

“쿤다라가 세워지기 전에도 독을 다루는 술식으로는 견줄 자가 없던 분이셨지·”

말레온이 지네의 시체를 지나치며 말했다·

“체액 자체가 막강한 독성을 품고 신체기관을 거쳐 기화를 반복하는지라 미리 그분의 독샘을 뽑아두었네·”

“···꼭 니백스 오로시아의 그것과도 유사하군·”

“오 어떻게 알았나?”

레녹의 말에 말레온이 웃었다·

“니백스의 스승이기도 하셨던 분일세·”

“····”

그 말에 레녹이 올리비에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올리비에라는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계속 가지· 이 앞에서부터는 운신에 주의해야 해·”

죽은 지네가 배회하고 있던 섹터를 지나 반파된 격벽을 넘어선다·

[침식률 73%]

격벽을 넘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

서서히 숨이 막히면서 호흡은 물론이고 눈을 뜨는 것조차 조금씩 힘들어진다·

단순히 몸이 아니라 의념 심상과 영혼까지 짓누르는 듯한 항거할 수 없는 압력·

어느새 발아래 투명한 유리 바닥조차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고오오!!

눈이 부실 것처럼 새하얗고 목이 긴 짐승이 초점을 잃어버린 흐린 눈으로 복도를 배회하고 있다·

지느러미가 부드럽게 흔들리면서 복도를 지나칠 때마다 바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잠깐 저건····”

단순히 빙결계 속성을 주변의 공간에 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을 얼려 붙이고 냉기를 흩뿌리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의 근원심상을 여과 없이 투사하는-

“영역인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침식영역이라고 부르지·”

말레온이 말했다·

“근원심상을 현실에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심상 일부를 현실에 침식시키는 방식일세·”

[수백 년 전 고대의 술사들이 사용하던 방식이로군·]

올리비에라가 대번에 그 방법을 알아본 듯이 답했다·

[실전성이 나빠서 이제는 그 기술조차 거의 실전되었다고 들었는데·]

“맞아· 자성영역을 전개하는 방식으로는 어디까지나 구시대의 방식에 가깝네·”

말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들이 침식영역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수백 년 전 영역을 익힐 당시 주류의 방식이 저것이었기 때문이지·”

“····”

침식영역이라·

그제서야 레녹 역시 그 단어를 어디서 들어보았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에반의 신분으로 항하사미궁에 잠입했을 당시·

진둔이 잠든 요람에서 고대의 흑마법사 에르몽이 침식영역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그때 에르몽 역시 침식영역을 전개하며 구시대의 방식이라고 언급하며 자조하지 않았던가·

요령을 기억해두고 흘려넘겼던 그때의 개념을 설마 이제 와서 장생종들을 상대로 다시 듣게 될 줄이야·

하기야 에르몽이 수백 년 전의 인물인 것처럼 쿤다라의 창립자들 역시 그만한 시간을 살아왔을 테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레녹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올리비에라·”

[네놈 역시 눈치챈 모양이구나·]

아까와는 달리 올리비에라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기야 저 둔한 외견을 보고 잊어버렸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겠지·]

“···클라리스 리첼렌· 맞지?”

빙결계 침식영역을 사용하는 새하얗고 목이 길면서 지느러미를 지닌 장생종·

레녹이 아는 장생종 중에서 저것과 정확하게 똑같은 외형적 특징을 지닌 이가 존재하지 않았던가·

장막을 비트는 일에 협조했던 장생종이자 아리스 리첼렌의 스승이었던 싱클레어 마탑의 성위마법사·

저 장생종은 클라리스 리첼렌과 같은 종류의 장생종이었던 것이다·

[운기린(雲驥麟)이라고 한다·]

올리비에라가 설명했다·

[혈기린(血驥麟)과 한쌍을 이루는 태고의 장생종 중 하나이자 이제는 멸종에 이를 정도로 몇 남지 않은 이들이지·]

“····”

[예전에는 용종에 버금가는 권위와 위상을 갖추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미라가 되어 보고 있자니 정말····]

멍하니 배회하는 운기린을 바라보던 올리비에라의 마안이 가늘게 변했다·

[추하기만 하군· 보고 있자니 기분이 나빠질 지경이로구나·]

“하지만 그들이 타고난 재능과 축복은 마냥 추하지만은 않을 걸세·”

말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는 미라가 된 장생종들의 모습이 추하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쿤다라의 창립자들 중에서 침식영역과 같은 기예를 익히지 못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

“지금부터 펼쳐진 구겁의 모든 시공은 남김없이 침식영역으로 뒤덮여 있겠지·”

차르르륵!!

배회하는 운기린의 뒤편에서 전신에 단단한 비늘을 두른 용종이 나타났다·

발아래서는 단단한 요철이 소용돌이치면서 바닥을 갈아 불똥을 튀기고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쇄룡족(鎖龍族)· 레녹이 손에 넣은 흑쇄용린갑의 재료가 되었던 용종이 미라가 되어 같은 섹터를 배회하고 있다·

그 뒤에는 식물 같은 날개를 지닌 공룡이 그 너머에는 머리 위에 고리를 두른 거대한 물소가·

족히 일곱 체가 넘는 최고위 장생종들이 각자의 침식영역을 끌고 복도 사방을 배회하고 있었다·

“미쳤군····”

그 말도 안 되는 풍경을 확인한 레녹의 입에서 솔직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사망한 장생종 모두가 미라가 된 건 물론이고 죽어서도 영역을 펼치고 다닌다고?”

[····]

아무리 낮게 잡아도 앙그론 정도· 한계치까지 높여 보면 알로건이나 니백스에 준하는 초월자들이다·

그런 괴물들이 죽어서도 생전의 힘을 잃지 않고 숨 쉬듯이 침식영역을 끌고 다닌다니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지경·

하지만 말레온은 저 멀리서 배회하는 괴물들의 영역 군집을 보면서도 놀라지 않았다·

다만 솥뚜껑처럼 두꺼운 양손을 굳게 맞잡은 채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을 뿐·

키유우웅···!!

단단하게 잡힌 말레온의 손가락 사이로 눈부신 은빛의 광채가 새어나온다·

맞잡은 두 손 안에서 별빛을 만들어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듯한 사나운 공명음·

“시작하겠네 반·”

가라앉은 시선으로 레녹을 돌아본 말레온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잊지 말게·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술식의 사용을 자제할 것·”

“····”

“그럼 내가 자네들을 약속대로 구겁의 끝까지 데려다주겠네·”

“말레온 이건 아무리 계획대로라고 해도-”

말레온이 온전한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였다면 레녹도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한 지금 말레온은 빈말로도 멀쩡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급 의식을 막 끝내고 전신의 기력과 여력을 바닥까지 긁어낸 상황·

맨몸으로 구겁을 돌파하면서 부상을 입고 여의주를 만들며 생명력까지 대량으로 뽑아냈으니·

9레벨의 승천자라 하여도 이러한 악조건을 모조리 감내할 수 있는지 레녹은 알지 못한다·

승천자라고 하여 모두가 천하무쌍이자 만인지적의 괴물인 것은 아니다·

깎아내면 깎여나가고 마모되면 닳아 없어지는· 그들 역시 엄연한 생명종의 하나일 뿐·

하물며 말레온이 진정으로 역대 승천자들과 대등한 경지에 올랐는지조차 아직 알 수 없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부정적인 가정과 추측들·

레녹이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기도 전에 말레온이 나직하게 말했다·

“자네들이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을 알아·”

“···뭐?”

지금 이 시점에서 그에게 들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

하지만 말레온은 딱딱하게 굳은 레녹을 보면서도 놀라지 않고 웃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오히려 당연하다고도 생각하네·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신중해지지 않을 수 있겠나?”

“····”

“마음껏 의심하고 불신해도 좋네· 하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의 약속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 말과 동시에 말레온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쿠우우웅!!!

지금까지 떠올린 온갖 부정적인 가정을 씻어 날려버리는 압도적이다 못해 무거운 중압감·

그 충만한 존재감의 집약에 구겁의 시공 전체가 말레온을 향해 기울어지는 듯하다·

의지 없이 주변에 흐르는 기세와 힘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단 한 명의 승천자를 향해 돌아서고·

아아아아아아아!!!!!!

구겁의 시공을 배회하는 미라들이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마력을 끌어올렸다·

“약속대로 구겁의 끝에 도달하는 그때까지 나는 그대들을 배신하지 않아·”

철컥!!

팔뚝을 굽힌 말레온이 천천히 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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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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