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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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화

9레벨(12)

차갑고 투명한 복도 저편에서 거대한 사마귀가 배회하고 있었다·

변색된 앞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멍하니 허공을 보며 걸음을 옮긴다·

곤충의 배를 좌우로 흔들면서 걷는 움직임에는 일말의 생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처럼 일정한 지점을 반복해서 배회하기만 할 뿐·

쉬익 쉬익···!

느릿하게 호흡하는 사마귀의 입 사이로 헛바람이 새어나온다·

신체기관이 망가져 호흡이 이뤄지지 않고 그 흉내만 반복하고 있는 것·

[침식률 35%]

쿠구구궁!!

순간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섹터를 격리한 격벽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격벽 밖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서 사마귀를 응시하는 레녹의 모습·

그 손에는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 강렬한 여의주가 들려 있었다·

···!

격벽의 끄트머리에서 번뜩이는 여의주의 광채·

하지만 입자 단위로 흩어진 광자의 움직임을 사마귀는 놓치지 않았다·

퀴익!!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너덜너덜한 날개가 양쪽으로 활짝 펼쳐졌다·

뜯겨 나간 날개의 피막 아래로 무기질적인 마력이 분사되면서 추진력을 더하고·

스팟!!

십수 미터에 이르는 사마귀의 거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가속했다·

헤아릴 수 없이 길고 먼 유리공동의 복도 끝까지 날갯짓 한 번에 도달한다·

몸을 틀어 제동을 걸고 앞다리를 든 순간 예기를 머금은 마력이 칼날처럼 일어섰다·

사선으로 솟구친 참격이 천장과 바닥을 스치며 모든 것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서걱!!

널브러져 있던 선반· 알 수 없는 광석· 낡아서 먼지가 쌓인 유물들이 깔끔하게 절단된다·

하지만 그 안에 사마귀가 인지했던 빛의 흔적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쪽이다·”

···!!!

사마귀의 등 뒤에서 들려온 선명한 육성·

어느새 다음 섹터로 향하는 격벽 앞에서 레녹이 여의주를 든 채로 서 있었다·

부아아앙···!

동시에 목소리와 반대되는 방향에서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에너지의 존재·

그것을 감지한 사마귀가 순간적으로 판단이 엉키면서 그 자리에 멈춰선 찰나·

[탄성(誕星)]

콰우우우웅!!!

사마귀의 머리 안에서 기이한 공명음과 함께 강렬한 은빛의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부 안쪽· 사고를 관장하는 신경계에서부터 끓어올라 급격한 속도로 집약되는 열원·

그것을 느낀 사마귀가 비명을 지르면서 발작하듯 앞다리를 휘두른 그 순간·

뻐어어어엉!!

사마귀의 머리가 그 자리에서 폭발하면서 산산조각 나 흩어졌다·

머리를 잃은 사마귀의 앞다리가 멈추지 않고 사방으로 수십 번이 넘는 참격을 난사했다·

카가가각!!!

유리공동을 미친 듯이 긁어내면서 외벽을 잘라버릴 듯이 번뜩이는 참격의 광채·

다음 섹터로 향하는 격벽 앞에 서 있던 레녹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참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레녹의 손이 참격과 접촉한 순간 사마귀가 남긴 참격이 방향을 바꾸면서 변속·

쐐애애액!!

기이한 파공음과 함께 레녹의 뒤로 구부러져 굳게 닫힌 격벽을 두들기고 사라졌다·

[못 본 사이에 신기한 기예를 익혀 왔구나·]

베일을 쓸어내리며 뒤에서 걸어 나온 올리비에라가 물었다·

[술주 놈을 흉내 내는 재주인 게냐?]

“절단술식을 사용하는 요령에 대해 감을 잡았거든· 니백스의 둥지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 당신은 본 적이 없겠군·”

그제서야 레녹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거둬들였다·

“이제 막 구겁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쉽지 않군· 이런 걸 계속해서 상대해야 하는 건가·”

구겁 외곽지역에 위치한 보고에서 말레온에게 받은 유해와 여의주를 챙겨나온 뒤·

말레온을 필두로 삼은 일행은 본격적으로 구겁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여의주를 쥔 레녹이 격벽과 시설의 문을 열고 말레온이 배회하는 창립자들을 상대한다·

온갖 변수와 특이점이 가득한 이 구겁의 시공에서 복잡한 작전은 사치·

지금까지는 간단한 합의만으로 충분했지만 문제는 갈수록 위험해지는 창립자들의 유해 그 자체였다·

방금 상대한 이 사마귀만 하더라도 외곽지역에서 상대한 여타 장생종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었던 바·

“이 사마귀· 앞다리에 마력을 씌워 휘두르는데 어지간한 술식을 웃도는 참격이 되는군·”

쓰러진 사마귀를 내려다보며 레녹이 말했다·

“단순히 신체적 특성을 사용하기만 한 건데 술식에 준하는 기술이 되는 건가·”

“만드로스· 생전에는 그런 이름을 지니고 있었던 듯하네·”

쿵!!

묵직한 굉음과 함께 걸어 나온 말레온이 대답했다·

“쿤다라의 창립자들 중 하나이자 당삭(螳削)이라 불리는 장생종의 하나였지·”

사마귀의 머리를 터트린 뒤에도 그의 손안에서 격렬하게 회전하는 별빛·

주먹을 쥐어 별빛을 꺼트린 말레온이 묵묵히 사마귀를 내려다보았다·

“쿤다라를 세운 이들 중에서도 가장 긍지 높은 전사였네· 그를 기리는 성소가 팔겁의 외곽에 아직 남아 있다더군·”

“····”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이것만이 그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이었네·”

천천히 양손을 포권한 말레온이 느릿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것 또한 모두 내가 안고 가야 할 업이겠지·”

“생각보다 구겁에 죽어 있는 창립자들에 대해서 잘 아는군·”

힐끗 시선을 돌린 레녹이 물었다·

“그건 지금 네 몸 안으로 흡수되고 있는 정체 모를 영체 때문에 가능한 일인가?”

슈우우우···!!!

사마귀의 주검에서 흘러나온 영체가 말레온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다·

말레온은 그것을 밀어내지도 거부하지도 않은 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던 바·

“너 역시 구겁에 처음 온 것일 텐데 이상할 정도로 구겁의 환경이나 비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

“····”

“단순히 문헌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 수준이 아니었군· 네가 소멸시킨 장생종의 기억을 읽어 들이는 건가?”

“사념을 흡수하여 이름과 기억을 읽고 그들이 남긴 죽음의 의미를 거둬들이는 걸세·”

말레온이 담담하게 수긍했다·

“자격을 얻고 구겁에 들어온 나만이 그들에게 선사해 줄 수 있는 안식인 셈이지·”

“····”

“외곽 구역을 배회하던 장생종들은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지금보다 더 강한 존재가 나타날 거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말레온의 눈빛이 침중하게 변했다·

“구겁 최심부를 지키는 이들은 어쩌면 죽은 뒤에도 생전의 힘과 외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정작 지금 만난 이 장생종도 생전의 외형을 거의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지 않았나?”

레녹이 차분한 시선으로 말했다·

“날개 피막이 마모된 정도를 생각하면 생명활동이 정지된 지 수십 년이 넘었겠지· 그런데도 멀쩡하게 움직이며 이곳을 ‘배회하고’ 있던 거다·”

“····”

“이것이 말레온 당신이 말한 배회하는 것들의 존재인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구겁을 배회하는 창립자들의 시체들이?”

구겁 내부에 진입한 직후 레녹은 말레온과 함께 길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카이세의 시체가 보관되어 있다는 십관(十管)·

그 중대함을 감안하면 틀림없이 구겁 최심부까지 진입해야 발견할 수 있겠지·

다만 투명한 우주정거장에 가까운 구겁의 시공이 생각보다 광대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구겁 전역이 공간왜곡에 걸려 있어서 마력감지를 통해 규모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직접 육안으로 길을 찾고 방향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죽어서도 움직이는 창립자 장생종들의 주검·

“죽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 부패되지 않았어·”

바스러지는 사마귀의 주검을 손으로 쓸어본 레녹의 시선이 깊게 가라앉았다·

“온도가 낮고 수분이 없는 환경에서 사실상 방부처리가 된 채 남아 있던 거다·”

“····”

“이건 사실상 장생종의 시체를 재료로 삼은 미라나 다름없군·”

개개인이 강력한 최고위 장생종인 것은 물론이고 생전의 전투능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순수한 육체능력으로 괴물같은 무력을 자랑하는 건 물론이고 아예 죽어서도 술식을 사용하는 존재도 있다·

어지간한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피해조차 입지 않는 데다 전신이 으깨지고 박살 나고 악착같이 움직인다·

현재 그들을 상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말레온의 원시마법으로 반응할 틈조차 주지 않고 한방에 머리를 터트리는 것뿐·

“내부로 진입할수록 침식률의 수치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침식률 47%]

격벽 앞에 쓰인 침식률의 수치를 가리킨 레녹이 말했다·

“아마 구겁 끝까지 도달하는 순간 침식률이 100%에 도달하겠지·”

“····”

“이 수치 자체가 쿤다라의 창립자들을 미라로 만든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겠지?”

“누군가는 구겁을 완성하고 그 안에 남아 문을 닫아야 했으니까·”

말레온의 눈빛이 한없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들이 삶을 갈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다만 승천자가 아닌 그들은 구겁을 열 방법도 나갈 수단도 찾지 못했을 테고····”

“····”

“그대로 천천히 이곳에서 말라 죽어버린 걸세·”

싸늘한 침묵·

올리비에라가 냉소했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구겁에서 나가지 못하면 맞이할 결말이 이런 모습이라는 뜻이겠구나·]

치이익···!!

숨이 조금씩 막히면서 목이 말라온다·

체내의 수분이 급격한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마력과 의념이 소모되는 것이 느껴진다·

발을 붙이고 서 있는 것만으로 레녹이 지닌 모든 자원이 빠르게 갉아 먹히는 섬뜩함·

대상지정 저항이나 술식면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구겁의 환경이 장생종조차 버틸 수 없을 만큼 가혹한 곳이기에 레녹도 오래 버티기 어려운 것뿐·

‘알로건의 심해권역에서 미리 연습해 보지 않았다면 균형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겠어·’

심해 한복판에서 짓누르는 수압과 산소 고갈을 곱절로 증폭해 놓은 듯한 중압감·

구겁에 존재하는 모든 대기입자가 치명적인 독소가 되어 레녹을 갉아먹는다·

당장은 마력을 두르고 호흡마법으로 산소를 생성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겠지·

구겁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버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대화를 나눌 여유조차 조만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고 있던 것·

“올리비에라?”

[····]

실제로 올리비에라의 기척이 아까부터 부쩍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녀 역시 승급 의식을 돕기 위해 마안까지 사용해 레녹을 보조했던 상황·

올리비에라가 느끼는 부담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

“증강마법을 걸어줄 테니 마력을 거둬봐라·”

손을 들어 올린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상태를 호전시킬 수는 없지만 운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데는 조금 힘이 되겠지·”

[됐다· 쓸데없는 곳에 마력을 낭비하지 말거라·]

그 순간 올리비에라가 싸늘한 전성으로 대꾸했다·

[이 여정의 끝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로 가진 여력을 최대한 아껴도 모자라겠지·]

“····”

[네놈의 몸을 건사하는 일에나 신경 쓰도록·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 말대로야·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며 버티는 일에 집중하게·”

사마귀의 주검에서 나온 사념을 모두 흡수한 말레온이 눈을 뜨고 돌아섰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교전은 모두 내가 처리할 테니· 조심해서 따라오도록·”

“···혼자 싸워서 길을 뚫겠다고?”

9레벨에 도달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말레온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의식을 통과하기 위해 이미 가진 모든 여력을 바닥까지 긁어내어 한차례 소모한 상황·

원래라면 의식이 끝난 직후 절대안정을 취하면서 휴식에 전념해야 할 시점이다·

하물며 지금부터 상대해야 할 장생종들은 쿤다라를 세운 창립자이자 고위 장생종·

개중에는 틀림없이 8레벨에 오른 극위능력자들 역시 존재하겠지·

하지만 말레온은 처음부터 정해두었다는 것처럼 담담하게 고했다·

“이 앞으로 갈수록 그대들은 의식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도 버거워질 걸세·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여유조차 나지 않겠지·”

“····”

“말했지만 바로 이 상황에서 힘이 되기 위해 내가 그대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섬뜩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르릉···!!!

투명한 유리공동을 비추는 외해의 어둠·

그 그림자 속에서 네 개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회전하며 발광한 그 순간·

쩌어어어엉!!!

눈이 네 개 달린 거대한 흑표범과 말레온이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충돌했다·

강렬한 원형의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주변에 쌓여 있는 기물들을 모조리 밀어낸다·

사마귀의 주검이 잿더미처럼 흩날리면서 먼지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

덤프트럭처럼 들이받은 흑표범을 정면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낸 말레온의 신형·

하지만 순간적으로 말레온의 몸이 아주 살짝 휘청인 것을 레녹은 놓치지 않았다·

그것을 본 레녹이 이를 악물고 즉시 뒤로 물러섰다·

“거리···!”

말레온이 흑표범 미라와의 힘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레녹과 올리비에라가 덩달아 휘말릴까 봐 섣불리 술식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원시마법 성련팔극식은 말 그대로 별을 폭발시켜 휘두르는 전술병기에 가까운 폭격·

그 때문에 말레온은 구겁에 들어온 뒤로 술식의 운용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사용하고 있었다·

“괜찮아· 가만히 있게·”

레녹이 눈치 빠르게 거리를 벌린 직후 말레온의 손이 엄청난 속도로 흑표범의 턱 아래 꽂혀 들어갔다·

우직!!

너덜너덜한 가죽을 뚫고 혓바닥과 입천장을 초음속의 속도로 관통·

근육질의 팔을 흑표범의 미간 끝까지 밀어 넣은 말레온이 술식을 영창했다·

[천성(闡星)]

뻐어어어엉!!!

말레온의 주먹 안에서 은색의 별빛이 번뜩인 순간 흑표범의 머리가 폭발해 사라졌다·

머리를 잃어버린 미라가 주저앉는 것과 동시에 말레온이 돌아섰다·

“훌륭한 판단이군· 하지만 앞으로는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게·”

“····”

“구겁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자격을 얻지 않은 그대들은 오래 버틸 수 없을 게야·”

표정을 다듬은 말레온이 말했다·

“내 의념으로 그대들을 보호해야 끝까지 갈 수 있을걸세·”

“피차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닐 텐데·”

레녹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 역시 여기까지 오며 내준 것이 너무 많지 않나?”

레녹과 올리비에라를 데리고 구겁에 진입하며 육체적인 부담을 짊어진 것은 물론·

여의주를 만들어주면서 말레온 본인의 생명력까지 대폭 소모시킨 상황·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던 일이야· 그대들이 아니었어도 나는 홀로 구겁에 와 있었겠지·”

말레온이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힘든 여정에 동료가 함께하고 있으니 적적하지 않고 좋군·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여기까지 와서도 농담이 하고 싶은 모양이군·”

“흠 농담으로 들렸나?”

턱을 쓰다듬은 말레온이 껄껄 웃으면서 걸음을 돌렸다·

“먼저 길을 살펴보고 돌아오지· 여기서 조금만 쉬고 있게·”

“····”

레녹 역시 흑표범이 나타난 길목이 구겁 최심부로 향하는 방향일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구겁을 지나오는 동안 이렇게 빨리 장생종 미라가 연달아 나타난 적은 없었으니까·

변화가 일절 존재하지 않는 이 시공간에서 유의미한 환경의 변화라면 그것이 곧 신호·

아마 말레온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겠지·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차가운 유리 외벽에 기대앉았다·

“후우····”

말레온이 돌아오면 앞으로는 이런 여유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정비를 끝내야 할 터·

레녹이 품 안에서 앰플을 꺼내 팔뚝과 쇄골에 주사하기 시작했다·

“올리비에라·”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선 올리비에라를 향해 레녹이 영약을 몇 개 꺼내 던졌다·

“전쟁마탑의 영약창고에서 받은 물건이다· 언제 사용해야 할지는 알겠지?”

[누가 누구를 배려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올리비에라가 냉소했다·

[카르텔을 이끄는 내가 이런 소모품조차 구비하지 않고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냐·]

“니백스의 둥지에서 독물로 목욕재계를 하고 몸을 정비하면서 꽤나 소모했을 텐데?”

[····]

“미리 받아둬라· 말레온의 말대로 이제부터는 그럴 여유조차 없을지도 모르니까·”

피곤한 안색으로 목을 주무른 레녹이 말했다·

“카이세의 시신이 여기 안치된 이유를 알 것 같군· 이곳은 미라들로 가득한 거대한 묘지와도 같아·”

[····]

“시신을 숨기면서도 부패하지 않게 보관하는 데는 굉장히 적합한 환경이었을 거다· 물론-”

카이세의 시신 역시 그렇게 변해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 하고 레녹은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올리비에라는 그 말에 그렇게 유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하지만 올리비에라는 레녹이 하려는 말을 짐작하고도 조용히 레녹을 쳐다보았다·

[네놈은 말레온 그노시스를 언제까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뭐?”

[놈이 은성(銀星)이라는 거창한 이명에 걸맞은 힘과 위계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은 분명하겠지·]

고요한 우주 속에서 올리비에라가 싸늘한 전성으로 속삭였다·

[하나 놈이 진정으로 완성된 승천자가 되었다면 오히려 그렇기에 의심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어째서 말레온 그노시스는 승천자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에도 의태를 풀지 않은 것이지?]

베일 너머로 올리비에라의 마안이 번뜩였다·

[용종으로 태어난 놈의 본체가 훨씬 장대하리란 사실은 틀림 없는 바· 하지만 놈은 9레벨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인간도 용도 아닌 어설픈 의태를 유지했다·]

“····”

그건 팔겁의 시련을 앞둔 직후 올리비에라에게 한차례 들은 적이 있는 말이었다·

말레온의 태생과 축복 재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의 외형에 대해 의문을 표하던 말·

인간화의 의태를 취했으면서도 용의 머리를 남겨두었던 말레온의 모습에 대한 위화감·

올리비에라는 지금에 와서 다시금 그것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생종의 의태란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 하나 놈은 용의 머리를 지닌 인간이라는 어설픈 모습을 골랐지·]

“짐승의 머리를 지닌 수인종이 있어· 인간이 아니라 수인을 의태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텐데·”

[네놈이 본 수인들 중에서 용의 머리를 지닌 수인종이 있었느냐?]

“····”

[말레온은 틀림없이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를 하고도 용의 두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승천자가 된 이후에도 그 모습을 유지했지·]

올리비에라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그 순간에도 그 어설픈 의태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려 한 게다·]

“···그건·”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집착이야말로 은성이 승천자가 되는 순간까지 남겨둔 기원이라면·]

할 말을 잃은 레녹을 두고 올리비에라가 차갑게 말했다·

[나는 이 여정에서 말레온 그노시스를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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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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