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1화
9레벨(9)
오오오오오!!!
쿤다라 전역에서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탄생의 찬미·
영혼을 울리는 함성 속에서 찬란한 별빛을 두른 말레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악!!
가볍게 손을 뻗는 것만으로 공간이 물결처럼 요동치면서 그의 강렬한 존재감에 밀려 나간다·
등 뒤에 떠오른 은빛의 헤일로가 격렬하게 회전하면서 눈에 비치는 모든 곳에 의지를 뻗었다·
콰아아아아아!!!
말레온을 품은 거대한 은빛의 기둥이 하늘 위로 솟구치며 폭발하듯 갈라져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양손을 펼친 말레온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운 은색의 별똥별·
새롭게 태어난 승천자의 탄생을 축복하듯 안개의 우주 전역으로 쏟아지는 유성우·
은성(銀星)·
말레온 그노시스를 상징하는 이명이자 이 순간 승천자로서 다시 태어난 그의 또 다른 이름·
이제는 말레온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의 기원이자 본질을 레녹이 되새긴 그 순간·
장엄한 별똥별의 무리를 본 장생종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쿤다라에 새로운 승천자가 태어났다····”
“성공하셨습니까··· 성공하실 줄 알았습니다···!!”
“다행입니다!! 다행 다행이야···!!!”
“말레온 님···!!”
벅차오르는 감격과 환희· 찬탄과 경외·
그리고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하는 거대한 안도·
말레온이 승천자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말레온을 잃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그들의 가득 채우는 듯하다·
승급이라는 위업에 도전한 뒤에도 말레온 그노시스가 여전히 그들의 곁에 남아 있다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는 듯 눈물을 쏟으면서 손을 떠는 장생종들의 반응이 말레온이 그들에게 어떠한 의미였는지를 짐작게 했다·
하지만 말레온은 그런 장생종들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이제야 알 것 같군·”
담담한 시선으로 발 아래 펼쳐진 쿤다라를 내려다보던 말레온이 조용히 말했다·
“선조들이 남긴 유지· 그들이 도달하려던 결말· 겁의 바깥으로 향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
“머리로만 이해하고 넘겼던 그 모든 것들을 이제서야 비로소 가슴으로 받아들인 듯해·”
스스로에게 도취하듯 눈을 감은 말레온이 중얼거렸다·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위에 올라타 있어·”
“···말레온 님·”
“나 역시 그 일부이자 무대의 배우일 뿐· 모든 것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 영원한 안식을 맞이하겠지·”
입술을 달씩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일 뿐인데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레녹의 귀에 닿는다·
아마 쿤다라 전역에서도 말레온이 스스로의 탄생을 고하는 선언을 똑같이 듣고 있겠지·
천견과 진둔의 죽음· 편람의 각성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태어난 새로운 승천자·
결말이 가까워진 시대에 새롭게 태어난 승천자가 그 사실을 어떤 식으로 인지하고 있을까·
세계를 넘어 쏟아지는 격정과 절망이 갓 자격을 얻은 도전자의 내면에 가감 없이 쏟아지고 있을 터·
그 사실이 말레온 그노시스라는 승천자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과연 말레온은 승천자가 된 뒤에도 처음과 같은 대답을 견지할 수 있을지·
레녹이 하늘 끝에서 부유하는 말레온의 모습을 올려다본 그 순간·
콰직!!
말레온의 머리 위에서 안개가 찢어지면서 새카만 어둠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장막의 이면 내부에 가득 들어찬 안개의 은하수·
그 시공 자체를 어둡게 물들이면서 순식간에 말레온을 향해 다가오는 불길한 잔재·
감격에 젖은 눈으로 말레온을 바라보던 장생종들이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마 말레온 님···!!”
“바깥의 어둠인가!!”
레그누스가 즉시 그 어둠의 근원을 알아차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사특한 종말의 잔재가 어찌 장막을 뚫고 여기까지···!!!”
말레온이 승급을 방해하던 외해의 어둠이 본격적으로 안개의 우주를 뚫고 개입해 오기 시작한 것·
이 자리에서 막 승천자가 된 말레온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일까·
의지를 넘어 실재하는 힘이 [장막]을 뚫고 쿤다라가 위치한 시공을 오염시키고 있다·
“너희들은 말레온의 주의를 지상으로 돌리거라·”
키이잉!!
양손에 복잡한 술법진을 띄워 올린 레그누스가 말했다·
“나는 장막의 이면을 보수하고 저 어둠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겠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말레온의 신변을 직접 옮긴다거나 보호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저 어둠이 기어들어온 시공을 틀어막고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레그누스의 말을 곧바로 이해한 장생종들이 황급히 본체로 돌아와 안개의 우주 바깥으로 뛰쳐 나가려던 그 순간·
“괜찮다·”
말레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팔겁의 전당에서 움직이는 장생종들을 만류하듯 들어올린 손에 다른 이들이 순간적으로 멈칫거린 찰나·
“원인과 결과가 그러하듯 탄생과 죽음 역시 끝이 아니라 영원한 순환의 일부이니·”
한 손은 지상을 향해 내밀고 다른 한 손은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말레온이 말했다·
“별의 탄생과 죽음조차 나의 손안에서 순환하고 회천(回天)하리라·”
부아아아앙!!!
동시에 말레온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던 무수한 유성우가 서서히 궤도를 바꾸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사선으로 떨어지던 빛무리가 말레온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천구 자체를 돌리는 듯하다·
안개의 우주 전역에 떨어지는 은빛의 별이 말레온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장엄한 광경·
“와라·”
원시마법(原始魔法) : 성련팔극식(星聯捌極式)
팔종(八種) – 외법(外法)
멸성순환(滅星巡環)
콰우우우우우웅!!!
말레온 그노시스의 고유술식 원시마법 성련팔극식·
별을 이어붙여 깨트린다는 이름을 지닌 이 마법은 말 그대로 별을 조작하여 폭발시키는 힘이다·
용종(龍種)의 고유마력을 강력한 열원으로 가공하여 하늘에 소환한 뒤 지상을 향해 떨구면서 폭격처럼 사용하는 술식·
마력소모가 엄청나고 연비가 좋지 않으면서 파괴공능의 구현에 극한까지 치중되어 있지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최고위 원시마법은 특정한 부분에서 술식의 법칙과 등가교환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한다·
술식발동 직후 ‘별’이 떨어지는 위치와 방향 속도를 술자와 무관하게 지정하여 발동 가능하며·
술식이 궤도에 오르고 나면 ‘별’을 만드는데 타인의 마력이나 의념을 강제로 끌어와서 사용하는 외법의 극한·
“이건···!!”
쿠오오오오!!!
말레온을 중심으로 회전하던 무수한 은빛의 별이 이제는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로 솟구쳤다·
동시에 안개의 우주 사이를 누비는 은색의 광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어둠을 불태우고 지워 없앴다·
찬란한 은빛의 반구를 그리면서 둥글게 회전하는 수십 개의 ‘별’이 한점에 수렴하듯 모여든 그 순간·
느릿하게 주먹을 움켜쥔 말레온이 속삭였다·
“태어나라·”
[초신성(超新星)]
파앗!!
별의 탄생과 죽음을 혼동하며 만들어진 그 말은 말레온에게 있어서는 진실이 된다·
소리는 없었다·
말레온의 머리 위에 떠오른 거대한 은빛의 항성이 활활 타오르면서 쏟아지는 어둠을 남김없이 날려버리고·
이윽고 스스로 녹아 흘러내려 안개의 우주를 남김없이 수복하고 원래대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신의 권능이다··· 그때보다 훨씬···!!!”
말레온의 원시마법에 대해 알고 있는 장생종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압도적인 스케일·
그들조차도 이 정도 규모와 출력으로 다루는 성련팔극식의 힘을 사실상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겠지·
자신을 중심으로 하나의 작은 은하계를 형성하고 그 안의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술식·
신을 흉내 내는 이 오만이야말로 태고의 용종이 지니고 태어난 축복을 휘두르는 원시마법의 상징·
그리고 말레온이 사용하는 고유술식을 확인한 레녹이 쓴웃음을 지었다·
‘술식성능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군·’
말레온은 힘을 과시하는 성격이 아닌 데다 쿤다라 내에서 비견될 존재가 거의 없는 팔대용왕의 우두머리·
계획을 진행하는 동안 말레온이 힘을 쓸 일이 없었기에 그 술식을 직접 확인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레녹이 본 누구보다 안정적인 위계를 가진 대술사인 만큼 보통 실력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생각 이상이었다·
‘용종의 원시마법· 그것도 술식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고의 신비라·’
원시마법은 술식의 체계와 카테고리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부터 존재해 온 태고의 마법·
말 그대로 세계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부터 존재해 온 마법의 원류다·
태고의 신비를 품은 최고위 원시마법은 일정한 법칙 아래 존재하는 술식보다 오히려 권능에 가까운 바·
그리고 말레온이 사용하는 성련팔극식이야말로 그런 원시마법의 정점에 달한 술식 중 하나였던 것이다·
‘별빛 하나하나가 성위급을 웃도는 위력이다· 그런 열원을 술식발동과 동시에 위치좌표를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전투 시작과 동시에 상대의 뱃속에 별빛을 터트려서 폭발시키는 것도 가능할 터·
파아아아아아!!!
쏟아지는 은빛의 별무리에 휘감긴 말레온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강림하고 있었다·
말레온이 지나온 자리마다 부서진 전당의 잔해와 유리창이 시간이 되감기듯 수복된다·
전당 바깥에서 몰아치는 안개가 속도를 죽이고 서서히 원래대로의 흐름을 되찾는다·
쏴아아아!!!
은색의 별빛이 하늘 끝에서 지상을 향해 쏟아지면서 내리쬐는 모든 것에 풍만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오 오오···!!”
“몸이 회복된다····”
“말레온 님께서 주시는 은혜인가···?”
잔뜩 지쳐 있던 장생종들이 하나둘씩 기력을 되찾고 시들었던 꽃잎이 생기를 품고 고개를 든다·
말레온의 강림과 동시에 쿤다라 전역을 향해 쏟아지는 따스한 생명의 비·
마치 이제서야 도시 전체가 승천자의 탄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처럼 격변 끝에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슈우우우···!!!
근육질에 가까운 전라의 몸을 그대로 내보이며 전당의 지면에 발을 디디는 말레온의 거체·
고요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던 그의 기척이 이제는 갓 태어난 별처럼 쉴 새 없이 번뜩이며 주변을 메운다·
말 그대로 말레온 그노시스의 생명력과 의념이 폭발하듯 뿜어져나와 전당의 공간을 잠식하는 듯한 무게감·
“말레온 님···!!”
기뻐하며 말레온에게 다가서던 장생종조차 폭발하는 영압에 밀려 순간적으로 주저앉았다·
화악!!
“···허?”
무엇에 짓눌린 것인지도 모르고 숨이 턱 막힌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장생종들의 모습·
하지만 말레온은 그런 이들을 무시하고 찬연한 안광을 빛내면서 레녹을 바라보고 있었다·
쿵!!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 지축이 기울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말레온이 내포한 존재감이 팔겁의 균형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리고 한쪽으로 기울이는 듯한 환상·
싸늘한 적막 속에서 레녹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마치 레녹이 이 순간을 위해 어떤 일을 한 것인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레녹은 그런 말레온을 마주하며 말없이 고개를 기울였다·
‘···모르겠군· 어느 쪽인 거지?’
말레온 그노시스는 분명 승급 의식을 성공시켜 9레벨에 도달했다·
쿤다라 전역을 떨쳐 울리는 탄생의 나팔소리· 생명과 기적이 뒤섞여 터져 나오는 영혼의 공명·
그가 휘두르는 은빛의 유성우와 내리쬐는 생명의 비가 이렇게나 따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녹은 말레온이 진정으로 역대 승천자들과 대등한 초월성을 품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천견과 진둔 그리고 편람·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힘겨운 사명을 짊어져 온 괴물들·
말레온은 정말 자신이 말한 것처럼 그들과 동일한 위상을 손에 넣은 것일까·
“피곤하군·”
말레온이 입을 열었다·
“아주 먼 길을 전력으로 달려서 겨우 반환점에 도달한 듯해·”
“····”
“고통만이 가득한 탄생 속에서··· 자네의 의지만이 느껴졌네·”
이전과 달리 강렬한 공명을 품은 말레온의 목소리·
그 음성 안에 담긴 감정을 느낀 레녹이 순간적으로 마력운용을 멈추었다·
“자네가 나를 계속해서 인도하고 있었어· 그렇지?”
“···그건·”
“실패해야 했던 의식을 자네의 손으로 직접 돌려세운 게야·”
말레온이 레녹을 바라보면서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네는 내 운명을 바꾸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실패해서 이 자리에서 죽었겠지·”
“····”
말레온의 목소리에 담긴 것은 기쁨이나 안도 같은 평범한 감정이 아니었다·
레녹은 말레온의 다음 말을 들은 뒤에야 그 정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자네의 재능을 보았네·”
승급 의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레녹은 법진을 직접 조작해서 의식을 마지막까지 이끌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모두가 지켜보았으나 그 진가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바·
하지만 승급의 법진 내부에서 직접 녹아들어 있던 말레온은 그것을 영혼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의 재능이 어떤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보았어·”
“····”
레녹이 어떤 식으로 의식을 완성시켜 마무리를 지었는지·
어떤 식으로 마력과 의념을 조작하여 기적을 퍼 올렸는지·
어떤 식으로 말레온에게 선택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던 것인지·
말레온은 스스로가 의식이자 법진의 일부가 되어 그것을 지켜보았다·
레녹이 이 세계에서 눈을 뜨면서 손에 넣은 초월적인 재능·
말레온은 순간적으로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힘인지 이해해 버렸던 것이다·
승천자에 도달한 뒤에도 그는 자신에게 만족하거나 충만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레녹의 재능을 보고 스스로의 부족함과 결핍을 자각하고 있었다·
“···말레온·”
말레온이 깨달은 것은 레녹에게 있어서는 큰 위험이 아니다·
레녹의 재능이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 어떤 식으로든 훼손되거나 위협당할 수 없는 힘이다·
오히려 재능보다는 페널티에 대해 들키는 것이 레녹에게 있어서는 비할 데 없이 치명적인 일·
위험한 것은 레녹이 아니라 말레온이었다·
자신을 스스로의 대답에 맞게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그는 레녹의 재능을 강제로 마주하고 이해해 버렸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신과 레녹의 재능을 기억하게 되었을 터·
그것이 새로운 승천자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괜찮은··· 건가?”
“····”
별빛이 메아리치는 팔겁의 전당에서 승천자가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 그와는 반대되는 피가 얼어붙는 듯한 적막·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 속에서 인내하던 레녹이 손가락을 꿈틀거린 그 순간·
“어쩔 수 없군·”
말레온이 씩 웃으며 눈을 떴다·
“승천자가 된 뒤에도 이렇게나 갈 길이 멀다니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조차 이리 어려운 일인 건가·”
“····”
“수백 년을 살았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이렇게나 깊이 자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세·”
천천히 돌아선 말레온이 고개를 젖히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도전할 가치가 있군·”
“···너·”
한껏 긴장된 공기가 순간적으로 탁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해할 수 없던 승천자에서 레녹이 알고 있던 말레온으로 돌아온 듯한 기묘한 일체감·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거지?”
망설이던 레녹의 질문에 말레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애초에 지금 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
“쿤다라의 역사에서도 승천자가 된 장생종은 거의 없었으니 내가 제대로 그 너머에 도착했는지 검증할 수도 없지·”
의념을 터트리며 별처럼 번뜩이는 것도 그 과정에서 다른 장생종들을 가감 없이 짓누르는 것도·
감당키 어려운 원시마법을 숨 쉬듯이 휘두르면서 은하수를 조작하는 것도·
말레온에게 허락된 기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바·
하지만 그럼에도 말레온 그노시스를 아직 이 자리에 붙들어 놓는 것이 있다면·
“자네와 한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
9레벨의 승천자가 된 이후에도 말레온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약속을 기억하고 증거하며 처음 원했던 그대로 이루려 할 뿐·
“자네는 약속대로 나를 승천자로 만들어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겠지·”
그렇게 말한 말레온은 어느새 회오리치는 어둠 앞에 섰다·
구겁의 시련으로 향하는 어둠의 길·
카이세 바쥬르의 결말이 안치된 곳으로 향하는 입구·
“출발하지 반·”
그 앞에서 레녹을 향해 돌아선 승천자가 말했다·
“약속대로 자네를 구겁의 저편까지 데려다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