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7화
쿤다라(10)
아이탈론의 샘물을 모조리 사용하고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을 바쳐 손에 넣은 엑스트라 라이프 베슬·
레녹의 최대수명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 안에서 여분의 목숨을 선물해 주는 유물·
자신의 수명을 나눠담아 죽음을 한번 무마할 기회를 선물해 주는 아티팩트인가·
하지만 레녹은 말레온의 말을 듣자마자 어째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을 수명으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레녹의 최대수명을 늘리지 못해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주었다면·
그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남아 있는 샘물을 모조리 사용해버렸다면 지금 일어난 일을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 사실이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레녹에게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결론에 불과했다·
‘쿤다라의 성소를 사용해도 수명 자체를 늘리는 일은 불가능한 건가·’
여의주를 손에 넣은 시점에서도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
레녹이 직접 선택한 [재인박명]의 페널티와 그로 인해 손에 넣은 재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알로건의 말이 아니었다면 레녹 역시 수명을 환전하는 일에 대해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수명을 환전한다는 성소조차 이런 식으로 레녹에게 현실을 알려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레녹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정해져서 바꿀 수 없다는 듯한 무미건조한 선고·
레녹에게 남은 시간 자체가 그의 기원이자 일부라는 듯한 변하지 않는 결과·
라이프 베슬을 쥔 레녹이 고개를 숙이자 말레온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생각보다 많이 실망한 모양이군· 내가 괜한 배려를 한 겐가?”
허둥거리는 듯한 몸짓으로 주변을 맴돌던 용머리 거인이 이내 두꺼운 손으로 레녹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 아이탈론의 샘은 원래 장생종을 위한 물건이니 단명종을 상대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네·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말고····”
“····”
“그 그래도 자네와 내 추측대로 여분의 목숨 역할을 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겠나?”
“이것이 네 말대로 라이프 베슬(Life Vessel)의 능력을 지녔다 해도 내가 이걸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레녹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이걸 사용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면 고작 한 번의 목숨을 헌납하는 정도로는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겠지·”
“····”
“애초에 여분의 목숨을 얻는다는 건 정확하게 어떤 의미지? 내가 받을 피해를 대신 받는 걸까 아니면 내가 죽고 라이프 베슬을 사용해 소생하는 방식인가?”
작은 성물함처럼 변해버린 여의주를 들어 올린 레녹이 고개를 저었다·
“소생에 걸리는 시간은? 베슬이 작동하고 난 다음의 내 상태는? 피해를 받는다는 건 육체에 한정되는 걸까 아니면 영혼까지 포함되는 건가?”
“으 으음····”
“아무것도 알 수 없어·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뿐이니 능력을 알아보겠다고 실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난 사실상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을 전부 바쳐 도박할 기회를 손에 넣은 거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다 해도 모든 상황에서 도망칠 길을 남겨두고 싸울 수는 없다·
적어도 레녹이 그간 상대했던 초월자들은 그런 어중간한 각오와 태세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
만약에 레녹이 라이프 베슬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면 애초에 이걸 사용해도 승산을 점칠 수 없는 괴물이 상대일 가능성이 높다·
라이프 베슬의 정확한 작동원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기대한 만큼의 성과라고는 말할 수 없을 터·
“···미안하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시무룩한 기색으로 변한 말레온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이탈론의 샘에 대해 좀 더 정보를 수집하고 자네와 만날 걸 그랬군· 자네의 여의주만 괜히 낭비한 셈일지도····”
“····”
“으음··· 아 그렇지!”
말레온이 고심하다가 손바닥에 주먹을 내리쳤다·
“여의주를 주게· 내가 대신 알로건이 채워 넣은 만큼의 생명력을 다시 채워 넣어주지!!”
“····”
“아이탈론의 샘이 다시 차기 전까지는 수명을 환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환전을 시도하기 전 만큼 여의주를 채워줄 수는 있네·”
두 눈을 반짝이며 돌아선 말레온이 레녹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
“오늘 일을 망친 대가로 내가 대신 보상하도록 하지· 어떤가?”
“···내 여의주에 담겨 있던 생명력은 팔대용왕이 직접 100년 가까이를 불어넣은 양이었다·”
레녹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걸 네 수명을 대신 깎아서 내 여의주에 채워 넣겠다고?”
“내가 제안한 계획이자 선물하려 했던 호의일세· 일이 잘못될 경우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할 터·”
말레온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100년의 시간 내 선택의 결과라면 얼마든지 대가로 지불할 수 있지· 그것이 책임을 지는 사람의 일인 셈이야·”
“····”
“그러니까 여의주를 다오· 그런데 내 수명을 생명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뭐였지? 너무 오래돼서 감각이 잘 기억이····”
레녹을 향해 두꺼운 손을 내민 채 마력을 뽑아내면서 생명력을 끌어내는 방법을 실험하는 말레온의 모습·
단순히 허언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레녹의 앞에 생명력을 토해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
뚱한 표정으로 말레온을 바라보던 레녹이 이내 고개를 저으면서 돌아섰다·
“됐다· 필요 없으니까 그만하지·”
“엥?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을 모두 바닥내고도 필요 없다고?”
“실제로 여의주의 생명력을 아무 의미 없이 날려 버린 건 아니니까· 상관없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면서 라이프 베슬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회의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라이프 베슬 자체는 분명 엄청난 가치를 지닌 아티팩트가 맞다· 그걸로 충분해·”
“흠 하지만····”
“팔대용왕의 생명력을 100년 어치 가까이 끌어와 만들어낸 소모품이니· 지금 당장 이 이상의 결과를 내는 건 불가능할 거다·”
레녹이 말했다·
“애초에 타인의 생명력을 가져와 내 수명을 늘리려고 했던 내 과욕이었을지도 모르지·”
“····”
담담하게 고하는 레녹의 말에 말레온 역시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남들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장생종으로서 레녹이 하는 말에 공감하기는 어려웠겠지·
하지만 레녹은 말 그대로 라이프 베슬에 대해 마냥 실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레녹 자신의 생명력도 아닌 힘을 사용한 것 치 라이프 베슬은 충분히 훌륭한 대가라는 것이 분명했으니·
레녹이 느낀 실망은 결국 페널티에 근본적으로 손을 대지 못하는 현실을 자각한 결과일 뿐·
라이프 베슬의 실용성과는 별개로 좋은 아티팩트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와서 라이프 베슬이 쓸모없는 척하면서 말레온의 생명력을 전해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겠지·
말레온 역시 그러한 레녹의 말에 수긍한 듯 천천히 마력을 가라앉혔다·
“으음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야····”
“애초에 지금 이런 일에 네 여력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레녹은 그런 말레온을 보며 지나가는 듯 말을 툭 던졌다·
“만전을 기해 승급을 시도해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이 생명력을 소모하면 성공률만 떨어지겠지·”
“···음?”
승급의식의 성패에 대해 레녹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그것을 깨달은 말레온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들어 올린 순간·
“반 설마?”
“내가 계획에 참가하는 이상 실패는 용납하지 않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승급을 성공시키도록·”
라이프 베슬을 소매 사이에 집어넣은 레녹이 그대로 걸음을 돌려세웠다·
“너를 승천자로 만들어주지·”
* * *
[마스터· 이건 약속과는 다르잖아요·]
“약속?”
말레온과 협력을 결정한 뒤 레녹은 차후 다시 만날 시기와 장소를 정한 뒤 바로 헤어졌다·
오백로 대회 자체를 말레온 본인이 주최했던 만큼 말레온은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 때문·
우승상품을 레녹에게 직접 건네주었다는 부분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수습해야 할 일이 있겠지·
북적이는 안뜰을 지나 후문으로 빠져나온다·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빙 돌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적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품안에서 투덜거리는 다비의 머리를 쓰다듬은 레녹이 물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우리가 뭔가 놓친 것이 있었던가?”
[진둔이라는 유기체의 술법진을 다른 사람한테 양보할 필요가 있냐구요·]
다비가 레녹의 품 안에서 대롱대롱 매달린 채 말했다·
[마스터는 그 유기체에게 직접 결계술을 배운 후계자인데 그냥 마스터가 그 법진을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
[한번 해 보자구요 승천자·]
레녹을 올려다보는 다비의 눈동자가 의욕으로 반짝였다·
[그 덩치만 큰 용가리가 쓸 수 있다면 마스터가 못할 리가 없잖아요?]
“그럴리가 있겠어?”
다비의 머리를 한 손으로 꾹 누른 레녹이 대꾸했다·
“진둔이 남긴 승급의 법진은 사용자를 승천자로 만들어주는 물건이 아닐 거야· 애초에 그렇게 편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물건일 리가 없지·”
[엥·]
“그게 가능했다면 진둔은 본인이 9레벨의 승천자이면서도 다른 8레벨을 9레벨로 만들어주는 술법진을 만들었다는 건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면요?]
“말레온이 설명한대로 법진이 도와주는 건 승급의식의 강제발동· 정확하게 말하자면 9레벨에 도달하는 과정을 술식의 형태로 체계화시키는 것 정도겠지·”
다비를 내려다보는 레녹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말레온 정도 되는 대술사라면 그 정도만으로 계기를 얻기에는 충분할 거다·”
[····]
“위계를 초월했음에도 의념의 깊이와 안정감이 상상 이상이었어· 아주 오랫동안 8레벨에 머무르면서 위계를 안정시켜 온 거야·”
8레벨의 극위능력자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광증 불안정한 심상 급격한 감정의 변화·
하지만 레녹은 말레온과 대화하면서 계획을 논의하는 동안 그에게서 그러한 증상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쿤다라에서 가장 재능 있는 대술사라 불리우는 그 은빛의 용이 그만큼 뛰어난 성취와 경험을 쌓아 올렸다는 증거·
위계를 초월해 자신만의 길에 올라선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기반을 안정시켜 왔다는 방증이었다·
“진둔의 술법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9레벨에 도전했을 초인이다·”
다비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레녹이 중얼거렸다·
“내 도움을 받지 않아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하는 일에 협력해 볼 필요가 있겠지·”
[그러니까 그 부분을 마스터가 대신해서 승천자가 되면 좋잖아요····]
“이건 누군가 반드시 먼저 선점해야만 하는 이득이나 권리가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
레녹이 답했다·
“말레온이 시도하려는 일은 이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열 명도 성공하지 못했던 극도로 무모한 도박이다· 그가 먼저 나서서 리스크를 짊어지고 실험에 임하겠다는데 굳이 사양할 이유가 있을까?”
[···헤에·]
“먼저 진둔의 법진을 사용하겠다고 나설 필요는 없어· 나는 그가 어떤 식으로 승급에 임하는지를 지켜보고 법진을 이용할 여지만 남겨두면 그만이지·”
레녹이 고개를 들었다·
“말레온에게 협력하는 건 그것 때문이야· 그를 따라 구겁에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그가 승천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
[····]
“나와 비슷한 경지의 대술사가 9레벨에 도전하는 일이다· 대륙 전역을 통틀어서도 이런 구경을 할 기회는 흔치 않겠지·”
천견과 진둔이 각자의 미련을 남긴 채 사망하고 편람이 오랜 잠에서 깨어난 뒤로·
이 세계에서 새롭게 9레벨에 도달한 존재가 있었던가·
중앙전선의 무수한 강자와 실력자들 판데모니엄의 괴물들조차 그러한 위업에는 도전하지 않았던 바·
대륙 어디서도 소식을 듣기 힘들었던 오직 이 순간 쿤다라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승천자의 탄생·
그 위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그 감각과 지식을 훔칠 수 있다면 레녹에게는 그것만으로 남는 장사다·
[요컨대 위험한 일은 용가리에게 모두 떠넘기고 마스터는 그 요령만 홀랑 빼먹겠다는 말이네요·]
가만히 레녹의 설명을 듣고 있던 다비가 그제서야 납득했다는 듯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위험한 계획에 협조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냥 마스터가 늘 하던 일이었네요· 안심했어요!]
“···날로 먹겠다는게 아니라 말레온이 제안한 거래가 애초에 그 얘기였거든· 지금까지 뭘 들은 거야?”
다비의 꼬리를 쭉 잡아당긴 레녹이 정령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대꾸했다·
강인공지능을 베이스로 태어난 정령이라 그런지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는 요약 능력에 아예 필터링이 없다·
“다만 말레온과 협조하면 지금처럼 오백로를 가르치는 시간 자체는 줄어들겠지· 선생 노릇을 하면서 얻은 물질적인 이득이 꽤 됐는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오백로 대회에 나가서 그 용가리를 만난거 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레녹이 가만히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오백로를 가르치다 승천자를 탄생시킨 커리어라면 이 도시가 사라질때까지 전설적인 명인으로 회자되도 이상하지 않겠군·”
[푸훗·]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린 다비가 말했다·
[빨리 장원으로 돌아가서 마스터의 가르침을 받는 유기체들에게 자랑하죠· 마스터가 그 오래된 유기체들에게 숭배받는 걸 보고 싶어요!]
“숭배라니· 애초에 너는····”
언제부터인가 레녹을 통해 대리만족을 누리고 있는 듯한 전뇌정령의 말에 타박을 주려던 순간·
촤악!!
골목길을 돌아선 레녹의 발아래 붉은 선혈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피가 떨어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레녹의 신발 밑창까지 흠뻑 젖었을 정도·
하지만 레녹은 신발을 적신 피 웅덩이를 보면서도 발을 빼는 대신 힐끗 그것을 응시했다·
스으윽···!!
신발을 적신 피가 마치 시간이 되감기듯 뒤로 물러나면서 천천히 물러선다·
발아래 떨어진 혈액 자체에 의지가 담겨 레녹을 밀어내듯 물러서는 기이한 모습·
순식간에 원상태로 돌아온 바닥을 확인한 레녹이 그제서야 시선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이군·”
“····”
피처럼 붉은 눈을 지닌 소녀가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골목길 한복판에 서 있었다·
새빨간 피의 장막을 카펫처럼 밟고 무표정한 얼굴로 레녹을 바라보는 포혈공의 모습·
레녹이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던 모양이야·”
“···”
“아니면 이제서야 다시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
이유를 알면서도 되묻는 듯한 레녹의 말에 심기가 거슬렸는지 소녀의 눈매가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변했다·
하지만 레녹을 째려보던 소녀가 이내 표정을 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말레온이랑 만났구나·”
“····”
“그 녀석이랑 만난 뒤에도 멀쩡히 걸어 나온 걸 보면 그쪽의 계획에 협력하기로 한 걸 테고·”
촤악!!
휙 돌아선 포혈공이 고개를 젖히자 핏물이 솟구쳐 화려한 문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혈영궁과 연결된 문을 만들어낸 포혈공이 레녹을 향해 물었다·
“혈려서기의 거래 대가· 아직 나한테 주지 않았던 거 기억하지?”
“····”
“따라와· 이제 굳이 숨길 필요는 없을 테니까·”
“무슨 뜻이지?”
“쿤다라에 새로운 승천자가 태어난 뒤에 일어날 일· 궁금하지 않아?”
포혈공이 붉은 눈동자를 빛내면서 물었다·
“구겁에 무엇을 숨겨져 있는지· 카이세가 안치된 십관(十管)이 무엇인지·”
“····”
침묵하는 레녹을 보며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혈려서기가 있다면 이제는 네게 알려줄 수 있겠지· 설명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