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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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화

별의 그늘(11)

수명을 내깃돈으로 삼아 걸고 두는 장생종들의 유희·

그리고 알로건과의 승부에서 반집 차이로 집계 승부에서 이긴 레녹의 승리·

주변에서 숨을 죽이고 장기판을 바라보던 어인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알로건 님께서····”

“어찌 단명종과의 대국을?”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판 위에는 흑돌보다 백돌의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애초에 시종일관 우세를 점하고 있던 것이 알로건이었던 만큼 백돌의 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럼에도 오백로의 점수 집계에서는 반집 차이로 레녹의 흑돌이 승리했다·

알로건이 돌을 두면서 지나쳤던 사소하고 무의미해 보였던 국면·

레녹은 그가 넘겼던 장기판의 여백을 이용해 알로건의 점수를 아슬아슬하게 넘을 수준까지 만들어냈던 것·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순히 운이 좋아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레녹이 게임을 끝내면서 설명한 그대로 사소한 국면을 하나씩 모아 끝내 승리를 따낼 정도로 키워냈음을·

알로건이 무시하고 지나쳤던 그 모든 국면에서 레녹이 이길 방법을 보고 있었음을·

수명을 건 이 유희에서 장생종을 상대로 셈의 우위에 섰음을 이 한 번의 승부로 깨달았던 것·

“···패배라·”

하지만 알로건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들어 거칠게 판을 내려쳤다·

콰앙!!

그 손짓 한 번에 장기판에 올려져 있던 흑돌과 백돌이 물속으로 튕겨 나갔다·

핏줄이 돋은 주먹을 장기판 위에 올려둔 채 새파란 동공으로 레녹을 노려보던 알로건이 말했다·

“장기판에 여의주를 올려놓아라 단명종·”

“····”

“지금 당장 네놈의 여의주에 나의 시간을 얹어줄 터이니·”

“그것보다 그쪽의 여의주는 어디에 있는 건지가 궁금한데·”

레녹이 선반 위에 올려둔 여의주를 힐끗 바라보면서 물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야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그쪽도 여의주를 꺼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오백로의 내기에서 충분한 수명을 지녔는지 검증해야 하는 건 단명종인 네놈뿐이다·”

알로건이 으르렁거렸다·

“아니면 쿤다라의 해역을 지배하는 내가 네놈에게 줄 시간조차 갖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한 거냐·”

“장생종이라고 해도 결국 영생하는 존재는 아니지·”

레녹이 차분한 표정으로 여의주를 장기판 위에 올려놓으며 대꾸했다·

“죽을 때가 되어 가까워져 있다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수명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

알로건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미간에 핏대를 세운 채 레녹을 노려보며 천천히 레녹의 여의주를 향해 손을 뻗었을 뿐·

턱!

여의주를 강하게 움켜쥔 용왕이 이내 마력을 끌어올리며 그것을 부서져라 틀어쥐었다·

동시에 투명한 여의주의 안에 바다처럼 푸른 생명력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알로건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10년 어치에 달하는 생명력을 채워넣자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이 정확히 기존의 두배에 달했다·

도합 20년 어치의 생명력을 품은 여의주가 더욱 신묘한 빛을 뿜어내는 것을 보며 레녹이 손을 들어 올렸다·

“계속하지·”

순간 알로건이 날려 보낸 흑돌과 백돌이 수류 저편에서 하나둘씩 날아오기 시작했다·

쿠르륵!!

심해권역의 해류를 능숙하게 조작해 사방으로 떨어진 돌을 주워담는 레녹의 솜씨·

어느새 수신술의 요령을 이해하고 능숙하게 수류를 움직이는 레녹을 알로건이 섬뜩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이

능숙하게 흑돌과 백돌을 나눠 담은 레녹이 여의주를 선반 위에 올려두고 말했다·

“이번에는 20년 어치의 수명을 걸고 두자·”

“····”

“당신이 직접 말해놓고 이제 와서 발을 뺄 생각은 아니겠지?”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건방진 소리만 해대는군·”

알로건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백돌 사이로 손을 쑤셔 넣었다·

“이번 승리가 순전히 네놈의 실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마·”

***

숨이 멎을 것처럼 고요한 심해권역의 용궁·

수압이 짓누르는 알현실 중앙에서 마주앉은 두 사람이 번갈아 돌을 놓는다·

백돌과 흑돌이 장기판을 차례대로 오갈 때마다 한 사람의 얼굴만이 굳어간다·

장기판 위로 돌이 채워지고 뒤집히는 순간 고요한 용궁이 더 깊은 적막에 빠지고·

“지 집계 총합 3집 차····”

숨이 멎을 듯한 침묵 속에서 수행원으로 불려 나온 어인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흐 흑의 승리····”

“····”

또다시 알로건의 패배·

조용해진 궁궐 한복판에서 굳은 얼굴로 장기판을 바라보던 알로건이 손을 휙 뻗었다·

화악!!

선반 위에 올려둔 레녹의 여의주를 움켜쥐고 분풀이를 하듯 강하게 생명력을 때려넣는다·

순식간에 20년 어치의 생명력을 레녹의 여의주에 불어넣은 알로건이 말했다·

“다시·”

알로건이 눈을 희번뜩거리며 레녹을 노려보았다·

“시작해· 돌을 치우고 판을 정리해라!!”

“아까는 판을 치우는 게 패자의 역할이라고 하지 않았나?”

“···!!!”

“뭐 좋아·”

알로건을 보며 피식 웃은 레녹이 천천히 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년의 수명을 걸고 두는 판인데 단명종이 허드렛일을 좀 할 수도 있는 거지·”

“····”

“계속할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수명을 두고 지체없이 대국이 이어진다·

의념까지 사용해 스스로를 고양시킨 알로건과 마력을 쓰지 않고 돌을 쥐는 레녹의 모습·

하지만 다시 결판이 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5점 차· 흑의 승리·”

“다시·”

지체 없이 대국을 이어가는 알로건의 모습·

“7점 차· 흑의 승-”

“다시!”

어느새 알로건은 내깃돈을 두 배로 늘리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9점 차· 흑의····”

“다시!!!!”

수행원의 목소리가 점차 느릿하게 늘어졌다·

“11점··· 차····”

“다시· 다시!!!”

집계되는 점수는 계속해서 변하는데 승패는 변하지 않는다·

대국을 다시 두면 둘수록 서로의 점수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집계를 돕고 있던 수행원도 더 이상 점수를 직접 말하지 않았다·

“···흑의 승리입니다·”

“····”

더 이상 심해권역의 어인들 중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으로 하루빨리 지금 이 순간이 지나기를 염원했을 뿐·

“····”

15집 차이로 패배한 대국이 끝난 뒤 알로건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조용히 장기판을 바라보는 알로건과 맞은 편에서 흑돌을 만지작거리는 레녹의 모습·

“네놈·”

한참이 지나서야 알로건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피부 위로 돋아난 푸른 비늘이 그가 지금 얼마나 동요했는지를 방증하고 있었다·

인간의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할 만큼 알로건의 감정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

“나를 대체 얼마나 농락할 셈이더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오백로의 점수 집계는 보통 짝수로 정해지고 홀수로 맞춰지는 경우는 흔치 않지·”

당장에라도 수룡으로 변할 것처럼 피부가 푸르게 변한 알로건이 말했다·

“대국이 끝날 때마다 점수 차를 홀수로 유지하면서 차이를 벌리는 건 네놈이 나를 능멸하고 있지 않고서야 가당키나 한 일이더냐·”

“····”

“아르스노바의 대술사들도 이런 식으로 장기를 두지는 않았다· 이건 애초에····”

알로건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단명종· 장막의 바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지?”

“그걸 이제서야 묻는 것 자체가 당신이 이 게임에서 이길 자격이 없다는 증거 아니겠나?”

레녹이 고개를 기울였다·

“결말을 피해 숨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바깥에 관심이 없을 줄은 몰랐군· 다른 장생종도 비슷한가?”

“····”

“대답하지 않을 셈인가? 뭐 좋아·”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여의주를 움켜쥐었다·

도중부터 내깃돈을 늘리지 않고 승부가 이어진 탓에 여의주에 담긴 수명이 수십 배로 불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섯 번이 넘는 대국을 거듭하며 여의주에 담긴 수명은 가히 100년을 훌쩍 넘긴 바·

아무런 힘도 없던 유리구슬에 가까웠던 여의주 역시 그에 따라 이제는 완전히 형태를 달리하고 있었다·

고오오오···!!

작은 항성처럼 반짝이는 빛무리를 사방에 두르고 스스로 공중에 떠올라 느릿하게 회전한다·

여의주 안에서 용솟음치는 생명력이 구슬 안에서 회전하면서 여의주의 질감 자체를 개변했다·

구슬이 아니라 신비로운 보석이자 보주가 되어 존재감을 뿜어내는 구슬·

그것을 바라보던 알로건이 이를 악물고 옆에 서 있던 수행원에게 말했다·

“내 여의주를 가져와라·”

“···알로건 님·”

수행원이 놀란 표정으로 더듬거렸다·

“여 여의주의 힘을 끌어다 쓰면 심해권역의 안정성이 크게 약해질 겁니다· 자칫 잘못하면-”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더냐·”

알로건이 소름 끼치는 시선으로 수행원을 노려보았다·

창백한 표정으로 변한 수행원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알현실 뒤편으로 사라졌다·

“수행원이 내 여의주를 가져올 동안 한 번 더 두지·”

“····”

“그리고 이번에는····”

어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를 악물고 고민하던 알로건이 들고 있던 백돌을 레녹에게 던졌다·

휘익!!

백돌을 레녹이 받아드는 것과 동시에 알로건이 흑돌을 가리켰다·

“내가 선수를 두겠다· 가져오도록·”

“···그러지·”

오백로는 기사 두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돌을 두는 게임·

그렇기에 선수를 쥐는 흑돌이 하수의 자리에 있음은 암묵적인 합의다·

알로건이 백돌을 놓고 흑돌을 쥔 것 자체가 이 대국에서 레녹보다 아래에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나 마찬가지·

순간의 자존심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레녹과 대등한 입장에서 장기를 두고 싶은 것일까·

탁!!

아까 전까지와는 달리 터질 듯한 분노조차 내려놓고 전심을 다해 집중하는 알로건·

수명에 집착하지 않고 장생종으로서의 자존심도 내려놓고 눈앞의 대국에 집중한다·

폭급하고 사나우며 인간을 벌레처럼 깔보지만 그런 인간이 만든 장기에는 진심을 다하는 용왕의 모습·

장기판이 아니라 그런 알로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레녹이 백돌을 쥐면서 말했다·

“네가 사용하는 수신술에는 몇 가지 큰 흠결이 있다·”

“···뭐라?”

“전반적인 위력이나 규모로는 굉장히 강력하나 속성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종속되려 하는 면모가 있지·”

백돌을 내려놓은 레녹이 알로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수신(水臣)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물이라는 매개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군·”

“단명종· 대국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는 소리를-”

“수신술식· 물 바깥에서 사용하면 마력효율이 급감하고 있지?”

“···!!!”

지금 이 순간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레녹의 질문·

하지만 그 말에 알로건은 마치 심장을 꿰뚫린 것처럼 우뚝 멈춰 섰다·

“감소하는 효율은 대략 80% 언저리· 물 바깥에서 술식을 사용하면 효율의 절반조차도 내지 못하는 셈인가·”

“네놈 그걸 어떻게-”

“진둔이 만든 이 게임은 말 그대로 술자의 술식소양을 읽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니까·”

레녹이 장기판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주티야의 말이 맞아· 같은 상대와 몇 번이고 대국을 두면 기풍을 넘어선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

“술자의 소양과 적성을 넘어선 술식의 기원· 관심법이라 생각해 크게 신경 써본 적은 없지만····”

고개를 꺾어 알로건을 바라본 레녹이 물었다·

“중앙귀족이나 너희 장생종이 유독 더 잘 보여· 너희들이 오백로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겠지·”

“····”

“그래서 네가 지금까지의 대국에서 나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거다·”

할 말을 잃은 알로건을 두고 레녹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가 두는 돌 사이에 불순물을 섞어 흐리기만 해도 네 수신술처럼 위력이 급감하고 있지·”

“···그건·”

“6집 차이· 내가 이겼군·”

알로건이 충격에 빠져 멍하니 장기판을 바라보는 사이 레녹이 백돌을 내려놓으면서 물었다·

“아직도 우연이라고 생각하나?”

“····”

알로건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국을 지켜보던 심해권역의 어인들 역시 눈을 질끈 감고 시선을 돌려 버렸다·

‘끝났군·’

이 시점에서 레녹과 알로건의 실력차이는 대국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알 수 있을 만큼 명백해진 바·

레녹이 수신술을 완벽하게 이해했음을 수신술을 기풍으로 삼은 알로건이 레녹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했기 때문·

물 안에서만 위력을 낼 수 있는 수신술을 오백로로 펼쳐내기에 불순물을 섞어 흐리는 것만으로 위력이 급감한다·

레녹이 직접 이 사실을 지적해 전의를 꺾어버린 이상 이 자리에서 대국이 이어지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레녹 역시 지금 이 대국을 통해 얻은 수확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대략 100년 어치의 생명력을 손에 넣은 건가·’

레녹이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올리비에라에게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첫 번째 대국에서 네놈이 수신술의 요체를 훔친 순간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던 건가····”

장기판을 보고 있던 알로건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인정하지· 내가 졌다·”

“····”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네놈이 얼마나 뛰어난 기사인지 알아보지 못했군·”

그렇게 말하는 알로건의 목소리는 일전의 흉포함을 잃고 낮게 가라앉아있었다·

천천히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선 알로건이 한 손으로 알현실 바깥을 가리켰다·

“심해권역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지· 나가는 문은 저쪽이다·”

“여의주에 담은 수명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군·”

레녹이 물었다·

“인간인 내가 여기 담긴 수명을 고스란히 활용하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겠지?”

알로건에게 상당한 양의 수명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레녹은 그걸 알면서도 쉽사리 흥분하지는 않았다·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을 고스란히 레녹의 수명으로 치환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레녹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장생종의 수명이 쿤다라에서 화폐로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알로건이 말한 대로 수명이 화폐로 사용되고 있다면 지금 레녹이 손에 넣은 수명은 쿤다라에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을 터·

하지만 알로건의 대답은 레녹이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쿤다라의 성소 중에는 여의주에 담긴 생명력을 수명으로 다시 환전해주는 곳이 있다·”

“···환전이라고?”

말 그대로 수명을 화폐처럼 다루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단어 선정·

알로건이 담담하게 말했다·

“직접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팔겁(八劫)의 어딘가에 그러한 곳이 존재하고 있다고는 하더군····”

“····”

“정 네놈의 짧은 수명을 늘리기를 원한다면 직접 쿤다라에서 그 성소를 찾아보도록 해라·”

힐끗 레녹을 바라보는 알로건의 얼굴이 잠깐 사이에 부쩍 수척해져 있었다·

“단명종이라 해도 네놈의 실력이라면 육겁을 넘어 칠겁까지는 어렵지 않게 도달하겠지·”

“꼭 쿤다라에 들어갈 방법 자체는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레녹이 팔짱을 꼈다·

“포혈공이 제시한 기준을 통과하면 심해권역을 움직여 쿤다라까지 안내해 주는 것 아니었나?”

“네놈들이 장막을 ‘베어’ 이면의 시공을 어지럽힌 일 때문에 현재로써는 쿤다라의 위치를 잡기 어렵다·”

알로건이 불쾌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막을 벤 자를 잡아 그 술식 효과를 지우거나 다른 방법으로 장막에 개입할 수밖에 없겠군·”

“····”

“네놈이 포혈공이 원하는 예외임을 알았으니 막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게 길 안내를 바라지는 말도록·”

장막의 이면을 벤 당사자를 잡기 전까지는 알로건 본인조차 쿤다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인가·

거기까지 말을 들은 레녹이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내가 장막을 벤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군· 그러면서 내게 그걸 명분으로 삼아 시비를 건 건가?”

“네놈들이 이 시기에 이면의 시공에 침입한 이상 그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으니까·”

알로건이 푸른 눈동자로 레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나 놈이 심해권역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은 것을 보니 네놈 역시 그자와 한패는 아니었던 모양이군·”

“····”

“가라· 더 이상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니· 나가는 길은 수행원의 안내를 받도록·”

흐트러진 장기판을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던 알로건이 등을 휙 돌렸다·

“나는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구나·”

“····”

알로건에게 카르니스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 고민하던 레녹이 입을 다물고 걸음을 돌렸다·

처음부터 대화가 원활했다면 모를까 이 시점에서 카르니스에 대해 말을 꺼내는 건 알로건을 자극하는 일밖에 되지 않을 테니·

목 뒤에 아가미를 단 수신족 수행원의 안내를 받아 용궁을 벗어난다·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듯 수행원을 따라 어두컴컴한 바닷속을 상승하고·

철썩!!

파도치는 심해권역 위로 떠오른 수행원이 뒤따라온 레녹에게 목례했다·

“저쪽으로 나가시면 다시 안개의 길 위에 도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조용히 입을 다문 올리비에라와 함께 수행원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파도가 몰아치는 방향·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해변가·

심해권역 너머로 비춰지는 자욱한 안개의 길 뒤편·

“아·”

예하술주가 웃는 표정으로 레녹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이제서야 나오셨군요·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

심해권역의 파도가 끊기고 안개의 길이 이어지는 권역의 경계선·

용왕의 감각에는 닿지 않을 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레녹을 지켜보는 예하술주의 존재·

[···하·]

냉소하는 올리비에라를 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예하술주를 바라보던 레녹이 물었다·

“권역 밖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설마 그 잠깐 사이에 팔대용왕의 심해권역에 가 계실 줄은 몰랐지 뭡니까·”

곤란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술주의 모습·

“수신용왕은 장생종 중에서 굉장히 폭급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을 하셨군요·”

“····”

“빈손으로 나오신 것을 보니 큰 수확은 없으셨던 듯한데 그럼 제가 다시 안내를 맡아도 되겠습니까?”

레녹을 바라보던 예하술주의 눈매가 순간 가늘게 좁혀졌다·

“저 역시 반 님을 안내하면서 이런 이변이 마냥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는지라·”

이면의 시공에서 레녹과 올리비에라를 떨어뜨려 놓고 반응을 살피려 한 것이 예하술주 본인임에도

정작 레녹이 심해권역에서 수확을 얻지 못한 것을 은근슬쩍 돌려 지적하는 술주의 언동·

하지만 레녹은 술주의 빈정거림에 화를 내는 대신 그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꽤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던 술주가 이전에 비해 예민해 보인다면-

‘동요하고 있군·’

레녹이 펜터렉트를 사용해 수신용왕의 심해권역을 찾아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하물며 알로건과 싸우지 않고 무사히 걸어 나올 거라고는 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술주 본인이 계획했음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레녹의 행동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면·

예하술주 역시 천체술식을 찾는 일에 꽤나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기에 레녹이 심해권역에서 나오자마자 그 앞에 나타나 다시금 직접 길을 안내하려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레녹을 직접 천체술식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유도하기 위해·

“····”

이대로 다시 예하술주의 안내를 따르면 결과적으로 술주의 의도에 끌려다니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처음에는 술주가 어떤 식으로 그들을 안내하고 시험하려 하는지 알기 위해서 상황을 지켜보았지만·

알로건과 오백로 승부를 끝내고 쿤다라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절차를 끝낸 지금이라면-

레녹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알로건· 듣고 있겠지?”

“···예?”

예하술주의 반문을 무시한 레녹이 자신이 걸어나온 심해권역의 바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자가 바로 장막을 ‘베어’ 이면의 시공을 어지럽힌 장본인이다·”

“····”

“지금부터 나는 이 권역 근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신경 쓰지 않기로 하지·”

레녹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그쪽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일체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대가를 대신하자· 어떻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레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심해권역의 바다가 요동치며 파도 아래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을 뿐·

콰아아아!!!

권역의 바다가 격동하면서 흔들리다 장대한 물회오리와 함께 거대한 수룡이 솟구쳤다·

푸른 비늘을 두른 수신용왕의 거체가 새파란 동공으로 예하술주를 노려보기 시작한 순간·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예하술주가 웃음기를 잃어버린 얼굴로 레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당신·”

“미안하게 됐군·”

레녹이 팔짱을 낀 채로 웃었다·

“하지만 이쪽이 하지 않은 일로 누명을 뒤집어쓰는 건 억울한 일이잖나·”

“····”

예하술주의 감시를 받는 동안에는 천체술식을 사용해 쿤다라로 갈 수 없다·

하지만 억지로 떨어뜨려 놓아봤자 예하술주는 어떻게든 레녹을 감시하려 하겠지·

예하술주와 팔대용왕· 안개의 길과 심해권역이 겹치는 이 순간에만 선택할 수 있는 묘수·

레녹은 예하술주를 알로건에게 떠넘기고 천체술식을 사용할 시간을 벌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쪽도 오해가 있다면 팔대용왕과 잘 풀고 나오기를 바라지·”

무표정한 예하술주의 얼굴을 바라보며 레녹이 손을 흔들었다·

“지금까지 안내 고마웠다·”

“견뢰···!!”

술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수룡이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 입에 물린 거대한 여의주가 회전하고·

새파란 마력의 파동이 술주가 서 있던 자리를 그대로 휩쓸었다·

콰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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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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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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