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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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0화

별의 그늘(6)

대연결을 재구축하는 사이 맹주 본인이 2사도를 직접 상대하겠다던 주문연맹의 계획·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물리법칙을 잠시 고쳐 쓸 수 있는 천체술식이 필요하다·

천체술식을 얻기 위해 맹주는 술식의 보유자를 죽여 술식을 추출할 생각이라 말했지만·

“맹주는 내가 쿤다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레녹이 말했다·

“그리고 그만한 초월자라면 쿤다라로 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모를 리가 없겠지·”

“····”

“천체술식을 사용해 장막을 비틀고 이면에 숨겨진 외겁도시로 향한다· 만약 맹주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두운 방 안에서 레녹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예하술주의 존재는 내가 천체술식을 가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감시자였던 거다·”

맹주는 레녹을 유리정원에 부른 것을 사과하며 예하술주를 보내 쿤다라로 가는 길을 돕겠다고 말했지만·

레녹은 맹주의 진짜 목적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장막을 비틀기 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지 천체술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시를 붙일 핑계를 댔을 뿐·

“내가 쿤다라로 향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천체술식의 존재를 의심하고 내게 접촉해 왔군·”

시선을 들어 올린 레녹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2사도의 일을 먼저 언급하며 신경을 돌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나를 떠보려고 한 거다·”

“····”

맹주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 모든 대화가 계획되어 있었던 것일까?

레녹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2사도를 끌어내린다는 충격적인 제안에서 시작된 연맹의 계획이 천체술식으로 이어지기까지·

헤어지기 직전에야 천체술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레녹의 반응을 떠보려고 했던 그 저의까지·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촘촘하게 짜올린 것처럼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지나가듯 언급했던 예하술주의 존재조차 미리 안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레녹은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맹주가 네게 실제로 예하술주를 보낸 시점에서 확정된 사실이 세 가지 있군·”

손가락을 치켜든 올리비에라가 말했다·

“첫째· 주문연맹은 네가 천체술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 의심하고는 있지만 확신은 갖고 있지 않다·”

“····”

“천체술식의 존재를 확신했다면 술주 하나만을 보냈을 리는 없겠지· 확실하게 술식을 추출하기 위한 인력을 더 파견했을 거다·”

“두 번째는?”

“예하술주는 천체술식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확실하게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올리비에라가 손가락을 하나 접었다·

“장막이 열리는 순간 천체술식이 사용되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감시자로 파견된 것일 터·”

“····”

“아울러 여차하면 몸을 빼낼 수 있는 수단이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지·”

예하술주가 홀로 이번 일에 파견된 것 자체가 그가 천체술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일 터·

올리비에라는 그 사실 자체가 예하술주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역시 예하술주의 합류를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

레녹이 고민에 빠졌다·

“맹주는 내가 천체술식을 갖고 있다는 의심을 숨기지도 않았어· 오히려 대놓고 암시하면서 이쪽을 압박하려 했지·”

“····”

“이 시점에서 동행을 거절한다면 오히려 그 사실을 근거로 삼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쿤다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레녹의 여정을 방해하고 견제하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

“그 사실 때문에라도 세 번째 사실이 우리에게 있어 한결 중요해지는 것이지·”

“세 번째 사실?”

올리비에라가 앞서 언급했던 확정된 세 가지 사실·

레녹이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베일 너머로 느긋하게 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예하술주가 쿤다라로 가는 길에 있어 실제로 이쪽에게 유의미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건··· 그렇군·”

대번에 그 말의 의도를 이해한 레녹이 퍼뜩 시선을 들어 올렸다·

“천체술식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쿤다라 인근까지 우리를 적극적으로 안내하려 할 거다?”

“실제로 그럴 만한 능력과 지식을 갖추었기에 맹주가 놈을 직접 파견한 것이겠지·”

올리비에라가 침상에 몸을 기대면서 답했다·

“놈은 쿤다라에 몇번 드나든 적이 있거나 도시의 장생종과 알고 지내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다· 잘만 이용한다면 외겁도시까지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

“다만 언젠가 반드시 천체술식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나 환경으로 네놈을 유인하려 할 터·”

베일 너머로 올리비에라의 마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주문연맹주를 상대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면 바로 그때가 되겠구나·”

“····”

진짜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맹주는 예하술주를 안내인이라는 명분으로 레녹의 곁에 붙여주었다·

예하술주 본인이 실제로 외겁도시로 가는 길을 안내할 능력이나 지식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올리비에라는 이쪽에서 그 사실 자체를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이 나왔다면 해야 할 일을 간단하게 정리하자꾸나·”

올리비에라가 말했다·

“일단 술주 놈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다· 놈은 천체술식을 사용하기 가장 좋은 자리로 우리를 안내해 주겠지·”

“때가 되면 예하술주를 떼어놓고 천체술식을 사용해 쿤다라로 입성하자는 말인가?”

“떼어놓는다? 네놈답지 않군·”

레녹의 말에 올리비에라가 냉소했다·

“답천자의 서고에서 빌려온 비보를 탐하는 도둑이다· 주제넘는 눈과 귀를 뽑아놓는다 해도 모자랄진대·”

“····”

“주문연맹의 예하술주는 쿤다라로 향하는 도중 불운한 사고로 객사할 거다·”

베일 너머로 그녀의 보석안이 한없이 차갑게 번뜩였다·

“그것만이 내가 이 마안으로 확정한 놈의 미래일지니·”

***

파직 파직····!!

푸른 가면을 쓴 청년이 작업대 위에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인다·

투명한 잎사귀가 구부러지며 작은 펜던트 안에 삽입될 때마다 웅혼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손끝에 뇌전을 두른 채로 작업에 열중하는 카르니스의 뒤에서 레녹이 피곤한 안색으로 목을 주무르던 찰나·

“견뢰·”

고개를 든 카르니스가 레녹을 향해 펜던트를 내밀었다·

“끝난 건가?”

“세계수의 잎사귀에 마력을 코팅해 보존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수의 잎사귀를 목걸이의 형태로 가공해 만든 펜던트의 모습·

레녹이 펜던트를 받아 목에 걸자 카르니스가 푸른 가면을 고쳐 쓰면서 말했다·

“잎사귀가 지닌 생명력을 목걸이의 형태로 압축했지· 목걸이를 찬 동안에는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거다·”

토르번 마탑의 극위마법사 카르니스는 자신이 뽑아낸 번개를 술식병장으로 가공해낼 수 있는 능력자·

그렇기에 레녹은 세계수의 잎사귀가 시들지 않게 카르니스에게 아티팩트로 가공해달라 부탁했던 것이다·

“협조해 줘서 고맙군· 도움이 됐다·”

“감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야·”

레녹이 솔직하게 감사를 표하자 카르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난 잎사귀에 담긴 생명력을 정제했을 뿐 잎사귀의 성질에 직접 손을 댄 건 아니니까·”

“잎사귀에 문제가 있던 건가?”

“특별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세계수의 특징 때문이지·”

카르니스가 가면 너머로 힐끗 펜던트를 응시했다·

“저 잎사귀에 담긴 생명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살아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는 수준에 가깝지·”

“····”

“단순히 생명력을 압축하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성질에 손을 대는 건 금기병장을 제작하는 것과 비슷한 난도의 일이다·”

주티야의 말대로라면 세계수의 잎사귀가 중앙의 공물로 바쳐진 건 족히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세계수의 본체에서 떨어진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잎사귀 자체에 그렇게 강대한 생명력이 남아 있다니·

살갗에 맞닿는 펜던트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면서 레녹이 돌아서자 카르니스가 물었다·

“바로 외겁도시로 갈 생각인가?”

“그래· 장막을 앞에 두고 망설일 필요는 없을 테니까·”

전쟁마탑을 타고 서대륙에 온 것 자체가 서부전선에 위치한 [장막]을 비틀어 쿤다라로 향하기 위함이었으니·

중요한 것은 [장막]의 어디서 천체술식을 사용해 장막의 이면에 숨겨진 외겁도시로 향하느냐의 문제뿐이다·

거기서부터는 이제 예하술주의 안내를 받아서 적합한 장소와 시점을 정해야 할 터·

레녹의 대답에 카르니스가 고개를 끄적였다·

“그렇군·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내가 했던 말을 잊지 않길 바라지·”

“네 부친이라는 팔대용왕 말인가?”

“장막의 어느 곳을 통해 쿤다라로 접근하든 반드시 한 번쯤은 그와 마주치게 될 테지·”

카르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쿤다라의 ‘용’이라는 건 단순히 종을 의미하는 말만은 아니야· 그의 심해권역을 조심해라·”

“····”

쿤다라의 해역을 수호하는 용왕이라·

그 이명만으로도 본신의 무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레녹은 장생종을 죽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멸망을 피해 숨은 외겁의 도시에서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는 만큼 도시에 입성하기 전까지는 충돌을 자제해야 할 터·

“본 전쟁마탑은 이제부터 서대륙과 북대륙을 순회하며 급한 내전을 정리할 예정이다·”

고민에 빠진 레녹을 보며 카르니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때쯤이면 탑주님의 거취 문제도 정리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그러니 탑주님을 다시 뵙는 그날까지 살아 있기를 바라지·”

카르니스가 레녹을 보면서 얼굴에 얹은 푸른 가면을 인사하듯 살짝 들어 올렸다·

“이미 그분은 토르번의 차기 탑주를 내정해두신 것 같으니까·”

쿠구구구!!!

카르니스의 개인 연구실을 나선 레녹은 곧바로 전쟁마탑의 갑판 쪽으로 향했다·

갑판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이엘과 휘하 마법사들이 레녹을 보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반 님· 저희 마탑 측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깔끔하게 수리가 끝난 갑판을 넘어 다가온 라이엘이 한 손으로 지상을 가리켰다·

“예하술주를 잡아두었으니 같이 가시죠· 아유타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전쟁마탑은 아직 서대륙에 볼일이 남아 있다고 들었는데·”

라이엘과 함께 갑판 아래쪽으로 내려선 레녹이 물었다·

“이대로 장막을 넘어 서대륙을 계속 순회할 생각인가?”

“카르니스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으셨겠지만·”

라이엘이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나면 북대륙에 위치한 ‘극점(極點)’에서 엔진부를 수리하고 동력을 충전할 생각입니다·”

“····”

“반 님께서 전쟁마탑을 소환하며 마력을 보충해 주신 덕분에 저희도 조금 여유가 생겼거든요·”

공중에 떠오른 거대한 전함을 바라보며 라이엘이 웃었다·

“당분간은 탑의 고위마법사들을 동력실에 묶어두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레녹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전쟁마탑이 서부전선의 영공을 무리해서 돌파할 필요도 없었겠지·

“혹시나 예하술주와 동행하실 생각이라면 부디 조심하시길·”

저 멀리 탑의 마법사들 사이에 선 예하술주를 바라보면서 라이엘이 말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연맹 내부에서는 그가 맹주에게 어떤 ‘권한’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듯합니다·”

“권한?”

“단순한 술식의 증강을 넘어 같은 술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언가인 듯하더군요·”

“····”

라이엘의 말을 되새긴 레녹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대륙 전역을 누비는 전쟁마탑의 지휘관이 들은 정보라면 헛소문은 아니겠지·

올리비에라가 언급했던 예하술주가 연맹 내부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감안하면-

“그가 연맹 내부의 감사를 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인가?”

“적어도 그에 준하는 권한을 지녔다는 사실은 틀림없지요·”

예하술주를 바라보는 라이엘의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주문연맹을 몇번 상대해 본 결과 같은 술주들이 오히려 예하술주를 더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요·”

“····”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맹주에게 받은 권한은 보통 물건이 아닐 겁니다·”

라이엘이 그렇게 말하며 예하술주를 향해 다가선 순간 그를 포위하고 있던 워메이지들이 일제히 물러서면서 대열을 풀었다·

황폐해진 전장에 홀로 남아 느긋하게 몸을 푸는 예하술주와 반대편에 자리한 수십의 마법사들·

“라이엘 토르번· 오랜만입니다·”

라이엘을 본 예하술주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직접 나타난 것을 보니 서부전선의 일도 얼추 정리가 된 모양이군요·”

“그쪽이야말로 중앙전선 바깥의 외부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들었습니다만·”

“오래된 도시국가들을 상대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라이엘의 차가운 대꾸에 예하술주가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중앙의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승천의식에 엮인 거물들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

“볼일이 끝났다면 이만 떠나주시겠습니까?

예하술주가 뒷짐을 진 채로 느긋하게 말했다·

“저도 전쟁마탑을 앞에 두고 연맹의 중대사를 처리할 만큼 무모하지는 않은지라·”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고할 것이 있어서·”

“경고?”

“현 전쟁마탑주께서는 견뢰라는 마법사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고 계십니다·”

라이엘이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행여나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탑주께서는 반드시 그 사정을 직접 알아보려 하겠지요·”

“····오호라·”

예하술주의 입꼬리가 귀신처럼 길게 찢어졌다·

“지금 연맹을 상대로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제대로 이해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그 솔직한 답변에 술주가 할 말을 잃은 사이 라이엘의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교단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한 시기에 쓸데없이 적을 늘려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던 예하술주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서슬 퍼런 라이엘의 언동·

예하술주가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듣고 있던 레녹도 쓴웃음을 지었다·

주문연맹을 상대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언급하며 외려 압박을 가하다니 전쟁마탑의 호전성을 직접 경험해 보았음에도 익숙해지지 않을 지경·

하지만 이런 마탑이 잠시나마 레녹의 편에 서 있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본 전쟁마탑이 그동안 연맹을 지켜본 결과 대연결이라는 주체에 매몰된 선택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여·”

“····”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내리기를 바라지요· 할 말은 이것뿐입니다·”

예하술주를 깔끔하게 무시한 라이엘이 그제서야 레녹에게 몸을 돌리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반 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뵙는 그날까지 몸조심하시길·”

“···그래·”

토르번 마탑주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우한 이들이지만 생각보다 이들과 꽤 오랫동안 동행해왔다·

발칸에서 서대륙으로 향하는 도중 그들의 능력이나 자산을 이것저것 빌려 가며 여행해온 것도 사실·

서로 가는 길이 달라 헤어지게 되지만 그들이 발칸과 협약을 체결한 이상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터·

“탑주의 일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괜찮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할아버님은 당신께서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손대지도 않으시는 분이시니까요·”

라이엘이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벼락의 인과를 새긴 삶입니다· 할아버님께서 바라시는 일을 하듯 저희는 저희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

“····”

“그러니 반 님께서도 마지막까지 당신이 원하는 일을 행하시길·”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라이엘이 레녹과 시선을 맞추었다·

“그것이 제가 할아버님께 배운 삶의 방식이었으니까요·”

쿠구구구구!!!

섬찟한 뇌광을 흩뿌리며 격동한 전쟁마탑이 추진장치 위로 불꽃을 흩뿌리면서 천천히 부상한다·

거대한 강철의 요새를 돌려세운 뒤 번갯불을 터트리며 서부전선 장막을 따라 가속하고·

이내 순식간에 지평선 저 멀리까지 속도를 높이면서 천둥을 남기고 사라졌다·

콰르르릉!!!

찡그린 표정으로 천둥소리를 듣고 있던 예하술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전쟁마탑이랑은 이래서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번거롭게 됐군요·”

“····”

“뒤가 없는 것처럼 굴면서도 의외로 신중한 술사들이라서 매번 상대하기가 까다롭지 않습니까·”

예하술주가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낀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레녹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부터 맹주께서 내리신 전언을 따라 쿤다라의 안내를 맡아도 괜찮겠습니까?”

“저 여자는 어떻게 할 셈이더냐·”

레녹의 옆에 화려한 도포를 걸친 채로 서 있던 올리비에라가 시선을 돌렸다·

“네놈 역시 이 자리에 저 시귀를 놓고 갈 생각은 없을 터인데·”

“아 아니····”

창백한 안색의 시귀술주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다·

“저 저는 쿤다라에 아무런 보 볼일도 없는데 왜····”

“틀린 말은 아니군요·”

시귀술주의 말을 무시한 예하술주가 납득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이 자리에 그녀를 두고 가면 이틀 안에 어딘가에서 시체가 되어 있을 겁니다· 아 이미 시체였던가요?”

“시 시작부터 비하만 하고 있잖아요····”

“시답잖은 말장난은 되었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충격과 분노로 점철된 표정으로 어깨를 부들대는 시귀술주를 보며 레녹이 입을 열었다·

“쿤다라의 안내를 맡았다면 그쪽이 할 일이 있을텐데· 이 자리에서 외겁도시로 향할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겠나?”

“외겁도시 쿤다라가 현재 장막의 이면에 숨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예하술주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장생종들이 다가오는 멸망을 피해 획책한 편법으로 겁(劫)의 바깥(外)에 서는 행위··· 말 그대로 외겁에 달한 도시인 셈이지요·”

“····”

“그렇기에 쿤다라로 향하기 위해서는 장막의 이면을 들추고 그 경계선에 도달해야 합니다·”

서대륙 중앙전선 경계지대·

헤드로 군벌이 점유하고 있던 [장막]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린 예하술주가 말했다·

“장막 외부와 내부의 중간에 존재하는 별의 그늘을 들추고 안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지요·”

“····”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레녹이 말없이 올리비에라와 시선을 교환했다·

레녹이 천체술식을 지니고 있는지 떠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줄 이유가 없다·

외려 두루뭉술한 말을 던지면서 레녹이 어떤 방법으로 쿤다라로 향할 생각인지 떠보려 했을 터·

하지만 장막의 이면을 들추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예하술주의 태도에는 일체 막힘이 없어 보였다·

“별의 그늘을 들춰야 한다면 그 방법에는 무엇이 있지?”

“간단합니다·”

예하술주가 웃었다·

“장막 자체를 ‘베어서’ 장막의 이면을 강제로 들추면 될 일이지요·”

“···뭐?”

“제가 사용하는 예하술식(刈荷術式)은 이름 그대로 짊어진 업을 베는 힘·”

그렇게 말한 예하술주가 급격하게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칼날을 다루기에 보이지 않는 것을 벨 수도 있는 법이지요·”

절단술식을 사용하면서 일체 전조를 보이지 않던 술주가 처음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시전하는 영창·

그것이 눈앞의 [장막]을 대상으로 삼았음을 레녹이 깨닫고 표정을 굳힌 찰나·

예하술주가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검을 움켜쥐듯 그대로 손을 끌어내렸다·

서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예하술주의 눈앞에서 흔들리던 [장막]의 베일이 세로로 베여 나갔다·

반투명한 커튼을 세로로 길게 찢어서 그 안의 틈새를 내보이는 듯한 선명한 위화감·

“가까이 오시지요·”

예하술주가 레녹을 향해 손짓했다·

“여기에 길을 열었습니다·”

“····”

술주의 손짓을 따라서 찢어진 장막 안쪽을 들여다본 레녹이 입을 다물었다·

투명한 베일이 갈라진 균열 사이로 새하얀 안개가 어린 좁은 길이 엿보이고 있었다·

오염된 숲이 위치해 있는 서대륙 중앙전선 경계지대·

하지만 장막을 ‘베어’ 그 경계선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존재해온 것처럼 신선들의 도원향을 형상화한 듯한 아득한 풍경·

레녹이 할 말을 잃고 장막의 이면 너머 숨겨진 안개의 길을 바라보는 사이·

“아르스노바를 둘러싼 [장막]의 이면· 별의 그늘 뒤편에 숨겨진 장생종들의 도시·”

예하술주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외겁도시가 숨겨진 시공으로 향하는 입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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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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