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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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화

별의 그늘(4)

서대륙 중앙전선 경계지대·

두 눈을 까뒤집은 채 경련하는 오버마인드와 그 머리에 올라탄 창백한 안색의 시귀술주·

[장막]의 베일 아래서 세계수의 잎사귀를 쥔 채 전장을 돌아보는 레녹의 모습·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는 사슴거인 엘더 드루이드 아젤란의 표정까지·

아군과 적군이 뒤바뀌는 이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어느 쪽이 우위에 서 있는지는 자명했다·

그르르륵!!!

살점이 뜯겨나간 마물들이 충혈된 눈동자로 드루이드를 돌아본다·

핏줄이 돋아난 전차들이 움직이며 포대를 회전하고 피구름 속에서 전투기들이 비행했다·

군복을 입은 마인들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총기를 장전하고 살덩이로 점철된 전장을 밟고 진군했다·

[쿠웨에에엑···!!]

[카하하하학!!]

전쟁마탑이 휩쓸고 지나간 뒤 살아남은 마물의 군세가 드루이드의 살점을 탐하며 울부짖었다·

“안 돼 안 돼···!!”

“더러운 것들···!! 오지 마!!”

드루이드들이 황급히 술식을 영창하며 곰과 사슴으로 변하고 나무를 자라게 만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전장을 낮게 비행하는 마물 전투기가 자라나는 나무 위로 폭격을 쏟아붓고

살덩이들이 합쳐진 마물이 곰으로 변한 드루이드에게 달라붙어 살점을 씹어 물었다·

뚜두두둑!!

퍼버버버벙!!!

두꺼운 털가죽으로 뒤덮인 곰의 가죽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식물 줄기로 이뤄진 드루이드의 머리카락이 마물들의 발톱에 뜯겨나갔다·

양의 머리를 한 궁수의 미간에 오염된 탄환이 틀어박히고 쏟아지는 포화에 춤을 추듯 휘청였다·

“아아 아아아···!!”

전선을 돌파하면서도 드루이드의 피해가 적었던 것은 중앙을 돌파하는 레녹의 뒤에서 보조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선봉에서 전선을 뚫어내던 레녹과 척을 진 지금은 반대로 마물의 군세 한복판에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저항하던 드루이드들의 전선 한쪽이 무너지는 순간 균열은 순식간에 커져 간다·

뛰어난 자연술식 사용자이자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드루이드들이 하나둘씩 마물에게 끌려가고·

이윽고 살점을 씹어먹는 소리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까드드득!!

우지지직!!

끝을 알 수 없는 마물의 파도에 살아남은 드루이드들이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휩쓸렸다·

마물로 변이된 군단 속에 갇혀 말라죽어가는 작전 도중 가장 피하고자 했던 최악의 사태·

레녹은 세계수의 잎사귀를 만지작거리며 엉망진창으로 변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일이 이렇게 된 시점에서 결과는 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세계수의 잎사귀로 인한 술식증강을 감안해도 확실히 자연술식의 잠재력은 상당한 수준이었군·”

서부전선 [장막] 인근에 걸쳐 거대한 숲이 존재한 것은 장막 아래 세계수의 잎사귀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

세계수의 힘으로 형성된 숲이기에 드루이드들 역시 자연술식의 증강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수십키로미터를 뛰어넘어 레녹을 단번에 [장막] 앞까지 데려다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것이었겠지·

레녹은 그렇게 생각하며 쥐고 있던 세계수의 잎사귀를 힐끗 바라보았다·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이 정도 활력이라 확실히 보통 물건은 아니었어·’

들고 있는 것만으로 어지간한 각성제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활력과 기력이 몸 안에 차오른다·

오래전에 명이 선물해 주었던 대천사의 눈물을 받아들었을 때보다도 조금 더 강한 듯한 감각·

중앙에 바쳐진 공물이니 특별한 가치를 지녔음은 알고 있었지만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효과·

어째서 드루이드들이 이 잎사귀에 그렇게까지 집착하고 감추려 했는지 대번에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만한 물건이라면 단순복용보다 괜찮은 가공법이 있을 것 같은데· 당장 아티팩트로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지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이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레녹이 세계수의 잎사귀를 연초 잎으로 만들어 태우는 사치스러운 상상에 몰두하던 사이 오버마인드의 머리 위에 올라탄 시귀술주가 더듬거렸다·

“드 드루이드가 오래 버티면 안 되잖아요··· 저 저쪽이 배신했으니까 확실하게 보 보복을 해줘야····”

“보복?”

레녹이 웃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순간 승패는 정해졌어· 전쟁마탑을 소환한 시점에서 내가 질 수 없는 싸움이었지·”

“그 그건····”

“그래서 드루이드 측에서 초조함을 느끼고 먼저 나를 죽이려 했던 거다·”

드루이드가 세계수의 잎사귀에 대해 숨긴 시점에서 레녹은 그것이 라라벨리의 정당한 소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아울러 그 비밀이 발각당하는 순간 드루이드 측에서 레녹의 입을 막으려 들지도 모른다는 것까지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겠지· 엘더 드루이드인 아젤란 역시 아무런 보험도 없이 레녹을 죽이려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젤란이 전장에서 레녹에게 부탁한 것은 마물 군단 하나를 홀로 저지하는 역할·

그만한 임무를 수행하고 나면 레녹의 마력 역시 크게 소모되어 있을거라 생각했겠지·

그를 통해 레녹이 오버마인드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잎사귀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레녹이 중앙의 군단을 홀로 돌파하며 전쟁마탑을 소환한 시점에서 계산이 어긋나 버렸던 것이다·

전쟁마탑이 길을 열고 나면 레녹이 오버마인드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없을 터·

토르번 전쟁마탑이 순간적으로 거리를 벌린 지금· 레녹이 잎사귀에 집중하고 있던 이 순간만이 기회라고 생각했겠지·

알고 있었다·

드루이드가 레녹을 배신한다면 언제일지 어떤 말에 반응할지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올지·

마물들을 학살하면서 전선을 돌파하는 와중에도· 따라붙은 드루이드들이 마물이 아니라 레녹의 거동에 더 신경 쓰고 있던 순간에도·

레녹은 이 싸움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야 할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러운 마물들 따위가 감히!!”

스스로의 몸을 거대화시킨 사슴거인 엘더 드루이드 아젤란이 포효하면서 녹창을 휘두른다·

비쩍 마른 나뭇가지가 창날을 휘감고 회전하면서 주변의 마물들을 휩쓸었다·

쩌저적!!

[끄에에···!!]

나뭇가지에 찔리는 순간 마물들의 피와 체액이 그대로 창날 사이로 흡수된다·

창날에 찔린 마물들이 말라 비틀어진 채 미라처럼 쪼그라들어 죽어나갔다·

“실론 일어나라!!”

콰앙!!

달려드는 마인을 걷어차 터트린 아젤란이 쓰러진 드루이드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아직 방법이 있다· 세계수의 잎사귀를 손에 넣기만 하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니···!!”

“아젤란 님···!!”

“견뢰를 죽이고 잎사귀를 되찾는다· 그 힘으로 숲을 넘어 전선 밖으로 도망치면 돼!”

마물들의 군세 속에 포위된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아젤란의 목소리에는 한점의 동요도 없다·

레녹에게 잎사귀를 빼앗긴 순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지휘관의 확언·

그 말에 흔들리던 드루이드들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려던 그 순간·

쿠과과과과!!!!

피구름이 산재한 하늘에서 마물화된 전투기들이 초음속의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탑재되어 있던 폭약을 쏟아붓고 마지막으로 전투기 자체를 떨궈 터트리는 자폭·

퍼버버버벙!!!

“아아아악···!!”

[꿰에에엑!!]

검붉은 불기둥이 전장 한복판에 솟구치며 드루이드와 마물들이 가리지 않고 죽어나간다·

사방에서 타오르는 불기둥의 폭풍 속에서 아젤란이 창대를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오오오오오!!!

쿠웅!!

발굽을 땅에 찍어 몸을 고정시키는 것과 동시에 아젤란의 어깨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하늘을 향해 창의 궤적을 수십 번씩 겹쳐 그리는 것과 동시에 떨어지는 마물 전투기를 받아 쳐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떨어지는 전투기의 날개를 찢고 박살 내 밀어낸다· 눈앞에서 폭발하는 화염을 들이마시고 내뿜는다·

피를 흠뻑 뒤집어 쓴 채 창을 휘두를 때마다 사슴거인의 두 눈에서 흉흉한 녹색 안광이 번뜩였다·

콰아앙!!

아젤란이 서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전투기의 파편과 폭염이 둥글게 일그러지며 좌우로 밀려났다·

수십 발씩 떨어지는 폭격을 단신으로 받아내며 쓰러진 드루이드들을 보호하고 나선 사슴거인·

“후우 후우···!!”

“훌륭하군·”

멀리서 그 무용을 구경하던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뒤통수를 때리기 전에 그만한 실력을 보여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나?”

“잎사귀에 대해 알고 있는 외부인은 누구든 살려둘 수 없다· 처음부터 바꿀 수 없는 일이었지·”

거칠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 아젤란이 핏발 선 눈으로 레녹을 노려보며 창을 고쳐잡는다·

“이제 네 차례로군·”

“글쎄·”

레녹이 웃으면서 하늘을 가리켰다·

“아직 다른 마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뭐라고?”

우우우웅!!!

그 순간 피구름 속에서 부유하던 항공모함이 지상을 향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반경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함선이 전력으로 추진장치를 작동시키면서 수직으로 기동·

함선의 머리를 지상으로 향한 채 아음속의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이건···!!!”

“처음 만났을 때 한번 보여준 적 있었지·”

경악한 아젤란을 두고 레녹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번엔 너희들 차례다·”

창백한 안색으로 떨어지는 함선을 바라보던 아젤란이 주변의 드루이드들을 향해 소리친다·

그 말에 드루이드들이 재빨리 술식을 영창하면서 채비를 시작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드루이드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항공모함이 내리찍히면서 동력부 엔진을 터트려 자폭·

하늘과 지상을 이어붙이는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지상을 휩쓸었다·

쿠과과과과과과!!!!

자연술식으로 불러낸 나무들이 불타 뭉개진다·

지진이 난 것처럼 지면이 쉴 새 없이 요동치면서 땅이 갈라지고 파도가 일었다·

회오리치는 불길의 여파가 어찌나 거센지 서부전선의 장막까지 흔들리면서 물결쳤다·

“우 와아앗···!!!”

오버마인드의 머리 위에서 버티고 있던 시귀술주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나동그라진다·

머리부터 떨어진 시귀술주가 빙빙 돌아가는 눈으로 헤롱거리는 사이 레녹은 불바다가 된 전장을 주시했다·

끝을 모르고 타오르던 불길이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케륵 케륵····]

[헤엑 헤엑!!]

살아남은 마물들이 숨을 헐떡이며 함선이 추락한 진원지로 모여든다·

침을 줄줄 흘리면서 고깃덩이를 찾아 헤매는 순수한 본능만이 남은 채로 타락한 마물들의 모습·

“라라벨리의 드루이드· 그 생명력 하나만큼은 인정해 줄 법하군·”

그런 마물들을 따라 걸음을 옮긴 레녹이 불타는 함선 잔해 사이에 쓰러진 사슴거인을 보고 웃었다·

“회복과 내구 양쪽에서 어지간한 육체능력자를 가뿐하게 상회하는 것 같은데?”

“후우 후우···!!!”

사슴과 인간을 반씩 섞어놓은 수인이 엎드린 채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녹색의 머리칼과 가죽은 불타 오그라들었고 녹창을 쥔 손에는 손가락이 없다·

사지의 근육이 모조리 녹아내린 것처럼 일어서지도 못한 채 미약하게 경련하는 모습·

불타 일그러진 얼굴로 아젤란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 오버마인드를 조종해 마물들을 통제하다니····”

“장군급 개체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물 조종 능력을 빌렸지·”

레녹이 대답했다·

“원래라면 상위 개체인 오버마인드에게는 통하지 않아야겠지만 양분으로 삼은 잎사귀를 빼앗는다면 먹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거든·”

“····”

“마물의 지능이 낮고 이성이 없어서 사용할 수 있던 건 간단한 명령어 하나 정도였지만·”

아젤란을 깔아뭉갠 함선 잔해를 두들긴 레녹이 물었다·

“이 정도면 배신자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나?”

“인간 술사가 지성이 없는 마물을 오래 조종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젤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마물들은 이내 네 통제에서 벗어날 거다··· 너와 전쟁마탑도 우리와 똑같은 꼴이 되겠지····”

잔해에 깔린 채 레녹을 바라보는 아젤란의 시선이 섬뜩하게 빛났다·

헤드로 군벌의 전쟁병기들이 지금처럼 목숨을 도외시하고 자폭해 온다면 버틸 수 없다·

“넌 이 전장에서 우리와 함께 자살하는 걸 선택한 거다····”

“내가 시귀술주를 통해 헤드로 군벌에게 내린 명령은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러나 레녹은 그런 아젤란의 말을 듣고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희 드루이드만을 골라 죽이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 내가 죽이라고 명령한 대상에는-”

철컥!!

그 순간 혈관이 돋아난 전차들이 서로를 향해 포구를 겨누었다·

“처음부터 같은 마물들도 포함되어 있었거든·”

콰과과과광!!!!

하늘에서 전투기들이 서로 충돌해 폭발하며 폭죽처럼 터져나간다·

전차들이 발포해서 서로를 박살 내고 콕핏 안에 담겨 있던 살덩이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살아남은 마인들이 콕핏에서 흘러나온 살덩이에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씹어 삼켰다·

[크아아아악!!!]

[크에엑!! 웨에엑!!]

아젤란을 둘러싼 마물들이 동시에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마물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서로를 죽이고 빠르게 그 머릿수를 줄여 나간다·

제 살을 깎아 먹듯 서로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면서 자멸하는 마물의 군세·

아젤란이 잔해에 깔린 채 그 처참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버마인드에게 명령을 내리기 전부터 마물들끼리 공멸시켜 머릿수를 줄일 생각이었지·”

레녹이 무심한 눈길로 아젤란을 내려다보았다·

“그 과정에 너희 드루이드들을 끼워넣었을 뿐이다·”

전쟁마탑의 소환과 시귀술주의 난입까지 처음부터 계획은 모두 정해두었다·

그 사이에 드루이드의 배신을 정리하고 수습하는 과정이 추가되었을 뿐·

엘릭서를 사용해 전쟁마탑을 소환하는데 필요한 마력소모를 0으로 만든 것은 드루이드의 배신을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던 것이다·

쿠웅!!

아젤란을 깔아뭉갠 갑판 잔해 위로 중력마법을 걸어 무게를 더한다·

“선택할 시간이다· 드루이드·”

“크윽!!”

“그 질긴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여놓고 싶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잘 대답해야 할 거야·”

침음성을 흘리는 사슴거인을 레녹이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세계수의 잎사귀가 가진 능력과 라라벨리에서 잎사귀를 되찾으려던 이유·”

“····”

“라라벨리의 세계수를 생각하면 드루이드들이 그 잎사귀에 이렇게까지 집착할 이유는 없을 텐데·”

영롱한 광채를 내뿜는 잎사귀를 들어 올린 레녹이 그것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아니면 이 잎사귀가 필요할 만큼 세계수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 건가?”

세계수 그 자체를 보유한 라라벨리의 드루이드들이 그 부산물인 잎사귀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

그건 라라벨리의 재보를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겠다는 결의와는 다른 종류의 간절함이었다·

아르스노바의 공물로 바쳐진 잎사귀를 오버마인드에게 빼앗아 가져가려 했다면·

오버마인드가 잎사귀를 양분으로 삼기 전까지 드루이드 측에서 잎사귀에 손대지 못했다면·

적어도 그만한 사정이 라라벨리의 세계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모목은 이 별에서 무엇보다 강대한 생명력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였지·”

그 순간 침묵하던 아젤란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별의 배꼽으로 태어난 그 축복이 이제는 결말을 앞당기는 열쇠로 변질되고 있다·”

“무슨 뜻이지?”

“세계수란 바로 이 별이 정당한 방식으로 태어났다는 증거· 그렇기에-”

레녹과 시선을 맞춘 사슴거인이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에게나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생명력을 나눠주는 존재인 것이다···!!”

콰직!!

아젤란을 깔아뭉갠 갑판 잔해가 반으로 쪼개지며 사슴거인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불타 오그라들었던 피부 가죽은 어느새 반쯤 재생이 끝나고 전신에서 마력이 흘러넘친다·

손에 쥐어진 녹창이 격렬하게 회전하면서 마른 나뭇가지를 사방으로 뻗어냈다·

방금까지 입은 부상을 순식간에 회복하고 전투태세에 돌입한 아젤란의 모습·

대번에 그 원인을 깨달은 레녹이 미간을 찌푸렸다·

“잎사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생명력을 나눠 받는군· 자연술사의 특성인가?”

세계수의 잎사귀와 거리를 좁힌 것만으로 몸이 회복되면서 재생을 끝낸 것인가·

아젤란이 회복한 이유를 깨달은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뇌전을 뽑아 들려던 순간·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신에 먹물처럼 검은 문자를 새긴 청년이 아젤란의 뒤에서 입을 열었다·

“드루이드와 함께 일할때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니까요·”

“···!!!”

한발 늦게 청년의 존재를 눈치챈 아젤란이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몸을 돌려세웠다·

“인간!!!”

“쓸데없이 예민한 친구들이라 사소한 부분에서 과민반응을 하거든요·”

아젤란의 손에 들린 녹창이 쩍 갈라지면서 마른 나뭇가지를 쏘아냈다·

엘더 드루이드가 여력을 끌어모아 휘둘러 포탄처럼 터트리듯 창날을 내지른 순간·

온몸에 문신을 새긴 청년의 몸이 어느새 아젤란의 등 뒤에 내려앉아 있었다·

턱·

청년이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가볍게 아젤란의 등을 두들긴 그 순간·

서걱!!

섬뜩한 절삭음과 함께 아젤란의 머리가 허공에 붕 떠올랐다·

목이 잘린 아젤란의 시체 너머에서 고개를 힐끔 내민 예하술주가 미소지었다·

“이거 제가 도와드린 겁니다·”

“맹주가 언급한 보상치고는 늦어도 한참 늦었군·”

레녹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술주를 응시했다·

“쿤다라로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면서 이제서야 [장막]에 도착한 건가?”

“····”

“시간을 손해 봤으니 오히려 내 쪽에서 대가를 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예하술주가 황당한 기색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에 뻔뻔하다는 말 많이 듣고 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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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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