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6화
이정표(33)
빠직 빠직···!!
찬연한 황금빛의 광채와 함께 회전하는 벼락의 열쇠·
정교하고 화려한 외견을 지닌 열쇠가 번뜩일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격하게 달아오른다·
열쇠의 존재 자체가 뇌전의 성질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되어 반응하는 듯한 모습·
‘잠시 현실에 꺼내놓는 것만으로 이 정도 위력인가·’
전격마법의 위력과 성질을 대폭 끌어올리는 수준의 성능을 지닌 증폭구·
뇌해술식을 본격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이만한 성능이라면 보다 다양한 곳에 써먹을 여지가 있다·
“이럴 수가····”
용병들이 자리를 떠나고 레녹과 탑주만이 남은 마탑 지하공동·
눈앞에서 번뜩이며 회전하는 천뢰건을 보고 입을 떡 벌린 탑주의 모습·
“뇌신전의 중심에 박혀 있던 의지를 지닌 벼락이다·”
열쇠를 들어올린 레녹이 설명했다·
“이것의 주인은 뇌제라는 이름으로 불린 술사로 뇌해술식이라는 힘을 익힌 첫 번째 세계의 초월자였지·”
“···아니 설명이 필요한 것은 그런 비사가 아니지 않느냐·”
탑주가 황당한 표정으로 레녹을 바라보았다·
타인의 언동에 별로 개의치 않는 탑주에게서 보기 드문 반응·
“뇌신전에 출입한 술사라면 이 열쇠에 대해 모를 리가 없을 터· 본노 역시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은 위계를 초월한 8레벨의 대마법사· 토르번의 탑주를 맡고 있는 대종사다·
레녹에게 뇌신전의 존재를 직접 일러주고 출입을 권유했던 장본인이라면 이것의 정체를 모를리가 없겠지·
뇌제의 존재가 성역에 온전하게 새겨진 깨달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애초에 온전한 형태의 깨달음조차 아니거늘·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이 존재를 현실로 이끌어낸게냐?”
“뇌제 본인을 설득시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레녹은 탑주의 말을 듣고도 태연하게 답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빌리자면 벼락의 인과를 대가로써 주고받았다고 해야겠지·”
“····”
“열쇠에 손을 대면서 뇌신전의 성역이 붕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다만 토르번의 탑주인 당신에게 이 사실을 말해둬야 할 것 같더군·”
뇌제의 열쇠를 추켜든 레녹이 말했다·
“내게 뇌신전의 존재를 알려준 것은 당신이니 일이 끝난 뒤 그 경과를 알려줄 필요가 있겠지·”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알겠으나 염려할 필요는 없겠구나·”
침묵하던 탑주가 팔짱을 꼈다·
“그것이 성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굳이 따지자면 성역에 온전히 새겨진 힘은 아닌 바·”
“····”
“세계를 넘어서 이어져 온 벼락의 성역이다· 불완전한 형태로 남겨진 존재였던 만큼 그것이 사라진다고 성역이 흔들리는 일은 없겠지·”
“문제가 없다면 이 열쇠를 손에 넣은 시점에서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뇌제의 열쇠를 쥐었다·
“이 열쇠는 첫번째 세계의 대답이 뇌신전을 통해 현실에 남겨진 결과· 지금에 이르러서는 현실과 뇌신전 양쪽에 연결된 매개체나 다름없지·”
“흐음····”
“그렇기에 나는 뇌제의 힘을 이용해 당신이 말한 선뢰(仙雷)의 깨달음을 실험해 보려고 한다·”
성역에서 뇌제를 얻기는 했지만 레녹은 탑주가 말한 선뢰지체의 개변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것을 완성된 형태로 전승받는 것이 아니라 레녹이 스스로 습득하는 형태가 되기를 바랄 뿐·
레녹은 뇌제의 열쇠와 탑주의 도움을 받아 선뢰지체로 자신의 체질을 개변하는 방식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전신이 아니라 왼쪽 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팔꿈치 아래 팔뚝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왼팔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전에 봉황전이라는 유물을 이 팔에 담은 적이 있는데 그게 지금 내 탑의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지·”
“····”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탑의 동력원을 백업으로 삼아서 생체정보 자체는 복구할 수 있을거다·”
선뢰지체라는 개념을 통해 레녹의 체질 자체를 개변하는 시도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레녹의 대상지정저항을 비롯한 온갖 계통의 술식내성·
레녹의 재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육체의 페널티·
이것들을 직접 손을 대어 개변을 시도하는 시점에서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
레녹은 그러한 위험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선뢰를 수련할 신체 부위를 명확하게 정해두었던 것이다·
오른팔과 왼팔 중 어느 쪽을 우선할지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오른쪽 손목에는 세이나 나이드리가 넘겨준 제사장의 권한이 각인되어 있는바·
차후 교단을 상대할때 열쇠가 되어줄 성흔을 잃을 리스크를 감수하고 오른팔로 실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탑주는 레녹의 말을 듣고도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본노로서는 모르겠구나· 네가 성역에서 선뢰의 깨달음을 얻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거늘 그보다 더한 것을 들고 나올 줄은 몰랐으니····”
“····”
“하지만 그렇군···· 그것이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
고민에 잠겨있던 탑주가 씩 웃으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 아룡의 식신으로서 내게 허락된 활동 반경을 잠시 늘려줄 수 있겠느냐?”
“무엇을 하려고 그러지?”
“네 말대로 이 열쇠는 현실과 뇌신전 양쪽에 연결된 매개체나 다름없으니· 그렇다면 이것을 사용해 뇌신전과 연결된 현실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게지·”
파직!!
토르번이 손을 뻗은 순간 새파란 전격이 솟구치며 레녹의 앞에 거대한 문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뇌신전의 힘 자체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본노의 마탑이 아직 이 도시 안에 남아 있지 않았더냐·”
“····”
“뇌신전의 출력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쟁마탑의 최심부 동력실·”
탑주가 레녹의 쥐고 있는 열쇠를 향해 눈짓했다·
“따라오거라·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지·”
쩌저적···!!
뇌제의 열쇠를 손에 쥔 레녹이 탑주가 피워올린 전격 위로 열쇠를 꽂아 넣는다·
뇌전이 열쇠를 통해 강제로 열어젖혀지며 그 자리에서 전격의 통로처럼 펼쳐졌다·
굵직한 뇌광에 접촉한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빨려들어가듯 가속하고·
파아앙!!!
강렬한 뇌전의 파문과 동시에 공간을 넘어 전쟁마탑의 내부로 이동했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동시에 넓은 복도에 내려선 레녹이 주변을 응시했다·
“탑 전체를 반파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규모가 큰 시설이 전쟁마탑 심부에 아직 남아 있었군·”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청명한 복도·
바깥에서 짐작한 것보다 내부의 공간이 훨씬 더 넓고 광활하다·
복도를 밝히는 등불이 벼락처럼 파직거리고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인적이 없는 수준을 넘어 마치 성당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처럼 고요한 적막·
“마력의 밀도와 집적률이···· 굉장히 높군· 압박감을 넘어서 무겁게 느껴질 정도야·”
말없이 복도를 바라보던 레녹이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마법사는 이 곳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어렵겠군· 일부러 이런 환경을 조성해 놓은 건가?”
“이쪽이다·”
앞장서서 걸은 탑주가 익숙하게 레녹을 안내했다·
사람이 얼씬조차 하지 않는 고요한 복도를 쭉 걸어서 세갈래로 갈라진 갈림길 앞에 선다·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양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여신상의 형상·
우우웅···!!
묘한 공명음을 내뿜는 여신상을 레녹이 바라보는 사이 탑주가 오른쪽 길로 걸음을 꺾었다·
오른쪽 갈림길을 쭉 걷다보니 복도 한쪽 벽면을 차지한 거대한 나무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직 파직···!!
새파랗게 발광하는 수백 개의 부적이 문에 빼곡하게 달라붙어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운을 부적의 힘으로 억제하고 있는 듯한 모습·
“영약창고와 천뢰서고를 거쳐서 벽력비고로 들어갈거다· 반드시 순서를 지켜 출입해야만 문이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지·”
푸른 천으로 장식된 문을 열어젖힌 탑주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한동안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게다·”
“방해라니· 우리가 몰래 들어온 것처럼 말하ㅡ”
레녹이 그렇게 반박하려다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양의 영약들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크기만 해도 족히 수십 미터는 너끈히 넘길 법한 면적·
방 안에 세워진 수백개의 선반 위로 온갖 약재와 영약 단환들이 쌓여서 산을 이루고 있다·
“이건····”
고오오오···!!
보석과 대등한 가치를 지닌 영약과 단환을 시장의 식재료처럼 구분해 쌓아놓은 모습·
영약과 단환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져 강렬한 기의 흐름이 된다·
레녹조차도 이렇게 많은 영약과 단환이 모여서 이상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처음 볼 정도·
꾸준히 약재와 촉매를 수집해 왔지만 레녹은 이 정도로 많은 물량을 한자리에 보관해 두지는 않는다·
탑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중압감은 이런 강력한 기운들이 충돌해 역류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함이었나·
“전쟁사업을 벌이는 동안 획득한 장물을 구분해 모아놓은 곳이다·”
탑주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섰다·
“사업에 진척이 있거나 큰 성취를 보인 마법사를 골라 개방하는 비고인데· 본노로서도 직접 방문하는 건 오랜만이구나·”
“····”
“어디 보자·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선반 근처에 걸린 포장지를 든 탑주가 선반에 올려져 있는 단환을 한 손으로 덥석 움켜쥐었다·
“일단 마력 회복과 기력 증강에 필요한 단환부터다· 뭐든지 기반이 튼튼해야 하는 법이지·”
그대로 손을 쓸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탑주가 쥔 포장지 아래로 단환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비영환 개체석유 팔비각 미타신수··· 마음대로 빼가면 한소리 듣겠지만 이런 기회를 두고 이것저것 가릴때가 아니지·”
“····”
“뇌기(雷氣)와 냉기(冷氣)를 혈관 끝까지 채울 수 있는 비약이다· 다음·”
순식간에 포장지에 십수 개의 영약을 골라담고 대충 묶어 레녹에게 던진다·
레녹이 포장지를 받아드는 사이 지체 없이 창고 깊은 곳으로 이동·
안으로 더 들어가자 선반 대신 단단한 유리 진열장이 나타났다·
진열장 안에는 살아 있는 약초와 식물이 인공조명을 쬐인 채 관리받고 있었다·
우직!!
유리창을 열고 약초를 뿌리채 뽑아 든다· 식물의 잎사귀를 맨손으로 뜯어내 움켜쥐었다·
창고의 귀한 약재들을 갈취해 레녹에게 넘긴 탑주가 곧바로 창고를 나섰다·
창고까지 온 갈림길을 돌아나와 지체없이 왼쪽에 위치한 복도로 향했다·
“다음은 천뢰서고다·”
쿠웅!!
고대문자가 빼곡하게 새겨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번에는 광활한 서고가 레녹을 맞이했다·
면적이 넓은 것으로 끝나는 수준이 아니라 책을 보관해 둔 층계가 겹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빼곡하게 쌓여 있다·
영약 포장지와 비약을 들고 있던 레녹이 선반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에 눈을 빛냈다·
“전격마법에 대한 마도서와 연구기록을 보관해 둔 서고인가·”
서고 안에 보관되어 있는 대부분의 서적이 강렬한 마력을 내뿜는 마도서들·
그것도 하나같이 전부 전격마법이나 전격계 술식을 연구하고 기록을 남긴 물건들이다·
전격마법을 스스로 개조해 온 레녹과는 달리 탑의 계보 안에서 마법을 연구해 온 마법사들의 기록·
“이곳은 좀 흥미롭군· 잠깐 둘러봐도 괜찮겠나?”
“음? 이곳의 마도서들 중에서 갖고 싶은 것이 있는게냐?”
하지만 탑주는 그런 서고의 서적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레녹이 천뢰서고에 보이는 흥미가 의외라는 듯 선반 층계 곳곳에서 마도서를 휙휙 꺼내 들었을 뿐·
“어디 보자· 낙뢰연위서· 전공명도문· 뇌계마선도· 일리다천 진문····”
레녹이 들고 있는 짐 위에 마도서 네권을 꺼내어 얹은 탑주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사파나 외도를 추구한 전격마법사들의 성취를 기록한 물건이다· 시간이 빠듯하니 일단 이 정도만 챙겨가거라·”
“왜 이런 마도서들을 주는거지?”
“여기 있는 대부분의 연구일지나 기록은 다 합쳐봐야 너 하나의 성취나 이해만도 못할 테니까·”
탑주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럴 바에는 작정하고 외도를 걸은 마법사들의 사례가 네게 있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
“오히려 본노로서는 네가 왜 다른 마법사의 연구에 흥미를 보이는지 모르겠구나·”
레녹이 할 말을 잃고 쓴웃음을 짓자 탑주가 껄껄 웃으면서 수염을 쓰다듬었다·
“만약 본노가 홀로 그만한 성취를 이룩했다면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타인의 말에 일체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터인데·”
“그랬다면 애초에 내가 배운 것은 전격마법이 아니었겠지·”
레녹이 그렇게 대꾸하며 등을 돌렸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답을 찾지만 타인이 이룩한 성취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인지하려 하지·”
“흐음····”
탑주가 고심에 잠긴 표정으로 턱을 문질렀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네 자성영역이 무엇을 그리는지 궁금해지는구나· 본노가 생각하기에는 그건 애초에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선각(先覺)이 아닐텐데·”
“····”
“뭐 말할 수 없다면 말하지 않아도 좋다· 네가 본노와 싸울 당시 자성 영역을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가 그 문제까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테니·”
토르번이 그렇게 말하면서 망설임없이 걸음을 돌려세웠다·
“이제 대략적으로 준비가 끝났으니 바로 이동하자꾸나·”
천뢰서고를 나와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
세 갈래로 나뉜 갈림길에서 오른쪽의 영약창고 왼쪽의 천뢰서고를 지나· 중앙에 위치해 있는 벽력비고·
벽력비고로 향하는 문을 열자 급격하게 공간이 확장되면서 거대한 공동이 활짝 펼쳐졌다·
공동 한복판에 서서 문을 돌아보자 그 거대했던 문이 개미처럼 작게 보일 정도로 먼 거리·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동 한복판에 선 레녹이 탑주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여기는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본노로서도 설명을 할 수밖에 없겠군·”
토르번이 손을 들어 올리자 저 멀리서 벽력비고의 문이 쿵 닫혔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공동 한복판에서 레녹과 마주한 탑주의 표정이 진중하게 변했다·
“사실 이 전쟁마탑은 토르번의 것이 아니다· 굳이 그 연원을 명확하게 구분하자면 아르스노바에서 만들어진 물건이지·”
“···이 공중요새가 본래 중앙도시의 소유물이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것의 설계목적은 마탑이 아니라 대륙 전역으로 비행이 가능한 전략기동전함이었으니·”
탑주가 쓴웃음을 지었다·
“본노가 젊을 적 중앙의 황실에게 직접 하사받은 제국의 유산이었지·”
“····”
“이미 원형이 남지 않을 만큼 무수한 개조를 거치기는 했으나 어찌 됐든 아르스노바의 함선인 만큼 기능 자체는 남아 있다·”
레녹과 탑주가 서 있는 공동을 가리킨 토르번이 말했다·
“바로 세계의 경계선 자체를 흉내내어 모방하는 기능이지·”
“세계의 경계선이라면····”
“맹주의 유리정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그 이름에 대해서 이미 들어본 적이 있다·
천번의 신분으로 라피스와 함께 발칸을 방문했을 당시 라피스를 마지막으로 올려 보낸 장소·
이 별과 외해가 맞닿는 경계선 그 자체이자 모든 것의 개념이 흐릿하고 어지럽게 뒤섞여 일그러지는 비처·
그곳에서 라피스는 마지막으로 천견의 기억을 만나고 등대지기로서 각성하지 않았던가·
이 벽력비고가 그런 세계의 경계선이 지닌 환경을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즉시 탑주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물었다·
“설마 심상과 육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나 스스로 육체를 직접 재구성하라는 말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