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1화
이정표(28)
무너져 내린 누각과 복도와 갑판 사이에 혼절해 쓰러진 수백 명의 마법사들·
반파되어 부서지고 갈라진 부유마탑 층계와 사막의 모래더미 사이·
굉음이 잦아든 갑판의 파편 위에 뇌전을 두른 레녹이 홀로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휘오오오!!!
먹구름 낀 하늘 저편에서 어둠을 열어젖히면서 개안하는 거대한 벼락의 눈동자·
새파랗게 발광하는 뇌전을 동공처럼 회전시키면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섬찟한 풍경·
토르번의 전쟁마탑이 49구역 상공 한복판에 나타날 때와 정확하게 같은 현상이다·
‘라이엘은 뇌신전의 존재가 마탑의 동력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었지·’
이 거대한 전쟁마탑이 공간을 뛰어넘어 발칸 상공에 나타날 수 있던 이유·
뇌신전이라는 성역의 힘을 이용했기에 나타나는 전조현상이라면 납득이 가능하다·
하늘 위에 떠오른 벼락의 눈동자의 존재가 뇌신전과 접촉한 시점에서 발하는 상징이라면·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품 안에서 연초를 꺼내 물었다·
치익!!
“후우····”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어낸 레녹이 천천히 몸을 돌려세웠다·
연이은 전투를 치른 얼굴에는 피곤함이 엿보이지만 셔츠 위로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토르번 마탑에서 쏟아낸 술식 포격· 라이엘의 증원을 받은 워메이지들의 교전·
소환술과 전쟁마탑 조작을 통한 공중전과 전쟁권역의 힘을 극한까지 빌린 영역전투까지·
단신으로 탑의 전력 절반 가까이를 박살 낸 셈이지만 레녹은 그에 대해 아무런 감상도 느끼지 않았다·
전쟁마탑의 필두이자 주전력·
8레벨을 위시로 한 가장 강한 마법사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
“····”
고오오오···!!!
부서진 누각 상공에 떠올라 말없이 이쪽을 내려다보는 라이엘·
반파된 갑판 후미에 나타나 레녹을 묵묵히 바라보는 푸른 가면의 남자·
집채만 한 벼락의 망치를 든 채 싱글싱글 웃고 있는 앳된 인상의 여성까지·
자성영역을 펼치는 것 외에는 개입하지 않은 라이엘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두 사람은 경지를 추측하기 힘든 강자다·
싸늘한 기세를 흩뿌리는 푸른 가면과 마탑주의 뇌둔(雷鈍)을 구사하는 여성 모두 엄청난 수준의 실력자가 분명할 터·
정면에서 맞붙는다면 레녹 역시 지금처럼 여유를 부리면서 상대의 마법을 분석하고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레녹은 어째서 이들이 이 시점에야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마탑의 단일 전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도 고민해 볼 일이군·”
연초를 문 레녹이 라이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나눠서 교전에 임해야 한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나?”
“반대입니다 견뢰·”
라이엘이 조용히 답했다·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당신 같은 초월자를 상대로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아야 하는 일인 것이죠·”
“····”
“항거할 수 없는 초월자를 상대로 탑의 주전력을 충돌시켜 어디까지 승산을 가늠할 수 있는지· 이론과 실전· 명분과 실리 양쪽 측면에서 언젠가 반드시 계산해 보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레녹을 내려다보는 라이엘의 시선이 한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것으로 토르번의 벼락은 한층 더 날카롭고 눈부시게 빛날 수 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망설이던 그녀가 이윽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전쟁사업을 확장시키며 온갖 전장을 거쳐온 그녀조차도 방금 레녹이 보여준 무위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기 때문·
무엇보다 레녹이 마지막에 보여준 영역을 파훼하는 신기는-
“설마 할아버님의 권역에 직접 손을 대실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과는 직접 겨뤄본 적이 있으니까·”
레녹이 연초를 피우면서 대꾸했다·
“탑주의 자성영역을 상대해 보니 그 권역이 어떤 느낌일지도 짐작이 가더군·”
“····”
“전쟁권역을 미리 과부하시켜서 뇌신전을 개방할 수 있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시간을 아낀다··· 그 발상과 감각은 이미 극위의 범주조차 넘어서 있군요·”
라이엘이 할 말을 잃고 쓰게 웃는 사이 푸른 가면의 남자를 향해 돌아선 레녹이 물었다·
“그럼 이제 그쪽이 내 상대인 건가?”
성위마법사들의 영역을 무력화시키고 전쟁권역을 빠르게 과부하시키기 위해 허위계명성을 꺼내 들었을 뿐·
토르번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이 이 다음을 원한다면 여기서 발을 뺄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도 저 푸른 가면을 쓴 남자는 8레벨에 도달한 실력자임이 분명한 바·
탑주와 비견될 수준인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엄청난 수준의 강자다·
“뇌신전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빨리 끝내지·”
콰지지직!!
가볍게 어깨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레녹의 날개뼈를 타고 뇌전이 폭발했다·
고개를 젖히는 것과 동시에 마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레녹이 푸른 가면의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면 내 쪽에서부터 먼저 시작하면 될까?”
“····”
푸른 가면의 남자는 레녹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레녹과 어떠한 대화조차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듯한 무심한 반응·
레녹이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손끝을 비틀어 번갯불을 피워낸 순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술식을 겨루는 것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하는 것이 도리겠지·”
“뭐?”
대답 대신 레녹의 등 뒤 하늘을 향해 시선을 던진 남자가 말했다·
“뇌신전이 열린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니까·”
“····”
레녹과 한 번이라도 싸워보고 싶어 안달을 내던 토르번의 마법사들과는 조금 다른 반응·
남자가 옆으로 손을 뻗었다·
“도와주지·”
“뭐?”
번쩍!!
먹구름 속에서 떨어진 번개가 엄청난 속도로 낙하해 남자의 손에 잡힌다·
새파랗게 일렁이는 뇌전이 길게 늘어지며 거대한 언월도의 형상으로 변했다·
실재하는 번개를 형상화하는 뇌둔을 넘어 그 자리에서 술식병장으로 가공하는 신기·
저릿한 기세를 품은 언월도를 쥔 남자가 레녹을 향해 움직였다·
빠지지지직!!!
창대를 느릿하게 끌고 걷는 것만으로 귀청이 찢어지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당장이라도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처럼 날카롭게 일어선 분위기·
레녹이 팔짱을 낀 채로 남자를 바라보는 사이 남자가 레녹을 지나쳐 걸었다·
그 순간 먹구름 낀 하늘 저편에서 강렬한 뇌광천주가 내리꽂혔다·
새파랗게 빛나는 벼락의 기둥이 전쟁마탑의 중심부를 그대로 관통·
콰아아아아!!!
귀청을 먹먹하게 만드는 굉음· 천지만물을 뇌화시키려는 듯 불태우는 작열·
반파된 갑판을 뚫고 내리꽂히는 반경 수십 미터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뇌전의 기둥·
하지만 갑판 위를 쓸어버릴듯한 뇌광의 충격이 주변까지 퍼지는 일은 없었다·
언월도를 움켜쥔 남자가 창날을 기둥에 비틀어 꽂아넣은 순간 사방에서 퍼져나오는 충격이 한 점으로 수렴하기 시작했기 때문·
콰우우우웅!!!
거칠게 울려퍼지던 굉음이 기이한 공명음으로 변해서 갑판 위를 부드럽게 휩쓸었다·
내리찍히는 벼락의 기둥을 바라보던 푸른 가면의 남자가 레녹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장소가 열리는 시간은 잠깐에 불과하지· 서둘러라·”
“···너·”
눈을 가늘게 뜬 레녹이 물었다·
“단순히 8레벨의 초입에 머무르는 수준이 아니군· 너 같은 마법사가 탑주의 후예가 아닌 건가?”
푸른 가면을 쓴 남자가 만든 언월도는 단순히 벼락을 벼려 무구화시킨 물건이 아니다·
이 남자는 눈앞에서 흘러 떨어지는 번개를 잡아 말 그대로 아티팩트로 직접 창조해 냈던 것·
저 언월도는 말 그대로 술자의 의념과 심상을 불어넣어 주인에게 최적화시킨 술식병장 그 자체·
술식병장으로 완성될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었기에 뇌신전이 열리는 반동조차 받아내어 연결다리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의념과 심상을 물질에 이 정도로 능숙하게 부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계를 갓 초월한 수준은 아니라는 증거·
“나는 뇌신전에 출입할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받은 벼락의 축복은 나의 태생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 너처럼 ‘선택한’ 존재와는 경우가 다르지·”
“····”
쿠오오오오!!!
전쟁마탑 전역을 관통하는 거대한 뇌전의 기둥·
그 중심부를 가리킨 남자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곳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기회도 무언가를 남길 기회도 단 한 번뿐이지·”
“····”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 거다·”
레녹은 그런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누각 저편에 올라탄 라이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담담한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라이엘과 어느새 그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앳된 인상의 여성·
이쪽의 시선을 눈치채고 무어라 소리치며 경쾌한 기색으로 손을 흔들기까지 한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명확한 대답을 얻을 수는 없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이 남자를 지나쳐 뇌광의 기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직 파직···!!!
흘러 떨어지는 뇌광의 열기가 어찌나 격렬한지 말 그대로 발끝이 불타 들어가는 듯하다·
하지만 레녹은 그러한 열기와 뇌광을 무시하고 서슴없이 그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심상을 섞은 번개라면 모를까 레녹의 전격내성은 가히 면역에 가까운 수준에 접어든 상황·
현상이나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벼락의 힘이라면 레녹의 몸에 어떠한 해도 끼칠 수 없다·
그것을 확신한 레녹이 뇌신전의 입구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
극한에 이른 번개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 선행과 역행을 반복한다·
공간과 시간의 개념 자체가 선각에 있어 무의미함을 자각하면 그것이야말로 인과에 선행하는 초입에 서는 길·
모든 상성과 인과의 앞에 서서 한 인간의 생애를 관통하는 극한의 번개·
파앗!!!
정신을 차린 순간 레녹은 새하얀 벼락으로 가득 찬 무기고 한복판에 서 있었다·
레녹의 앞과 뒤쪽으로 끝없이 뻗어 나가는 무한한 길·
양옆에서 새하얗게 발광하면서 일렁이는 강렬한 뇌전의 장벽·
그 사이에 연원과 종류를 알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무기들이 나열되어 있다·
번개를 빚어 만든 거대한 전당에 홀로 서 있는 듯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고독과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충만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주 오래되고 거대한 흐름에 몸을 내맡기고 이제서야 그것을 비로소 인지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군·”
레녹은 뇌신전(雷神殿)이 단순히 전쟁마탑의 동력을 담당하는 성역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마탑에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다·
이 성역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이 공간이 존재하는 기적의 부산물에 불과할 뿐·
전쟁마탑이 비행하던 원리 자체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공간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토르번의 벼락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필연성에 가까운-
[못 보던 얼굴이 들어왔군· 속세의 인간들이 또 일을 허투루 처리한 모양이구나·]
그 순간 레녹의 등 뒤에서 심드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음성·
인간인지 영혼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울림·
하지만 레녹은 그 목소리가 발한 위치와 울림이 퍼져나온 대상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파직 파직···!!
이 무기고 전역을 통틀어 유달리 거대한 크기를 지닌 뇌전의 창·
장장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뇌창(雷槍)이 무기고의 홀 중심에 비스듬히 꽂힌 채 전성을 터트리고 있었기 때문·
[선각(先覺)의 문이 이리도 가벼워서야 어찌 큰일을 도모할 수 있을까· 어처구니가 없군·]
“····”
살아 있는 번개· 말 그대로 스스로 의지를 품은 벼락인가·
그 압도적이면서도 바닥을 헤아릴 수 없는 의념에 레녹이 할 말을 잃고 뇌창을 올려다보는 사이
거대한 뇌창이 레녹을 향해 전성을 번뜩이며 물었다·
[입이 있다면 무어라 이야기라도 해 보지 그러냐· 그래 아켄드리아스는 어디서 죽었지?]
“탑주는 아직 살아 있다·”
[뭐라?]
“그가 내게 이곳의 존재를 알려주고 출입을 권유했지·”
레녹이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당신이 뇌신전의 안내자인 듯한데 일단 이 공간에 대해 설명을 좀 듣고 싶군·”
[···아켄드리아스가 살아 있는데도 네가 뇌신전에 출입할 자격을 얻었다는 말이냐·]
그제서야 레녹의 말을 이해한 목소리가 웃음기를 머금었다·
[이건 또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로군· 그렇다면 네놈이 정녕 그의 성취를 뛰어넘었다는 말이렷다?]
“서로의 성취를 비교한 적은 없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
[뇌신전에 출입할 수 있는 필멸자는 전격계 고유마법을 극한까지 익힌 단 한 사람의 인간뿐이다·]
창이 말했다·
[네가 여기 들어온 것 자체가 네가 벼락의 인과를 새긴 이들 중 가장 앞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
[아켄드리아스가 살아 있는데도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네놈이 그를 뛰어넘는 성취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그건····”
아니 레녹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다·
실제로 레녹은 탑주와 직접 싸워본 뒤에도 전격마법의 성취에 있어 탑주를 넘었다 확신할 수 없었으니·
그만큼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무력과 깨달음은 레녹조차도 당장 모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방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 창이 레녹을 그러한 존재라고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 레녹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격계 고유마법을 극한까지 익힘으로서 손에 넣은 분기점·
레녹이 언젠가 반드시 도달하게 될 벼락의 근원심상·
팔련뇌이궁의 존재가 이 뇌신전에서 레녹을 그러한 존재라 판단하고 입성을 가능케 했다·
‘설마 탑주는 여기까지 짐작하고 있던 건가?’
탑주와의 전투에서 레녹은 자신이 그리는 대답을 은유적으로 돌려서 말한 적이 있었다·
레녹 자신이 배움의 기준이 되어 과거와 미래를 넘어 답을 그린다는 대답·
탑주는 그를 통해 레녹이라면 뇌신전에 문제없이 입성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읽고 레녹에게 출입을 권유했던 것이다·
[혼자서 대답하다 말다 갑자기 멍하니 생각에 빠지지 않나··· 이번 대의 후보자는 영 이상한 놈이로군·]
“탑주는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레녹이 물었다·
“이 공간 자체가 그를 위해서 안배된 장소인 것처럼 말했지·”
[····]
“이 뇌신전에 존재하는 무기들이 그러한 수단의 역할을 해주는 건가?”
레녹의 질문에 창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네 눈에는 여기 모인 것들이 무기로 보이는 모양이군·]
“뭐?”
[상관없지· 그 정도로 도전적인 성향이라면 아켄드리아스가 자리를 내준 것이 납득이 가니까·]
창이 말했다·
[하나 틀렸다· 뇌신전은 특정한 무구나 의식을 보관해 두는 장소가 아니야·]
파직 파직···!!
새하얀 벼락이 번쩍인다·
그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아득한 속도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좌우로 방향을 바꾸는 일 없이 끝없이 직선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벼락의 길·
[극한에 다다른 번개는 모든 인지와 속도를 넘어서 역행하지·]
창이 말했다·
[그렇기에 사상의 지평을 초월한 깨달음은 시공을 넘어 이어지고 전승된다·]
“···사상의 지평을 초월한다고?”
[뇌신전이란 시간선을 넘어 존재했던 벼락에 대한 모든 깨달음을 새기는 성역· 위대한 벼락의 힘이 세계를 넘어서 이어져왔다는 단 하나의 증거지·]
“····”
[그러니 선택하거라 인간아·]
쿠구구구구!!!!
어느새 눈부신 빛의 전당에는 비스듬히 꽂힌 거창의 광채가 강렬하게 회오리치고 있었다·
고압적이다 못해 광오하게까지 느껴지는 의념을 품은 창의 전성이 레녹에게 속삭였다·
[어떤 깨달음을 이곳에 새기고 어떤 선각을 대신 가져갈 것인지· 누구에게든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
“가져간다라·”
레녹이 물끄러미 창에서 흘러나오는 뇌기를 바라보다 물었다·
“혹시 말하는 뇌창도 그 대상에 포함되는 건가?”
[···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