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화
이정표(27)
쿠과과과!!!
먹구름 낀 하늘 속에서 뇌전에 휩싸인 전쟁마탑이 엄청난 속도로 부상한다·
소환수를 꺼내 드는 것과 동시에 전쟁마탑의 자동비행 알고리즘을 빼앗아오고 직후 조작권한을 해킹·
순간적으로 방향제어능력을 상실한 강철의 요새가 미친 듯이 흔들리며 요동쳤다·
“아무리 대마법사라지만 이건···!!”
자신이 소환한 뇌조 위에 올라탄 론이 혼이 나간 표정으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격렬하게 진동하는 마탑을 바라보는 소년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여져 있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탑의 제어 시스템에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대체 소환수의 능력이 무엇이길래···!!!”
“요새를 구축하는 능력을 가진 건 너희들만이 아니지·”
레녹이 소환해낸 번개두꺼비는 본래 간이요새술식 [위: 천둔갑용성]에 귀속된 존재·
주물계열의 분기점을 통해 손에 넣은 자성영역을 기원으로 두고 있는 힘이다·
두꺼비를 소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환을 통해서 근방의 공간을 레녹에게 유리하게 요새화시킨다·
전쟁마탑이자 공중요새로서 존재하는 이 거대한 강철의 누각을 레녹 자신의 요새로서 잠시 덮어쓰는 신기·
그를 통해 레녹은 다비의 능력을 이 전쟁마탑의 시스템에 연결하고 잠시나마 조작권한을 빼앗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장소를 좀 바꿔볼까?”
콰우우우웅!!!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레녹이 손을 내리긋자 묵직한 엔진소리가 커지면서 전쟁마탑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마탑의 용골 부위에 장착된 추진장치가 전력으로 작동· 번갯불을 터트리면서 제 자리에서 속도를 높인 순간·
장송귀해선의 영역을 이탈한 전쟁마탑이 팽이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차르르르륵!!!
“우와아아아악!!!”
축을 기울인 채 회전하는 전쟁마탑의 원심력에 갑판 위에 서 있던 워메이지들이 일순 균형을 잃었다·
먹구름 사이를 엄청난 속도로 회전해 지나친 전쟁마탑이 순식간에 49구역 상공을 이탈해 가속한다·
사방에서 내리찍히는 번개를 휘감은 채 외곽구역과 미개발지구를 회전하며 가로지르고·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미개발지구 사막 한가운데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공중요새가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모래해일이 솟구쳤다·
흩날리는 모래가 하늘을 뒤덮고 가릴 만큼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타 탑이···!!!”
“안돼 권역을 이탈한다!!”
“으아아아!!!”
비행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마법사들조차 탑이 사막에 내리꽂히는 충격까지 버티지는 못했다·
한껏 끌어올린 원심력과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마법사들이 갑판 위에서 튕겨 나가 사막의 모래 위로 와르르 떨어진다·
갑판 선두에 올라타 사막을 내려다본 레녹이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눈에 익다 했더니 예전에 방문했던 장소 근처였군·”
방위군 이동요새를 공략하고 에드머스 트레펜을 쓰러뜨린 뒤·
크로켄 아실러스를 만났던 사막이 바로 이 근처다·
그 괴물 같은 악어거인을 상대로 이동요새까지 내던져가며 살아보려 발악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레녹이 그때보다 훨씬 거대한 전쟁마탑을 발아래 두고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막 주변에 힘없이 쓰러진 마법사들을 바라보는 레녹의 기분이 그때 크로켄의 것과 비슷했을까·
잠시 상념에 잠겨 있던 레녹이 곧바로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렸다·
“탑을 반파시켜 놓고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는 파손 정도가 크지 않군·”
마탑과 사막이 충돌하는 접촉면에 모래가 아닌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이런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오아시스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고 고요한 호수의 풍경·
그 호수가 마탑이 떨어지는 충격을 대신 받아내면서 탑이 부숴지지 않도록 막아내었던 것·
레녹은 그것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형지물이 아님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호수의 끝에서 양손을 맞잡은 안경을 쓴 차분한 인상의 여성·
그리고 그녀의 발아래서 퍼져 나오는 무채색의 파문까지·
“파화뇌라경의 영역이 사라졌어· 라이엘 대신 충돌 직전에 자성영역을 전개해서 충격을 받아낸 건가?”
“지젤이라고 합니다· 대마법사님·”
여성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힘겹게 웃었다·
“탑의 조작권한을 빼앗고도 이런 식으로 사용하실 줄은 몰랐네요· 처음부터 전쟁마탑에는 관심이 없으셨군요·”
“탑주의 권역에 귀속된 마탑을 빼앗아봤자 큰 의미도 없을 테니까·”
부러진 갑판을 밟고 선 레녹이 나른하게 대꾸했다·
“처음부터 내가 원한 것은 토르번 마탑의 자동비행 시스템 쪽이었다· 공중요새를 만드는 일은 어차피 내 마탑으로 할 생각이었거든·”
“····”
전쟁마탑의 조작권한을 잠시 빼앗아오기는 했지만 애초에 레녹은 이 거대한 강철요새를 소유할 생각은 없었다·
이 마탑 자체가 토르번 마탑주의 권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기물인 만큼 그걸 빼앗아오려면 여러모로 번거로운 과정이 수반되는 바·
당연하지만 라이엘이나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도 없다·
다비의 해킹을 통해 탑을 공중에 부유시키는 시스템 자체를 복사한 시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황·
“호수의 풍경을 지닌 자성영역이라· 하긴 전격마법을 익혔다고 근원심상까지 벼락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레녹이 흥미로운 기색으로 턱을 매만졌다·
“하지만 장송귀해선처럼 특수한 형태가 아닌데도 탑의 무게를 받아내다니· 영역효과 자체가 충격내성에 극단적으로 특화되어 있는 건가?”
“죄송하지만 당신 같은 초월자를 상대로 제 영역의 능력에 대해 떠들어댈 생각은 없어서·”
지젤이 창백한 안색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면서 말했다·
“그보다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일?”
파아아아앗!!!
그 순간 레녹의 감각권 양방향에서 의념이 급격하게 증폭되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주변의 시공간에 자신의 심상을 강제로 덮어씌우는 듯한 강렬한 위화감·
레녹이 그것을 느끼고 퍼뜩 시선을 치켜든 그 순간·
갑판 양쪽에서 각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성영역 전개·”
쿠과과과과과!!!!
사막의 호수 위로 쓰러진 전쟁마탑을 보호하듯 푸른 빛으로 발광하는 거대한 아치가 솟구쳤다·
레녹의 머리 위에 새파랗게 번뜩이는 뇌월(雷月)이 떠올라 저릿한 전격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치 위에 뒷짐을 진 채로 올라탄 근엄한 인상의 중년 남성·
갑판의 뒤편에서 히죽 웃고 있는 얼굴에 흉터가 난 짐승 같은 인상의 청년·
호수 끝에서 영역을 유지하고 있는 지젤까지·
세 사람 모두 단신으로 자성영역을 전개하고 유지할 수 있는 7레벨의 성위마법사들이다·
워메이지들을 필두로 한 전초전에서 압도당한 뒤 영역전투가 가능한 마법사들이 나선 것인가·
하지만 레녹은 세명의 마법사가 동시에 전개한 자성영역을 보며 눈을 빛냈다·
“···그렇군· 이것 자체가 전쟁권역의 능력이었나?”
자성영역 전개란 근원심상을 현실에 투사해 현실 자체를 일시적으로 개변하는 힘·
그렇기에 하나의 공간에 서로 다른 자성영역이 전개되면 두 영역의 현실개변이 겹치면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역의 풍경이 더 강한 쪽으로 덧씌워지든 충돌하며 힘싸움을 벌이든 악영향이 발생하게 될 터·
하지만 토르번의 마법사들이 전개한 영역은 서로를 밀어내거나 덧씌우는 일 없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능력을 투사하면서도 서로의 존재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 기묘한 형상·
그 현상이 토르번 마탑주가 보여준 현실을 개변하지 않는 영역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레녹이 중얼거렸다·
“전쟁권역 자체가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것이기에 가능한 기적이었군·”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자성영역 뇌신도화정은 현실을 개변하지 않은 채 전개되는 근원심상·
현실개변 자체가 영역의 능력이기에 영역을 전개한 직후에는 현실을 개변하지 않는다·
다만 레녹조차도 생전 처음 보는 그 독특한 능력을 토르번의 다른 성위마법사들 전원이 보유하고 있을 리는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전쟁권역 안에서 자성영역을 전개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니겠는가·
서로 다른 심상을 지닌 영역을 현실을 개변하지 않은 채로 전개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
그제서야 토르번의 마법사들이 어째서 자신을 상대로 승산을 점칠 수 있었는지 깨달은 레녹이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현실을 개변하지 않고 자성영역을 중첩할 수 있다면 전투능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가겠지·”
“라이엘 님의 판단이 처음부터 틀렸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벼락의 아치 위에 올라탄 중년 남성이 레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너무 뛰어난 사람이야· 타인에 의존하지 않은 성취와 깨달음이 지나치게 독보적이라 그대와 우리가 서로를 배움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군·”
“···”
“탑주님과 같은 경지에 올랐으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궤가 다른 방향에 섰는가·”
남성의 시선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대가 더욱··· 위험해 보이는군·”
“알버트 영감· 뭘 그렇게 떠들어대고 있어?”
[육관(六關)]
콰아아앙!!!
말을 마치기도 전에 레녹의 눈앞에 뇌전을 휘감은 청년이 내려섰다·
뺨에 새겨진 흉터가 그 인상을 사납게 만들고 근육질의 몸에서는 흉흉한 기세가 흘러넘친다·
“탑의 계보를 초월해서도 독보적으로 강한 마법사가 눈앞에 있잖아·”
“···라자르트·”
빠직!!!
짐승처럼 달려든 청년 라자르트가 주먹을 움켜쥔 순간 그 팔의 주변 공기가 빠르게 감전되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죽는 한이 있어도 한번 붙어봐야지!!”
자성영역을 전개한 직후 몸을 추스르지도 않고 서슴없이 거리를 좁히는 선공·
상대 역시 고위계에 도달한 마법사다·
압축된 벼락을 역수로 움켜쥔 레녹이 망설임 없이 라자르트를 향해 휘둘렀다·
[편뢰(翩雷)]
회전하는 편뢰와 육관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순간 라자르트의 벼락이 산산이 흩어지며 폭발했다·
뻐어어엉!!
“큭···!!!”
귀청을 먹먹하게 만드는 굉음과 동시에 라자르트의 어깨가 크게 흔들린다·
마력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감각은 물론이고 신체의 균형조차 순간 잃어버릴만큼 체내를 들쑤시는 편뢰의 잔향·
레녹이 지체하지 않고 라자르트를 향해 거리를 좁힌 그 순간 새파랗게 일렁이는 주문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능뢰(凌雷) : 비천(匕穿)]
콰아아앙!!!
뇌격을 비틀어서 힘을 반감시키고 여력을 물려 몸을 뒤로 쭉 미끄러뜨린다·
아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제 몸을 때려 박는 폭격을 피해 몸을 돌린다·
알버트라 불린 남자가 레녹을 향해 전격마법을 연달아 영창하고 지젤이 또 다른 주문폭격을 그 위에 끼얹는다·
[뇌광정(雷光井)]
[백팔사뇌우(百八射雷雨)]
드르르르륵!!!
쉴 새 없이 크기와 위력을 키우며 쏟아지는 세 고위 마법사의 전격마법·
양쪽에서 뇌전을 휘감고 가속하는 영창을 양팔을 교차해 밀어냈다·
[천붕뇌락(穿崩雷烙)]
[가갑전륙(加胛電戮)]
콰아아앙!!!
전쟁마탑의 갑판 아래쪽에 존재하는 지하 주요 시설들을 빠른 속도로 지나친다·
아티팩트와 병기들을 보관해 둔 격납고· 물품 보관실· 식품창고· 탑의 마법사들을 위해 마련된 연구실과 서재·
여러 종류로 성질변화를 거친 채 박제되어 있는 각양각색의 벼락들·
하나의 생활권이자 도시나 다름없는 전쟁마탑의 층계 아래쪽을 엄청난 속도로 관통·
[사벽궁(蛇霹弓)]
쿠화아아악!!
전쟁마탑의 거대한 요새 사방 수백미터를 찰나의 순간 가로지른다·
찰나의 순간 완성된 군위마법이 폭격처럼 쏟아지고 그 사이를 마법사들이 아음속의 속도로 주파했다·
한순간이라도 틈을 보인다면 방금처럼 필살에 준하는 고위 마법이 날아온다·
정면에서 막아내기는커녕 회피나 반감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섬뜩한 위력·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뒤로 미끄러진 레녹을 따라 몸을 뇌화시킨 지젤이 기가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영역도 사용하지 않고 버틴다고?!”
도합 세 명의 고위 마법사가 전쟁마탑의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 전개하는 자성영역·
전쟁권역에서만 가능한 기적으로 몰아붙이는 와중에도 레녹은 아직까지 전격마법을 사용해가며 대응하고 있다·
키이이잉!!!
레녹의 뒤에 떠오른 팔괘법진의 헤일로가 전력으로 회전하고 그때마다 세 사람의 영창속도와 출력을 뛰어넘는 아득한 뇌격이 쏟아져 내렸다·
마탑 전체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레녹의 마법을 다루는 감각과 기예를 그들이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는 증거·
하지만 레녹은 반대로 잠깐의 교전 직후 세 사람이 전개한 영역의 능력에 대해 감을 잡고 있었다·
공간을 감전시켜 전격마법의 영창과 시전을 즉발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라자르트의 뇌월(雷月)·
영역 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경감시켜 받아내는데 특화된 지젤의 호수·
거대한 아치를 세우고 거쳐가는 물질에 국소규모 성질변화를 부여하는 알버트의 영역·
전쟁마탑의 성위마법사들답게 세 사람의 자성영역 모두 전투에 있어 상당히 도움되는 능력이다·
‘영역의 능력 자체도 상당하지만 영역을 전개한 채로도 무리 없이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서히 의념을 고조시키는 세 고위마법사를 본 레녹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런 식의 영역전투에 대해 분명 경험이 많다는 증거겠지·’
자기개변의 위계를 완성하는 7레벨은 모든 레벨을 통틀어 가장 무력의 편차가 큰 경지·
그것은 근원심상을 각인한 자성영역과 소우주가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성영역을 손에 넣고도 그를 사용해 싸우는 일에 익숙해지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영역을 전개한 순간 술자의 마법역량과 술식적성이 대폭 뛰어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성영역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막대한 소모값이 필요한 것도 사실·
하물며 영역을 전개함으로써 손에 넣는 능력이나 효과는 마법사에게 있어 사실상 손발을 하나 더 달아주는 것과도 같다·
잘만 쓴다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잠재력을 뽑아낼 수 있지만 그 잠재력을 통제하는 ‘감각’조차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
손발을 하나 더 달아준다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능숙하게 다룰 수는 없듯이 영역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
레녹 역시 자성영역을 다루는데 미숙한 적의 허점을 찔러서 승리한 적이 몇 번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눈앞에서 날뛰는 토르번의 성위마법사들은 그러한 미숙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분명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을 기해왔기 때문이겠지·
전투에 있어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훈련을 통해 실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감각과 경험을 쌓아 올리는 것·
위계를 완성해 손에 넣은 자신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어 실전에서 쏟아붓는 것·
어째서 토르번 마탑이 대륙에서 대우받고 있는지 이 교전 한 번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카가가각!!!
떨어지는 수십 발의 뇌창을 피해 몸을 돌린다·
천둥과 함께 발아래서 솟구치는 벼락의 파도가 레녹의 몸을 감싸 안듯 받아냈다·
레녹의 발아래서 뇌전으로 이루어진 거인의 주먹이 솟구치더니 양손으로 박수를 친 순간·
[뇌요신래(雷曜申來)]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양의 전격이 폭심지를 중심으로 퍼져 나오며 레녹을 향해 달려드는 모든 것을 밀어냈다·
“큭 어떻게 물리력을···!!!”
형태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뇌전이 물리력을 갖추고 타자의 마법을 찍어누르는 듯하다·
영역을 전개한 채 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잠시 물러나야 할 정도로 섬뜩한 위암감·
지젤이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버티며 레녹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들어 올린 그 순간·
“일방적으로 공세를 쏟아내는 건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것보다 어려울 때도 있지·”
레녹의 신형은 어느새 라자르트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속도를 내다보면 반드시 통제를 놓치는 틈이 생기게 되거든·”
[일각(一覺) : 천뇌붕(穿雷崩)]
콰아아아아앙!!
섬뜩한 뇌광이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라자르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밀려나 탑 층계 사이에 처박혔다·
“컥···!!”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는 청년의 모습·
“라자르트!!”
“확실히 영역전투에 능숙한 마법사들이라 술식전투에서 잘 버티는군·”
레녹이 양손을 모으면서 말했다·
“찍어누르지 못할 것도 없지만 더 쉬운 방법을 두고 멀리 돌아가야 할 이유도 없지·”
“설마···!!!”
파아아아앗!!!
그 순간 레녹의 발아래서 무채색의 파문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탑의 성위마법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심상의 무게·
사방의 시공이 통째로 잡아먹히면서 레녹의 영역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듯하다·
성위마법사들이 그 의중을 짐작하고 얼굴을 굳힌 찰나 왼손과 오른손을 뒤집어 겹친 레녹이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영역에 장난질을 치는 방법을 보여주마·”
자성영역 반전전개
역설위계 심상구현
[허위계명성(虛僞啓明星)]
무채색의 파동으로 뒤덮인 시공간 아래서 허수차원의 잔영(盞影)이 꿈틀거리며 터져 나왔다·
쩌저저저적!!!!
만화경의 심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영역을 허수차원에서 역산하는 영역 반전·
허수차원의 이면에서 상대의 영역을 해석해 심상각인을 해체하고 영역을 뿌리부터 붕괴시킨다·
쿠구구구구!!!
“이 이럴 수가···!!”
어떻게든 영역을 움직여 주변의 성질변화를 제어하려던 알버트가 식은땀을 흘렸다·
“근원심상을 각인하지 않은 영역으로 어떻게 이 정도 현실개변을···!!”
“아니 상관없어요!!”
하지만 지젤은 그걸 알면서도 품 안에서 아티팩트를 꺼내어 마력을 불어넣었다·
“탑주님의 권역 안에서 영역의 힘싸움은 무의미해· 저쪽의 패착입니다!!”
성위마법사들이 전개한 자성영역은 현실을 개변하지 않고 능력만을 투사하는 형태·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전쟁권역 안에서만 허락되는 기적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 괴물 같은 마법사의 영역에 영향을 받는 일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
라자르트 역시 그것을 깨달았는지 즉시 주변의 공간을 감전시키면서 의념을 끌어올렸다·
공간 전체를 감전시켜 의념이 뻗치는 대상으로 삼고 전격영창을 거리에 상관없이 필중에 가까운 속도로 때려박는 것·
빠지지직!!!
하지만 레녹은 양쪽에서 달려드는 성위마법사들의 다중영창을 보면서도 영창을 멈추지 않았다·
“착각하고 있군· 내가 노린 것은 너희들의 자성영역이 아니야·”
눈을 감은 레녹의 손가락 끝에서 허수차원을 내다보는 파이겐바움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양손을 거꾸로 뒤집어서 맞닿는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수인을 맺으며 의념을 중첩시킨 순간·
“역산 대상은 바로··· 토르번의 전쟁권역 그 자체다·”
“···!!!”
쩌저저저적!!!!
마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권역의 시공간 전체가 부서지듯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토르번 마탑주가 직접 구축하여 기능케한 전쟁권역이 허위계명성의 역산을 통해 무력화된다·
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성위마법사들의 안색이 삽시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말도 안 돼!!!”
“대마법사라고 해도 인간이 어떻게 권역을···!!!!”
허위계명성의 능력은 허수차원의 이면에서 상대가 설계한 자성영역을 역산하는 것·
거울상처럼 만들어진 영역을 허수차원의 이면에서 충돌시켜 실재하는 영역을 해체하는 힘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영역의 카운터로 만들어진 힘이기에 레녹 역시 권역을 대상으로는 완벽하게 해체시킬 수 없는 바·
하물며 그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전쟁권역이 대상이라면 잠깐 무력화시키는 것이 고작이겠지·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한 결과야말로 레녹이 지금 이 순간 노리는 결과였다·
파아아아앙!!
탑주의 전쟁권역이 잠시나마 무력화되고 권역 아래 존재했던 기적과 법칙이 힘을 잃는 찰나의 순간·
성위마법사들이 서로의 영역에 영향을 받지 않고 능력을 끌어 쓸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근원이 사라진다·
세 사람의 마법사가 전개한 영역이 전쟁권역을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현실을 개변하기 시작했다·
쿠과과과과!!!!
탑의 바닥을 무차별적으로 감전시켜 터트리고 호수의 물결이 출렁이며 탑을 휘감는다·
거대한 아치가 사방의 전류와 의념을 가리지 않고 빨아들이며 밀어낸 그 순간·
“빌어먹을···!!!”
“라자르트 자성영역을 회수해야-!”
세 개의 자성영역이 서로 충돌하면서 그 반동으로 폭발하듯 무너져 버렸다·
뻐어어어어엉!!!!!
“카학···!!”
완성된 근원심상이 충돌하면서 반발하고 서로의 영역을 덮어쓰고 개변하면서 망가뜨린다·
지근거리에서 충돌한 자성영역이 속절없이 붕괴하며 그 반동을 고스란히 술자에게 전달하고·
그 충격에 대비하지도 못한 마법사들이 피를 토하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영역전투에 숙련된 것을 보면 자성영역을 견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대비를 해두었겠지·”
세 방향에서 제각기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마법사들을 보며 레녹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희들의 영역이 공존할 수 있었던 기반인 전쟁권역을 무위로 돌려 버리면 될 일이다·”
“끄윽···!!!”
“바 반동을···!!”
“그럼 전쟁권역을 과부하시킨다는 과정도 이 정도면 충분히 달성한 것 같은데····”
레녹이 그렇게 말하면서 반파된 벼락의 누각 상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허위계명성을 펼쳐 전투를 끝낸 것은 영역을 충돌시켜 반동을 터트리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허수차원의 반전영역은 그 자체로 자성영역이 아니기에 레녹의 근원심상이나 기원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전쟁권역을 일시적으로 역산해 무위로 돌리는 과정에서 권역 역시 필연적으로 과부하를 거치는 바·
그리고 라이엘의 말대로라면 뇌신전을 강제로 개방하는 과정은 바로 권역을 과부하시켜-
번쩍!!!
먹구름이 낀 하늘 저편에서 장엄한 벼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눈동자가 눈을 뜬다·
하늘 아래를 굽어보며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레녹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뇌신전의 성역· 어떤 모습인지 한번 확인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