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화
이정표(21)
와장창!!
부서지는 기억의 균열 저편에서 레녹의 의식이 빠르게 현실로 부상한다·
하지만 레녹은 그 와중에도 자신이 마주한 아나테마의 기억을 돌이켜보고 있었다·
아나테마가 중앙도시에서 추방당하던 마지막 날의 기억· 영락한 사도가 쥐고 있던 주마등의 정체·
진와의 타락· 계백의 실패· 선종의 시체· 떠나버린 황제와 아나테마가 추방당한 진짜 이유·
누군가의 기억을 통해 엿보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승천자들의 비원과 말로·
마지막 순간 하늘을 깨트리며 아나테마의 앞에 나타난 초월자의 존재까지·
그 모든 기억을 돌아본 뒤 레녹은 어째서 아나테마의 이름이 금제에 묶이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했던 것이다·
‘····’
아나테마의 이름을 메시지로 삼아 세계 바깥으로 추방시킨 이유·
그의 죄를 죽음으로서 사하는 대신 영원토록 현실에 머물지 못하도록 배제해 버린 이유·
그 모든 일이 단순히 형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과정이라·’
아나테마의 추방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었다·
위대한 실패자들에 비견되는 인과가 그곳에 있었기에 그 이름은 추방당한 뒤에도 금제에 묶이지 않았던 것이다·
레녹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어라·”
조용히 눈을 뜬 레녹을 내려다보던 귀족 주티야가 머리를 긁적였다·
“깨어났네· 잘 잤어?”
“····”
어색해 보이는 표정· 레녹은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야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장례지도사 사이러스의 교회 예배당 중앙에 놓여 있던 거대한 관·
레녹은 바로 그 관 안에 누운 채로 주티야와 시선을 마주치고 있었던 것·
“네가 아나테마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사이에 장례의식이 끝났거든·”
주티야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였다·
“아나테마의 이름은 진혼을 마쳤어· 이제 그의 영혼도 방황하는 일 없이 안식을 맞겠지·”
“그건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아닌 것 같은데·”
“아 네가 관 안에 누워있는거 말이야?”
주티야의 표정이 순간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의식이 끝난 뒤에 보니까 네 몸이 관 안에 있던 거라고·”
“····”
“사이러스가 관뚜껑을 닫으려는 걸 내가 말렸으니까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하지 않나?”
‘프로토콜 때문이군·’
주티야의 설명을 들은 순간 레녹은 자신이 왜 관 안에 누워 있었는지 이해했다·
레녹이 의식을 잃었을 경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해 두었던 비상술식·
결계술과 영역을 조합해 만든 공간격리를 두르기 적합한 장소로 스스로 몸을 이동시킨 것인가·
동시에 레녹은 어째서 아나테마의 기억을 들여다보던 순간 프로토콜이 발동한 것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기억의 마지막 순간에는 레녹조차도 자신이 기억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였으니·
등장과 함께 하늘을 유리처럼 깨부수는 그 섬뜩한 위화감·
그 형상도 얼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틀림없다·
역사상 최강의 승천자라 불리던 반궁(叛穹)·
아나테마의 존재를 현실에서 추방 시킨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그자였던 것이다·
“····”
어째서 반궁이 그 시점에 개입해서 아나테마의 추방을 도운 것인지·
왜 마지막 순간 편람이 연 문이 반궁을 만나는 곳으로 향했는지·
그럼에도 레녹은 어째서 아나테마의 존재가 그렇게 철저하게 현실에서 배제될 수 있었는지 납득했다·
아르스노바의 귀족조차 벗어나지 못할만큼 절대적인 선고·
그만한 괴물이 개입해서 아나테마의 추방을 행했다면 그가 그토록 고통받으면서 교주의 손을 잡은 이유 역시도 이해할 수 있었으니·
[깨어났군·]
“···올리비에라·”
[스스로 관짝에 기어들어가다니 네놈이 이제는 흡혈귀가 되고 싶기라도 한 줄 알았거늘·]
예배당 뒤편에서 베일을 흩날리며 걸어 나온 올리비에라가 웃었다·
[가진 재주에 맞게 욕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종을 바꾸는 일은 자제하도록 하여라·]
“걱정해 줘서 고맙군·”
심드렁하게 대꾸한 레녹이 관에서 걸어나오며 물었다·
“나 혼자서 아나테마의 기억을 계속 보고 있었다면 애초에 다른 사람들은 같은 기억을 보지 않은 건가?”
“의식에 참가한 모두가 같은 기억을 보는 건 아니야·”
주티야가 나른한 목소리로 레녹의 뒤에 앉아서 말했다·
“이별을 위해 만남을 정리하듯 일반적으로 자신이 고인과 만난 계기가 된 기억을 들여다보게 되거든·”
“···계기?”
“나는 운명의회에서 일할 당시의 기억을 봤어· 아나테마랑 그때 몇 번 만난 적이 있으니까·”
“····”
아나테마를 만난 계기가 된 기억이라·
그렇다면 당연히 레녹이 아나테마를 죽일 당시의 기억이 되어야 했을텐데·
“나도 그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야· 도시가 멸망한 뒤 수십 년이 지나 전해 들은 비사 몇 가지가 전부지·”
고민에 빠진 레녹을 보며 팔짱을 낀 주티야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아나테마의 기억에서 무언가를 보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게 좋을걸·”
쿵!!
그 순간 레녹이 기대앉아 있던 예배당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영역을 이루는 거대한 교회와 묘지 전역이 희미하게 기울어진다·
[자성영역의 위치좌표를 옮기고 있군·]
올리비에라가 주티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례의식을 마치자마자 발칸을 벗어나려는 게냐·]
“사이러스에 대해 알잖아·”
주티야가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예배당을 지나쳐 교회 문을 나선 주티야가 레녹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네가 정신을 차렸으니까 더 이상 여기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거야· 토르번의 위치를 찾으면 바로 떠날 생각이겠지·”
“장례지도사가 그렇게 배려심이 넘치는 성정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이유가 필요한 거지·”
주티야가 웃었다·
“그는 이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시간의 흐름과 순서를 구분하지 못하거든·”
“····”
아르스노바가 멸망한 뒤에도 주어진 역할에 따라 움직이는 톱니바퀴·
중앙도시가 사라진 뒤에도 역할을 이어나가며 쌓인 시간과 인과는 실로 강력하기 그지없지만·
그렇기에 장례지도사는 더 이상 자신의 의지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르스노바에서 황제가 귀족에게 내려준 역할이란 무엇인지·
그 역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기에 모든 것이 끝나 버린 뒤에도 의미를 다하고 있는지·
휘오오오!!
교회 바깥으로 펼쳐진 붉게 물든 벌판· 피안화가 펼쳐진 묘지 사이로 주티야를 따라 걷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붉은 묘지 끝에 선 장례지도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승천후보자 깨어났군·”
앙상한 몸을 구부려 돌아선 사이러스가 레녹을 내려다보았다·
“떠날 생각인가?”
“아르스노바를 배신한 변절자라 하도 그 죽음은 온전히 예법에 따라 결말지어져야 한다·”
레녹의 질문에는 일체 관심도 없는 듯 사이러스가 무감정한 눈으로 말했다·
“의식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하지· 장송귀해선(葬送歸海船)은 이제 곧 발칸 미개발지구 상공을 벗어난다·”
“····”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위치를 확보하고 그 신변을 회수하는 것으로 금일 장례의식을 마치도록 한다·”
휘오오오!!
그렇게 말하는 사이 장송귀해선의 영역이 빠른 속도로 발칸의 미개발지구를 지나친다·
자성영역 자체를 옮겨서 이동하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
사이러스 본인이 날 때부터 자성영역을 지니고 태어나 한순간도 그것을 거둬본 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애초에 영역과 술자 본인이 완벽하게 동화되어 있기에 영역을 이런 식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장례지도사 본인이 살아 움직이는 영역이 되어 결말이 다가오는 순간까지 죽음을 진혼하고 거둬들이는 것·
그것이 사이러스 아르델티오라는 귀족이 살아가는 방식인가·
“아 맞다· 토르번이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지·”
사이러스의 옆에서 주저앉아 지상을 내려다보던 주티야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엄연히 네 전리품인 아나테마의 유해를 의식에 사용한 셈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려고 해·”
“무슨 대가를 말하는 거지?”
애초에 그들이 지닌 대부분의 자산은 멸망한 아르스노바의 폭심지에 파묻혀 있을 터·
금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 말고 이 멸망한 도시의 귀족들이 레녹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나 의회의 서기였다고 했잖아·”
소매가 넓은 가디건을 팔랑거린 주티야가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아르스노바에 바치는 공물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일도 했었거든·”
“····”
“그중에서 아르스노바가 멸망하면서 들여오지 못한 공물의 위치좌표도 아직 가지고 있다는 거지·”
“호오····”
뽐내듯이 말하는 주티야의 말에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물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알아서 가져가라?”
“엄밀히 말하자면 내 소유물은 아니지만 황금향이 망해 버린 시점에서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주티야가 느긋하게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쿵!!
허공을 내리긋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발 앞에 무거운 석판 두 개가 동시에 떨어졌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던 무언가를 실체화시켜 이 자리에 내려놓은 것인가·
레녹이 그 석판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척에 고개를 갸웃거린 찰나·
“네가 기절한 사이에 공물 명단을 확인하고 당장 가져갈 수 있을 법한 공물을 추려봤거든·”
두개의 석판 양쪽에 손을 올려놓은 주티야가 물었다·
“내 권한으로는 한 가지만 양도가 가능해· 둘 중에 뭘로 할래?”
“둘 다 아르스노바에 바쳐진 공물의 위치좌표인 건가?”
“그래· 이 좌표에 숨겨진 공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힐끗 석판을 들여다본 주티야가 말했다·
“첫 번째는 요정의 축복이 부여된 세계수의 잎사귀·”
“···뭐?”
“두 번째는 축퇴로(縮退爐)의 파손된 엔진부품·”
뜻밖의 정보에 레녹이 할 말을 잃은 사이 주티야가 어깨를 으쓱였다·
“거대도시를 벗어나기 전까지만 결정해서 알려줘· 나도 의식을 끝낸 뒤에는 바로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라·”
“····”
세계수의 잎사귀와 축퇴로의 불량품·
둘 모두 레녹이 어디서도 쉽사리 손에 넣지 못할 귀물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중앙의 귀족다운 대가 제시라 해야할까 아니면 서기라는 특수한 지위를 지녔던 주티야만이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올리비에라의 감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축퇴로라 어처구니가 없군· 아르스노바가 멸망한 뒤에도 그렇게 위험한 물건을 숨겨두고 있었다는 말이더냐·]
“부품이라니까 올리비에라·”
주티야가 졸린 표정으로 타일렀다·
“애초에 망가져서 정상적으로 써먹을 수 없는 물건이야· 그만한 마법사니까 혹시나 해서 말해보는 거지·”
[하나 그것이 그 이름에 걸맞은 기술을 내포하고 있음은 틀림없을 텐데·]
베일 너머로 올리비에라의 마안이 강렬한 빛을 발했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폭탄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장담할 수 있지?]
살벌하기 그지없는 올리비에라의 전언· 하지만 주티야 역시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는 듯했다·
마치 축퇴로라는 물건이 그 두 사람조차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폭탄인 것인 양 대하는 언동·
레녹의 의문어린 시선을 느꼈는지 올리비에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블랙홀을 동력으로 삼는 엔진을 이르는 말이다·]
“···블랙홀이라고?”
[애초에 행성이 아니라 저 외해 바깥을 항해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물건이지·]
올리비에라가 차가운 전성으로 대꾸했다·
[아르스노바에서도 황궁 직속 엔지니어가 아니면 손댈 수도 없던 기술이다· 불량품이라고 해도 인간이 멀쩡히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거늘·]
“어라 올리비에라·”
주티야의 나른한 미소가 순간 묘하게 변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였어?”
[····]
올리비에라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얼어붙을 듯한 한기와 함께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을 뿐·
레녹은 그런 올리비에라와 자신의 앞에 놓인 두 석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블랙홀을 동력으로 삼는 엔진의 파손 부품이라·
아나테마의 기억으로 보았던 것처럼 아르스노바에서는 이미 외해 밖으로 진출하기 위한 기술을 마련해둔 뒤였던 것일까·
올리비에라 론 메이즈가 어째서 그 사실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주티야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레녹은 주티야의 제안을 들은 시점에서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이미 정해놓은 뒤였다·
“결정했어?”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걸어나온 레녹을 보며 주티야가 석판을 두들겼다·
“세계수의 잎사귀도 효용으로 따지면 축퇴로 부품보다 훨씬 써먹을 데가 많은데 잘 생각해 봐·”
“아니· 둘 다 고르지 않겠다·”
“뭐?”
“대신 그것과는 다른 부탁을 하지·”
멀리서 지켜보는 사이러스와 주티야를 번갈아 바라본 레녹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지금부터 자성영역 장송귀해선의 방향을 돌려 마탑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라고?”
“세계수의 잎사귀나 축퇴로의 불량품· 둘 중 하나를 골라서 가져야 할 이유가 없지·”
차분한 표정으로 주티야를 바라본 레녹이 말했다·
“그 지식을 알고 있는 당신과 장례지도사· 두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을 대가로 받겠다·”
“····”
[···네놈·]
사이러스와 주티야가 침묵하고 올리비에라마저 황당한 듯이 말끝을 흐린다·
그만큼 레녹의 대답이 세 사람의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기 때문이겠지·
“견뢰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주티야가 황당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와 사이러스는 역할을 저버리지 않은 쪽이야· 애초에 그런 식의 명분으로는 움직이지 않지·”
“····”
“지금 네게 제안하는 대가조차 이번 의식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는 걸 모르겠어?”
안경 너머로 주티야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토르번보다 말이 잘 통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만 이런 식의 억지는 곤란해· 아니면 아직 설명이 부족했던 걸까?”
벼락을 찾아다니는 토르번과는 달리 장례지도사와 서기는 아나테마의 장례를 위해 발칸을 방문한 쪽이다·
그들이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 자체가 아르스노바가 멸망한 뒤에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
그렇기에 장례의식의 대가를 바꾸는 일로는 그들의 거취를 고정시킬 수 없는 것이다·
금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레녹이 그를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보인 것일까·
“처음 의전서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었지·”
하지만 레녹은 그런 주티야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장례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토르번의 의사를 우선해야 한다면 의식을 마칠때도 의전서열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
“의식을 마치고 발칸을 떠나기 위해서는 토르번의 동의가 필요할 거다· 그렇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는걸·”
눈을 가늘게 뜬 주티야가 물었다·
“그게 지금 이 상황과 무슨 상관인데?”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이 내 마탑의 수호령수에게 잡아먹혔다·”
레녹의 말에 주티야가 말없이 눈을 깜박거렸다·
“···뭐라고?”
“근원심상을 빨아 먹히고 현재 마탑에 신변이 억류되어 있지·”
“잠깐만 그럼 지금까지 토르번의 위치를 찾을 수 없던 것 자체가····”
당황한 표정의 주티야를 보며 레녹이 웃었다·
중앙전선의 혼돈과 격전이 이제는 전선 바깥에까지 그 여파를 미치고 있는 상황·
군단과 연맹 교단 같은 초대형 세력과 깊게 얽혀 들어가는 지금 레녹의 마탑 역시 그 위험에서 무관하지 않다·
예의 토벌작전이 아니더라도 레녹이 마탑에서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한 억제력이 필요한 상황·
그런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위상을 지닌 인재가 레녹의 앞에 둘이나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토르번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 마탑에 머물면서 이름을 좀 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