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3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약먹는 천재마법사 1032화

이정표(19)

아르스노바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서슴없이 언급한 주티야의 전언·

그 직후 그녀의 입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검붉은 코피·

후두둑 떨어지는 핏덩이를 보며 무어라 반응할 새도 없었다·

주티야의 몸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들린 직후 그녀의 왼손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듯 터져 버렸으니까·

뻐어어엉!!

살점과 근육 신경이 잡아 뜯겨나가 그 자리에서 으스러지는 중상·

손목의 절단면으로 핏물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쏟아진다·

주티야 하이베르크라는 생명의 수조에서 강제로 남아 있는 수명을 배출하는 것처럼 섬뜩한 위화감·

“너····”

레녹조차도 순간 얼굴을 딱딱하게 굳힐 만큼 치명적인 중상·

하지만 주티야는 순식간에 창백해진 얼굴로 헤헤 웃었다·

“어라 진짜 효과가 있긴 있네?”

“····”

“원래라면 방금 머리가 뻥 터졌어야 했을 것 같은데·”

흘린 코피의 양을 보면 분명 뇌에도 손상이 남았을 테고 왼손은 아예 폭발해서 잔해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 자리에서 목숨을 도외시하고 금제를 어긴 그 판단에는 레녹조차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흘러내리는 피를 한 손으로 훔친 주티야가 자신의 행동을 복기하듯 말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어· 네가 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적당한 부분으로 골랐는데 딱 맞았네·”

“···그걸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근데 이거 두 번은 못 써먹겠다· 금제를 우회하는게 아니라 제물을 사용해 반동을 나눠 받는 느낌이야· 다음번에는 무조건 내 뇌를 으깨 버릴걸·”

아나테마의 유해를 가공하지 않고 일회성으로 써먹을 경우 발생하는 한계·

레녹이 페이샤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주티야는 자신의 몸을 직접 실험체로 삼아 단번에 간파해 낸 것인가·

순식간에 안색이 파리해질 정도의 출혈을 두고 싸게 끝났다고 만족하는 것을 보면 주티야 역시 정상은 아니다·

침묵하는 레녹의 앞에 선 주티야가 가디건 소매에 피를 쓱쓱 닦으면서 웃었다·

“어때 이 정도면 당장 듣고 싶은 정보로는 충분했어?”

“····”

블랙컨슈머 프로젝트가 아르스노바에서 최종적으로 추구하던 목적과 결이 같았다는 사실·

하지만 레녹은 그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납득하고 있었다·

그래 단순히 이 세상의 모든 실패를 끌어모으는 것만으로 중앙도시가 멸망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아르스노바와 발칸의 승천계획이 민감하게 엮여 있었기 때문에 혹은 거의 동일한 정도로 똑같았기 때문에·

두 도시에서 벌어진 실패를 하나의 도시가 전부 떠안아야 했기에 중앙도시가 멸망했다면·

거기까지 생각한 레녹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흘러나왔다·

“발칸의 실패가 아르스노바의 멸망을 초래했다면 너희들은 타의에 의해 고향을 잃은 셈일 텐데·”

“····”

“프로젝트에 걸린 금제조차 본래는 너희들의 것이 아니지·”

레녹이 주티야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너희들은 그 사실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없어 보이는군·”

발칸에서 벌어진 블랙컨슈머 프로젝트가 아르스노바의 멸망을 초래했다면·

그리고 중앙의 귀족들이 발칸이나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을 원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레녹이 지금까지 만난 귀족들 주티야나 토르번 심지어는 아나테마조차도 그러한 감정은 일절 보이지 않았던 바·

오히려 주티야는 프로젝트의 관계자였던 올리비에라와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글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주티야가 웃으면서 손목의 절단면을 한 손으로 감쌌다·

그 순간 허공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면서 그녀의 손목을 덧대고 지혈했다·

“위대한 황금향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마냥 축복받은 존재는 아니었다는 거지·”

“····”

“왜 우리가 고향이 멸망한 뒤에도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주티야가 그렇게 물으면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아나테마의 소지를 들어 올렸다·

“이걸 사용하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드르륵!!

예배당 중앙에 놓인 관 안에 그것을 밀어 넣고 남은 왼손으로 관뚜껑을 밀어 닫는다·

관을 닫는 것과 동시에 한 손에 성서를 든 장례지도사 사이러스가 관의 앞에 선다·

마치 입력값에 따라 결과물을 산출하는 기계처럼 생동감 없는 손을 들어 관을 어루만진다·

빠아아앙!!

그 순간 허공에서 존재하지 않는 성가대의 나팔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관의 아래쪽에서 아지랑이와 같은 빛무리가 자라나 아나테마의 유해가 든 관을 교회 밖으로 운반하기 시작했다·

교회를 벗어나 운구를 시작한 관 앞에서 성서를 든 채로 걸음을 옮기는 사이러스의 모습·

“따라와 견뢰· 지금부터 장례의식을 시작할 거니까·”

창백한 안색으로 돌아선 주티야가 고개를 기울였다·

“운이 좋다면 아나테마의 업 속에서 한 자락 꿈결이라도 읽어낼 수 있을 테니·”

* * *

오오오오오!!!

교회 밖으로 나서자 푸른 초원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지옥의 경계선에 피고 진다는 석산이 어느새 자성영역 전역에 새빨갛게 피어 있다·

붉게 물든 벌판 위로 흐릿한 아지랑이에 휩싸인 관이 느릿하게 유영한다·

뿌우우우우····

선두에서 선 사이러스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가대의 나팔소리가 음울하게 늘어지고·

마치 망자의 신음처럼 느릿하게 메아리쳐 일그러졌다·

[아아아아아····]

피안화로 뒤덮인 초원 사방에서 희끄무레한 형체가 일어나 관을 향해 다가온다·

아나테마의 죽음을 이제서야 비로소 인지한 것처럼 말없이 다가와서 관을 바라보고 대열의 뒤에 선다·

수백에 이르는 혼령들이 아나테마의 관 뒤에 대열을 이루고 거대한 행렬이 된다·

자성영역 장송귀해선(葬送歸海船)·

장례지도사의 영역 전체가 이 의식에 호응해서 환경을 개변하고 움직이는 정경·

대열 중간에 선 레녹과 올리비에라가 행렬을 따르고 가장 뒤에 선 주티야가 느릿하게 허공을 휘저었다·

보이지 않는 스크린 위에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듯한 서기의 행동·

말없이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던 레녹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영역 전체가 망자의 진혼을 위해서만 기능하는 건가?”

[사이러스 아르델티오는 이제 그것만을 위해 살아 있는 인간이지·]

묵묵히 레녹의 옆에서 걷던 올리비에라가 말했다·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고 톱니바퀴로서 의미를 다하며 그 이유조차 머나먼 결말 너머로 날려버리는····]

“····”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운명이라 해도 그것을 완벽하게 따름으로서 그는 무엇보다 강대한 당위성을 손에 넣는다·]

어느새 아득하게 길어진 행렬의 선두에서 툭 튀어나온 장례지도사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그는 이 자리에 하나의 ‘현상’이 되어 강림하고 그동안에는 원인을 잃어버린 결과들이 뒤따르게 되지·]

“원인을 잃어버린 결과라고?”

[그래· 이를테면····]

자성영역의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어 느릿하게 회전한다·

시야를 새빨갛게 밝히는 황혼의 넋 속에서 올리비에라가 시선을 돌렸다·

[속된 말로는 주마등이라고 하였던가?]

파아아앗···!!

영역의 하늘 너머로 노을의 빛이 더욱 진해진다·

주홍빛 황혼이 바로 옆에 선 올리비에라의 모습조차 인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해지고·

어느 순간 레녹의 의식을 전혀 다른 시공으로 잡아끌었다·

“····”

거부하려면 거부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정신을 차리고 현실에서 장례의식이 마무리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레녹은 그렇게 하는 대신 자신을 잡아끄는 의식의 인력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올리비에라가 어째서 방금 레녹에게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 주었는지 이해했기 때문·

아르마스 폰 아나테마라는 한 인간의 마지막·

중앙도시에서 태어나 추방당하고 끝내 교주의 손을 잡고 영락해 레녹에게 사망한 존재의 기억이 여기에 있다·

그것을 이해한 레녹이 천천히 눈을 감고 의식을 돌려세운 그 순간·

눈꺼풀 안쪽의 풍경이 일변하며 어둠 대신 눈부신 정경을 머릿속에 비추었다·

파아아아앗···!!!

사방에서 넘실대는 황금빛의 정광·

부유석을 깎아 아름답게 조형한 영광의 도시·

흐릿해진 시선으로는 지상의 풍경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기에 억지로 시선을 추켜들었다·

눈부신 황금빛의 태양이 도시 상공에서 빛을 드리운다·

암흑의 바다 너머에서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수송선이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대륙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도 끊임없이 더 나은 삶과 결말을 찾아 헤매던 그 날의 기억·

위대하고 찬란한 이 도시를 언제나 사랑했다·

[아나테마·]

묵직한 자수정으로 만들어진 사슬이 양 손목에 묶인 채 절그럭거렸다·

대상의 의념과 심상의 발현을 묶고 그 의지마저도 짓누르는 초월의 억제구·

진둔의 결계술을 담아서 가공하고 격리시킨 물건이라고 했던가·

[승천자 편람(偏濫)이 곧 있으면 도착한다·]

“····”

[대수림의 우물을 지킬 대행자를 구하느라 늦었다더군·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움직이려면 준비가 필요했겠지·]

“····”

[진둔이 찬성했고 비색이 권한을 대행할 게다· 선종이 직접 중재를 맡았으니 때가 어긋나는 일은 없겠지·]

이어지는 침묵·

말없이 서 있던 목소리가 이윽고 아나테마를 향해 말했다·

[이것으로 네가 마지막이다·]

“····”

[오늘로써 아나테마의 이름을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할 것을 운명의회의 이름으로 승인한다·]

아르마스 폰 아나테마·

아나테마의 이름이 중앙도시를 넘어 현실에서 추방당하던 그날의 기억·

레녹은 아직 멸망하기 전의 아르스노바의 기억을 엿보고 있었다·

* * *

다른 사람의 기억을 엿보는 것이 레녹에게 있어 처음은 아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도중 여러 초월자의 기억을 보아온 바·

세계를 구하려는 구도자들의 갈망과 비원 소망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그 절망마저 남김없이 맛보아왔다·

그렇기에 레녹 역시 아나테마의 주마등을 보는 것 자체에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지만-

그 결과로서 마주한 기억의 정경에 대해서는 놀랄수 밖에 없었다·

프로젝트의 결과로 이미 멸망해버린 중앙도시 아르스노바·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문명을 구가했다는 그 도시에서 아나테마가 추방당하던 날의 기억·

레녹 자신과도 일체 관련이 없을 법한 그날의 기억을 하필 이 시점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아나타메의 내면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던 기억인가·’

창밖의 풍경이 흐릿하게 비치는 어두운 감옥·

자수정의 사슬에 양 손목이 묶인 채 고개를 숙인 푸른 머리칼의 청년·

어째서 아나테마의 기억이 이곳에서부터 시작했는지는 짐작이 간다·

아마 그가 평생 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오랫동안 돌아보고 회고했던 순간이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겠지·

아르마스 폰 아나테마라는 존재가 일생에 있어 가장 고통스럽게 여기면서 곱씹었던 나날의 기억·

‘멸망하기 전의 아르스노바를 이런 식으로 돌아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나테마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레녹이 감옥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혀를 찼다·

창살 밖으로 보이는 아르스노바의 풍경이 마치 모자이크처럼 흐릿하게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

레녹의 지각능력이나 인지능력이 아나테마의 기억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아나테마가 바깥의 풍경을 신경 쓸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던 영향이겠지·

‘····’

황금빛으로 물든 보리밭을 머나먼 지평선 끝에서 훔쳐보는 듯한 아득함·

하지만 흐릿한 형체만으로도 아르스노바가 얼마나 강대한 문명을 구축했는지 짐작이 간다·

아주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에 빼곡하게 늘어선 흐릿한 염상·

지평선 끝에서 반대편까지 어디에나 황금빛의 무언가 가득 들어차서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 있다·

하늘과 지상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세계 바깥의 바다마저 탐하려던 중앙도시·

제대로 보이지 않기에 더욱 장엄한 것인지 아니면 실재의 편린을 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하고 있는 것인지·

레녹이 그것을 생각하면서 말없이 고심에 잠겨 있던 그 순간·

휘릭!!

창밖으로 비치던 황금빛의 도시가 느닷없이 보랏빛의 음울한 하늘로 바뀌었다·

‘···?’

마치 그 자리에서 화면을 통째로 갈아 끼운 듯한 강렬한 위화감·

동시에 창틀 너머에서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편람이 너무 늦어서 어쩔 수 없이 제 언령(言靈)을 사용했어요·”

“····”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면 기껏 준비한 절차가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양해하세요·”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부드러운 말투· 방울이 울리는 것처럼 청명한 울림을 담은 목소리·

하지만 그 음색은 마치 거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고압적이었다·

한 번의 말로 배려와 강압을 동시에 함유하는 모순을 담은 존재·

기억의 단면 안에서도 숨길 수 없는 압도적인 위압감·

‘이건····’

품이 넓은 화려한 예복을 입은 백발 여성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가 많은 노인처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면서도 그 얼굴에는 주름 한 자락조차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린 아나테마의 입에서 낮게 가라앉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진와(陳蝸)·”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