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먹는 천재마법사 1031화
이정표(18)
엉망진창으로 무너진 지상의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너른 교회의 정경·
아직 소란이 가시지 않은 지상과는 반대로 상공에 펼쳐진 자성영역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광대한 초원 위에 세워진 교회와 그 주변에 빼곡하게 자리한 묘비들·
어떠한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안식을 상징하는 장례지도사의 영역·
파직!!
교회의 문을 열어젖힌 레녹이 날카로운 뇌광과 함께 예배당 안에 들어섰다·
흐트러진 예복을 정돈하며 물고 있던 연초를 번갯불로 태워 증발시킨다·
싸움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 전신에 새파란 전격을 두르고 번뜩이는 마법사의 모습·
예배당 중앙에 선 장례지도사와 그와 대치하고 있던 올리비에라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
장례지도사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레녹을 묵묵히 바라본다·
레녹을 인지한 올리비에라 역시 마안을 날카롭게 빛냈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토르번의 개입으로 상황이 엉망이 된 지금 이 상황의 선택권이 레녹에게 있다는 듯한 묘한 침묵·
아나테마를 죽인 것도 토르번 마탑주와 엮인 것도 레녹인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후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쉰 레녹이 체내에서 들끓어 오르는 마력을 가라앉힌다·
전신에서 퍼져 나오던 벼락의 잔향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이윽고 조용해졌다·
순식간에 고요해진 예배당의 소리·
귀족들의 독단에 화를 내야 할지 이번 일의 책임을 따지는 것부터 논해야 할지·
하지만 레녹은 어디서부터 이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정해두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레녹이 시선을 들어 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아나테마의 장례부터 먼저 처리하도록 하지·”
“····”
[···견뢰·]
무표정한 장례지도사와 의외라는 듯 레녹을 부르는 올리비에라·
하지만 레녹은 두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예배당에 놓인 관을 응시했다·
“의식이 끝난 뒤 이번 일을 모두 정리하겠다·”
[····]
“너희 귀족에게 물어볼 것도 있으니 그때까지는 장례의식에 협조하지·”
아나테마의 장례를 위한 중앙귀족의 방문· 토르번 마탑주의 난입· 수호령수의 자성영역 포식·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지만 레녹은 당장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잊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간 한 명도 만나기 힘들었던 아르스노바의 귀족들이 지금 레녹을 찾아왔다는 것·
그들에게 멸망한 아르스노바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아나테마의 이름은 이 대륙에서 [금제]에 묶이지 않은 극도로 희귀하고 모순적인 인과·
그렇기에 아나테마의 장례를 진행하는 도중에는 중앙도시의 일에 대해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아무런 말 없이 레녹을 바라보던 장례지도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대의 승천후보자는 꽤나 인내심이 강하군·”
“뭐라고?”
“위계를 한번 초월했음에도 아직 스스로를 놓지 않은 건가·”
비쩍 마른 장례지도사가 이쪽을 향해 돌아서는 것만으로 머리 두 개 정도 눈높이 차이가 난다·
2m를 훌쩍 넘기는 마른 장신· 그 체격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을 온전히 체감하기도 전에 그가 말했다·
“아나테마가 네게 패배한 것은 필연에 가까운 일이었군·”
“····”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그의 죽음이 어디로 향했는지· 살해자에게 자문하려 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아버리는 초췌한 남자의 모습·
마른 손가락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준비가 되었다면 의식물을 꺼내도록· 지금부터 장송귀해선(葬送歸海船)의 영역을 개시하겠다·”
마치 레녹에게 의식을 시작할 권한이 있다는 듯한 반응·
별다른 설명조차 없는 무심한 발언에 레녹이 물끄러미 남자를 응시하던 그 순간·
“아나테마의 유해 일부를 관 안에 놓아두면 돼·”
예배당 위쪽에서 나른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머지는 사이러스가 알아서 할 거야· 그게 그가 장례지도사로서 맡은 역할이거든·”
“너는····”
두꺼운 안경과 도포를 덮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지닌 여성·
난간에 턱을 괸 채 졸린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 교회에 들어온 직후 느꼈던 기척 중 하나· 개중에서도 극도로 존재감이 희미했던 기척의 주인이다·
저 느슨한 분위기를 가진 여성 역시 중앙도시의 귀족들 중 한 명인 것인가·
영역 안에 남아 있던 올리비에라라면 저 여자의 정체를 모를 리가 없을 터·
레녹의 시선을 눈치챈 올리비에라가 첨언했다·
[주티야 하이베르크· 중앙의 서기· 그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남은 기록자다·]
“···하이베르크?”
[한때는 아르스노바에서 진행되는 모든 예식과 회의록을 관리하던 존재였지·]
“어라 거기까지 설명해 주는 거야?”
올리비에라의 말에 주티야라 불린 여성이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예배당의 계단에 축 늘어진 그녀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많이 변했는걸 올리비에라· 원래 그렇게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잖아·”
[헛소리가 늘었구나·]
주티야의 말을 맞받아친 올리비에라가 차갑게 대꾸했다·
[운명의회의 서기를 맡고 있을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얌전한 종자였을 텐데·]
“····”
주티야 하이베르크· 아르스노바의 서기로서 기록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귀족·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레녹은 그럼에도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묘한 이질감이 그녀에게서도 분명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하고 있을 뿐 애초에 태어나기를 다른 종으로서 태어난 생물이다·
“토르번을 상대하는 거 봤어· 대륙에 도는 흉흉한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던데·”
주티야가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사도살해자들이 괴물같이 잘 싸우는 거야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설마 아켄드리아스와 정면에서 맞상대가 가능할 줄이야·”
“····”
“타고난 성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자성영역을 쓴다는 전제하에서는 중앙에서도 적수가 몇 없던 인간인데· 아나테마를 압도했다는 말은 사실이었나 봐·”
“···그건·”
레녹은 그 말에 무어라 답하려다 이내 그냥 입을 다물었다·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자성영역은 주변의 물질을 뇌화시키며 끝없이 영역의 범위와 대상을 넓혀가는 힘·
주변에 뇌화시킬 물질이 존재하고 그를 통해 영역의 동력을 계속 공급받는 상황이라면 그를 당해낼 초인은 거의 없다·
영역을 극한까지 활성화시킨다면 이론상으로는 레녹이 아는 여느 초월자들과 비교해도 화력에서 밀릴 일은 없을 터·
수호령수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싸움이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주티야에게 있어서는 그것조차 레녹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원인이 된 듯했다·
“토르번을 죽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마지막에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그 미친 늙은이를 쉽게 제압한 거야?”
[카르텔의 사업지구를 미리 비워두었음에도 이미 소란이 퍼져나간 듯하구나·]
올리비에라가 팔짱을 낀 채로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네놈과 토르번의 싸움에 대해서 온 도시에 이미 소문이 난 듯하니 싸움의 동기와 결과에 대해서는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두도록 하여라·]
“···핑계라·”
마지막 순간 수호령수가 토르번의 자성영역을 먹어치운 것에 대해서는 보지 못한 건가·
중앙귀족이라 해도 레녹의 권역 안에서 벌어진 일을 바깥에서 엿볼 수는 없었던 것·
하지만 레녹도 수호령수가 토르번의 영역을 먹어치운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체한 것이 아니라 흡수하기만 했다· 우로보로스의 힘만이라면 그런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아·’
자성영역 뇌신도화정은 레녹도 승부를 장담키 어려운 아주 강력한 영역효과를 가진 힘·
물질을 뇌화시키는 성질변화의 극에 다다른 영역이기에 레녹 역시 권역 안에서 받아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겼을 정도인데·
수호령수가 그런 출력이나 파괴력을 무시하고 뇌신도화정을 먹어치울 수 있었던 이유·
단순히 힘의 우열로 승부가 갈렸다기보다는 무언가의 상성에서 잡아먹힌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우로보로스 마법체계에 기반해서 태어난 수호령수에게 레녹이 인지하지 못한 확장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수호령수가 마탑을 지키겠답시고 나선 적은 그 뚱뚱한 용이 태어난 이후로 처음이나 마찬가지·
고민에 빠진 레녹을 빤히 바라보던 주티야가 흐물거리는 웃음과 함께 물러섰다·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하긴 생각해 보면 틈만 나면 자기 번개에 대해 주절거리는 아켄드리아스가 이상했던 거 아닐까?”
“토르번 마탑주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모양이군·”
“말도 마· 후계를 찾겠다고 대륙 전역을 정신 나간 것처럼 들쑤시고 다니던 사람이거든·”
주티야가 졸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게서 가능성을 보았다면 이 자리에서 누구 하나를 죽여서라도 마법이든 자리든 넘겨주려 했을걸·”
“····”
바로 옆에서 레녹과 토르번의 대화를 지켜보기라도 한 듯한 정확한 추측·
하기야 그 번개에 미친 노인이 다른 사람의 앞에서 점잔을 떨었을 것 같지는 않다·
어디서든 전격마법의 우월함을 설파하고 다녔다면 다른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게 우선이겠지·
“멸망한 중앙도시 안에 숨겨져 있는 ‘유산’이라는 건 뭐지?”
“····”
“멸망한 도시 안에 남겨진 무언가가 정말 승천과 직접 연결된 해결책인 건가?”
[견뢰·]
서슴없이 핵심을 찌르는 레녹의 질문에 올리비에라가 레녹을 불렀지만 무시했다·
레녹이 싸늘한 시선으로 장례지도사의 앞에 놓인 관을 응시했다·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아나테마의 인과가 필요한 것인지 확인해야겠군·”
아르스노바에서 태어나 영광을 누린 귀족이라면 그 도시가 어떻게 멸망한 건지도 알고 있을 터·
아니 애초에 중앙도시의 멸망에서 살아남았기에 아직 이 세계에 남아 있음이 확실하다·
블랙컨슈머 프로젝트의 결말이 어째서 아르스노바의 멸망으로 이어진 것인지·
프로젝트에 걸린 금제로 인해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아나테마의 인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중앙도시 귀족의 입으로 그날의 비밀을 직접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주티야는 그런 레녹의 질문을 듣고서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흐으음·”
곤란하다는 기색으로 천천히 고개를 늘어뜨렸을 뿐·
“넌 정말로 금제에 아예 영향을 받지 않는구나·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그 자리에서 머리가 터져 죽었을 거야·”
“····”
“단순히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침묵하는 레녹을 보며 주티야가 턱을 괴고 고민에 잠겼다·
“아켄드리아스가 생각보다 네게 더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었네· 네 태생이나 기원에 아주 특별한 저주가 엮여 있는 걸까?”
“무의미한 추측은 됐어· 내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것만 말해라·”
“금제에 대해 알고 있다면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전해 들었을 텐데·”
주티야가 허공에 손을 뻗으면서 대꾸했다·
보이지 않는 스크린을 만지는 것처럼 손으로 허공을 톡톡 두들기던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네게 자격이 있는 것도 틀림없고··· 어려운 문제인걸· 결국 직접 시도해 보지 않고서는 기준을 알기 어려워·”
“기준?”
“금제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끼리는 필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니까·”
주티야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가 이미 그 경계선 안으로 들어왔다면 내가 아는 사실을 조금 전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
“확신할 순 없는 문제야· 결국 금제라는 건 황금향이 아니라 위대한 실패자들이 만들어낸 구속이니까· 작동원리를 아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부분에서 민감하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거든····”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던 주티야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모처럼 찾아온 기회이기도 하니 한번 실험해 볼까·”
탁!!
주티야가 예배당의 난간을 짚고 고개를 돌린 다음 순간 그녀의 신형은 레녹의 앞에 내려와 있었다·
어딘가 나른하고 피곤해 보이는 분위기에서는 전혀 간파할 수 없는 움직임·
마치 공간을 편집해서 거리를 좁힌 듯한 위화감에 레녹이 미간을 찌푸린 사이·
레녹을 향해 손을 뻗은 주티야가 말했다·
“줘·”
“뭘?”
“아나테마의 유해· 신체 부위 아무거나·”
주티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해 보고 싶다면서?”
“····”
금제를 실험한다는 의미를 생각하면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은 그녀에게도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닐 텐데·
중앙도시의 귀족이니만큼 이런 주제로 쓸데없는 허언을 하지는 않겠지만 태도가 지나치게 가볍다·
태연하게 레녹에게 아나테마의 유해를 요구하는 그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반대로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
하지만 레녹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공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찰칵·
절단면에서 푸른 피가 느릿하게 떨어지는 아나테마의 소지·
설령 이 자리에서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있다 해도 금제를 실험하는 대가라 생각하면 지불할 가치가 있다·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아나테마의 손가락을 주티야의 손안에 올려놓았다·
“흐음 아르마스 아나테마· 죽을 때는 결국 이런 모습이었구나·”
손가락을 한 손으로 움켜쥔 주티야가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푸른 비늘과 산양의 털이 난잡하게 뒤섞인 언뜻 보기에는 불결하게까지 느껴지는 피부·
아나테마의 손가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지저거신의 축복· 외신의 힘 중에서는 단단해서 그릇으로서 탁월하지만 개조에 가까운 육체변형을 요구하는 쪽이지·”
“····”
“아나테마 본인이 이미 용술법을 익히고 있어서 오히려 반동이 심했을 거야· 이런 모습이 되어서라도 현실로 돌아오고 싶었을까?”
“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현실에서 추방당했다면 실패한 구세주의 손이라도 잡고 싶었겠지· 난 이해해·”
평범한 인간의 감상이나 감성을 한참이나 벗어난 답변·
하지만 그만큼 레녹의 흥미를 끄는 것은 주티야가 대수롭지 않게 언급하는 외신에 대한 정보들이었다·
외해의 종말들 중 하나 지저거신이 내려주는 축복과 재능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있는 주티야의 독백·
지저거신의 힘이 그만큼 잘 알려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주티야가 지닌 지식이 특별한 것인지·
레녹이 미간을 찌푸린 채 바라보는 사이 손가락을 움켜쥔 주티야가 그것을 흔들면서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야· 토르번이야 특수한 케이스지만 나는 바깥의 인간에게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굴고 싶지 않거든·”
“····”
“자성영역 장송귀해선(葬送歸海船)을 발칸 외곽구역 상공까지 들여오는 데 그쪽의 동의가 필요했으니까· 원래 의전이라는 건 서로 맞춰나가는 걸 기본으로 하는-”
“사족이 길군·”
예복에 손을 걸친 레녹이 말했다·
“네 말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겠나?”
“뭐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할까?”
주티야가 웃으면서 아나테마의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프로젝트의 실패로 아르스노바가 멸망한 이유는 두 도시가 최종적으로 추구한 목적이 같았기 때문이야·”
“···뭐?”
대비할 새도 없이 훅 꽂혀들어오는 주티야의 직언·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레녹이 시선을 홱 돌렸지만 주티야의 나른한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르스노바에서 시도했던 ‘조정’이 블랙컨슈머 프로젝트에서 더 완전한 형태로 실패해 버렸거든·”
뚜둑!!
그 순간 주티야의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결과적으로 더 오래되고 초월했던 쪽이 실패의 반동을 모조리 뒤집어쓰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