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먹는 천재마법사 1029화
이정표(16)
날카로운 뇌광이 고층 빌딩 건물 수십 채를 동시에 관통했다·
사방에서 폭발하고 무너지는 건물 잔해 사이로 전신에 벼락을 휘감은 두 마법사가 가속했다·
한쪽은 공간을 도약하는 점멸로 한쪽은 전신을 뇌광으로 바꾸어 질주·
서로 다른 빛으로 일그러진 뇌명이 충돌할 때마다 섬찟한 충격파가 퍼져나오며 지형지물을 증발시켰다·
[서신력(瑞身霹)]
[나뢰살(螺雷殺)]
쩌어어어엉!!!
저릿하게 비틀린 뇌전이 나선으로 회전하는 벼락과 충돌해서 비산·
수천 갈래 뇌전의 파편을 이러지리 터트리며 흐트러진다·
쿠구구구!!!!
무너져 기울어지는 고층 건물 벽면을 레녹과 토르번이 동시에 질주했다·
흩날리는 번개파편을 밟고 미끄러지는 레녹과 전신을 뇌전으로 감아 번뜩이는 토르번의 신형·
[척신락(蹠晨落)]
하늘에서 떨어진 낙뢰가 레녹과 탑주 사이를 내리찍고 기울어진 빌딩을 세로로 관통했다·
와장창창!!!
그 여파로 발 아래 건물 유리창이 와르르 깨져 나가며 귀청이 찢어지는 소음을 내뿜었다·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번갯불을 이리저리 반사시켰다·
유리파편 뒤로 비춰지는 탑주의 신형이 흐릿하게 기울어진 순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탑주가 마법을 영창·
[뇌둔(雷鈍)]
콰아아앙!!!
흐릿하게 일렁인 탑주의 손이 다시금 레녹의 팔뚝 위로 내리찍히며 묵직하게 흔들렸다·
“···!!”
이것이다·
탑주가 사용하는 전격마법 중에서도 유달리 무겁고 둔중한 위화감을 흩뿌리는 힘·
레녹이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전격계 고유마법의 비의들 중 하나·
그것을 깨달은 레녹이 이를 악물고 마력을 끌어올리며 탑주의 뇌둔을 맞받아쳤다·
[뇌허공동(雷虛空瞳)]
[답뢰(踏雷)]
빠지지지직!!!!
레녹의 손끝에 응어리진 전격의 역류가 미친 듯이 일렁이며 탑주의 번갯불을 막아선다·
그 충격으로 두 사람이 서 있던 빌딩 벽면이 움푹 일그러지며 그대로 레녹과 탑주를 건물 안으로 처박았다·
콰앙!!
기울어지는 빌딩 안에서 사무실의 벽과 문을 수십 차례씩 관통한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가림막과 모니터 전화기 파편· 수백 장의 종이가 불타 사라졌다·
탑주의 뇌둔과 레녹의 답뢰가 충돌하면서 내리찍히는 교차점·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의 뇌둔을 바라보는 레녹을 보며 탑주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번개의 속도를 잡아 늘려 극한까지 느리게 만드는 게다·”
“뭐?”
“원래 빠르게 지나가야 할 번개의 속도를 강제로 늦춰 위력을 늘리는 게지·”
자신이 사용하는 마법의 요령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토르번의 모습·
하지만 토르번은 레녹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속도를 늦추는 수준을 넘어서 번개를 잡아둘 정도로 극에 이르면 이렇게-”
쩌저저저적!!!
토르번의 손안에서 일그러진 번개가 이윽고 거대한 번개의 망치로 변했다·
한 손으로 뇌둔의 망치를 움켜쥔 탑주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젖혔다·
“물질의 조형을 흉내낼 수 있게 된다·”
“···!!!”
우우우웅!!!
뇌둔의 망치를 내리찍는 순간 레녹과의 충돌지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동심원이 퍼져 나왔다·
극한까지 압축되어 고정된 번개가 타격과 동시에 해방되는 듯한 아득한 폭발력·
갑각방패를 꺼내들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빌딩 바닥 사이를 뚫고 떨어진 레녹의 신형이 수직으로 내리 찍혀 그대로 지상에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큭···!!”
부유마법과 실드마법을 전력으로 운용· 마력사로 육체를 붙들고 지상에 닿기 직전 속도를 죽인다·
발 아래 전격을 터트려 반발력으로 몸을 띄우고 근방의 중력을 조작해 균형을 잡은 순간·
“이것이 바로 뇌화(雷化)의 초입에 서기 위한 기초적인 자격이다·”
쿠우웅!!
하늘에서 떨어지는 뇌둔의 망치를 한 손으로 움켜쥔 탑주가 말했다·
“번개를 ‘고정’시켜서 육체와 동화시키고 육체의 성질을 잠시나마 뇌전으로 바꾸는 거지·”
“····”
레녹의 편뢰에 심장이 꿰뚫린 뒤에도 탑주는 여전히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회복력이 뛰어나거나 맷집이 강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준은 아니었다·
극위계에 이른 레녹의 벼락은 신경을 찢고 세포를 사멸시키는 수준에 접어들었으니·
뇌화를 사용해도 심장을 직격당한 시점에서 회생불능의 치명상을 입는 건 피할 수 없는 일·
그런 부상을 입고도 멀쩡히 전투를 이어갈 정도라면 애초에 탑주는 심장이라는 기관에 크게 의존하지 않던 것이 아닐까·
‘정보가 부족해서 추측이 막연해진다· 술주를 상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싸움이 길어지고 전격마법을 교환할때마다 마탑주가 얼마나 강한 마법사인지 깨닫게 되지만·
반대로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이라는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는 알 수 없어진다·
알 수 있는 것은 저 노인이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목숨조차도 손쉽게 내던져버리는 수준의 광인이라는 것·
다짜고짜 레녹을 공격한 이유와 레녹의 마법을 맨몸으로 맞아본 이유가 똑같다는 것뿐이었다·
같은 계통마법을 익히고 있음에도 상대했던 접합술주보다도 힘의 근간을 짚어내기가 어렵다·
그건 술주와는 달리 토르번과 마주한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탑에 속하지 않고 마법을 배웠다기에 한가지 장점이 극단적으로 특출난 녀석일 줄 알았더니 오히려 기본기가 비정상적으로 뛰어나군·”
“····”
“벼락의 속성과 성질을 극한까지 깎아내어 터트린다는 점에서는 이미 완벽하구나· 오히려 순간적인 출력을 다루는 감각이나 요령은 오히려 본노가 네게 한 수 배워야 할 지경이야·”
레녹이 익힌 마법을 눈 앞의 노인이 레녹 자신만큼이나 깊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이다·
“모자란 부분을 잡아내어 교정해 줄 생각이었는데 몇 가지 성질변화를 제외하면 본노로서도 네 성취에 대해 이렇다 흠잡을 부분은 마땅치 않다·”
탑주가 어딘가 만족한 듯한 기색으로 물었다·
“잘 배웠어· 스승은 누구더냐?”
“없다·”
“···뭐라고?”
“전격마법을 가르쳐준 스승 같은 건 없어·”
쥐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꽂고 품 안에서 앰플을 꺼내 손목에 주사한다·
치익!
앰플을 팔뚝에 꽂는 레녹을 바라보던 탑주가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럴 리가· 네가 배운 전격마법을 맨땅을 파서 혼자 익히기라도 했다는 말이더냐?”
“내가 죽인 마법사를 스승이라고 부른다면 한두 명 쯤은 이야기할 수 있겠군·”
“····”
“이제 와서 타인을 스승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 극뢰마법(極雷魔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금은 더욱 그렇지·”
토르번은 레녹에게 극뢰마법을 전승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으면서도 정작 극뢰가 무엇인지는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과 레녹의 목숨까지 도외시한 난전으로 서로를 끌어내리며 쉴 새 없이 전격마법을 터트리기만 했을 뿐·
휘오오오···!!
자정에 조금 더 가까워진 하늘이 어둠게 변하면서 공기를 싸늘하게 만든다·
예복을 여미면서 마력을 끌어올린 레녹이 손등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말했다·
“벼락이 찰나의 깨달음과 같다 하더라도 그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군·”
“말했잖느냐·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직관이 우리의 뇌광에 깃드는 법이라고·”
토르번이 껄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하는 것이 설명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나 쓸모없는 말은 필요 없는 것이지·”
“설명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고?”
“벼락의 인과를 삶에 새긴 순간부터 이 뇌광이 우리의 생애 가장 앞자리에 서듯· 술식의 전승 역시 마찬가지다·”
쿵!!
번뜩이는 뇌둔의 망치를 지면에 비스듬이 꽂아넣은 탑주가 말했다·
“극뢰(極雷)는 이해라는 과정을 역행하는 깨달음이다·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해야 하는 선각(先覺)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지·”
“···선각이라면·”
극뢰에 대해 직접 설명하지 않고 그 힘의 본질에 대해 말하려 하는 것인가·
하지만 레녹은 탑주의 말을 듣는 것 만으로 그가 지금 전하려는 깨달음이 얼마나 위험한 힘인지 어렴풋이 직감했다·
토르번은 지금 특정한 술식이나 기술을 레녹에게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격마법을 극한까지 익혀서 도달할 법한 한가지 가능성·
결과로서 이미 존재하는 깨달음 자체를 레녹에게 직접 때려 박으려는 것뿐·
“본노는 오랫동안 살면서 여러 승천자들을 보았으나 하나같이 미덥지 못한 놈들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탑주가 다소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을 승천에 바쳐봤자 답도 없이 미쳐 버리기만 할 뿐· 결말이 정해진 세계에서 외해를 건너봤자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이더냐?”
“····”
“저 하늘을 부유하는 외신· 인과조차 없이 다가오는 종말· 그 모든 것에 선행하는 벼락이 될 수 있다면····”
순간 레녹을 바라보는 탑주의 눈동자가 한없이 깊게 가라앉는 듯했다·
“나 자신을 도구로 삼아서라도 불가능한 위업에 한 번 도전해 봄 직하지 않겠느냐?”
“···당신· 승천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 생각하는군·”
화급하고 자부심 넘치는 노마법사조차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은밀한 비원·
그 소망의 크기와 위험함을 분명 어디선가 직접 마주한 적이 있다·
토르번이 무엇을 암시하려 하는지 깨달은 레녹이 물었다·
“설마 자신의 마법만으로 외신을-”
“이런 늙은이의 주책이 길었군·”
번쩍!!
그 순간 하늘에서 부유하는 뇌룡이 입을 쩍 벌리고 거대한 벼락을 토해냈다·
추락하는 뇌전이 순식간에 압축해서 크기를 줄이며 다시 한번 토르번의 눈앞에 떨어진다·
파지지지직!!!!
발광하며 회전하는 뇌둔의 압축체· 하지만 그 화력이나 경도는 아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 아까부터 계속 시간을 끈 것인가·
“말할 수도 없는 말해서도 안 되는 한심한 비원 따위에 집착하지 말거라·”
파직!!
토르번이 뇌둔의 망치를 움켜지는 순간 뭉친 전류가 일그러지면서 다시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땅에 꽂힌 뇌둔의 망치를 들어 올린 토르번이 새파란 안광을 줄줄 흘리면서 웃었다·
“여기서부터는 오직 돈오(頓悟)만이 서로의 비원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니···!!!”
뇌광이 점멸하며 가속한 순간 레녹과 탑주의 벼락이 천지를 양단하면서 충돌하고·
쩌어어엉!!!
차가운 공기를 타고 이지러지는 벼락·
새파랗게 타오르는 뇌명이 토르번의 손에서 거대한 천둥과 함께 공명했다·
엄청난 반탄력과 함께 두 마법사가 서 있던 지형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레녹의 앞에 유성처럼 떨어진 토르번이 엄청난 속도로 손에 쥐고 있던 벼락을 휘둘렀다·
[천뢰건(天雷鍵)]
쩌어어엉!!!
육안으로는 담을 수도 없을 만큼 강렬한 광채로 번뜩이는 벼락의 응집체·
바라보는 것만으로 섬뜩하게 느껴지는 뇌명을 가슴 위로 비틀어 때려박는다·
탑주가 한발 앞으로 내딛는 순간 레녹의 가슴께에 벼락의 열쇠를 내지르고·
[뇌각(雷覺)]
굵직한 전격을 손에 두른 레녹의 팔뚝 위로 정면으로 꽂혀 들어갔다·
화아아아아악!!!!
“···!!!”
뇌리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의념·
두 마법사의 벼락이 뒤섞이며 헤아릴 수 없는 방대한 영감이 흘러넘친다·
닫힌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는 열쇠처럼 막았음에도 정신의 영역에서 먼저 인지하고 깨닫는다·
행동이나 결과보다 우선하는 깨달음· 탑주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극뢰마법이란 즉-
쩌어어어어엉!!!
그 순간 엄청난 양의 전류가 레녹의 눈앞에서 폭발하면서 그 몸을 뒤로 쭉 밀어냈다·
레녹의 신형이 수십 미터 뒤로 튕겨 나가 균형조차 잡지 못한 채 폐허 사이로 처박혔다·
처음으로 그런 레녹을 바라보는 탑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돈오의 순간을 억지로 거부하고 밀어내다니 믿을 수가 없군·”
“쿨럭 쿨럭···!!”
“설마 너는 이미 선각을 뛰어넘는 인과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냐···?”
호흡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레녹의 모습·
하지만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레녹의 표정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흔들리고 있었다·
탑주가 마지막으로 조형해낸 벼락의 열쇠 천뢰건· 그 안에 담겨 있던 극뢰에 대한 깨달음·
뇌각을 통해서야 직접 그 현상을 마주한 다음에야 레녹 역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
“극뢰라는 건··· 모든 인과와 상성의 우위에 서는 벼락을 가리키는 말이었나?”
탑주가 레녹에게 건넨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벼락의 인과를 삶에 새긴 순간부터 생애의 가장 앞에서 우선되는 힘·
극뢰라는 개념이 바로 그러한 벼락의 인과를 극한까지 다듬어 형상화한 마법이라는 사실을 레녹도 깨달았기 때문·
“선행과 선각· 가장 먼저 도달하는 벼락처럼 모든 종류의 현상과 결과에 우선하는 힘이라·”
비틀거리며 일어선 레녹이 머리칼을 쓸어올리면서 탑주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런 힘이라면 당신이 꿈꾸는 목적조차도 납득할 수는 있지만····”
“····”
“깨달음이라 하더라도 그런 것을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 네 존재가 오히려 그에 대한 대답이 되어주고 있지 않더냐·”
레녹을 바라보는 토르번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네 성취는 애초에 배움없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너를 강하게 만들어준 아주 강력한 인과가 틀림없이 네 안에 존재하고 있을 터·”
“····”
확신에 찬 탑주의 전언에 레녹은 무어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승천마저 수단으로 삼아 그 이상의 결과를 논하려는 원대한 비원·
자기(自己)와 마법(魔法)마저 한줄기 벼락으로 삼아 뜻을 이루려는 광기어린 의지·
외해의 종말들을 경외하는 대신 의지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그 광오함까지·
원인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정해두고 원인을 이어붙이는 강렬한 필연성이 그곳에 있다·
스스로 원하는 바를 행하려는 토르번의 사고방식이 어딘가 단장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레녹은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탑주가 지금 레녹에게 전해주려는 것이 말 그대로 모든 인과와 상성에 앞서는 힘이라면·
결과로서 모든 일의 앞에서 선행(先行)하는 벼락을 깨달음으로써 전해주고자 한다면·
레녹 역시 탑주에게 답해 주어야 할 말이 있었다·
“타인이 이룬 성취만이 정답이 아니라면 답은 내 안에도 존재하는 법이지·”
“뭐라?”
“모든 길에서 언제나 끝까지 달할 수 있음을 알기에 나 자신에게서 기준을 찾고 있다·”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린 레녹이 중얼거렸다·
“실패와 실수조차도 답으로 향하는 길이기에 언제나···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지·”
“····”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분기점으로 삼는 만화경의 심상·
가능성을 얻은 순간 레녹의 심상은 이미 미래에서 현재를 돌아보는 형태로 존재한다·
자신이 언젠가 도달하게 될 미래의 분기점을 강제로 끌어내는 레녹이 지닌 가장 초월적인 힘·
그렇기에 레녹은 어떤 마법을 익혀도 어떤 술식을 배워도 방향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
처음으로 만화경을 각성하고 팔련뇌이궁의 영역을 개안한 순간·
레녹은 자신이 전격마법으로 이룰 수 있는 성취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언젠가 엿보았던 정경을 향해 레녹 자신이 나아가는 그 여정 자체에 있다·
“한 가지 방향성으로 답을 정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내 마법의 가능성이 고정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
레녹이 탑주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이 전하는 극뢰를 내 안에 담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는 ‘선택’할 수 없지·”
“너는····”
레녹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 것일까·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던 토르번의 표정이 순간 생각에 잠긴 것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이제껏 느껴지던 느긋함과 경쾌함은 온데간데없이 그 자리를 채우는 음울하고 둔중한 마력·
지금까지 레녹을 상대로는 단 한 번도 내보이지 않았던 전쟁마법사의 본질·
숨이 막힐 것 같은 무거운 공기 속에서 레녹을 바라보던 탑주가 말했다·
“너는 지금 이 자리에 본노와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이 아니로구나·”
“····”
“네 벼락은 이미 시간을 넘어 그 저편에 도착해 있는 것인가·”
레녹의 대답이 단순한 허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본질을 일부나마 암시하는 설명임을 직감한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 대해 격식을 갖추는 답이라는 사실을 그도 이해했던 것이다·
“너의 답이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을 갖추었다면 어찌할 수 없겠구나·”
한 손을 들어 올린 탑주가 고개를 기울였다·
“좋다· 네가 얻은 깨달음이 이미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면····”
콰아아앙!!!
한 손으로 수인을 맺은 탑주의 전신에서 방대한 마력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몰아치는 마력의 역류· 그 사이로 가감 없이 섞여나오는 웅혼한 의념과 전성·
“네 그릇을 강제로 넓혀서 그마저도 담을 수 있게 만들어주마·”
“···뭐?”
파아아아아앗!!!!
대답을 들을 시간도 없었다·
탑주의 발아래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무채색의 파문이 순식간에 사방의 공간을 잡아먹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8레벨의 대마법사· 그것도 2사도와 비견되는 수준의 강자가 자신의 의지로 펼치는 근원심상·
그것을 깨달은 레녹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마력을 끌어올린 그 순간·
“네 몸을 선뢰지체(仙雷之體)로 만든다면 그러한 문제도 해결될 터·”
탑주가 웃으면서 손을 합장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본노가 알아서 처리해 주마·”
“잠깐···!!”
“자성영역 전개·”
키이잉···!!!
탑주가 웃으며 말했다·
“뇌신도화정(雷神導華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