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먹는 천재마법사 1027화
이정표(14)
교단 6사도· 육천겁 아르마스 폰 아나테마·
중앙도시에서 추방당한 귀족이자, 금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인과를 지닌 이름·
그리고 사도로서 외신의 힘을 내려받고 현실의 육신을 탐했던 변절자·
사도로서 영락하는 것과 동시에 레녹에게 토벌당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긴 했지만, 그가 남긴 여파는 그 이름값만큼이나 비대했다·
엉망진창으로 끝나면서 후일을 기약해야 했던 8레벨 간의 회담·
교단의 개입과 난전 속에서 사망했던 참가자들과 아나타메가 보유하고 있던 금기병장의 쟁탈전까지·
하지만 설마 그 장례를 위해 아르스노바의 귀족들이 이렇게 빠르게 발칸을 찾아올 줄은·
[견뢰· 이쪽이에요·]
“마담·”
검은 면사포를 드리운 마담이 여유로운 손짓으로 레녹을 안내했다·
화려한 조명이 드리운 복도를 지나자, 다양한 종류의 옷가지가 걸려 있는 탈의실이 나타났다·
[중앙도시의 귀족들을 만나기에 앞서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마담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레녹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잘 오셨어요· 그럼 당연히 제니시아가 아니라 제 자문이 필요하겠죠·]
“청문회에서 그쪽의 자문이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니까·”
레녹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대꾸했다·
“귀족을 상대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사전지식은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겠지·”
[그럼요, 그럼요~]
마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혹적인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한두 번씩 외주를 받다가, 고객째로 뺏어오는 게 제 사업모토거든요·]
“····”
[어머,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에는 너무 민감한 경영비밀이었나?]
견뢰와 천번의 전투가 끝난 직후, 견뢰를 상대로 진행되었던 시의회 청문회·
그곳에서 사용되는 아르스노바의 심판규약을 대비하기 위해 레녹은 마담에게 조언을 구했었고·
실제로 그녀가 조언해 주었던 기아스의 허점을 이용해 수월하게 청문회를 마칠 수 있었다·
마담은 오래 살아온 흡혈귀인 만큼, 과거의 예법이나 의례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그녀의 도움을 받는다면 중앙의 귀족을 만나는 일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겠지·
“다만 드레스코드부터 시작해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나테마의 장례의식 때문에 중앙의 귀족이 찾아왔다면, 누가 올지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능숙하게 레녹의 앞에 셔츠와 정장을 갖다 댄 마담이 말했다·
[그들의 낡은 율법에 쓸데없이 묶이지 않으려면, 의외로 이런 사소한 절차가 중요하답니다·]
“····”
마담은 이미 중앙의 귀족 중에서 누가 이 도시를 찾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 그런 뉘앙스가 아니었다· 전해 들은 것이 아니라, 누가 찾아올지 뻔하다는 투에 가까운 대답·
“아르스노바의 멸망에서 살아남은 귀족들에 대해 알고 있군·”
순식간에 결론을 이끌어낸 레녹이 가라앉은 시선으로 마담을 응시했다·
“지금 이 도시를 찾아온 귀족은 누구지? 또 다른 아나테마의 이름을 지닌 생존자인가?”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올리비에라에게 설명을 들어주시길·]
마담이 검은 면사포 너머로 작게 웃었다·
[저 같은 흡혈귀가 아나테마의 인과도 없이 함부로 지껄였다가는, 금제의 반동을 두들겨 맞기 딱 좋은 화제거든요·]
“····”
[서두르지 않아도 만나면 바로 알게 될 거랍니다· 태생이 태생인지라, 그들은 구태여 자신을 숨기려고 하지 않거든요·]
고풍스러운 황금빛 테두리가 둘러진 코트를 꺼내든 마담이 말했다·
[어떻게 보면 견뢰, 당신과도 꽤 비슷한 구석이 있죠· 비인간적인 면모에서 비롯되는 모순적인 고아함··· 전 그런 것들을 꽤 좋아한답니다·]
“····”
물끄러미 마담을 바라보는 레녹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았다·
“도시의 위상(位相)이니 뭐니 하던 헛소리,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군·”
청문회 당시, 마담은 레녹을 돕는 이유를 두고 범접할 수 없는 위상을 보기 위해서라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장기말은, 마담 자신이 정해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던가·
킹메이커니 뭐니 실없는 소리를 주고 받았지만, 그 판단 자체는 레녹의 편에 서는 것을 골랐다 생각하여 내버려 두었는데-
[얼마 전에 천번을 만났어요· 이미 알고 계시려나?]
“····”
[뛰어난 남자이긴 했는데, 등대지기처럼 침을 발라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마담이 레녹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뭐든지 얽매이는 건 별로라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아예 손에 잡히지 않는 편이 더 좋다고 해야 하나·]
“꼭 선택할 자격이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레녹이 냉소했다·
“성에 처박혀 나오지 않던 예전과는 딴판인데,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보지?”
예전의 마담은 레녹의 존재를 인지한 뒤에도 오랫동안 그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피해왔다·
레녹이 머피를 만나기 위해 마담을 직접 찾은 뒤에야 그 얼굴을 볼 수 있었을 정도·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말이나 행동은 당장이라도 현장에 복귀할 준비를 끝낸 것처럼 적극적이다·
아니, 카르텔과 손을 잡고 천번과 마주한 그 시점에서 이미 결정은 내렸다고 보아야겠지·
[뭘,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예복을 결정한 듯 레녹에게 돌아선 마담이 대답했다·
탈의실에 걸린 셔츠를 뒤적거리던 그녀의 그림자가, 순간 음울하게 늘어졌다·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얽매여 있는 것들이 남아 있었던 거죠·]
“····”
[자적(自適)하는 것만으로는 해갈할 수 없는 문제라면, 여생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버질조차도 꾸준히 자문을 구할 만큼 오래 살아온 흡혈귀의 변심·
그건 교단에서 다시 정신을 차린 7사도, 라리아타 아르무슈와도 관련이 있는 일이겠지·
오랫동안 흡혈귀로 살아온 그녀가 다른 흡혈귀들과 어떠한 관계로 엮여 있는 것인지·
그녀가 감추고 있던 힘과 혈마법의 근원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 것인지·
레녹조차도 저 그림자 안에 마담이 숨겨 둔 것을 확실하게 읽어낼 수가 없다·
‘8레벨의 피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고 지껄일 때부터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마담은 레녹에게 자신이 초인들의 피를 수집하는 것을 취미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무리 흡혈귀라 해도, 높은 위계에 이르지 못한 존재가 그런 피를 쉬이 다룰 수 있을까·
[환복하고 바로 준비하죠· 세단 한 대를 미리 잡아두었으니까, 타고 가시도록 하고·]
레녹에게 예복 일체를 잡아 안겨준 마담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마지막으로 귀족의 앞에서 조심해야 할 사안 두 가지만 일러드릴게요·]
* * *
노을이 지고 저녁이 다가오는 어두운 하늘·
발칸 시내의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번화가 마천루·
초고층 빌딩의 옥상에 선 레녹이, 테라스 끝에 서 있는 훤칠한 키의 여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올리비에라·”
[늦었군·]
휘오오오!!
빌딩 옥상 끝에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올리비에라의 모습·
화려한 장포를 걸친 외견은 다를 바가 없지만, 머리 위에 작은 면류관을 쓰고 있었다·
올리비에라의 기다렸다는 듯한 싸늘한 질책에 레녹이 셔츠 소매를 잡아당기며 어깨를 으쓱였다·
“예복을 고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말이다· 마담이 해준 충고도 있고·”
[트리바이어에게 설명을 듣고 온 것이냐·]
“주의사항만 간단히 들었을 뿐· 설명은 당신이 직접 할 거라고 하더군·”
[····]
올리비에라의 뒤로 다가온 레녹이, 그녀의 발아래 펼쳐진 야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장소를 이런 곳으로 잡았는지 정도는 시작하기 전에 미리 듣고 싶은데·”
중앙의 귀족들이 아나테마의 장례를 위해 발칸을 찾은 시점에서, 그들을 만나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아나테마가 사도로 영락한 것과는 상관없이, 그의 죽음에 있어 두 사람이 깊게 엮여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으니·
그의 유해를 나눠 가진 것은 물론이고, 회담 전에 거래를 마친 레녹과 올리비에라가 발을 뺄 수는 없을 터·
하지만 레녹이 진정으로 궁금한 것은, 왜 지금 그들이 귀족을 만나러 가는지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아나테마를 죽인 시점에서 그에 대한 책임과 유해의 소유권에 대해 짊어질 각오는 마쳤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귀족을 만나야 한다면 하겠지만, 문제는 그 수단·
왜 이렇게 예복을 입고 연회장도 아닌 마천루에서 올리비에라와 서 있어야 하는 건지·
마담이 흘리듯이 설명해 준 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아마····
“지금 발칸을 찾아온 귀족이, 상대에게 규칙을 강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반절의 정답이로구나·]
올리비에라가 나직한 냉소를 흘렸다·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숭고하고 추악한 이유가 그곳에 있다·]
“····”
[아르스노바의 귀족들은 오랫동안 혈통과 역할을 맞춰 교배를 진행해 왔지· 그를 통해 그들은 철저하게 정제된 혈계이능을 손에 넣었다·]
어떤 종류의 교배를 말하는 건지는 레녹 역시 알고 있다·
아나테마에게 후천팔괘의 이능을 계승받을 당시, 레녹도 팔괘법진에서 위화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으니까·
마치 유전자 자체를 임의로 조작해, 타고난 이능 자체를 갈고 닦은 듯한 기묘하면서도 섬뜩한 이물감·
올리비에라는 그런 위화감이, 아나테마뿐만 아니라 다른 귀족에게도 존재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금 발칸을 찾아온 것은 귀족들의 진혼을 담당하는 장례지도사·]
마천루 끝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본 올리비에라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태어날 때부터 자성영역을 ‘달고’ 태어난 괴물이지·]
“···뭐?”
[온다·]
레녹이 예상을 뛰어넘은 올리비에라의 설명에 멈칫한 순간·
어두워진 저녁 하늘 저편이 새파란 초원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촤라라락!!
발 디딜 곳이라고는 없는 허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초원으로 개변해 나간다·
“저건····”
흔들리는 풀밭 위로 새하얀 묘비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길게 늘어진 묘비들의 사이로 우뚝 솟은 거대한 교회의 형상·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통째로 덧그리면서 다가오는 강렬한 심상의 기척·
아주 광대한 크기의 자성영역이, 저 먼 하늘에서부터 이쪽을 향해 펼쳐지고 있었다·
“····”
그제서야 레녹 역시 올리비에라의 설명과,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이해했다·
중앙의 귀족들은 그들을 만나기 위해 마천루에서 기다리고 있으리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저 정도로 광대한 자성영역과 피해 없이 접촉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던 것뿐·
사아아악···!!
마천루의 옥상 끝까지 이어진 초원의 풍경이 갈라지면서, 교회로 향하는 길을 드러냈다·
그제서야 테라스 끝에서 초원을 향해 걸음을 옮긴 올리비에라가 입을 열었다·
[움직이지·]
“····”
[그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느릿하게 초원 위를 걷는 올리비에라를 따라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 레녹이 물었다·
“자성영역을 달고 태어났다는 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은데· 태어나기도 전부터 근원심상이 정해져 있었다는 말인가?”
자성영역이란 술자의 근원심상을 공간에 투영해 현실을 개변하는 힘·
근원심상이란 술자가 지닌 기원과 생애를 조합해 만들어지는 기적이다·
술자가 살아온 시간과 생애를 증거하기에 술자의 뜻대로는 결정할 수 없는 기적·
그런 자성영역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은, 그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근원심상이 점지된 존재라는 뜻이 아닌가·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장례지도사의 역할을 부여받은 귀족이었으니까·]
교회로 향하는 길에 난 묘비 사이를 걸으며 올리비에라가 대답했다·
[그렇기에 그 자신이 영역이자 묘지이고, 움직이며 기거하는 모든 곳이 그의 영역이 되는 것이지·]
“····”
[저주와 축복의 균형을 맞춰··· 타고난 혈통과 고결함마저 가지고 놀던 이들의 말로로구나·]
철컥!!
성대하게 지어진 거대한 교회의 앞에 선 올리비에라의 입가에, 순간 싸늘한 미소가 걸리는 듯했다·
[카바힘처럼 그것을 따라 한 이들도 있었지만, 실패하고 추악한 저주를 짊어졌을 뿐· 결국 이제 와서 남은 것이라고는-]
끼이익···!!
그 순간, 교회의 거대한 목재 문이 열리면서 광활한 예배당의 풍경이 레녹의 눈앞에 펼쳐졌다·
두 눈에 안대를 한 채로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는 수백의 성가대·
예배당 한복판에 비스듬히 눕혀진 텅 비어 있는 거대한 황금관·
사방에서 빛을 발하는 은빛의 촛대와, 유리창을 물들인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래스·
[-우리의 실패가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공허한 감상뿐이었다·]
“····”
광활한 예배당의 끝에, 한 남성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2m를 훌쩍 넘기는 큰 키와, 피골이 상접해 보일 만큼 비쩍 마른 초췌한 모습·
같은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외견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본질적으로 다르게 태어나, 다르게 살아온 것을 마주하는 순간 실감케 하는 무언가·
이것이 마담이 말했던, 구태여 자신을 숨기지 않는 중앙귀족의 증거인가·
초췌하다 못해, 금욕적인 얼굴의 남자가 한 손에 든 성서(聖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칠채보의 거울이 도착했군·”
[····]
“트라베슈의 장례를 치른 뒤로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인가·”
아무런 의지나 힘이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말투·
표정이나 몸짓에서도 어떠한 감정의 편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자리에는 공무를 처리하러 온 것처럼 사무적으로 느껴지는 전언·
올리비에라가 침묵하는 사이, 레녹이 교회 주변으로 마력감지를 돌렸다·
‘느껴지는 기척은 셋·’
자신을 숨길 생각도 없이 타오르는 둘과,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희미한 하나·
이 자들이 아나테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직접 발칸으로 찾아온 중앙의 귀족들인가·
아나테마와 있던 일에 대해서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사전에 정해두었던 답변을 레녹이 떠올린 순간·
“바로 진혼을 시작하고 싶지만, 개시의 나팔을 불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군·”
장례지도사로 추정되는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금욕적인 얼굴을 돌려세웠다·
“아켄드리아스 엘 토르번의 부탁이다·”
“···엘 토르번?”
레녹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말에 무심코 표정을 굳힌 그 순간·
“아, 드디어 찾았군·”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예배당 위에서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음에도 천둥처럼 우렁차고, 벽력처럼 번뜩이는 음색·
그 존재만으로 번개처럼 번뜩이는, 아주 강렬하면서도 익숙한-
‘익숙한?’
파직!
퍼뜩 고개를 든 레녹의 눈앞에, 어느새 선이 굵은 외모의 노인이 웃고 있었다·
“네가 바로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극뢰(極雷)의 주인이로구나·”
새하얀 백발을 대충 쓸어넘긴 고풍스러운 외모·
노인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헌앙하고, 장년이라기에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그 모순적이고 폭발적인 생동감이 눈앞에 선 노인을 벼락처럼 휘감는 듯하다·
“사상의 지평을 넘은 뒤로, 본노가 본 뇌광의 방향을 잡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원·”
파직, 파직···!!
노인의 몸을 두르고 번뜩이는 강렬한 뇌광·
아니, 그 몸 전체가 한줄기 번개가 되어 흩어지는 듯하다·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바로 시작해야겠지?”
레녹이 지금껏 시도하지 못했고, 시도할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뇌화(雷化)의 절기·
그럼에도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마법체계의 주인이란-
키이이잉···!!!
“네가 본 뇌명의 울림을, 어디 한번 본노에게도 시원하게 보여주거라·”
“설마, 토르번의···!!”
무어라 말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노인이 한 발을 앞으로 디딘 순간,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의념이 레녹을 찍어누르고·
거대한 뇌룡(雷龍)이 약속의 전당 위로 솟구치며 밤하늘을 새파랗게 물들었다·
콰아아아아앙!!!